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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홀든은 속물주의와 타락한 세상 한가운데 섬처럼 사는 것처럼 보인다. 이 소설은 학교 왕따였던 아이의 자살, 사랑한 동생 앨리의 죽음, 부모와 교사 등 어른들과 불통 때문에 힘들어하는 17세 소년의 시선으로 설득력 있게 그리고 있다. 또한 이 책은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한 소년의 사고의 흐름과 감정을 적나라하게 이해할 수 있고 비슷한 고민과 방황을 한 독자에게 위로가 될 것이다.
집으로 돌아온 홀든에게 동생 피비가 뭐가 되고 싶냐고 묻자 갑자기 홀든은 호밀밭을 걸어오는 아이들이 절벽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지키는 파수꾼이 되겠다고 한다. 홀든이 파수꾼을 자처한 것은 아무도 자신에게 그런 역할하지 못한 기성세대에 대한 불만, 서운함, 배신감에서 나오는 말이 아니었을까?
이 책은 한 소년의 일기장을 엿보는 듯한 인상을 준다. 추악한 세상에 대한 조롱, 내면의 불행 등을 읽으면 공감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거기에서 그친다. 1980년대 이 책을 읽고 잘못된 선택을 한 사례들이 발생했다. <호밀밭의 파수꾼>은 1980년 존 레논을 살해한 마크 채프먼의 애독서였고. 이 소설에 집착한 존 힌클리 주니어는 1981년 레이건 대통령을 저격했다. 스토커인 로버트 바르도는 1989년 영화배우 레베카 셰퍼를 살해했을 때 이 소설을 지니고 있었다.
아쉽게도 이 책에서는 부조리하고 추악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만 있을 뿐 이를 이해하고 자신을 지키며 함께 살려는 통찰력은 부족하다. 허위와 가식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홀든이 유일하게 믿고 의지하는 존재는 동생 피비다. 하지만 피비도 언젠가는 어른이 될 것이다. 홀든은 자신의 문제를 자각하고 정신과 치료를 받지만 우리는 홀든이 커서 외딴섬과 같이 은둔해서 사는 샐린저로 크지 않을까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샐린저는 글쓰기로 자신을 치유했지만 결국 세상과 단절해서 살았다.
작가 샐린저에 대해 궁금하거나 세상의 위선과 허위에 환멸을 느끼는 17세 소년의 마음이 궁금한 독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