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못해 닥치는 대로 살아가도 무지개는 뜬다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티저 포스터

 

 

예술의 위대함은 현실의 구질구질함도 소재가 됨은 물론 때론 감동까지 주기 때문이다. 여기 죽지 목해 살아가는 모녀가 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싸구려 모텔에 장기 투숙하며 닥치는대로 하루하루를 떼운다. 하는 일이라고는 실업급여나 보조금을 받기 위해 관청을 들락거기러나 인근 친구들과 도로의 자동차 소음을 배경으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거다. 역설적이게도 이들이 거처하는 곳은 플로리다의 디즈니랜드 앞이다. 관광지라 뜨내기들이 많아 늘 어수선한 이곳을 카메라는 마치 다큐처럼 정직하게 담아낸다.

 

그러나 가난한 이들에게도 등급이 있듯이 이들 모녀는 점점 따돌림을 당하게 된다. 아이의 소중한 장남감인 아이패드도 팔고 구걸도 하고 사기도 치고 비키니 입은 사진을 인스타에 올려 푼돈을 벌어보지만 파국을 미루지는 못한다. 결국 신고가 들어가고 아이는 아동보호소로 보내질 운명에 처해지는게. 과연 엄마와 아이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아이는 탈출을 감행하고 친구와 손을 맞잡고 엎어지면 코닿을 곳이지만 한번도 가보지 못했던 디즈니랜드로 달려간다. 그리고 영화는 끝이 난다. 제작진이나 도와준 분들의 이름이 자막으로 올라갈 동안 그 어떤 음악도 없이 오로지 웅성거리는 사람소리들만 들린다. 나는 이 엔딩 장면이 너무도 마음에 들었다.

 

덧붙이는 말

 

모녀의 연기가 하드캐리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든 배우는 모텔 주인역을 맡은 윌리엄 데포였다. 젊었을 때는 개성강한 조연정도였는데 나이가 드니 훨씬 더 근사해졌다. 겉으로는 거칠지만 속으로는 다정해서 알게모르게 도와주는 모습을 잘 표현했다. 또 하나 그 나이가 되어도 청바지와 반판 라운드 티셔츠가 잘 어울릴 수 있다는 사실이 고마웠다. 내 목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여러 악재가 겹쳐 전편들에 비해 화제를 모으지 못하고 조용히 막을 내린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과연 김명민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약방의 감초처럼 써야 할 조미료를 마구 뿌려대니

 

김명민은 극적인 배우다. 완전히 바닥에 떨어져 연기를 그만두려고 한 순간 인생작품을 만나 부활했기 때문이다. 드라마 이순신은 대표적인 예이다. 조선명탐정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다소 진진했건 본인의 캐릭터를 탈바꿈시킨 영화다. 게다가 마치 셜록과 왓슨처럼 오달수와의 콤비가 돋보였다. 이둘의 연기조화는 시리즈물의 가능성을 열었다.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은 세번째 결과물이다.

 

그러나 앞으로 이 두 사람을 함께 보기는 어려울 듯 싶다. 오달수씨는 연기자로서는 사망선고를 받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 사실 여부를 떠나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은 전작들에 비해 다분히 흥미가 떨어진다. 김명민과 오달수의 개그호흡에 치중하느라 영화가 지나치게 코믹위주로 흘러갔다. 약방의 감초처럼 써야 할 조미료를 마구 뿌린 셈이라고나 할까?

 

또한 화제를 모았던 여성 출연자도 실망스럽다. 여주 역을 맡은 김지원의 연기는 내내 답답했다. 마스크 자체가 사극에 어울리지 않는 지나치게 인위적인(?) 얼굴 탓도 있지만 웅얼거리는 발성이 더 문제였다. 오리지널의 한지민이 얼머나 탁월한지 새삼 깨닫는다.

 

그나저나 오랫만에 발굴한 조선명탐정이라는 장르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새로운 콤비를 만나 4편을 제작할지 이번으로 마감할지 궁금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잔뜩 불은 몸으로 링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은 토냐 하딩의 사진을 본 순간 언젠가 분명히 그녀를 소재로 한 영화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내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최고의 피겨 선수가 나락으로 떨어져 나갔는데 어떤 제작자가 달라붙지 않겠는가?

 

오직 피겨밖에 몰랐던 토냐에게 과연 누가 돌을 던질 것인가?

 

<아이 토냐>를 보며 몇 몇 사람이 스쳐 지나갔다. 스케이팅 김보름 선수부터 피겨의 아사다 마오까지. 누구보다 빼어난 실력을 보였지만 정상에 서지 못했거나 혹은 국민 밉상으로 찍힌. 토냐 하딩은 이 둘을 겸비하고 있었다. 미국 선수 최초로 트리플 액셀을 성공하며 실력만큼은 최고라고 인정받았지만 불같은 성격과 거친 언사로 늘 주류로부터는 외면을 받아왔다.

 

반면 그녀의 라이벌 낸시 캘리건은 누구나 좋아할만한 매력적인 요소를 다 갖추고 있었다. 예쁜 얼굴과 우아한 매너.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았지만 그렇다고 낸시의 무릎을 박살내버리리라고는 누구도 예견하지 못했다. 그것도 토냐 남편의 사주로.

 

결과적으로 둘은 올림픽에 출전하고 낸시는 은메달을 획득했지만 토냐는 8위에 그쳤다. 이후 토냐는 피계계에서 영구제명되고 그렇게 서서히 잊혀져가는줄 알았는데 어느날 뜻밖에 권투선수로 등장하여 또다시 국민악녀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말았다.

 

영화는 다큐 형식을 취하면서도 무겁지 않은 블랙 코미디로 이끌어간다. 마냥 토냐를 응원하거나 그렇다고 낸시를 의심하지 않고 담담히 하딩의 내면과 외부에서 일어나는 일을 사실적으로 쫓아가고 있다. 오직 피계밖에 몰랐던 토냐에게 과연 누가 돌을 던질 것인가?라는 화두를 남긴채.  

 

온 나라를 떠들석하게 했던 평창 동계올림픽도 어느덧 가물가물한 기억이 되고 말았다. 한국팀이 몇개의 금메달을 땄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러나 팀추월을 둘러싼 장면은 각인처럼 남아 있다. 과연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선수들 사이에는 어떤 감정들이 오고갔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이야기의 소재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덧붙이는 말

 

<아이 토냐>를 보며 새삼 영화, 더 넓게는 문화분야에는 승자와 패자의 구분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예술은 승리자가 아니라 패배자나 소외자에 조명을 맞추기 마련이다. 토냐 하딩도 그렇다. 이름 자체가 혐오감과 동일시된 그녀가 이렇게나마 부활(?)할 수 있는건 문화의 힘 덕이다. 예술은 도덕적 잣대에는 관심이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미로찾기의 끝이 어설픈 해피엔딩이라니

 

 

<메이즈 러너>가 처음 소설과 영화로 나왔을 때 깜짝 놀랐다. 아무리 빼어난 작품이라도 글과 영상은 불일치하기 마련인데 예외였기 때문이다. 곧 소설에서 받은 생생한 감동이 영화에서도 고스란히 옮겨졌다. 눈을 떠보니 낯선 공간이었고 다짜고짜 죽지 않기위해 뛰어다녀야 한다는 설정자체가 빼어났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15소년 표류기>나 <파리 대왕>의 현대판 버전이라고 할까? 그러나 2편과 3편으로 이어지면서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다보니 오리지널의 생동감은 사라지고 말았다. <메이즈 러너 데스 큐어>는 그 화려한(화면만 요란한) 종지부를 찍었다.

 

어설픈 해피엔딩도 거슬렸지만 배우들의 연기가 퇴보한 듯한 느낌이 들어 더욱 안타까웠다. 특히 민호 역을 맡은 이기홍은 전편에서 보여주었던 책임감있고 베짱 두둑한 이미지는 온데간에없이 사라지고 감정 기복 심한 애매한 캐릭터가 되고 말았다. 반면 브렌다 역의 로사는 선과 악을 오고가는 매력적인 연기를 선보여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타노스를 공동의 적으로 내세운 것은 신의 한수였다. 자칫 산만할 수 있는 영화의 중심을 제대로 잡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나친 비장미는 가벼운 오락팬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고 있다.  

 

 

서사극의 주인공이 되려는 마블 히어로즈들

 

<어벤저스 인피니트 워> 열풍이 거세다. 개봉한 지 11일만에 7백만 명을 돌파했다. 천만 명 동원은 이미 당연한 예상이 되었고 조심스레 2천만까지 점치는 이들도 있다. 마블 히어로즈들이 떼거지로 나온다는 점과 5월 황금연휴가 겹쳤고 게다가 독점 논란이 일어날 정도로 개봉관에서 물량공세를 하니 당해낼 재간이 없다. 이런 현상에 혀를 차며 삐딱하게 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인기가 있는데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나, 과감하게 동참대열에 합류했다.

 

뜻밖의 변수로 안경없이 또 늘 애용하는 메가박스 코엑스가 아닌 판교 씨지브이에서 보았다. 어린이날이라 당연히 객석은 꽉 찼고 다들 기대에 가득차 스크린으로 빨려 들어갈 준비를 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마블 종합편을 표방했지만 사실은 타노스와 자모라가 영화를 이끌었다. 이러한 설정은 제작진의 영리한 판단이었다. 자칫 소문난 잔치에 먹을게 없을 수 있었던 영웅열전이 아니라 히어로즈들도 꺾기 어려운 강력한 적이라는 대결구도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더불어 타노스가 그저 악인의 상징이 아니라 내면의 갈등이 크다는 점을 의붓딸을 통해 부각시켜 극의 집중도를 높이고 있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영웅들의 캐릭터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음에도 지나친 비장미로 영화의 톤을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그나마 가디언 갤럭시 팀이 특유의 유머를 간간이 구사하지만 비극으로 치닫는 드라마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또한 생각할 거리를 너무 많이 만듦으로써, 인류 절반이 명망한다, 앞으로 어벤저스를 그저 심심풀이 땅콩 쯤으로 보려는 사람들에게는 큰 부담을 안겨주었다. 물론 마블스튜디오는 잡싸게 개별 히어로들을 활용하여 즐거운 스토리를 제공하겠지만, 예를 들어 데드풀 2가 그렇다, 이미 슬픔의 바다에 빠진 관객들의 마음이 쉽게 돌아서기는 어려울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