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은 다른 장소를 살아간다 - 장소 페미니즘프레임 1
류은숙 지음 / 낮은산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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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절절 공감이 되는 내용의 이야기들이다. 부엌에서, 교실에서, 화장실에서, 광장에서, 장례식장에서, 헬스장에서, 회의장에서 여성들이 겪는 수모와 불편함이 왜 정치의 의제가 되지 않는가. 

류은숙님의 아무튼 피트니스를 읽으면서 이 분의 다른 책도 꼭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한 차에 도서관에서 발견하고 바로 빌렸다. 이 분이 열어주신 논의를 시작으로 모든 여성들이 자신이 존재하는 모든 공간에서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고 있는지 말하는 장이 열렸으면 좋겠다.

말하는 것의 중요성을 일찍이 알고 모든 사회를 회의장으로 만들어 온 것이 여성운동의 역사이다. 여성참정권 운동가 중에 노동 계급 출신이었던 모자 제조공 해나 미첼이 있다. 미첼은 노동운동에서 시작해 여성참정권 운동에 이르게 됐는데, 그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투표권을 가지고 있지 못하면, 겨우겨우 먹고살기 위해서 할 수밖에 없는 힘들고 고된 일을 하는 삶이 어떤 것인지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다." 미첼에게 투표권은 ‘말할 권리‘이고. 경제 부정의도 성적 불평등도 말에서 시작된다는 걸 뜻한다. - P199

투표권에 머물지 않고 계속 말해 온 여성이 원하는 것은 의사 결정 권력이다. 단순히 배분의 몫을 늘려 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는 게 아니라, 배분 자체를 결정하는 권력을 원한다는 것이다. 성차를 차별로 해석해온 틀을 바꾸는 힘, 여성을 의사 결정 과정에서 배제하고 여성의 중요한 문제들을 비정치적인 영역으로 다뤄 온 가치와 규범에 개입할 힘을 원한다. 회의장은 그 힘을 드러내고 행사하는 장이다. -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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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한국, 남자 - 귀남이부터 군무새까지 그 곤란함의 사회사
최태섭 지음 / 은행나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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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페이란 말을 널리 쓰이는 단어로 만들고 다양한 한국 사회의 문제를 조망해온 사회학자가 한국 남자들의 남성성을 날카롭게 해부한다. 한국 남자들이 왜 이렇게 된걸까? 언제부터 이모양 이지경이었나? 아니 옛날에는 더 심했나? 

처음에 한남이란 조어를 처음 들었을때, '뭐지? 한남동에서 무슨일이 일어났나? 또 돈 있는 놈들이 한건했나?' 이런 생각이 먼저 들었는데, 한국 남자의 줄임말이라니... 포복절도했다. 한국에서 태어난 모든 남자를 싸그리 싸 잡아서 하는 말이라 분명 기분 나쁜 사람도 있을터인데, 웃기는건, 기분 나빠 하는 인간들이 제일, 한국 남자 중 "한남"이라 불려도 손색없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니들이 더이상 실추될 명예도 없는 한국 남자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있는거라고... 알겠니? 

자신이 이 사회에서 어떤 포지션에 서 있는지, 그걸로 상대적으로 더 대접받고 누리고 있는 점이 뭔지 성찰하기 시작하는게, 한남을 탈출하는 첫 스텝이 아닐까. 그러니까 우선 이 책을 읽어 봐야 한다. 책의 내용을 숙지한 후가 모든 논의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그런데 한국 청년 남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놀이 문화들은 여성 혐오를 하나의 주요한 정서로서 공유하고 있다. 그 이유는 앞서 설명한 대로, 실제로 그 영역에 여성이 많지 않다는 점, 그리고 그러한 동성성을 유지하는 것이 그들에게 중요한 원리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 그 이유는 그 안에서 여성이란 성적 대상이자 비난할 수 있는 타자로서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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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언캐니 밸리 - 실리콘 밸리, 그 기이한 세계 속으로
애나 위너 지음, 송예슬 옮김 / 카라칼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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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쓴 작가는 원래 미국 동부에 있는 출판사에서 일하다가 전망이 더 좋아보이는 서부 테크 회사로 이직을 한다. 5-6년전 정도 일하면서 월급은 착실히 올랐고, 출판사보다 수입은 배로 더 받는다. 일을 하면서 코딩을 배울까도 생각했지만 그렇게하진 않았다고 한다. 퇴직하고 자신의 경험담을 쓴 책인데, 이제부터 코딩을 배우고 테크 기업에 취업해 볼까 생각하는 나는 이 책을 예방주사를 맞는 느낌으로 읽었다. 

나도 코딩이나 프로그래밍을 정말 배우고 싶은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하지만 뭔가 기술을 익혀두는게 취업에 유리할것 같고, 또 어딜가나 IT 산업은 전망이 밝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니 혹해서 한번 배워보려고 한다. 이 분이 5년에 걸쳐 느낀 점을 나는 5개월도 안되서 때려칠수도 있겠지만.... 

실리콘 밸리 문화에 대해서 어느정도 감을 잡을 수 있고, 세상이 얼마나 웃기고 한심하게 돌아가는지도 여기서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악성 네티즌들이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인종차별과 여성 혐오와 시대착오적 수사를 버무린 말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팽배한 능력주의와 구심점 없는 업무 방식의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오픈소스 커뮤니티의 문제점은 역사적으로 그것이 보이 클럽이라는 사실이었다.

오픈소스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여성의 비율은 전체의 5퍼센트가 채 못 되었다. 여성을 배제하는 언어가 그 커뮤니티를 지배했다.

인터넷은 집단 성토장이자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려는 사람들의 배출구가 되었다.

실리콘 밸리에는 자신의 욕망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실현할 줄 아는 사람들이 뿜어내는 에너지라는 게 있었다. 그 안에 있으면 무한한 낙관에 사로잡혔다.

남자들은 남자들에게 다르게 반응했다. 남자 이름은 실제의 나보다 더 큰 권위를 행사했다.

패트릭과 그의 친구들처럼 살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이 선택한 삶은 분명 흥미로웠다. 나는 그들의 몰입과 헌신, 스스로 뭘 원하는지 정확히 아는 분별력, 그리고 그것을 소리 내어 말할 줄 아는 당당함이 부러었다. 나는 그런 것들을 늘 부러워했다.

다만 나는 그 남자들과 달리 원하는 것을 똑 부러지게 말하는 법을 배우진 못했다. 따라서 자신에게, 그리고 온 세상을 향해 스스로가 잘났다고 떠벌리는 그 남자들에게 묻어가는 것을 안전하다고 느꼈던 것이다. 그것이 내 안의 불확실성과 소외감과 불안정함을 잠재울 방법이었다.

테크 산업의 대부분은 진보와 무관했다. 그냥 비즈니스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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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문화란 무엇인가
테리 이글턴 지음, 이강선 옮김 / 문예출판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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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문화란 뭘까? 비빔밥 먹는거? 여아를 살해해서 남녀 출생 비율이 차이가 나는거? 한복을 입는거? 첫경험은 사창가에 가서 돈주고 해야하는거? 이런 문화가 다 짬뽕되어서 한국 문화가 한류로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이 너무 신기했다. 그래서 문화가 뭔지 좀 더 잘 알고 싶어서 읽기 시작했다. 

내용은 쉽지 않은데 번역이 잘 되었는지 잘 읽힌다. 문화의 기원, 문화라는 정확한 뜻, 문화 대 문명, 대중 문화, 문화와 정치, 문화와 종교, 문화와 예술, 문화와 언어... 무엇하나 쉽지 않다. 그럼에도 이 책을 시작으로 문화에 대한 연구를 더 잘 해볼 수 있을것 같다. 한국 문화가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는다고 눈꼴시려워하며 한국 깎아내리기에 여념이 없는 일본 연예계의 뻘짓을 보면서 더욱 문화란 뭔지 잘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은 "우리 일본 문화가 이렇게 훌륭한데 왜 알아주지 않는가. 무엇인 문제인가. 우리가 한국보다 못한게 무엇인가" 이런 논의만 해대는데, 애초에 문화의 우열을 가릴 수 있는건지, 그리고 누구에게 인정을 받아야 문화가 훌륭한건지, 훌륭하면 됐지 왜 서양의 인정을 그렇게 갈구해야만 하는지 다양한 갈래의 질문을 할 수 있고, 이 질문에 대해 속시원한 답을 찾아보고 싶다.

대개 문화는 ‘무엇을 하는가‘보다 ‘어떻게 하는가‘와 더 관련이 있다.

집합적 정체성의 형식은 대부분 타인을 배제하면서 이루어지며, 때로는 필연적으로 그렇게 해야만 한다.

산업자본주의 사회는 미술관, 대학, 출판사와 같은 제도를 창조할 부를 만들어내는데, 이 제도들은 그 사회가 스스로의 탐욕과 속물성을 비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기독교의 창조론은 세계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에 대한 것이 아니라 세계의 창조에 아무런 목표가 없다는 사실에 관한 것이다.

일단 다양성은 위계와 완벽하게 공존한다.

만일 고통으로 인해 파르테논 신전이 세워지고 자신과 같은 천재가 만들어진다면 그런 고통은 전적으로 수용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니체는 이렇게 외쳤다. "모든 ‘좋은 것‘의 뿌리에는 얼마나 많은 피와 잔인함이 박혀 있는가!"

단지 자신의 심리를 영리하게 대함으로써 신경증을 치료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농장주로서 당신은 소작농들의 필요에 섬세하게 대처하면서 스스로 양심적인 농장주로 여길 수 있으나, 이것은 대개 당신의 특권적 지위를 합리화하는 방식이다.

문화가 항상 권력의 매개체는 아니다. 그것은 또한 권력에 대한 저항의 방식일 수 있다. 뒤이어 철학자 에드먼드 버크가 문화를 적용해 정치 영역에서 실제로 권력에 저항하는 방식을 살펴보겠지만, 이 명제는 예술적이고 지성적인 문화에도 적용할 수 있다. 예컨대 문학 정전이 정치적 무지몽매함의 보루라는 주장은 말할 나위 없이 우스꽝스럽다. 사실은 수많은 고급 문학 혹은 소수자 문학이 대부분의 대중문학보다 훨씬 더 정치적으로 전복적이다.

그가 보기에 권력은 허구와 가장으로 작용하는데 곧 예식으로 자신을 숨기면서 엄격함을 부드럽게 만든다. 권력은 의무를 우리의 마음 위에 기입함으로써 우리의 헌신을 얻어낸다.

권력의 기초는 망각이다. 원초적 범죄를 숭배받는 적법성으로 전환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시간이다.

모든 권력은 어느 정도는 협잡꾼처럼 기만한다. 통치자들은 자신의 권위가 자의적이고 근거 없음을 알고 있으나, 그들의 신민들은 다르게 생각하도록 만들려 한다. 이 과정에서 문화나 미학 - 존중되는 관습, 귀족층의 화려한 매력, 왕권의 성스러운 분위기, 의회의 위용-은 핵심일 정도로 중요하다.

대중이 필요로 하는 것은 진실이 아니라 행복감과 위안으로, 오직 상징과 의례를 효과적으로 잘 사용하는 사회만이 이를 제공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번영하기 위해서 국가는 자신을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변모시켜야 하는 것이다.

헤르더는 "남자나 국가가 여성을 대하는 태도보다 그들의 진정한 인격을 보여주는 사실은 없다"고 말하면서 여성의 해방을 용감하게 외친다.

영국은 아일랜드인의 수사학적 능란함에서 이익을 얻어내는 나라였다. 단어에는 돈이 들지 않고, 위트와 판타지와 언어적 풍부함은 아일랜드 작가들이 자신들의 황량한 식민지적 존재성을 딛고 행사할 수 있었던 유리한 칼날이었다.

토착 언어가 거의 파괴되었던 식민지에서 온 이들은 모국어를 그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이들에 비해 더욱 날카로운 언어적 감수성을 가지기 쉽다. 그들이 써내려가던 언어가 정확히 그들 자신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들은 언어 안에서 안정적으로 살아가는 이들보다 더 촘촘한 자의식 - 모더니즘의 실험적 글쓰기에 적합할 수 있었던 자의식-을 가지고 그 언어에 접근하는 경향을 보였다.

빈곤과 고통으로 인해 무감각해져 있는 한, 대중은 문화에 대해 적절한 반응을 보일 수가 없고, 그런 대중의 서투른 평가에 타협하려 할 때 예술은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

D.H.로런스는 "인간의 모든 에너지를 그저 구매를 위한 경쟁에 쓰도록 강요하는 비천한 힘"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다.

현재에 대한 대안 가능성을 그려볼 수 있게 만드는 것은 상상력이고, 이 상상력은 미학적 힘일 뿐 아니라 정치적 힘이 될 수 있는 역량이다.

이성은 피도 눈물도 없는 합리성의 도구적 양식으로 축소되어 자신의 이득을 계산하는 일 이상은 하지 못하게 되었다.

불만족은 우리의 본성이며, 이 불만족을 다루는 과학의 이름이 정신분석이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종족적, 종교적, 민족적 정체성이라는 의미에서의 문화 때문에 학살을 자행하거나 순교를 당할 준비가 되어 있다. 언어, 믿음, 친족관계, 상징, 유산, 조국은 오늘날 갈등을 치명적으로 만드는 잠재적 원천이다.

정치는 적대를 만들어내는 그런 주제들에 대해 즉각적인 해결책을 주지 않지만, 문화는 우리에게 정신적인 해결책을 제공해줄 것이다. 따라서 문화는 종교가 하는 것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데, 바로 이것이 문화가 그처럼 자주 종교적 믿음의 세속적 판본이 되려고 했던 하나의 이유다.

그러니까 다른 문화와 조우할 때, 우리는 타인들을 한 가족으로 인식하면서 자신의 행위를 새로운 눈으로 응시하게 되고, 그럼으로써 자신 안에 있는 어떤 뿌리 깊은 타자성과 대면하는 상황에 맞닥뜨린다. 레비스트로스가 <구조인류학>에서 말하듯, 우리는 "타인 중의 타인으로"자신을 바라보아야 한다.

대부분의 문화는 더 이상 근대적 공장제 생산에 대한 비판을 하지 않았고, 오히려 매우 수익이 높은 공장제 생산의 한 영역이 되었다.

대중문화는 전면에 부상했으나, 대부분은 대중이 생산해내는 게 아니라 대중이 소비하는 문화였다.

우선, 대중문화는 그 영향력을 사회의 거의 모든 분야로 확장했다. 그다음 대중문화는 사회적 존재의 나머지 영역들과 통합하기 시작했고, 그리하여 문화와 사회 간의 구별은 점점 불확실해져갔다. 정치는 갈수록 이미지, 아이콘, 스타일, 스펙터클의 문제가 되었다. 교역과 생산은 포장, 디자인, 브랜드, 광고, 홍보에 더욱더 의존했다. 개인들 사이의 관계는 기술적 텍스트와 이미지에 의해 중재되었다. 포스트모더니즘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인문적 비판의 핵심부로서 수세기에 걸친 전통을 가진 대학은 현재 야만적일 만큼 속물적인 관리 이데올로기의 지배 아래 놓인 사이비 자본주의 기업으로 전환되면서 사라지는 중이다. 한때 비판적 성찰이 무대였던 학술기관들은 마권 판매소와 패스트푸드점과 더불어 시장 기관으로 점점 축소되고 있다.

초국가적 자본주의는 세계시민을 만들어내기보다는 수많은 세계시민 주체들 사이에 편협성과 불안정을 야기하여 그들을 자신의 영향 아래 두는 경향이 있다. 이 불안정으로 인해 세계인들은 세계주의 카페가 아니라 인종주의와 국수주의로 향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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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어떻게 일할 것인가
아툴 가완디 지음, 곽미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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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살면서 병원에 간다. 그리고 거기서 의사 선생님과 대면하기 전에 긴장도 하고, 진료 방식에 실망을 하기도 하고 뭔가 제대로 진단 받지 못한것 같아 찜찜하기도 하고 개중에는 의료 사고도 일어난다. 의사의 입장에서 본 지금의 의료 현장은 어떤 것일까. '우리가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는데. 이 정도 돈도 못 받냐' 이런 억울함 가득한 정서의 책이 전혀 아니었기 때문에 이 책이 이렇게 인기가 있는 것 같다. 사형 집행을 하는 곳에 사망 선고를 위해 나가는 의사의 윤리 의식, 의사의 적정한 보수는 얼마인가, 의료 보험 체계 문제, 인도의 열악한 의료 환경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의사들을 보며 느끼는 점 등, 우리가 한 번 곰곰이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들을 두루 다루고 있고, 각 입장을 잘 다루면서도 작가 본인이 심판자 노릇을 하는게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명확히 밝힌다. 

근데 왜 제목을 저렇게 번역한걸까? 마치 자기개발서인 것처럼 보이는데, 그걸 오히려 노린걸까. 

에티켓에서 경제학, 분노에서 윤리학에 이르는 모든 것이 겉으로는 그저 일상적으로 보이는 진료 예약에까지 파고들고 있다. 의사와 환자의 유대는 약속과 신뢰, 그리고 희망으로 이루어진 지극히 사적인 관계다. 바로 이 점이 좋은 의사가 된다는 게 비단 의료 행위와 통계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 준다.

어느 정도는 우리의 소임이 ‘언제나 싸우는 것‘이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싸움은 더 많은 일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환자의 편에서 옳은 일을 하기 위해서여야 한다. 비록 무엇이 옳은 길인지 늘 명확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방대한 지식과 전문적 기술을 지닌 의사라도 결과가 그저 그럴 수 있다. 정작 중요한 것은 적극성과 성실함, 새로운 사고와 같은, 어찌 보면 모호한 요소일지 모른다.

기계를 들여놓는 것이 치료인가? 특정한 각 문제에 맞는 일상적이고 평범한 세부 사항을 알아내는 것이 치료다.

유효한 해법을 찾는 일은 어쩔 수 없이 느리고 어려운 과정이다. 그렇지만 나는 더 나아질 수 있음을 직접 보았다. 천재성은 필요 없다. 필요한 것은 성실함이다. 도덕적 투명성이다. 새로운 사고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꺼이 시도해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더없이 분노에 찬 외침이라 할지라도 글 쓰는 사람은 어느 정도 생각을 하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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