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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해석 - 당신이 모르는 사람을 만났을 때
말콤 글래드웰 지음, 유강은 옮김, 김경일 감수 / 김영사 / 2020년 3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내 앞의 이 사람은 적인가 친구인가
누가 거짓을 말하고 누가 진실을 말하는가
타인을 파악하기 위해 선택했던 전략을
모두 수정해야 한다면?
<타인의 해석>
TALKING TO STRANGERS
'안녕'이라는 인사가 편한 관계가 있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라는 인사해야 하는 관계가 있습니다.
우린 인사말에서 친한 사람과 낯선 사람을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낯선 사람을 판단하는 것과 가까운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어느 경우가 되었든 '타인'을 판단하는 데에는 인간이 본능적으로 사용하거나 사회적으로 학습하여 사용하는 전략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말콤 글래드웰의 신작 <타인의 해석>은 관계에 대해서 새로운 시선으로 생각하게 만듭니다.
어떤 사람을 우연히 만나게 됩니다.
첫인상부터 근사한 사람입니다.
몇 마디 대화를 시도합니다.
서로 매우 잘 맞는다는 것을 느끼면 다음을 약속하게 됩니다.
첫인상은 좋았는데 대화가 안 통한다 싶으면, 형식적인 인사로 다음을 기약하기도 합니다.
짧은 순간 첫인상부터 잠깐의 대화를 통해 우린 상대방을 얼마나 정확히 판단할 수 있을까요?
낯선 사람에서 익숙한 사람이 되었을 때, 그 사람의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면 처음의 판단을 뒤집는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까요?
사람들은 낯선 이의 첫인상과 씨름한다.
사람들은 몇 달씩이나 낯선 이를 이해하기 위해 씨름한다.
누군가를 한 번만 만나도 씨름하고, 낯선 이를 여러 번 만나도 씨름한다.
사람들은 낯선 이가 과연 정직한지 평가하기 위해 씨름한다.
낯선 이의 됨됨이를 놓고 씨름한다.
낯선 이의 의도를 놓고 씨름한다.
혼란스러울 뿐이다.
<타인의 해석> - 말콤 글래드웰, [거짓말의 정체 : 두 가지 수수께끼] 69쪽
말콤 글래드웰은 사람을 상대하는 전문가 집단, 정치적 판단이 필요한 리더, 평범한 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의 예를 들어 타인을 해석하는 것에 있어서는 사회적 위치, 지위, 명예, 자본, 학력과 무관하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진실 기본값
투명성
결합
우리가 타인을 해석하는데 쓰는 도구 세 가지가 있습니다.
그중 첫 번째는 팀 러바인의 '진실 기본값 이론'입니다.
진실 기본값 이론은 '우리가 상대하는 사람들이 정직하다는 가정'을 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렇기에 진실을 맞히는데 우연보다 훨씬 유능하지만 거짓말을 맞히는 데는 우연보다 훨씬 무능합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믿는 것.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떠오른 것은 최은 재미있게 보기 시작한 '연애의 참견'이란 프로그램입니다.
누군가를 믿고 있다가 의심스러운 점이 점점 많아지기 시작하고 어느 선을 넘게 되면 그제서야 믿을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입니다. 그럼에도 남아 있는 의심 때문에 사연을 올리게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실제 사연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드라마는 대부분 믿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저자가 이 방송을 봤다면 더 많은 예시를 들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믿음은 의심의 부재가 아니다.
당신이 누군가를 믿는 것은 그에 관한 의심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타인의 해석> - 말콤 글래드웰, [진실 기본값 이론의 승리] 107쪽
두 번째 도구는 '투명성'입니다.
유명한 미국 드라마 <프렌즈>의 장면으로 투명성에 대한 글이 시작됩니다.
배우들이 보여주는 연기가 투명성의 대표적이라고 해요. 미국 드라마가 익숙하지 않아 생소했는데
투명성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게 되면 자연스럽게 아침 드라마가 떠오릅니다.
바쁜 일정에 챙겨볼 순 없지만 가끔 보게 되면 소리만 들어도 상황을 알 수 있거나, 소리 없이 화면만 봐도 배우들이 어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지 눈에 확실하게 보입니다. 물론 감정연기까지 매우 투명해서 감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투명성이란 행동과 태도, 즉 사람들이 겉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이 속으로 느끼는 방식에 대한 확실하고 믿을 만한 창을 제공한다는 관념입니다. -(투명성 가정의 실패, 190쪽)
누군가를 알지 못하거나
그와 소통하지 못하거나
그를 제대로 이해할 만한 시간이 없을 때,
우리는 행동과 태도를 통해 그 사람을 파악할 수 있다고 믿는다.
<타인의 해석> - 말콤 글래드웰, [투명성 가정의 실패] 190쪽
'가짜 웃음과 진짜 웃음이 있는데,
입꼬리만 올라가는 웃음은 가짜 웃음, 눈가에 주름이 잡히는 웃음은 진짜 웃음이다.'
한 번쯤은 이런 이야기 들어 본적 있을 거예요. 과연 이게 진짜일까요?
저자는 투명성이 일종의 신화라고 합니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텔레비전을 지나치게 많이 보고 소설을 너무 많이 읽으면서 주워들은 관념이라 말합니다. 사회화 과정을 통해 학습되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아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진짜 웃음과 가짜 웃음 역시 그 사람이 아니라면 알 수 없다는 말이 되겠죠.
어떤 사람은 입꼬리만 올라가는데 엄청 크게 웃는 것일 수 있습니다.
낯선 사람을 마주칠 때 우리는 직접 경험을 관념,
즉 고정관념으로 치환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고정관념은 너무도 자주 그릇된 것이다.
<타인의 해석> - 말콤 글래드웰, [투명성 가정의 실패] 203쪽
그렇다면 우린 투명성과 진실 기본값이란 것을 버려야 할까요?
철저히 팩트체크를 통해서 가려내야 할까요?
책을 읽으면서 '사람'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린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많은 것들을 배웁니다. 그중에 거짓말도 있고 진실하라는 말도 있습니다.
신의를 지키라는 말, 믿음이 있어야 된다는 말, 통틀어서 사회적 약속과 도덕이라고 하는 많은 것들을 배우고, 배운 것을 토대로 세상을 살아갑니다. 4차 산업 혁명 시대라고 하는 지금 '인간다움'이란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낯선 사람과 관계를 맺는 것에 오류가 있다는 것, 언제든지 수정 가능하다는 것, 사람은 기본적으로 진실하다는 믿음, 속과 겉이 다른 사람은 드물 다는 믿음. 그런 것들이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것들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투명성 문제는 결국 진실 기본값 문제와 똑같은 자리에 놓이게 된다.
낯선 사람을 대하기 위한 우리 전략에 큰 결함이 생겼지만 이 전략은 그래도 사회적으로 필요하다. 우리는 형사사법제도와 채용 절차, 아이돌보미 선발을 인간적인 과정으로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인간적 요건은 우리가 엄청난 양의 오류를 용인해야 함을 의미한다.
바로 이것이 낯선 이에게 말 걸기의 역설이다.
우리는 낯선 이에게 말을 걸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 일에 서투르다.
<타인의 해석> - 말콤 글래드웰, [투명성 가정의 실패] 207쪽
마지막 이야기는 '결합'입니다.
결합이란 무엇일까? 무척 궁금하지만 책을 통해서 알길 바라는 마음으로 힌트만 남겨두겠습니다.
우리는 낯선 사람이 움직이는 배경이 되는 맥락의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한다.
<타인의 해석> - 말콤 글래드웰, [결합의 파괴] 330쪽
책을 읽고 한 번쯤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우린 로봇이나 AI가 아닌 '사람'이란 것을요.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가 이웃을 대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미 배워서 알고 있던 것이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실천하지 못하는 무언가를 찾게 된다면 책을 읽었던 시간이 보람으로 가득 찰 것이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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