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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나라의 헬리콥터 맘 마순영 씨
김옥숙 지음 / 새움 / 2019년 12월
평점 :
입시지옥 대한민국이라는 말이 있다. 요즘은 아주 어린아이들도 영어 교육을 받고, 10대 학생들은 방학에도 학원을 다니며 과외를 여러 개 한다. 물론 나도 학창시절에 입시학원도 다니고, 수학 과외, 학습지 등 학교 수업 외에도 여러 가지 사교육을 받은 기억이 있는데, 그땐 어려서 몰랐지만 당시 사교육비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학부모들은 자녀들을 위해 최고로 좋은 과외나 선생을 구하고, 한창 흥행했던 드라마 '스카이 캐슬'에서 봤던 것처럼 일명 금수저들은 사교육비에 어마어마한 돈을 쓸 것이다.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서 top이라고 불리는 서울대에 목숨 거는 학부모나 학생도 많을 건데, <서울대 나라의 헬리콥터 맘 마순영 씨> 소설 속 마순영도 '서울대교 광신도' 엄마로 아들을 서울대에 보내기 위해 목매는 열성적인 학부모 중 한 명이다.
중요한 사실은 금수저가 아니라 흙수저라는 것. 마순영은 어렸을 때 공부를 잘했지만 집안이 가난하여 대학을 그만둔 케이스다. 본인의 못다 이룬 꿈을 아들을 통해 실현하려 하는데, 실제 현실 세상에도 이런 학부모들이 많지 않을까? 실제 저자도 아들을 서울대에 보내 경험이 있으며 이 소설은 가장 자신의 자전적인 소설이라고 한다.
마순영 씨는 게임 아이템과 장비 하나 없이 게임 고수와 대적하는, 겁을 상실한 초딩처럼 아들 서울대 보내기 전투에 무작정 뛰어들었다.
<서울대 나라의 헬리콥터 맘 마순영 씨>라는 책의 제목에도 나와있는 '헬리콥터 맘'은 자녀를 과잉보호하는 엄마를 뜻한다. 소설을 읽다 보면 마순영의 행동들이 지나치다 싶은 부분에 내 속이 답답하고 화가 나기도했다.
어렸을 적부터 수학에 소질이 있던 영웅이를 보며 마순영은 이 아이를 서울대에 보내겠다는 결심을 했고, 실제 책 초반에는 서울대에 다니던 영웅이가 엄마에게 전화 통화로 자퇴를 선언하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일단 결론은 서울대에 합격했다는 건데, 과연 가기 힘든 서울대에서 자퇴를 결심하기까지 이 모자에게 어떤 사연이 있었던 건지 너무 궁금했다.
시간 순서로 나와있는 이 소설은 머리는 좋지만 공부하기 싫어하는 영웅이와 어떻게든 영웅이를 서울대에 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마순영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빚에 떠밀려 이사 간 부산에서, 월세로 살면서도 영웅이를 위해 공부방 운영과 문센 수업을 하며 70,80만원 과외를 시키는 마순영을 보며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난 아직 아이를 키워본 적이 없어서 마순영의 입장을 100%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살 소동 이후 나였다면 그냥 나쁜 길로 안 빠지고, 공부 머리도 좋은 영웅이를 위해 앞으로 평범하게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더 따뜻하게 안아줬을 것 같은데, 얼마 지나지 않아 또 공부하라며 잔소리를 해대는 마순영을 보며 영웅이가 저 집에서 버티고 있는 것도 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영웅이 입장에서 보면 헬리콥터 맘인 마순영이 지긋지긋해 보이기까지 했는데, 한편으로 마순영의 입장에서 보면 본인이 어렸을 때 집에 돈이 없어서 못다 이룬 꿈이 있으니, 현재 가난해도 자기 자식이 본인과 같은 길을 걷는 걸 원하지 않은 마음도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내 자식은 남들보다 더 앞서나가야 한다는 욕심이, 남들보다 절대 뒤처지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헬리콥터 맘이란 괴물 엄마와 공부 기계가 된 괴물 아이들을 만들어났다.
엄친딸, 엄친아라고 불리는 스카이 학생들. 부모 입장에서는 자랑스럽고, 친구들은 다 부러워하는 타이틀이지만 피나는 노력을 하여 서울대에 입학한 당사자와 가족들은 모두 다 행복할까?
난 사실 겪어본 적이 없으니 명문 대학, 연봉 높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모두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과 부러움이 있었지만 소설 속 마순영과 아들 영웅이의 삶은 행복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스카이가 서울에 없으면 미친 듯이 오르는 서울의 부동산 가격도 낮아지지 않을까?
사회제도나 교육제도가 얼른 바뀌어야 될 텐데, 사실 나라가 망하기 전까지는 안 바뀔 것 같다는 생각에 씁쓸했다.
자녀의 일투족을 다 감시하는 부모라면 꼭 읽어 봤으면 좋겠다. 자녀가 나이가 들어도 탯줄을 끊지 못하고 자녀 곁을 맴도는 엄마는 결국 엄마와 자녀 모두 힘든 과정과 결과를 불러오는 것 같다.
이 모든 것이 아이의 장래를 위하는 것이라고, 아이에 대한 사랑이라고 굳게 믿었다. 사랑이 아니라 사육인 줄도 몰랐다. 받는 사람이 원하지 않는 사랑은 폭력임을 알지 못했다.
책 마지막에 나온 영웅이 이야기에 마음이 아렸다. 자본주의 대한민국에서 금수저로 태어나는 것과 흙수저로 태어나는 차이가 이토록 크구나를 다시 한번 생각하며 서울대를 자퇴한 영웅이는 그 뒤로 어떻게 성장했을지 궁금하다.
우리의 주인공 마순영도 마음을 내려놓고 좀 더 행복해졌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