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하게 산다
가쿠타 미츠요 지음, 김현화 옮김 / 북라이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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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도 제작된 ‘종이달’ 같은 작품을 써낸 분의 글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가볍고 싱겁다. 아무래도 잡지 기고글을 묶어냈기 때문이겠지만 놀라울 정도로 내용이 부실하다. 나이 나이 너무한다 싶을 정도로 반복해서 제목에서 기대한 초연함은 오히려 별로 못 느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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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두렵게 하는 건 작은 일이에요. 우리를 죽일 수도 있는 거대한 일은, 오히려 우리를 용감하게 만들어 주죠. - P92

우리가 죽음을 맞이하기 직전에, 어쩌면 시간이 거꾸로 흐를지도몰라요, 미 구아포. 어쩌면 그 순간에 지나온 날을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미래의 약속들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미래가 황폐하다면 대신과거가 풍요로워지는 거죠! 해진 자수를 뒤집으면, 맨 처음 염색할때의 색을 그대로 지니고 있는 명주실 뭉치를 보게 되는 것처럼요. - P96

거의 모든 약속이 깨졌다. 가난한 자들이 역경을 받아들이는 것은수동적이거나 체념해서가 아니다. 그것은 역경 뒤에서 가만히 주시하고,
거기서 이름 없는 무언가를 발견하는 받아들임이다. 깨진 것은 특정한어떤 약속이 아니라, (거의) 모든 약속이기 때문이다. 꺾쇠묶음 같은 무엇,
그냥 두면 무자비하게 흘러갈 시간에 괄호를 두르는 일.
그런 괄호들의 총합은 아마 무한함일 것이다. - P116

당신의 목소리에는 기다림이 있어요. 뛰어내릴 수 있게 기차가 속도를 조금만 줄여 주기를 기다리는 듯한 느낌. ‘좋아‘ ‘가자고 ‘손이리 줘 봐‘ ‘돌아보지 마!‘ 같은 말을 할 때도, 당신의 목소리에는그 기다림이 느껴지죠. -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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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올리브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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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해 뭐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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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07-26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전 짱이죠!!! 치니님은 이거 원서로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원서로 더 짱짱이에요!!

치니 2021-07-26 15:09   좋아요 0 | URL
올리브 같은 인물을 이토록 사랑하게 하다니, 정말 대단한 작가라는 생각이 둘어요. 으헝 다 읽은 게 뭔가 아쉽던 참인데 다락방 님 말씀 들으니 원서 도전해 보고 싶어졌어요! ㅎ
 

사람들은 늘 미쳐 있었다

그 말에 무슨 답을 하겠어요

외로움, 바퀴 네 개가 전부 흔들흔들 빠져나오려고 하는 것

사랑이라는 건 참.

진심으로 슬퍼하는 표정

"애니타," 퍼거스가 그녀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정말 지옥 같아요."
"오, 그렇죠." 애니타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그리고 고개를끄덕였다. "넵, 그래요." 그녀가 덧붙였다. "늘 그랬을 거예요.
내 생각에."
"그렇게 생각해요?" 퍼거스가 물었다. 그는 선글라스를 통해그녀를 쳐다보았다. "정말로 늘 이렇게 나빴다고 생각해요? 내보기엔 점점 미쳐가는 것 같아요."
애니타가 어깨를 으쓱했다. "나는 사람들이 늘 미쳐 있었다고생각해요. 내가 보기로는요." - P373

머리를 하러 간 미용사의 집 진입로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졌다고다시 한번 말해주었다. 자동차 경적을 누르면서 앞으로 쓰러졌고, 그래서 미용사 여자가 곧바로 나와 즉시 911에 전화했다고.
그 덕에 올리브가 지금 살아 있는 거라고, 도착했을 당시 올리브의 맥박은 뛰지 않았지만 그들이 다시 살려놓았다고,
닥터 라볼린스키가 손을 잡고 있는 동안 올리브는 그의 눈을보면서 생각에 잠겨 말했다. "음, 그게 그렇게 좋은 생각이었는지는 모르겠네요."
의사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무슨말씀을 드려야 할지." 그가 슬프게 말했다.
"아무 말도요." 그녀가 말했다. "그 말에 무슨 답을 하겠어요."
그녀는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 - P388

외로움이여. 오, 외로움이여!
그것이 올리브를 괴롭혔다.
평생 그런 감정이 있는지도 몰랐다고, 그녀는 집안을 돌아다니며 생각했다. 그건 어쩌면 줄곧 존재하던 공포가 마침내 사그라지고, 지금 그녀 앞에 입을 벌리고 있는 외로움이라는 이 밝은 우주에 그 자리를 내주는 것이라고, 그리고 그녀는 이런 느낌이 혼란스러웠다. 마치 그녀 밑에 — 평생 동안 큰 바퀴 네 개를 달고살아왔는데, 그것을 당연히도 인식하지 못하다가 이제 네 개 전부가 흔들흔들 빠져나오려고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 P414

베티가 가슴속에 제리 스카일러에 대한 사랑을 품고 있었다는건 무엇을 의미하는가? 올리브는 그 사실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든 사랑은, 자신이 의사에 대해 품었던 그 짧은 사랑을 포함해, 진지하게 받아들여져야 한다. 베티는 이 사랑을 오래오래 심장 가까이 품고 있었다. 그 사랑이 그만큼 필요했던 것이다.
올리브가 마침내 몸을 앞으로 숙이며 말했다. "난 이렇게 생각해, 이 사람아. 넌 아주 잘하고 있어." 그러고는 뒤로 기대앉았다.
사랑이라는 건 참.
트럭에 붙인 그 범퍼 스티커에도 불구하고, 올리브는 베티에게 그런 감정을 느꼈다. - P421

올리브는 이저벨을 알고 나서 곧바로 자신이 서른 살이었을 때 아버지가 집 부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말했고, 이저벨의 얼굴에는 진심으로 슬퍼하는 표정이 떠올랐다. 그 점이 올리브에게는 중요했다. 이저벨이 뭔가 판단하려는것처럼 보였다면 올리브는 절교하겠다고 생각했을지도 몰랐다. - P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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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워 ☺️

신에 대한 태도

요즘 내 이야기는 많이 안하려고 하는데

2월의 햇빛

올리브는 그의 가엾은 죽은 아내가 사놓은 새 칫솔을 썼고(올리브의 집에는 여분의 칫솔이 없었다), 이인용 침대가 있는 손님방의 문을 닫았다. 그리고 그가 준 큼직한 티셔츠를 입었다. 티셔츠에서 세탁한 옷의 상쾌한 냄새와 뭔가 다른 냄새가 났다. 시나몬냄새일까? 헨리 냄새와는 달랐다. 이건 내 평생 해본 가장바보 같은 짓이야, 그녀가 생각했다. 그러다 다시 생각했다. 멍청하기로 따지면 그 베이비샤워에 갔던 일과 막상막하로군. 그녀는 옷을 개서 침대 옆 의자에 놓았다. 행복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그리고 문을 조금 열었다. 그녀는 그가 이미 맞은편 손님방의 일인용 침대에 누운 것을 볼 수 있었다. "잭?" 그녀가 불렀다.

"네, 올리브?" 그가 대답했다.
"이건 내 평생 해본 가장 바보 같은 짓이에요." 그녀는 자신이왜 이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
"평생 해본 가장 바보 같은 짓이 베이비샤워에 간 거라면서요." 그가 대꾸했다. 올리브는 잠시 멍했다. "당신이 아기 받은부분은 빼고요." 그가 소리쳤다.
그녀는 문을 조금 열어둔 채로 침대에, 문을 등지고 모로 누웠다. "잘 자요, 잭." 그녀는 거의 소리를 질러 말했다. - P68

수잰이 말했다. "그거 아세요, 버니? 저는 이 문제를 많이 생각했어요. 정말 많이요. 그리고 제가…… 음, 이런 표현을 생각해냈어요. 그러니까 오로지 저 자신을 위해서요. 제 머릿속을 스친 표현은 이건데요. 우리가 할일은 어쩌면 우리의 의무일 수도 있고요……"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한 어른의 목소리로 바뀌었다. "신비의 무게를 가능한 한 우아하게 견디는 것이다."
버니는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말했다. "고맙다, 수잰."
잠시 뒤 수잰이 말했다. "제가 신에 대한, 혹은 훨씬 거대한 뭔가에 대한 그 느낌을 털어놓은 사람이 딱 한 명 있는데, 그게 음,
그 소름 끼치는 심리치료사였어요. 그러니까 우리가 만나기작한 뒤에요. 아무튼 그 사람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아세요? 이렇게 말했어요. 말도 안 되는 소리인데요, 수잰, 당신은 생이 일으킨 혼란에 사로잡힌 아이였어요. 지금은 당신이 느낀 게 신이었다고 착각하는 거고요. 당신은 그저 생이 일으킨 혼란에 사로잡힌 것뿐이에요, 그냥 그런 거라고요. 소름 끼치지 않아요, 버니?"
버니가 천장을 흘끗 올려다보았다. "소름 끼치냐고? 그렇구나. 그 사람 사고가 아주 편협해, 수잰." - P187

올리브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알아, 알지. 내가 하고싶은 말은, 내가 별로 잘해주지 못했다는 거야. 그게 지금 마음아픈 거고, 정말로 마음이 아파. 요즘 이따금 드물게, 아주 드물긴 하지만 이따금 내가 인간으로서 아주 조금, 아주 조금 더나은 사람이 된 것 같아. 헨리가 내게서 그런 모습을 전혀 못 봤다고 생각하면 정말 괴로워." 올리브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가 또 이런다. 내 이야기만 하고 있네. 요즘 내 이야기는 많이 안하려고 하는데."
신디가 말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뭐든 하세요. 저는 괜찮아요."
"번갈아서 하자." 올리브가 잠시 한 손을 들고 말했다. "분명또 내 이야기로 돌아갈 테니까."
신디가 말했다. "한번은, 크리스마스 날이었는데, 그냥 울음이터졌어요. 울고 또 울었어요. 아들 둘이 모두 와 있었고 톰도 있었어요. 그런데 계단에 서서 펑펑 운 거예요. 그러다 어느 순간보니 다 사라지고 없더군요. 내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그 자리를피해 있었던 거예요." - P205

얼른 봄이 오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신디에게 2월의 햇빛은 늘비밀 같았고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2월에는 낮이 점점 길어졌는데, 잘 관찰하면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하루의 끝마다 세상이 조금씩 더 열렸고, 더 많은 햇빛이 황량한 나무를 가로질렀다. 그리고 약속했다. 그 햇빛이, 약속했다. 그건 얼마나 굉장한일인가. 침대에 누워 신디는 지금도 볼 수 있었다. 하루의 마지막 금빛이 세상을 여는 것을..

신디가 고개를 돌렸다. 햇빛이 장엄했다. 한낮의 빛이 끝을 향하면서 입 벌린 모습을 한 태양이 연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황홀한 노란색을 쏟아냈고, 그 빛은 헐벗은 나뭇가지들 사이로 내리비쳤다.
그리고 그다음 일어난 일은 이것이다신디는 이 일을 앞으로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올리브 키터리지가 말했다. "어쩜, 나는 늘 2월의 햇빛을 사랑했어." 올리브가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어쩜." 그녀는 경외감이 깃든 목소리로한번 더 말했다. "2월의 저 햇빛 좀 봐." - P224

"맙소사, 올리브, 당신은 정말 까다로운 여자예요. 더럽게 까다로운 여자, 젠장, 그런데도 난 당신을사랑해. 그러니 괜찮으면 올리브, 나하고 있을 땐 조금만 덜 올리브가 되면 좋겠어요. 그게 다른 사람들하고 있을 땐 조금 더올리브가 된다는 걸 의미하더라도, 내가 당신을 사랑하니까, 그리고 우리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으니까." - P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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