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선생 글은 단편을 묶은 소설 몇 권과 장편 소설 한, 두권을 읽은게 고작인데 누구로부터 받아 보관만 하고 있던 '나목'을 이번에 읽었다.데뷔작이란것과 박수근 화백과의 일화가 포함된 내용이란건 진작 알고 있었고 어쩌면 그것이 아마도 독서를 더디게한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궁극은 내 게으름이 모든 독서를 늦게하는 원인임에 틀림없으랴. 한편 독서에 어떤 '때'가 필요한 부분도 있겠지만 원체 게으른 나에겐 도저히 그 '때'라는 것을 맞추기는 매번 어려운 일이다. 책을 읽으며 데뷔작으로 원고지 1200매를 한번에 써갈긴? 신화같은 뒷얘기와 응모를 받은 측에서 긴가민가하여 직접 방문하여 메모 등을 확인했다는 후일담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게 되었다. 또한 선생은 별도로 습작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하는데 거기에 대해 독서를 많이 하면 바로 쓸수 있다는 선생의 확신에?찬 대답도 덤으로 읽을수 있었다. 그만큼 이 '나목'은 어쩌면 이제는 '전설'이 되고 더 나아가 '고전'으로 자리매김하지 않았나 싶다. 여하튼 이 소설은 참 애잔하고 애틋한 정조가 잔잔히 흐른다. 하지만 때로는 폭풍우 몰아치는 격랑과 신비한 환상이 펼쳐지는 장면도 나온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주인공의 심리 또는 의식의 흐름이 그러한데이토록 주인공에 감정이입된 경험은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아울러 박수근 화백 그림에 대한 기본해제로 이 소설이 갖는 의의도 매우 의미심장할 것이다. 이로써 문학과 미술 그러니까 결국 예술에 대한 형성화가 잘된 소설로 이보다 나은 작품은 없지 싶다.
이 단편소설집을 읽은 순서는 이랬다. 먼저 차례대로 두 개를 읽었다. '너무 한낮의 연애', '조중균의 세계'. 그다음 부터는 뒤죽박죽으로 '개를 기다리는 일'과 '고기', '고양이는 어떻게 단련되는가', '우리가 어느 별에서', '보통의 시절', 다음 작가의 말을 읽고 마지막으로 '반월'과 '세실리아'를 읽었다. 나로썬 아홉편 모두 괜찮았다. 소설가를 '이야기꾼'이라 달리 부르는데 동의하는 편인데 이때 이야기꾼이라 하면 현실에 발 붙이고 살아가는 인간군상들의 양태를 문학예술적으로 잘 형상화하는 사람을 일컫는다는 생각이다. 이런면에서 김금희 작가는 진부하거나 고리타분하지 않게 이야기를 잘 그리고 있다고 느꼈다. 그에게서는 참신함과 어쩌면 그것을 뛰어넘는 비상한 소설쓰기 방식이 존재한다고 보았다. 한국소설을 많이 접하진 못했지만 근래 보기 드문 재능과 진정성을 겸비한 작가이지 싶다. 해설은 읽지 못했다. '잔존의 파토스' 라니, 어찌 그같은 제목에 선뜻 손길이 가리오.
지은이는 30대 남자가 걸릴 확률이 0.0012%(0.012인가?)라는 폐암에(아마도 말기 수준인듯)걸려 약 2년여 투병을 하다가 생을 마감했는데 그 과정을 본인과 부인이 서술한게 이 책의 주요 내용이다. 자동차로 2시간 정도 걸리는 곳으로 가다가 차를 한적한 곳에 대놓고 서너시간 만에 다 읽었다. 추천사 등은 읽지 않았다. 베스트셀러 다웠다. 그야말로 술술 읽혔다. 저자가 글을 잘 썼는데 약간 급하게 번역, 편집해 책으로 냈다는 생각이다. 하긴 출판사 입장에서는 책을 내는 시기도 중요할 것이다.주인공(이자 지은이)이 마지막으로 병원에 입원하면서 침대에 누워 아내를 향해 ˝나 이렇게 가나봐˝라고 한 말이 인상적 이었다. 엉엉 울거나 하진 않았다. 아니,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