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 크라이스트 - Antichr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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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러 간 어제는 비가 내렸다.
개봉하자마자 보려 가려던 계획은 무산되고 며칠을 미루다가 안되겠다 싶어 나선 날, 하필이면 비도 내리고 그 때문인지 봄은 급 샐쭉해져 찬란한 빛이나 초록을 다시 감춘 채, 차갑고 스산해져 있었다.
설령 보고나서 굉장한 불쾌감이나 우울감에 빠지더라도 날씨 탓을 하기에 좋은 영화일 지도 모르겠다, 고 우선 자위했지만 보고나서 이 날씨 덕분에 더 주체할 수 없어질까봐서 걱정이기도 했다.

극장의 창구에는 영화 소개와 더불어 빨간 글씨로 특정 장면의 가학성과 잔인성이 담긴 내용을 친히 소개해두고 있었고, 창구 직원은 혼자 온 여성인 나를 주의깊게 살핀 후, "이 영화는 매우 잔인한데요, 그래도 보시겠습니까?" 미리 교육한 흔적이 역력하게 재차 확인을 한 뒤에서야 표를 내주었다. 내 뒤의 남성은 푹 하고 웃었지만 나는 차마 웃을 수 없을 정도로 겁을 먹고 말았다. (관람 후 돌이켜보건대 극장 측의 이러한 자기방어는 영리하면서도 예의 바른 배려의 일환으로 둔갑될 만큼, 괜찮은 전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 그래서 어땠느냐고?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영화의 완성도는 - 정작 라스폰트리에 감독은 '완성도는 높지 않더라도' 자신의 우울병을 치유하는 기간에 쓴 가장 개인적인 작품이라고 칭했지만 - 내게는 놀라웠다. '도그빌'에서 놀랐던 그때처럼 가슴 한 쪽이 불쾌하지만 기이하게 뻥 뚫린달까, 묘한 여운을 가장 오래 간직하게 될 영화임에는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역시 그 표현 방법이 찝찝하다. 어쩔 수 없다. 각오는 했지만 몇 몇 장면에서는 눈을 꾹 감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눈을 감자 안 보이는데 소리만 들릴 때의 공포감이 더 심해졌다. 그래서 눈을 뜨고 화면 가장자리만을 봤다. 엉엉, 씨네21에서 이름 지었듯 이 영화는 '고문 포르노'이다.
포르노를 호기심에서 보고야 말지만 포르노에서 그 어떤 교훈을 얻기 힘들다는 점에서도, 그럼에도 그 망할 놈의 호기심이 고문까지 예술적이라는 허명 하에 받아들이도록 억제하기 힘든 '보는' 욕구로 이어진다는 점에서도, 그리고 고문 후에도 잔존감은 내상으로 남는다는 점에서도 두루두루 그러하다.

사실 밤잠을 설칠까봐 두려웠다. 까불거리는 상업영화 한 편을 더 보고 상쇄하거나 편안한 친구를 만나 영화에 대해 실컷 뒷담화를 하면 나아질 것도 같았다. 그러나 괜한 걱정이었고 괜한 대비였다. 친구를 만나면서도, 술을 마시면서도, 심지어 잠을 자면서도 영화 속 샬롯 갱스부르의 표정이 어른거렸지만 그것은 두렵지 않았다. 조금 과장하자면 친근하기까지 했다. 이 친근감은 무엇? 의문이 생겼다. 어쩌면 단지 내가 여성이기 때문? 어쩌면 원래 내가 그녀를 좋아하기 때문? 어쩌면 ... 이 영화에 매혹되었기 때문? 아직은 모르겠다.

현재로서 내가 아는 한 가지는,
'내'가 이 영화를 (두려움을 무릅쓰고) 보기는 결과적으로 잘한 일이지만 '남'에게 이 영화를 추천하기란 무시무시하게 어렵다는 것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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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 2011-04-26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앗~ 보셨네요~ 그런데 어는 극장에서 보셨나요? 씨네큐브인가요? 아~ 만약에 만약에 말이죠 치니님과 이 영화를 가지고 얘기한다고 가정할때 끝이 없을까라는 생각이 문뜩 드네요~ 왜냐하면 다른여성은 이렇게라도 소상하게 자세하게 말하진 않을꺼라는 느낌이 들어요~ 전 영화 보자마자 바로 아는 사람에게 영화홍보사마냥 강추하고 다녔는데 그 이유는 아마도 그 전에 보던 어떤 영화보다도 여성을 이렇게 다룬적이 없었다는 거죠~ 가학적으로요~ 특히 가위나오는 장면은 쓰나미 울트라초특급이었죠~ 프로이드가 울고갈 지경이네라며 속으로 생각했어요~ 여러 리뷰들을 읽고 아무리 많은 블로거들의 글들을 접해도 납득할만 이 영화의 해석은 아직까지는 없어서요~ 홍상수처럼요~ 100년갈 영화로 보여요~ 저에겐~ 샬록 갱스브르 대단하죠~ 그 여주인공은 니콜키드만, 에바그린을 걸쳐 그녀로 가기까지의 우여곡절이 엄청 많았데요~ 그런데 이번의 신작 멜랑콜리아는 더 어마어마할꺼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치니 2011-04-26 18:48   좋아요 0 | URL
네, 씨네큐브에서 봤어요. :)
네오 님이 미리 언질을 주신 덕분에 여성을 어떻게 그리는가에 대해서도 조금 더 집중하며 볼 수 있었어요. 그런데 보러 가기 전 웬간해선 영화 정보를 전혀 접하지 않는 저인지라, 안티크라이스트가 반기독교와 다르다는 것도 몰랐고 역시 이래저래 이해 안 가는 장면도 많아서 (잘려서 그런 것 같지만은 않아요, 그냥 제 이해력 부족 ㅠ) 저도 다른 분들 리뷰를 봤지만 여전히 해석이 분분, 결국 자신만의 느낌을 가지고 갈 수 밖에 없는 듯해요.
누구라도 이런 영화의 주인공을 선뜻 수락하긴 힘들겠죠. ㅠㅠ 이해해요. 니콜 키드먼은 전작 도그빌에서 이미 감독과 엄청 싸웠다매요. ㅎ
아, 하지만 이제 이 감독의 영화를 또 볼 엄두가 날까, 걱정도 들어요. 쎄도 너무 쎄다능. ㅠㅠ
 
세상의 모든 계절 - Another Year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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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러 가기 전에 마침 이런 글을 읽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는데, 

   
 

 그러면 결국 부러움이란 게 무엇이겠는가? 일단 아우구스티누스가 묘사했던, 자기 어머니의 젖을 빠는 동생을 부러워하는 아기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여기서 주체가 부러워하는 것은 타자가 소중한 대상을 소유하고 있다는 그 자체가 아니라, 타자가 대상을 즐길 수 있는 방식이다. 따라서 그 대상을 훔쳐서 제 소유로 삼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 그가 가진 진정한 목적은 타자가 대상을 즐기는 능력/역량을 파괴하는 데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부러움이라는 감정은 부러움, 검약, 우울이라는 삼항 관계 속에 배치될 필요가 있다. 이 세 가지 형태의 감정은 대상을 직접 향유할 수 없는 상태에 있지만, 바로 그 불가능한 상태가 비친 거울상을 향유하는 상태에 있기도 하다. 부러움의 감정을 가진 주체는 타자가 소유하고 있고/있거나 타자가 주이상스의 대상으로 삼는 것을 부러워하는데, 이와 대조적으로 구두쇠는 대상을 소유하긴 하지만, 그것을 향유/소비할 줄 모른다. 구두쇠는 단지 대상을 소유하는 데에서, 그것이 어떤 상황에서도 소비되어서는 안 될 신성한 실체, 손댈 수 없는/금지된 실체로 격상시키는 데에서 만족을 느낀다. 지금까지 우리가 봐왔던 고독한 구두쇠의 전형적인 모습은 집에 돌아와 조심스레 문을 다 걸어 잠그고 궤짝을 열어 제 소중한 대상을 몰래 훔쳐보며 경탄하는 장면이다. 그가 대상을 소비하지 못하도록 막는 사실 덕분에 그 대상은 욕망의 대상으로서의 지위가 보장된다. 한편 우울한 주체의 경우는 구두쇠처럼 대상을 소유하긴 하지만, 왜 그것을 욕망하게 됐는지, 그 이유를 잃어버린다. 따라서 우울한 주체는 셋 가운데 가장 비극적이다.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마음대로 가질 수 있지만, 거기서 어떤 만족도 느끼지 못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 <폭력이란 무엇인가> (슬라보예 지젝 저) 중에서. 

나는 자꾸만 영화 속 톰과 제리보다 매리에게 온통 신경이 쏠렸다. 눈빛 하나로도 서로의 마음을 읽을 수 있고 가히 전 지구에서 가장 평화로운 일상을 연출하고 있는 톰과 제리는 부부, 제리의 직장 동료인 20년 지기 친구인 매리는 그들 부부에 대한 부러움 속에 영화의 마지막까지 '우울한' 주체라는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아서, 이 담담한 영화가 왠지 으슬으슬한 미스테리 영화처럼 보이기까지 했던 것이다. 

지젝은 책에서 저런 이유로 폭력이 발생한다고 진단한다. 즉, 누군가의 욕망을 제거하고 자신이 이겨야 끝나는 제로섬 법칙 때문에 폭력이 시작된다고 생각하는 건 잘못이란다. 가령, '너에게 하나를 주고 남이 두 개를 가져도 좋으냐 아니면 너에게 하나를 빼앗고 남에게 두 개를 빼앗는 것이 좋으냐' 라고 물으면 사람이란 후자를 택한단다. 내가 이기느니 차라리 남이 지는 것이 나은, 평등을 희구하는, 원천적 부러움이라는 감정 때문에 사람들은 아무 이유없이 테러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뉴올리언즈의 흑인들은 백인이 소유하고 있는 것 때문에 폭동을 일으킨 것이 아니라 그들이 소유한 것을 자신들과 똑같이 소유하지 않아야만 하기에, 종교로 인한 폭동 역시 다른 종교가 향유하는 것을 자신들과 똑같이 향유하지 못하게 해야 하기에.......이런 식으로 말이다.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가서, 매리는 지젝 식 논리의 틀 안에 끼워맞추기 좋은 인물이다. 그녀는 제리를 참 좋아하고 제리의 집에 가면 세상에서 가장 Peaceful 하다며 경탄하지만, 톰 제리 부부의 아들이 여자친구를 얻자 스스로도 이해불가한 질투의 화신이 되어 모든 관계를 망쳐버리고 부부에게 위기의식과 실망감을 남겨주고 마는 - 평화를 깰 위험이 있는 폭력의 주체가 된다.  

하지만, 시선을 거꾸로 뒤집으면, 그러니까 매리의 시각에서 보자면, 톰 제리 부부는 그 자신들만의 안온한 생활 속에서 폭력을 전혀 내재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을까. 혹은 그들이 폭력을 유발한 건 아닐까. 철저한 이기주의 - 자기애가 이기주의의 동의어라 친다면 - 로 매리가 조금이라도 성역을 침범하면 '네가 이해해야 해, 여기는 우리 가정이야, 우리는 가정을 지켜야 하고' (극 중 제리의 말이다) 라면서 넌지시 밀어내는 일을 반복적으로 했던 것을 폭력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하아 - 아무래도 영화를 너무나 내 시각에만 좁게 가두고 본 모양이다. 실은 이런 이야기가 아닌데. 그저 제목처럼 '인생의 모든 계절'을 살아가는 우리네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린 것일 뿐일 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뭐, 영화란, 아니 모든 예술작품이란, 관객의 반응이 아무리 제멋대로여도 불평할 수 없는 숙명을 타고났으니 어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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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18 1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18 1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오 2011-03-18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톰과 제리여? 왜 저는 만회가 퍼뜩 떠오르는지~ 지젝의 책의 텍스트가 마이클리의 세상의 모든 계절의 이미지속으로 빨려들러갔군요~ ㅎㅎ

치니 2011-03-19 13:01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 유명한 만화 속 톰과 제리를 영화에서도 언급해요. 그 앙숙 커플이 실제로는 잉꼬라면서. ㅎㅎ
요새 이것저것 짬뽕으로 읽고 보니, 막 섞이나봐요. ㅎ

프레이야 2011-03-25 0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니님, 굿모닝^^
이런 영화가 있군요.
어디서 보셨어요? 아주 보고 싶어지는 영화에요.
제목부터 시적인 게 끌려요.

치니 2011-03-25 13:45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 님, 굿 애프터눈 ~ :)

저는 아트선재 시네마에서 봤는데, 그 당시엔 개봉 직전 시사회였고요,
아마 어제부터가 본격 개봉일인 걸로 알고 있어요.
프레이야 님 계신 데도 아마 찾아보면 하는 데 있을 거에요. 감독이 마이크 리, 나름 유명한지라 챙겨 보는 분들 있더라고요.
영화 보시면 제 리뷰가 얼마나 억측인지 알게 되실 겁니다. ㅋ

2011-04-11 18: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12 1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수꾼 - Bleak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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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호밀밭의 파수꾼>의 마지막 말은 (원서로) 이렇다고 한다.

"Don’t ever tell anybody anything. If you do, you start missing everybody."

우리말로 된 번역본에서는 뒷 부분이 "말을 하면 쓸쓸해지니까"였을 거다. 한동안 누군가 자신의 미니홈피에 이 구절을 적어두었기에 나도 외운 것. 말을 하면 쓸쓸해지니까...볼 때마다, 보는 즉시 쓸쓸해지고, 자꾸 보면 더욱 쓸쓸해지는, 참으로 슬프고도 아름다운 문장이라는 생각을 자주 했던 기억도 난다.

영화 <파수꾼>의 세 아이도 말을 해서 모두 쓸쓸해졌다.
말해보라는 친구의 말에 우물거리며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 사이, 짐작하고 오해하고 그 행간의 틈까지 쌓여가는 사이 -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이야기도 있는 거잖아!'라고 절규하듯 갑갑함을 내뱉고 나서 상대가 그나마 그 '말'을 이해해주길 바라는 순간, 기태는 모두를 잃었다 - start missing everybody.

아니나 다를까, 윤성현 감독의 인터뷰 기사를 보니 원래부터 <호밀밭의 파수꾼>을 무척 좋아해서 제목을 파수꾼으로 지었고, 영화의 전체 분위기도 그 책과 흡사해졌다고 한다. 잘못 본 게 아니었구나. 아 - 하지만 내 눈을 의심해야 했다. 책이라면, 수많은 텍스트로 작가가 혼자서 마음껏 '말하지 않는' 것들을 표현할 수 있었지만, 영화다. 혼자만의 작업이 아닌 영화에서, 그것도 아주 열악했을 것이 뻔한 독립영화 제작 환경에서, 어떻게 그 분위기를 이토록 완벽하게 표현했지? 그저 놀라웠다. 보면서도 놀랐고 본 후에도 놀람이 가시지 않는다. 그래서 평론가 정성일이 '나쁜 영화를 보면 나빠지고 좋은 영화를 보면 좋은 사람이 된다' 고 했던 말이, 이제는 체험으로 이해가 간다 - 이 영화를 보고 나는 아주 약간 좋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되었다고 느꼈으니까.

놀라운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
이제껏 청소년이 주인공인 영화도, 책도, 그 외 다른 매체들도 넘지 못했던 - 어쩌면 넘지 않았던 - 한계를 가뿐히 넘겼다.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 - 개뿔, 아이들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런데도 어른이 만든 모든 책과 영화는, 아이들을 미래에 어른이 될 존재로만 인식해 왔다. 그래서 '성장영화'라는 딱지표가 늘 붙어있고, 보는 사람도 만드는 사람도 연기하는 사람도, 아이들의 통증을 굳이 '성장통'이라는 수식어 안으로 밀어넣기 바빴다.
그러니까, 다시 말해, 아이들을 소재로 한 영화들 중에 - 적어도 내가 본 한국영화 중에 - 아이들의 현재를 함께 사는 영화는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게다.
이것이 한계라는 건 누구나 알았겠지만, 넘기 힘들다는 데 무의식적으로 동의해왔다.
아이들의 현재를 미래와 상관짓지 않고 바라보기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
영화 <파수꾼>은 그래서 아예 처음부터 죽음을 전제로 하고 시작한다. 기태라는 아이의 미래는 죽음 그 후, 존재는 십대였던 그 시기에서 삶을 멈췄으니, 적어도 한 아이의 미래는 '없다'는 지점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더이상 아이들을 미래로 향하는 존재로 보지 않고 현재를 사는 아이들로 바라볼 수 있는 특권을 2시간 동안 누린다. 그래서 그 2시간 동안, 남자 고교생의 성장을 그린 뻔한 영화가 아니라, 인간 - 그리고 인간 간의 관계를 그린 영화를 보며, 갑자기 삶 그 자체에 대한 수많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자신을 깨닫게 되고, 평소에는 저 멀리 치워두었다고 생각한 심오한 고민에 빠져 옴짝달싹 못하게 된다.

이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감히 바라건대, 새털처럼 가벼운 나날들 중에 꼴랑 2시간과 8천원의 비용만 치루고 선뜻 '심오한 고민'에 풍덩 빠져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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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1-03-10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읽은 민음사판에는 마지막이 이렇게 되어있어요.

사실 난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몰랐다. 난 이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에게 한 걸 후회하고 있다. 내가 알고 있는건, 이 이야기에서 언급했던 사람들이 보고 싶다는 것뿐. 이를테면, 스트라드레이터나 애클리 같은 녀석들까지도. 모리스 자식도 그립다. 정말 웃긴 일이다. 누구에게든 아무 말도 하지 말아라. 말을 하게 되면, 모든 사람들이 그리워지기 시작하니까.(p.279)

드디어 벼르던 영화를 보셨군요, 치니님. 저도 볼게요. 꼴랑 2시간과 8천원, 저도 치루겠습니다!!

치니 2011-03-10 17:08   좋아요 0 | URL
네, 그러고보니 '그리워지기 시작하니까'도 기억나요! (이제는 쓸쓸해지기 시작하니까, 가 있기나 했는지, 내가 기억 속에 지어낸 건지 헛갈림. ㅋ)

다락방 님이 좋아할까요, 네, 좋아할 거에요. 다락방 님은 호밀밭의 파수꾼을 사랑하니까.
저랑 같이 본 친구는 좀 울었어요. 저는 울 수 조차 없었어요. 하아 -

로드무비 2011-03-10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니님, 저도 이런 리뷰 쓰고 싶었어요.
영화에 이어, 리뷰 읽고 흥분하기도 오랜만.^^

치니 2011-03-10 17:12   좋아요 0 | URL
아 - 그러게요, 오랜만에 우리 영화를 보고 이런 흥분을 느껴요. 극장 상영으로는 데뷔작이라죠, 이 감독의 다음 작품이 벌써 기대됩니다.

nada 2011-03-10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굉장한 리뷰예요.
아직 보기 전이지만, 열광하게 될 것 같은 강력한 예감이 듭니다.
꼭 보겠어요!

H군 얼굴 너무 앳되고 귀여워요.ㅎㅎ 요즘 사진 아니죠?

치니 2011-03-11 12:33   좋아요 0 | URL
네, 꽃양배추 님이 꼭 보시면 좋겠어요. 대사는 대체로 '아 뭐' '기냥' 이런 식으로 씹는 대사지만, 꽃양배추 님은 그들의 대화를 다 알아들으실 거니까. 그리고 저처럼 놀라실 지도 몰라요, 남자 고등학생들의 섬세함에 대하여.

요즘 사진이에요. ㅋ 머리를 짧게 치니 또 어려져 버림.

당고 2011-03-11 0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오- 저도 보고 싶어요-
<호빌밭의 파수꾼>도 영화 <파수꾼>도.
<호밀밭의 파수꾼>은 너무 어릴 때 읽어서 감흥이 없었어요. 잘 생각이 안 난다는;

치니 2011-03-11 12:34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이 영화 보고나서 <호밀밭의 파수꾼>을 다시 읽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극 우울로 빠질까봐 초큼 두렵기도 하공.

Arch 2011-03-11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리뷰 안 읽었어요. 언제 볼지 모르겠지만, 언젠가 본 다음에 치니님 리뷰를 읽으려구요. 3월 말부터 아트 시네마에서 독립영화 상영하던데. 보고 싶어요. GV하면 옥희의 영화에서 나온 장면이 떠올라요. 흐~

치니 2011-03-11 12:35   좋아요 0 | URL
네네, 아치 님, 저도 늘 그래요. 그래서 스포 조심이라고 써놨기도 했고요.
좋을 것 같은 예감이 드는 영화는 아주 사소한 관련 글도 미리 읽기 싫어요.

옥희의 영화에서 그 장면 - 흐흐. 거 참. 실제로 그런 일 있으면 나는 완전 저열한 호기심에 들떠 신이 났었을 거에요.

굿바이 2011-03-11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영화를 안봤으니, 내용은 영화보고 읽기로 했습니다~
그럼에도 자꾸 글을 흘깃흘깃 훔쳐봅니다 :)

그런데, 치니님, 요즘 저는 꼴랑 2시간도 마음이 자유롭지 않은 날들입니다. 어째야쓰까요~
문득, 살아온 날들과 살아야 할 날들이 폭격받은 지붕처럼 폭삭 꺼지는 느낌입니다.
이런 민망한 고백을 여기에 쓰네요. 참말로 어째야쓰까요~

치니 2011-03-11 12:37   좋아요 0 | URL
저번에 굿바이 님 만추 글 쓰셨을 때 저도 그랬답니다. ㅎ 나중에 읽기로 했지만 흘금흘금.

아 - 그렇군요, 그렇군요. 꼴랑 2시간이라고 쓴 제가 잘못이야요. 꼴랑,이라뇨. 단 2분도 마음의 여유가 없는 상황도 살다보면 있는 법인데.
하지만, 혹시, 영화를 보고나면, 그 폭삭 꺼지는 느낌이 제법 나아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히융...안타깝기만 하고.

2011-03-18 1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18 1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illyours 2011-03-18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주에 볼거예요!!

치니 2011-03-18 18:56   좋아요 0 | URL
오, 감상 꼭 남겨 주셔요 ~ 궁금.

stillyours 2011-03-24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니님, 어제 봤어요. 잠을 못 이루었답니다.
내 옆에는 이 영화를 여섯 본 사람이 앉아 있었어요.

치니 2011-03-24 13:58   좋아요 0 | URL
아아, 네, 잠을 못 이루었다는 말씀, 왜인지 알 것 같아요.
뭐 대박 감은 아니니 관객이 적다는 건 짐작되는 상황이지만, 이 감독이 꾸준히 작업할 수 있는 동력 정도는 마련되었음 싶네요.

stillyours 2011-03-24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치니님. 오타였어요ㅋ
여섯 번 본 사람이 앉아 있었다는 거였어요!
여튼 나도 곧 한번 더 보려고요.

치니 2011-03-24 15:32   좋아요 0 | URL
우어어, 여섯 번이나! 흑, 뭉클합니다.
오래 전 프랑스에서 영화 '그랑블루'를 수십 번 보러 다니는 사람을 만났는데, 그이는 자신이 사는 도시에서 더이상 상영 안한다고 그랑블루 보러 다른 상영되는 도시로 여행을 따라 다니더라고요. 그 열정이 그들의 영화 문화를 살리는구나, 대단히 감동 받았는데, moon 님 옆 좌석 그분 얘기가 무척 고무적이어요. 기쁩니다.

니나 2012-03-15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순간도 친구인적이 없어...
그말들을 때마다 아우 가슴이 얼마나 메어오던지...
스포 조심, 이긴 하지만 영화 처음부터 기태의 죽음이 나오니까...
뭐, 뒤늦게 보기도 한데다가... 아, 슬프네요. 힝.

치니 2012-03-15 23:44   좋아요 0 | URL
슬프죠, 진짜, 근데 생각해보면, 인생이 다, 그런 거 같기도 해요. 힝.

근데 아까 카톡에서 말 못한 거 하나 또. ㅋ 이제훈이 유아인이랑 같이 담주부터 티비 드라마 패션왕에 나온대요. 근데 여주인공은 신세경과 유리, 왠지 걱정돼요. 망가지면 안돼에 ~ ㅋㅋ

니나 2012-03-21 18:29   좋아요 0 | URL
앗, 이거 이제 읽었네요. 이제훈 나오는지 알았으면 봤을텐데
엄니 보시는데 방에 있었;; 담주부터 볼테닷!
헬스장 2층 도서관에서 호밀밭의 파수꾼 데려왔어요.
다시 보고 싶어서 ㅎㅎ

치니 2012-03-21 20:21   좋아요 0 | URL
저도 어제 한 십 분 본 게 다이긴 한데, 패션왕은 안타깝게도 망한 듯. ㅋㅋ
그래도 이제훈은 멋져요. <건축학 개론>에서도 빛나고(그 덕분에 엄태웅 망함 ㅋ). 이 배우가 늙어서도 빛남을 유지할지, 자못 기대됩니다!
 
만추 - Late Autumn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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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온라인 잡지에서 읽었던 김태용 감독의 인터뷰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나도 궁금해요"라고 웃으며 이야기하는 감독이, 나는 좋다. 일관성도 없고 지그재그, 그 순간 하고 싶은 걸 그저 해볼 수 있는 환경이 될까 라는 문제를 생각하면, 어쩌면 많은 감독 지망생에게 꿈 같은 이야기로 들릴 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고개를 끄덕거리게 하는 '영화라는 예술을 하는 사람이라면 모름지기 그래야 할 것 같은' 담담함과 용기로 보인다. 

무서운 영화라면 딱 질색이고 받아들일 자신도 없던 내가 이 감독의 <여고괴담 2>를 본 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이겠다. 왜 그랬나 모르겠는데 그 영화가 끌렸고 그 당시에는 감독의 영향은 전혀 받지 않은 채 공포 영화 쟝르에 속하는 이 영화를 본 그날, 나는 '이런 영화를 만든 감독이 남자!!!라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생전 자신이 속해보지 않은, 그래서 보통은 그 가장자리를 만지기조차 힘든 세상 - 여학생이라는 이름 하에 잔인하게 겪어야 하는 성장통이 고스란히 담긴 - 을 실제 겪은 나조차도 잊고 있던 가장 마지막 감정까지 끌어올리며 연출한 사람에게 가없는 호의를 느꼈던 것이다. 

다음 영화인 <가족의 탄생>은 아무래도 이전 감동을 배제할 수 없는 선입견을 지닌 채 보러 갔다. 오, 기대 이상이었다. 이 감독은 예의 '겪지 않은 이야기를 담을 때에도 유지되는 따뜻한 시선'을 또 한번 근사하게 선사하면서, 더불어 공포영화에선 채 발화하지 못했으리라 짐작되는 명랑성과 (우울한 명랑성이라고 해도 좋겠다) 유머 감각까지 보여준다. 그 안에서 천진난만함의 표상으로 떠오르던 정유미는 이제 충무로의 스타가 되었고, 나는 이런 발군의 실력을 제대로 캐치해내는 감독이 또 어떤 배우들과 호흡을 맞출 지 궁금해졌었다.  

그 다음, 오늘 이야기하려는 <만추>까지 오기에 시간은 아주 더디 흘렀다. 하지만 나는 기다림이 싫지 않았다. 마치 영화 속 탕웨이 - 애나의 기다림이 싫어보이지 않았던 것처럼.  

사람은 혼자 태어나서 혼자 죽지만 '누군가와 함께 있으면 좋다'는 감정을 가장 절실할 때 느끼게 해준 사람을 잊지 못하게 되어 있고, 그럴 때 기다림은 죽도록 힘든데도 죽도록 매혹적인 그 무엇, 그러니까 '살아가는 이유'가 된다. 그래서 기다림은 사랑을 가장하지만 때때로, 그 자체로 참으로 충일한 감정이고, 우리는 그 감정을 잊거나 피하며 살지만, 마침내 이런 영화에서 발견할 때 아 - 하는 탄성과 함께 꼭 끌어안게 되기도 하는 걸 테지, 라는 생각을, 영화 보는 내내 헀다. 

훈도 애나도, 세상에 대한 기대가 없는 사람들. 하지만 그들에게는 서로를 알아보는 마음이 있다. 세상에 대한 기대 - 이것이 중요하다. 알아보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세상에 대한 기대가 있나 없나 여부가 알아본 다음에 어떻게 할 지를 정해주니까. <만추>는, 원작이 어땠는지 몰라도, 이렇게 느리고도 아슬아슬하게 자신의 감정을 애써 짓누르며 알아보는데도 외면하는 마음, 그래도  결국 사랑하게 되는 슬픈 예감과 운명을 탄식하는 동시에, 그 탄식의 행간 속 빛나는 하루살이의 환락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이 이해하기 어려운 영화일 거라, 약간은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감독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는가, 일관성 따위는 없다고(과연, 영화의 톤은 한결같지 않았다, 이 슬픈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때때로 관객석에서 낄낄거리는 웃음이 나올 만큼), 앞으로 무엇을 할 지 본인도 궁금할 뿐이라고, 오예, 그렇다면 다음에는 보편적인 이해도 따라오는 영화를 만들게 될 지도 몰라, 나는 또 다시 그에게 반한 마음으로 설레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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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 2011-02-24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왕 보셨군여,,어제 영화좋아하는 친구들이랑 커피마시면서 이야기하다가 이 영화 다들 강추하더군여~ 다들 김태용팬이라서^^ 원래부터 보려고하던 영화인데 ㅋㅋ 훈과 애나,,이름 멋있져? 그런데 예고편에서 나오는 상황을 물어봤어여,,버스에서 훈이 애나에게 돈빌릴때 이게 가능한 얘기일까라고질문의 돌아오는 답변 현빈이니깐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좌절스러운 OTL!! 아놔 현빈의 럭셔리한 외모~

치니 2011-02-24 15:17   좋아요 0 | URL
아, 네오 님은 아직 안 보셨구나. 스포일러는 최대한 자제했지만 이 영화는 어떤 이야기를 써도 스포일러가 되는 영화 같아요. -_-;
제 주변엔 김태용이 누구야? 이런 분들도 많은데, 역시 네오 님은 ~ ㅎㅎ
현빈이니까 가능하다 - 흠, 이건 저로서는 동의하기 어렵사옵니다. 그냥, 세상에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란 없다, 정도로 해두죠. :)

네오 2011-02-24 15:48   좋아요 0 | URL
세상에서 일어나지 않을일이란 없다란 현빈이 아니어도 보통의 남자도 가능하다는 희망스러운 답변 인가여? ^^;

치니 2011-02-24 16:33   좋아요 0 | URL
그럼요! 제 눈에 안경, 이란 말도 있고요. :)

nada 2011-02-24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김태용 감독에 대한 애정이 뚝뚝 흐르는 리뷰네요.
창작자로서 김 감독님이 무척 흐뭇하실 듯합니다.
전 가족의 탄생밖에 못 봤지만, 이런 영화를 만든 사람이 남자라니, 하는 생각 저도 했던 거 같아요.
나쁘지 않았지만 제 눈에 비친 몇 가지 틈들이 못마땅해서 야박한 별점을 매겼는데, 치니님의 따뜻한 리뷰 앞에서 제 냉소가 부끄러워집니다.

세상에 일어나지 않을 일이란 없다, 이 말 참 좋네요.^^

치니 2011-02-24 16:35   좋아요 0 | URL
제가 원래 애정에 있어서 편파적이라, 어차피 좋아하는 사람 영화는 객관적으로 못 봐요. 평론가도 아니니 맘껏 편애 ~ 헤헤.
하지만 몇 가지 틈들이 있다는 것 - 요건 또 동의합니다.

세상에...이 말은 저도 어디서 읽은 말인데, 지금 그 책 제목이 생각 안나요. 히잉.

프레이야 2011-02-24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리뷰에요, 치니님^^
세상에 이해하지 못할 일도 없다는 말, 같이 생각나요.
아직 보지 못했어요. 이번 토욜쯤 볼 거 같은데 소문난 잔치라 해도
충분히 그 잔치에 가보고 싶은 곳이 있지요.
말씀하신 전작 둘 다 봤는데 저도 박수 주고 싶은 영화였어요.
참 섬세한 인상만큼 영화도 그렇다는 느낌, 만추에서는 어떨까 더 궁금해지네요.

치니 2011-02-24 19:29   좋아요 0 | URL
오, 프레이야 님이 보시면 또 어떤 느낌을 받으실지, 벌써 궁금합니다. :)

인상 이야기가 나와서 덧붙이자면, 저는 김태용 감독님처럼 생긴 분을 좋아해요. 하하. 외모까지 마음에 든다는 게 점수를 더 주게 되는 요소.

라로 2011-02-24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니님~~~"내가 뭘 하고 싶은지 나도 궁금해요"라고 저도 늘 생각해.^^;;

그나저나 나는 김감독의 영화는 [만추]가 처음이네.
[여고괴담2]나 [가족의 탄생]을 찾아보고 싶게 만드는 리뷰야!! 이렇게 멋진 리뷰를 써주는 사람이 있는 김감독이 갑자기 왜 부러운걸까???( ")

치니 2011-02-25 11:54   좋아요 0 | URL
맞다, 나비 언니도 그런 분이죠! ㅎㅎㅎ 그러니 이렇게 인기가 높죠. 다음엔 또 무엇으로 우리를 놀라게 할까, 궁금하게 하는 사람.

[여고괴담2]는 상당히 무서워요, 밤에 혼자 보시지 말길. ^-^;;
[가족의 탄생]은 꽤 유쾌하게 보실 수 있을테니 남편 분과 같이 봐도 좋을 듯?

2011-02-24 2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25 1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와 2011-02-25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족의 탄생]도 그렇고 [만추]도 그렇고.
저는 이 영화들을 보면서 소름이 돋았어요.
그래서 김 감독의 다음 작품도 기대중입니다! ^^

치니 2011-02-25 11:57   좋아요 0 | URL
오, 레와 님도 [가족의 탄생] 보셨군요. 이 작품은 당시엔 흥행에 쫄딱 실패한 걸로 아는데, 의외로 나중에 챙겨본 분들 많은 듯. :)
저도요, 다음 작품 기대중이긴 한데, 솔직히 개인적으로 액션물이나 사극은 하지 말았음 하는 바람이;;; ^-^;

따라쟁이 2011-02-25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독은 <마음이 열리는 순간>을 담고 싶었다고 어디선가 본것 같아요. 저는 영화를 보면서 그 순간은 어디일까.. 하고 생각했었었어요.

멋진 리뷰에요^-^

치니 2011-02-25 11:59   좋아요 0 | URL
그 순간은 어디였을까요, 정말...처음 훈이 30불을 빌리던 때부터일까요, 아니면 애나가 장례식에서 오열할 때일까요, 그도 아니면 변사놀이? 아니면 하오/화이 놀이? 아니면....아, 매번 다, 였지 않을까요.

chaire 2011-02-25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리뷰 정말 좋네요. 감독과 영화에 대한 진심이 털옷 짜듯 언어와 언어 사이에 한가득..
가족의 탄생을 감동적으로 봐놓고도 그게 만추 김태용의 전작인 줄은 또 잊고 있었어요, 전.
만추를 봐야 할 이유가 늘었군요.
아참, 치니님의 '편애'라는 단어가 정겹습니다.

치니 2011-02-25 12:00   좋아요 0 | URL
카이레 님, 진심이 털옷 짜듯 언어와 언어 사이에 한가득, 이 표현 참 좋네요. 고마워요, 그렇게 읽어주셔서. :)
카이레 님도 제가 편애하는 알라디너인 거, 아시죠? (헤 - 낯 간지럽지만서도 커밍 아웃)

굿바이 2011-02-25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결국 사랑하게 되는 슬픈 예감과 운명을 탄식하는 동시에, 그 탄식의 행간 속 빛나는 하루살이의 환락! 캬~~~~~~~ 커피가 술처럼 꼴딱꼴딱 넘어가요 :)

그러니까, 저는요, 그런 걸 맨날맨날 일부러(!) 스스로 제 발로 찾다가 완전히 망해버린, 변태 오브 더 변태!! 그래도, 저는요, 막 그렇게 살래요. 그렇게 살아서 그렇게 사는 것들과 죽자살자 부대끼며 살래요. 이런 다짐을 이런 나른한 오후에 해요. 유후~~~
(봄이 온다고 하니, 춘삼월 미친년이기를 미리 선언하는 굿바이입니다)

치니 2011-02-26 12:46   좋아요 0 | URL
ㅎㅎㅎ 춘삼월 미친년, 낭만적인 굿바이 님, 저도 그래요, 그....변태 오브 더 변태!
인간이 좀 하루살이보다야 길게 살지만서도, 덧없이 환락에 목 메고 사는 거야 비슷하지 않습니꺼.

... 2011-02-26 0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를 보기 전에는 모든 리뷰를 그냥 지나쳤는데 보고 나니까, 하나 둘 찬찬히 읽을 수 있게 되네요. 저도 만추의 김태용감독이 유머감각을 꾸준히 유지해줘서 좋았어요! 유머감각을 일관되게 유지한다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

치니 2011-02-26 12:48   좋아요 0 | URL
저도요, 보기 전에는 아무리 리뷰가 궁금해도 읽지 않고 나중에 하나하나 봤어요. 모두 공감되는 편이었죠. 그 말은 아마도, 영화가 은근 다채로운 감성을 전해준다는 뜻이기도 하겠고요. :)
아, 저는 유머 감각 있는 남자에게 사족을 못 씁니다요.
 
환상의 그대 - You Will Meet a Tall Dark Strange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1 헬레나 (생물학적 노인, 여성, 아들을 일찍 잃은 아픔이 있고 슬하에는 딸 하나를 두고 있음)
인생이 무엇을 하든 순종하는 미덕을 갖춘 인간. 인간 종의 한계에 굳이 회의를 품는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는다. 늙고 병들고 사랑받지 못해도, 단순함과 맹목으로 언제나 어디서나 자신이 원하는 희망을 길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진정한 용자.

2 알피 (생물학적 노인, 남성, 헬레나의 전 남편)
인생이 무엇을 하든 자꾸 거스르려 하거나 이기려고 들어서 낭패를 보는 인간. 어리석은 짓을 하고 이를 깨닫자마자 다시 어리석은 짓을 하는 욕망의 노예. 안소니 홉킨스, 당신은 가장 멋지게 늙어가는 배우의 전당에 앉을 자격이 충분합니다.

3 샐리 (헬레나와 알피의 딸)
점쟁이의 허튼 소리를 믿는 엄마에게 '환상이 때로는 그 어떤 약보다 정신적으로 유익해'라는 말을 할 수 있을 만큼 영리하지만, 그 영악함이 이기심과 겹칠 때 스스로를 망친다는 사실은 모르는, 역시 어리석은 현대인. 하지만 이해해요, 다 부모 탓이죠.

4 로이 (샐리의 남편)
이 남자가 내게는 가장 홍상수 영화를 많이 떠올리게 한 장본인이자, 어쩌면 우디 앨런 자신을 조금쯤 투영한 인물이지 않을까 하는 의혹을 품게 만들었는데, 아 - 창작에 종사하는 모든 분들이여, 로이를 보고 정신 차립시다. 최악의 사태는 막아야 인생이 그나마 살 만하지 않겠습니까.

5 그렉 (헬레나의 직장 상사)
진정한 어장관리의 고수가 되려면 결국 포기할 물고기는 타이밍을 잘 맞춰서 포기해야 한다는 진리를 시사하는 남성. 우디 앨런은 이런 남자가 되고 싶었을 거야, 라고 나 혼자 생각. 흐흐.

6 디아 (로이의 새 여자친구)
5번 그렉에 비하면 한참 그 수가 떨어지는 여성. 예쁜 언니들은 이 여성이 맡은 역할을 보고 정신 차립시다. 가끔 참 예쁘고 똑똑한 분들이 이상한 남성을 만나는 이유가 궁금했는데, 아마 그건 오로지 허영심 때문인가봐요.

7 샤메인 (알피의 새 부인이자 생물학적으로 가장 젊은 여성)
비밀이 없는 사람은 매력이 떨어지는 법.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센스가 암만 발달했으면 뭐합니까.

*

극장은 꽤 넓은 편인데도 객석이 거의 꽉 찰 정도로 개봉 성적이 좋아서 깜짝 놀랐다. 역시 오래 꾸준히 하는 자가 이기는구나, 싶기도. 그리고 꽉 찬 관객들이 듬성듬성 적은 관객들보다 훨씬 조용해서도 놀랐다. 사람들은 남의 시선을 의식할 때(만) 점잖아진다.
간간히 적절한 타이밍에 흐흐흐, 울려퍼지는 웃음소리도 듣기 좋았고.
연휴에 보기에는 참 좋은 영화였지만 일상으로 돌아간 뒤에 이런 영화를 보면 좀 가슴이 답답해질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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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1-02-06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이 약혼남 괜찮았는데 말이죵 ㅋㅋ

치니 2011-02-06 20:00   좋아요 0 | URL
아, 디아 약혼남 말씀이죠? ㅋㅋ 웬디양 님 그런 타입 좋아하는구나 ~ 훗.

네오 2011-02-06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현든 든 생각, 우디 알렌의 영화제목은 항상 원어랑 우리나라랑 따로 노는것같다는 생각이 든네요~ 어떻게 You Will Meet a Tall Dark Stranger가 환상의 그대로,,우디알렌 그분께서 제목짓는데 얼마나 신경쓰시는분인데ㅎㅎ, 우디알렌의 영화는 마틴 스콜세지와 더불어 뉴욕을 사랑하시는분이죠,,테마는 잉마르 베르히만의 영화와 어딘가 닮아있죠,,그리고 녹색광선의 에릭 로메르의 영화를 전작을 다 보고서 들어던 느낌이 우디알렌과 비슷한데였어여~ 물론 에릭 로메르는 오손웰즈와 로베르트 로셀로니 혹은 독일문학의 적자이지만요.그리고 우디알렌은 진짜로 말의 미장센이죠,,전 이분영화보면 자막이 그가 내뱉는 대사의 함축적인 의미를 잡아내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되여,,REM과 더불어 미대학생이 좋아할만분

치니 2011-02-06 20:04   좋아요 0 | URL
A tall dark stranger 는 영화 속 대사로 직접 언급되는 '환상의 그대'에요. ㅎㅎ 네오 님 댓글 보니 정말 우디 알렌 씨가 우리말 제목을 아는지 궁금해집니다. 영화 속 대사가 나오는 장면에서도 언뜻, tall 하고 dark 한 낯선 사람이 과연 어떤 사람을 가리키는지, 애매해요. 영어 표현으로 키 크고 진한 인상의 (어두운 느낌의) 남자면 멋진 남자인 걸까요? 훔.

영화를 참 잘 아시나봐요. 저는 아직도 오즈 영화 못 봤습니다. 에고고.

네오 2011-02-07 13:23   좋아요 0 | URL
Tall Dark Stranger는 죽음의 사신입니다~ 그런데 로이 약혼남 조시 블로린은 이제는 코엔형제의 단골출연자가 되가는중이며, 개인적으로는 올리버스톤의 W에서 조지 부시하던 그때를 좋아해요~ 그리고 올해 아트하우스모모와 영상자료원에서 잉그마르 베르히만의 작품25편을 상영한다는 소식을 우연찮게 들었답니다. 아마도 올해는 베르히만의 해가 될것같네요^^ 우디알렌이 젋었을때 그의 영화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는 사실은 너무나 유명합니다. 아예 대놓고 베끼다시피 하는 지경까지요~

머 오즈의 영화안보면 어때요 지금 살아가는 삶이 더욱 소중한거져라는게 뭐 오즈의 테마인데 굳이 영화속에서 확인까지야,ㅋㅋ

아 그리고 황정은의 백의 그림자가 그렇게 좋은 소설이라면서여? 알라딘에서 리뷰읽다가 구매까지 했는데여 과감하게 치니님 땡스투눌러줬어옇ㅎㅎ
(자랑질^^v)

치니 2011-02-07 17:08   좋아요 0 | URL
아 - 그렇군요! 죽음의 사신인데 영화 속에선 왜 엠마가 그 말을 못 알아듣고...으음, 제가 못 알아들은 건가봐요. ㅋㅋ
아트하우스 모모는 들어가는 길이 ㅠ 미로. 지금까지 단 한번도 한번에 여기다 싶은 문을 찾아 들어가지 못했어요. 그치만 베르히만의 작품 상영 기간엔 저도 꼭 들러보고 싶네요. 네오 님이 그 작품 중 저 같은 초짜에게 걸맞을 만한 영화도 좀 추천해주세요.

백의 그림자 - 저는 좋게 읽었는데 어떤 이는 그저 그렇다고도 하고. 소설이란 취향을 많이 타는 거 같아요. 힛, 땡투 감사합니다 ~

네오 2011-02-09 13:27   좋아요 0 | URL
환상의 그대 봤어여,,바로 올해의 베스트로 직행여ㅎㅎ 정말로 우디 알렌은 격조있고 품위있는 영화라서 마음에 쏘오옥 들져,,괜히 시끄럽고 요란한 요새 영화보다는 훨씬 좋아여,,

베르히만 아직 개봉목록이 공개하지 않았고 디브디로 보실려면 흠 뭐가 좋을까여? 잘못 소개하면 욕바가지로 먹을수 있죠,,완전 난해한 작품들이 지뢰처럼 깔려있어서요,,그냥 사람들이 많이 소개하는 제7인 봉인여,,그런데여 알라딘 영화리뷰 서핑하다가 구스반 산트를 좋아한다는것을 알았어여,,치니님이,,흠,,제가 2000년대 최고의 작품이라면 엘리펀트가 일순위이기때문에 반가워여 ㅋㅋ

치니 2011-02-09 14:37   좋아요 0 | URL
오, 올해의 베스트로 벌써 지목하셨다니, 정말 마음에 많이 드셨나봅니다! ㅎㅎ 저는 굳이 구분하자면 우디앨런보다 구스반산트 쪽이 초큼 더 마음에 들어요. 엘레펀트, 그죠 ~ 아흑, 좋았습니다. 가장 최근의 그의 영화로는 라스트데이즈가 저는 무척 좋았어요. 돌아가신 커트를 사랑하는 마음도 물론 작용했고요. 엘리엇스미스를 비롯, 구스반산트 음악은 전부 다 제 취향이라서 그 점 때문에 특히 더 좋아하게 되는 것 같아요.
흠 - 베르히만은 그럼 조금 더 기다렸다가 목록이 나오면 땡기는 거 찾아보고 괜찮은지 여쭐게요. :)

네오 2011-02-09 21:33   좋아요 0 | URL
오홋,,라스트 데이즈,,왜 있잖아여 그 장면 마이클피트가 집안에서 That days 연주하면서 카메라가 달리샷으로 계속해서 롱으로 뒤로 빠지는거여,,그장면만 수백번 봤어여~ 커트 코베인의(너바나)모든앨범을 다 소장하고 있는저로서는 반갑기 그지없군여,,커트,,코트니 러브가 참 애썼는데,,딸이 무지 잘자라고 있다는 소식만,,엘리엇 스미스는 제목은 갑자기 생각안나는데 굿윌헌팅에서 엔딩곡으로 쓰이지 않았나여? 뭐 여러가지 영화에서 차용했지만여,,구스반산트의 모든 영화에 대해서 열혈지지자예여 저는~ 할수만 있다면 그에 대한 작가론을 그냥 하아악 쓰고 싶퍼여 ㅋㅋ

치니 2011-02-10 12:58   좋아요 0 | URL
앗, 네오 님 ㅎㅎ 제가 돼지 앞에서 코 뒤집는 짓을 했네요. 저는 너바나 앨범이라고는 달랑 1개 밖에 없고, 영화의 자세한 장면도 이제는 가물한데...와, 정말 대단하세요.
좋아하는 것에 완벽하게 몰두하는 분들이, 저는 늘 부럽답니다. :)
네, 엘리엇 스미스 음악이 굿윌헌팅에서는 엔딩 뿐 아니라 여러군데 쓰인 걸로 알고있어요. 이후 파라노이드 파크에서도 쓰였고요. 전 파라노이드 파크의 그 소년이 은근 이상형. ^-^;

네오 2011-02-14 12:56   좋아요 0 | URL
한번 댓글달기 신기록의 도전하고 싶네여^^ 너바나앨범의 유일한 한장이 'nervermind'인가여? 궁금궁금,,파라노이드파크 팜플렛보고 산트를 좋아하는 후배에게 물어봤어여 이애 남자야 여자야라고 후배가 남자라는 대답을하고 덧붙이기를 아마도 그가 그가 게이래서 미소년을 좋아하는게 아닐까라는 첨언을 듣고 음 그럴수 있지라고 저혼자 생각햇삽니다ㅋㅋ 파라노이드파크 영화 그자체만으로도 매혹적이져,,그런데 그 소년이 이상형여?? 외모만 놓고 봤을땐 최상급이져,성격은 흠;;

치니 2011-02-15 14:13   좋아요 0 | URL
하핫, 맞아요 그 앨범이에요. 그조차도 그 당시에 산 게 아니라 한참 나중에 선물 받았어요. 그래서 막상 커트가 죽은 그 당대에는 사람들이 왜 그리 애도하는지, 어리둥절하기도 했고. 한 마디로 뒷북 좀 쳤죠. ^-^;

파라노이드파크의 미소년, ㅎㅎ 그렇게 해석되기도 하는군요. 저는 근데 산트가 동성애자라는 거 어디서 들었던 거 같은데 또 까먹었었어요. 그 미소년은 나이 답지 않은 차분함, 깊고도 공허한 눈동자, 옷 입는 센스 등등이 제 이상형에 가까웠는데, 헤 - 성격은...

라로 2011-02-06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나도 봐야지,,,,어둠의 경로를 통해서라도 보고야 말테닷,,ㅎㅎㅎ

치니 2011-02-07 17:09   좋아요 0 | URL
앗 대전에서는 상영 안해주나요? 해줄 거 같은데...쩝.
어둠의 경로도 이용하세요? ㅎㅎ 왠지 남편 분이 반대하실 거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