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동굴 작은거인 9
채영주 지음, 유기훈 그림 / 국민서관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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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아이들 책의 딜레마는 재미를 삭감하고야 마는 교훈과 해피엔드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좋은 어린이책을 만든다는건 정말 하늘의 별따기 이겠다 생각했었다.

그러나, 아직 아이가 한참 어리던 때에, 내 아이에게 읽어주고자 나름 열심히 찾아본 그림책들과 동화들에는 이미 그런 구식 접근법에 얽매이지 않은 책이 하늘의 별만큼 나와있었고,

소위 그림책 작가라는 직업을 갖고 소명을 다하고 있는 분들에게 미안할 지경이기도 했었다.

그런데 역시 보이는 것은 보고 싶은 것들인겐지,

요즘은 그 열심을 다하지 않아서인지, 그런 책들이 많이 눈에 띄지 않는다.

아무래도 그 놈의 교훈적 메시지를 간과할 수 없어서 짚고 넘어가며, 해피엔드를 이루기 위해 주인공들과 주변인들은 캐릭터가 후반에 많이 바뀌는 것도 감수해야한다는 식이 대부분이다.

이 책 <비밀의 동굴> 역시 그러한 딜레마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어쩌면 그것을 딜레마라고 조차 여기지 않는 범위에서 시작한 글이었을거란 짐작이 든다.

 

'문화재를 팔아먹는 나쁜 어른들'에게

공부 잘하고 똑똑하고 예쁘고 인기 좋은 여자 아이 하나와,

소심하지만 꼼꼼하고 논리적인 남자 아이 하나와,

호기심이 많고 모험심도 강하지만 엄마 없는 아이로 설움이 있는 남자 아이 하나가,

어려움이 있을때마다 대항하고 운좋게 멋진 결말을 이뤄내는 모습은,

'문화재를 팔아먹는'과 '일본의 역사' 부분만 살랑 빼놓고 보면,

영락없는 할리우드 판 애니메이션이다.

 

제법 재미있다고 초반을 읽다가 중반에는 그예 덮어버리고 말았던 하린군도 그러한 식상함을 벌써 눈치채는건지.

지루한 이야기가 길어진다고 짧게 평했었다.

 

서평단으로 뽑혀 공짜로 읽고도 좋은 소리 하나 않는 나도 참,

아무튼 눈높이에만 맞춘다고 좋은 동화책은 될 수 없다가 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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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i 2006-09-26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치니님 서평단으로 뽑히셨어요. +.+ 뭔가 굉장해 보입니다. (뽑힌 건 뽑힌거고, 또 쓰는건 쓰는 거지요. 히히)

치니 2006-09-26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청하면 열에 한번은 되던데요. 마하연님은 아예 신청을 안하셔서 그렇지, 하신다면 분명 되실거에요. ^-^ 결론은, 하나도 안 굉장하다는거죠.
 
브라스밴드를 기다리며
김인숙 지음 / 문학동네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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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고 좀 난감한 기분이 될 때는,

주로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기대했던 만큼의 재미가 없을 때'이고, 하나는 '도무지 읽은 기억이 나지 않을 때'(그것도 단 하루가 지난 참인데).

아쉽게도 이 소설집은 내게 위의 두 가지 기분을 동시에 준다.

김인숙씨에게 내가 기대했던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유치하게도 '꿈꾸는 자의 대변' 같은 거라고 해야겠다.

더욱 유치하게도 그러한 기대는 그녀의 꾸준한 작업에 성원을 보내고 있어서라기보다는 제목이 주는 암시 때문이었다.

과연, [브라스밴드를 기다리며]를 읽어보니, 꿈 꾸는 자가 주인공이다.

그런데 꿈 꾸던 그녀는 좌절했고 죽어버렸다.

아, 꿈 꾸고 싶은 자들, 다 죽어버려야 하는가. 이것이 겨우 리얼리즘인가.

재미있게 소설 읽고 싶은 사람들, 다 더욱 더 까다로워져야 하는가.

힘 빠진 김에 당분간 소설책을 집어들지 않기로 마음 먹는다. 좋은 소설이 잘 골라지는 눈이 밝아질 때까지만이라도.

언제인가 픽 웃으면서 무시했던 '소설책이 그래봐야 소설책이지 뭘'이라는 말에 왠지 공감이 가는 이 기분은, 괜히 억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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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의동화 2006-09-24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 꾸고 싶은 자들, 다 죽어버리는 것이 리얼리즘인가'
도발적인 질문이 감동적입니다 ^^
총총


blowup 2006-09-24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읽었는데, 내용은 거의 기억이 나지 않네요. 김인숙의 주인공들이 읽는 이까지 지치게 만든다는 것에 동감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전 거기에 점수를 주게 되네요. 나를 압박하는 기분. 거기까지 도달할 수 있는 소설도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말이죠.

치니 2006-09-24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륜의 동화 / 윽, 도발적이었나요. 이런... ^-^;;; 편안하게 쉬는 일요일 밤 되시길.

나무 / 아 읽으셨구나. 주인공들이 지치게 만든다 라는 나무님의 표현을 읽자니, 제가 느꼈던 억울한 기분이 왠지 거기서 비롯되었지 않았나 싶어요. 맞아요 거기까지 도달... 어려운 숙제이고, 그게 재미까지 주려믄 더욱 어려울텐데, 괜히 저 혼자 억울했던건 높았던 기대치 때문인가봐요.

sudan 2006-09-25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무님하고 치니님 얘기 나누시는 거 보면 난 우리나라 동시대의 작가는 정말 하나도 모르는구나 싶어요. -_-

나어릴때 2006-09-25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러니 저러니 하면서도 소설을 놓지 않으시는 치니님을 보는 것도 재미있어요. ^^
워낙 여자를 안좋아해서--;; 김인숙씨도 이름만 아는데 별로 제가 좋아할 것 같지는 않네요.

Fox in the snow 2006-09-25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르는 작가라 보탤 말은 없고...늘 치니님 리뷰를 보고 편향된(혹은 안전한) 선택을 하는 저로선 앞으로도 계속 모를것 같은..^^

rainer 2006-09-25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세상에 김인숙이 있어 기쁜 저는 어찌할 바를 모르겠나이다. 하하.

치니 2006-09-25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udan / 하나도 모를리가요, 김인숙씨는 아무래도 386세대에서 더 잘 알려진 듯 합니다. ^-^

나어릴때 / 그러게요, 이러쿵 저러쿵 불평은 잔뜩 하면서도 놓지를 못해요. 여자 작가를 별로 안 쳐주게 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김인숙씨는 그런 식으로 폄하될 작가는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

Fox in the snow / 저야말로 편향되기 이를 데 없는 선택만 해요, 항상. 표지라던가 하다못해 글자의 크기 따위도 그 편향된 기준에 포함되죠. 음 , 꼭 읽어보십사 권하게 되지는 않네요, 이 책은. 하지만 다른 김인숙의 소설은 좋은 것도 있어요.

rainier / 와, 정말 오랜만 ! 잘 지내시죠? 가끔 세상에 있어 기쁘다는 말이 어떤건지 알 거 같아요. 레이니어님 같은 감성을 갖지 못한 저는 이렇게 툴툴대기나 하지만...
^-^;;
 
나 이뻐?
도리스 되리 지음, 박민수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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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왜 사냐건 웃지요 라고 했던 사람은 누구였더라. 박목월이었나 천상병이었나 아니면 둘 다 틀렸나.

머릿속에 꽃등심 처럼 하얀 줄이 죽죽 가는 거 같았던 날들에, 몸은 주제를 알지 못하고 무리를 강행하고 있을 때, 이 책을 읽었다. (한심하게도)

누군가는 희망을 읽어낼지도 모르는 온화한 페미니즘의 글들 앞에서, 나는 그럴 수 있는 기력이 전무했고, "나 이뻐?"라고 물을 정도의 생생한 희구가 생길 리야 더욱 없었으며, 그러니, 차례대로 나를 암울하게만 하는 이 짧은 단편들이 미울 지경인 셈이었는데...

죽죽 눈은 문장을 훑되 , 머리로는 이 책에 나온 여자들보다도 더 비참해지는 나를 마음껏 상상하고 조롱하면서 눈물조차 흐르지 않는 눈을 들어 멍 하니 있으면,

"나, 그래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데?" 라는 질문만 떠올랐다.

과연 예의 '왜 사냐건 웃지요'는 명대사이다.

세상은 온통 그저 웃을 수나 있으면 다행인 일들 투성이다.

오늘은 한번 웃었고 내일 두번 웃을거면 정말 정말 다행이다.

안전은 미신이고, 화해는 더이상 미워하는것이 너무 피곤해서 택하는 차선책이다.

자, 이제 이 암울한 책을 어찌할 것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 문제야 집어치우고 , 이 책부터 어쩔 건지 물어보자.

이뻐해줘야지, 말똥말똥 나 이뻐 ? 하고 묻고 있는데 어쩌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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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13 17: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Fox in the snow 2006-09-14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기한 건 이런 암울한 책을 읽으면 조금은 위로가 된다는 거예요. 싸이월드의 뽀샤시한 사진 속의 삶들이 행복하지만은 않은 것처럼, 암울한 주인공들의 삶역시 불행기하기만 한것도 아닐테죠.덧붙여 내삶도 어딘가 그럴듯한 구석이 있지 않을까 하는 당돌한 생각도 해보고.후~

치니 2006-09-15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여기서 뵈니 색다르고 좋은데요? ^-^ 이뻐할 수 밖에 없는 책이드라구요. 안 보고 싶은 내 치부를 보게 만드는 구석이 그리 많은데도...

Fox in the snow님 / 맞아요, 어쩌면 모두들 비슷한 양의 행과 불행을 가지고 살아가겠죠. 그 중 어디에 많은 비중을 두고 사느냐에 따라 낙천적이거나 비관적이거나 해지는 걸테구... 저 책을 읽을 당시엔 후자였어요. 근데 지금 리뷰를 보니, 그때보다 상황이 많이 나아진 걸 실감하게 되네요.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야구 - 개정판
다카하시 겐이치로 지음, 박혜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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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닉 혼비의 <피버 피치>도 축구를 모르면서 읽어냈고,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바로는 야구 이야기만이 아닌 무엇이 있다고도 하길래,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했을 때 제법 흥분하면서 대출을 했던 내가 순진한걸까.

종잡을 수 없는 스토리 라인이야, 괜찮다고 해두자.

독서 경력으로 치자면 그래도 몇십년인데 특이한 시도라고 쳐 줄 수 있는 문제니까.

그러나 문제는 난독증의 유발에 있었다.

어려운 것을 해법 수학처럼 풀어내며 읽어보려는 노력을 할 바에야, 독서 따위는 말아 버리는 게 낫다고까지 생각하는 편협된 나로서는, 이 눔의 책을 계속 읽어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고민이 되는 대목이 종종 나타난 것.

같은 이름이라도, 같은 말이라도 어렵게 쓸 뿐 더러 - 이것이 과연 번역서이기 때문일까 라는 물음에는 노우다 - 야구의 공식도 도통 알지 못하고 읽는 내게는 많은 문장들이 무슨 암호 같아 보였던 것.

별 세 개는 이 작가의 노력에 대한 지불이다.

열심히 어떻게든 자신의 머릿 속에 있는 많은 생각들을 독특한 방식으로 총체적인 집합체로 풀어보려 했던 것이 인정되기 때문이다.

다만, 나로서는, 앞으로는 다른 이들의 리뷰도 수박 겉핥기 식으로 죽 보고나서 느낌만으로 책을 택하는 우를 자주 범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이제야 읽어보니, 마하연님의 리뷰를 미리 잘 읽었더라면, 이 책을 대할 때 그렇게 신이 나서 대하진 않았을 거란 생각이 ... )

마술같이 읽혀지는 책을, 어디선가 만나고 싶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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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입사이로 웃음 분출,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야구>
    from 고치 2007-10-30 22:00 
    이게 도대체 뭐야? 도대체 무슨 말 하고 있는거지? 라고 느끼면서도 손을 놓지 못한다. 쭈삣쭈삣거리며 능청떠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어느덧 입가로 웃음이 피식 세어 나온다.   단지 예고에 불과 했던 '피식'은 곧, 불을 뿜어내며 분출하는 화산처럼 참을 수 없는 웃음을 유발한다. 하하하하하하하하 "진짜 웃긴다. 잘 모르겠지만 하여간 정말 웃긴다." 웃음 뒤에 남는 공허함을 아는 분 혹은 알고 싶은 분에게 
 
 
mooni 2006-09-10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 편안하고 익숙한 걸 낯설게 써서 새로워 보이게 하는 기술에는 대략 감탄을 했었는데요, 현학적인거 싫어하시는 치니님 취향은 아니었을 것같군요. ^^

근데, 마술같이 읽혀지는 책이라. 가끔 보면, 치니님은 소박하게 엄청난 말을 하십니다. ^-^ (돈 얼마나 벌고 싶어, 그러면 음, 많이는 말고, 빌게이츠 정도일까? 하는 식으로...ㅋ)

sudan 2006-09-11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소설은 절판 된 이후에 책 좀 읽는다 하는 분들 사이에서는 전설이 됐었나보더라구요. 그래서 재출간 후의 최근 리뷰는 실망스럽다는 게 대세구요.
저는 이 책을 도서관 일본문학 코너에서 손에 집히는 대로 집어들었다가 앉은 자리에서 그대로 다 읽었던 기억이 나요. 뭔가 미치도록 쓸쓸한 기분이었어요. 아, 그런데 그게 벌써 십년전 일이군요. 그 때도 가을이었고, 전 지금 이 소설을 읽어도 또 그런 느낌일 것만 같은데.. 흠.

치니 2006-09-12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하연 / 그러고보니, 현학적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편이네요. 그런데 단순히 지식 자랑 하는 사람 같진 않아보였어요. 제가 워낙 무식하니 못알아듣는 것도 많았겠죠. ^-^

수단 / 절판이 되었는지도 몰랐었고, 전설인지도 몰랐었어요. 읽고나서 어딘가 참 기이한 책이다 싶어서 리뷰들을 보니 그랬었네요.
미치도록 쓸쓸한 기분, 야구에 대한 지식 여부를 걷어내고 나면, 야구 따위는 사라지고 만 미래 어딘가의 세상에서 이상한 이름들을 짓고 혼자 떠드는 거 같은 모습 때문에 들만도 한거 같아요. 다만 , 제가 개인적으로 이해력이 워낙 딸리는 소재이다 보니 이런 식의 리뷰가...^-^;;
 
루이뷔똥
김윤영 지음 / 창비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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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좋은 것은,

뭐니뭐니 해도 건조한 듯 청량하게 느껴져서, 지리했던 여름의 무더위를 날려주는 바람과 파랗고 높은 하늘 때문이겠다.

가을을 타네 어쩌네 하던 것도 옛날 이야기고, 요즘 같아선 그냥 덥지도 춥지도 않으니 생활 하기 좋다는데에만 감사하며 겸손하게 지내고 있다. -_-;

안분지족형인 나는, 이런 식의 만사 안일하게 흘러가는, 비정치적이고 비가열찬 생활이 참 좋다.

그럼에도 86학번이라는 죄로,

이 책에 나오는 여러 인물들이 그러하듯, 나만 뚝 떨어져서 시대가 주는 짐을 영 몰라라 하고만 살 수는 없었다.

웃기지도 않게 부학회장이라는 자리도 떠맡은 적도 있고,

소위 운동권 꼬심에 부침을 당하기도 했다.

그 당시만 해도, 그런 전체주의적인 분위기에서, 개인주의자가 설 자리는 별로 없었다.

어릴 때 이미 박정희 아저씨의 새마을 운동 덕에 열심히 애국하는 것만이 살 길이라는 세뇌를 실컷 받은 세대인지라,

운동권이든 비운동권이든, 나라를 위해 뭐라도 안 하고 자기 생각만 하면 그건 바로 이기적인 인간으로 찍혀 얼굴 들고 뻔뻔히 다니기 힘든 상황으로 몰리는 거였다.

아니면 의식 없는 인간 취급 당하면서, 날라리 생활 하든가.

이눔의 의식이라는게 또 그렇다.

한 세상 사는데 꼭 그렇게 저마다 '의식' 가지고 살아야겠냐 라는 생각이 그때도 나는 많이 들었다.

(비겁한 지라, 대놓고 아무데서나 떠들지는 않았지만)

 

김윤영의 이 정직해보이는 소박한 단편집은 그래서 마음에 드는 구석이 꽤 많다.

작가가 이미 작가의 말에서 밝혔듯이, 그랬던 세대들의 아픔을 함부로 재단하지 않고 위무해주며 해방시켜주고자 글을 쓰기 시작했기 때문이리라.

이런 삶이 있으면 저런 삶도 있다는 건 명백히 아는 일이지만, 좀처럼 그 다름에 대한 인정이 되지 않던 우리들에 대한 자성이기도 하며, 그럼에도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들에 대한 해법을 묻고 있기도 한 단정한 모음집.

작가라기보다는 사회학자의 면모가 더 많이 어울릴듯한 냄새가 많이 나서, 감성적인 미문이나 수려한 문장에 혹 하고 싶은 처지인 사람에게는 좀 심심하지만,

전체적으로 단 하나 재미없다 소리 나올만한 지루한 작품이 없다는게 이 단편집의 - 눈에 띄지는 않겠지만 - 장점이기도 하다.

천재적이거나 타고난 작가가 아니어도, 이만큼은 오밀조밀 잘 써내서 재미도 있게 할 수 있다는 전례를 보여주니, 괜한 안도감이 들기도 하고. ^-^ (하지만 솔직히 말해 천재적인 재능이 번뜩거리는 걸 보면서 가슴이 막 두근거리는 느낌이 더 좋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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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dan 2006-09-06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전설의 86학번.

치니 2006-09-06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 대학 시절 생각만 해도 지루해요. 게다가 여대였다구요 엉엉.

blowup 2006-09-06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분지족형 인간, 여기도 있어요.
저녁에 바람만 세차게 불어도 혼자 마음이 두근대곤 해요. 샌들 사이로 나온 발가락이 살짝 시릴 정도의 날씨를 좋아해요. 그래서 가을 중반까지 줄기차게 샌들을 신죠.
이 작가의 산문을 읽은 적이 있어요. 말씀하신 대로 독자를 혹하게 만들 정도의 재능을 가진 작가는 아닌 듯 싶었어요. 그래서 매번 '다음 기회에' 하고 미루었던 작가예요.
세간의 평가 따위 아랑곳하지 않는 치니 님에게 이 정도의 평가를 받은 사람이라니까, 그 다음 기회가 곧 찾아올 듯합니다.
(참, 중간에 작가 이름을 박윤영으로 쓰신 부분이 있어요. 별건 아니지만요.)

2006-09-06 19: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sudan 2006-09-06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녀공학 대학시절도 별로 상큼발랄하진 않았어요.(공돌이 유머 아세요? 그거 다 진짜에요. -_-)

sudan 2006-09-06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차. 치니님 엉엉 하시는 게 재밌어서 댓글 달다가, 안분지족형 인간이라고 고백할 타임을 놓쳤어요. ^^ 가을이 오는 이 느낌을 뭐라 말해야 할지. 정말이지.

sudan 2006-09-06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니, 리뷰와는 아무 관계도 없는 댓글이 부끄럽다. 흑.)

로드무비 2006-09-06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udan님, 제 방에서도 이렇게 좀 놀아주세요.ㅎㅎ

두어 달 전, <창비> 여름호에서 이 작가의 작품 처음 보고 반해가지고
바로 책 두 권 주문 들어갔거든요.
<루이뷔똥>은 그만큼의 기대에는 못 미쳤지만
호감이 가더군요. 이 작가의 관심사랄까.^^


Fox in the snow 2006-09-07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니님 리뷰를 보니 가을이로군요. 전 왜 안분지족이 안될까요. 늘 결핍상태예요.흑흑. 정직하다는 평에 눈길이 가네요. 요즘 전 동네도서관에 갈 시간도 없어 매일 회사도서관 책으로 연명하다보니 실용서들에 오염되었어요. 뭔가 혁신하지 않으면 안될것 같아 자꾸 다그치고 있어요. 물론 그러다가 다시 제자리지만요. 정직한 소설집을 읽어야 할 시점이예요

치니 2006-09-07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무님 / 아 , 짧은 댓글에도 이렇게 무릎을 탁 치는 표현을 해주시다니, 역시 나무님이에요, 샌들 사이 발가락에 부는 바람, 느낌이 정말 생생하게 와닿습니다.
어제 퇴근 직전에 쉬뤼릭 쓰느라 작가 성도 막 바꾸고, 지금 읽어보니 창피할 따름인 리뷰이군요. ㅋㅋ 지금 고쳤어요.

속삭이신님 / 역시 작가의 성을...지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그리고 처음 댓글 달아주셨네요, 반가와요.

수단님 / 아 공돌이 과 나오셨구나 ㅋㅋㅋ 어쩐지, 수학을 그리 잘하시고 좋아하신다니 왠지 그런 상상이 들긴 했어요. 인문계는 아닐거라는...수단님은 고백 안하셔도 충분히 안분지족형으로 이미 보여요. ㅋㅋㅋ

로드무비님 / <창비>에서 보신게 <비밀의 화원>이셨던가요? 개인적으로 대표 작품으로 내세운 <루이 뷔똥>보다 <비밀의 화원>이 훨씬 마음에 들었드랬어요. ^-^

Fox in the snow님 / 아무리 남들이 자꾸 가을 가을 한다고 고만 좀 하라고 투덜대도, 저 역시 속으로는 "아, 가을이야..."하고 생각하기가 일쑤인 날들이에요.
회사도서관도 있으시군요! (이 와중에 이런거나 부러워하고, ㅋㅋ)
실용서들은 점점 안 보게 되요. 봐도 그 때 뿐이다 싶고...
할랑하진 않은 주제들이지만, 이 단편집이 보여주는 정직함은, 그런 주제의 무거움에 대해 자신이 느끼는 바와 생각하는 바를 최대한 솔직하게 보여주는데서 믿음이 가기 때문에 느껴지는 거 같아요. 결핍 상태에 보탬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mooni 2006-09-07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후훗. 86학번이셨군요. 제가 말이죠. 스무살 넘어 사회생활하면서 보니까 위아래 십년 안팎으로는 다 맞먹고, 친구삼고 그래도 되겠더라구요. 상대방의 동의여하에 상관없이...+.+ (그러니까 무척 가까운 친구셔요. 치니님은. ㅋㅋ 이렇기 때문에 리뷰와 상관없는 댓글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뻔뻔하게 쓰고 가요.. 헤헤)


sudan 2006-09-07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난 위로 한살까지는 맞먹고, 아래로는 얄짤없는데. 헤헷.
그래도 저도 무척 가까운, 그거 할래요. ^^

치니 2006-09-07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하연님 / 위아래 십년은 물론이고, 20년까지도 무방하다가 제 생각이옵니다. 친구란 무릇 실제적인 나이와는 별개의 의미가 있지 않겠습니까. ^-^
수단님 / 수단님 나이는 제가 어디선가 읽고 알게된 거 같은데...그게 맞는지 아닌지 헷갈리네요. 아무튼 무척 가까운, 그거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