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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밤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7월
평점 :
여성 서사라는 측면에서 <밝은 밤>은 <파친코>와 유사하다.
주인공 지연은 이혼 후 희령이라는 바닷 마을로 이사한다. 희령은 10살 때 할머니가 계셨던 곳이다.
좋은 추억이 있는 희령은 지연이 이혼하고 선택한 도시다. 하지만 엄마(미선)와 할머니(영옥)는 사이가 좋지 않아 지연의 결혼식에도 할머니는 초대를 받지 못했다. 그래서 희령으로 내려갈 때도 지연은 할머니에게 연락할 생각을 못했다.
우연히 할머니와 같은 아파트에 살게 된 지연. 몇번 할머니와 함께 밥을 먹으면서 할머니의 어렸을 적 이야기, 증조모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증조모는 백정의 딸이었다. 위안부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 잘 모르는 남자와 결혼했다. 증조부는 천주교를 믿었고 신분제 사회를 믿지 않았지만 영웅심리가 있어서 자신이 구원한 증조모에 대한 우월의식을 갖고 살았다.
할머니는 딸이라는 이유로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했다. 심지어 아버지는 결혼한 것을 알고도 할머니를 할아버지와 결혼시켰다.
나중에 본처가 찾아오자 할아버지는 떠났고, 할머니는 자신과 본처의 호적에 올려졌 다.
할머니와 지연의 어머니 사이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자세히 얘기하지 않는다.
이부분이 조금 답답하다. 다른 관계는 상세히 적으면서 할머니와 엄마의 관계가 모호하다.
할머니와 옛날 이야기를 들으며 서서히 마음을 치유하는 지연.
어렸을 때 죽은 언니 지우도 언급되지만, 이 역시 두루뭉실 넘어간다.
4대째 이어지는 이야기에서 주인공은 누굴까?
아마 증조모와 새비 아주머니가 아닐까? 신분을 넘어서 우정. 몸은 비록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한시도 서로의 존재를 잊지 않고 위안을 얻었다.
핏줄보다 자신이 선택한 가족이 왜 중요한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새비 아주머니, 아저씨, 희자가 어찌보면 영옥이 동경하는 가족의 모습 같다.
<밝은 밤>에서 지연이 할머니와 희자를 이어주는 걸로 마무리짓는다.
오랜 세월 서로 떨어져 살았지만 그리워하며 서로 잊지 못하는 관계.
지연과 할머니도 뒤늦게 이어져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