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폐 연료봉 8000개를 재처리해 무기급 플로토늄을 만들고 우라늄을 리비아에 수출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3일로 예정된 부시 대통령의 국정 연설이 주목된다.
"북한이 핵무기로 농축될 수 있는 우라늄 2톤 가량을 리비아에 팔았다"고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즈가 보도했다.
북한은 또 폐 연료봉 8000개를 재처리해 무기급 플로토늄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북한의 이같은 핵무기 관련 개발 계획은 미 중앙정보부나 국무부의 정보 담당 부서의 정보 평가가 아니라 미 에너지부 소속 실험 전문가들의 결론인데다 확고한 자료에 근거한 것이라는 점이다.
미 에너지부는 북한으로부터 리비아에 제공된 6불화 우라늄의 용기를 회수해 조사한 결과 북한 영변에서 생산된 플루토늄의 흔적을 찾아낸 것 같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북한이 리비아를 제외한 이란이나 시리아 등 다른 나라에도 6불화 우라늄을 판매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미 에너지부, 북한 영변에서 생산된 플루토늄 흔적 찾아
미국의 언론보도를 보면 리비아의 우라늄 구입 출처가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이다.
미국은 지난해 5월 리비아로부터 제공받은 6불화 우라늄 1.7톤의 출처를 조사한 결과 북한에서 나왔다는 점을 알아냈다는 것이다.
"북한이 2001년 초에 리비아에 판 것이라는 증거를 찾아냈다”고 미 언론들은 보도했다. 한국 외교통상부도 리비아가 국제원자력기구에 신고한 1.7톤의 6불화 우라늄의 출처를 국제원자력기구에 알아봤지만 핵 암시장이라는 사실만 확인하는데 그친 바 있다.
그러니까 문제의 6불화 우라늄이 미국 에너지 연구소의 실험을 통해 사실상 북한산으로 밝혀졌다는 것이다. 미국 테네시주의 오크리지 국립연구소는 북한산 우라늄 샘플을 갖고 있지 않아 리비아의 우라늄 234 샘플과 비교해보지는 않았지만 리비아의 우라늄은 북한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 확보한 샘플과는 다른 것으로 나타난 만큼 북한산일 가능성이 90% 이상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그러나 미국이 리비아 것과 대조할 북한의 우라늄 샘플을 확보하지 못한 채 이번 조사가 이뤄졌기 때문에 정확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6불화 우라늄은 천연 우라늄을 정련해 얻는 기체상태의 중간물질로 원심분리기를 통해 고농축의 과정을 거치면 핵연료나 핵무기 원료로 쓸 수 있다.
북한 우라늄 샘플 확보하지 못해 정확하지는 않아
미국은 미 에너지부의 확인 내용을 한국과 일본, 중국 정부에 통보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지는 보도했다.
2일 한국을 방문 중인 마이클 그린 미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 아시아 선임 국장과 윌리암 토비는 3일 한국의 반기문 외교장관과 이종석 NSC 사무차장 등을 만나 북한의 우라늄 축출 사실을 통보할 것으로 보인다.
마이클 그린 국장은 단순히 북핵 6자회담에 대한 협상 차원에서 한국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북한의 우라늄 리비아 수출 문제를 한국과 일본, 중국 정부와 협의 목적이라는 것이다.
북한의 플로토늄 축출과 우라늄 수출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반응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클 그린 국장 북한 우라늄 수출 문제 협의차 방한
이에 따라 북한의 핵 개발 능력을 재평가해야 할 것 같다.
지금까지는 북한이 폐연료봉을 재처리해 무기급 플로토늄을 생산한 것으로 알려져 문제시 됐지만 우라늄까지 만들어 수출했다면 북한의 핵 문제는 간단치 않게 된다.
우라늄은 농축만 하면 핵무기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미국 등이 플로토늄보다도 더 촉각을 곤두세우는 핵 물질이다.
북한이 우라늄을 수출한 것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북한은 핵무기 제조와 관련된 두가지 방법을 모두 익히고 있는 것으로 판명나 북한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더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부시 정권 뿐만 아니라 미 의회 내에서도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우라늄 수출 사실일 경우 북한 핵 개발 능력 재평가
미국은 일단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국과 일본, 중국 정부의 반응을 살펴보고 난 뒤 입장을 표명하려고 그런 것인지, 아니면 3일 부시 대통령의 새해 국정연설이 예정돼있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스콧 맥클렐런 미 백악관 대변인은 북한이 핵물질을 리비아에 팔았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논평을 피했다.
"북한의 핵무기 핵프로그램과 핵확산 활동이 지구의 평화와 안보에 위협"이라고만 말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의 입장이 어떻게 나올지 주목된다.
부시 대통령은 3일 오전 11시로 예정된 새해 국정 연설에서 이란과 북한 핵 문제에 대해 언급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 언론 보도를 빌미삼아 또 다시 강경한 어조로 북한을 겨냥할지는 모르겠으나 현재로서는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악의 축'이나 '폭정의 전초기지'와 같은 강경한 언어를 구사하기보다는 국제사회의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는 북한 핵 문제에 대해 6자회담을 통해 해결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 할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단 부시의 국정연설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워싱턴=CBS 김진오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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