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도쿄에선 단 한 끼도 대충 먹을 수 없어
바이구이(by92) / 중앙북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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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이 탄탄한 맛집 안내서. 설사 취향이 달라 막상 먹어보면 별로일지언정 하나 하나 찾아간 데 대한 후회가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 만큼 구석구석 알차고 버릴 게 없는 내용. 문장도 간결하고 설득력이 있어서 읽는 재미까지 놓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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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갈려면 멀었는데 이런 제목부터 눈에 띠는군.

너무 직설적이라 발랄하고 가벼운 톤으로 쓴 맛집 소개 책인 줄 알았는데 웬 걸, 초반부터 자못 진지하다.

그리고 대부분 몰랐던 내용이라 흥미진진.


지구과학과 미식을 연계한 책 다쓰미 요시유키(巽好幸, 지구과학자·고베대학 객원교수)의 <와쇼쿠는 왜 맛있을까(和食はなぜ美味しい)>에는 ‘와쇼쿠의 핵심인 재료의 맛은 지진 및 분화와 맞바꾼 결과물’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화산 분화로 생긴 화산재(火山灰)가 스민 땅은 비옥해서 농작에 유리하다는 이야기인데요. 화산재가 쌓여 형성된 화산재토(火山灰土)는 특히 배수성이 뛰어난데, 양배추, 파, 무 등의 농작물이 자라기에 최상의 토지라고 합니다. 실제로 화산재토가 대부분인 간토(関東) 평야(도쿄 및 주변 6현에 걸친 일본 최대의 평야로 일본 농지의 4분의 1을 차지함)의 작물은 그 풍미가 유난히 좋습니다. 또한 근채류 농사에 적합한 적황색토(赤黄色土)가 있고, 수박, 토마토, 우엉, 시금치, 콩, 감자 등의 야채 농사에 최적인 사질토(砂質土)가 해안선을 따라 분포하는 등 다양한 성질의 토양을 두루 갖추고 있다는 것. 

다시마에서 최상의 우마미를 우려낼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일본 물에 있습니다. 다시마의 성분을 추출하기에 가장 좋은 물이 연수(軟水)인데, 일본의 물은 대부분 연수입니다. 어찌 보면 우마미는 주어진 자연 조건에 순응하며 자연스럽게 얻게 된 맛이라고 할 수 있지요. 와쇼쿠의 필수불가결 요소인 이 우마미는 ‘Umami’로 영어 사전에 등재되며 단맛, 신맛, 짠맛, 쓴맛과는 구분되는 일본 고유의 맛으로 세계 요식업계에 통하고 있습니다. 

생선구이를 먹는 팁 하나. 생선구이에는 반드시 간 무가 함께 제공되는데요. 무 위에 간장을 살짝 뿌린 후 생선 위에 올려서 먹으라는 뜻입니다. 맛 때문만이 아닙니다. 무에 소화작용을 돕는 디아스타아제가 들어있어서 생선과 곁들여 먹는 것입니다. 무는 생선의 탄 부분에 남아있을 수 있는 미량의 발암 성분을 없애주기도 해 와쇼쿠에서 생선구이를 먹을 때는 반드시 간 무를 곁들인답니다.

뎀뿌라라는 이름은 포르투갈 템페로(Tempero, 양념·조미라는 뜻)에서 유래했다는 것이 정설. 어찌 되었든 지금의 가장 보편적인 형태의 뎀뿌라가 확산되기 시작한 시기는 에도 시대(江戸, 1603~1867) 중기쯤으로 봅니다.


  기름이 귀했던 나라 시대까지만 해도 상류층 음식이었던 뎀뿌라는 에도 중기부터 대중에게 확산되었습니다. 물류가 원활해짐에 따라 각지의 생산물이 에도로 집중되었고 재료와 기름을 쉽게 확보할 수 있게 되면서, 스시, 소바, 우나기(鰻, うなぎ, 장어)처럼 뎀뿌라도 야타이(屋台, 본래는 서서 먹는 이동식 작은 가게. 포장마차와 유사)에서 파는 대중음식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카레라이스를 처음 일본으로 전한 나라는 인도가 아닌 영국이라는 것이 정설입니다. 인도가 영국령이었던 메이지 시대(明治, 1868~1912)에 인도요리를 기반으로 한 영국의 ‘커리드라이스(Curried Rice)’ 혹은 ‘커리 앤 라이스(Curry&Rice)’가 일본으로 전해지며 일본 카레라이스의 원형이 되었다는 것. 일본 카레라이스는 대개 며칠간 뭉근하게 끓이는 방식으로 조리하여, 인도 커리와는 달리 상당히 걸쭉합니다. 예전 영국 해군함 식당에서 배의 흔들림에 대비해 카레를 덜 흘리게끔 조리한 방법이 그대로 일본에 들어왔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고베규는 맛이 좋기로 정평이 난 고기입니다. 미국 NBA의 전설 코비 브라이언트(Kobe Briant)의 이름이 ‘고베’의 영어식 표현인데, 코비의 아버지가 고베규의 맛에 반해 아들의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고 할 정도입니다. 

깃사텐은 얼핏 우리나라 카페와 비슷해 보이지만, 영업시간, 메뉴, 주 고객층 모두 우리가 아는 카페와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이르면 아침 7시부터 문을 여는 곳이 많고, 대개 아주 공을 들인 강배전(원두를 오래 로스팅한) 커피와 토스트를 제공합니다.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깃사텐에는 여전히 도쿄의 근대적 낭만이 흐르고 있다는 것. 집기와 인테리어 모두 근대부터 유래된 곳이 많기 때문입니다.


  깃사텐은 원래 오스트리아 빈과 프랑스 파리 등 서구의 카페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인테리어, 가구, 조명 등을 일본풍으로 재해석하고, 일본 고유의 메뉴와 오모테나시(お持て成し, 마음을 다하는 극진한 대접)를 더해 지금의 깃사텐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1800년대 후반, 문호가 활짝 열린 개화의 시대에 서양에서 들어온 카페를 일본식으로 변주하여 문을 열었던 것이 깃사텐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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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나 달갑지 않은 점은, 흡연에 너그러운 깃사텐에는 남녀 불문 애연가들이 많이 찾아온다는 것입니다. 식사 중 담배 냄새를 맡아야 하는 것이 고역이지만, 이런 단점을 상쇄할 만큼 매력 넘치는 공간인 것도 사실. 

빵이 최초로 일본에 들어온 것은 1600년경 포르투갈 선교사를 통해서였습니다. 본격적인 제빵은 메이지 시대부터 시작했지만, 빵의 역사는 수백 년에 이르는 셈입니다. 빵이 가정의 식탁에도 오르게 된 것은 1900년대 초부터입니다. 1947년 학교 급식의 시행, 1960년대 고도 경제 성장기 등을 거치면서 빵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시장이 커짐에 따라 제빵 기술도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 제빵 강국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되었습니다.


  경수(硬水, 칼슘 이온이나 마그네슘 이온이 많이 들어 있는 천연수)가 주류인 유럽이나 북미지역과는 달리 일본은 거의 대부분의 물이 연수(軟水, 칼슘 및 마그네슘과 같은 미네랄 이온이 들어 있지 않은 물)입니다. 그래서 일본에선 연수에 맞는 밀가루를 개발하기 위해 새롭게 밀을 개량하고 재배하기도 합니다. 최고의 빵 맛을 내기 위해 수입 밀가루에만 의존하지 않고 일본의 물에 맞는 밀가루를 만들어내기까지 한 것입니다. 맛의 차별화는 원재료의 차별화에서부터 출발한 것. 일본의 제빵 강국 타이틀은 부단한 노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시는 기원전 4세기경 동남아시아 산간 지방에서 유래했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민물고기를 오래 보존하기 위해 찌거나 삶은 쌀 등의 곡류(주로 쌀)로 절여 발효시켜 먹었는데, 이것이 나라 시대에 쌀 농사법과 함께 중국에서 일본으로 전해졌다고 합니다. 소금을 뿌린 생선 살과 쌀밥을 번갈아 나무통에 겹겹이 쌓은 뒤 그 위에 누름돌을 올리고 발효시킨 ‘나레즈시(なれずし, 熟れ鮨)’가 그것. 당시 나레즈시의 주재료는 붕어와 은어였습니다. 지금도 다양한 형태의 나레즈시가 있지만, 특유의 발효 향 때문에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한번 나레즈시 맛을 알면, 다른 스시는 먹지 않게 될 정도로 중독성 있는 맛입니다. 마치 홍어회 맛을 아는 사람이 그 맛을 제일로 치는 것과 비슷하달까요.

세계인이 보편적으로 알고 있는 스시는 에도 시대 말기 에도에서 유행한 야타이에서 탄생했습니다. 밥을 손으로 쥐고 와사비와 생선을 올려 곧바로 손님에게 건네주는 ‘니기리즈시(握り寿司, ‘니기리’는 손으로 쥔다는 뜻)’입니다. 이 니기리즈시가 현재 세계 각지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스시입니다.  

이곳의 스시 장인인 시미즈 구니히로(清水邦浩)는 수년 전 미쉐린의 별을 정중히 사양한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습니다. 이유는 ‘초심으로 돌아가 새롭게 시작하겠다고 결의한 시점’이었기 때문입니다. 더 큰 이유는 “스시쇼쿠닌(스시 장인)으로서 보람을 느끼지만, 기본적으로는 자신이 만든 스시에 대한 대가를 받고 그것으로 먹고 살아갈 뿐, 스타도 훌륭한 사람도 아닌데 과도한 관심은 일에 방해가 될 뿐이니 사양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는 가까운 미래에 지금과 같이 격식을 차린 스시야가 아닌, 1인당 3,000엔쯤 하는 아주 작은 다치구이스시야(立ち食い寿司屋, 서서 먹는 스시집)를 내겠다는 소박한 꿈을 가진 스시 장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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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언어의 정원
신카이 마코토 지음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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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가 먼저 나왔던 작품답게, 그림 같은 글에 인물의 내면이 잘 섞였다. 간질간질하게 잘 읽히지만 지나치게 ‘예뻐서‘ 개성이 약하다고 해야 하나...살짝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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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무렵에 면도하기 - 첫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무라카미 라디오 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 / 비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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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이야기를 할 때 좀 미운 부분 있어서 별 2개 뺌. 나머지는 즐겁고 재미있게 읽었다. 특히 음악 소개할 때 제일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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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무슨 말을 하려는지 모르는 건 아니지만, 이를테면 비밀을 알고 있는 클래스메이트도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이 있어?”


  “……없지는 않다, 라고 할까.”


  “근데 지금 그걸 안 하고 있잖아. 너나 나나 어쩌면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그런 의미에서는 너나 나나 다를 거 없어, 틀림없이. 하루의 가치는 전부 똑같은 거라서 무엇을 했느냐의 차이 같은 걸로 나의 오늘의 가치는 바뀌지 않아. 나는 오늘, 즐거웠어.”


“우앗, 진짜 맛있다. 부자들은 항상 이런 것만 먹을까?”


  “부자들은 무한 리필 식당에는 안 올 걸? 아마도.”


  “그런가? 이렇게 맛있는 고기를 무한 리필로 제공해주는데, 진짜 아깝다.”


  “부자는 뭐든 무한 리필이야.”


울 리가 없다. 나는 그런 비합리적인 짓은 안 한다. 슬퍼하지도 않고, 더구나 그녀 앞에서 그런 감정을 내보일 일도 없다. 그녀가 남들 앞에서 슬픈 표정을 보이지 않는데 다른 누군가가 그걸 대행하는 것은 잘못이다.


말은 때때로 발신하는 쪽이 아니라 수신하는 쪽의 감수성에 그 의미의 모든 것이 내맡겨진다.


그녀의 삶에 대해 감상적이 되는 것은 단순한 우월감일 뿐이다. 그녀보다 내가 먼저 죽는 일은 절대로 없다고 확신하는 오만함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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