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같은 것보다 다 다른 것이 더 좋아 - 이 땅의 모든 청소년에게 주는 철학 이야기
윤구병 지음, 이우일 그림 / 보리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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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랫만에 윤구병 교수의 글을 읽다.  이 땅의 모든 청소년에게 주는 철학 이야기라는 부제가 담긴 "꼭 같은 것보다 다 다른 것이 더 좋아" 제목의 이 책은 다양성을 기초로 또 민초들의 삶에 존경과 사랑을 담고 있다. 살아 있는 것은 하나도 꼭 같은 것이 없단다. 심지어 서울운동장의 축구장에 깔린 잔디잎들마저 꼼꼼하게 들여다보면 하나도 꼭 같은 것이 없다는 시각은 우리가 놓치기 쉽고 질서와 일사분란을 강조하면서 획일성의 가치를 드높이는 사회 속에서 소홀히 하기 쉬운 가치이다.

  고등학생인 철학교수의 딸, 나래와 그 친구인 궁핍한 환경속에서 성장한 민주 그리고 철학교수의 건전한 시선과 가치가 깊이있게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한다. 머리말대로 이 책이 빨리 낡아서 없어지기를 바라는 심정을 알 것도 같다. 내용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살리에르와 모차르트에 관한 판단이었다. 오래 전에 아마데우스라는 영화를 인상깊게 보았던 기억이 난다. 경박할만치 가볍고 음악의 천재성을 선사받은 모차르트에 비해서 성실성과 인내를 바탕으로 열심히 살았던 살리에르가 모차르트를 뛰어 넘을 수 없는 한계에 부딪쳐 결국은 모차르트를 음해하고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내용이었는데, 내가 그 영화를 볼 때는 살리에르의 행위에 대해 도덕적 비난을 퍼붓기보다는 그럴 수 밖에 없는 인간적 좌절과 한계에 동정을 하게 되었었다. 봉건적 가치에 대해 저항하였던 모차르트와 봉건적 가치를 자기 신분과 관계없이 무조건 따랐던 살리에르로 살펴보는 시각은 굵고도 분명하였다.

  작은 만화 컷을 통해 아버지 세대와 유약하고 섬세해 보이는 아들 세대의 가치와 갈등을 보여주는 것도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웃음을 함빡 담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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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사 연구
노태돈 지음 / 사계절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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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학이 좋은 점은 여유가 어느 만큼 있다는 점일게다. '바쁘다 바뻐'라는 일상으로부터 벗어나서 평소에 보고싶었던 책들을 쌓아놓고 이것 저것 골라보는 재미가 있다.

 노태돈 교수의 고구려사 연구는 오랫만에 다시 펼쳐보았다. 2001년에 구입하였고, 중간중간 본 흔적이 있는 것으로보아 그 사이 조금씩 살펴본 듯 한데, 이번 기회에 백제사에 이어 고구려사도 한권 훑어보게 되었다. 적잖은 분량임에도 일주일여의 기간을 두고 집중적으로 본 편이다.

  사료의 시간성에 대한 파악을 일차적인 중점을 두고 1부 '주몽설화와 고구려 초기의 왕계'에서는 1c말-2c초에 새로운 중심으로 등장한 태조왕 세력을 현 왕실의 시조로 하는 왕계 의식을 지니고 앞시기의 추모왕계의 왕들과 그 시기에 있었던 사실들에 관한 전승이 4c 수반 부여의 동명설화를 일부 차용하여 주몽의 북부여출자설화를 포함한 건국설화를 정립하였으며, 6c후반이후 동부여 출자설화를 덧붙인 것이 현전하는 삼국사기의 주몽설화와 부여 관계 기사들이라 하였다. 2부 '초기의 정치체제와 사회'에서는 3c전반까지 부는 왕권의 일정한 통제아래서 상당한 자치권을 지니고 있던 단위정치체였다고 보여지는데, 왕권과 중앙집권력이 강화됨에따라 중앙귀족이나 관료로 전신하여 수도에 거주하게 됨에 따라 방위명 부가 고구려 지배층을 이루게 되었으며, 고국천왕 사후 왕비 우씨와 연우, 발기에 얽힌 취수혼의 문제는 선호혼으로 행해지고 있던 사회에서 성적관계에서의 집단적인 성격과 혼납금의 갹출과 분배에 따른 친족원 사이의 상호 부조와 결속, 인족과의 집단적 결연관계 유지 등 친국 구성원간의 공동체적 성격이 강하였음을 밝히며 예맥족계의 문화적 특성으로 정리하였다. 3부 '영역국가 체제의 형성과 대외관계'는 가장 집중력있게 지명과 지도를 찾아보면서 읽은 장이다. 5부의 자치력이 약화되면서 하위단위인 곡을 대상으로 지방관이 파견되었고, 4c에 들어서서 영토의 확장에 따라 성을 축성하고 지방통치를 널리 시행하였다. 6c중반 이후 중앙정계의 큰 변화로 귀족연립정권 체계가 성립하였고 군과 수사라는 명칭이 더 이상 보이지 않는 대신 욕살, 처려근지, 루초 등이 새로운 지방관으로 등장하였는데 이들은 병렬적인 존재였다. 고구려 말기 전쟁이 장기화됨에 따라 광역의 지역별 방어체제를 구축해야 할 필요성이 증대됨에 따라 욕살의 성을 중심으로 다수의 성들을 통괄하는 보다 광역의 핸정군사 구역이 편성되는 경향을 보였다.(예-남생의 국내주) 고구려인의 천하관에 대해서는 1차적 찬하는 고구려왕의 은택이 직접 미치는 대왕국토(천손의식), 2차적 천하는 고구려왕의 권위 하에 종속되어 있는 또는 있어야 된다고 여기는 주변국들을 아우른 지역공간(守天의 주체, 부여.신라. 백제와 상하의 조공관계), 3차적 천하는 당시인의 세계로서 동아시아 전역이며 이는 병존적인 몇 개의 천하로 구성되어 있다고 밝혔다. 4부 귀족연립정권의 성립에서는 6c중반이후 백제-신라의 침공과 돌궐과의 대립상쟁 그리고 잦은 정변으로 인하여 큰 변화를 겪은 것을 연개소문 가문을 통해 밝히고 있다. 신흥귀족으로 6c중반 이후 두각을 나타낸 연개소문 집안(동부욕살)을 통해 공병과 공조직에 바탕을 두고 세력을 확장했으나 귀족연립정권의 기본적인 틀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음을 밝히며 고구려사의 시기 구분을 정치사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봉상왕/미천왕-안원왕/양원왕-보장왕의 3시기로 나누어 보았다.

  교과서의 틀에 박힌 대로 읽거나 해석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해석의 학문이 역사임을 망각하지 않도록 사료를 보고 논문을 읽고 그리고 많이 읽고 생각하는 작업에 게으르지 않기를...... 카이스트 도서관에서 늦은 시간에 올리다(22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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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림받은 성적표 - 고등 학생, 우리들이 쓴 시 보리 청소년 6
고등 학생 81명 시, 구자행 엮음 / 보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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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한지 어느새 이십년이 훌쩍 지나버렸다. 교실 붕괴니 교육부재니 일각에서 외치는 대단히 위험한 경종에도 불구하고 학교는 여전히 권위적이고 그이상을 떠받들 체제나 가치가 아직은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변화되고 변혁되길 원하는 와중에 서서 아이들과 생활하려니 쉽지만은 않은게 교사의 현실인듯하다.

  흔히들 학생들이 예전의 학생이 아니고 학부모도 예전의 학부모가 아니라고 개탄한다. 그 이면에는 예전의 스승을 닮은 교사가 그만큼 줄어들고 있거나 혹은 교사노릇으로 방어적으로 만족하는 상황들이 연출되고 있는 것 아닌가 모르겠다. 쉽게 판단할 일은 아니고... 아울러 아이들과의 부단한 접촉 - 그것은 교사쪽으로 끌어들이려는 노력만이 아니라 교사가 학생쪽으로 내려가보는데 서슴치 말아야 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 을 위해서는 아이들의 느낌과 정서가 솔직하게 살아있는 그들의 이야기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겠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보리출판사에서 나온 동화책부터 고등학교 학생들이 읽을 만한 책들을 십여권넘게 구입하였다. 그중에 제일 먼저 손길이 간 책이 이 버림받은 성적표이다.  오늘날 고등학교 특히 인문계 고등학교는 성적에 의해 대학선별이 이루어지고 그것이 인생을 결정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으며 재촉질하듯이 그것으로 매진해 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아니란 반론과 다른 시도를 아무리 많이 한들 3학년 담임이나 담당을 해보라. 다른 소리가 어디서 나올 수 있는 여유가ㅣ 있는지.... 학생이나 교사나 수능대비 시험문제 풀이 기계가 된듯이 풀어제끼고 이 교과의 특성이 무엇인지 존재이유는 어디에 있는지 혹은 이 교과를 통하여 우린 어떤 교훈을 받아야 하는지 따위의 본질적인 질문을 해볼 사이도 없이 후딱 지나가 버린다. 그리고는 수능과 더불어 탉진한 몸을 추수리기도 힘든게 오늘의 대한민국 고3의 현실이다.

  이 책은 그런 3학년 과정을 앞두고 있거나 혹은 들어가 있는 고등학생들의 시이다. 시재가 모두 성적, 자율학숩, 보충수업 혹은 진학쪽에 많이 매여있고 저학년의 경우는 그래도 여유가 있어서 주변의 사물이나 아픈 이웃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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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시옷 - 만화가들이 꿈꾸는 차별 없는 세상 창비 인권만화 시리즈
손문상.오영진.유승하.이애림.장차현실.정훈이.최규석.홍윤표 지음 / 창비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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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소문으로 좋은 책의 반열에 올라섰다는 만화책의 두번째 시리즈로 만든 작품이 사이시옷이라고 하였다. 훨씬 많아진 소재와 다양한 안목으로 인하여 뿌듯했다는 편집자의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만화가 해낼수 있는 역할에 대하여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게 되었다.

  정말 아픈 현실과 소외되어 있는 많은 이웃과 사이시옷이 되어 징검다리를 놓는 것이 필요한 일임을 뼈가 저리도록 느끼기도 하였다. 물질적 풍요를 꿈꾸면서 많은 소비를 덕목처럼 느끼는 현대인들에게 아파하는 이웃을 느끼고 또 돕는 손길을 자주 베풀어야 밝고 건전한 삶을 살 수 있으며 아울러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아성들을 안전하게 이룰 수 있음을 자주 이야기 해야 한다.

  법률적인 해결이 최종이 아니며 우리가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존재임을 잊지말기를..... 잘때까지 가슴이 아팠다. 사실적인 묘사가 가슴이 아팠고, 만화조차도 이런 현실들을 담아내야 하는 현실이 또한 가슴아팠고, 이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내가 안하고 있다는 사실이 가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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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지생태보고서 - 2판
최규석 글 그림 / 거북이북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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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대를 다녀온 젊은 청년인 아들 둘이 이구동성으로 정말 괜찮은 책이라고 추천한 만화책이 "습지생태보고서"이다. 작성자 : 최규석으로 흰 표지에 적혀있다. 습지 서식에 관한 54가지 연구라는 부제 밑에 54개의 소제가 붙어있고 펼쳐보면서 두번씩은 읽어야만 무슨 내용인지 이해가 갔다. 특히 프롤로그2의 손톱은 무슨 내용인지 몰라서 아들을 붙들고 물어보면서 동물이 사람의 손톱이나 그런 걸 먹으면 똑같이 변한다는 말을 듣고서야 이해가 갔다. 아프리카의 어느 부족이 연상되면서 우리나라에도 이런 믿음이 있었나 의아한 맘을 품고서...

  우린 만화를 많이 보고 자란 세대가 아니다. 우선 만화방에 갈 만큼 여유가 있지도 않았고, 만화는 공부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고정관념이 판을 치고 있었던 때문에 공부를 하려면 만화를 금기시하다시피 하였다.오늘날처럼 만화가 다양하고 산업으로까지 발전하는 상황에서는 매우 낯선 편견이지만, 만화를 읽으면서도 텍스트를 먼저보고 그림을 나중에 따라가면서 보게되는 나의 어리버리한 습성은 여전히 만화를 읽기 힘들게 만들기도 한다. 수많은 만화책이 있어도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이런 배경때문일 것이다.

  강추한 이 책 역시 만화인지라 한권 부피의 책을 하루저녁 쉽게 읽었다. 리얼리즘을 바탕에 두고 일어날 수 있는 사실들이 결코 따뜻하게만 그려지지 않는 에피소드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공룡 둘리를 위한 슬픈 오마쥬"인가 하는 책을 사주기 위해 수많은 책방을 넘나들게 했던 작가에 대한 추억-아들이 군대에서 읽고 싶다고 한 책이라서 구하느라 엄청 애 먹었다.-이 한아름 가득하다.

  나는 언제나 만화의 그림들을 제대로 살피면서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은 말들을 그림속에 표현한 부분을 읽어낼 수 있게 될까..... 그게...가능하기나 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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