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를 배워요, 영어는 아니고요 - 좋아서 하는 외국어 공부의 맛
곽미성 지음 / 어떤책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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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 죽 잘 읽히는 것, 지극히 개인적인 스토리 같지만 보편성을 지녔다는 것이 장점. 언젠가 이태리어를 배우고 싶다고, 20년 전부터 생각했는데...으음. 이 책을 읽고 나니 엄두가 안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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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다른 나라’를 마음에 품고 산다. 그것은 자신이 나고 자란 현재의 땅을 사랑하는 것과 별개의 문제다. 자발적인 선택이 대개 그렇듯이, 마음에 품고 사는 다른 장소에는 개인적이고 내밀한 취향과 꿈, 이상이 담겨 있기 마련이다. 그것은 또한 구체적으로 예정된 가까운 미래의 행복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곳을 향한 열망과 그리움은, 역설적으로 현재를 더 잘 살기 위한 노력에서 만들어지는지도 모른다. 이 세상 어딘가에 내가 오롯이 ‘나’일 수 있는 어떤 곳이 있다는 사실은, 때로 현재를 살아 내는 데 가장 큰 위로가 되니까. 

평생 수백 번 이탈리아에 간다고 해도, 아니 이탈리아에서 살게 된다고 해도 나는 구경꾼으로 남을 것이었다. 언어란 그런 것이다. 통하지 않으면 관계를 가로막는 유리벽 같은 것. 프랑스도 내가 프랑스어를 자유롭게 구사하게 되었을 때 비로소 내게 진짜 문을 열어 주었으므로, 나는 이 유리벽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이탈리아어가 반복을 매우 꺼리고, 압축적으로 줄이는 방식을 좋아하는 언어임을 알 수 있는데, 그래서 자연스럽게 대명사와 동사변형이 중요해지고, 동사는 시제와 인칭에 따라 매우 섬세하게 달라진다. 대명사도 직접, 간접 그리고 축약법이 어찌나 세밀하게 짜여 있는지 알면 알수록 울고 싶은 심정이 된다. 이것이 이탈리아어의 가장 어려운 점이었다(그런 맥락에서 보면 이탈리아 사람들의 수다스러움이 놀랍다. 말을 그렇게 줄여서 하는데도 그렇게 많이, 오래 말할 수 있다니! ‘저녁을 먹는다’는 말 같은 경우에도 한국어 문장이 훨씬 긴데, 평균적인 대화 시간은 한국인이 훨씬 짧을 것이다). 

일상에서 크게 쓰임이 없을 어떤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미래의 방문에 대한 기약 없는 약속이고, 그러므로 더욱 뜨겁고 순수한 사랑의 의지다. 

 “이탈리아 사람에게는 내가 화났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게 하는 것이 정말 어렵다. 그래서 자유자재로 성질을 내는 능력을 익히게 된다. 목청을 의식적으로 높이고 몸동작을 크게 하노라면 이따금 상대방의 얼굴에서 무슨 뜻인지 알겠다는 표정과 함께 거의 유쾌한 놀라움이 뒤섞이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교재에 나오는 예문들에서도 점점 이탈리아인 특유의 성향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작은 일에도 격한 감정 변화를 보인다거나, 이웃을 가족처럼 여긴다는 점 이외에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모든 대화가 먹는 이야기로 흐른다는 데 있었다.

집중과 집요함이란 얼마나 많은 일을 이루게 하는지.


  언어의 궁극적 의미는 소통에 있으므로 외국어는 소통의 과정을 통해서만 단련되고 길들일 수 있다. 아직 때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계속 체념하고 소통을 포기하다 보면, 때는 영영 오지 않을지 모른다. 

스코세이지 여사는 영화에서와 마찬가지로 요리를 매우 잘하셨나 보다. 1996년에 스코세이지 여사가 펴낸 《이탈리안 아메리칸Italian American》이라는 요리책의 인터넷서점 독자후기를 보면 최근까지도 많은 이들이 그녀의 레시피를 극찬하고 있다. 스코세이지 감독은 다큐멘터리 영화 〈이탈리아나메리칸Italianamerican〉에서 어머니에게 특기인 토마토 라구소스의 레시피를 질문하는데, 이 장면을 보면 감독은 어머니의 요리도 무척 좋아했지만, 자신의 요리에 대해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더 좋아했던 것 같다. 결국 일생일대의 중대하고 위험한 일을 하러 가다가 어머니의 파스타에 힘을 받는 이 세 남자의 모습은 스코세이지 감독 본인의 이야기였을 것이다. 

단답형으로 대답하는 사람에게는 “최소한 주어와 동사가 온전히 갖추어진 문장으로 말하는 습관을 기르세요. 그렇지 않으면 언어는 성장할 수 없어요”라고 말해 주었다. 쉽게 답할 수 있는 문장인데 조금 더 섬세하게 이야기하고 싶어 낑낑거리는 사람에게는 “쉽게 생각하세요. 쉬운 문장들이 바로바로 나올 수 있는 실력이 돼야 복잡한 문장도 자연스럽게 만들어집니다”라고 충고했다. 

세상에는 어색하고 이국적인 누군가의 이름을 정확하게 부르려고 애쓰는 사람과 자신에게는 익숙한 이름이 아니니 조금 틀려도 상관없다고 여기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타인을 대하는 가장 기본적인 자세이자 기초적인 예의임을, 그러므로 존중의 자세는 상대를 정확하게 부르는 일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우리는 자주 잊는다. 

“인텐시브 수업을 들으면 그럴 수밖에 없어요. 같은 내용이라도 너무 짧은 시간에 진도를 빼면 절대 오래 남지 않습니다. 그게 언어예요. 언어는 시간을 들여야만 실력이 늘어요. 내가 본 인텐시브 학생들이 대부분 같은 어려움을 겪었답니다. 빨리 배우면 빨리 잊어버릴 수밖에 없어요.” 

살다 보면 사실상 결심이 전부인 일들이 있다. 배에 올라타기 전에는 파도와 바람의 세기를 예측하기가 힘든 것처럼, 모든 일은 시작된 뒤에야 파악할 수 있고 이후 펼쳐지는 우연과 사건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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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 콘델렉타리 시비-자신의 운동에서 기쁨을 찾으려는 의지


13세기 스코틀랜드의 스콜라 철학자 둔스 스코투스는 ‘콘델렉타리 시비condelectari sibi’를 예찬했는데, 그 뜻은 ‘자신의 운동에서 기쁨을 찾으려는 의지’다. 그리고 우리 시대의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흐름flow’을 강조했다. 흐름과 관련된 모든 것이 그렇듯, 수영에는 본질적인 선善, 말하자면 리드미컬한 음악 활동이 내재한다. 그리고 수영에는 부유buoyance, 즉 우리를 떠받치고 감싸는 걸쭉하고 투명한 매질 속에 떠 있는 상태가 주는 경이로움이 있다. 수영쟁이는 물속에서 움직이기도 하고 물과 함께 놀 수도 있는데, 공기 중에서는 그와 비슷한 활동을 할 수 없다. 수영쟁이는 물의 역학과 흐름을 이모저모로 탐구할 수 있고, 손을 프로펠러처럼 휘젓거나 작은 방향키처럼 조종할 수도 있으며, 작은 수중익선hydroplane♦이나 잠수함이 되어 흐름의 물리학을 몸소 체험할 수도 있다.

프로이트에게, 꿈은 무의식으로 가는 ‘왕도’였다. 의사들에게 꿈은 왕도가 아닐 수 있지만, 예기치 않은 진단 및 발견, 그리고 환자의 경과에 대한 뜻밖의 통찰로 가는 샛길이다. 그것은 매력이 넘치는 샛길이므로,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예배와 시각화visualization( 《성경》에 묘사된 인물과 사건의 디테일을 매우 풍부하고 구체적으로 상상하는 것)라는 그들의 수련법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그녀는 책에 다음과 같이 썼다.


   


  회중은 마음의 눈으로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만지는 것을 연습한다. 그들은 이 상상된 경험에 실제 사건의 기억에서 가져온 감각적 생생함을 부여한다. 그런 과정을 거쳐, 그들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은 더욱 진짜인 것처럼 느껴지게 된다.


   


  이런 강렬한 수련을 통해, 일부 회중의 마음은 조만간 ‘상상’에서 ‘환각’으로 도약한다. 이제 회중은 신과 나란히 걸으며, 신을 듣고 보고 느끼게 된다. 그리하여 그들이 그토록 갈망했던 음성과 비전이 지각적 실체를 부여받는데, 그 원리는 환각의 경우와 동일하다. 즉, 뇌의 청각 및 시각중추를 활성화시킴으로써 신의 음성과 모습을 보고 듣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비전, 음성, ‘존재감’은 강렬한 기쁨·평화·경외·계시의 감정을 수반한다. 어떤 복음주의자들은 그런 경험을 여러 번 할 수 있지만, 어떤 사람들은 단 한 번만 한다. 그러나 신을 단 한 번만 경험하더라도, 실제적 지각의 압도적인 힘으로 충만하므로, 평생 동안 신앙을 유지하기에 충분하다. (종교적 성향이 없는 사람들의 경우, 명상이나 강렬한 집중을 통해 지적·감정적 차원에서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다. 누구와 사랑에 빠지든, 바흐의 음악을 듣든, 양치식물의 복잡성을 관찰하든, 과학적 문제를 해결하든….) 

환각은 그 내용이 계시적이든 평범하든 초자연적 현상이 아니며, 인간의 의식과 경험의 통상적 범위에 속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영적 생활에서 나름의 역할을 담당하고, 개인에게 커다란 의미를 제공할 수 있음을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그것에 가치를 부여하고, 그것을 믿음의 근거로 삼고, 그것을 바탕으로 내러티브를 구성하는 것은 납득할 수 있지만, 환각이 여하한 형이상학적 존재나 장소의 존재에 대한 근거를 제공할 수는 없다. 그것은 환각을 창조하는 뇌의 힘에 대한 근거를 제공할 뿐이다. 

정통 유대교도들 사이에는 특이한 것을 발견했을 때 축복을 하는 관습이 있다. 그들은 창조의 다양성 때문에 신을 찬미하며, 기이한 일에 깃든 경이로움 때문에 신에게 감사한다. 오늘날 자신들 사이에 엄연히 존재하는 투렛증후군 환자들을 바라보는 라크리트 주민들의 태도가 바로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은 투렛증후군을 성가시거나 무의미하다고 여겨 부정적 반응을 보이거나 무시할 대상으로 배척하지 않고, 섭리의 절대적 불가사의함을 나타내는 기이함과 경이로움의 대상으로 받아들인다. 

전두엽은 뭔가를 억제하거나 제한하는 역할도 수행하는데, 그 대상은 파블로프가 말한 “피질하의 맹목적인 힘”, 즉 억제하지 않고 내버려둘 경우 우리를 압도할 수 있는 충동과 열정이다. (유인원과 원숭이는 어린이들과 마찬가지로 지능을 보유하고 있고, 사전에 생각할 수 있으며,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그러나 전두엽이 덜 발달했기 때문에, 잠깐 멈춰 심사숙고를 하기보다는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충동성은 전두엽이 손상된 환자들에서도 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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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반 악기 음악을 애호하는 사람, 특히 그 음악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1) 2성부를 손색없이 연주할 수 있는 방법뿐만 아니라 (2) 3성의 오블리가토 부분을 올바로 훌륭히 연주하는 방법까지, 이와 동시에 훌륭한 인벤션을 통해 영감을 얻는 방법뿐만 아니라 인벤션을 적절하게 개발하는 방법까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노래하듯 연주하는 방법을 습득하고 작곡상의 훌륭한 판단력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려는 진정한 지침서.

- 안할트 쾨텐 대공 전하의 약장

서기 1723년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이 책의 서문 맨 앞에 이탤릭체로 쓰인 글이다. 

당시 10세이던 바흐의 아들을 가르치고자 직접 집필한 지침서라고 한다.

오늘날에도 숱한 지침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겠지만, 이토록 악기 연주에 대한 지침을 간명하게 표현해낸 책이 있을까 싶다.

이후에도 아주 길게 서문이 이어진다. 굳이 이런 이야기까지 하나 싶을 정도로 세밀한 편집자 주가 있다. 그래서 만듦새에 신뢰가 간다. 뭔가 든든하다.

웬만하면 끝까지 다 배워 볼 욕심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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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aviersonate Nr. 14 cis-moll Opus 27 Nr.2 (Mondschein) (Sheet Music) -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No. 14 in c sharp minor, Op. 27,2 (Moonlight) HN 1062
Beethoven, Ludwig van / Henle / 19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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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텅 빈 이곳에 이 책의 (악보의) 100자 평을 쓰고 싶어졌다. 손에 쥐면 베일 듯 얇은 책이 이만한 가격을 상정한 데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겠고, 받아보니 역시, 싶었다. 촘촘히 적힌 서문만 읽어도 정보가 가득, 알아야 할 기본 내용을 알고 받는 레슨과 모르고 받는 레슨은 무척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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