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사무실에서 회의를 마치고 서둘러 인쇄한 것을 잡느라 종이에 손을 베었다.  

아! 하는 짧은 탄식과 함께, 쓰라림도 잊은 채 찰칵 하고 플래쉬가 터지는 것처럼 이 장면이 떠올라서 잠시 망연히 영화 <봄날은 간다>를 떠올리며 나도 모르게 손을 위로 들고 앉아 있었다. 



내 기억으로 당시에 은수는 남자들 대부분에게 욕을 참 많이 먹었다. 이런 몹쓸 여자가 있나! 실컷 꼬셔놓고 상우가 구속하려하자(영화 속에서 정확히 대놓고 말하진 않았지만 상우는 연애의 끝은 당연히 결혼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묘사되는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남자였으니), 불에 데인 듯 도망갔다가 다시 돌아와서 목에 매달려 애정을 갈구하는 듯 하더니 그예 또 다른 남자에게 상우랑 했던 것과 똑같은 말을 똑같은 자리에서 태연하게 하고 있는 은수는, 확실히 얄미울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리고 우리 시대의 사랑이 더욱 더 계산적으로 되어가면서, 은수는 별로 욕을 먹지 않는 이해되는 삼십대 초반 이혼녀의 캐릭터가 되고 상우는 사랑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캐릭터로 이해되어 가는 듯 하다. 

각자의 입장에 따라 두 사람에 대한 이해도가 다르고 편을 드는 대상이야 달라지겠지만, 나는 영화를 보았던 그 당시에 비해 지금 그런 것을 별로 따지고 싶지 않다. 그저, 내가 종이에 손을 벤 그 순간, 이 영화의 이 장면이 떠올랐다는 것에서, 이미지의 각인이 그 어느 영화보다도 강했던, 그만큼 섬세하면서도 강렬한 영화구나 싶다.  

그리고 많은 남자들에게 묻고싶어진다. 은수같은 여자가 당신에게 다가온다면, 뿌리칠 수 있나요? 

눈에 확 들어올만큼 예쁜 외모를 선천적으로 타고난 여자가, 그런 외모에는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듯 수수하게 걸친 스웨터와 빨간 목도리의 자연스러움, 옆에 누가 있건 말건 아무데서고 쿨쿨 잠을 자버리는 무심함, 외롭다고 징징 대지 않지만 차분하게 스며드는 커피처럼 깊고 웅숭한 고독을 아주 살짝만 내보이면서 '라면 먹고 갈래요'라고 묻고 천연덕스럽게 웃는 대범함, 남자가 충분히 다가올 만한 용기를 갖는 순간을 대번에 알아채고 활짝 마음과 몸을 열고 열정을 다해 사랑하는 천진함, 을 가졌는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자기만의 계산이 가득차 상대방을 혼란스럽게 해놓고도 나몰라라 하는 당당함, 소화전을 두고 상우와 했던 멘트를 똑같이 하면서 같은 장소에서 다른 남자를 꼬시는 뻔뻔함과 그런 자신에게 혀를 찰 줄 아는 어른스러움, 그리고 이런 모든 일련의 연애 속에서도 묵묵히 '생활'하는 독립성까지 지녔다면? 이 모든 것에서, 은수를 마다할 만한 치명적인 하자가 보이냐고 묻고싶다.  쉽사리 회복되기 어려운 상처를 받을 것을 예감하면서도 내민 손을 뿌리칠 수 없다고 대답할 남자들이여, (노희경의 말을 빌려)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유죄, 라고 했지 않은가. 혹시라도 이런 여인을 만난다면 그저 사랑하시라,고 말하고싶다. 상우가 그랬던 것처럼. 

사족: 손 베이고 나서 이미지 검색하느라 수많은 은수 - 이영애 - 의 사진들을 보다보니, 이 분의 미모에 다시 한번 감탄 또 감탄,  그리고 허진호 감독님은 이렇게 섬세한 영화를 또 한번 만들어주실 때가 되지 않았나요 요즘은 볼 만한 한국형 연애 영화가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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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장미 2009-08-05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잉.. 이런 멋진 글은 영화리뷰로 써주셔야죠. ㅋㅋ
저도 또 보고싶네요. 봄날은 간다.
가려운 곳은 벅벅 긁어주는 듯한 페이퍼 잘 읽었습니다. :)

치니 2009-08-05 20:37   좋아요 0 | URL
^-^;; 영화 리뷰로 써볼까 하다가 리뷰라기보다는 그저 기억에 기대어 끄적여보는 수준이라 그냥 올렸어요.
2번이나 보고 당시에 씨네21에서 시나리오를 선물로 준다고 해서 그 호가 빨리 없어질까봐 냉큼 샀던 기억이 나면서, 뭐랄까, 이제 저의 봄날은 갔구나 싶달까요. 하하.

지금 가시장미님 서재에 가서 못 읽었던 창작 블로그 소설을 읽고 온 길이에요.
아기 키우고 일하는 것만도 벅차실텐데, 일단 그 열정에 응원을 보냅니다.
앞으로도 재미나게 읽을테니 자주 써주세요 ~ ^-^

rainy 2009-08-06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이 왜 이렇게 가슴을 아리게 하는지요..

치니 2009-08-06 09:14   좋아요 0 | URL
흐윽, 그대의 가슴을 아리게 했단 말이오. 죄송하오. ^-^;;

2009-08-06 0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8-06 09: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8-07 1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8-07 13: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8-07 16: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8-07 17: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Kir 2009-08-08 0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진호 감독님 영화는 다 좋지만, <8월의 크리스마스>와 <봄날은 간다>는 정말 좋아요.
개인적으로 이 영화 이전에도, 이후에도... 이영애씨가 이렇게 예뻐보인 적이 없습니다. 촬영 당시의 나이로도 미모에 한껏 물이 올랐을 시기지만, 전 수수한 모습의 그녀가 더 예쁜 것 같아요.(게다가 데뷔 이래 저 즈음이 가장 날씬하지 않았나 싶네요;)

2009-08-08 0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니 2009-08-08 12:13   좋아요 0 | URL
네, 저도 <8월의 크리스마스>와 <봄날은 간다>를 최고로 뽑고 싶어요. :)
으흐흑, 심은하, 돌아오라! (심은하 빠입니다, 네 ㅋㅋ 이영애씨, 죄송)
그쵸, 이영애씨는 마른 이미지가 전혀 아닌데 이 영화에서만큼은 날씬, ^-^ 수수한 모습이 너무 이뻤어요. 지난번에 일요스페셜에 나왔을 때도 수수하게 모자 쓴 모습이 참 이쁘더라구요. 진짜 이쁜 사람들은 수수할 때 더 이쁜 듯.

2009-08-08 12: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Kir 2009-08-08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은하언니가 은퇴했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었습니다. 평범한 삶을 선택한 그녀가 계속 행복하기를 바라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녀의 연기와 빛나는 미모를 볼 수 없다는 허탈함에 컴백을 바라는 마음도 들고... 그렇네요ㅠㅠ

치니 2009-08-09 11:12   좋아요 0 | URL
그녀의 행복을 빌어주는 아름다운 팬심을 보여주시는 Kircheis님과 달리,
저는 저열한 팬심으로 차라리 이혼하고 컴백해줬으면 하고 기다리기도 합니다.
요즘처럼 외모와 연기가 완벽한 여배우가 별로 없을 때는 특히 더. 흑.
 
예수전
김규항 지음 / 돌베개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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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내내 '어어 이거 그야말로 너무 불온하고 저항적(?)이고 자의적인 해석에 의한 문장이 많아서 욕 좀 듣겠는데', 라는 생각이 종종 들었다. '나는 불온한 B급 좌파입니다'라고 애저녁에 정체성을 까놓고 오랫동안 씨네21에 맥락을 같이 하는 칼럼을 썼던 사람이라는 걸 아는 사람이 이런 책을 읽으면야 역시 '자의'적으로 고른 책일테니 별 무리 없겠지만(아니, 오히려 더 쎈 걸 원했다가 실망했을 수도), 저자의 그런 경력을 잘 모른 채 유명하다는 이유로 그리고 종교학에 대한 관심을 이유로 이 책을 선택했다면 제대로 낭패감을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 

아니나 다를까, 알라딘의 모님은 이런 40자평을 남겨주셨다.  

"예수전이 아닌 안티 예수전이다. 저자는 회개하라. 당신은 예수전을 쓸 자격이 없다" 

예로부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특정 종교를 주제로 삼아 공론화 하는 것은 매우 부담스럽고 심지어는 예의에 어긋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던 것으로 알고있지만,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기독교는 그런 터부를 깬 지 오래다.  그저, 어떤 이는 기독교를 옹호하거나 맹종하고 어떤 이는 개독교라고 하면서 미워하는 식의 이중적인 시각만 남아 있는 것 같아서(나만의 착각일런지도 모르겠다, 교회에 안나가는 처지에 실제 기독교인들의 모든 생각을 두루 접한 건 아니므로) 안타깝기도 하다.  

종교란 참으로 개인적인 것이면서도 그 지난한 역사가 말해주듯이 국가 체제나 기득권의 변화에 따라 그 존재이유를 달리하는 숙명을 지녔으니, 금기시 하는 사람들도 이해가 되고 이러쿵 저러쿵 떠들어대는 대상이 되는 것도 이해가 된다만, 기본적으로 나는, 특정 종교인이 비종교인에 대해서 자신의 종교를 강요하지만 않는다면 모든 종교가 다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사람은 워낙에 물질이나 육체에 집착하는 나약한 종이라는 걸 인정한다는 거다. 인간에 대한 존엄성이 인간에 의해 망가지는 것을 숱하게 체험하면서 인간에 대한 희망을 잃은 지 오래인 사람들이 기댈 곳은, 그러니까 종교일 '수도' 있다는 거다. 

이 책 '예수전'이 다분히 김규항의 평소 소신, 그러니까 변혁에 대한 갈망, 그리고 그 변혁을 이루기 위한 각 개인의 깨우침을 도모하고자 씌여진 냄새가 나서(이게 좀 지나치면 교조적이다 싶은 구절도 있었고) 내심 기대했던 김규항의 변신(?)이나 문학적 울림은 곧 포기해야했지만서도, 아무려면 어떠냐. 수많은 학자들이나 복음을 고쳐쓴 사람들이 모두 '각자의 예수'에 대하여 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김규항도 한번 그래보는게 뭐 어떠냐 말이다.  

그런데 나는, 결과적으로 이 책이 재미있지가 않았다. 이 책의 대부분이 '예수는 원래 이런 사람이었어! 너희가 알고 있는 예수랑은 다르다고!'라고 설파하는데 많은 지면을 할애를 하고 있지만, 나는 성경을 통독한 적 없으니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아는 예수랑 (혹은 대다수 개신교에서 말하는 예수) 김규항이 마르코복음을 분석해서 알아낸 예수랑 얼마나 다른지 잘 알 수가 없었던 것이 가장 큰 이유겠고, 그 다름은 아직 내게 별로 중요하지가 않다는 것이 또 다른 이유다. 저자가 말했듯이 세상에는 실제 예수는 아니지만 예수의 삶과 비슷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그들이 곧 종교가 되지는 않지만 그들을 본받으면 종교가 없이도 충분히 공명하고 내 안의 영을 맑게 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아직 '나만의 예수'가 없는 나는, 예수가 원래 어떤 사람인지보다 예수와 유사한 삶을 사는 이 시대의 (겉으로는 평범할 지도 모르는)사람이 더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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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세운닥나무 2010-02-08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대보단 맥 빠지는 면이 좀 있더라구요. 저자가 한신대 출신인데, 진보적 신학도의 성경 읽기 정도로 보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아주 독창적인 면도 잘 보이진 않구요. 한 때 유행했던 민중신학을 오랫만에 다시 살펴보는 느낌도 가졌구요.

치니 2010-02-08 13:35   좋아요 0 | URL
아, 님도 그러셨군요. 저 역시 뭐랄까 조금 더 쎈 것을 원했다 김이 살짝 샌 느낌이 있었던 게 기억나요.
김규항은 역시 내 타입이 아닌 걸까, 그런 생각도 했었구요. ^-^;;
 

알라딘에 동영상 올리는 법을 도무지 모르겠어서 그냥 네이버 아래 블로그에 올립니다. 

구경할만큼 화질이 좋거나 노래를 잘하는 건 아니지만 ^-^;;; 심심하면 보세요 ~

http://blog.naver.com/harin0211/14008339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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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9-07-26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홋! ^^ 멋지네요.

치니 2009-07-26 20:33   좋아요 0 | URL
^-^ 감사합니다.

푸하 2009-07-26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두 번째 공연은 꼭 가고 싶네요. 혹시 실무(잡무)일 도울 것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비틀즈 결성 당시 하린군이 옆에 있었으면 5인조 비틀즈가 되었을 것 같아요. 인제 멤버만 모으면 되겠군요.

치니 2009-07-26 20:34   좋아요 0 | URL
아 푸하님, 역시 푸하님은 상냥하세요. 곧바로 도울 일을 물어주시다니.
게다가 비틀즈 멤버라뇨 ~ 언감생심 꿈도 못 꾸지만 이런 댓글에 입이 찢어지는 건 어쩔 수 없;; ㅋㅋ

다락방 2009-07-26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맙소사! 기타만 치는게 아니라 노래도 하는 소년이었군요! 공연모습 동영상 잘 봤어요. 굉장히 근사해요, 치니님!!

치니 2009-07-26 20:36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이 근사하다고 하시니 정말 근사한 것 같잖아요! 헤헤.
다음에는 시간 되심 놀러오세요 ~

프레이야 2009-07-26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니님 나비님 서재에서 일년 전의 동영상을 먼저 봤어요.
저 블로그로 가보기 전 먼저 댓글 써요.
기타 치는 하린군에 대한 페이퍼는 전에 본 적이 있는데 노래까지 멋지게!
공연, 늦게나마 축하드려요.
하린군의 열정에 박수 보내요~~~

라로 2009-07-26 21:39   좋아요 0 | URL
하린군의 열정이란 말이 딱 맞는 말이에요!!!!
열정이 없이 저렇게 할 순 없어요!
그리고 열정 없인 오래 가지도 못하고,,,
하린군의 총명하면서 자신감 넘치는 눈빛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멋진 청년으로 자랄거에요,,,우리 계속 기대해 봅시다!!!ㅎㅎ

푸하 2009-07-27 02:17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 님, 멋진 칭찬이에요. 하린군이 보면 좋아할 듯...ㅎ~

나비님, 혹시 가셨던거에요? 저도 하린군을 보고 싶어요.^^;

치니 2009-07-27 11:08   좋아요 0 | URL
하린이 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하면 열정이 저절로 따라오는게 아닌가, 요즘 아이를 보며 그런 생각을 합니다. 때로 나는 그러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버린게 안타깝기도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나와 같지 않게 자라나게끔 도와야한다는 사명감도 들구요. ^-^;;
프레이야님, 박수 감사합니다 ~
푸하님, 나비님이 멀리서부터 와주셔서 얼마나 고마왔는지 몰라요. ^-^

라로 2009-07-26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유투브에 올리면 안돼?????지난 번 처럼?????

치니 2009-07-27 11:08   좋아요 0 | URL
하린군에게 해보라고 할게요 ~ ^-^

마노아 2009-07-26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사람은 노래 잘 부르는 사람이에요. 아, 감동 그 자쳅니다. 지금 노래 들으면서 댓글 달아요. 더 들을 게 있다는 게 기뻐요.^^

치니 2009-07-27 11:10   좋아요 0 | URL
아앗, 이승환처럼 노래를 잘하는 뮤지션을 좋아하시는 마노아님이 감동하셨다니, 제 어깨가 막 으쓱해질려구 해요.
테크닉이 아니라 마음으로 노래하는 뮤지션이 되었으면 하는게 제 작은 소망. ^-^

니나 2009-07-26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초초절정 간지 소년 하린군이예요!
간간히 초초절정 간지 엄마 치니님도 비치시고요 :-)
못가봐서 너무 아쉬웠어요.
곧 뵈어요. 여름이 한창일 때! ^^


치니 2009-07-27 11:11   좋아요 0 | URL
아흑, 제 얼굴은 왜 찍었는지, 창피 -
니나님 다음에 꼭 와서 우리 수다 떨면서 구경해요 ~

웽스북스 2009-07-27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중에 자식을 낳아서, 내 자식이 Across the Universe를 부르는 모습을 본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라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어요.

흑. 저도 못가서 너무 아쉬웠어요.

치니 2009-07-27 11:12   좋아요 0 | URL
처음에 하린군이 비틀즈를 부를 때는 저도 실감이 잘 안났어요. 이렇게 좋아할 거라고는 미처 상상도 못했으니까요.
근데 이제는 만성이 되어서 ㅋㅋ 주로 지적질하는 엄마.

2009-07-27 0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7-27 1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9-07-27 0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상 잘 보았어요,
사실은 치니님께서 얼마전 올린 포스트를 보고 26일을 기억해놓고
몰래 갔다가 살짝 돌아오려고 했는데,
어째 일정이 맞지 않아 못가게 되었네요.
너무 아쉬워요.
그리고 너무 자랑스러우시겠어요!!
그리고 제가 만일 하린군이라면 엄마가 너무 자랑스러울것 같기도 하고요!

치니 2009-07-27 11:17   좋아요 0 | URL
앗, 괴물님이 살짝 오셨다면 제가 알아봤을까 궁금해지는군요. ^-^
자랑스럽다는 감정보다는 너무 재미있다는 감정이 더 커요.
아이들이 커가는 건 때로 마법 같아요. ^-^

rainy 2009-07-27 0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봐도 마구 마구 설레인다.
측근이라는 것이 몹시 뿌듯하다는 ㅋㅋ
여러분~ 저 동영상에서 카메라 들고 돌아댕기는 1인이 바로 저랍니다 ^^
(마구 주책스런 자랑질^^)

푸하 2009-07-27 02:14   좋아요 0 | URL
아니 오셨었군요? 그럼 갔어야 하는데...ㅠㅠ. 아쉬움이 넘 커지는걸요.

치니 2009-07-27 11:18   좋아요 0 | URL
흐흐, 측근 중에서도 가장 편안한 지지대이자 음악적 교감이 되는 측근이지 ~
여러분, 돌아댕기는 1인 유심히 봐주셔요. ㅋㅋ

푸하님, 다음을 기약해요 ~ ^-^

무해한모리군 2009-07-27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멋지다 너무 멋지다~~
왜 내 아이가 아닌데 내가 자랑스러운걸까요 도대체 ㅎㅎ

치니 2009-07-27 11:19   좋아요 0 | URL
^-^;;; 감사합니다 ~ 휘모리님.

rainer 2009-07-27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멋진하린 ^^Y

치니 2009-07-27 11:19   좋아요 0 | URL
오시라고 하고싶었는데, 너무 멀다 싶어서 말씀 따로 안드렸어요.
다음에 혹 가까운데서 하면 오실 수 있길 ~ ^-^
(그러면서 술 한잔 ! ㅋㅋ)

또치 2009-07-28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아들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면 좋겠다는 망상을 하고 있는 또치씨...
치니님 진짜진짜진짜 부럽삼 ㅠㅠ

치니 2009-07-28 11:19   좋아요 0 | URL
또치님, 음악을 좋아하시는 또치님이 어떻게 들으셨을까 궁금해요.
아직 너무 미숙하지만서도, 음악에 대한 애정도는 또치님과 비슷할 듯. ^-^

Forgettable. 2009-07-28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어제 집에서 동영상 하나 하나 보면서 부러웠습니다. 아들님이;;
다들 이런 아들이 있어서 부럽다고들 하시는데! 전 이렇게 키워준 치니님을 엄마로 둔 하린님이 더 부럽군요-
(그렇다고 제가 우리부모님을 원망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성공에 대한 채찍질보다는 가능성과 재능을 믿어주시는 부모가 부러운건 사실이에용)


치니 2009-07-28 13:20   좋아요 0 | URL
아이를 키우다보면, 어느덧 내가 키우는게 아니고 이 아이 덕분에 여전히 자라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고맙다 생각 들고, 고맙다 생각하면 채찍질은 커녕 그저 안 아프기만 해도 다행이다 하게 되니까, 다 같이 그랬으면 참 좋겠다 생각을 하기도 해요.
아이 뿐 아니라 이 세상 사람들 다 - ^-^; 역시 철 없는 엄마죠.

2009-07-31 1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7-31 1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인 - Let It Rai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이 영화의 감독이자 주인공인 아네스 자우이의 <타인의 취향>은 가히 충격적이라고 할 만큼 재미있었는데, <룩앳미>는 그에 비하면 좀 귀엽다 싶을 정도의 재미만, 이번 <레인>은 그녀의 독특하고 예리한 감수성이 많이 퇴색되었나 싶은 심정이 들 정도로 반짝이는 감수성이 눈에 띄지는 않는 영화였다. 

게다가 이미 전작들에서도 써왔던 클래식, 그것도 중세 교회 음악을 연상하게 하는 클래식 음악이 묘하게 내용에 어우러지는 그 장점이, 이번에는 세번째 반복되자 지루해지기 시작했고, 연이어 세번을 보는 남주인공 (대머리 아저씨, 이름은 모르지만 타인의 취향에선 내 사랑을 듬뿍 받았었다)의 얼굴도 지겨워지기 시작했으며, 심지어 각본,감독,여주인공을 겸하고 있는 아네스 자우이가 그냥 욕심꾸러기 같아 보일 뿐 멋져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본은 여타의 영화들에 비해서 여전히 빛나는 구석이 있다는 것이, 그나마 조금 안심되는 점이다. 특히, 영화 속 다큐멘터리 감독 2인조 중 하나인 카림(아랍계 프랑스인으로 나온다)의 대사들은 제3세계 출신으로써 유럽에 사는 사람들이 겪는 애환과 그들에 대한 유럽 혹은 프랑스 인들의 이중적인 잣대와 무의식적으로 계급을 내려 보는 태도를 절묘하게 꼬집어내고 있어서 흥미로웠다.  

프랑스 전역에서 페미니스트로 이름을 날리는 언니에 비해 일개 주부로 살아가면서 만날 '키에르케고르'의 시나 읽어주고 밤이면 자기랑 안 놀고 책 읽는다고 징징대는 소심한 지식인 남편이랑 사는 동생이 비록 으리으리하지는 않지만 부모가 남긴 아름다운 정원과 넓직한 시골집에서 궁시렁 대는 사이, 이 두 철없는 여자를 아기 때부터 길러오면서 유모 역할을 하고 온 집안 살림을 보는 식모 역할까지 해 온 이방인, 카림의 어머니는 카림과는 달리 월급도 스르르 안주고 실컷 부려먹으면서 가족입네 하는 이 프랑스인들에 대하여 별 불만이 없다. 

그저 싸바 싸바 (불어로 괜찮아 라는 뜻)라고 하면서, 이 사회의 부조리함과 계급사회의 모순에 진저리 치는 아들을 오히려 딱하게 여기며 없는 처지에도 용돈을 쥐어줄 뿐. 

포스터를 보고 한여름 바캉스철 시골에서 우연찮게 일어나는 삼각관계 로맨스를 기대하고 가시는 분들에겐 몹시 지루할 영화, 그러나 나 같은 관객에게는 그래도 이 감독의 차기작을 기다리게 하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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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7-21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찌 보면 지루할 수도, 어찌 보면 아예 박진감까지도 느껴질 수도 있는 영화라고 생각했어요. 아주 오랜만에(몇 달 만인 것 같습니다) 극장에서 본 영화였던지라 반가운 마음에 아마도 연재물로는 첫번째 글이, 이 영화가 될 듯 합니다. 그런데 조금씩 내리는 그 비, 정말 마음에 스며드는 것 같지 않던가요?(케케묵은 표현!)

치니 2009-07-21 17:10   좋아요 0 | URL
이 감독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어서 실망도 좀 했지만, 그래도 볼 만한 구석들이 꽤 있었죠. ^-^
연재물, 기대됩니다 ~
불어로는 제목이 "Parlez moi de la pluie" - 나에게 비에 대해 말해주세요 에요. 그래서 주드님 마음에 비가 스며든 거 아닐까요? ^-^

무해한모리군 2009-07-21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음악도 참 좋았고, 영화 보는 내내 설레면서 보았답니다.

저도 그 터키계에 대한 차별부분과 페미니스트지만 자신의 집안내에 착취당하는 여성에 대해서는 눈이 어두운(우리가 흔히 우리 부모에게 그러하듯) 모습등이 참 잘 녹아 들어가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치니 2009-07-21 17:11   좋아요 0 | URL
음악이, 그러게요. 참 좋은데도, 자꾸 써먹으니까 닳는다는 느낌? ㅋㅋ 그런게 있었어요.
휘모리님은 저보다 훨씬 따뜻한 마음으로 영화를 보셨군요.(흑, 저도 그래야 하는데)

니나 2009-07-21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그냥 세례받는 애기 얼굴위로 마이크 떨어질때 박장대소했을 뿐
어쨋든 보고 나올때 비가 왕창 내려서 기분이 좋았달까요 ㅋ.ㅋ

치니 2009-07-21 17:11   좋아요 0 | URL
크하하, 맞아요. 그 장면 웃겼죠. 전 처음에 마이크인 줄도 몰랐어서 깜딱 놀랐어요. 저러다 뺨 맞나 했더니 다행히 신부님이 참으시더군요. ㅋㅋㅋ

비로그인 2009-07-21 18:34   좋아요 0 | URL
끼어들기]아기 얼굴과 마이크 떨어뜨림, 아, 그 엄숙한 장면에 미셸의 그 표정이라니요! 저도 그 장면에서 웃음을 떠뜨렸는데 어쩐지 반가워요, 니나 님 호홋

치니 2009-07-22 08:26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그 장면이 최고의 장면으로 뽑히고 있는 듯. ㅋㅋ

무해한모리군 2009-07-22 09:54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저두요~ 좀 서글프기도 하고..

니나 2009-07-22 11:51   좋아요 0 | URL
하하, 끼어들기 반가워요 주드님 휘모리님도 방가워요 ^.^
전 저 장면이 젤 웃겼고
아는 후배는 편집본에서 채찍질하는 장면을 압권으로 꼽더군요 클클

라로 2009-07-21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5일 하린군 보러 가기로 결심했어요~.^^

저에게도 비에 대해서 말해주세요~.헤헤
저 영화 하린군 보러 가기 전에 볼 수 있겠지요???서울서 하니까??

치니 2009-07-22 08:27   좋아요 0 | URL
오웃, 정말 오시는 건가요? 으 떨립니다 ~
이 영화 언제까지 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보실 수 있기를 ~

라로 2009-07-24 11:51   좋아요 0 | URL
내일이에요!!!!!!!!!!!
연주는 하린군이 하는데 갑자기 제가 왜 떨릴까요???????????ㅎㅎㅎㅎ

비로그인 2009-07-22 0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머리 아저씨가 남편이라고 하는군요.
전작보다는 못하지만 프랑스를 알면 미묘하게 매우 웃겨요.

치니 2009-07-22 08:29   좋아요 0 | URL
으하 남편이었군요, 어쩐지...
프랑스를 알면 웃긴다, 맞는 말씀 같아요. ㅎㅎ

웽스북스 2009-07-23 11:00   좋아요 0 | URL
아. 대머리아저씨가 남편이었다니. 아. 웃겨요. ㅋㅋㅋㅋㅋㅋㅋ

무해한모리군 2009-07-27 09:40   좋아요 0 | URL
그랬군요 ㅎㅎㅎ

2009-07-27 17: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7-28 09: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촛불세대를 위한 반자본주의 교실
에세키엘 아다모프스키 지음, 일러스트레이터연합 그림, 정이나 옮김 / 삼천리 / 2009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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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어김없이 오지 않았으면 했던 월요일을 맞이하여 9시까지 출근을 하고 12시에는 점심을 먹고 6시가 넘어도 퇴근을 할 수 없으면 안달이 난다. 집에 오는 길에는 피곤에 지쳐 맛있는 저녁을 해먹을 요량보다는 아무 것이든 누가 해주는 음식을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가 그냥 밥통에 있는 밥을 대충 인스턴트 유부초밥용 유부에 우겨넣고 그것을 먹어가면서 이렇게 인터넷을 한다. 

거의 매일이 이런 식인데 어떤 날에는 아파서 회사를 안 가거나 열 받아서 저녁에 누군가를 만나 술을 먹거나 하는 정도의 변형이 있고, 주말에는 주간에 못했던 빨래나 청소를 몰아서 한다. 

가끔씩 문화생활도 즐기고 사유가 가능한 책 읽기도 하고싶지만 늘 여의치는 않다. 언제나 그것들은 먹고 살기 위해 하는 일들에게 앞자리를 비워 준 다음에라야 찾아오고, 만일 그 순서를 바꾸면 새가슴이 되어 왠지 조바심이 난다. 

이런 사람이 나 하나가 아니다. 통계 따위를 내보지도 않았고 어디 나온 것을 찾아보지도 않았지만 이런 생활은 다름 아닌 전 인구가 현대에 하고 있는 생활과 큰 차이가 없다. 

그나마도 밥벌이를 시켜줄 자본가를 만난 사람은 이런 생활을 할 수 있지만, 일정한 자격(?)이 안되는 사람은 하루하루를 악몽처럼 보내면서 문자 그대로 죽지 못해 살기도 한다. 

이렇게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가끔 멍 하니 하늘을 바라보면서 내가 왜 이러구 살지, 나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사는 건 왜 이리 엄두가 안 날까, 라는 생각을 하지만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생활은 여전히 똑같다. 

이 책은 예의 왜 이러구 사는가에 대한 질문에 간단히 답 한다. 

그것은 우리가 만든 체제, 그 체제 중에서도 자본주의라는 체제 때문이라는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중도 실용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서, 자본주의라고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닌데 모든 책임을 자본주의로 돌린다니, 너무 극단적인 책이 아니겠는가 우려부터 갖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만, 자본주의는 오늘날 자본의 세계화의 다른 이름이 되어버렸으므로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이 책의 상당 부분에 공감하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인간은 우리가 기록하지 못할 정도로 오래 전 고대부터 체제를 만들어왔고, 가장 최근까지도 국가의 이데올로기나 체제는 지금보다 다양했으며 이렇게 세상의 대부분이 자본주의 체제로 통일되어가는데 옛날보다 살기가 좋아졌다고 말하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실패한 공산주의를 딛고 보다 타협적인 대안을 내놓겠다는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소위 좌빨로 돌아가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저, 언제나 변혁은 인간에 의해 꿈 꾸어져 왔으니 이제 더 나은 세상에 대한 꿈을 꾸자는 이야기일 뿐이다. 누군가 말했듯이 꿈은 이루어지지 않으면 더이상 꿈이 될 수 없다. 꿈은 몽상과 다르다. 꿈을 정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전념하는 동안 보이지 않는 작은 변화들이 모이고 모여 언젠가 우리가 꿈 꾸었던 바로 그 세상의 근사치에 가까운 체제를 만들어 갈 수만 있다면, 자본주의고 사회주의고 우파고 좌파고 간에 다들 좋을 것 아닌가. 

그렇게 하기 위해 이 책이 제안하는 행동강령은 소위 운동을 하라는 것도 촛불을 꼭 들어야 한다는 것도 시위대에 조금이나마 힘을 실어주라는 것도 자신들의 행동강령을 세뇌 시키라는 것도 아니다. 조직적으로 누군가가 대표로 나서서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가자!라고 외치지도 않았는데 수많은 네티즌들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 혹은 그냥 구경하기 위해, 혹은 그냥 놀기 위해 광장에 나갔던 작년 6월 그 때 우리들이 한 것처럼, 그렇게 모두가 체념하지 말고 끊임없이 움직이며 대안을 찾자는 것이다.

최근에 유행했던 말 중에 '아마 안될거야 우리는..."시리즈가 있었다. 정말 안될까? 아니, 우리가 할 수 있다고 이 책은 당당하게 말하고 그 증거도 보여준다.

그저, 모두가 다양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권리를 잊지 말되, 인간이 개별적으로 이기적이 되는 것보다 서로 나눔으로써 더 좋은 삶을 누릴 수 있다는 믿음을 갖기만 하면 된다. 누군가의 권력에 의해 무개념 무사유 무의식으로 움직이는 체제를 거부하고 설사 내가 그 권력을 갖더라도 휘두를 생각을 하지 말라는 것. 이 세상에 있는 인구 개체 하나하나가 모두 '다르다'라는 것만 인식하자는 것이다. '다름'을 인정하는 순간, 억지로 쌓아놓은 위계질서는 무너질 수 밖에 없으니까.  

비록 책을 읽고 며칠이 지나면 다시 쳇바퀴 안으로 들어가 체제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소시민이 된다 할 지라도 한번쯤 이런 책을 읽고 환기하는 것이 분명히 작은 변화의 시작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조금은 설고 거칠게 짜인 이런 책이 어쩌면 지금을 사는 우리들의 필독서가 될 지도 모르겠다.

또한, 이 책은 나 같이 마르크스 자본론 하나 읽지 않고 살아온 성인이 읽어도 쉽게 이해가 되고, 중고교 학생들에게도 읽히면 좋을 책이다.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자본이 아닌 자연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하여 상상조차 해보지 못한 많은 십대들에게 신선한 자극제가 될테고, 그들은 당연히 우리의 미래가 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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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7-20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안그래도 저도 눈여겨보고 있었던 책이예요

치니 2009-07-20 20:43   좋아요 0 | URL
아, 역시 괴물님은 두루두루 필요한 책들을 잘 찾아내시네요.
전 몰랐다가 지인의 소개로 읽었답니다. :)

다락방 2009-07-21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태그를 보니,
그쵸, 질문도 아는 사람이 하는거예요.

그나저나 저 역시 마르크스 자본론 하나 읽지 않고 살아왔으니 이 책이 도움이 되겠군요!

치니 2009-07-21 09:50   좋아요 0 | URL
ㅋㅋ 다락방님, 학교 다닐 때 선생님이 뭘 모르는 애들은 질문도 안하더라고 하던 생각이 나요.(저는 종 치기 전에 질문하는 애들이 젤 싫었죠. 끙)

그런데 이 책 읽고나니 늦기는 했지만 자본론, 더 이상 읽기를 미룰 수 없다 싶어요. 아이고 언제 읽나. ㅋㅋ

또치 2009-07-21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근데 청소년들한테 권하기에는 책제목이 너무 '쎄다' ...
일단 나부터 읽어봐야겠어요! (아으, 알라딘 서재는 온통 뽐뿌질 서재...)

치니 2009-07-21 10:58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제목이 좀 그렇다고 생각해요. '촛불세대를 위한'이라는 단서를 붙이는 것도 어떤 부모에겐 좀 거부감이 들겠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 읽고나니 제 아이에겐 읽히고 싶다로 결론이 나서 다행이었어요.

네꼬 2009-07-21 12:59   좋아요 0 | URL
출판사 이름은 무려 삼천리.

치니 2009-07-21 13:15   좋아요 0 | URL
ㅋㅋ 아무렇지도 않았던 출판사 이름이 네꼬님이 이렇게 말한 순간, 왜 이리 재미있어지는지.

네꼬 2009-07-21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리뷰예요. 그러니까 체념하지 말고 이것저것 뭐든 해보자 이거군요. 새겨 듣겠습니다. 그런데 치니님은 참, 영화도 책도 장르고 뭐고 할 것 없이 잘근잘근 잘도 읽으셔요!

치니 2009-07-21 13:17   좋아요 0 | URL
네, 사실 저도 체념을 쉽게 하는 꽈인데 이거 읽으니까 반성 좀 되더라구요.
불평불만만 늘어놓고 사는 건 아무래도 좀 창피한 일 같아요.

제가 좀 장르 불문이죠. 히 -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는데, 오늘 아침엔 내가 왜 요새 진지한 책만 읽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재미있는 소설 추천 바랍니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