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 아렌트, 세 번의 탈출 - 한나 아렌트의 삶과 사상을 그래픽노블로 만나다
켄 크림슈타인 지음, 최지원 옮김, 김선욱 감수 / 더숲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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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노블 형식이라 훨씬 쉽게 한나 아렌트의 생애를 엿볼 수 있었다. 

저자도 대단하다. 아렌트의 열렬한 팬인가 보다. 이렇게 방대한 내용을 그래픽 노블로 남기다니!


14살에 칸트를 섭렵하고 고대 그리스어를 독학으로 익혔다. 물론 그대그리스어 때문에 훗날 암호를 사용하는 거 아니냐는 의심도 받지만. 


독일, 프라하, 파리, 리스본, 미국


행동가로 유대인 아이들을 유럽 밖으로 안전하게 피신시키는 일을 했다. 1940년 5월 23일 파리에서 여자 수감자 6800명이 귀르 수용소로 보내졌다. 6월 14일 기회가 온다. SNAFU situation normal, all fucked up. 도망쳐 나와 모뷔송이라는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거기서 남편 블뤼허를 만나 마르세유로 갔다. 

뉴욕으로 건너간 아렌트는 브루클린 대학에서 강의했다. 국제적인 유대인 군대를 조직해 히털러에 대항하자고 주장했다.



벤야민의 습관 중에서 특히 멋있는 건 파리 구석구석 한량처럼 정처 없이 걷고 또 걷는 것. 참여적이면서도 무관심한 그의 관찰은 세상에 생명력을 불어 넣었다. - P101

외국인 체류자 중에서 16세에서 55세의 독일인은 지금 당장 출두해서 소재 신고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장소는 남성은 버팔로 경기장, 여성은 벨로드롬 디베르입니다.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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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엄마가 있었다
조유리 지음 / 바른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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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가족 중에서 치매로 요양원에 입소한 분이 없어서 깊이 생각해 보지 못했는데,

<그런 엄마가 있었다>를 읽으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저자는 매우 솔직하고 진솔하게 치매에 걸린 어머니와의 긴 여정을 서술하고 있다. 


마지막에 어머니가 요양원에서 떡을 먹다 목에 걸려 사망한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떡이 그렇게 무서운 음식이었다니!


주간보호로 시작해서,  24시간 요양시설, 요양원, 연명치료에 대한 이야기까지, 누구나 겪을 법한 이야기다. 

저자가 왜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냈는지 충분히 이해가 간다.

브런치에서도 저자의 이야기를 볼 수 있다: https://brunch.co.kr/@atoi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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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작가입니다 - 딴 세상 사람의 이 세상 이야기
배명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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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글쓰기를 사랑한다는 저자. 정치외교학과 석사를 나왔지만 전업 작가로 살고 있다. 2017년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SF작가연대)를 만들었고 부대표로 지냈다. 정소연, 김초엽 등과 함께 한다. 공상과학은 일본에서 유래된 말로 과학소설 또는 SF로 지칭해야한다고 한다. 여전히 우리나라에서는 공상과학이라고 많이 부른다고 한다. 심지어 출판업계 사람도. 

개인적으로 판타지, SF 모두 좋아하지만 한국 SF소설은 많이 접하지 못한 것 같다. 솔직히 배명훈 작가의 책도 읽어보지 못했다. 


창작자는 기가 막힌 질문을 도출해내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참 멋진 말이다. 답보다는 질문이 더 중요하다. SF는 수많은 질문들을 우리에게 던진다. 특히 지구라는 공간적 배경을 빼면 인간의 본질, 철학적 질문을 할 수 밖에 없게 된다. SF는 제국의 장르라고 말하는 작가의 주장이 꽤 설득력이 있다. 특히 우리는 미국 SF에 익숙해져 있다. 국제정치학을 배우며 세상 돌아가는 일을 배웠다고 한다.


오랜만에 미래창조부 이야기가 나와서 잠깐 시간여행을 하고 왔다. 그 당시에도 창조 경제가 뭔지 가이드를 달라고 했지만, 정부에서는 묵묵부답이었다. 저자는 당시 정보통신연구원의 미래(융합)전략연구실에서 근무중이었다고한다. 과학소설계에도 융합을 강요했다는 말이 재밌었다. 그 당시 미래부가 있었다는 것도 참 조지 오웰에 나올 법한 소재다. 2005년 공모전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2009년에 비로소 배명훈 작가는 자신이 드디어 작가가 되었다는 사실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고 한다. 첫 단행본인 <타워>가 출간되고 프로 작가가 되었다고 느꼈다.


작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배명훈 작가의 답이 명쾌하다. 작가란 다음 글을 쓸 계기가 충분히 모여 있는 사람이다. 글을 쓰는 계기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현실적으로 약간의 돈과 사람들의 인정 정도면 이 일을 이어가는 좋은 계기가 된다. 이 두 가지는 일반적으로 지면 근처에 응축되어 있다.좋은 상을 받는 것이 작가가 되는 지름길인 첫번째 이유는 좋은 편집자를 만나게 해주기 때문이다. 편집자는 그야말로 계기 덩어리다. 기능적으로 작가의 파트너가 될 사람이고, 이러어리한 글을 써보라고 직접적인 게기를 제공할 사람이며, 업계에서 청탁서와 계약서를 내미는 역할을 담당하는 바로 그 사람이기도 하다. 

글쓰기에 대한 애정 혹은 도저히 쓰지 않을 수 없는 심리 상태 같은 내면의 동기도 대단히 중요하다. 작가는 돈을 주면 의뢰인이 원하는 글을 찍어내는 직업이 아니다. 어떤 글을 쓸지, 어떤 질문을 던지고 어떤 방 식으로 대답할지 스스로 알아서 정해야 하는 직업이므로 내적인 동기 없이 지면을 채워나가기는 어렵다. 질문이 없는 글은 재미없다. 자기 질문이 아닌 질문에 답하고 있는 글도 마찬가지다. (200쪽)


작가에게 소설은 사고 실험의 도구라는 말에 공감한다. 무한한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곳이 바로 소설이기 때문이다. 

성직자를 꿈꾸다 SF 작가가 된 배명훈 작가의 에세이는 재미있다. 다양한 경력과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소설을 쓰는 게 참 반갑다. 배명훈 작가의 소설을 읽어봐야겠다.

작가의 사회적 책무도 이와 관련이 있다. 사회는 작가에게 통제나 예측 같은 멋진 역할을 부여하지 않는다. 작가에게 바라는 것은 상상이다.
나중에 환금하면 된다. 작가에게 환금은 위로다.

그런데 그 무렵의 나는 내가 드디어 작가가 되었다는 사실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데뷔 후 몇 년 동안 이어진 당혹스러운 기간과 달리, ‘사실상 등단‘ 자격을 갓 얻은 2009년 무렵의 나는 누가 등단으로 쳐주든 그렇지 않든 스스로 확고하게 작가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 나에게는 시스템이 필요 없었다. 물론 글을 발표하려면 매번 시스템이 필요하지만, 어떤 제도가 나에게 한시적으로 열어준 단 한 번의 기회를 놓치는 일 따위에 대한 불안감이 없었다. 그 기회가 물거품이 되고 내 경력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일이 두렵지도 않았다. 원점에서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쌓아 올리는 법을 터득하고 있었기 때문이고, 누가 어떻게 방해하든 내가 그때까지 쌓아놓은 것들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어서이기도 했다. - P200

창작자는 늘 치열하게 싸우는 사람들이지만, 때로는 감상자의 자리에 편안하게 앉아 있기로 한 사람들을 배려해야 할 의무가 있다. 작가와 독자 사이를 가르는 그 선을 존중하는 일은 해가 갈수록 더 귀한 예의범절이 될 것이다. - P163

조미니와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
브라흐마: 무에서 유를 창조. 글쓰기의 괴로움. 첫 문장.
비슈누:유지. 이야기에 완전히 빨려 들어가서 외부 자극에 크게 중요하지 않다.
시바 : 파괴. 삭제, 퇴고. - P142

첫 문장은 마지막 문장이다. 가장 괴로운 순간.
자기 주도 창작. 청탁 주도 창작.
자기 이름으로 된 작가의 첫 단행본을 박사 학위 논문에 비유. 작가는 편집자와의 만남을 통해 비로소 완성된다. 맨 처음 작가라는 이름을 얻는 일 자체는 사실 큰 의미가 없고, 결국은 좋은 작가로 성장하고 살아남는 것만이 유의미하다.
가내 등단: 가족들에게 작가로 인정받기. 신문에 인터뷰 실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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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 버지니아 울프 전집 3
버지니아 울프 지음, 오진숙 옮김 / 솔출판사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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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에 걸쳐서 낭독한 책이다. 항상 읽고 싶은 책 상위권에 들었지만, 선뜻 다른 책들에 밀려 읽혀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20세기 이전의 책들은 고리타분하고 말투도 어색해서 그런 것 같다. 

<자기만의 방>은 버지니아 울프가 여성 대학교에서 강연했던 내용을 수정해서 내놓은 책이다. 그래서 낭독하기 좋다. 


"연 오백 파운드와 자신의 방을 가지면, 우리가 자유의 습관과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그대로 써 내려가는 용기를 가진다면....셰익스피어의 누이였던 그 죽은 시인이 그렇게 자주 내던졌던 육체를 입게 될 것입니다."(214쪽)


연 오백 파운드와 자신의 방이 워낙 강렬해서, 페미니즘의 고전이라 생각되는 책이다. 여성도 독립적인 경제권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 그리고 자신만의 방이란 자기가 사유하고 글을 쓸 수 있는 여건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버지니아 울프가 찬양하는 제인 오스턴은 자기만의 방도, 오백파운드도 없었다. 결국 두려움이나 분노 없이 자신을 표현해낼 필요가 있다는 것, 그리고 여성이 각성해야 세상이 바뀐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지금도 완전한 여성해방이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울프가 살던 20세기는 얼마나 더 암울했을까? 그나마 여성 칼리지가 두 개 있고, 여성 재산권과 투표권이 주어진 사회였다. 대부분의 전문 직업이 여성에게 개방된 지도 십 년이 되었고, 일 년에 오백 파운드를 벌어들이는 여성들이 적지 않았다. 여성들이 기회와 돈과 훈련이 부족하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고 울프는 주장한다.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조금 난해하다. 

울프가 가상의 인물들을 배치하고 있고, 우리와 익숙하지 않는 영국의 문호들과 작품들이 나열되어 있다. 


1장 : 울프는 남자 대학에서의 성대한 오찬과 여성 대학에서의 초라한 정찬을 대비한다. 그리고 여성은 왜 가난하며 여성 작가의 마음에 가난은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2장 : 우월성을 느끼는 남자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여성이 어떻게 그런 남자들을 대할지도 보여준다. 


3장 : 역사에서의 여자의 부재를 상상력으로 메우기 위해 셰익스피어의 누이동생을 가상한다. 


4장 : 17세기 이후  글을 쓰기 시작한 여성 작가들을 살펴본다. 특히 제인 오스틴과 샬롯 브론테를 대비시켜 여성 작가들이 당면한 가장 큰 어려움은 문장과 여성 문학 전통의 부재라고 말한다.


5장 : 20세기 초 여성의 글쓰기를 다루고 여성이라는 자의식을 놓고 글을 쓸 때에만 참다운 시인이 될 것임으로 역설한다.


6장 : 양성성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여성들이 글쓰기를 하라고 주장한다.


쉽지 않은 글이지만 함께 읽으면 좋은 밑거름이 되는 책이다. 

여성 독서 모임에서 무조건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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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 박상영 에세이
박상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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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영 작가의 소설보다 에세이가 더 재미있는 것 같다. 소설을 읽었을 때는 몰랐는데, 역시 준비된 작가다.

2016년 등단하고도 3년 동안 직장 생활을 하면서 글을 새벽에 썼다. 새벽 5시에 일어나 3시간을 쓰다니!

나도 직장 생활을 하면서 글을 쓰고 있지만 새벽 5시는 무리다. 물론 박상영 작가는 원고료가 들어와서 가능할 것이다. 

그냥 습작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등단 전 박상영 작가가 4년 정도 고생한 것 같다. 그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등단을 하고 3년 동안 4권의 책을 낼 분량의 원고를 썼다고 했다. 그러니까 번아웃이 오지. 어느날 갑자기 퇴사를 결심했다. 그리고 뉴욕으로 향했다. 뉴욕에서 젊은작가상 대상 소식을 듣는다. 역시 열심히 산 사람에게는 보상이 주어지는구나.

지금은 마음껏 작가로 살고 있는 박상영 작가를 응원해주고 싶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직장 동료들이 자신이 작가라는 사실을 아는 것에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한 에피소드도 100% 공감 간다. 누구든 자신의 내밀한 이야기를 가까운 사람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을 것이다. 직장생활에서는 누구나 마스크를 쓰고 다니니까. 


100킬로 나가는 자신의 몸을 그대로 인정하게 된 부분도 멋지다. 다양한 몸과 건강에 대한 기준도 서서히 바뀌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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