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이 잘 쓰였는지 아닌지조차 판단할 수 없을 정도로 금융 문맹이지만, 가독성이 훌륭해서 재밌게 읽힌다.

결국 더 이상 일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이 부자가 되는 첫걸음이다. 시골의 작은 집에 살아도 자기 집이 있고 비근로 소득이 동네 평균보다 높고 그 수입에 만족하면 이미 부자다. 더 이상 일하지 않아도 될 정도라는 의미는 두 가지다. 내 몸이 노동에서 자유롭게 벗어나도 수입이 나오고 내 정신과 생각이 자유로워서 남과 비교할 필요가 없는 것을 말한다. 즉, 육체와 정신 둘 다 자유를 얻은 사람이 부자다.

부자란 금액에 따른 기준으로 잡을 수 없다. 부자는 더 이상 돈을 벌 필요가 없어진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는 내용이 장황하고 자세한 보고서는 보고서를 위한 보고서라 생각해서, 각각의 사장들에게 일주일에 한 번 200자 내외로 간단히 문자 보고를 하게 한다. 모이거나 만나는 일도 거의 없다. 사장이 매번 자신의 결정을 내게 묻는다면 무능하거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현대인들은 삶의 가치를 부의 축적보다 중요시 여긴다. 나 역시 삶의 가치가 부의 축적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말을 하는 사람들의 진의는 항상 검증을 받아야 한다.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대개 다음 세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무엇이 삶의 가치인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 둘째, 가난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른다. 셋째, 자신이 부자가 되리라는 자신이 없다. 

가난이 생각보다 잔인하듯이 부자의 삶은 생각보다 훨씬 행복하다. 

살아 보니 산에서 돌이 굴러 내려오면 돌에 맞아 죽은 사람도 있고 피하는 사람도 있고 돌을 내다 파는 사람도 있었다. 가장 큰 부의 이동은 매번 이런 식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어느 분야를 통해서도 최고 수준에 다다르면 비슷한 철학적 관점을 지니게 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큰 산이라도 오를 때는 사방에서 다가갈 수 있지만 봉우리에 다다르면 거의 비슷한 곳에 모이기 마련이다. 그래서 성공한 대가들은 대부분 비슷한 철학자가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투자 대가들의 주주서신이나 그들의 책을 읽어보면 한 권의 철학서를 보는 것 같다. 주가 변동성이나 국채 이자율 추이에 대해 설명하지만 실상은 인간의 욕망과 좌절을 이해시키기 위해 숫자로 설명할 뿐이다. 

영어와 수학 같은 학문이 지혜를 얻는 데 무슨 도움이 되냐 물을 수 있지만, 다른 언어를 하나 배우는 것은 다른 문화를 통째로 내 안에 가져오는 것이다. 수학을 배우는 것은 인간 사회의 가치 체계를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형태로 이해하게 해준다. 

그날 벌어 하루를 사는 사람들에게 일을 시키면 그날 바로 지불해줘야 한다. 그것이 청소든, 수리든, 배달이든, 심부름이든 그렇다. 그런 돈은 그날 바로 줘야 한다. 시간을 팔아 돈을 버는 사람들의 시간을 빼앗았으면 갚아줘야 한다. 미용실 약속을 하고 잊었거나 늦어서 일을 못 하게 만들었으면 머리 손질을 안 했어도 비용을 지불해줘야 한다. 미용사에겐 그 시간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 자산이기 때문이다. 변호사 친구에게 의견을 들었으면 밥값을 내줄 것이 아니라 상담료를 지불해야 한다. 그 변호사 친구도 밥값 정도는 충분히 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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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이렇게 오랫동안 못 갈 줄 몰랐습니다 - 신예희의 여행 타령 에세이
신예희 지음 / 비에이블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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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 때 쯤 읽었다면 더 공감을 많이 했을지도 모른다. 역시 모든 작품은 만나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옆에서 누가 실제로 말하는 것처럼 가독성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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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험이란 현대인의 샤머니즘이니까.

    2023-04-19 16:04:28
  • 고독을 누릴 수 있다는 건 굉장한 사치이니까. 돈과 시간을 들일 만한 가치가 있는 사치.

    2023-04-19 15:54:55
  • 오로지 나하고만 시간을 보내는 건 생각보다 더 어렵다.

    2023-04-19 15:54:22
  • 그나저나 포르투를 떠나 스페인 마드리드로 갔더니, 어머나, 첫날부터 무척이나 마음이 편했답니다. 그곳은 정말이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불친절한 곳이더라고요. 차라리 그게 낫다. 나한테만 그러는 게 아니라니 정말 고맙구나 이것들아….

    2023-04-18 18:01:23
  • 생각해보세요. 제가 미국 사람을 붙들고서 비욘세를 안다고 해봤자 그 미국인이 뭘 그리 좋아하겠습니까. 역시 미국이 짱이라며 애국심을 불태울 것 같지 않다고요.

    2023-04-18 18:00:22
  • 순간 기분이 묘해진다. 다들 나라 이름을 말하는데 너는 도시 이름을 대는구나. 그렇게만 말해도 당연히 알 거라고 믿는구나. 그러고 보니 우리 모두 모로코에 모여서 영어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너는 좋겠다, 얼마나 편하니? 말은 못 하고 속으로만 생각한다. 그의 잘못이 아닌데 빈정거리고 싶어진다. 그러고 보니 몇 년 전 불가리아에서 만난 미국 여행자는 대뜸 악수를 청하며 말했다. “I’m from the States.” ‘America’도 ‘U.S’도 아니고 달랑 ‘States’라니, 그렇게만 말해도 전 세계 어디서든, 누굴 만나든 당연히 미국이라고 알아들을 거라는 자신감이겠다.

    2023-04-18 17:59:55
  • 나는 편한 게 좋다. 앉을 수 있는데 굳이 서 있지 않는다. 누울 수 있는데 굳이 앉아 있지 않는다.

    2023-04-18 17:48:46
  • 젊어 고생은 안 하는 게 최고다. 몸과 마음은 쾌적하고 안전해야 한다. 극기훈련 같은 여행과 인생은 곤란하다.

    2023-04-18 17:48:38
  • 때도 몸을 불려야 술술 밀리듯이, 평소에 꾸준히 놀아봤어야 멍석을 쫙 깔았을 때 이때다! 외치며 앞구르기 뒷구르기를 척척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그게 잘 되겠냐고요. 마음은 굴뚝이지만 시간도 없고 돈도 없다. 일주일 내외의 여행을 위해 몇 달 전부터 미리미리 계획을 세워 온갖 일정을 조정하고 온갖 마감을 해놔야 하는데, 그 난리를 치르느라 잠도 부족해지고 스트레스도 한가득 쌓여 정작 여행지엔 힘이 쪼옥 빠진 채로 도착한다

    2023-04-18 17:37:05
  • 소화제 오타이산과 감기약 파브론골드, 두통약으론 부페린

    2023-04-18 17:29:40
  • 예쁜 것은 소중하다. 내 기분을 좋게 만들어준다. 장소가 어디든 나는 내 삶을 살아야 하니, 이왕이면 잘 살고 싶다.

    2023-04-18 17:28:18
  • 때론 꽃을 사 들고 오는데, 요게 또 기분이 상당히 괜찮다. 여행지의 꽃집에 들른다는 사실만으로도 왠지 로맨틱한 느낌이다. 꽃다발이나 작은 화분 같은 걸 사서 동네 사람인 양 기분 좋게 돌아다니다, 음료수병이나 머그잔에 요리조리 꽂아본다. 혼자 여행하다 집에 돌아왔는데 꽃이 반겨주면 그게 뭐라고 되게 반갑다.

    2023-04-18 17:23:08
  • 정 없어서 좋다. 꼴랑 몇 박 머무는데 정이라니 징그럽다. 깨끗하게 머물고, 분리수거도 깔끔히 하고, 딱히 문제가 없으면 좋은 리뷰를 남긴다. 그러고 보니 좋은 리뷰야말로 ‘21세기의 정’이겠다.

    2023-04-18 17:21:53
  • 사람 냄새라는 표현도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 냄새라니, 좀 씻으라고….

    2023-04-18 17:21:19
  • 여행은 없는 돈이랑 없는 시간을 여차저차 어르고 달래서 가는 거라 기대치가 높을 수밖에 없다(“이게 어떻게 온 여행인데!”). 지금이야 뭐든 좋다고 말하지만, 화장실에 들어가기 전과 나올 때가 같을 수 없다는 거 우리 모두 알잖아요

    2023-04-18 17:08:48
  • 반면에 함께 여행하는 건 좀 곤란한 사람도 있는데, 자기는 여행을 많이 안 해봤으니 내가 하자는 대로 다 하겠다며, 진짜 진짜 불평 안 하고 잘 따라다니겠다며 조르는 경우다. 경계대상 1호다.

    2023-04-18 17:08:32
  •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소풍이란 걸 특별히 좋아한 적 없고, 풀밭에 돗자리를 깔아놓고 노는 게 즐거웠던 적도 없다(수건돌리기? 그걸 왜 돌려야 하지?)

    2023-04-18 16:45:18
  • 꼬투리를 잡을 준비가 된 거만한 심사위원마냥 일어나지도 않은 불행을 애써 찾기도 한다. 아우, 싫다! 기쁨과 즐거움, 행복 같은 감정은 생각보다 더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겨우 얻을 수 있다. 반대의 감정은 생각보다 더 쉽게 찾아온다. 불공평하죠.

    2023-04-18 16:41:33
  • 그보다는 이 사람이다 싶은 나의 단골 미용사를 만드는 게 진짜로 큰 문제다. 긴말 필요 없이 내 취향에 딱 맞게 앞머리 길이를 잡아주고 옆머리를 다듬어주고 뒤통수 볼륨을 살려줄 그분. 내 마음을 읽어내는 독심술사 같은 그분! 그런 이를 영접하는 건 인생의 커다란 기적과도 같다.

    2023-04-18 16:37:03
  • 나는 여행하며 재밌게 놀았지, 치열하게 살지 않았다. 살아봤다는 말은 그래서 함부로 할 수 없다.

    2023-04-18 16:30:32
  • 뮤지션이자 작가인 오지은 씨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그는 코스메틱 브랜드 이솝Aesop 매장을 숙소 검색의 기준으로 정한다고 대답했다. 예? 왜요? 이유인즉, 이솝은 주로 힙하고 세련된 지역에 매장을 오픈하기 때문이란다.

    2023-04-18 16:24:40
  • 고생은 안 하는 게 최고인데 말이지.

    2023-04-18 16:07:03
  • 고생 없이 요령만 얻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일은 있을 수가 없다. 만약 그렇게 해주겠다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높은 확률로 사기꾼이니 참고하세요.

    2023-04-18 16:06:20
  • 바퀴는 소중하다. 문명의 이기이고 정수다.

    2023-04-18 16:05:28
  • 나는 안전한 게 좋다. 빵 중에서 제일 맛있는 빵은 안전빵이다. 나를 걸고 도박을 할 마음 따윈 없다. 그러고 보니 애초에 화투 같은 것도 생전 한 번을 안 쳐봤다. 그냥 그 행위가 싫다.

    2023-04-18 16:00:09
  • 어느 정도는 계획대로 착착이지만, 또 어느 정도는 그러려니 하며 받아들여야 한다.

    2023-04-18 15:58:06
  • 문 닫힌 택시 안은 혼자일 때 꽤 무섭다.

    2023-04-18 15:5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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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에이징 솔로 - 혼자를 선택한 사람들은 어떻게 나이 드는가
김희경 지음 / 동아시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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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에필로그에 말한 대로 비교적 수월하게 사는 솔로와 자발적 솔로에만 국한된 인터뷰라는 점이 아쉽긴 했지만, 여기 나온 제도나 통계 가운데 절반 정도는 몰랐던 내용이라 읽으면서 많이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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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무렵부터 한국의 주된 가구 형태가 된 1인 가구는 2021년 기준 716만 6,000가구로 전체의 33.4%에 이르렀다. ‘정상가족’이라 불리는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가구(29.3%)보다 많다. 전체 가구의 3분의 1이 넘을 정도로 흔한 삶의 유형이 여전히 사회적으로 비정상, 소수, 비주류처럼 이야기되는 것은 무언가 이상하지 않은가. 

통계청의 「2021 인구주택 총조사」에서 1인 가구 중 중년인 40~64세 인구는 269만 7,716명으로 전체 1인 가구의 37.6%를 차지했다. 또 「2021 중장년층 행정통계 결과」에 따르면 40~64세에 해당하는 사람이 1명 이상 포함된 가구 중에서 1인 가구는 20.1%에 이르렀다. 중년도 다섯 집 중 한 집꼴로 혼자 산다는 이야기다. 

세상이 비혼인 중년을 취약하고 비정상적이며 비참해질 것이라고 바라보는 이유는 나이 들어서도 혼자 사는 사람들은 이 생애 과제들을 제대로 치러내지 못하리라 예단하기 때문은 아닐까. 물론 그럴 수도 있지만 그건 결혼한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성숙해지고 온전한 삶을 살아내는 과정은 애초에 결혼 여부와 상관없는 일이다. 

에이징 솔로 남성도 2명 만났으나 이 책에는 포함하지 않았고, 남성 인터뷰이를 찾는 일도 그만두었다. 아직 가부장제가 역력한 한국 사회에서 남성의 비혼은 남성성에 거의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고, 비혼 남성의 경험은 여성의 경험과 크게 다르다. 절실하다고 느끼는 생애 과제에 큰 차이가 있어서 하나의 이야기로 묶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결혼과 비혼이라는 삶의 방식에 어떠한 신념을 갖고 굳게 지키겠다는 ‘~주의’를 붙이는 사람을 존중하기는 해도 좀 어색하다고 느낀다. 자기 삶에서 친밀한 관계를 어떤 방식으로 꾸려가느냐 하는 문제는 때와 상황에 따라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이 선택하기 나름이다. 나는 오래 혼자 살아왔지만 누군가와 함께 살게 될 수도 있고 다시 혼자 살게 될 수도 있으며, 친밀한 누군가와 함께 살지는 않되 가까이에서 지내고 싶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한 사람의 삶 안에서도 살아가는 방식은 다양하고 언제든 바뀔 수 있다. 

다들 결혼하는 게 기본이고 결혼하지 않는 게 선택인 양 말하는데, 거꾸로 아닌가요? 뭔가를 하겠다고 하는 게 선택이죠. 

그리고 사람이 인생의 깊은 맛을 꼭 알아야 해요? 세상의 관점에서 내가 철없어 보인다 한들 그러면 뭐 어때요? 잡혀가지 않을 정도로만 상식을 지키고 살면 되는 거죠.” 

세상에 좋은 이야기가 단 하나만 있는 게 아닌 것처럼 하나뿐인 ‘가장 깊고 가치 있는 경험’은 존재하지 않는다. 가장 가치 있는 하나의 경험이 있다고 믿는 사람도 그 경험을 모든 사람이 같은 정도의 깊이로 겪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맞벌이 가구 남성의 하루 평균 가사 노동시간은 54분, 여성은 3시간 7분으로 여성이 3.5배 더 많은 시간을 가사 노동에 썼다. 남성 외벌이 가구에서 이 격차는 6.4배로 벌어진다. 흥미로운 유형은 여성 외벌이 가구다. 여성이 혼자 버는데도 남성의 가사 노동시간은 1시간 59분, 여성은 2시간 36분으로 여전히 여성이 1.3배 더 많은 시간을 집안일에 썼다. 

국내에서 비혼 여성에 대한 인공수정 시술을 가로막는 것은 법이 아니라 대한산부인과학회의 지침에 불과하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22년 7월 비혼 여성도 인공수정 시술을 받을 수 있도록 지침을 개정하라고 대한산부인과학회에 권고했으나, 학회 측은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이유로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사회적 합의’라는 용어가 변화의 불편을 감수하지 않으려는 기득권의 핑곗거리가 되었다 

어떤 학자들은 전통적인 가족 단위가 가족 구성원에게만 지지와 관심을 쏟는 데 집중한 나머지 가족 외부 세상과 멀어지는 현상을 일컬어 ‘탐욕스러운 결혼’이라고 표현한다.

병원이 보호자로 법적 가족을 당연하다는 듯이 요구해서 법적 근거가 있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의료법에는 병원에서 관행적으로 사용하는 수술 동의서나 입원 동의서에 관한 세부 규정이 없다. 응급 상황에도 항상 법정대리인이나 보호자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입원할 때 연대보증인을 요구하는 병원의 관행도 법적 효력이 없다.

수술할 때 보호자의 동의서를 받는 관행에 대해서도 보건복지부는 이미 2007년 대한병원협회에 공문을 보내 보호자의 수술 동의서가 없다고 환자의 수술을 지연시키거나 거부하면 의료법의 진료 거부 행위에 해당해 처벌이나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런데도 직계가족인 보호자를 찾고 동의서를 요구하는 관행은 여전하다 

건강 두레는 돌봄이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하고, 월차나 주말을 두레 구성원을 돌보는 데 사용하는 일종의 상호부조 모임이다. 1인 가구 여성이라는 공통점만으로 모인 관계 안에서 돈을 매개로 하지 않고 서로에게 ‘열려 있는 돌봄’을 시도해 보겠다는 구상이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갑자기 난감해졌다. 딱 떠오르는 얼굴이 없었다. ‘가장’이라는 최상급을 떼면 떠오르는 몇몇 얼굴들이 있다. 그런데 그냥 ‘사랑’ 말고 ‘가장 사랑’이라잖아. 가장 사랑하는 단 한 사람? 나의 온리 원Only One? 생각해 봐. 그게 누구냐고. 근데 이렇게 애써 생각해야 하는 사람이 ‘온리 원’이겠어?….


  복잡해지는 머릿속을 따라 점점 굳어가는 얼굴 근육을 풀려고 과장되게 아·에·이·오·우 발성을 하며 온리 원, 빨리 나와. 너 누구야? 마음속으로 다그치던 도중 앞에 있던 어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아, 맞다. 엄마네, 엄마. 내가 가장 아끼고 염려하는 사람이고, 나에게 유일무이한 존재니까. 이제 됐다.


  그런데 카메라 앞에 앉아 자세를 잡아보려 애쓰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어머니가 기억할 나의 마지막 얼굴이라니. 이건 다른 상상을 할 여지도 없이 너무 슬픈 상황이 아닌가. 결국 이날 촬영한 사진은 눈물이 가득 고였는데 입은 웃고 있는 묘한 표정으로 남았다. 

 영혼이 이어진 사람이란 “좋은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 대화를 나누고 나면 나의 의식이 고양되었다고 느낄 만한 사람”이다. 

거리는 중요하다. 사회적 네트워크에 관한 연구에는 ‘30분 법칙Thirty-Minute Rule’이라는 암묵적인 법칙이 있다. 영국의 진화인류학자 로빈 던바Robin Dunbar의 설명에 따르면 “어떤 사람이 당신이 사는 곳에서 30분 이내 거리에 산다면 당신은 그 사람을 중요한 사람으로 간주하고 그 사람을 만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30분이 도보인지, 자전거나 차로 가는 시간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당신이 그곳에 도착하는 데 얼마나 걸리느냐에 관한 심리적 거리감이 더 중요하다”라는 것이다.

한때는 친구라 부를 만한 사람이 줄어든다는 걸 느끼면서 쓸쓸해지기도 했으나, 어쩌면 친구가 줄어드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고 우정을 오래 유지하는 것이 예외적인 일인지도 모른다. 네덜란드의 사회학자 헤랄트 몰렌호르스트Gerald Mollenhorst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7년마다 사회적 네트워크의 절반을 바꾼다. 친구의 반을 잃고, 다시 새로운 친구로 대체한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사회생활의 반경이 좁아지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기준이 까다로워지니 친구의 수는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다. 

좋은 연인이 그렇듯 좋은 친구도 ‘최상의 나’가 진짜 나인 것처럼 느끼게 해준다.  

“규칙이 없어도 네트워크가 돌아가는 이유는 ‘늘 대답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 가운데에 있기 때문이고 그게 비비인 거죠. 같이 어울려 살려면 ‘반응할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누군가 문제를 이야기하고 질문을 하면 어떤 상황이라도 공간비비의 상근자인 우리 셋 중 하나가 그 문제에 대답했고, 작은 이슈도 관리사무소와 조율하면서 전체의 문제로 환원해 해결하는 것을 직접 봤으니까, 모이라고도 하지 않고 돈을 내라고 하지도 않는데 이 네트워크가 작동한다는 걸 느끼는 거죠. 안전하게 같이 살고 있다는 감각을 갖게 되는 거고요 

내가 남에게 폐를 끼치거나 부탁하는 것을 싫어하는 만큼 다른 사람이 나에게 폐를 입히는 상황이나 부탁해 오는 것, 심지어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받는 것조차 꺼린다는 사실을. 이야말로 ‘인색한 사람’의 정의가 아닌가. 

도와달라고 말할 줄 아는 것이 도와줄 사람이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거죠. 그런 게 자기 돌봄이라고 생각해요. 

괜찮아, 오지 마”가 “그래, 와줘”로 바뀌었다는 말. 나는 이 말이 묘하게 감동적이었다. 자율과 독립을 가치 선반의 가장 높은 자리에 놓고 살아오던 사람이 굳건하게 믿는 상대에게 자신의 약함을 인정하고 순하게 기대는 말, 로맨틱한 관계가 아니어도 가능한 사랑의 고백처럼 들려서였다. 

많은 사람이 기본적인 생리 현상을 다른 사람에게 의존해서 살아가는 상태를 존엄이 훼손된 삶으로 받아들인다. 그런데 인간의 존엄이 생리 현상과 위생에 좌우되는, 그렇게 하찮은 가치인가? 주변을 조금만 돌아보면 이미 상당히 많은 중증환자, 노인, 장애인들이 배설을 스스로 해결할 수 없어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들의 삶에서는 존엄이 다 사라지기라도 한다는 말인가. 

치매에 대한 공포의 대안으로 안락사를 제시하는 사람들을 비판하면서 “그런 생각의 배후에는 ‘살아 있을 가치’가 있는 생명과 없는 생명을 구별하는 생각이 깔려 있고” 이것이야말로 “우생 사상 그 자체”라고 비판했다. 

“자아의 일부분을 구성하는 어떤 것들은 치매로 인해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이전의 삶의 흔적들을 가진 몸의 사소한 행동들이 사실은 그 사람의 삶을 이어가는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대화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의사소통’이 아니라 서로 말을 ‘주고받는’ 제스처라는 것”을 깨닫는다. “누군가를 하나의 인격 혹은 사람으로 만드는 것은 그 사람이 가진 인지능력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그 사람에 대해, 그리고 그 사람과 내가 주고받는 제스처들에 대해 내가 기울이는 관심, 무의미해 보이는 그 사람의 몸짓들이 의미를 갖게 하는 관계와 돌봄의 제스처” 

연명의료결정법은 호스피스를 이용할 수 있는 질환을 암, 후천성면역결핍증, 만성폐쇄성호흡기질환, 만성간경화, 만성호흡부전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래야만 하는 별다른 이유는 없어 보인다.  

연명의료결정법은 호스피스를 이용할 수 있는 질환을 암, 후천성면역결핍증, 만성폐쇄성호흡기질환, 만성간경화, 만성호흡부전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래야만 하는 별다른 이유는 없어 보인다. 

이제 사실혼 관계에 있는 사람이나 조카, 며느리 같은 친족, 장기간 혹은 지속적으로 동거, 부양, 돌봄 관계에 있는 사람도 장례를 치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개선된 방침이 법 개정이 아니라 행정부 지침 변경에 불과하다는 한계가 있다.

임의후견제도를 이용하려면 내가 믿을 수 있고 맡기고 싶은 사람을 임의후견인으로 지정해 계약을 맺은 뒤 공증을 받고 법원에 후견 등기를 신청해야 한다. 이후 내가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수 없어 도움이 필요한 상태가 되면 법원이 임의후견인을 감독할 감독인을 선임한 뒤에야 효력이 발생한다.

'내가 지정한 1인'이란 의료결정권과 연명의료결정권은 물론이고 가족돌봄휴가를 신청할 수 있는 권리, 강제입원 등의 상황에서 법원에 구제를 신청할 수 있는 권리, 그리고 '재난 및 안전 관리 기본법'에 규정된 해외재난 시 안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권리 등에서 법적 가족이나 동거인뿐 아니라 '내가 지정한 1인'을 포함하도록 하는 것을 뜻한다.

캐나다 앨버타주의 '성인상호의존관계법 Adult interdependant Relationship Act'은 결혼하지 않은 개인들이 상호의존 파트너 계약을 맺고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인데, 여기서 상호의존 관계란 "서로의 삶을 공유하고, 감정적으로 서로에게 헌신적이며, 경제 및 가족 단위로 기능하는 혼인 이외의 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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