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지음, 김희정.안세민 옮김 / 부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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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자본주의가 그나마 (고쳐쓰면) 낫다는 말은 동의하기 어렵지만, 대체로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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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0-12-03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수철님, 웬디양님,

두 분께 충격적이고도 슬픈 소식을 알리겠습니다.
우선 저는, 한수철님이 마이클 조던을 23이라는 숫자를 보고 떠올렸다는 사실과
웬디양님이 내일은 수영을 하시라는 말을 그런 의미로 했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라도 한수철님 댓글 덕분에 그런 구체적인 사실들이 낱낱이 밝혀지고, 우둔한 저도 조금이나마 센스있는 유머에 대한 공부를 하게 되었으니, 웬디양님은 이 점 한수철님에게 고맙다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웬디양님의 의견인, 그래도 오십보 백보를 가려물어야 하는 것에는 저도 동의하는 바, 웬디양님에게 백보를 드리겠습니다.

덕분에, 참으로 즐거운 아침입니다들. :)

웽스북스 2010-12-03 12:26   좋아요 0 | URL
치니님. 그저 사랑한다는 말 밖에는 드릴 것이 없습니다. ㅜㅜ

충격적인 고백 속에서도 내눈엔 '웬디양님에게 백보'만 보여요 ㅋㅋㅋ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 - 프랑스 남자와 결혼하지 않고 살아가기
목수정 글, 희완 트호뫼흐 사진 / 레디앙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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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내가 걷는 모습을 보면, 친구들이나 선생님들이 '넌 왜 그렇게 매가리가 하나도 없냐' 그랬다. 마치 뼈가 없는 것처럼 흐물흐물, 건성으로 걷는 것 같다고도 했다. 또 내가 말하는 걸 보면, 친구들이나 지인들은 가끔 'ㅇㅇ는 참 편해서 좋겠네' 그런다. 그냥 이래도 흥, 저래도 흥, 그래 보이는 모양이다. 보이는 그대로가 나의 내면을 나타내는 유일한 단서라고 할 수는 없지만 특정 관심사안이 아닌 한 어떤 주장이나 이념에는 주로 멀찍이 거리를 두는 편인 성향이 있기에 그런 태도가 몸에 베었을 지도 모른다. 아무튼 나는, 즉물적이고 감각적이기만 하다는 욕을 먹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대의명분에 따라 행동하기보다는 내 온 마음과 몸으로 이해되는 것만 소위 '주장'으로 인정하고 싶었다고 해두자.

그래서일까, 목수정의 이 책 제목은 누군가는 참 눈에 띠게 잘 뽑았다 할 지 모르지만 내게는 너무나도 거북스러웠다. 그래서 보자마자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책인데도 오랫동안 선뜻 집어들게 되지 않았다. 

아무튼 결국 읽게 되었는데, 으아 - 역시나 너무 뼛속까지 자유 자유, 한다. 너무 치맛속까지 여성주의 여성주의 한다. 그렇다고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다만, 오히려 거의 공감이 된다만, 책 전체를 아우르는 숨가쁨과 뭔가 틀에 박힌 듯한 느낌은 사라지지 않는다. 파리에 처음 도착해서 모처럼 전화고 인연이고 모두 내려놓고 혼자가 되어 느꼈다는 그 자유로운 심경은 단순한 일탈의 감성으로 끝난 걸까. 연대를 맺었다는 희완과의 사랑 혹은 정신적 공감에서 비롯하여 논문을 쓰고 정당에 들어가 원하는 정책을 개발하는 과정에서도, 책의 곳곳에서 문장들은 '평가하고' '진단하고' '분석하며' '더 나은 무엇을 위해 전진'한다. 나는 그런 일련의 열정적 움직임에 와-와- 멋져요, 대단해요, 하면서 따르고 싶어지는 게 아니라 아유 세상 너무 힘들게 사는구나, 자꾸 그런 생각이 들어버렸다. 다 그럴 수야 없지만 세상사의 일정 부분은, 그냥 좀 무연히 흐르게 놔둬도 되지 않을까, 이런 약간은 무기력한 생각을 해버렸다.

왤까 생각하다가.... 

자유를 갈구하는 몸짓이 클수록, 진짜 자유는 없는 사람이라고 했던가, 비슷한 말이 생각났다. 너무 자잘한 것까지 세세히 보여주는 개인사가 바탕이 된 이런 책이 아니라 뭔가 더 선이 굵고 객관적인 시각을 바탕으로 한 저자의 책이 나온다면, 이런 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믿음은 간다만, 아직은 러닝머신에서 땀이 뻘뻘 나는데도 자꾸 더 속도를 올리는 사람을 보는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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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2010-11-25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 전, 목수정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어떤 예쁜 아가씨가 물었어요. 그래서...나는 좀 그래,라고 대답했는데, 그때 말한 그래,가 치니님의 그래,와 많이 겹쳐요. 뭘 제대로 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끝없이 지치기만 해서 그런지, 저보다 잘 버티는 사람들에 대한 열등감인지, 음...열등감이겠네요^^

치니 2010-11-25 21:40   좋아요 0 | URL
쓰고나서 참 멋적은, 리뷰라고 할 수도 없는 글인데 이렇게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책 한 권을 읽고 그 사람을 다 아는 척 하는 건 말도 안돼죠. 그냥 이 책이 저에게 뭔가 좀 안 맞았나보다 그럴라구요.

웽스북스 2010-11-26 01:40   좋아요 0 | URL
그 예쁜 아가씨가 저에요. 예쁜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물어본 건 나니까 ㅋㅋㅋㅋ 저 책을 읽을 때보다 저는 요즘 한겨레 뒤쪽 목수정 칼럼을 읽는 게 더 즐거운데요, 늘 제가 이렇게 생각해도 될까, 하던 지점에 있거나, 거기서 조금씩 더 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라, 저를 자극하거든요. 요즘엔 기사같은 걸 봐도 강연같은 걸 들어도 너무 뻔한 게 많아서 다 재미없는데, 저정도는 가줘야 내가 자극을 받는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달까요. ㅎㅎ 그래서, 다른 사람은 어떤지 궁금해서 언니한테 물어봤었어요. ㅎㅎㅎ

암튼, 저는 나름의 기대하는 마음을 가지고 야성의 사랑학 산 여자. 하지만 아직 안읽은 여자. ㅎㅎㅎ 그래도, 치니님의 리뷰는 참 좋네요. 목수정의 자극도 좋고 무기력도 좋은 저는 제 어느 장단에 맞춰서 춤을 춰야할지 잘 모르겠어요 ㅎㅎ 야성의 사랑학을 읽고 나면 좀 명확해지려나.

치니 2010-11-26 11:08   좋아요 0 | URL
^---^ 예쁜 아가씨 ~
그러네요, 저 정도는 가줘야 자극을 받는다, 그 마음 알겠어요.
사실 읽다가 저도, 불끈 주먹을 쥐고 그래! 이래서 문제야! 한심한 것들! 피가 더워지는 걸 느꼈어요. 근데 그러다가 문득, 무슨무슨 정당 모임에 샤랄라 오페라 가는 차림으로 나서서 극적인 대비를 즐기려는 식의 얘기가 나오면 쫌 김이 샌달까, 모르겄어요. 그런 거에 거부감 드는게 꼰대 감정인지도. 허걱, 나 꼰대? ^-^;;

글구...야성의 사랑학도 제목이 마음에 안 들어요. 히잉. 읽고 어떤지 말해주삼!

미녀 2010-11-25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보관함에 야성의 사랑학을 한달 넘게 넣어놓고 선뜻 사지 못한 것이
이러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나봐욤.
세상사의 일정 부분은, 그냥 좀 무연히 흐르게 놔둬도 되지 않을까,
이 말 좋아요.

치니 2010-11-26 11:10   좋아요 0 | URL
목수정이 은근히 갈등의 주역이군요! ㅎㅎ
저는 음, 이런 거에요, 주변에 목수정 같은 친구가 있으면 좀 부담스럽겠다는 마음. 세상이 온통 자기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믿는 것에 대한 불안함. 그 사람 주장대로 안 되면 나까지 괜히 조바심 나야 할 것 같은 그런 거. 하긴 그러니까 대단한 걸 지도. :)

다락방 2010-11-26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역시 나는 정말 대단해요!
전 이 책 사놓고 아직 안읽긴 했지만, 어쨌든 그러면서도 이 책 읽으면 치니님은 별 세개 주실것 같아요, 라고 했는데(기억나시죠? ㅎㅎ) 정말 별 세개 주셨어요. 만세!(뭐가?)
저 뭔가 직업을 바꿀까봐요.
이런걸로 뭐 하는 직업 없나요? 사람과 책 궁합맞춰주기 이런거? ㅎㅎㅎㅎㅎ

치니 2010-11-26 11:13   좋아요 0 | URL
맞아요, 다락방님이 젤 대단해요! ㅎㅎㅎㅎㅎ
근데 사놓고 안 읽은 책이 대체 몇 권이심? 함 세어봐요.
이런 걸로 직업은 딱 구체적으로 있지 않겠지만, 알라딘의 추천마법사를 통계가 아니라 진짜 맨투맨으로 하면 book personal shopper 쯤이 되는 거 같은데요? 나, 1빠로 고용 결정!

다락방 2010-11-26 11:47   좋아요 0 | URL
마지막에 셌을 때 70권이었어요. ;;

치니 2010-11-26 12:09   좋아요 0 | URL
헉!!! 다락방님은 책 욕심쟁이 우훗훗!

비로그인 2010-11-26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가끔 이 책이 너무 끌려요.
전 가끔 이 책이 너무 밀려요.
아주 극단적인 정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나의 마음 상태에 따라 추천 100을 하다가, 그걸 다 거두어들이다가를 반복하곤 했어요.

치니 2010-11-26 11:31   좋아요 0 | URL
^-^ 댓글도 시로 다는 Jude님.
어떤 부분에 추천 100이었을까 궁금해집니다.

Kir 2010-11-26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쓴(?) 리뷰인 줄 알았어요...
치니님과 같은 이유로 이 책이 좀... 그랬거든요;
그래서 몇번이나 리뷰를 쓰다가 지우고 쓰다 지우고 반복했습니다.
그러다 결국은 리뷰 쓰기 포기했고요... 흐흐흐

Kir 2010-11-28 18:38   좋아요 0 | URL
게으름 + 제가 읽은 시기에 알라딘 내의 이 책에 대한 반응이 호평 일색이었기 때문에 소심해져서 그만둔 것도 있지만요...;

치니 2010-11-28 10:45   좋아요 0 | URL
아 , 저도 리뷰 쓰고나서 보니 알라딘에 꽤 호평이 많아서 조금 놀랐어요. 으, 나만 뭔가 괜히 삐딱하게 오독하고 그러는 거 아닌가 싶기도 했고.
kircheis님도 그러셨다니 괜히 삐딱의 결과는 아니었나봅니다. 헤.

프레이야 2010-11-26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러움과 약간의 거부감을 동시에 느꼈던,
강한 긍정과 약간의 부정을 동시에 하고팠던,
그런 저의 느낌이 바로 치니님의 리뷰에 겹치네요.
그런 열정 마저도 발휘하기엔 너무 다른 공간, 다른 시간에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조금 무기력하고 무연하게 흘러가는 것도 나쁘지 않지요.^^

치니 2010-11-28 10:48   좋아요 0 | URL
^-^ 네 프레이야님.
제겐 솔직히 부러움은 그닥;; 뭐랄까, 그냥 이 분은 이렇게 사는구나 정도로 받아들였어요. 그런데 오히려 본인이, '난 이렇게 산다구 ~ 너희들은 좀 너무 바보같이 사는 거 아니니?' 이런 투로 말하는 부분이 있어서 좀 거슬렸던 거.
하지만 그의 생각은 참으로 딱 부러지고 야물어서 정말로 문화정책 하시는 분들 중에 이런 분이 많아졌음 하는 바람이 강해지더군요. 흑, 지금의 문화부장관님 생각하믄, 아우.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 1 - 선사 삼국 발해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 1
유홍준 지음 / 눌와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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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해지자. 이런 식의 '강의'라는 제목이 붙은 책, 신간평가단이 아니었으면 사 읽지는 않았을 거라고, 학교 다닐 때 억지로 공부해야만 했던 것도 싫은데 강의라니 오우 노, 그런 마음이었다고 지금 말하자. 그래야 무식이 덜 쪽 팔리다. 

어느 정도 무식하냐면, 이 책을 읽고보니 미술사는 관두고 그냥 역사조차도, 우리의 삼국시대 이전의 역사가 막 처음 보는 얘기 같았고 한 줄 한 줄 모르는 이야기 투성이더라는, 냐하하하, 그런 고백부터 일단 하자. 대한민국에서 그래도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허투루라도 들은 말이 있을텐데 다 까먹은 건지, 제대로 가르쳐주질 않은 건지, 둘 다인지, 아무튼 내게는 역사라는 게 그랬다. 아우, 창피하다. 

그런데 유홍준 저자 왈, 미술사학과 학생들도 길잡이 책 한 권 없이 공부하려니 맨 땅을 헤집고 다닌 기분이라며, 제발 개념서 하나 내달라고 했단다. 통사와 입문서를 쓴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일지는, 꼭 그 분야에 있지 않아도 쉽게 가늠이 되고, 좁은 분야를 깊게 탐구하는 작업이 널리 두루, 치우치지 않게 가닥을 잡는 것보다 일견 쉬운 작업일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스런 고공비행'을 작심하게 된 계기가 내 맘에도 꼭 와닿는다. 이렇게 서문에서 이 책의 목적에 깊이 공감한 후 마음을 가다듬고 (삐딱이로 강의고 자시고 모르겠다 배째라 딴 생각만 하던 교실의 기억을 떨치고) 첫 장을 펼쳐 읽는다. 오, 우선 말에 군더더기가 없어 단어가 조금 생경해도 귀에 쏙쏙(아니, 눈에 쏙쏙이지 ㅎ) 잘 들어오고 칼라 사진이 시원시원하게 적재적소에 배치된 구성이 지루할 만 하면 등장, 공부가 잘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게다가 보너스 같은 야사(로 내겐 여겨지지만 야사가 아닐 지도)를 살짝 내밀어 주는 아래와 같은 내용을 읽으면서 옛날이 지금보다 덜 개방적일 거라는, 문화예술적으로 뭔가 좀 뒤졌을 거라는, 내 평범하고도 오해 가득한 생각은 자연스럽게(또 기분좋게) 묵살되었다. 

   
 

 현무라는 짐승은 거북의 몸을 뱀이 휘감고 있는 자웅합체로 음양의 조화를 암수의 사랑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뱀과 거북의 두 꼬리가 여러 겹으로 꼬인 것은 격정적인 포옹을 상징하고, 머리는 마주하고, 혀를 내민 것은 입맞춤하기 직전의 모습이다. 더 이상 뜨거울 수 없는 사랑을 표현하였다.

 
   

 * 위 묘사는 고구려 6세기 무덤의 벽화에 대한 묘사다. 그림은 여기 올리지 않으니, 과연 그림이 어떤가 보고 싶은 분들은 책에서 확인하시길. 한 가지만 미리 말씀드리면, 저는 이 그림을 보고 놀라기 시작해서, 벌떡 일어나 곧추세운 자세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헤헤. 

뿐인가,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다'는 검이불루 화이불치의 미학을 가진 백제 미술을 차근차근 둘러보면서 그저 달달 외우던 백제=우아함이라는 공식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 미적 우아함에 공감하고 찬사를 보낼 수 있는 심미안이 내게 생긴 듯(착각이겠지만), 책의 마지막에 이르자 척 봐도 이건 백제 거야 정도는 되더라. 책 한 권으로 이럴 수 있는데, 십년을 공부해도 그 미를 몰라봤으니 원, 참으로 한심스러웠네 싶다. (이 부분에서 개인적인 결심도 했다. 나도 검이불루 화이불치를 내 미적 기준으로 삼고 자신을 가꿔야겠다는. 냐하하하, 포부도 당찹니다요)  

한편, 평소 왜색이니 문화사대주의니 하는 것들에 약간은 반발심을 갖고 있던 (애국심 부족한) 나는 아래와 같은 문장이 눈에 쏘옥, 역시 문화란 자유로운 교류가 중요하다는 내 생각이 지지를 받는 것 같아서 든든한(?) 기분도 들었다.

   
  신라 고분에서 출토된 이런 수입 공예품들은 신라의 대외 접촉과 문화 교류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넓었음을 알려주며, 그런 다양한 문명과 접촉하면서 신라의 문화는 더욱 발전하고 세련되었음을 말해준다. 한 시대 한 나라의 문화 역량이란 자체에서 생산하는 것만이 아니라 대외 교섭 능력까지 포함한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일일히 다 인용할 수는 없지만, 이 책은 이런 식으로 조각 조각 떼어놓고 보면,  

문화란 과연 무엇인가 하는 인문학적, 철학적 사고로 이끌어주기도 하고  

그저 감탄만 거듭하게 되는 멋진 그림이 펼쳐진 도록이 되기도 하고 

미술작품을 봐도 그저 멍 때리고, 제대로 된 심미안을 갖추지 못한 (나 같은)사람에게는 작품에 대한 저자의 묘사 자체가 하나의 시와 같이 보이기도 하는 감상을 얻을 수도 있는, 문학성을 보여주기도 하고 

결론적으로 약 400쪽의 책 한 권 읽으면서, '나도 뭘 좀 알 것 같다'는 자신감을 갖게 해준다. 그야말로 아무런 바탕 지식 없이 맨 땅에 헤딩한 나같은 문외한도 이러니, 조금 사전지식을 가진 분들이 읽으면 또 다른 감회가 나올 것 같다. 저자 뿐 아니라 '정말 성의있게 만들어 봤습니다'라고 자랑해도 충분할 출판사 편집진에도 진심어린 감사를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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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0-11-21 0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검이불루 화이사치 들었을 때 (강연 때) 같은 결심을 했다지요
우리는 뭡니까 하하하하 ㅋㅋㅋㅋㅋ 그렇게 살아보아요 치니님~~

치니 2010-11-21 10:14   좋아요 0 | URL
그....그러니까 포부야 좀 크게 가질 수 있는 거 아니겠슴까. 에헤헤헤.
강연 들었으면 어땠을까, 아마 글투와 말투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거 같아요. 재미났을 듯. :)

파고세운닥나무 2010-11-21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들의 하느님> 리뷰를 수정하다 글을 삭제해 버렸네요. 제게 주신 댓글도 함께 삭제해 버렸구요^^;

2010-11-21 1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22 17: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22 18: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25 1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25 1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굿바이 2010-11-23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무라는 짐승, 에로틱 아우라의 진수를 보여주는군요. 오호~~~~ 옆에 있던 커피잔 쓰러질뻔 했습니다 --;
오호~ 더 이상 뜨거울 수 없는 사랑이라니....
유선생님 짱이예요!!!!! 이 책은 꼭 볼래요^^

치니 2010-11-23 11:30   좋아요 0 | URL
으흐흐, 역시 굿바이님은 에로틱한 저 문장의 가치를 알아주시는군요. 그림과 같이 봐야 그 맛이 더 납니다. 네, 그러니까 이 책 보셔요. 그 하나만으로도 가치가 있어요. 크크.
 
번역의 탄생 - 한국어가 바로 서는 살아 있는 번역 강의
이희재 지음 / 교양인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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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에 내가 허접 리뷰 보탤 이유가 없다, 무슨 글이든 쓰시는 분에겐 무조건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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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icare 2010-11-18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추운 겨울에 지글지글 석쇠에 고기 굽는 냄새처럼
회가 동하는 책이군요.보관함으로...
연체로 요번 주 목요일까지 도서관 대출 정지되니 배고픈 것처럼 속이 허해요 ㅠ.ㅠ

치니 2010-11-18 18:15   좋아요 0 | URL
캬아 - 이런 풍부한 어휘력을 지닌 하니케어님은 이 책을 읽고 '뭐 다 아는 소리네' 라고 하실 지도. :)
그까짓 대출한 책 갖다주는 게 뭐 일이라고, 거참 엉덩이 안 떨어지고 잘 까먹죠. 흐, 목요일이 바로 오늘이니 낼부터는 맛난 책들 많이 드셔요.
 
1Q84 2 - 7月-9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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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포즈 잡기와 지나친 반복 세뇌만 제거하면 이야기가 산으로 가도 별 4개였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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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11-12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1권후반부터 좀 짜증이 나서 2권에는 별 셋을 (마음속으로)줬는데(치니님과 마찬가지로) 3권을 읽고서는 다시 별 넷과 다섯 사이를 주기로 했어요. 하루키아저씨가 따뜻해져 버렸거든요.

치니 2010-11-12 14:02   좋아요 0 | URL
으아 그래요? 그럼 나 결국 3권 사야 하는 거? 아아 고민된당.

turnleft 2010-11-13 03:03   좋아요 0 | URL
음, 저는 3권이 오히려 별로였어요. 모든게 너무 쉽게 쉽게 해결되어 버린 느낌이라고 할까요? 다마루는 거의 Deus Ex Machina 였다능;;

치니 2010-11-13 11:12   좋아요 0 | URL
으으, 무식한 저에게 숙제를;; Deus Ex Machina가 뭐에용. ㅠ
암튼 다마루가 막 해결사 된다는 뜻?
다락방님과 턴님이 서로 다른 의견을 주시니 은근 더 궁금해지고 있음! ㅋ

다락방 2010-11-17 11:49   좋아요 0 | URL
치니님께.

Deus Ex Machina: "라틴어로 '기계에서 내려온 신(神)' 이라는 뜻으로 문학작품에서 궁지에 빠진 상황을 단번에 해결해 주는 초월적인 존재나 장치를 가리킨다."


일전에 조반니노 과레스키의 책에서 이거 봐서 제가 적어두었었거든요. 그때 제가 좋아했던 남자가 이 말 하는데 저도 못알아먹어서;;

치니 2010-11-17 16:32   좋아요 0 | URL
오오, 다락방님 고마워요!
근데, 발음은 어케 해요? 나도 어디가서 써먹을라면 발음을 해야 하는데. ㅋㅋ 데우스 엑스 마시나?

다락방 2010-11-17 17:41   좋아요 0 | URL
아마도 데우스 엑스 마키나 일걸요. ㅎㅎ

강수철 B 2010-11-13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읽은 지 오래여서 이렇게 자신있게 말해도 될까 약간 저어되긴 하지만
일퍽큐팔사 3권은 꼭 읽는 게 맞다는 입장입니다.
연애로 말씀드리자면,
1, 2권이 연애의 시작과 그 끝을 보여주고 있다면
3권은 그 연애의 시작과 끝에서 벗어나 연애의 시작과 끝을 다시금 반추해 보는 한 과정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즉 많은 기억들을 오해의 수렁에서 건져내 이해라는 재활 과정에 동참하는 동안 어떤 낯익은 새로움 혹은 익숙한 낯설음을 경험하게 될 수도 있다는 거죠.

그게 아니라고 해도 응, 영웅본색 1, 2를 일단 봤으면 3도 봐야 예의인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요. ㅋ

치니 2010-11-13 16:02   좋아요 0 | URL
그러고보니 제 연애사에서 시작과 끝은 있을 망정 반추 과정은 늘 생략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뼈아픈 것은 되도록 피하려는 본능과, 그걸 피하기 위해 또 다른 연애를 선택하는 과오를 저질러, 관계에 대한 이해라는 재활 과정을 견뎌내지 못한 저는, 아마 그래서 여지껏 이 모냥;;; 자괴감이 드는군욤. ㅎㅎ

영웅본색도, 1,2를 분명 봤는데 3은 봤는지 안 봤는지 기억이 안 나는 걸 보면 저는 뭐든 끝장을 보지 못하는 성격인 거였어요. 하아.
그리하여 일퍽큐팔사 3권을 읽어야 사람 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하아, 1,2권이 없는데 3권이 책장에 새 책으로 꽂혀 있는 모습이 얼핏 상상이 안 되기는 하지만서도. ㅋ(1,2권은 도서관에서 긴 예약 끝에 빌려볼 수 있었으나 3권은 예약 인원 초과! ㅠ)

다락방 2010-11-17 11:49   좋아요 0 | URL
일퍽큐팔사. 대박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