프랭크 


황당한 영화를 마주할 때가 있다. 호기심에 보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눈길 끌기용으로 치부하고 넘어가기 마련이다. 프랭크도 그럴 줄 알았다. 우연히 한 방송에서 이 영화를 소개하는 장면을 보았다. 큰 인형 탈을 뒤집어쓰고 노래 부르는 인간. 요즘 유행하는 부케인가? 음악이 취미인 직장인 존. 그렇다고 일을 하지 않을 수도 없어 꾸역꾸역 일터를 향하지만 마음은 늘 딴 곳에 가있다. 우여곡절 끝에 황당한 사건으로 한 밴드에 키보디스트로 합류하게 되고, 그곳에서 운명처럼 프랭크를 만난다. 다행히 자신과 음악적 지향이 맞아 일까지 팽개치고 음악에 몰두하지만 그렇다고 순조롭게만 진행된다면 어떤 관객이 보겠는가? 적당한 고난과 역경을 양념처럼 곁들여야지? 그러나 감독은 우리의 기대를 배반하고 구렁텅이로 계속 몰아붙이는데. 끝내 정체를 밝히지 않을 것 같았던 프랭크도 탈을 벗지만 찜찜한 기분은 감추기가 어렵다. 음악은 더 나아가 예술은 누구를 위해 하는 것인가? 단순한 자기만족인가? 아니면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관객이 있어야 하는가? 이 둘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다 젊은 생을 마감한 이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스포삼아 알려드리자면 기괴한 노래가 난무하는 이 영화에 단 한 곡의 정상적이며 감미로운 곡이 숨겨져 있다. 이걸 찾는 재미만으로도 볼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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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류AC와 직류DC


테슬라 보기 전 예습용으로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는 대게 과학자들 덕이 크다. 실제로 산업혁명 이전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예 상태로 지냈다. 극히 소수만이 권력자 내지 지배세력이 되어 호화로운 생활을 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만약 동력장치가 발명되지 않았다면 혹은 막았다면 문명사회는 영 열리지 못했을 것이다. 기차가 등장하고 수많은 사람들의 이동이 가능해지면서 비로소 평등에 대한 열망은 실현가능해졌다. 전기는 또 다른 세상을 열었다. 밤을 없애고 세상을 언제나 대낮처럼 밝게 만들었다. 더 나아가 새로운 에너지원이 되어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냉난방을 가능하게 하였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흥미로운 사실은 이미 전기의 탄생은 예견되어 있었다. 수많은 과학자와 사업가들이 달라붙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대표주자는 바로 에디슨과 웨스트하우스였다. 두 사람은 자시의 이름을 딴 기업대표로 명성이 높았다. 그럼에도 여론은 에디슨 편이었다. 이미 발명왕으로 널리 알려졌을 뿐만 아니라 웨스팅하우스의 교류방식이 위험하다고 계속 경고를 날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교류 전기를 이용하여 말을 죽이고 다 나아가 교수형에 처해진 살인자를 죽이기 위한 살인의자까지 만들었다. 역사는 에디슨의 손을 들어줄 날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 때 혜성처럼 등장한 천재가 테슬라다. 에디슨 회사에 있다 의견이 맞지 않아 나온 테슬라는 교류방식의 문제를 해결하며 웨스팅하우스와 합작을 하게 된다. 위험이 사라지고  효율적인데다가 값도 저렴한 교류방식을 마다할 이유가 없어진 셈이다.


영화는 에디슨과 웨스팅하우스에 초점을 맞추어 전기 공급 표준방식을 둘러싼 논쟁을 다룬다. 상대적으로 테슬라의 비중이 적어 매우 아쉽다. 사실 웨스팅하우스는 과학자는 아니었다. 돈 많은 사업가에 불과했다. 에디슨과 테슬라의 대결에 집중했다면 훨씬 박진감이 더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주인공을 연기한 베네딕트 컴버배치다. 아무리 빼어난 명연을 펼쳐도 소용없는 이유는 그가 영국인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전형적인. 죽었다 깨나도 미국의 영웅이 될 수는 없다. 대체 제작자는 무슨 생각으로 그를 캐스팅한 것인가? 주제가 워낙 흥미로워 끝까지 보기는 했지만 내내 찜찜했다. 그럼에도 이 영화의 리뷰를 올리는 까닭은 곧 개봉하는 <테슬라(2020년 10월 21일)>를 관람하기 전에 예습삼아 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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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라서 안되는 게 아니라 능력이 없어서


영화나 드라마의 소재가 음악이면 일단 반은 눈감아준다. 아무리 형편없더라도 음악은 남기 때문이다. 실제로 노래 하나로 기억되는 경우도 꽤 된다. 야구도 마찬가지다. 음악에 비해서는 형편없이 비중이 적지만 야구를 짧게 다루기만 해도 평가를 달리한다. 허무맹랑한 <내추럴>을 보면서도 쾌감을 느꼈을 정도니까. 참고로 이 영화의 야구 장면은 최악이다. 홈런을 친 볼이 조명에 맞으며 불꽃놀이가 벌어진다. 어렸을 적 극장에서 관람하면서도 허무맹랑했던 기억이 난다.


<야구소녀>를 보았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여자가 야구를 하는 영화다. 소재 자체가 특이한 건 아니다. 여자도 야구를 하고 있으며 심지어 국제대회까지 있다. 그러나 프로야구에서 여자가 야구를 하는 사례는 단 한건도 없다.보다 역사가 긴 미국이나 일본도 마찬가지다. 이 영화는 이런 편견(?)에 맞서 싸운다. 실제로 여자가 프로에 들어가지 말라는 법은 없다. 1996년 규정이 바뀌어 가능해졌다. 그렇다면 왜? 안타깝지만 실력이 달리기 때문이다. 동일한 잣대를 기준으로 선발했을 때 남자선수의 능력을 뛰어넘는 여자는 나오지 않았다. 곧 여자라서 안되는 게 아니라 능력이 없어서다.


감독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강박적인 패미의 서사를 거부하고 그렇다고 어설픈 감동도 짜내지 않는다. 극히 사실적으로 문제를 다루고 있다. 동병상련을 앓았던 코치와의 만남을 계기로 목표에 한 발짝씩 다가가는 성장스토리로 몰아간다. 이 부분이 크게 와 닿았다. 주인공 주수인 역을 맡은 이주영은 당차면서도 섬세하게 스스로를 잘 표현하고 있다. 동시에 갈등의 축이었던 엄마 염혜인도 인생 연기를 선보인다. 다만 비시즌 기간에 촬영하여 야구 자체의 극적인 재미는 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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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 김수하씨 


No Day But TODAY


뮤지컬 <렌트>를 관람했다. 미미 역을 한 김수하씨에 반해서였다. 우연히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아웃 투 나잇을 부르는 걸 듣고 어머 이건 꼭 봐야해라는 마음이 생겼다. 가는 길이 평탄치 않았다. 오락가락하는 날씨 탓에 과연 제 시간에 도착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는데 다행히. 때가 때인지라 이런 저런 절차를 거치고 입장을 했는데, 정직하게 말해 깜짝 놀랐다. 그야말로 만원.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객석도 예전과 같았다. 게다가 내 옆에는 한 덩치하는 친구가 앉는 바람에 몇 번이나 맨 살이 부딪쳤다. 그나마 이 공연의 옥에 티는 이게 전부였다. 


푸치니의 <라보엠>을 차용한 <렌트>는 장소만 뉴욕으로 바뀐 것이 아니었다. 음악 전체에 힘이 있었고 가녀린 미미가 강인한 여전사로 변해 있었다. 원작자 조나단 라슨의 덕이 컸다. 정작 본인은 개막을 보지 못했으나 이렇게 오래오래 사랑받고 있다. 김수하에 집중하느라 다른 역은 상대적으로 띄엄띄엄 보았지만 그럼에도 엔젤 역의 김호영은 빛이 났다. 거의 준주연이라 할 만큼 대사나 노래가 많은 탓도 있었지만 무대에 등장하기만 해도 극 전체를 휘어잡는 매력이 장난 아니었다. <렌트>의 같은 역으로 데뷔를 했으니 애착이 더 크기 때문이기도 하겠다. 로저를 연기한 장지후씨도 빛이 났다. 일단 뮤지컬 배우가 키가 크다는 점이 이렇게 큰 장기인줄을 제대로 알았다. 2층 중간쯤 자리에서 보았는데도 시원시원하게 눈에 잘 들어왔다. 물론 노래도 잘하고 무엇보다 연기가 인상 깊었다. 스스로에게 화를 내기보다 슬픔이 잠겨있는 대사들이 제대로 전달되었다. 다른 배역들도 모두 칭찬받을 만하다. 일종의 앙상블 배우들은 받쳐주는 역할밖에 하지 못하는데 <렌트>는 이들에게도 일정한 지분을 줘서 각자의 개성이 잘 드러났다. 장소는 디큐브 아트센터이고 공연은 8월 23일까지 이어진다.   


사진 출처 :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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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을 표방한 <걸캅스>보다는 정치인을 연기한 <정직한 후보>가 훨씬 더 잘 어울린다.여하튼 라미란은 은근히 매력있는 배우다.


정치는 아무나 한다?


<정직한 후보>는 소름 돋는 영화다. 마치 실제 일어날 일을 예언하듯이 만들었기 때문이다. 세세한 설정은 다소 다르지만. 주상숙은 시민운동가 출신 3선 국회의원이다. 어느새 닳고 닳은 그는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번갯불과 함께 진실의 주둥이를 갖게 되는데. 


스토리는 뻔하고 연기는 과장되었지만 울림은 묵직하다. 정치는 정직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막스 베버는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 소명이 필요한 일로 학문과 정치를 들었다. 곧 단순히 명예를 얻기 위해 혹은 돈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물론 2백년도 더 된 이야기라 설득력은 떨어질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정치가들에게 늘 바램을 갖고 있다. 그들의 결정이 모두의 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영화 속 주상숙은 결국 마법이 풀리고 나서도 거짓말은 절대 하지 않는 참 정치인이 된다. 과연 제대로 된 정치가가 될 수 있을까? 속편이 더 기대된다. 만약 가능하다면.


덧붙이는 말


죽은 할머니를 이용하여 재단을 만들고 그것을 발판삼아 정치인이 된다는 스토리는 누구의 머리에서 나왔을까? 게다가 할머니가 여전히 살아있다면. 단순히 상상력의 결과물은 아닐 것이다. 어디선가 그런 일이 벌어졌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고 엮었을 것이다. 때로는 현실이 더 극적이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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