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희의 영화 - Oki`s Movi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늙은 남자와 젊은 남자를 차례로 사귄 옥희는 (아마도) 영화과에 다니면서 두 남자와 같은 장소, 다른 시기에 일어난 일을 영화로 만들어 보여준다. 이미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이 이전에 <오 수정>에서 보여준 바 있듯이 같은 장소와 다른 시간에 일어난 '객관적인 사실'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옥희는 나름 객관적인 시선으로 자신이 주인공으로 들어가 있는 씬들을 나열한답시고 차분함을 가장하고 있지만 내게는 아무래도 수정이처럼 허영기가 다 빠지지 않은 그녀의 속마음이 보이는 것만 같다. (이런 추측은 그녀가 친구와 방에서 술을 마시며 했던 대사, "학교에 나만 좋아하는 바이러스 같은 게 도나봐, 다들 내가 좋다고 난리야. 왜 이러지?" 가 깔아놓은 밑밥에 나 혼자 걸려든 걸 수도 있고) 

홍상수의 영화를 보면서 웃지 않고 불편해 하는 대다수의 관객들이 그가 언제 어디선가 분명 내가 했을 민망하고 찌질하고 멍청한 짓을 태연하게 스크린을 통해서 비춰주기 때문에 그런다고 가정할 때, 나는 주로 웃기만 했으니 최소한의 자기반성조차 하지 않는 뻔순이일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당당한 것은, 나와 같은 뻔순이 뻔돌이 덕에 이 세상에서, 더구나 이 대한민국에서, 홍상수 식 영화가 자리잡을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 어차피 예술은 놀이를 좋아하는 인간이 만들어 낸 것이라고 가정할 때, 나는 비양심적인 인간들이 유희를 즐겨 볼 수 있는 발판을 만든 데 일조한 것이다. 

진실을 말하자면(하하하), 나는 위에 언급한 '불편해 하는' 관객들이 나보다 꽤나 양심적일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들도 내가 웃는 연기를 하듯 불편해 하는 연기를 하는 걸 수도 있고, 그냥 몇 마디 대사가 왜 뜬굼없이 그 장면에서 나오는지 이해되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 토로의 다른 얼굴이거나 다이내믹한 액숀 씬이 전무한 영화에 갑갑함을 느끼는 것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아무튼 이리하여 소위 '홍상수 식'이라는 하나의 쟝르에 가까운 신화(?)를 일구어낸 참에 괜히 내가 기분이 좋아져서 챙겨 본 이번 영화인데, 아뿔사, 그동안 해왔던 이야기를 반복 변주 하는 줄로만 알았더니 이 양반, 그게 아니라 기운이 쏙 빠진 것 같아서 약발이 벌써 다 된 건가, 좀 안쓰럽고 무안하다. 그렇다고 뭐 내 주제에 행간을 예리하게 파헤칠 재주가 있다는 건 아니고, 그냥 느낌을 말하는 것 뿐인데, 뭐랄까 벌써 노인네 같다. 뱃속에서 꾸룩꾸룩 올라오는, 도저히 참을 길 없는 킬킬 웃음의 코드를 연이어 내뱉던 그 재기는 어디로 갔는가. 너무 철학적이다. 철학은 감독이 직접 영화 속에서 하지 않고 감독은 그냥 이야기를 보여주면 관객이 할 수 있게 되는 게 바람직한 거 아닌가. 괜히 억하심정이 들었다.  

누군가에게 억하심정 든 원망을 돌려보자면, 이선균이다. 코맹맹이 목소리로도 모자라서 발음이 너무 샌다. 나레이션이 많은 영화이고, 옥희 역의 정유미가 무서울 정도로 나레이션을 똑 부러지게 해낸 걸 보면 이선균이 과연 제대로 기를 모아 영화를 했을까, 막 의심이 간다. 볼펜이라도 물고 연습했어야지! 홍상수 식(!!!) 영화라고 어물쩡 그런 것도 자연스럽기만 하면 된다는 건가, 말이다.  아무튼 나로서는 그의 새는 발음 때문에 귀를 쫑긋 해야 하는게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고, 이 때문에 영화에 대한 몰입도가 떨어져서 위와 같은 억하심정까지 이어진 거 같고 보고나서도 물에 물 탄 듯 맹맹한 기운만 남은 거 같은데, 이게 이선균씨에게 공정한 건진 모르겠다. 에라, 관객이라는 사람들이 언제는 뭐 공정하더냐.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레이야 2010-09-28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그에 백번 동감이에요.
치니님 이 영화 보고 전 생각이 좀 많네요. 아니, 모호하달까요.
그저 아무것도 아닌 건데요, 알고보면.ㅎㅎ

치니 2010-09-28 09:27   좋아요 0 | URL
흐, 처음 영화에서 보게 된 정유미씨가 <가족의 탄생>에서 '헤픈 게 나쁜 거야?'라고 봉태규에게 물어볼 때 저 표정 완전 예술이다 생각했거든요. 다행히 성형도 하지 않고(약간 했을 지 모르지만 아무튼 얼굴을 확 바꾸지 않고 ^-^;;) 꾸준히 자기 갈 길 가는 거 같아서 보기 좋아요. 앞으로도 기대 되는 배우. :)

프레이야님 요가 잘 하고 계셔요? 저도 이번 가을엔 (제 생애 처음으로) 헬스 시작해보려고 해요. 아아 두근두근. ㅎㅎ

2010-09-28 16: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28 16: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10-09-28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모르는 영활세~. 리뷰는 영화보고 읽어야지~.^^;

치니 2010-09-28 10:46   좋아요 0 | URL
아, ㅎㅎ 네 저도 그래요, 모르는 영화 리뷰는 일부러 안 읽고 나중에 보고나서 읽어요. 미리 읽으면 아무래도 영향 받더라고요.

nada 2010-09-28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깡패 같은 애인에서도 연기 좋더라구요.
물론 그 영화에선 박중훈에게 더 감탄했지만요.
전 홍상수 영화가 대체로 별로인데, 잡다구리한 사람들이 많이 나와서 더 싫어요.ㅋ
하하하에 나오는 그 시인 캐릭터 있죠?
그런 캐릭터 딱 싫어요.
암턴 이번 영화는 세 사람만 나오는 거 같아서, 좀 땡겼어요.
근데 서울까지 가서 보게 될라나 어쩔라나 모르겠네요.

치니 2010-09-28 11:51   좋아요 0 | URL
내 깡패 같은 애인, 그건 아직 못 봤네요, 그러고보니. 여기저기서 괜찮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ㅎ 디비디로 봐야겠당.

하하하의 시인 캐릭터라면 김강우 말씀하시는 거? ㅋㅋ 맞아요, 홍감독은 딱 싫은 캐릭터 하나는 진짜 잘 만들어내심.
아, 그곳에선 이 영화 상영 안해주는군요. 후움, 이래저래 이제는 상업영화나 다름없이 잘 팔려 라고 생각한 건 나만의 착각이었어요. ㅎ

2010-09-28 16: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28 16: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쎈연필 2010-09-28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첩첩산중이라고 홍상수의 단편영화가 있더라구요. 옥희의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로, 별책부록처럼 영화를 만들었는데, 옥희의영화 4편보다 저는 그쪽이 훨씬 재밌더라구요.

치니 2010-09-28 17:01   좋아요 0 | URL
아 ~ 그래서 씨네21 문성근씨 인터뷰에 자꾸만 첩첩산중 이야기가 나왔군요. 어쩐지. ㅎㅎ 제랄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니 기회가 되면 볼래요.
근데 제랄님, 오랜만이십니다? 반갑. :)
 
엉클 분미 - Uncle Boonmee Who Can Recall His Past Live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호오를 함부로 말하거나 격찬 혹은 험담을 퍼붓는 것,모두 부당하다 싶게 만드는 영화

댓글(19)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0-09-16 1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6 14: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6 1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6 14: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강수철 B 2010-09-16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궁금해서 그러는데요. 40자평을 아무리 읽어봐도요
왜 비밀로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지를 이해할 수가 없겠거든요.
그냥 공개 댓글로요, 신나게 호오를 따지거나 격찬하거나 험담하는 게요,
댓글 엿보는 저로 하여금 무척 온당하다고 여겨지는 거거든요.
...실은 궁금해 죽겠거든요. 비밀 댓글들... 외로운데... 도처엔 죄다 비밀뿐이고...

치니 2010-09-16 15:11   좋아요 0 | URL
아 우껴 우껴 우껴 죽겠어요, 저는.
그러는 강수철B님도 언젠가 (지금은 이미 지워졌을 페이퍼에서) 비밀댓글을 주고 받으시더만요 뭘! ㅎㅎ
비밀이 있어야 어른이라고 했습니다. 그게 외롭다고 해도 꾹 참아야 한다는 뜻이겠지염.

다락방 2010-09-16 15:14   좋아요 0 | URL
저도 이해할 수 없어요. 저도 궁금해 죽겠어요. 저도 외로운데 도처엔 죄다 비밀뿐이고....

치니님 나빠요!
비밀댓글 남기신 위에 분들도 나빠요.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죄다 빵꾸똥꾸들이에요!

치니 2010-09-16 15:33   좋아요 0 | URL
아이고 배야 ....ㅋㅋㅋㅋㅋ 비밀댓글이 사람 주기네.

웽스북스 2010-09-16 15:56   좋아요 0 | URL
강수철님 다락방님
비밀덧글 남기는 사람의 마음을 알아요?

(저 비밀덧글이 나라는 게 절대 아님)

다락방 2010-09-16 16:21   좋아요 0 | URL
웬디양님!

1. 비밀덧글 남기는 사람의 마음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지만, 우리는 강해져야 한다고, 저는 그런 말을 하고 싶어요.

2. 그리고 강수철 님이라뇨! 강수철 B 님에 대한 모독이에요! 왜 B를 빼먹죠? 네??

웽스북스 2010-09-16 18:18   좋아요 0 | URL
죄송해요. 제가 영어는 영 까막눈이라서요. ㅜㅜ

굿바이 2010-09-16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두 부당해요! 평점은 별 다섯이면서, 호오나 격찬 험담을 하는 일이 부당하다 싶다고 하시고, 은근히 궁금하게만 하시고, 영화 보자고 하던 친구는 펑크내고....에잇!!!! (뺨은 다른 곳에서 맞았는데, 여기서 화풀이하고 있어요. 죄송합니다. 엉엉)

치니 2010-09-16 18:02   좋아요 0 | URL
에잇, 누구에요, 누가 펑크를 냈어요, 에잇에잇!
ㅎㅎㅎ 그치만 굿바이님, 이 영화는 또, 이렇습디다.
혼자 봐도 좋고 여럿 봐도 좋을 거 같은 영화.
그니까 뭐든 경계란 경계는 도통 나눌 수 없게 만드는 영화란 말여요. 허허 거참.

니나 2010-09-16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격찬 하려다가, 치니님 40자평 보고 시(?)로 바껐잖아요. 킥킥

치니 2010-09-16 18:04   좋아요 0 | URL
나는 아직 혼란스러워서 그래요. 그러니까 뭐냐믄, 정성일 아저씨도 세번 째에 승복했잖아요. 그런 판국에 나 같은 사람이 첫 영화부터 승복하게 될 리가 없는 거죠. 이건 뭐지? 뭐지? 이런 느낌만 계속 남고 있어요. 그리고, 아무튼 어제 꼭 봐두기는 무조건 잘했다! 그런 영화로 남고 있어요.

니나 2010-09-16 18:14   좋아요 0 | URL
엉클 정성일 멋져요! 아아~ (내 결론 왜이래 ㅋㅋ)

웽스북스 2010-09-16 18:17   좋아요 0 | URL
정성일느님이시다 ㅋㅋ

그런데 치니님 저도 어제 가면서 같은 생각 했어요. 누군가 난 다 이해했다, 라고 말해도 다 뻥일테고, 나도 벌써 '승복한다', 라고 말하면 교만일 거다. 뭐 이런 생각이요.

정성일 아저씨는 세번째에.. 중얼거렸다고 했었죠 ㅋ 이런 감독과 동시대를 살아가야 한다는 건 지옥이다. 어제 이 말이 트윗에 계속 회자됐는데, 우리가 좋아하는 윤모감독님은 또, 도대체 그게 왜 감독들이 투덜거리냐, 그런 말이 그렇게 검증 없이 돌아다녀야하냐, 뭐 이런 트윗도 남기셨더라고요. 그 말에도 공감할 수 밖에 없었음. 둘이 만나서 얘기했음 오해 안했을텐데, 참, 트윗의 힘이란 그래요. 참.

니나 2010-09-16 18:23   좋아요 0 | URL
(내 격찬은 아핏찻퐁 별 10개 정성일느님 별 100개 이런거였음. ㅋㅋ)

치니 2010-09-17 10:19   좋아요 0 | URL
웬디양 / 나도 정성일느님(근데 왜 정성일느님 된 거? 모르고도 따라함 ㅋㅋ)이 말씀하실 때, 그게 좀 걸렸어요. 다른 감독들, 소위 평범한 둔재 감독들 이제 클났다라는 식의 말씀, 듣기에 따라서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많다는 생각.
뭐, 말이란 게 다 그런 거 아니겠슴까. ^-^;

니나 / ㅋㅋ 당신을 이제 정성일빠 라고 불러주리다 ~
 
테이킹 우드스탁 - Taking Woodstock
영화
평점 :
현재상영


유투브에 들어가서 검색해봤다. 제목은 '머리에 꽃을', 보조 검색어는 '들국화' 혹은 '전인권'.  

예상대로 역시, 검색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요즘의 미디어 생활이란 늘 이런 식이다. 몇 백년 전 이야기도 검색하고 뒤지면 다 나오는데, 정작 내가 딱 듣고 싶은, 그런 음악은 겨우 몇 년 지났을 뿐인데도 모든 검색어로 다 훑어도 '없'고 그게 이전의 무정보 시대보다 더 큰 실망과 설움(까지)를 준다.  

'머리에 꽃을'이라는 노래는 아래와 같은 가사로 당시 들국화의 키보드 주자였던 허성욱이 전인권과 함께 부른 노래다. 

형들이 모이면 술마시며 밤새도록
하던 얘기 되풀이해도 싫증이 나질않는데
형들도 듣기만 했다는 먼 얘기도아닌
십여년전에 바로지금 내가살고있는
이지구안에 어떤곳에 많은 사람들이
머리에 꽃을 머리에 꽃을 꽂았다고
거리에 비둘기 날고 (노래 날고)
사람들이 머리에 꽃을
그건 정말 멋진 애기야

그러나 지금은 지난 얘길뿐이라고
지금은 달라 될수가 없다고 왜 지금은 왜 지금은
난 보고싶은데 머리에 꽃을 머리에 꽃을 
  

내 말이 이 말이다. '지금은 달라 될 수가 없다고 - 왜 지금은 왜 지금은! 난 보고 싶은데 - ' 이런 마음이다. 손가락 몇 개로 전 세계 모든 정보를 쉽사리 얻을 수 있는데 왜 지금은 왜 지금은 - 아아. 

(당연히)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눠 본 적 없어서 근거는 없지만, 이안 감독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한 번 쯤 해본 게 아닐까. 영화 보는 동안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이 감독이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또는 [색.계]에서 보여준 그 정서는 여전하구나 싶기도 했다. 그 정서 - 보여지는 이미지도, 이상향을 바라보는 서글픈 자아도, 그 서글픔을 홀연히 딛고 담담하게 멋지구리한 이미지 뒤안길의 리얼리티도 다 포용하고 있는 정서, 말이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음악영화 쟝르에 끼어도 되고 안 끼어도 되는 자유로움을 얻었다. 더불어 관객은 이 영화를 보면서 히피 문화에 대한 거부감, 죄의식, 패배주의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다만, 당시 히피문화에 대한 막연한 낭만으로 무장하고 재니스 조플린이나 밥딜런 음악을 왕창 때려넣은 음악영화를 기대하고 가신 분들은, 아무래도 조금 실망할 수 밖에 없겠다.


댓글(9)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haire 2010-09-06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저도, 저 흐린쑥색 글씨의 노래 듣고 싶어졌어요.
영화 얘긴 줄도 모르고 하냥 전인권 목소리가 막 그리워지고 있다는.
하여 오늘밤잠 백뮤직은 결정...(잠깐 들국화.. 앨범이 남아있던가.. 두리번...)
이안 감독의 새 영화 얘기를 얼핏 들은 거 같은데 잊고 있었어요.
음... 몰라서 그렇지, 볼 만한 현재상영작이 꽤 되는군요.

치니 2010-09-07 09:32   좋아요 0 | URL
chaire님, 이거 보셨음 좋겠어요, 저보다는 훨씬 제대로 리뷰 써주실 수 있을 분이면서 이 영화의 묘미를 즐길 분이라는 생각이 (제멋대로) 들어서요.

누군가 전인권 목소리에 대해 '부채살처럼 좍 퍼져나가는'소리라고 했어요. 아, 그랬던 시절, 빛나던 그 시절, 그 목소리, 그리워요.

2010-09-07 0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07 09: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꼬 2010-09-07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 봤어요, 치니님. 그런데 난 좀 딴 얘기. 이날 극장에서 어떤 (살짝)노부부를 봤는데요, 두 분 다 반바지에 편한 운동화 차림, 캔버스 가방에 생수통 드시고요. 그런 차림으로 <테이킹 우드스탁>을 보러 온 (살짝)노부부라뇨! 그게 부럽고 샘 나서 영화엔 몰입 잘 못했단 얘기.

치니 2010-09-08 09:28   좋아요 0 | URL
샘 날 거 뭐 있어요, 네꼬님도 그렇게 하면 되지! ㅎㅎ 아직 젊어서(쿨럭) 모르시나본데, 내 나이 쯤 되면 늙어서도 나는 캔버스 가방에 반바지에 운동화겠구나 잘도 상상이 되거든요. (무...물론 손잡고 같은 차림으로 갈 사람이 그 때까지 있을런지는 아무도 모르지만요)

비슷한 기억 떠오르네요. 영국에서 <오페라의 유령>보러 갔는데, 옆자리 노부부가 우리랑 잠깐 공연 전 인사 나누더니 하는 말, "15년 전부터 둘이서 매년 같은 공연을 보러 옵니다. 우리에겐 이게 연례행사에요." 한 두 해도 아니고 15년, 이런 사람들이 있으니 유럽의 공연문화는 풍성해지는구나, 그런 생각도 들었고. 부러웠어요. :)

또치 2010-09-08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OST 되게 좋던데, 음악영화는 아니라고들 해서 여적 밍기적대고 있는 1인.
전 주말에 <엘 시스테마> 보러 가려구 해요 ^^

치니 2010-09-08 11:02   좋아요 0 | URL
네, 안 그래도 보고나서 OST를 꼭 사야겠어! 라고 생각.
전 <엘 시스테마> 보다가 주무셨다는 분이 많아서;;; 포기.

네꼬 2010-09-10 10:12   좋아요 0 | URL
전 영화 보기도 전에 OST 샀어요. 좋아요!
 
리미츠 오브 컨트롤 - The Limits of Control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굳이 왜 그런 천박한 비교를 하냐며 말릴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르겠지만, 워낙 대세인지라, 그리고 요 바로 얼마전에 본 영화인지라 '상상력'이나 '꿈과 현실의 경계', '진짜와 가짜의 경계' 같은 걸 생각하다보면 저절로 영화 <인셉션>이 떠오르게 되니 양해하시라, 나는 잠깐잠깐 두 영화가 비교 되었다.

내 취향은 이 쪽이다. 그러니까 이런 상상력에 대한 이야기를 원한다. 동문서답 같기도 하고, 논리적으로 퍼즐이 딱딱 맞는게 아니지만, 그래도 고개를 주억거리게 되는 쪽은 이 쪽이란 말씀. 그리고 예의 <인셉션>에서 관객이 이해하지 못할까봐 구구절절 설명해주던 꿈의 과학에서는 종종 써먹던 킥을 받지 않아도, 그러니까 계속 '예술'이라는 상상력의 도가니탕에서 내멋대로 오판하고 분석하고 굴려도 이 영화는 전혀 뭐라고 잔소리를 안 한다는 말씀.

영화는 시종일관 차분하기 그지 없다. 킬러의 이야기라는 걸 알고 보는데도, 그래서 부러 다음엔 무슨 일이 일어날까 손에 땀을 쥐어보지만, 그런 관객을 흥 비웃기라도 하듯 더욱 견고하고 차분한 움직임만이, 그리고 집요하리만큼 정돈된 반복이 있을 뿐. 애당초 감독은 복수니 서스펜스니 그런 건 관심도 없었나보다.

감독 짐 자무시의 명성에 걸맞게 세계에서 내로라 하는 명배우들이 합류한 반면, 우리 쪽에서는 전혀 모르는 일본 배우까지 그야말로 월드와이드하게 포진된 캐스팅과 CF 적인 촬영을 배제하고 담담하고 사실적이지만 광대하게 잡아낸 크리스토퍼 도일의 촬영도 새삼 대단하다 싶고, 음악 역시 관록과 섬세함이 어우러져 영화에 멋드러지게 어울렸건만, 아쉽게도 번역은 스페인어를 종종 따라잡지 못하고 이 영화에서 중요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몇몇 단서들이 스페인어로 쓰여 있는데 아무런 한국어 각주가 없어 답답했다. 예를 들면 킬러의 임무를 돕고자 멕시칸과 여자가 차를 갖고 오는데 후미에 써있는 LA VIDA ... 어쩌고는 막귀인 내가 봐도 분명히 그 전 사람들이 스페인어로 반복해서 말한 거랑 같은 맥락이란 말이지,쩝. 

좋은 영화는 다양한 생각을 많이 하게 해준다. 어젯밤에는 급기야 '어떻게 하면 이 세상이 세기말적인 작태를 멈추고 조금 더 좋아질까' , '그럼 나는 예술가도 아닌데 뭘 할 수 있을까' 막 이런 생각까지. 클클.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10-08-10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트위터 안하는 내가 죄인. 흑흑. orz

치니 2010-08-10 10:00   좋아요 0 | URL
ㅋㅋㅋ 죄인까지야 아니지만, 아이 참 안타깝네요. 게다가 어제는 다락방님 탄신일! 우연히 봤으면 제가 축하주, 축하 차라도 건넸을텐데요. (한편으로는 이런 게 막 영화같지 않아요? 같은 장소에서 서로 모르고 같은 걸 보는...히히)

stillyours 2010-08-10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왓! 다락방님도 치니님도 보셨으니 나도 봐야지 (이건 뭐?)ㅋ

치니 2010-08-10 11:04   좋아요 0 | URL
일케 되면 저도 moon님이 봤다는 영화 다 볼 태세. ㅋㅋ

Tomek 2010-08-12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A VIDA NO VALE NADA" 인생엔 어떤 가치도 없다.
저도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이런 뜻이라고 하더군요. :D

치니 2010-08-12 11:24   좋아요 0 | URL
역시 역시 ~ 히히, 사실 누군가 분명히 뜻을 알려주겠지 하는 마음에 게으르게 안 찾아보고 있었는데 토멕님이 딱 걸렸어요.
짐작한 거랑 비슷한 뜻이기도 해서 뿌듯하기도 하고. (왜? ㅋㅋ)
 
마음이2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마음이 역할의 달이가 송중기씨보다 백배 더 연기를 잘한다, 진짜임!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10-07-29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일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

치니 2010-07-29 11:43   좋아요 0 | URL
히히, 과장이 아니라고요 ~

또치 2010-07-29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동일씨보다 출연료도 많이 받았대요. 5천만원...!

치니 2010-07-29 11:44   좋아요 0 | URL
오천만원인 줄은 알고 있었는데 성동일씨보다 많을 줄은! 어째 성동일씨가 오락프로 나와서 달이 칭찬을 별로 안하더라니. ㅋㅋ
근데 정말 달이 연기를 보면 그 돈도 많지 않다 싶어요. 빗속 열연, 한 쪽 다리 총상 입었을 때 들고 걷기 등등, 주옥같은 명연기가 줄줄이에요.

2010-07-30 0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31 1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