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후기의 향리
이훈상 / 일조각 / 199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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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오래 전에 읽고자 시도하였던 "조선 후기의 향리"를 다 읽다. 몇 차례 시도하다가 번번이 읽지도 못하였던 책이다.

  조선의 향리들은 고려시대와는 달리 국가로부터 토지를 지급 받지도 못하고 신분적인 제약도 많았으며 아전의 지위에 머물러 많은 불만을 사왔다. 그렇다면 이들을 무얼 가지고 삶을 유지하였으며 특정한 집단을 형성하여 근대화의 기수역할을 할 수 있었을까? 하는 궁금함때문에 읽기 시작하였는데, 통설에 도전하는 내용이 색달랐다. 일단은 조선 후기 신분상의 변동이 매우 심하여 양반층의 확대되고 양인층과 천민층이 매우 얇아진다고 하는데 향리 가계를 연구해보니 이런 통설에 회의가 간다. 양반층이 얼마나 폐쇄적으로 움직이면서 중인이나 서얼을 수용하는데 인색하였는지, 또 향리층이 사족층에 끼이기 위한 노력이 얼마나 지속적으로 강력하게 움직였는가를 밝혔다. 또한 향리층의 경우도 이방이나 호방을 지낸 가문은 좁아지고 지속적으로 나타나면서 서로 통혼을 함으로써 폐쇄적으로 결속하는 양태를 보여주었다. 아울러 서민문화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는 탈춤의 경우 향리층이 주도하면서 이루어진 것으로 농민들의 감정을 풀어주면서 자신들에게로 향할 수 있는 감정의 응어리를 해소하는 모습들을 거의 대부분의 지방에서 보이고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심지어 탈춤을 정리한 신재효의 경우도 향리출신이라고 한다.

 각 지방의 향리가문의 족보를 세세히 살피고 정리하면서 또 향리층이 남기고 있는 "안동향손사적통록" 이라든지 "연조귀감"등을 자세히 분석하여 평소에 잘 모르던 분야사에 대한 꼼꼼한 설명이 합리적인 느낌을 주었다. 여전히 향리들이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모습은 알길이 없었으나 통설로 쉽게 설명하고 의문을 접던 태도에 자극을 불어넣어준 것은 사실이다.

 의문을 풀어가는 진지한 자세를 갖도록 나 스스로도 노력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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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꽃 하얗게 지던 밤에 - 이철수 판화산문집
이철수 글, 그림 / 문학동네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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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꽃 하얗게 지던 밤에

쓴 차 한잔이

저 혼자

식었다

그도

마음!

 

영희는 없다. / 철수는 그도 모르는 채 홀로 앉아 있다. / 외로움도 모르는 채 자신도 잊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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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사 산책 1980년대편 4 - 광주학살과 서울올림픽 한국 현대사 산책 15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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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올림픽과 광주를 하나로 묶어서 1980년대를 써내려간 그의 책을 겨우 읽자마자 1990년대를 쓴 세권의 책을 소개하고 있다. 참 빠르다.(그의 책쓰기는) 그리고 참느리다(나의 책읽기는...)

  현대사에 대한 관심이 깊어지는 때라서 읽어야 할 현대사의 책들이 많아졌다. 따라서 그의 책을 읽어가는 데 깊이가 없는 빠른 독서를 하다보니 좀 반성도 된다. 1980년대의 명암을 80년의 광주와 88년의 서울올림픽으로 그려보는 안목은 훌륭해보인다. 무인도와 같이 아무도 살펴주지 않고,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은 광주의 치열했던 현장을 상상해 보면,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요, 군부 독재에 저항하는 민족 민주 운동의 토대가 되었다는 평가만으로는 광주를 말할 수 없을 것 같은 아픔이 아려온다. 이런 광주와 6월 항쟁을 연결해 시민항쟁의 명암을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 항쟁의 외적 요인 내지는 변수들을 그려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제 그의 책은 조금 멀리 놓아두고, 현대사를 쓴 다른 이들의 말에 귀 기울여보고 다시 다른 시대로 만나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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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 끝나지 않은 전쟁, 끝나야 할 전쟁
박태균 지음 / 책과함께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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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근현대사(기분이 뭣하면 '그년사'를 만들어 '그놈사'라 시비를 걸기도 하는)를 공부하면서 현대사에 대해 눈을 새롭게 뜬 것이 이번 학기의 소득이라면 소득일 게다.

  그중 6.25전쟁에 대한 책을 몇권 골라 본 중에 박태균의 "한국전쟁"은 맘에 들었다. 현재까지의 연구성과를 묶고 한계점이나 분석 그리고 많은 자료들을 올려놓아서 도움이 많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책과 함께 초록색의 속지들(자료를 구분해서 종이의 색을 바꾸어놓았다)을 읽어가면서 우리는 과거에 전쟁을 통해 많은 것을 잃었으나 현재는  다른 빛깔의 희망이 피어나는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아마도 한국전쟁에 대한 인식의 폭이 넓어지면서 우리들의 사유의 영역이 넓어지는 만큼 삶의 수용태도와 가치도 다양해지며, 아울러 우리 삶의 풍요가 기대되는 때문이리라 생각이 들었다.

  '6.25전쟁'이란 교과서의 잦은 기술에 대해 자신있게 '한국전쟁'으로 정정하면서 공부하는 관점도 새로운 것이고, 전쟁을 통해 저질러진 많은 실수에 대해서도 남과 북을 균형있게 서술해 주면서 현재 우리나라의 위치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었다. 또한 일년이면 족했을 전쟁의 기간이 삼년씩이나 연장되면서 진행된 많은 불행한 사건들을 통해 배우고 안타까와 한 적도 많았다. 국가주의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개인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전쟁의 모습은 경험의 차원을 넘어서지 못하나 정책을 비교하고 분석하면서 객관화시켜 보되 내 나라 역사에 대한 그것도 현대사에 대한 관심을 주제별로 집중해 보는 기회가 되어 읽고 정리하는 내내 내게는 정말 좋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북괴군의 남침에 대한 유엔군과 정부군의 용감한 반격으로 격퇴한 승리의 역사로서 한국전쟁이 자리하는 것이 아니라, 아직도 끝나지 않은 전쟁이요, 끝나야 할 전쟁으로 또 잊혀진 전쟁을 살려내고 국제전의 성격을 지녔던 이 전쟁을 다각적으로 살펴보는 노력은 아직도 많이 기울여야 할 부분이며, 역사적 사건들을 한 관점에서 바라보고자 하는 태도는 지양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많이 읽고 생각하고 토론해 볼 가치가 충분히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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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첼 2006-08-09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좋은 책이죵~!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2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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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권에 비해 표지는 의사에 치중되어 있다. 청진기가 눈에 뜨인다.  잡은 손도 의사가 이끌어 가는 삶의 모습으로 보인다. 그렇다. 환자에게는 동행의 의미보다는 의사가 절대적인 존재로서 군림하게 된다.  2편에 있는 크고 작은 이야기들도 아름다웠다. 사람을 존중하는 이야기의 진실성이 담겨있기 때문이리라.

  작가가 서문에서 밝혔듯이 이번의 이야기들은 '타인'의 입장이 아닌 '자신'의 입장에서 쓴  기록들이 주를 이루고 있고 그래서 느슨하고 감정적이기 까지 하다. 그의 말대로 자신에게 사무치게 느껴지는 인상들이 오히려 독자인 내게는 담담하다.  그러나 그가 이루고 있는 공간 - 안동이란 시골, 의사라는 직업, 그리고 만나는 환자와 그의 가족들, 또한 그가 관계를 맺고있는 의사들의 이야기는 어떤 점에서 동일하다. 조금 다른 색채로 덧입혀진 이야기의 두번째를 쉽게 쉽게 읽어가면서 인간극장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인간극장은 거의 못보지만 책은 언제나 내 손의 거리에 있다면 쉬이 펼쳐볼 수 있는 더 큰 이점을 가지고서 내게 자리한다.

  타인의 불행에 대면하여 감사함을 느끼게 되는 것은 그들의 불행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내가 행복해서가 아니라 불행을 만나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엿보게 되는 삶의 진솔함과 한없이 낮아질 수 있는 인간의 겸허와 넓이 때문일 것이다. 역시 크고 작은 사건들 속에서 그런 넓이와 깊이가 풍부히 배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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