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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게 뭐라고 - 시크한 독거 작가의 죽음 철학
사노 요코 지음, 이지수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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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뭐라고'를 반드시 읽고 '죽는 게 뭐라고'를 읽어야한다.

'사는 게 뭐라고'는 가볍고 유쾌했다면 '죽는 게 뭐라고'는 더 어둡다. 그리고 중간에 필요없는 의사와의 대화 부분은 뺐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그래도 여전히 사노요코의 톡톡튀는 독설과 관찰은 돋보인다.

역시 일본인이군 이란 생각을 중간 중간 하게 만드는 대목이 있었다.

사무라이처럼 살고 싶다는 등...


노인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힘은 있다. 

사람의 성격을 정확히 보는 능력....그런 애증의 관계를 잘 포착하는 통찰

그닥 깊이는 없을 지는 모르지만 공감 가는 부분은 참 많다.


나이드는 것에 대한 책이 더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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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뭐라고 - 시크한 독거 작가의 일상 철학
사노 요코 지음, 이지수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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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 요코를 이제서야 발견하다니!

일흔 살에 돌아가서 더 이상의 사노요코의 책을 읽을 수 없지만, 나이드는 것에 대해 이렇게 명쾌하게 설명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전세계적으로 장수의 사회에 살아가는 우리에게, 노년이 어떤 의미인지, 노인으로 사는 게 어떤 느낌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하지만 1938년 베이징에 태어나서 베를린에서 석판화를 공부했다고 한다. 두 번 결혼하고 아들이 있고 유방암에 걸려 예순일곱에 수술 하고 항암치료를 받는 1년 동안 한국 드라마에 빠져 살면서 턱이 틀어졌고 암이 뼈에 전이된 것을 알고 바로 재규어를 샀다. "남은 날이 2년이라는 말을 듣자 십수 년 동안 나를 괴롭힌 우울증이 거의 사라졌다. 인간은 신기하다. 인생이 갑자기 알차게 변했다. 매일이 즐거워서 견딜 수 없다. 죽는다는 사실을 아는 건 자유의 획득이나 다름없다." 참 멋있다.


그녀의 문체는 냉소적이면서 담담하고 웃음을 자아내고 슬프다. 자기 세대는 끝났다 하면서 할 말은 다 한다. 

왜 나이들면 불쑥불쑥 화를 내는지, 옛날 생각을 더 자주 하게 되는지, 체면을 차리는 상황 등을 설명해 준다.


나도 만약 일기를 쓴다면 이렇게 쓰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에서 처음으로 왜 일본 중년 여성에게 겨울연가, 욘사마, 한국 드라마가 인기였는지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수십 종류의 머플러를 선보인 욘사마에 빠지고, 드라마에서 툭 하면 미국 유학을 가는 주인공들이 신기하고, 사랑을 믿는 한국사람들이 부러웠다고 한다.

작가가 얘기했듯이 일본 사람에게 한국 남자는 희귀한 존재였다. 모든 것에 정열적으로,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한국 사람들이 일본인의 눈에는 너무나도 생소한 것이다. 겨울 연가에서 박용하의 역을 스토커로 표현한 것도 의외였다. 일본에는 그렇게 집착하는 남자가 없나보다. 조용한 집념의 나라 한국. 외국 사람들은 한국을 그렇게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겨울연가 때문에 난생처음 DVD를 사게 된 저자가 너무 귀엽다. 절대 무언가에 돈을 쓰지 않는다는 작가에 그 이후 DVD를 수집하는 취미가 생겼다. 한국 드라마 때문에 남이섬도 갔고 제주도도 갔고 판문점도 갔다. 한국에 대해서 관심이 생기게 되었다. 일제시대 일본의 만행도 알게 되고, 저자는 솔직히 본인의 무지를 시인하면서 진심으로 부끄러워 한다. 이게 대다수 일본인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그냥 다른 나라 특히 아시아에 관심이 없을뿐이다.


위키피디아 : https://en.wikipedia.org/wiki/Yōko_Sano

인간은 생산적이어선 안 돼. 쓰레기나 만들 뿐이니까. 난 불가연 쓰레기를 만들고 있는 거야. - P42

내게는 아무래도 좋은 일이 지나치게 많지만 사사코 씨에게는 아무래도 좋지 않은 일이 지나치게 많다. - P45

- 나 예뻐?
- 넌 그걸로 충분해요.
- 여름은, 발견되길 기다릴 뿐이란다.
- 엄마, 나 이제 지쳤어. 엄마도 아흔 해 살면서 지쳤지? 천국에 가고 싶어. 같이 갈까? 어디 있는 걸까, 천국은.
- 어머,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다던데.

- P109

그러나 한국 드라마는 근본적으로 어딘가 다르다. 이 행복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스토리도 대부분 억지로 짜 맞춰서 개연성이 없다. 보고 있으면 헛웃음이 나온다. 그런데도 행복하다. 엄청나게 행복하다. 잘난 사람들은 모두 이 현상을 분석하려 들지만 나는 그러지 않는다. 좋아하는 데 이유 따위가 없다. 그저 좋은 것이다. - P126

아줌마들은 외롭다. 할 일이 없다. 인생은 이제 내리막길이다. 몸이라면 더 이상 안 써도 괜찮다. 귀찮고 성가시다. 하지만 사랑은 받고 싶다. 애정으로 한가득 채워지고 싶다. 한국 드라마의 남자는 일본 남자라면 부끄러워할 만한 일을 태연하고 당당하게 해치운다. 장미꽃으로 하트를 그리고,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져서도 이름을 부르며, 눈이 먼 여자를 위해 목숨을 끊어 자신의 각막을 이식한다. 이성은 모순을 허락하지 않지만 감성은 모순의 마그마다.
한국 부모의 강압적이고 이기적이며 타산적인 태도는 정말로 극성맞다. 일본 아줌마들이 한번쯤 해보고 싶어 하는 행동을 한국 아줌마들이 대신 해준다.
정이란 정을 있는 대로 다 쓴다. 한국 드라마를 보고서야 그 빈자리에 감정이 콸콸 쏟아져 들어왔다. - P137

외로운 독거노인은 주변에 화낼 소재가 떨어지면 천하와 국가를 논하며 울분을 토한다.
사람을 사귀는 것보다 자기 자신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더 어렵다. 나는 스스로와 사이좋게 지내지 못했다. 그것도 60년씩이나. 나는 나와 가장 먼저 절교하고 싶다.
살날이 얼마 없으니 어린아이처럼 살고 싶다. - P187

역사상 최초의 장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세대에게는 생활의 롤모델이 없다. 어둠 속에서 더듬거리며 어떻게 아침밥을 먹을지 스스로 모색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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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강창래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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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을 수 있다면 생명이 붙어 있는 것이다.

가족 중에 암에 걸린 사람이 있다면 공감할 수 있는 책이다.

먹는 것을 평생 조심해야 하고 가족들도 같이 담백하고 무염 건강한 밥상을 먹게 된다.


직접 아내를 위해 요리하는 저자. 라면 말고 할 수 있는 음식이 없었지만 사랑하는 아내에게 조금이라도 먹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너무 짠하다. 

책을 읽으며 나도 엄마를 위한 요리를 하고 싶어 졌다. 

나도 겨우 미역국, 카레 정도만 할 수 있어서 이 책에 나온 감자전, 오믈렛, 짬봉, 볶음밥 등을 해보고 싶다.


출판사 커플 강창래 편직기획자와 알마 정혜인 대표. 40년을 같이 했지만 마지막 3년은 얼마나 절절했을까.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것이 얼마나 힘들까. 나한테도 같은 시련이 닥치면 난 어떻게 견딜까?

책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인생은 결국 내가 어찌할 수가 없고 다만 사랑하는 사람과 소박하게 식사하는 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https://blog.naver.com/khhan21/220451344659

내가 보기에 가장 좋은 식사는 소식이다. 학자들도 소식이 가장 좋다고 말하면서도 그 이유는 잘 모른다. 다른 생명을 적게 약탈하기 때문이 아닐까. - P38

히포크라테스 수프.
힘든 상황 속에서도 굴비하라는 마음. 굴비는 뜻을 굽히지 않는다는 뜻.

보리차
이중텐의 중국사, 종이, 발칙한 현대미술사
바질페스토 PRIMV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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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터면 남들처럼 살 뻔했다 -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가치로 우뚝 선 23인의 성공법
송혜진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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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4장으로 이루어졌는데 나한테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3장 돈만 벌려고 일하지 않는다: 회사란 무엇인가 편이었다.

내가 주식을 하면서도 가장 어려운 것은 내가 믿고 투자하고 싶은 기업을 찾는 것이다.

장기적 안목과 철학을 가지고 운영하는 회사를 찾기란 쉽지 않다. 


다행이 여기서 소개해준 기업들 - 파버카스텔, 피에르파브르 Pierre Fabre, 성심당, Tod's, 록시땅, 시슬리, 닥터브로너스 - 때문에 희망적이다. 물론 이들 주식을 살 수 없어 안타깝지만...앞으로 더 많은 기업들이 이처럼 미래와 인간과 환경을 생각하는 자세를 갖췄으면 좋겠다. 


흥미롭게도 입양아 출신들을 많이 소개한다. - 토마스 클래맨트 Thomas Clement, 피에르 상 보이에 요리사, 조아킴 손 포르제 의원. 오히려 이들은 잘 풀린 경우다. 자신들을 입양보낸 부모 덕분에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꿈을 펼칠 수 있다고 한다. 또 재미있는 점은 모두 한국여자와 결혼했다는 점....이렇게 뿌리와 정체성은 무서운 것이다.


한국인으로 소개한 인물들은 - 김형수(브래들리 타임피스),문승지 디자이너, 송진국 회장, 유나양, 최시영 건축가, 솔리드옴므 유영미, 중고나라 이승우, 오월의 종 정웅, 무명사랑 문광자, 강이연 미디어아티스트다. 


외국인은 이나가키 에미코, 블레이크 마이코스키, 쁘띠 아쉬의 파스칼 뮈사르 Pascale Mussar 3명이다.


모두 하나 같이 자신만의 세계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구축했다. 역시 한가지에 미쳐야 하는가?

누가 뭐래도 밀고 나갈 수 있는 자신감은 어디서 오는 걸까?

결국 시간이 중요한 것 같다. 실패해도 시간을 갖는 것...이렇게 살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사회가 좋은 사회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며 나만의 인생 설계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무엇보다 믿을만한 기업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1.어니스트 헤밍웨이, 빈센트 반 고흐, 존 스타인백이 사랑한 faber-castell
탄소 중립기업 carbon neutral corporation 인증 매년 20억 개 연필 만듦. 더 많은 나무를 심음.

2. 영업이익 17 퍼센트를 연구에 재투자하는 핑르 파브르 회장, 공익재단이 최대 주주 86퍼센트 보유, 7퍼센트는 피에르파브르 그룹 자사주, 나머지 7 퍼센트 우리사주 조합 몫

3. 나눔의 복리 계산 : 이웃과 나누는 건 결코 공짜가 아니다. 100배로 돌아온다. 30년 점 성심당 빵 공장 증축 때 철거반장이 어렸을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성심당 회장 염부터 입관까지 장례를 치러주는 봉사를 함
사랑의 챔피언 제도 : 회사 안에서 구체적인 사랑을 실천하고 모법을 보인 직원에게 특진 같은 혜택, 동료간의 사랑은 인사 고과의 40퍼센트 차지, 일 년에 한번 한 가족 캠프

4.시슬리 창립자 위베르 도르나노 50세에 시슬리 인수, 집밥으로 뚫은 유통망

5. 닥터브로너스 : 2015년 글로벌 인증기관 비랩 심사, 비콥 Benefit Corporation 가입, 2년에 하번 재 심사, OTCO 인증 유기능, 농무부 산하 유기농 프로그램
동물보호단체 기부 - Compassion over Killing, 세계가축애호협회, Humane Leagues, 더굿인스티튜트, 식물기반식품협회, 미국동물애호회

6. 에덴파라다이스 메모리얼 리조트 http://www.edenparadise.co.kr/
홍대 북카페 아티누스, 평택 북시티 아트디렉터

7. 프랑스 에스모드, 영국 세인트마틴, 이탈리아 마랑고니

8. 위코마켓, 큐딜리온, 큐싸인, 비밀의 공구, 주마 서비스
http://zooma.kr/

우영미 : http://www.solidhomme.com/kr/
"회장님, 원래 패션이 수지가 안 맞는 일이에요. 대기업이 패션 가지고 수지 내려고 해서 자꾸 안 좋은 일이 생기는 거죠. 패션은 축적입니다. 일단은 계속 들이부어야 해요. 돈과 시간과 노력을 쌓고 또 쌓아야 돼요. 그게 몇 십 년은 지나야 비로소 꽃이 핍니다. 저는 그래서 버텼고 앞으로도 버틸 겁니다. 우리도 100년 가는 브랜드 하나쯤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재료가 좋으면 당연히 맛이 좋겠죠. 그렇지만 빵은 별식이 아니라 주식이니 늘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드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결국은 사람이 얼마나 공을 들여 만드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겠죠"
"왜 빵은 밀가루에 물을 붓고 반죽해서 만들까" "왜 사람이 밀을 빻고 물을 붓고 발효종을 넣어 빵을 굽기 시작했는지부터 알아야 진짜 제빵사인 거예요. 밀가루를 그대로 먹을 수도 있었어요. 발효종을 넣어 구우면서 빵은 비로소 소화가 가능한 음식이 됐어요. 그걸 알고 일해야 돼요. 제대로 된 제빵사라면 밀가루의 분자식도 쓸 줄 알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324쪽

드맹, 무명, 한국현대의상북물관
영국 빅토리아앤드앨버트 미술관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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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 박경리 시집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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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작품보다도 이 시집 한 권으로 박경리 선생님의 인품과 인생을 엿볼 수 있는 것 같다.

시 한편에 그 분의 어머니에 대한 애정, 삶을 바라보는 시각, 나이 들어 눈이 안보여서 느끼는 절망감 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나도 언젠가 이런 시를 쓰고 싶다.

그 어떤 수단보다 나를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시와 함께 곁들인 그림도 너무 잘 어울린다.


<천성> 이란 시가 오늘 유독 더 다가온다.

만약에 내가

천성을 바꾸어

남이 싫어하는 것도 하고

내가 싫은 일도 하고

그랬으면 살기가 좀 편안했을까


아니다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내 삶은 훨씬 더 고달팠을 것이며

지레 지쳐서 명줄이 줄었을 것이다

....


외로움에도 이력이 나서 견딜 만하다


그러다 내 삶이

내 탓만은 아닌 것을 나는 안다

어쩌다가 글 쓰는 세계로 들어가게 되었고

고도와도 같고 암실과도 같은 공간

그곳이 길이 되어 주었고 

스승이 되어 주었고 

친구가 되어 나를 지켜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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