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을 노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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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10-21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 방금 이 책 100자평 썼어요 ^^ 저 부분도 너무 좋았어요

말씀하신 대로, 에밀 아자르의 소설 <그로칼랭>을 추억하고 도리예 케스텐 신노의 수묵화를 바라보며 썼습니다, 란 각주가 있지요.


... 2011-10-21 18:05   좋아요 0 | URL
링크하신 저 블로그가 김혜리기자의 블로그인가요?

치니 2011-10-21 18:21   좋아요 0 | URL
네, 브론테 님 서재 글 봤어요. ^_^
바로 그게 문제에요 ㅠ 아자르는 알아서 너무 공감가는데, 도리에 케스텐 신노는 잘 모르니까, 왠지 반만 이해하는 느낌때문에 망설여져요.

이 블로그엔 음악만 주로 올리시고, 시네21 블로그에 글을 올리시는데 그마저도 요즘은아주 뜸해요.
 

돌이켜 보면, 내가 이래저래 책을 읽고 모임에 참여한 역사는 제법 길었다.  

고교 시절엔 문학소녀 티를 내느라 문예반에 들어가 나름 열혈 독서 토론 참가, 글을 써서 모두에게 보여주고 평을 들었던 것(합평회라는 이름으로 행해진)은 지금이라면 차마 하지 못할, 주제 모르는 짓이어서 얼굴이 화끈거리지만 그 당시 문예반 선생이 권했던 박노해나 김남주, 이문일이나 이청준의 책을 접하지 않았더라면 내 인생은 더 허접했을 거라는 의심이 지워지지 않는 걸 보면 그때 멋도 모르고 다닌 그 모임은 나름 의미가 있었다만, 

글 좀 쓰고 책 좀 읽은 줄 알고 대학 들어가서도 독서토론 동아리에 떡 하니 발을 담고 보니, 웬걸, 세상에는 엄청 똑똑한 사람들이 많았다. 토론 내내 그들이 격렬하게 하는 말들의 대부분을 이해조차 못해서 입 한번 벙긋 안 하고 뒤풀이만 기다리던 나날들, 그래도 연애에 빠지기 전까지 꼬박꼬박 나갔던 이유는 '나도 마르크스 쯤은 안다' 정도의 허세였을 뿐, 약간의 썸씽이 오가던 남자 선배와 동기를 제외하고는 정작 책으로는 기억이 하나도 없다. -0-; 

고교 시절 책은 기억나는데 더 근접한 과거인 대학 시절 그 책들이 기억나지 않는 이유를, 여태까지는 문학작품과 사회과학 서적이라는 쟝르의 차이로 치부하거나 개인적인 진지함 부족으로만 여겨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참여하기 시작한 <명랑한 세미나>에서 그게 아니었다는 걸 알았다.  

그래, 김영민 선생 말 마따나 생각은 공부가 아니건만, 나는 지금까지 책 읽기를 통해 '생각'만 했지 '공부'를 하지 못한 채, 책을 읽고 또 읽는 것으로 뭔가 '배우고' 있다고 착각했던 것이다. <명랑한>이라는 형용사가 의미심장하게 놓인 것에서 눈치챌 수 있듯, 이 세미나는 간단히 말해 공부를 하되 명랑하게 하는 모임이다. 그 공부가 일종의 무브먼트까지 이드거니 연결되는 동안 쉬이 지치지 않도록 '지나친 무거움'과 '현학적인 자세'를 버리고, 조금쯤 가벼운 발걸음으로 우리가 지향하는 삶으로 가는 길을 시작하는 모임이라 해도 좋겠다. 그러나 명랑이 곧 경박은 아니듯, 진솔하지만 진중하게 읽고 이야기한다.  

이제 어느덧 9회 차를 앞두고 있는 이 모임에서, 나는 조금쯤 과거의 독서토론에서 받았던 트라우마를 극복해가는 것 같다. 실생활에 아무런 영향력도 없는 지식인들의 허영 짙은 배설의 장이라는 폄하도, 개인적으로 좀 '있어'보이려는 욕심이라는 자조도, 놀 시간도 없는데 언제 책 읽고 토론까지 하니라는 핑계도, 다 걷었으니 아직 공부의 공 자도 시작은 못한 거 같지만 그래도 만족스럽기 그지없다.

그리하여, 좋은 건 나누면 배가 된다는 믿음으로, 여기 소개해봅니다. 혹시 오실 분 계시면 아래 공고를 참조하세요 ~ :)  (참, 혹시 11월에 힘드신 분은 다음 달에 오셔도 됩니다. 매월 1회 첫째 주 금요일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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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9회, 사루비아다방 명랑한 세미나 : 강준만 ,『특별한 나라 대한민국』


 
『특별한 나라 대한민국』을 읽고 함께 얘기 나눕니다.  


 - 주교재 :  강준만 ,『특별한 나라 대한민국』| 인물과사상사 | 2011


 - 시간/장소 : 11월  4일(금) 오후 8시, 사루비아다방


약도 : http://blog.naver.com/salviatea/140069759578

- 발제문 발표 : 최병건


- 토론 진행 및 사회 : 김창한
: 소개 + 발제문 발표- 논제 설정 + 토의와 정리-의 순서로 진행. [참석자들은 성실하게 책을 읽고 오시기만 하면 됩니다.]


- 정원 : 최소 4명 ~ 최대 10명


- 문의 및 신청 :  iron-pen@hanmail.net 로 참여하시는 분 이름과 연락처를 남겨주시거나 보내주세요.(신청 마감일은 따로 없으며, 인원수가 모두 차면 자동으로 신청 종료합니다)


-  회비 혹은 장소 대여비 :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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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 2011-10-17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모임이 있었네요. 치니님, 공부하는 분이셨구나^^
블로그도 가봤는데 참 단정하고 예뻐요. 11월 일정을 확인해보니 참석하기 어렵겠지만 언젠가 같이 할 수 있었음 좋겠어요.

치니 2011-10-17 17:05   좋아요 0 | URL
으흐, 공부하려고 노력하는 중. 어렸을 땐 어른 되믄 공부 안해도 되는 줄 알았는데, 절대 아니었어요. 엉엉, 어른 되고나선 더 공부 많이 해야 해요. 이눔의 공부 안하믄 망하는 세상땜시. ㅋㅋ

네, 오세요, 아치 님 오면 대환영!!!

차좋아 2011-10-17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사루비아 다방. ^^

임팩트 있는 태그에 마음이 벌써 사루비아로...ㅋㅋ
거기 가면 치니님도 어쩌면 아치님까지도 볼 수 있겠는데요.ㅎㅎ 아 끌린다~

치니 2011-10-17 17:06   좋아요 0 | URL
ㅇㅇ 거기에요, 거기. 제가 말했던 차 좋은(!!!) 그곳.
하지만 차좋아 님은 태그의 소맥 쪽에 기우시는구낭, 그랬구나....ㅋㅋㅋ
끌리면 오세요 ~

Arch 2011-10-18 11:11   좋아요 0 | URL
아치, 치니
끝말잇기도 아니고. 그랬구나... 어쩐지 치니님이 친근하게 느껴졌어요.

치니 2011-10-18 11:39   좋아요 0 | URL
ㅎㅎㅎ 아치 님도 그랬구나.....
저는 오랜 무도 빠. ㅋㅋ

2011-10-18 1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18 1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렇게 비가 아침부터 오는 날엔 사무실에 나와도 일하고 싶지 않은 데 대한 합리화가 쉽다. 게다가 오는 내내 라디오헤드 음악을 들은 참이다. 그래서 제목도 저렇고. 그런 참에 다락방 님 페이퍼 보니 문학동네에서 Nice Dream 꾸게 하는 이벤트 하는구나. 오케이, 오늘 아침엔 일 읎다. 

리스트는 작가만 보고 결정했다. 작가에 대한 신뢰 없이 내용으로 짐작해서 소설을 읽을 여유가 없다는 핑계로.  

 

헤르타 뮐러의 <마음 짐승> 첫 문장을 읽던 그날, 나는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어떤 글은, 처음 읽을 땐 그런가보다 하다가 한 세번 읽고나면 너무 역겨워진다. 저의를 그제서야 알게 되고 비틀어쓴 문장의 의미가 새록새록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 반대의 글은, 찾기는 힘들지만 찾으면 그야말로 보물." 

그렇다, 보물을 찾았다. 그리고는 언제나처럼 또 잊었다. 다시 뮐러의 책을 읽고 정신을 차릴 때가 왔다. 

 

 

독서할 때 전작주의를 고집하지는 않지만, 다자이 오사무의 책 중에 아직 못 읽은 단편이 있다는 걸 알고도 참기는 왠지 힘들다.  

때로 우리는 책 한 권, 혹은 음악 하나 때문에 어떤 사람과 영혼의 교감을 하는 꿈을 꾼다, 설사 그것이 환상이라 해도, 그 꿈이 이루어지기만 한다면 내 모든 것을 걸어보리, 라고 생각하면서.  

감히 말하자면, 나는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때문에 그런 꿈을 이룬 기억이 있다. 그러니 완성도를 떠나서 그의 책은 언제나 내게 아련하고 매혹적이다. 

 

  

위에 적은 다자이 오사무와 늘 대치법으로 떠오르는 미시마 유키오. 나는 <인간실격> 이라는 책 때문에 영혼의 교감을 나눈 그 사람이 <금각사>를 좋아해서 미시마 유키오를 알게 되고, <사랑의 갈증>을 읽고 이 작가의 미학적 글쓰기에 매료되었다.  

꿈은 현실로 이어져 내게 새로운 작가를 소개한 셈이다. 그러니 그 이면의 화려한 똘끼에도 불구하고 이 작가 역시 내게는 살뜰하고 애틋하다. 

 

 

 

대체로 그러하듯, 나 역시 카프카의 <변신>을 가장 먼저 읽었다. 역시 대체로 그러하듯, 내가 그 책을 읽었던 시기는 고교시절, 단 한 줄도 이해하지 못했을 게 분명하다. 그저, 어떤 유명한 책을 '읽었다' 고 어디 가서 말할 수 있음에 금세 우쭐할 수 있었던 나이니까. 

그러나 이제 나는 어디 가서 카프카의 글을 안다고 말하는 게 너무 뻔뻔하다는 정도는 알게 되는 나이에 접어들었다. 그러니 다시 읽자. 사람이 벌레로 변한다는 이야기는 상상하기가 조금 괴로우니 이 책을 대신 읽고 카프카 좀 제대로 알아보자. 

 

 

제임스 조이스에 대해서 쥐뿔도 모르면서도 이상하게 이 작가의 책을 처음으로 접할 때는 제대로 된 '번역'본으로 읽어야 한다는 강박이 꽤 오랫동안 나를 사로잡아서 괜히 안 읽었던 작가다. 

문학동네가 세계문학전집을 내면서는 번역 부분에 대해서도 신경을 많이 썼으리라 짐작하면서 이번에는 과감히 선택했다.

이 책을 읽으면 나도 이제 왜! 조이스가 이토록 뭇 사람들에게 추앙받는지 알게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로 설렌다. 

 

이벤트에 낼 페이퍼라서 꼬박꼬박 금액을 확인해보니, 51,450원이다. 당첨되면 좋겠지만, 내가 꾸는 Nice Dream은, 당첨이 되건 안 되건간에 우선 저 책들 중 단 한 권이라도 나를 완벽하게 황홀한 경지로 몰아 넣어 주는 꿈. 간만에 이렇게 책을 고르니 행복하다.  이런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신 문학동네와 알라딘 이벤트 담당자 님, 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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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1-10-14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다섯권 중 한권도 안 겹칠수가!! 치니님과 제가 갖고싶어 하는 책이 한권도 겹치질 않으니 치니님과 제가 당첨됐으면 좋겠어요. 각자 다른책이니까. (이건 무슨말? ㅎㅎ)
저도 이벤트 하는줄 몰랐는데 알라딘 최신서재글에 문동세계문학전집 글이 자꾸 올라오는거에요. 그래서 왜 이런글이 자꾸 올라오지 하고 보니까 이벤트중. ㅎㅎㅎㅎㅎ 이벤트 공지 찾느라 힘들었네요. 대체적인 이벤트엔 무심한 여자사람인지라. 훗

치니 2011-10-14 12:29   좋아요 0 | URL
ㅎㅎㅎ 일부러 안 겹치게 한 건 아닌데, 암튼 각자 다르니까 우리가 나란히 당첨되었으면 좋겠어요. (이건 무슨 말? 다 암시롱 ㅋㅋ)

저도 이벤트를 따로 챙겨보는 편이 아니라서 다락방 님 아니었음 몰랐을 거여요. 본문에 문학동네, 알라딘 측에 감사를 전했는데 다락방 님도 추가요!

차좋아 2011-10-14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송 속 세상, 픽션이 아니에요. 절망적인 세상, 알면서도 눈 돌릴 수밖에 없는, 그럼에도 희망을 보며 살아야하는 무력한 개인들. 자기 최면에 빠진 희망전도사들보다, 절망의 세상속에서도 담담히 (자기 의지로서)길을 가는 조지 오웰이 생각나요.
소송이 미완의 소설이라는데 전 그렇게 생각안해요.하나의 작품이 스스로 작은 세상을 구현한다면 똑부러지는 결말이라는 게 필요하겠지만 카프카의 소송은 현실인걸요.


치니 2011-10-14 12:32   좋아요 0 | URL
네, 내용을 잠깐 살펴보니 이건 완전 읽으면 그야말로 '도끼로 찍히는 심정'이 될 거 같은 예감이 들었어요.
어디선가, 카프카는 자신의 미완 원고를 송두리째 태워 버리고 싶어했으며 사후에 절대 발견되지 않기를 원했다고 했던 거 같은데...기억이 가물. 암튼 저도 차좋아 님 말씀에 동의. 당첨이 안 되어도 꼭 읽어봐야 할 작품이네요.

2011-10-14 11: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14 12: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달사르 2011-10-14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헤르타 뮐러. 한 번 읽어봐야지, 생각하고 있던 사람인데 여기서 보니 반갑군요.
안녕하세요. 다락방님 블로그 타고 왔습니다. 다락방님과 같이 동반당첨 '기원' 입니다~

치니 2011-10-14 12:43   좋아요 0 | URL
달사르 님, 안녕하세요? :) 저도 다락방님 블로그에서 본 기억이 납니다.
헤르타 뮐러,꼭 읽어보셔요. 아 - 생각만 해도 가슴이 찌르르.
기원, 감사합니다. :)

pjy 2011-10-14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쓰가루.석별.옛날이야기' 는 사놓고도 아직입니다^^; 행운의 영광은 누구에게 돌아갈지 참 궁금해지네요~

치니 2011-10-14 16:27   좋아요 0 | URL
오, 그럼 어서 읽고 감상을 말씀해주세요!
근데 이거 언제 발표하는지도 모른답니다. ㅋ

pjy 2011-10-16 00:07   좋아요 0 | URL
어, 그러고보니 언제 이벤트 당첨 발표를 하는지 표기가 없군요-_-;;
최근 집중적으로다가 시대물로맨스를 읽는 중이라 '쓰가루.석별.옛날이야기'는 당분간 계속 아직일듯 싶습니다ㅋ

2011-10-14 2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15 13: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웽스북스 2011-10-17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지금 <숨그네> 읽고있어요. ㅋㅋ

치니 2011-10-18 09:44   좋아요 0 | URL
오, 역시. :)
 

문장(munjang.or.kr)이라는 싸이트에서 제공하는 시 혹은 소설의 한 구절을 소개하는 낭송 메일을 자주 받는데요,
제가 좋아하는 작가들이 많이 참여해서 좋아라 해요.
아마도 그 싸이트와 연동되는지 오늘은 문학나눔이라는 싸이트에서 메일이 와서 보니,
황정은 작가의 <백의 그림자>에 관한 퀴즈 이벤트가 떴네요.
로그인 해야 하는 귀찮음을 무릅쓰고 열심히 풀어보았습니다.
네, 뭐, 제가 할 일이 좀 없기는 한데요, 헤, 그래도, 선물에 대한 기대감도 있고 읽었던 내용을 다시 되살리면서, 초큼 재미나게 했어요.
혹시나 여러분 중에서도 너무 심심하고 더운데 뭐 심심풀이로 할 거 없나 생각 중이신 분 있다면, 아래 페이지로 고고 ~ :)

http://www.for-munhak.or.kr/idx.html?Qy=play&nid=597&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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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ash 2011-09-02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전 안 해요

치니 2011-09-02 15:35   좋아요 0 | URL
못 하는 거겠죠, 샤워 하고 외출하셔야 하는 분이니까. 시간 부족으로! ㅎㅎ

hnine 2011-09-02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제가 너무 쉬워서 선물 기대는 접어야 할 것 같아요 ㅠㅠ
제가 이런 퀴즈를 보고 그냥 못 지나가는지라 재미있게 풀고 왔습니다. 알려주셔서 감사드려요 ^^

치니 2011-09-04 11:26   좋아요 0 | URL
쉽긴 쉽죠? ㅎㅎ 선물 기대도 기대지만, 퀴즈 풀면서 꽤 오래 전에 읽었던 글귀를 다시 읽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라로 2011-09-09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주 못봐서 섭섭한 치니님~~~.
그래도 오늘 댓글로라도 봐서 반가와용~~~~.^^
추석이라네,,,해피한 시간 보내시길...

치니 2011-09-10 12:11   좋아요 0 | URL
저주 저주 저주 ㅋㅋㅋㅋㅋ 오타도 귀여우신 나비 언니.
글은 안 써도 매일 다른 분들 글은 읽는답니다.
추석에는, 저 같은 사람은 먹을 게 없어서 슬프다능. 언니도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

라로 2011-09-13 22:49   좋아요 0 | URL
미쵸!! 저주라니,,ㅋㅎㅎㅎ
귀엽게 봐줘서 고마와~ 그날 댓글을 엄청 많이 달아서 그런가봐,,ㅎㅎ
피곤해서 빨리 자러가고 싶은데 댓글로 인사 할 사람들은 왜 글케 많던지,,ㅎㅎㅎ
오지랖이 넓은 것도 병중에 큰 병이야,,ㅠㅠ

먹을게 없어서 슬프다니,,,저런..
 

시절이 하수상하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시절이 하수상하지 않았던 날들이 어디 하루라도 있었던가 싶다.
우리는 왜 요 모양 요 꼴로 살고 있나, 싶어서 무기력한 마음에 가만 되돌아 보면,
허, 참, 어이없게도 더 기만적이고 더 무섭고 더 끔찍한 시절을 거쳐 왔다.
그러나 단순 비교로 마음이 가벼워지지는 않는다.
인간은 언제나 지금 이 순간보다 나은 순간을 염원하고,
인간은 언제나 가장 이기적인 순간에도 남을 생각하기에,
모자라고 못마땅한 것들이 끊임없이 나타난다.
그래서 가만 있지를 못하고, 또 책을 읽는다.
어째서 이렇게 되었나 궁금해서 역사를 더듬어 확인하고 싶고, 어떻게 이 상황을 벗어날까 싶어서 다른 이들이 제시하는 다른 삶을 들여다 본다.
자발적으로 고른 책이 아니라 둘 다 누군가에게서 받은 책이지만, 아래 두 가지 책을 읽으면서, '우선 알고 좀 바꾸고 싶은' 내 마음을 발견했던 것이다.

  이 책은 예의 '지금 이 꼴이 어떻게 해서 만들어졌나' 에 대한 궁금증 해소 측면에서 약간의 해답을 주는 책이다. 제목 그대로, 우리가 익히 그러려니 하는 시간과 공간이란 것의 개념을 역사적으로 되짚고 철학적, 사회학적으로 더듬어 볼 뿐만아니라, 음악과 미술, 수학과 과학, 심리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분석 도구를 활용하고 있다. 그래서 무식한 나로서는 - 특히, 수학! ㅠㅠ 학교 다닐 때 함수와 기하학의 개념이라도 제대로 배워 뒀더라면, 이렇게 깜깜하진 않았을 텐데 - 반절은 그 설명을 이해하지 못한 채 독서를 끝내야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책을 쓰고 읽는다는 것은 유의미하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과 공간을 지배하려는 욕망이 근대에서 어떻게 구현되었나를 전반적으로 이해하기만 해도, 그 '만들어진' 시간과 공간의 제약 속에서 누릴 수 있는 자유와 깨버려야 하는 구속이 어디까지일까에 대한 생각은 조금쯤 정리가 되는 것 같아서.

사람이란, 특히 근대의 사람이란, 모두들 양가적 심정을 지니고 살아가는 것 같다. 불편부당한, 내가 사는 이 자리에 굳건히 발을 디디면서 주변 환경을 어떻게든 바꾸고 싶은 마음과 (실상은 그 어디에도 없을) 유토피아에 가까운 휴식처를 기대하는 마음. 매양 툴툴거려 봐야, 대도시에서 자라고 대도시에서 편리한 생활에 익숙해진 우리들이 어느날 문득 '아, 단 한 달이라도 좋으니 아무 생각없이 자연 속에서 쉬고 싶다'고 한들, 프로방스로, 아니, 프로방스로 대변되는 조용하고 하루종일 할 일이라곤 먹고 산책하고 책 읽는 정도 밖에 없는 시골이라 치자, 그런 곳으로 갈 마음을 먹기 쉬울까.
여기 정수복 박사님처럼 자유롭지만 약간의 돈은 있는 직업이 우선적으로 전제되어야 가능한 건 아닐까.
책 속에서 '그렇지만은 않습니다!'라고 강하게 말해주는 구절을 찾고 싶은 마음에 서둘러 책장을 넘겼지만 아쉽게도 없었다.
환경운동가로도 활동하셨다는 저자의 이력 치고는 너무나 반들반들하고 색색 칼라로 장식된 페이지의 면면들이 거슬리기도 했다.
이런 구절을 읽으니, 진짜 얄미워지기까지 한다.

"낮잠, 그건 게으름의 표현이 아니라 자연의 리듬에 순응하는 겸손함의 표현이다. 낮잠 시간의 정적은 쫓기는 마음에 여유를 되찾아주며 고단한 삶에 짧으나마 망각의 순간을 부여한다. 여름날의 낮잠이야말로 삶의 질을 높여주는 필수 요소다. 그러기에 프로방스의 낮잠이여 영원하라!"

그래, 삶의 질을 높여야지, 높이고 싶다. 그런데 당장, 그럴 만한 시간과 돈이 없다는 게 우리들의 진심어린 핑계이다. 가만 있자, 그런데 정말 그럴까. 아까 근대적인 시공간에 대한 책을 읽었던 기억을 되살려 보니, 돈은 그렇다 쳐도 시간 만큼은 만들면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손에 쥔 게 너무나도 많은 나머지 그 중 몇 가지만 놓아도 충분히 만들 수 있는 시간을 송두리째 잊고 있는 건 아닐까. 그 시간을 낮잠 자는데 쓴다고 해도 당장 굶지는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낮잠은커녕 밤잠 좀 남들처럼 자게 해달라는 유성기업의 노동자들이 있는데도 내가 내 낮잠을 챙겨서, 캥기지 않을 수 있을까. 내가 내 낮잠을 온전하게 즐기는 것이, 그런 나 같은 사람이 많아지는 것이, 길게 봐서 밤잠도 못 자는 노동자의 실태에 도움이 되는 걸까, 그 반대일까. 혼란스럽다.
낮잠 타령은 여기까지 하고, 신념대로 산다는 게 어떤 건지, 차라리 그 생각을 해보자.
프로방스의 휴식을 에찬하기만 하는 줄로 알았던 책이, 어느새 카뮈와 고흐의 생애로 옮겨 가면서 지식인의 책무에 대한 내용으로 꽤 많이 옮겨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좀 묘하다. 여행 관련 서적을 둘로 나눈다면, 여행 그 자체 장소 그 자체에 의미를 두고 쓴 책이 있고, 그 떠돌아 다니는 정서와 각 장소에서 자신만이 느끼는 사유에 의미를 두고 쓴 책이 있는데, 이 책은 둘 중 어디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한다. 그래서 때때로 산만하고 때때로 의미심장하며 때때로 재미있고 때때로 재미가 없다. 옳다고도 아니라고도, 좋다고도 싫다고도, 하기 힘든 책. 좀 희한하다)

"카뮈는 '빛과 존재의 행복감과 자유로운 삶'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사르트르가 프란츠 파농의 '대지의 저주받은 자들'의 서문을 통해 불의의 폭력은 거부해야 하지만 정당한 폭력은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 때 카뮈는 침묵을 택했다. 그는 자기 어머니가 탄 버스에 알제리 독립을 위해 던져진 폭탄 사고로 어머니가 죽는 상황을 그리면서 그렇게 얻어진 독립보다는 어머니를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중략) 그는 의심과 회의가 없는 완제품의 이념, 도덕, 신념과 언제나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 회의없는 이념과 신앙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를 그는 십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도그마는 폭력 사태를 불러오고 기계적 평등은 자유를 압살할 수 있음을 간과했던 것이다."

이렇게 썼던 저자는 뒤 어딘가에서는 또, 지식인이라면 사회의 불의에 맞서야 마땅하기 때문에 부당함과 불의가 있는 한 언제나 핍박 받는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고도 쓰고 있다.
그렇다면 정수복 선생이 말하는 '분류가 불가능한 독자적 지식인' (으로 살아갈 것이라고 책 속에서 천명하고 있다)이란, 아마도 카뮈처럼 자유로운 삶을 결코 포기하지 않되, 불의에는 맞서며, 모든 종류의 폭력에는 적극 반대하고 그 체험을 예술적으로 승화해서 나누고자 하는 지식인이라는 뜻이겠다.
그런데 나로서는, 어떻게 해야 그런 경지가 가능한지 잘 가늠이 되지 않는다. 카뮈가 어머니를 택하는 지점은 이해가 가지만 정수복 선생은 아직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기회가 된다면, 이 분의 생각이 좀 더 자세히 설명된 다른 책을 읽어 봐야 할 모양이다.

정리되지 않는 생각을 글로 주절주절 풀고 있자니, 문득 어제 본 트위터 글이 생각난다.

'노동자에 대한 부당대우에 분노하는 사람도 당장 식당에 가서 종업원을 종 부리듯 하거나, 조금만 느리거나 불친절해도 벌컥 화를 내는 경우를 종종 본다. 아무리 '대의'를 알아도 결국 일상을 바꾸지 못하면 아무 것도 안 된다' (@hye_si)'

대의, 아직 잘 모르겠다. 내가 아는 것은, 그렇다, 이 글을 리트윗한 김진숙 씨가 '인간에 대한 예의'라고 쓴 것처럼, 최소한 내가 받고 싶은 대접을 남에게 하는 일상이라도 꾸려야겠다는 것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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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16 1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16 14: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Arch 2011-08-16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뮈에 대한 얘기도 그렇고 트위터의 글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싶은게 많은데 두서없이 막 떠들어댈 것 같아서 참았어요. 공지영의 '인간에 대한 예의'는 읽었지만 기억이 안 나는데 김진숙씨의 그 말은 참 와닿네요.

치니 2011-08-16 14:06   좋아요 0 | URL
제가 벌써 두서없이 막 떠들었는 걸요, ^-^; 아치 님이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궁금한데, 더 얘기해주심 안 돼요? 헤헤.

공지영 씨가 그런 책을 썼군요. 제목때문에 잘 팔렸겠다, 그 생각부터 드는 걸 보면 인간에 대한 예의에 참으로 목이 말랐었나 봐요.
김진숙씨를 팔로우 하고나서 가끔씩은 '어휴, 완전 도배네 도배, 너무 많이 올려'라는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지만,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얼굴이 혼자 벌개져요. 그 높은 데서 혼자, 책 한 줄 읽지 못하고 있는데 태양열로 충전해서 하는 트윗이, 얼마나 절실할까 - 저 같은 사람은 상상도 못할 거 같아서요. 그리고 그는 와중에 늘 시를 읽습니다. 다른 이들이 트윗에 올린 시를요. 나라면 그럴 수 있을까, 매번 놀라요.

Arch 2011-08-17 11:58   좋아요 0 | URL
'이래야 돼'와 진짜 맘은 좀 다른 것 같아요. 그래서 어긋날 때도 있지만, 정치적인 올바름 내지는 자기나 타인의 도덕률로 감정을 제어하기 시작하면 더 헷갈릴 것 같아요. 저라도 치니님 같은 생각이 들었을 것 같아요. 다만 그럴 때마다 우린 아차, 하는거죠. 아차하다가 에이 모르겠다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계속 아차, 하니까 언젠가 아차하기 전에 좀 더 현명한 말과 행동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치니 2011-08-17 13:43   좋아요 0 | URL
네, 정말 그래요, 아차 하는 순간 뒤늦게 깨닫는 걸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 조금은 말과 행동에 신중해질지도 모르겠어요.
그래도 신념대로 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때면, 자신이 싫어지기도 하고 다들 그러는데 나라고 뭐 다를 게 있나 자포자기가 되기도 하고 그런 합리화가 또 싫어지고......결국 쫌 불행해지는 것 같아서, 노력해봐야지 싶어요.

차좋아 2011-08-18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광복절 날 좋은 친구들과 산행을 했어요.
뒷산에 종종 간다, 너무 좋다, 안 힘들어~ 맛집도 많아~ 당연히 와도 되지, 데리고 와~, 제 말에 솔깃해서 모인 친구와 친구의 친구는 모두 여섯.
저 까지 일곱명이 안개에 덮인 산길을 올랐었지요.
산행은 생각처럼, 생각 그 이상으로 좋았어요.
그리고 맛집에 갔는데 맛집 사장님은 맛집 사장님스럽게 친절과는 거리가 멀었지요. 제 일행중 하나가 결국 기분이 나빠서 뾰족한 말로 응수를 하더라구요.
ㅎㅎㅎ 별 것도 아닌 일이었는데
방석을 두 개 깔고 앉은 제 친구에게 사장님이 하나만 깔라!, 고 말하고선 왜 하나만 깔아야 하는지를 장황하게 뒤에서 이야기 하는 게 듣기 싫었던 다소 까칠한 그 친구가 방석 두개 깐게 화낼이이냐! 화를 냈고 저는 난처해서 가만히 있었지요. 고개 숙이고...(아씨 아줌마 왜저래~~ 너는 또 왜그래...)
일행들은 화가 난 친구의 비위를 맞추려고 같이 투덜거렸고 서빙하는 분께도 다소 거칠게 대하더라구요.

맛있다고 끌고 갔는데 음식맛 이야기는 아무도 안하고... 아줌마 이상한 것만 화제로 올랐으니 저는 면목 없고, 좋은 친구들이 분명한데 좀 과하다 싶어서 마음이 불편하고...

그냥 치니님 페이퍼의 끝 자락에서 떠오른 지난 월요일의 풍경이에요 ㅎㅎㅎ

치니 2011-08-18 13:07   좋아요 0 | URL
저도 예전에 그랬던 기억이 나요. 아무리 맛이 좋아도 서비스가 별로면 난 싫어! 라면서 종업원의 태도가 조금만 마음에 안 들어도 (대놓고 뭐라고는 못하는 깜냥이긴 해도) 동행과 수군거리며 싫은 내색을 하곤 했어요. 그러면서도 들어서자 마자 일단 반말부터 해 대고 소리 치며 이것 저것 시키는 아저씨들은 또 왜 그리 싫던지. 이거나 저거나, 밑바닥에 깔린 무시와 대접받고픈 욕망은 비슷할 텐데 말이죠.
어떤 사람은 식당이나 서비스 받는 장소에서 손님이 너무 굽히고 들어가면 외려 무시를 당하고 싼 것도 비싸게 바가지 쓸 수 있으니 어쩔 수 없이라도 조금은 당당하고 지시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하던데, 글쎄요.
전 그래도 진심이 통한다,는 말을 믿고 사는 편이 마음이 편하다는 결론에 이르렀어요. 식당 갈 때마다 나한테 잘해주나 남한테 더 잘해주나 곤두세우고, 내가 너무 착하게(?) 굴면 해주려던 서비스도 안 해줄까봐 전전긍긍, 기 싸움 하는데 에너지를 낭비하느니, 그냥 내가 좋게 대하고 똑같은 노동자의 고단함을 알고 대하면 상대도 그걸 알아주려니, 그리 믿고 사는 게 편하다는 결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