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의 연인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쿠바 부부가 올해 오르가즘 계획은 어떻게 되나를 말할 때 아차!싶더라.

댓글(8)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에디 2011-01-27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계획을 세워야하는군요 ㅋㅋㅋㅋㅋ

치니 2011-01-28 00:20   좋아요 0 | URL
정확히 말하자면, 계획을 세워야 한다기보다 좀 더 자주 신나게 오르가즘을 느껴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지금은 잘 되고 있나 점검하는 차원? 부부 간에 그런 대화를 카메라 앞에서 자유롭게 하는 모습이 낯설면서도 좋아보였어요. 호호홍. 그러면서, 아 - 나는 이런 중요한 생활의 변수를 왜 잊고 사는가, 이제라도 잘 좀 따져보자 싶었죠.

굿바이 2011-01-28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어제 말입니다. 이런 비슷한 이야기를 했는데요, 제가 뭘 좀 써보려고 예전에 남성들의 은밀한 사생활 혹은 심리에 관해 인터뷰를 했습죠. 주로 남자선배나 동기를 그 대상으로 삼았는데, 이분들이 체면이 있어 그러신지, 아니면 경계를 하느라 그러신지, 뭔가 진짜를 말을 안해주더라구요. 그래서, 치사하다 쳇쳇쳇! 뭐 이렇게 포기했는데요,
어제 어떤 분과 이야기를 하다보니, 그들이 말을 안한 것도 있지만, 그들도 뭘 잘 모르고 있구나, 이런 생각이 퍼뜩 들었답니다.

음...그러니까 뭘 알고 이렇게 계획까정 세울 수 있는 분들은 상을 줘야 한다, 막 이런 어처구니 없는 생각이 드는 점심먹기 전 굿바이입니다 ;)

치니 2011-01-28 15:16   좋아요 0 | URL
캬 - 지금이라도 다시 인터뷰 따서 써보심 안될까요? 그거 쓰시기만 하면 제가 배포는 자신 있는데. 히힛
저도 그 퍼뜩 든 깨달음이 맞을 거라고 봅니다. 우리나라 여성들도 그렇지만 남성들도 사실, 유교적인 관습에서 벗어나기 힘들어서 야동으로 소화하는 성교육이 대부분이잖아용.
상 줘야죠, 암만. ㅋㅋ

또치 2011-01-28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생각보다 심각하게 제대로 염장 지르는 영화군요!

치니 2011-01-28 15:18   좋아요 0 | URL
ㅎㅎㅎ 염장과 성찰을 동시에 퍼붓는 참으로 감각적인 영화였어요.
오르가즘 계획 뿐 아니라, 쿠바 여성 왈, 남성의 도움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즉 혼자서도) 자신은 여러 회 가능하다고 자랑질;;; ㅋㅋㅋ

네오 2011-02-02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이거 보지는 않았는데요,,영화인가요? 다큐멘타리인가여? 어디선간 이런이야기를 들었는데~ 남미여자들이 한국오면 완전 우울증이라고요^^;;

치니 2011-02-02 12:49   좋아요 0 | URL
다큐멘터리 영화에요.
쿠바의 남성과 한국의 여성이 만나서 사랑하고 싸우고 결혼하는 과정을 그리는 거라 하면 간단히 요약이 될라나요. :)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 - 패권국가 중국은 천하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마틴 자크 지음, 안세민 옮김 / 부키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나는 본격적인 어메리칸 드림이 활개를 치던 시절에 태어났다.
그런 시절의 분위기에 영향을 어느 정도 받았는진 모르겠으나, 두 오빠 중 하나는 10년 넘게 미국생활을 했고 나머지 하나는 미국으로 넘어가 15년이 넘은 지금도 여태 거기 살고있다.
곁에서 구체적으로 그 안의 삶을 살아내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내게 미국에 대한 환상은 초장부터 없었다.
청교도적인 개척 정신이 실제로는 인디언을 말살한 폭력적 지배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 알고 이라크 침공을 합리화하는 꼬락서니가 엄청 미웠고 다른 나라에 비하면 턱없이 일천한 역사를 가지고 대단한 척 유세 떠는 것, 멍청한 겉모습 뒤에 숨어있는 '머니 이즈 에브리싱' 사상도 꼴보기 싫었다.
그래도 영어를 무조건 공부해야 했고 미국을 무시한 채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해야 맞는 시절을 오래 견뎠다. 그렇다, 태어난 이래 지금까지는 죽 미국이 세계를 지배하는 논리가 당연시 되었다.

미국에 대한 비호감이 어느 정도 사적인 경험과 취향에 따른 것이라면, 중국에 대한 감정은 먹는 음식에 장난치는 사기행각을 주로 보여주는 국내 뉴스에 따라 좌지우지 되었고 짧지만 불신을 조장하기엔 충분했던, 내가 무역업에 연관된 업무를 할 때 보여준 중국인의 모습에 의해 역시 좋지 않게 조성되어 왔다. 그 뿐인가, 베이징의 그 숨막히는 공기와 미친듯이 질주하는 차와 자전거의 아슬아슬한 곡예 운전, 상하이 삐까번쩍하는 호텔 뒤에서 손을 내밀고 한 푼이라도 동전을 받으려고 애쓰던 거지들의 모습, 자연을 마구 훼손하면서도 거리낌 없이 개발의 명목 하에 이루어지던 대대적인 공사들, 달라이 라마를 통해 대변되던 티벳에 대한 비인간적 조치, 올림픽 때 안면근육이 마비될 정도로 정형화 된 웃음을 지으며 선수들 뒤에 서 있던 도우미 여성들의 작위적이고도 안쓰러운 대국가 봉사활동...등등, 뭐 하나 선진국이 다 되었구나 라고 느낄 만한 요소는, 개인적으로 거의 전무했다.

그래도 높은 경제 성장율과 위안화 가치 상승, 중국어를 배우려는 열풍, 눈 깜박할 새에 온통 메이드 인 차이나로 점철되는 상품들, 미국에게 꼼짝 못하는 우리를 비웃기라도 하듯 정세를 주무르는 외교력을 문득 문득 확인하면, 뭔가 서늘하게 감지되는 두려움이 솟기도 했다.

그래서 읽었다. 정말, 중국이 세계 1위 강대국이 되는 날이 올 것인가, 온다면 언제인가, 그 때는 또 지정학적으로 약세이고 분단의 현실을 안고 사는 우리나라가 어떻게 될 것인가. 대비할 수 있기는 한 건가, 아니 이미 대비하고 있는가. 궁금한 것이 많았다.

책은 상세하고 때로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반복 설명이 많아서 이해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다. 저자는 애당초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는 건 시간 문제일 뿐 그 당위성에 대해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전제를 깔고 있기에, 전제에 대한 반박 외에 특별히 반박할 만한 억지는 없다(고 보여지지만, 내가 중국문화를 잘 안다고 볼 수 없기에 정작 중국인 대다수가 저자의 의견에 동의할 지는 모르겠다).
서구 민주주의가 반드시 최선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의견은 자성과 통찰을 보여주고 중국과 유럽, 중국과 미국, 중국과 일본의 관계 역학에 대해 내리는 평가는 시종일관 객관적이고, 데이터의 적절한 인용으로 저자의 신중한 예측에 지지를 보낼 만도 하다.
그런데 한국은? 아시아의 용 중 한 마리로 표현되곤 하는 대한민국에 대한 중국의 입장이 책 속에 그다지 많이 기술되어 있지 않아 아쉽다. 마틴 자크에게 한국은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가능성을 보인 나라, 앞으로 중국에게 순순히 조공할 나라 정도로 보일 뿐, 분단국가이며 중국과 마찬가지로 5천년 역사 속에 민족주의가 팽배한 국가라는 점이 그다지 문제 되지 않을 정도로 심정적으로 무관심하고 먼 나라인 듯하다. 뭐, 그럴 만도 하다. 한 권의 책에 모든 국가를 샅샅이 비교해 놓을 순 없으니 순위에서 밀린 것일 뿐. 그러나 다 읽고도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러니까 나는 어째야 하는지, 판단이 잘 서지 않아서 답답한 건 어쩔 수 없다. 그저, 큰 그림을 다른 시각으로 그린 걸 봤으니 나만의 시각을 어떻게 만들어 갈 지 고민이나 잠시 해볼 뿐.
그냥, 화성에서 외계인이 유에프오 타고 들어와서 지구를 침공하고 우리들 중 원하는 사람만 다 화성으로 데리고 간다고 하면, 거기나 따라가볼까, 엄한 상상이나 하고 앉았다.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Kitty 2011-01-27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악 영어대신 중국어가 공용어가 되면 전 앞으로 뭘 먹고 살아야 할지...;;; 난감하네요;;;

치니 2011-01-27 17:37   좋아요 0 | URL
너무 걱정마셔요. ^^ 저자가 예측하기론 짧으면 20년이고 길면 100년 입니다.

다락방 2011-01-27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느낌으로도 중국어가 전세계 공용어가 될 것 같진 않습니다. 제 직감도 아니라고 말해요.

치니 2011-01-27 17:39   좋아요 0 | URL
그쵸그쵸? 근데 이 책 읽으면 그동안 막연히 직감으로 보지 않던 정세가 좀 있긴 있더라고요, 제 경우엔. 하지만 중국어는 무조건다 외워야하고 방언이 그리 많은데 서양서 배우려 할 지;

hanicare 2011-01-27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나 전교1등은 못해보고..이리저리 눈치작전해야하는 어중간한 상위권.
전에는 미국 이제는 중국.
갑갑합니다.
세상 인간들이 한국어 연수하러 몰려들고 한국어 안 하면 갈 곳이 없고..그럴 일 절대 없겠죠. 위 아래 할 것 없이 하는 꼬락서니들 보면.

치니 2011-01-27 17:40   좋아요 0 | URL
흑. 그렇죠. 경제 1등은 못 해도 행복지수 1위, 그건 욕심나는뎅.

굿바이 2011-01-27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정말 아무 근거도 없는 소리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예요,
중국의 역사를 조금 들여다보면 예를 들면 청나라가 멸망하는 과정을 보면 말이죠,
저는 중국식 공갈빵(엄청 큰데 한 입 베어물면 정말 허무해지는 그 빵 말이죠)이 생각나요. 뭔가 이미지로는 대단한 것 같고, 엄청난 위력이 있을 것 같은데, 실상은 어딘지....
그래서 제 결론은 중국어가 전세계 공용어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실은 중국어를 못해서 ㅠㅠ

치니 2011-01-27 17:43   좋아요 0 | URL
네 역시 박식한 굿바이 님. 저자가 안 그래도 청나라 시절의 멸망과 원인까지, 그리고 문화에 미친 영향까지 잘 분석했더라고요. 공용어는 강력히 주장한 건 아니었지만 역사가 늘 강대국의 언어를 썼고 라틴어를 이제 아무도 안 쓰는 사실을 보면 중국어라고 안 될소냐 뭐 그런 예측.

에디 2011-01-27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은 안봤지만 적어도 지금보다 훨씬 끔찍하지 않을까요? 그래도 미국은 아주 아주 최소한의 상식이 있는 패권국가니... (그럼 이제 미국의 수없는 만행을 열거할 수 있곘지만, 그래도, 최소한, 여론과 언론이라는게 있으니까요)

전 미국이 압도적으로 창조성을 발휘하는 분야에 있다보니...제가 죽기전에 그날이 올까 싶네요.

치니 2011-01-27 19:56   좋아요 0 | URL
음, 이 책을 쓴 사람이 서양 사람이어선지, 미국이 잡을 때보다는 (현재 하는 양을 볼 때, 그리고 중국의 지난 역사를 볼 때) 덜 끔직할 수도 있다는 견해를 살짝 피력하던데요. 이 모든 것은 예측일 뿐이긴 하지만요.

에디 님을 위해서는 조금 서서히 진행되길 바래야겠군요. :)

파고세운닥나무 2011-01-27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중문학을 전공했는데, 중국을 좀 안다고 하면 건방지다는 소릴 듣겠죠?
중국 민중층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식자층은 중국이 다시 패권을 잡는다는 것에 별 의문을 갖지 않아요. 그건 진보, 보수를 떠나 공통된 견해 같아요. 노벨문학상 후부로도 오른 반체제 지식인으로 유명한 시인 베이다오를 만난 적이 있는데, 그 역시 중국의 패권주의에 대해선 비판적이지 않더군요. 꽤 놀랐습니다. 세계까진 아니더라도 당장은 아시아에서만이라도 옛 영광을 찾으려 하죠.
몇몇 서양인들도 이런 주장을 거들기도 하던데, 마틴 자크도 그런 사람인가 보군요?

치니 2011-01-27 19:59   좋아요 0 | URL
오, 그렇군요! 역시 알라딘에는 해박한 지식을 갖춘 분들이 많아서 이렇게 사실에 근거한 의견을 듣는 영광을 누립니다. 감사합니다. :)
그런데 유명 시인도 만나셨어요? 우와 - 멋집니다! 언제 그 이야기 한번 페이퍼에 올려주세요 ~
네 말씀대로 그런 주장을 거드는 사람인 거 같고, 그에 대한 근거도 상당히 확보한 편입니다. 아흑, 그런데 조공제도라는 건 부활되면 자존심이 상할 거 같긴 해요.

파고세운닥나무 2011-01-28 10:41   좋아요 0 | URL
베이다오는 학교에서 초청해 강연회에서 봤어요. 강연이 끝나고 중국의 패권주의에 관한 질문을 했는데, 무엇이 문제냐는 식으로 대답해 당황했죠.
조공제도란 게 우리나라 사람들은 거부감부터 갖는데, 실은 당대를 놓고 보면 상당히 실용적이고, 실리적인 제도였어요. 근대적 세계관으로 보면 문제가 많아 보이지만, 중세엔 또 달리 보였을테구요. 실제 명나라는 조선이나 월남을 괴롭히진 않았구요. 임진왜란 때는 조공을 받는다는 이유로 전쟁에 나서기도 했으니까요.
조공제가 부활했으면 하는 생각은 물론 아니구요^^

치니 2011-01-28 14:56   좋아요 0 | URL
네네, 책에도 그렇게 설명되어 있어요. 한 마디로 말해도 된다면 자크 마틴은 지금 미국이나 예전 일본, 유럽 등의 식민지 정책보다는 조공제도가 훨씬 품위도 있고 세계평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거 같아요.
그니까, 우리 입장에서는 (자크 마틴 말에 따르면) 미국 우방입네 하는 거보다 중국 우산 아래로 들어가면 훨씬 안온하다, 이미 한국 뿐 아니라 동아시아는 다 그러고 있다, 그런 건데...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을 차치하고, 그냥 기분상 별로라는. (하긴 지금 미국에도 맨날맨날 그러고 있지만요) 에효.

네오 2011-02-02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키에서 나오는 책들에게 관심이 많으시네요?? 물론 테마가 끌리는 면이 있겠지만요,,전 장하준 교수님책이 이 출판사에서 많이 나와서 괜찮은 출판사네라고 생각했져, 폴 쿠르그만의 명저 경제학의 향연도 여기서 나온것을 생각하면,,그런데 중국 괜찮은 동네죠 나름대로요^^

치니 2011-02-02 12:51   좋아요 0 | URL
아, 네오 님 예리하십니다. ㅎㅎ 제가 개인적으로 인심좋은 분에게서 부키 책을 좀 자주 얻어요. 그리고 아무리 증여에 혹 하더라도 내용이 별로인 책들만 주시면 다음엔 사양할 텐데, 이래저래 말씀하신대로 괜찮은 책들을 많이 내서 신나게 읽고 있답니다.
경제학의 향연? 첨 들어봅니다. 명저라고 하시니 기회 되면 읽어봐야겠어요.
 
철학적 사고로 배우는 과학의 원리
야무챠 지음, 김은진 옮김, 곽영직 감수 / Gbrain(지브레인)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이것 참 야단났다.
자꾸만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한 호기심은 늘어나고 그 분야에 대한 지식은 일천하기 짝이 없어서 우왕좌왕하면서도, 꾸역꾸역 잡식을 서슴치 않고 있다.
허기지지 않아도 자꾸 밥을 먹으면 체하는데, 지금 내가 허기졌는지 그렇지 않은지조차 사실 가늠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뭘 좀 알고 싶어서 고르는 책이 주는 가장 두려운 답은,
'아직 내가 모르는 게 무진장 많구나' 이다.
누군가 지식을 가르치고 나는 그걸 배운 뒤 독창적인 생각도 못한 채, 이젠 좀 알겠다 싶고 뭔가 그림이 보여야 뿌듯함을 느끼는 주입식 교육의 폐해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유래한 독서 쪽에서도 막강하기 때문이다.

표지나 큼직큼직한 글씨, 초등학생도 이해할 만한 간단한 그림을 보면 얼핏 만만한 이 청소년용 과학서적은 (혹은 철학 서적은) 읽으면 읽을수록 전혀 만만치가 않아서 당혹스럽다.
티비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스폰지' 수준의 생활상식에서 철학을 발화하는 따위를 기대한 건 물론 아니었지만, 도라에몽이 철학적 좀비론에 인용되는 상황에 이르면 영화 '인셉션'을 볼 때의 기분보다도 훨씬 아리송해지고 급기야 약간의 짜증까지 난다.
이런데도 철학은 두려운 동시에 너무나도 재미난 학문이라고?
그래서 도저히 끊을 수 없다고?
책의 목적은 분명하게, 철학하는 것에 대한 재미를 알려주는 데 있다는데, 그리고 그 목적에 비교적 충실한 듯해보이는데, 그래도 뭔가 화장실 갔다가 밑 안 닦고 나와버린 이 느낌은 어쩔 거냐.

불만으로 입이 삐죽거리면서도 저자에게 약간의 존경심을 품지 않을 수 없다. 굳은 내 머리를 억지로나마 해체하고 '생각을 하자, 생각을' 이런 의지를 자꾸 솟구치게 한다는 점에서.
모름지기 모든 이론에 모순이 있고, 세상에 확실한 진리란 없으며, 과학이란 결국 반증 가능한 가설 위에서 우리끼리 옳다느니 그르다느니 북 치고 장구 치는 학문이라 친다면, 광활한 우주 속에서 먼지 수준으로 작은 나이지만 그런 내가 뭔가 새로운 사고를 해본다는 게, 그리고 잘 하면 그게 내 나름의 세상을 바라보는 이론이 될 수도 있다는 게, 매력적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게 한다는 점에서.
어쩌면 나는 애당초 아들에게 주려고 이 책을 샀지만, 아들은 읽고나서 '아, 뭐야, 다 아는 이야기고 다 생각해본 거네'라고 건방진 일갈을 할 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나보다는 훨씬 덜 굳은 머리로, 과학의 진부함과 무용함을 오래 전부터 주장하던 아이였으니까.
그래도 아이가 이 책을 읽고나서 나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세상과 우주에 대해 이야기할 거리가 생긴다면, 그것만으로도 참 '재미있는' 사건이겠다.

댓글(9)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굿바이 2011-01-21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점심먹고 읽는 첫 글입니다~

제가 요즘 느끼는건데요, 저는 참 골고루~, 빠지지않고 무식하더라구요 :)
(뭔가 일관성있어 좋습니다ㅋㅋㅋ ㅠㅠ)

치니 2011-01-21 12:49   좋아요 0 | URL
앗, 굿바이 님, 혹시 제가 한수철님 페이퍼에 댓글 단 거 보셨어요? 저도 거기에 골고루 무식하군요, 라고 자조했거든요. ㅋㅋ

굿바이 2011-01-21 12:56   좋아요 0 | URL
한수철님이요? 작가분이신가요? 모르는 분인데, 그렇지만 또 어떻게 찾는지 잘 모르겠고 ㅜㅜ
오호~ 찌찌뽕입니다. 뭔지 모르지만 신나요^^

굿바이 2011-01-21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 알았어요. 밑에 댓글에 한수철님이라는 분이 계시군요!!!! 와~ 신기하다.

치니 2011-01-21 14:14   좋아요 0 | URL
히히히, 나 이러다가 한수철 님에게 혼날 지도 모르는데요, 떨리면서도 재밌어요. ㅋㅋ

외국소설/예술MD 2011-01-21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A/S를 드려야 할까..;

치니 2011-01-21 14:15   좋아요 0 | URL
제가 엠디님의 추천에 얼마나 충실한지, 알 만한 사람은 다 알아요. ㅎㅎㅎ

외국소설/예술MD 2011-01-21 14:29   좋아요 0 | URL
네 그 책들 중에 마음에 드셨던 게 있었음 좋겠네요. ^^;

치니 2011-01-21 18:43   좋아요 0 | URL
마음에 드는 게 없었다면 충실할 리가 있나요. ^-^
 
진심의 탐닉 - 김혜리가 만난 크리에이티브 리더 22인 김혜리가 만난 사람 2
김혜리 지음 / 씨네21북스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애석하게도 이번에는 인터뷰 몇 개는 그냥 읽지 않게 되더라, 왤까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네오 2011-01-20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심의 탐닉을 그냥 그렇게 읽었습니다..흠흠,,몇 몇 제가 안 좋아하는 분들이 누구일까요?? 몹시도 궁금한~~

치니 2011-01-20 11:11   좋아요 0 | URL
아, 네오 님도 그랬어요? ^-^;
음, 안 좋아하는 분들, 지금은 책을 도서관에 반납해서 목차를 다시 볼 순 없어 다 기억이 안나는데, 김*동씨는 제가 평소에 별로 안 좋아해용.

Arch 2011-01-20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0자평을 보고 이 책일줄 알았어요. 저도 몇개는 안 읽었는데.

치니 2011-01-20 16:47   좋아요 0 | URL
오, 그래요? 나만이 아니라는 데 위안이 들지만, 김혜리 기자에겐 왠지 미안하기도 하네요. ^-^;
 
두부
박완서 지음 / 창비 / 200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 안의 언어사대주의 엿보기-작가 박완서의 가치가 드러나는 대목.

댓글(8)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11-01-19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 우리 치니님 진짜 독서에 삘받으셨네용 ♡

치니 2011-01-19 13:38   좋아요 0 | URL
남아도는 시간과 움직이기 싫어하는 구차니즘 때문이에요. 흐흐.

또치 2011-01-19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왓, 치니님 독서열 돋네!

치니 2011-01-19 14:45   좋아요 0 | URL
집구석에 박혀서 할 수 있는 가장 손쉽고 힘 안드는 일 중 하나라;; 헤 -

네오 2011-01-20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완서가 조선일보랑 조금은 그렇고 그런관계 아닌가요? 아니 그냥 내 안의 언어사대주의라고 하시길래요~~ 이 말이 무슨뜻이죠?

치니 2011-01-20 11:14   좋아요 0 | URL
조선일보와 그렇고 그런가요? 저는 그건 잘 모르고요,
이 책은 에세이 모음집인데, 그 중 '내 안의 언어사대주의'라는 꼭지가 유독 작가의 필력이 드러난다 싶어서요. 내용은 짧게 말하면 박완서 씨가 일제시대와 육이오를 겪은 세대라 일어를 모국어로 배우고, 이후 모국어의 정체성에 대해서 혼란을 겪은 솔직한 이야기인데, 음 언어란 혹은 문학이란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하게 해주더라고요.

춤추는나무 2011-12-08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치니님의 간결한 평만 보고도 읽어지고 싶어지네요.
그나저나 이런 곳이 있었군요~ 반가워요. ^^

치니 2011-12-08 16:30   좋아요 0 | URL
어쩐지 이 책은 춤추는나무 님이랑 참 잘 어울린단 생각이 드네요. ㅎ 도서관에 가면 있을 듯. 술술 읽기 좋아요.
헤 ~ 저도 반가워요, 색다른 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