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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로 산다는 것 - 우리 시대 작가 17인이 말하는 나의 삶 나의 글
김훈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11년 9월
평점 :
17명의 에세이다. 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에세이는 김훈 작가다.
뒤늦게 등단한 줄 몰랐다. 당연히 김훈 작가는 20대부터 작가로 등단한 줄 알았다.
하지만 기자로 생활하다가 47세 나이로 등단했다고 한다.
나는 이야기꾼이 아니다. 더구나 '이 시대의' 이야기꾼은 아니다. 이야기를 풀어놓으려면, 우선 이야깃거리가 있어야 하고, 그 이야기를 운반한 3인칭 주어가 있어야 하고, 그 3인칭 주어의 실존을 감당해줄 만한 술어가 있어야 할 터인데, 나에게는 아무것도 없다.
오십이 훨씬 넘은 나이에 소설을 시작해서 소설가의 탈을 쓰고 살아가야 하는 여생의 시간이 민망하고 쑥스럽다. 이러한 삶은 본래 내가 바라던 바는 아니었다. (84쪽)
창작론을 쓰는 일은 소설 쓰기보다 어렵고 지겹다. 그것이 어려운 까닭은 나에게 아무런 론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글을 쓸 때, 나는 늘 희뿌옇고 몽롱해서 저편 끝이 보이지 않는 막막한 시간과 공간 속을 헤맨다.
삶은 늘 느낌의 절박함으로서 나에게 다가온다. 그 절박함은 몸과 마음의 절박함인데, 그것을 글로 들이밀자면 말의 모호성에 부딪힌다. 그래서 내 글쓰기란 그 절박함과 모호성 사이에서 좌충우돌하는 파행인 것이다.
박민규의 창작론:
하루 10km 식 조깅한다
녹차를 상음하고 새벽 인시를 기해 강도 높은 명상수련을 한다
하루 두 권의 책을 읽고 한 권의 외국어 원서를 독해한다.
최고의 문장을 얻기 위해 기본 20회 이상의 수정과 번복을 거듭한다.
진지한 시각과 문학관 확보를 위해 만화와 열화는 절대 읽지 않는다.
만물에게서 진리를 배우고, 그것을 소설 쓰기에 백분 적용한다.
리얼리즘 공부를 하루 두 시간씩 한다.
포스트모더니즘 공부를 하루 두 시간씩 한다.
하여 이 사회와 민족과 국가에 이바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