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티브이 드라마 때의 원더우먼이 좋았지만 여주인공은 여전히 매력적
올해는 영화 운이 좋지 않았다. 코로나 19 때문에 개봉작이 줄어든 탓도 있지만 눈길을 확 잡아끄는 작품이 없었다, 가 정확한 표현이다. 원더우먼 1984를 보았다. 극장 나들이 자체가 매우 두려웠음에도 불구하고. 아니나 다를까, 가는 길부터 험난했다. 건물 입구에서 발열체크를 하고 다시 엘리베이터 앞에서도 같은 절차를 거쳤다. 당연히 상영관에 들어가기 전에도. 정말 이렇게까지 해서 영화를 봐야 하나 싶었다.
오프닝을 보며 생각이 바뀌었다. 블랙 팬서에 버금가는 압도적인 시작이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박물관 박사로 등장한 다이애나는 여전히 매력적이었지만 스토리는 진부했다. 실제로 중간에 깜빡하고 잠이 들 정도였다. 다행히 간간이 등장하는 액션장면 덕분에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마지막 쿠키도 굳이 필요 없는 양념이었다.
차라리 티브이 드라마 때의 원더우먼이 좋았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지나치게 외모와 몸매를 돋보이게 하는 반 페미니즘이라 욕을 먹겠지만 스토리는 흥미진진했다. 반면 1984는 한 마디로 지루했다. 2차 세계대전 때 죽은 남자친구를 환생시켜 러브라인을 만드는 무리수를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여전사를 부각시키는 바람에 주인공 자체의 개성 또한 반감되고 있다. 게다가 여자와 여자의 대결로 치환시키는 바람에 혼돈스럽다.
여하튼 올 한해도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온통 바이러스로 물든 1년이었지만 언젠가는 좋은 기억도 떠오르겠지. 지금 당장은 마스크 꼭꼭 끼고 손 깨끗이 씻고 예방에 충실할 때다.
사진 출처 : 워너브라더스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