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그레타 툰베리의 금요일 - 지구를 살리는 어느 가족 이야기
그레타 툰베리 외 지음, 고영아 옮김 / 책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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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그레타 툰베리 영화를 보고 왔다. 이 책은 작년에 읽었는데, 읽고서 매우 감명을 받았고, 영화를 보고 난후 어제 한번 더 읽었다. 엄마와 아빠가 딸이 아픈 이유를 (우울증, 거식증) 찾아내려고 사방팔방 돌아다니고, 그레타가 아픈 일에만 집중하다가 여동생도 정신병의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는 중 엄마와 아빠의 삶도 더 힘들어졌다. 이렇게 연쇄적으로 어려움이 닥쳐오는 가운데에서도, 아픈 딸들을 돌보며 기후 위기에 관한 공부를 계속 해 나간다. 


책에는 기후 위기에 관한 정보가 꽤 나온다. 예를 들면 "기술이 발전하면 분명 기후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겁니다, 위기 위기 거리면서 사람들에게 공포심을 조장하면 안됩니다, 희망을 줘야합니다, 스웨덴보다 더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곳이 책임을 져야죠" 등등 기후 위기의 "위기"라는 단어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기후 위기 반대파보다 더 악질일 수도 있다. 대다수 사람들에게 듣기 좋은 말, 당신들은 잘 하고 있다는 말을 해주면서 그냥 안심하게 하고 아무것도 안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신이 정말 "위기"에 닥쳤다면 무엇이든 하지 않겠는가? 급진적으로 바뀌려고 하지 않겠는가? 이것이 이 글을 쓴 저자, 그레타 툰베리의 엄마 주장의 핵심이다.


그레타의 엄마가 오페라 가수로 매우 유명하고,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서 우승까지한 인기인이란 것은 전혀 몰랐다. 아버지는 배우였지만 아내의 커리어를 지원하고 아이를 돌보기 위해 좋은 오퍼가 왔음에도 배우 일을 그만두었다. 그레타의 엄마는 풍족하고 부족할 것 없는 이상적인 가정이었다고 회상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레타가 학교에서 기후위기에 대해 배우고 나서 그 일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였고, 오히려 주변사람들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지 않은 모습에 충격을 받는다. 학교에서는 친구들에게 심한 왕따를 당했고 우울증을 앓게 된다. 스웨덴 학교에서는 "그레타가 인사도 잘 안하고, 오히려 왕따를 당할만 해서 당했다"라는 식의 답변을 하여 그레타 엄마를 빡돌게 했지만, 학교의 책임을 묻는 재판에서 아주 좋은 증거로 쓰여 학교의 잘못을 입증할 수 있었다. 


우울증, 섭식 장애, ADHD, 아스퍼거 증후군 등을 세 모녀가 앓고 있다. 이렇게 자신들의 정신병을 공표하는건 쉽지 않은 일이었으나 (그레타 엄마는 45세 때 ADHD 진단을 받았다) 그나마 자신들은 좋은 환경에서 치료를 받을수 있었다는 걸 인정하며, 치료에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한 문제제기도 하고 있다. 그리고 정신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차별과 편견으로 인해 그들이 사회에서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며 어딘가 우리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괴로워하고 있다고 이야기 한다.


제목이 그레타 툰베리의 금요일이므로 기후 위기 문제만 나올 줄 알았는데, 오히려 여성의 정신 건강에 대한 이야기, 치료법과 사회 인프라의 구축 등에 관한 이야기가 반을 차지한다. 그레타 툰베리의 엄마가 정신병원과를 쫓아다니며 겪었던 절망적인 상황도 함께 나온다. 16살의 여자 아이가 3주간 학교 파업을 하고, 유엔에 가서 연설하기까지 어떤 힘든 여정을 거쳤는지 잘 알 수 있었고, 이 책에서는 분명하게 대답하고 있지 않지만, 결국 시스템을 바꾸는 일이라면 자본주의 사회를 끝내려는 시도여야 하지 않나 생각해 보게 되었다. 다음번 책은 사이토 고헤이의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 - 기후 위기 시대의 자본론 "을 읽어보려고 한다.


그동안 감수성이 아주 풍부하고 성취욕이 강한 여자애들이 망가지는 걸 많이 봤어요. 이제부터는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지 않으려고요. 더는 참을 수 없어요.

학교 시스템은 모든 학생에게 똑같은 방식으로 행동하기를 요구하고, 교사들은 기진맥진한 상태로 있을 뿐이다

그레타 말로는 학교 교정에서 얻어맞기도 하고, 구석진 곳으로 끌려간 적도 있다고 했다. 그레타는 아이들에게 철저하게 왕따를 당한 경험을, 화장실에서 숨어서 울었던 경험을 털어놓았다.

접시에 놓인 기름진 고깃덩어리는 그레타에게 더 이상 음식이 아니었다. 감정을 느끼고 의식과 영혼을 가진 어느 생명체의 짓이겨진 근육이었다. 그레타의 망막에 쓰레기 섬이 깊이 새겨져 있었다.

우리에게는 아주 쉬운 방정식, 즉 일상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해 주는 입장권 같은 방정식이 그레타에게는 아주 어려운 문제였다. 그레타가 아무리 애를 써도 방정식은 풀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외면하려는 것들이 그레타의 눈에는 보이기 때문이다.

"아빠랑 베아타는 이산화탄소를 2.7톤이나 발생시켰어요." 그레타가 스반테에게 비난조로 말했다. "세네갈에 사는 사람 다섯 명이 1년간 배출하는 양이죠."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겠다. 이제부터는 지상에만 머물러 있도록 노력하마."

왜냐하면 경제적인 목표를 설정할 때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은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활동하는 로비 단체는 어디에도 없다. 신경정신과적인 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들과 그 가족은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나 다름없다. 그들 가운데 일부러 나서서 자신들의 처지를 알릴 기운이 남아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핸디캡을 안고 살아가는 것은 너무나 기운이 소모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내 사랑하는 딸이 자기를 껴안아도 된다고 허락한 것은 정말 아주 오랜만이었다. 긴 시간의 망명 생활을 끝내고 고향에 돌아온 기분이었다. 모든 순간 가운데 가장 좋은 순간이었다.

기후 위기에대해 관심이 있는 유명인이 단 한명이라도 있나요? 비행기로 전 세계를 누비는 사치를 기꺼이 포기할 만한 유명인이 단 한 명이라도 있냐고요?

스톡홀름 아를란다 국제공항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스톡홀름에서 도쿄까지 비행기로 왕복할 경우 이코노미 클래스 승객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5.14톤이라고 한다. 이 정도 배출량이면 스톡홀름과 도쿄를 왕복 비행하는데 걸리는 약 스물다섯 시간 동안 한 사람이 다진 고기 200킬로그램을 섭취하는 것과 맞먹는다.

우리가 이제까지 해 왔던 대로 계속하도록 저런 말을 하는 거라고요. 모두가 잘못했다는 말은 결국 아무도 잘못하지 않았다는 말이나 다름없잖아요. 하지만 분명 누군가는 잘못이 있어요. 그러니까 저 말은 틀렸어요.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영향을 미치는 건 수백 개의 기업들이에요. 어떤 위험이 있는지 뻔히 알면서도 지구 전체를 망가뜨렸어요. 수십 조에 이르는 돈을 벌어들인 몇몇 재벌이 잘못했을 뿐이죠. 그러니 다른 사람들처럼 총리도 거짓말을 하는 거라고요.

대표적인 예로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가 경제발전의 새로운 가능성 모색이 아닌 우리 삶을 위협하는 위기 해결이란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인류역사상 가장 큰 위험은 영원히 ‘녹색‘을 유지하는 미래의 성장과 더불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약속에 묻혀버리는 것이다.

기후 문제에 관한 한 모범적으로 대처하는 국가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어쨌든 서구 선진국 쪽에는 단 하나라도 없다. 왜냐하면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우리 선진국의 전략은 궁극적으로 기후 그 자체를 구하는 게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단지 지금까지 누려 왔던 삶의 양식을 앞으로도 계속 누리려고 노력할 뿐이다.

20171년은 환경오염으로 인해 900만명이 목숨을 잃은 해다.

기후 문제는 너무 어렵거나 너무 규모가 커서 해결하기 힘든 게 아니라, 단지 희생을 각오하는 순간 생활이 너무 불편해지기 때문에 힘든 것이다.

기업들은 우리가 그들이 만든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는 한 기후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장담하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게 희망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희망을 준다는 건 앞으로도 계속해서 사태를 외면하라는 말이나 마찬가지죠. 기후에 대한 책을 만든다면 무엇보다 먼저 우리가 아주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다는 사실을 밝힌 후에 위기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설명해야 합니다. 희망이 아주 중요하긴 합니다만 나중 문제입니다. 이를테면 집은 불타고 있는데 가족과 식탁에 둘러앉아 언젠가 새 집을 지으면 얼마나 멋질지 설명하고 있진 않겠지요. 불이 붙기 시작해 집 안이 온통 화염에 휩싸이는 상황이라면 누구든 응급 구조대에 전화를 걸고 가족들을 깨워 집밖으로 대피시키지 않을까요?

당신이 특권을 누리는 데 익숙해져 있다면 평등이 마치 억압처럼 느껴질 것입니다.

생태계보다 경제가 우선이다. 이것이 현대사회의 좌우명이다. 기후 위기는 위기가 아니라 오히려 ‘녹색 경제‘를 정착시킬 기회로 간주되고 있다.

또한 우리 삶의 속도를 늦추고 더 작은 규모의 더 공동체적이고 더 지역 중심적인 삶을 추구해야 한다. 지역 민주주의로부터 시작해서 공동의 에너지 생산과 식량 생산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협력을 해야 한다.

정치가들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다. 선거에서 이기고 싶은 정치가는 사태를 있는 그대로 언급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만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국내의 적절한 임금을 피하기 위해서 수많은 제품의 생산 공장을 임금이 싼 나라에 세웠다. 그리고 그에 따른 영향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꽤 많이 감축되었다. 덕북에 우리는 이제 다른 나라들 앞에서 우쭐댈 수 있게 되었다. 공장을 중국와 베트남, 인도로 이전하면서 탄소 배출량 수치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 나라들은 생활수준 향상을 위해서 우리의 산업과 무역이 필요합니다"라는 선전 문구를 우리는 심심치 않게 본다. 하지만 지구 온도가 섭씨 1.5도만 높아져도 그 나라들은 완전히 다른 문제로 고민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과연 그곳에서 계속 살 수 있을지가 불투명해진다.

우리는 그거 생활에 지장을 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에 관한 사소한 통계 자료들만 계속 지적하고 있다. 기후 문제가 현대사회의 시스템 전체가 잘못되었다는 증거라는 사실은 어디에서도 언급되지 않고, 기후변화는 단지 하나의 문제로 간주될 뿐이다. 그리고 알다시피 문제들이란 새로운 기술로 방법을 고안해 내면 다 해결될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와 다른 견해를 주장하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 즉각적으로 새로운 연구 조사가 착수된다. 그래야만 우리가 듣고 싶은 의견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과정은 끊임없이 되풀이된다.

창가의 의자에 앉아 있는, 자그마한 여자아이가 혼자 힘으로, 자신만의 확고한 의견을 가지고 세계 질서에 의문을 제기하기 위해 세간의 주목을 받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이 여러 가지 생각을 불러일으켰다.

많은 학자들은 우리가 사태를 솔직하게 밝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정치적인 태도가 된다는 이유 때문이지요. 하지만 제 생각에는 완전히 반대입니다. 의식적으로 침묵을 선택하는 일이야말로 진짜 정치적인 행동입니다. 모든 게 괜찮다는 암시를 주어 사람들이 그렇게 믿게 만드니까요. 이 암시를 통해 현재의 상황이 고착됩니다.

환경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페미니즘 운동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그 이유는 환경 운동이 남성을 배제하기 때문이 아니라 환경에 위기를 초래한, 남성 중심의 사회가 지닌 구조와 가치에 의문을 제기하기 때문이다.

승객 1명이 1킬로미터 거리를 이동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기차가 14그램인 반면 비행기가 285그램이라는 사실의 무게를 느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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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 이해받지 못하는 고통, 여성 우울증
하미나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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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의 화제 미괴오똑을 읽었다. 하미나님이 젠더 살롱에 쓰시는 글을 보면서 꼭 이 책을 읽어보고 싶었다.

한국의 20대 30대 여성이 우울증을 어떻게 겪고 있는지 개별적인 인터뷰를 통해서 그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었던 점이 좋았다. 

주거의 불안은 여성을 우울하게 만드는 큰 요소이다. 내가 남편과 별거를 하고 집을 찾는 과정에서 너무나 힘들었고 우울 증세가 나타났다. 나 혼자 편히 쉴수 있는 공간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면 분명 그 도시에 계속 머무를수 있었을텐데. 전남편은 나와 달리 아주 쉽게 집을 찾았다...

당장 한푼이 아쉬워서 전전긍긍하는 경험이 쌓이면 우울해 질 수 밖에 없다. 3000원 밖에 없어서 고생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커피숍에 가득 있었다는 에피소드가 가슴이 아팠다. 얼마나 막막하고 힘들었을까. 

만성적 우울을 야기할 가능성이 큰 가정폭력, 성폭력, 빈곤을 없애기 위해서 정말 열심히 싸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의 우울, 그 원인을 에스트로겐으로 한정하는 설명은 우울을 경험하는 여성의 구체적인 사회문화적 맥락을 지워버린다.

아픈 걸 아프다고 말하지 못할 때, 상처받은 것을 상처받았다고 말하지 못할 때, 내가 경험하는 고통이 타인과 연결되지 못할 때, 고통은 깊어진다. 스스로 거부해도 몸으로 나타난다. 내 일상과 삶을 뒤흔든다.

약의 역사는 너무도 많은 우연과 실수, 뜻밖의 발견과 직감, 그리고 제약회사의 마케팅으로 이루어져 있다.

항우울제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자기관리 방법의 하나로 여겨지면서, 개인의 고통에 내재한 사회 구조적 문제를 정치적으로 사유하기보다는 사적으로, 심리적인 문제로 환원하게 만든다고도 지적한다.

탈출이 불가능한 상황 속에 갇혀 폭력을 계속 당하다 보면, 피해자는 상황을 바꾸거나 행동을 변화시키는 대신 자신의 의식을 변화시키는 쪽을 택하게 된다. 내가 이 상황을 선택했다고 생각하거나, 이것은 꽤 좋은 것이라고 받아들이거나, 피해자인 나보다 가해자를 옹호하며 불쌍히 여기기도 한다. 오랫동안 고통에 전 사람이 새로운 삶의 태도와 사고방식을 갖기란 매우 어렵다. 사람들은 낯선 행복보다는 익숙한 고통을 택하는 경향이 있다.

타인과 고통을 나눌 수 없는 상태에서, 또 탈출할 수 없는 환경에서 반복적이고도 지속적으로 폭력에 노출되면, 현실에서 벗어나는 게 아니라 현재 의식에서 탈출함으로써 폭력 상황을 견디게 된다. 그것이 해리 증상이다. 해리는 한 번에 이루어지는 경험이 아니라, 고통으로부터 탈출을 시도했다가 이것이 좌절되는 경험을 여러 번 반복하며 이뤄진다. 피해자는 영원히 이곳을 탈출할 수 없을 것이라는 무력감을 학습하게 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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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어른이 된다는 서글픈 일
김보통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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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통씨의 저작을 처음 읽어봤다. 사실 제목과 내용은 좀 잘 안 맞는거 같다. 내가 보기에는 어렸을적 경험이 훨씬 서글프고 외로워 보였다. 오히려 어른이 되서는 유럽 여행을 하면서 환대를 받고, 탈영병을 찾으러 나가는 일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인생의 진리를 깨우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동생과 먹을 것 가지고 싸운 일, 항상 자신을 깎아내리던 아버지의 말, 학비 문제, 진로 고민, 대학 진학, 유럽 배낭 여행, 회식에서 술마시기 등 한국인의 삶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요소들이 모두 들어가있고, 그걸 남성 특유의 비대한 자의식 없이 쓴 문장들이라 거슬림이 없었다. 남성들이 쓴 에세이는 거의 읽지 않는데, 이 분의 책은 좀 더 찾아서 읽어볼 만 한거 같다.
여행지에서 요양소에서 사람들이 매우 좋아해 준다는걸로 봐서 이 분의 외모가 꽤 준수하신거 같다. 남자의 외모가 뛰어나면 세상 살기가 얼마나 수월해 지는지 몇번이고 목격한 사람으로, 마지막 장 할머니가 남기신 말처럼 젊어서 노는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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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망명과 자긍심 : 교차하는 퀴어 장애 정치학
일라이 클레어 지음, 전혜은.제이 옮김 / 현실문화연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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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없는 소년이 어린이 야구 리그에서 타율 0.486을 기록한다. 시각장애인 남성이 애팔래치아Appalachia 등산로를 처음부터 끝까지 하이킹한다. 다운증후군 장애가 있는 사춘기 소녀가 운전을 배우고 남자친구를 사귄다. 다리가 하나뿐인 남자가 캐나다를 횡단한다. 비장애인의 세상은 이런 이야기로 포화 상태다. 2500마일 걷기 같은 원대한 활동이나 운전 배우기 같은 일상적인 일에 참여하는 절름발이 이야기. 그 이야기들은 장애인이 장애를 ‘극복’하는 데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비장애 몸과 정신의 우월성을 더 강화한다. 또한 그저 자신의 삶을 살고 있을 뿐인 각각의 장애인을 영감의 상징으로 둔갑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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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몸의 말들 - 사랑도 혐오도 아닌 몸 이야기 아르테S 5
강혜영 외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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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한 친구 중 두명은 몸무게가 45, 48킬로그램 정도 된다. 키는 나랑 비슷하다. 나는 그들보다 15킬로는 더 나가는데, 그들은 내 앞에서 자기가 너무 살쪘다고, 살 빼야 한다고 한다. 그럴때마다 나는 그들이 내 몸을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해진다. 나같이 뚱뚱한 애를 속으로는 불쌍하다고 생각하는건 아닐까? 그들이 몸무게와 살에 대해서 이야기 할때마다 기가 차고 화가 난다.

내가 원하는 몸무게를 가진 여성들도 자신의 몸에 저렇게 불만족스럽다는게 나는 이해가 가질 않는다. 얼마나 말라야지 만족할것인가. 45킬로인 친구 말로는 자기는 근육이 별로 없어 예쁜 몸매가 아니라고 했다. 그렇군, 몸무게의 문제가 아니라 근육이 탄탄하면서 마른 여성이 되고 싶다는 말이구나... 근데 그게 가능은 한건가?

여성들 중에 "나는 이대로 충분해. 나는 내 몸이 잘 기능하고 있어서 기뻐. 몸무게는 나에게 중요하지 않아" 이렇게 말하는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다. 운동하는 여성들의 에세이에서 몇번 읽어봤을뿐. 그러나 그 에세이 작가들도 저렇게 생각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어디서부터 잘못 된걸까. 

나도 겨우 내 몸을 어느 정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매달 1킬로그램씩 빼서 1년에 12킬로 빼겠다는 새해 결심을 거의 10년 가까이 하고 있었던 내가... 매달 1킬로 정도는 현실적인 목표라고 생각했는데도 해내지 못했다는 자괴감과 함께... 이렇게 몸무게에 집착하게 된 나를 더 잘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 나온 글들을 읽으며 나도 내 몸에 대한 글을 쓰고 싶어졌다.


무엇보다 가난한 여성이나 나이 든 여성은 어느 정도 외모 관리(‘코르셋‘)를 하지 않으면, 시민권을 박탈당한다. 나 역시 내 옷차림이나 외모로 인해 택시를 잡지 못하거나 노숙자, 좀도둑 취급을 받은 적이 적지 않다.

탈코르셋 운동은 가부장제에 저항함과 동시에 남성 사회가 정한 여성의 범주를 수용한 지점에서 시작한다. 이처럼 모든 운동은 모순적일 수밖에 없고, 그 핵심에는 몸의 다름과 범주의 문제가 있다.

몸에 대한 긍정적 표현은 찾기 힘든 반면, 현재 몸을 부정한 상태에서 그 묘사와 대안에 대한 담론은 끝이 없다. 이 시대, 자기 몸을 긍정하는 이들이 얼마나 있을까.

잠시 거식증이 와서 살이 빠졌던 20대 초반에 처음으로 들어본 말, 예쁘다는 칭찬은 마약처럼 중독적이었다.

대한민국 평균 여성이 지향하도록 강요받는 ‘아이돌 체형‘이라는 분모 값은, 타고난 유전적인 조건에 더해 철저하게 체계적으로 상품화된 몸이라는 점에서 정말 가지기 힘든 몸이다. 그리고 이를 다수의 여성이 지향하도록 권유하는 지금의 형태는, 모든 사람을 하버드 로스쿨에 가도록 격려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불성설이며 비현실성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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