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검둥개 > '심금을 울릴 정도로 명랑한 시'
육체는 슬퍼라
황인숙 지음 / 푸른책들 / 2000년 1월
절판


시란 주문이다. 어느 정도로 감각적인가 하는 것이 주술력의 척도다. 나는 행복한 감각을 깨우는 시를 쓰고 싶다. 경박할 정도로 명랑한 시. 따뜻하고 향기롭고 자유로운 시! 그런데 '심금을 울릴 정도로 명랑한 시'라는 것도 있나? 심금은 왜 비애에만 울리는 것일까? 내게 시를 쓰게 하는 애초의 감정은 비애다. 그런데 나의 비애는 말라있다.실패할 경우에는 뻣뻣할 정도로. 하지만 난 질척거리는 게 싫다. 그것이 문제다. 수분 함량을 조절하는 일. -89-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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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06-06-15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분함량을 조절하는 일, 맞아 그것이 중요하다. 시 뿐 아니라 모든 세상 살이에서.

Fox in the snow 2006-06-16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감!!, 글쎄 건강검진을 했더니 수분과 지방이 정상치에 많이 못미친답니다. 다시 말하면 나이보다 신체가 더 늙었다는..꺽. 동안이 대세라는데..( --;; 죄송, 엉뚱한 소리 해서. 근데 정말 시에서보다 수분함량조절이 더 필요한 부분이라구요)

치니 2006-06-16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죄송하긴요.
건강검진 말씀하시니 저도 하나 생각나는데,
저는 스트레스치수가 90인가 하여튼 검진 하시던 분이 '이렇게 어떻게 사세요?'라고 할 정도로 높았는데요. 뭐 수치는 수치일 뿐인건지, 그 이후로도 잘만 살던데요. ㅋㅋ 게다가 지방이 정상치에 못미치는건 길게 봐서 좋은거 아닐까요?
 
박사가 사랑한 수식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이레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제인지도 기억 나지 않지만 하여간에 혼자서 속독법을 익혔다.

언제인가는 기억 나지 않는데, 왜 인지는 기억이 난다.

책을 너무 빨리, 그리고 많이 읽고 싶어서였다.

왜 이렇게 책에 대해 욕심을 부리는 지는,

왜 산에 올라가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나 같다.

책이 거기 있으니까, 이다.

책이 있으면, 아니 책이라는 껍질을 갖고 있으면 읽어대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지 못한 시절에 속독법을 익혔을게다.

 

요사이 내가 섣부르게 익힌 속독법이 미워지게 만드는 책들이 있다. 이 책도 그렇다.

요는, 한번 읽어서 소화가 안되는 문장들이나 표현들을 곱씹고 또 곱씹는 태도를 익혔더라면 좋았을텐데 하는 후회감이 자꾸 든다는거다.

평생 수학자로서 뭔가 떠오르면 주머니에서 메모지와 연필을 꺼내들었던 겸손한 박사처럼,

나에게도 겸손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저, '읽었다'라고만 할 수 있는 겉핥기 이외에 메모하고 기억해야 할 ,

아니 꼭 그러고 싶은 것들이 살아 숨쉬고 있는데,

나는 소화하지 못한 음식을 그저 쌓아두고만 있다는 느낌이 들어 답답하다.

 

눈물이 찔끔 났던 만큼,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은, 그래서 내가 경솔하고 빙충이 같은 짓을 할 때 떠올리고 싶은 게 분명히 있다면, 이제는 메모지와 연필을 꺼내어 적어두고 자주 읽겠다는 소망.

좋은 책을 읽어서 이런 사소한 내 버릇을 고치는 것도 꽤 기분 좋은 일이니까.

 

옆에서 딩굴던 아이에게 박사가 루트에게 내준 문제를 내는 바람에,

두어시간 동안 머리를 싸매는 아이의 고통을 희희낙락 놀릴수도 있었다.

지난번 여행길에도 암산하기 장난을 치고 놀았는데.

아이와 취미도 공유할 수 있는 선물을 준 책이다.

 

권해주시고 보내주시기까지 한 수단님에게 여러모로 감사.^_^

(수단님, 유사가족은 저도 별로에요, 그렇게까지 해서 만들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인간애는 아직 애착을 못버렸어요. 유사가족이든 유사연애든 유사우정이든, 만들어서라도, 인간에 대해 진실을 바라고 인간과 진실을 나누는 것에 대한 집착. 못버렸어요. 이런 제가 바보 같다고도 생각하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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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dan 2006-06-11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집착을 왜 버려야하는데요? 하나도 바보 같지 않아요. 전 가족이라는 형태를 강요하는것에 반대하는 것 뿐이에요. 가족의 틀 안에서 당연한 듯이 이기적이 되가는 사람들이 싫은거죠. 내 아이, 내 남편, 내 집, 내 가족. 이런 것들이요.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겠지만. ^^ )

sudan 2006-06-11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속독법 어떻게 하는거에요? 저 초등학교 다닐때 속독법이 한창 유행이었는데, 그때 들은 말로는 책을 대각선으로 읽는거라고 하더라구요. 치니님 재미있으신 분 같아요. 혼자 속독법 같은 거 터득하시고. 헤헤.

치니 2006-06-11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단님, 그런 집착 혹은 기대 때문에 상처 받을걸 두려워하는 방어기제죠 뭐.
내 아이 내 남편 내 가족, 으....내 나라!(요새는 대한민국 네글자를 하루에도 몇백번 듣는 기분이니까) 외에 다른 것에는 다 눈 감아버리는 식은 당연히 저도 싫어요.
하지만 , 가끔, 나도 역시 그러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 뜨끔하면서 '빙충이' 같다고 생각하는거죠. 에헤.

속독법, 지금도 초등학교에서 유행인건지 하린군이 특이한건지, 아무튼 하린군도 작년에 한참 다녔어요. 그래서 저처럼 책을 읽는 거 같아서 약간 못마땅.
저는 혼자 익혔으니 그냥 대각선으로 읽어댔는데, 하린군 하는 거 보면 좀 더 구체적 방법이 있는거 같기도 하고... 흐흐 사실 저도 잘 모르죠. 내가 한게 속독법이긴 한건지.

치니 2006-06-11 0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참 수단님,
'여러모로' 감사하다는 인사에는,
수학이라면 무조건 몰라몰라 하고 경원시 했던 제가, 이 책으로 관심도 갖고 좋아할수도 있단 생각이 들어서에요. 현실적 도움을 받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지만.... ! (이제 수학 시험 점수가 많은 걸 좌우하는 시기를 지나버렸으니 ㅋㅋ)

로드무비 2006-06-12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이 도러와 저는 차안에서 이동할 때 끝말잇기를 하면서 놉니다.
암산은 머리가 안 받쳐줘서요.ㅎㅎ
이 책 저도 빨랑 읽어야 하는데.^^

치니 2006-06-12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 저 역시 머리가 안 받쳐주는데 암산하느라 진땀 뺍니다.
그래도 엄마 체면에 아예 못한다고 하기도 그렇공... 헤헤.
이 책 재미있어하실거 같아요. 로드무비님의 리뷰가 기대됩니다.

검둥개 2006-06-15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독법이 그냥 책을 빨리 읽는 게 아니고 특별한 방법이 있는 거군요. 전혀 몰랐어요. 전 수학에 약해서 이 책은 어려울 것 같아요. ^^;;;

치니 2006-06-15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둥개님,
수학에 약한 정도가 아니라 현재 제 지갑에 얼마 있는지도 모르는 셈치 인 저도,
이 책이 재미있었어요.
한번 읽어보시길 ... ^-^
 
인숙만필
황인숙 지음 / 마음산책 / 2003년 5월
평점 :
품절


어차피 내 맘이다, 독서는.

모르긴 몰라도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고집이 좀 셀거다.

누구와 함께 해야만 하는 , 빼고 더하고 서로 협력하여 움직여야 하는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에 비하면, 고집도 세고 취향에 대한 확신도 강할거다.

혼자 읽고 혼자 키득대고 혼자 눈물 흘리고 혼자 좋아하고 혼자 싫어하고, 그야말로 혼자 놀기의 정수가 독서 이겠으니 그렇다.

누가 읽으래서, 공부하기 위해서 책을 읽는게 아니라 저런 혼자 놀기의 재미 때문에 책을 읽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사랑하게 될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독서로 하는 혼자 놀기의 재미가 그토록 유별난 이유 중 하나는 상상의 나래를 책 속에서 마음껏 펼치는 데 있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

책을 읽으면서 마치 조선시대 어떤 가난한 선비 집안의 우아하고 기품 있는 아씨가 실상은 장난꾸러기 엽기 삐삐 같은 면모도 보여주면서 오종종 돌아다니는 모습을 상상하고,

자신도 그 주변인물 중의 하나 쯤으로 설정하는데에 이 할랑한 산문집은 조금도 더하거나 모자람이 없다.

날개라도 단 듯이 훨훨 날아다니게 하고, 찰랑찰랑 수면 밑에 호흡을 가다듬으며 가라앉게도 해준다.

그러면서, 귀여운 아씨가 감염시키는 순수 바이러스에 마음을 활짝 열고 감염되기만 하면 잠시나마 지상 최고의 낙천주의자, 휴머니스트가 될 수 있다.

책에 밑줄을 긋지는 않기 때문에, 내 저주 받은 건망증을 탓하지 않기 위해 두고 두고 기억하고 친한 이들에게 써먹고 싶게 공감되는 이야기는 접어놓기 까지 했다.

그러나 내가 이 책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황인숙씨와 유사한 행동을 일삼는 인물들이 주변에 많기 때문일게다.

낄낄, 유쾌하게 웃으면서,

행동하는 것이나 일상의 소소한 감성들이 참 많이 닮았는데 이름까지 닮은 황모양도 떠올리고, 눈물이 너무 많고 다정도 병인냥 해서 고생하고 겨울에 태어나서인지 유난히 추위를 잘 타며 이런저런 잔병치레가 많은 여린 홍모양도 떠올린다.

칠칠치 못한 실수에 기억력 젬병인 모습은 물론 나 자신을 떠올리게 하며... 오랜만에 아주 마음 편한 웃음을 머금고 본 책.

누구에게든 선뜻 권하고 싶다. (아래 강유원씨처럼 공부가 안되는 책은 무조건 사양하시는 분들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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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its 2006-06-07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정도는 아니었지만, 저도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라 반갑네요...^^

sudan 2006-06-07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아래 리뷰 읽고 웃다가 겨우 진정했는데, 이 리뷰 마지막 문장에 또 웃음이 나요.(너무 웃어서 전 책 얘기 하신건 기억 안나고 웃었던 부분만 기억 난단 말이에요. -_- )

로드무비 2006-06-07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비 같은 시인.
글 속에서 더 사랑스럽고 귀여운,^^

치니 2006-06-07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어릴 때 / 글쎄 말여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리뷰는 엄청 편애. 제가 이렇습니다. ㅋㅋ
수단 / 히히, 웃음만 기억 나는거, 그거 좋아요 ~

로드무비 / 맞아요 사랑스럽고 귀여운. 근데 그녀는 연애에는 관심이 도통 없어보이더라는. ^-^

rainy 2006-06-09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자꾸 웃음이 난다.
사 둔 책들에게 미안하지 않을 정도로만 시간을 보낸 뒤 질러야지 ㅋㅋㅋ

치니 2006-06-09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이니 / 현재 최모씨가 읽고 있으니, 굳이 구입할 생각 아니면 잠만 기둘려 ~ 내걸 그대에게 드릴테니까.
 
몸으로 하는 공부 - 강유원 잡문집
강유원 지음 / 여름언덕 / 2005년 7월
평점 :
품절


강유원의 이름을 여기저기서 보았을 때,

그리고 그의 철학적 메세지가 담긴 책들의 제목을 보았을 때,

막연히 한번 읽고싶다고 생각하게 된건,

그 이름과 함께 떠돌던 단어들이 주로 '거침 없이' '자유' '날카로움' 등의 매력적인 수사 들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책 소개에 따르는 몇가지 수사들 정도만 보고 하는 얄팍한 책 고르기 , 정확히는 책이라는 상품 고르기에 젖어 있는 나로서는,

(강유원씨는 이 잡문집 속에서 책을 상품처럼 대하면 안된다고 한다)

강유원씨처럼 책 표지 하나 에도 세밀하고 강력한 자기 주장을 펼쳐야 마땅할만큼 호불호가 정확하고 까다롭기 이를 데 없는 학자인 사람이 굳이 '잡문집'을 낼 필요가 왜 있었을까 싶은 의구심을 여태껏 떨치지 못하겠다.

잡문집이란 말 그대로 여기저기 적어보았던 잡문들을 묶는 것이고,

그런 기획을 하는 출판사나 작가나 모두 이름만 보고도 살 수 있는 독자층이 있음을 의식하고 내는 것 아니던가.

강유원씨가 '온통 기업가의 상업적 이윤을 토대로 돌아가는 우리 사회의 자본주의 체제' (이런 표현은 역시 그가 책 속에서 한것이다)를 무시하고 자유롭고 올곧은 마음으로, 오로지 수많은 무식한 대중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이 책을 냈는지, 그것이 의심된다면, 내 의심이 지나친걸까.

논조는 정확하고 이지적이지만, 이 사람의 산만하게 모아둔 잡문들에서 독자에 대한 따뜻한 배려, 각 잡문들 간의 유기성 따위는 사실상 찾아보기 어려운데, 그렇다면 그냥 자신이 가르치는 혹은 자신에게서 무언가를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만 읽을 수 있게 잡문을 배포해도 좋지 않았을까?

철학을 공부한 사람 답게 많은 사회적 문제나 논쟁이 될만한 이슈들을 골고루 더듬어서 자신만의 생각을 보여주고 있기는 하지만, 전체를 어우러서 보자면 그야말로 '공부'가 될만하지는 않다는게 나의 소감인데, 이는 내 난독증 때문이라기보다는 - 사실 책은 쉽게 쓰여있어서 철학을 몰라도 아주 술술 잘 읽힌다 - '아유 그래 너 잘났다, 할 말이 없어서 안 하기보다는 쓸데없이 싸우기 싫어서 안할란다' 라는 마음 때문에 오히려 그가 제시하는 문제들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을 해볼 맘이 사라지게 되어서 그렇다.

왠지 공부 못하는 애들에게 이런 선생님이 걸리면 점점 더 공부하기 싫어지게 만들 것 같은 그런 강유원씨,(그래 나 공부 못해서 이렇게 삐딱한 리뷰 쓴다 -_-;)

차라리 잡문이 아닌 완전 하나의 주제를 정해서 쓴 그의 책을 읽어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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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its 2006-06-07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잡문집 발간에 대한 치니님의 의구심에, 강유원씨 책 하나 읽어본 적 없는 주제에 동감이 되네요. 지식인연하며 사회적 발언을 하는 자들에게는 고도의 책임감과 합치된 행동이 따라야한다고, 시대착오적으로 믿는 편이라선지 말예요.

sudan 2006-06-07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핫. 치니님 왜 이렇게 재미있으신거에요!

치니 2006-06-07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어릴때 / 음, 적어도 지식인 연 하는 사람은 아닐거란 믿음은 갑니다. 이 사람이 계속 주장하는게 언행일치 이니까요. 아무튼 너무 똑똑해요. -_-;;
수단 / @@ 어떤 부분이 재미있다는 것인지용... 저는 써놓고 이게 뭐냐 싶었는데. ㅋㅋ

릴케 현상 2006-08-23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유원 사이트 가면 무료로 볼 수 있습니다^^ 책으로 갖고 싶은 사람만 사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이 잡문집은 여기저기 적었던 글은 아니고 자기 사이트에 죽~올린 글로 알고 있어요=3=3=3

치니 2006-08-24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명한 산책님 / 아 그랬군요, 강유원씨 싸이트가 있는 줄도 모르고... 심심할 때 한번 가보겠습니당. 그나저나 처음 댓글이신 듯. 반갑습니다 !

2006-12-01 22: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니 2006-12-02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덧글을 보고 다시금 제 글을 읽어보니 참 주제넘기 짝이 없어서 얼굴이 화끈한데요, ^-^;;
그쪽으로 놀러갑니다 ~
 
은하철도의 밤 - 양장본
미야자와 겐지 지음, 이선희 옮김 / 바다출판사 / 2001년 7월
평점 :
품절


때로 모든 사물에는 그것만의 운명이 있고, 그 운명이 사물과 사람 간의 관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게 아닌가 라는 과장일지도 모르는 생각을 한다.

실제 내 주변에는 사물과 대화를 자주 나눈다는 사람들도 몇 있지만, 나는 대화를 나누거나 애착을 가질만큼 상상력이 풍부한 인간은 아닌지라, 평소에는 있으면 편하고 없으면 말고 식으로 대하는게 다인데, 이 중에서 유독 책에 대해서는 좀 운명론적 관계에 집착하게 된다.

그러니까 이런 거다.

'도서관의 천사'의 예가 어김없이 적용되더라는 것.

수많은 책들이 즐비한 도서관에서 꼭 내가 필요한 책이 있는 서가에 나를 뚝 데려다주는 식의 천사가 내게도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한 것은, 얼결에 집어든 책이 스스로 생각해도 뿌듯할 정도로 만족스러운 적도 있고 내 마음에 약간이라도 남았다 싶었던 책이나 작가는 내가 굳이 찾을 여유가 없어 못 만나고 있어도 다른 경로로 만나게 되는 경험에서 연유한다.

이 책의 작가 역시 그런 케이스.

알라딘이나 지인들의 블로그, 또는 어디서 어떻게 봤는 지 모를 여러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이 이름을 봤을게다.

그런데도 마하연님이 이 책을 읽고 싶다고 할 때 까지 이 책이 그 책이며 이 작가가 그 작가인지 잊고 있었는데, 좀 시간은 걸렸지만 역시 '너는 내 운명'이라는 듯이 번연히 내 손안에 들어와, 읽혔다.

이 작가가 '봄과 아수라'의 그 작가인지도 그제서야 알게 된 거다.

'봄과 아수라'는 2004년 봄부터 죽 내 보관함에 넣어져 있던건데.

아무튼 시시콜콜한 이런 개인적 책과의 인연 따위는 집어 치우고, 애틋하게 만난 책인데 제대로 음미부터 하자.

우선 좋은 책 다시 돌아보게 해주신 마하연님에게 감사하면서 보내드릴테지만, 하지만 한번 읽어서 도통 제대로 음미할 수 있는 거 같지 않아서, 나중에 하린군과 함께 읽을 용도로는 재구입 예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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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dan 2006-06-03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러니까 읽으셨다는 거에요 안 읽으셨다는 거에요? -_-

mooni 2006-06-04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의 천사...에 인도받은 책, 히힛. 그런 말 보면, 어머, 치니님 그럼 양보해드릴께요, 하는 천사같은 말투가 나와야 하나....받아보는게 더욱 기대된다는.

잼있나 보군요!! >,<

치니 2006-06-04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단 / ㅋㅋㅋ 질문을 읽고 제 글을 다시 읽어보니까, 정말 읽었다는건지 아닌지 헷갈리게도 생겼네요. 읽었어요, 근데 1시간 정도 걸려 후루룩. 그래서 왠지 제대로 안 읽은 느낌이에요.

마하연 / 아핫 양보라뇨. 이건 선물이라고 사서 제가 먼저 슬쩍 엿본건데요. 음, 재미있다라기보다는, 한꺼번에 여러가지 생각을 불러 일으키게 하는데가 있어요. 그래서 한번 휙 읽고 제쳐두기엔 좀 맘이 안놓인달까. 그런 기분.

2006-06-05 0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니 2006-06-05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
네 , 그 느낌 잘 알 것 같아요. 저도 가끔 그렇긴 한데, 삭제하는것 조차도 게을러서 안하는 경우도 있고, 또 전체적으로 시시해도 그야말로 그중에 사금파리처럼 빛나는 소중함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그런 경우도 있고.
이래저래 그냥 하게 되죠. 생각이 없으니 이런 때는 편한건가. 에헤...
다시 시작하신다면야, 저는 더할 나위 없이 반갑고 재미나겠지만, 언제든지 내킬 때 편안하게 하시는게 더 좋아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