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관 모양의 고급 버터빵, 에쉬레 크라운 


태어나서 처음으로 맛 본 


건강검진을 했다. 일반 직장에 다니지 않는 터라 주기적이지는 않다. 이번에는 약 3년 만이다. 사실 코로나 19로 주저했다. 아무래도 병원에 가는 게. 그러나 검진을 받은 지도 오래되었고 치과치료도 하고 있는 터라 더 이상 주저하기는 어려웠다. 이왕 하는 거 제대로라는 마음이 있어 삼성종합병원에 갔다. 참고로 이전 검사도 이곳에 했다. 


평일에 갔는데도 병원은 말 그대로 바글바글했다.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다. 이렇게 아픈 분들이 많은가라는 생각에 왠지 울적했다. 저 대열 속에 나도 언젠가 동참(?)할 것 같다는 마음에. 아무튼 검사를 마쳤다. 당초 위내시경도 할 계획이었지만 아무래도 인프란트 치료중이라 취소했다. 특히 앞니가 의치라 수면으로 하든 비수면 으로 하든 무의식적으로 이빨이 손상당할 여지가 컸다.


이제 남은 건 이주 후 결과를 기다리는 것뿐. 병원이란 곳은 최대한 멀리하는 게 좋다는 판단에 서둘러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다 순간 쿠폰이 떠올랐다. 검사 전 사은품으로 준 만 오천 원짜리. 사용 장소는 병원으로 한정되어 있다. 처음엔 식사라도 하려고 했으나 조금이라도 빨리 벗어나고픈 생각에 빵집에 들러 대충 가격에 맞춰 사들고 나왔다. 


저녁 무렵 빵이 생각나 별 기대없이 한 입 베어 물었는데. 세상에나, 태어나서 이렇게 맛있는 빵은 처음 먹었다. 입에 넣자마자 풍부한 크림향이 온 입안에 퍼지고 이빨을 대자마자 쫄깃함이 심장까지 전해져온다. 이런 오글거리는 멘트는 난생 처음이지만 말 한마디 보태지 않고 진실 그 자체다. 황망함에 이름도 몰라 헤매다, 영수증을 잊고 다시 받았다고 또 어딘가에 버렸다, 겨우 인터넷에서 에쉬레 크라운이라는 걸 알았다. 함께 산 버터롤도 못지않게 맛있다. 시간이 좀 흘렀는데도 부드러움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다. 이 두 빵의 비결은 바로 에쉬레. 물론 밀가루 반죽도 좋았겠지만, 프리미엄 버터라고 하는데 이 두 재료가 풍부하게 가미되어 있다. 일명 에쉬레 시리즈라 불린다고 한다. 참고로 따로 산 단팥빵과 곰보빵은 그저그랬다. 


사진 출처 : 여의도역 카페 / 아티제 신제품 에쉬레 시리즈.. : 네이버블로그 (naver.com)


* 이 글은 해당 업체를 포함한 어떠한 단체나 기관의 후원 없이 썼습니다. 직접 사서 먹어보고 정보차원에서 올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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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대우하는 느낌이 물씬나는 전시대


그깟 식빵?


식빵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일본의 펠리컨이라는 제과점을 다루었다. 오로지 식빵과 롤빵만 판다. 무슨 자신감이 있어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장사는 잘된다. 그만큼 맛이 있다는 소리다. 이 집 빵을 먹어본 적은 없지만 왠지 제대로 된 식빵이 먹고 싶어졌다. 매일 아침 내 식사는 토스트다. 곧 주재료는 식빵이다. 딱히 고집하는 제품은 없다. 흔한 체인점에서 파는 것들이다. 그렇다고 만족하는 건 아니다. 정직하게 말해 맛있다고 느낀 적은 없다. 한 때 심각하게 식빵제조기를 살 생각까지 한 적이 있을 정도다.


압구정 식부관에 갔다. 이른바 식빵 전문 베이커리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영화에서처럼 식빵을 책장의 책처럼 전시하고 있다. 왠지 더 고급스럽게 보이는데 문제는 가격이다. 가장 기본적인 플레인 절반을 샀는데 4천원이다. 딱 여섯조각이니 개당 6백 원꼴이다. 게다가 크기도 작다. 참고로 온전한 한 개는 7천 원이다. 확실히 비싸다. 


과연 그 값을 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먹어볼 만하다. 확실히 쫄깃하고 자체로도 맛이 좋다. 토스트에 넣거나 프라이팬에 살짝 구워 다른 재료를 넣어 먹어도 식감이 그대로 살아 있다. 그러나 계속 사먹게 될지는 의문이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왠지 사치스러운 느낌이 들어서다. 식빵은 말 그대로 가장 간단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기본빵 아닌가? 곧 주식으로 먹는 쌀을 너무 호화롭게 만드는 게 과연 타당한 것일까? 괜한 소리일지는 모르겠지만.


사진 출처 : 압구정로데오/ 식부관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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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듯한 새 건물로 이사한 선지해장국의 원조. 옛 정취가 사라져 아쉽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어정쩡한 르메이에르 때보다는 훨씬 좋고 쾌적하다. 


국물 많이, 선지 많이


아이들의 입맛은 부모를 따르게 마련이다. 매주까지는 아니지만 일요일 오전 우리 가족은 종종 해장국을 먹으러 갔다. 대체 왜 그런 음식을? 아버지를 제외하면 아무도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 그렇다고 따지고 자시고 할 수는 없었다. 사주는 사람 마음이니까. 그렇게 찾은 식당이 청진옥이다. 맨 처음 간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린 내 눈에는 그저 허름하고 나이 많은 사람들만 있는 곳이었다. 맛은? 아주 맛있었다는 기억은 없지만 그렇다고 거부감은 없었다. 사실은 밥을 먹고 길 건너편에 있는 도투루에서 파는 코코아가 더 맛있었지만. 조금 나이가 들어서는 커피로 갈아탔다. 지금은 아버님도 안 계시고 청진옥도 철거되어 이사를 가고 또다시 인근으로 옮겼다. 나 또한 이런저런 이유로 발걸음이 뜸해졌다. 


어머님을 모시고 다녀왔다. 현재 장소로 이전하고는 처음이다. 과거 르메이에르 빌딩에 있을 때 가본 게 마지막이니 근 5년이 넘었다. 건물은 낯설었지만 맛은 여전했다. 늘 주문할 때 국물 많이 선지 많이를 요구하는데 어김없이 잘 들어주셨다. 다만 국물이 조금 더 맑아지고 군내도 거의 나지 않았다. 예전에는 살짝 탁하고 고기냄새가 배어 있곤 했는데 살짝 그리우면서 아쉬움이 느껴졌다. 가격은 한 그릇에 만원, 특은 만 이천 원, 모둠수육은 삼만 오천 원이다. 아주 싸다고 할 수는 없지만 양이나 맛을 고려하면 비싼 편은 아니다.


사진 출처 : [서울 맛집] 청진옥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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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산 리코타 치즈를 살까 고민하다 굳이 그럴 필요 있나 싶어 구매한 상하치즈


세상은 확실히 좋아졌다. 옛날이 좋았어라며 넋두리를 늘어놓은 이들이 들으면 뭐라 하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예를 들어보자. 내가 어렸을 때 치즈하면 노란색 얇은 것밖에 없었다. 물론 아주 잘 사는 사람들은 어찌어찌 다른 걸 구해 먹었겠지만. 지금은 동네 마트만 가도 각양각색의 치즈를 만날 수 있다. 그중에는 리코타도 있다. 처음엔 이런 밍밍한 치즈를 어떻게 먹을까 싶었는데 자꾸 접하다보니 내 취향에 딱이다. 일단 맛이 강하지 않으면서도 먹다보면 고소하다. 그러나 진짜 별미는 토마토와 함께 먹을 때다. 구체적으로 살짝 구운 토스트에 양상추와 반쪽으로 자른 방울토마토, 그리고 여기에 리코타 치즈를 듬뿍 얹어 먹으면 인생이 꽤 살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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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가 무럭무럭 자라날 자양분


내가 사는 아파트먼트 계단을 비추는 등이 꺼져 있다. 우리 층만 그런 줄 알았는데 확인해보니 전 층이 다 그렇다. 다행히 엘리베이터가 오고가는 천장에는 전등이 있어 아예 깜깜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불편한 건 사실이다. 다음날도 여전했다. 참고로 내가 사는 곳은 복도 형으로 한 층에 네 세대씩 15층이니 60가구가 산다. 한 가구당 최소 두 명씩만 거주한다고 해도 120명이다. 그 중에 단 한명도 관리실에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 중에는 나도 포함된다. 


총대를 메었다. 마침 주말이라 관리실은 휴무다. 전화는 자동으로 기관실로 연결되었는데 그럴 리가 없다면서 바로 조치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셋째날도 변화가 없었다. 화가 났다. 내가 이렇게까지 모두를 위해 수고를 했는데. 또다시 전화를 걸었다. 일요일 저녁이었다. 당연히 조치를 취했다고 한다. 경비 아저씨분도 고쳤다고. 문제는 경비분이 비번이었다. 곧 경비절감을 이유로 하루씩 교대로 근무하는 바람에 인수인계가 제대로 이루오지지 않을 때가 있다. 결국 기관실에서 직접 나와 전등을 켰다. 누가 시킨 일도 아니지만 뿌듯함보다는 지쳤다가 솔직한 소감이다.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 그냥 넘어가는 일이 어디 아파트먼트 계단 등뿐이겠는가? 가만히 있는 사람들의 마음도 이해는 간다. 직접 피해를 끼치지 않는 이상 쓸데없이 간섭해봤자 손해니까. 그러나 법은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하지 않듯이 합리적 무시는 궁극적으로 공동체에 큰 피해를 준다. 더욱이 부패가 무럭무럭 자라날 자양분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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