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갈 때 꼭꼭 약속해 - 교통안전과 학교생활 안전 어린이안전 365 2
박은경 글, 김남균 그림, 한국생활안전연합 감수 / 책읽는곰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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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서 '엄마가 케어할 수 있다'는 모 공기청정기 광고 카피를 들을 때마다 신경이 쓰인다. (시골의 공기조차 기계로 복제할 수 있다는 식의 오만한 컨셉은 그렇다 치고) 그게 가능하냐 이거다. 정말 슈퍼울트라 판타스틱하게 기능이 좋은 공기청정기라서 집 안을 맑은 공기로 채운다고 치자. 그래서 평창 부럽지 않은 명품 공기 속에서 아이가 곱고 깨끗하게 잘 자란다고 치자. 그럼, 학교에서는? 학교 가는 길에는? 친구네 집에서는? 학원에서는? 버스에서는? 응? 그런 것도 다 '엄마가 케어할 수 있다'고? 집에서 꼭 끌어안고 바깥의 나쁜 공기를 막아주면 그 아이는 괜찮을까? 설령 (오천만 번 양보해서) 괜찮다고 치자. (학교와 집과 학원과 차를 잇는 거대한 공기청정터널을 공사한다고 치지 뭐.) 그런 케어가 진짜 케어일까? 게다가 그 말에 보호가 아닌 '관리'의 의미가 노골적으로 드러나 아무튼 못마땅하다.

아이들은 집에서만 자라는 게 아니다. 별다른 사연이 없는 한 아이들은 어린이집에 가고 학교에 가고 그렇지 않더라도 최소한 집 밖으로는 나가게 마련이다. 언제나 부모 또는 그에 준하는 보호자가 아이를 따라다니며 돌볼 수는 없는 노릇이며 그렇다 한들 그게 아이를 위하는 일이라고 할 수도 없다. 그럼 어떻게 해야 될까? 아이가 제 스스로를 지키게 해야 한다.  

이름도 귀여운 '책읽는곰' 출판사에서 지난 1월부터 내기 시작한 '어린이안전 365' 씨리즈는 말 그대로 어린이에게 '안전' 교육을 시키는 참 쓸모있는 책들로 꾸려지고 있다. 이 씨리즈의 첫 권은 『소중한 내 몸을 위해 꼭꼭 약속해 』로 유괴, 유아성폭력 등 끔찍한 범죄로부터 아이가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자상한 매뉴얼을 제공하였다. 이 책은 단지 '낯선 사람을 조심해야 돼요' 하는 수준이 아니라 다양한 예문('몸이 아파서 병원을 찾는 중이니 내 차에 타서 알려줄래?' '강아지를 찾는 중인데 나랑 같이 가줘' '나는 글자를 읽을 줄 모르는데 우리집에 가서 편지 좀 읽어줘' 같은 이가 갈리는 말들)과, 낯선 사람과 꼭 말을 해야 될 때는 다섯 걸음을 물러나 있어야 된다거나 엄마랑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믿고 따라가면 안 된다는 등의 구체적인 설명이 나와 있어 나를 감동시킨 바 있다. (심지어 만일 유괴되었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도 나와 있다. "무서워서 밥이 넘어가지 않더라도 힘이 빠지지 않도록 뭐든 먹어두어야 해요"부분에서는 그만 목이 메었다.)  

이번에 나온 『학교에 갈 때 꼭꼭 약속해』는 아침에 집을 나서면서부터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기까지 골목골목에서, 학교 구석구석에서 조심해야 될 것들을 알려준다. '어린이는 몸집이 작아서 눈에 잘 띄지 않으니까 운전자들이 잘 볼 수 있도록 밝은 옷을 입어요' '어린이는 눈에 잘 띄지 않으니까 반드시 손을 들고 건너요' '내가 길을 건너는 동안 움직이지 말라는 뜻으로 운전자를 계속 보면서 건너요.' (아아 어린이로 사는 것은 정말 눈물겹게 치열하구나!) (교실에서)  '무거운 물건에 매달렸다가 물건이 쓰러지면 깔려서 크게 다쳐!'(그래, 아이들은 이 사실도 알려주어야 알게 되지!) '공을 주우려고 담장을 넘거나 높은 곳에 올라가면 안돼요. 그럴 때는 선생님께 도와달라고 해요.' (공을 잃어버리게 그냥 두라는 게 아니라 도움을 청하라는 말씀! 그러니까 무리하지 말라는 말씀!) 이번 책에서 나를 감동시킨 안내는 이것이었다. (집에 도착해서) '뒤에 따라오는 사람은 없는지 잘 살피고, 문을 꽉 잠그고 들어와요. 집에 아무도 없더라도 "다녀왔습니다!" 하고 크게 외쳐요.' 이 문장을 쓴 사람이 얼마나 어린이를 사랑하고 염려하는지, 그러면서도 얼마나 아이를 씩씩하게 만들고 싶어하는지 단박에 느껴져 코끝이 찡했다.  

나는 이 책들을 다른 자리에서 보고, 조카에게 주기 위해 따로 구입했다. 언니에게 책을 보내면서 꼭 조카와 함께 여러 번 읽으라고 말해줄 참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어른들이 다 헤아리지 못하는 어린이로 살아가는 일의 어려움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신발 끈이 풀리면 밟아 넘어질 수 있기 때문에 꼭 묶어야 된다는 것을, 어린이는 '누군가 가르쳐주어야' 알 수 있다. (답답해하면 안된다. 우리도 다 그렇게 컸다!) 책은 잔소리를 하지 않고 다정하게, 그리고 세심하게 아이들의 생활 속 안전수칙을 알려준다. 세상은 너무 위험한 곳이니까 부모님 선생님 말씀 잘 들어야 된다고 겁을 주지도 않는다. 읽고 나면 내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그리고 왜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 되는지(응?) 알게 된다. 어른들은 이 책을 반복해서 읽히고, 반복해서 읽자. 아이들은 엄마 혼자 '케어'할 수 없다. 사회도 노력은 해보겠지만 냉정히 말해서 완전히 책임질 수는 없다. 아이는 스스로 자기를 지켜야 한다. 그럴 수 있게 우리는 도와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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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04-06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나도 리뷰를 읽으면서 코끝이 찡했어요. 아무도 없더라도 '다녀왔습니다!'라고 외치는 아이라니오. 우리의 아이들은 너무 고단하고 피로해요. 그리고 세상은 지나치게 위험하지요. 그럼에도 꿋꿋이 자라야 할 아이들에게 정말 큰 도움이 될 책이에요. 어린이 날 선물 책으로 찜이에요! 네꼬님께 충성.(>_<)

네꼬 2009-04-06 23:54   좋아요 0 | URL
그래요 마노아님, 이런 책은 어린이날 선물로 마구마구 배포해야 돼요. 그것 참 좋은 아이디어! 저는 이 책들이 아이들을 무작정 겁 주지 않으면서도 실속있는 정보들을 주어서 정말로 좋았어요. 뒤에 나올 책들은 집 안에서 조심할 것들과 나들이 갔을 때 조심할 것들을 알려준다고 하니 역시 기대. 나는 마노아님에게 애정! (*_*!)

다락방 2009-04-06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는 제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훨신훨씬훨씬 더 깊게 생각하며 사는 많은 사람들이 있군요. 당연하게 추천을 누르고 기억해두겠어요. 아이들이 있는 친구들에게 한권씩 선물도 해야겠어요.

고마워요, 네꼬님.

네꼬 2009-04-06 23:55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요. 세상에는 사려깊은 사람들이 적지 않아요. (많다고는 하기 어렵. ㅠㅠ) 우리 이 책을 널리 널리 알립시다요. 우리 다락님도 보호 차원에서 한 권 사 드릴까? (진지)

또치 2009-04-07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흑... 세상이 왜 이러냐 ㅠㅠ 아이들 앞에 우리는 모두 죄인...

네꼬 2009-04-07 21:15   좋아요 0 | URL
저는 죄 안 졌어요. ㅠㅠ 우리 (어린이들과) 함께 잘 해보아요. 조심해서 살자구요. -_-

2009-04-07 16: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4-07 21: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니 2009-04-07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흑흑. 과연, 어린이만 저런 걸 조심해도 되는 사회인지 의심 가요.

네꼬 2009-04-07 21:17   좋아요 0 | URL
읽다 보니 그렇더라고요. 어린이도 어린이지만, 청소년도, 어른들도 모두 한번 새겨들을 조언들이 가득해요. 특히 교통안전에 해당되는 것은, 운전자 입장에서 또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순오기 2009-04-08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맞아요~ 가정에서 온실 속 화초처럼 키워서는 안되지요. 세상은 얼마나 험한지, 그 험한 세상에서 나를 지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줘야지요. 핑크색으로 쓴 부분, 중2 막내에게 큰소리로 읽어주고 알았는지 확인했어요. 우리 애들은 학원 다니지 않으니까 늦게 나돌아 댕길 염려는 없어서 다행이에요. 이 책 나도 알리는데 일조할게요.^^

네꼬 2009-04-14 18:06   좋아요 0 | URL
중2뿐 아니라 어른들도 새겨들을 지침이 참 많아요. 특히 운전하는 분들, 아주아주 새겨들을 것 많아요. 우리 모두 안전하게 살아요. (응?)
 
거짓말이 가득 창비아동문고 248
오까 슈우조오 지음, 노석미 그림, 고향옥 옮김 / 창비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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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정직하게 살아야 될까? 예를 들어 화장이 들뜬 친구가 나에게 ‘요즘 내 피부가 엉망이야. 네가 보기에도 그렇지?’라고 물었을 때 정직하게 “그러게.” 하고 말하는 게 좋을까? 예를 들어 못됐기 때문에 내가 싫어하는 A에 대해, 그를 잘 모르는 누군가가 ‘A는 어때? 참 착한 친구 같던데’라고 물어왔을 때 “저도 잘 몰라요”라고 거짓말하는 것은 나쁜 일일까? 예를 들어 너무너무 혼자 있고 싶은 날, 저녁 먹으러 오라는 엄마한테 회식이 있다고 거짓말 하고 혼자서 조용히 저녁 시간을 보내는 건? 별 볼일 없다고 생각되는 책을 두고 무슨 감동대작인 것처럼 보도자료를 쓰는 건? 무섭게 짖는 커다란 개에게 (벌벌 떨며) “착하지 착하지 착하다 착하다” 하는 건? 안 사랑하는 친구의 생일에 다 같이 부르는 축하 노래에서 ‘사랑하는 땡땡의 생일 축하합니다’를 눈 꼭 감고 불러버리는 건? 자기소개서에 나는 뭐든지 열심히 하는 성격이라고 쓰는 건?


이런 예는 얼마든지 더 들 수 있다. 저 좋자고 남을 속여먹는 못된 거짓말들 말들은 일단 빼고, 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거짓말들만 해도 세상에 한가득이다. 「거짓말이 가득」의 류우도 이런 저런 거짓말을 하루에 3회 정도 하고 산다. 일년이면 1095회 정도 되는 셈이다. 그래서 거짓말을 하면 커서 도둑이 되고 염라대왕에게 혀가 뽑힌다는 말을 들을 때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도 엄마에게 시험지를 안 보여주는 거짓말을 할 때 정도는 괜찮았다. 나쁜 장난에 당하는 교오꼬를 보면서도 힘 센 친구가 무서워 거짓말을 한 뒤 류우는 친하게 지내는 게이 아저씨 밥짱으로부터 (여장을 한 자기처럼) 사는 것 자체가 거짓말인 사람도 있으니 거짓말 좀 한다고 풀이 죽을 건 없지만 ‘자기 자신을 속이면 안된다’ 하는 알쏭달쏭한 말을 듣는다. 그리고 주위 사람들이 하는 거짓말의 진실을 알게 되면서 점점 머리가 복잡해진다. 엄마는 아빠의 트로피를 망가뜨렸다가 고쳐놓으면서 아빠의 자존심을 위해 거짓말을 한다. 류우는 우울한 고집쟁이 교오꼬가 집에서는 밝고 듬직한 맏이였다는 걸 알게 된다. 어느 날 류우는 곤경에 처한 교오꼬를 위해 ‘좋은 거짓말’을 하고 만다. 우리는 정직하게 살아야 될까? 아닐지도 모른다. 친구를 보호하기 위해서, 가짜 여자로 살더라도 행복하기 위해서, 끝까지 우정을 간직하기 위해서 하는 거짓말이라면 괜찮을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떳떳하게 사는 것, 남도 떳떳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류우는 밥짱의 마지막 거짓말, ‘슬픈 거짓말이었지만 따뜻한 거짓말이었’던 그 거짓말을 절대로 잊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거짓말이 가득』은 참 좋은 단편동화집이다. 나와 이름이 똑같은 할아버지에게 가야 될 편지가 나에게 잘못 배달되는 일, 옛집을 찾고 싶은 치매 노인 때문에 벌어지는 소동처럼 정말 있을 수도 있는 작은 사건을 실마리로 삼아 삶의 진실을 찾아가는 동화들이 묶여 있다. 무엇보다 간결하고 담백한 문장으로 눈에 선한 풍경을 그려내는 작가의 솜씨가 존경스럽다. 그는 역시 좋은 작가답게 야단스러운 상황이나 어지러운 기법 없이 한 문장 한 문장 동화의 품위를 잃지 않고 써내려갔다. 작가는 이런 말을 했다.

   
  예전에 일본은 한국을 식민지로 삼아 한국 사람들을 몹시 힘들게 했지요. 그런 과거의 일 때문에 저는 한국을 방문할 수가 없었습니다. 비록 제가 한 일이 아니고 국가가 저지른 잘못이지만, 왠지 떳떳하지 못하고 죄송한 마음에 한국으로 발걸음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중략) 지금 당장이 아닌 먼 미래에라도 좋으니, 저는 언젠가 꼭 제 작품을 읽은 한국과 일본의 소년 소녀 들이 제 작품에 대하여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꿈꾸고 있습니다. 「작가의 말 - 한국의 독자 여러분께」중에서  
   



그의 작품은 한국과 일본의 아이들, 아프리카와 러시아의 아이들, 미국과 스웨덴의 아이들, 어느 곳의 아이들이라도 모여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들이다. 삶의 진실이란 국경 따위는 가볍게 뛰어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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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04-06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울컥하게 되는거지? ㅜㅡ)

네꼬 2009-04-06 16:21   좋아요 0 | URL
왜 그런 거지? (^^) 다락님 그래도 우린 (가급적) 거짓말을 피하고 살기로 해요. (근육질 남자 좋아한다고 이제 고백하시지!)

향기로운 2009-04-07 16:32   좋아요 0 | URL
아.. 위에 있는 리뷰 읽으면서 다락방님처럼 울컥 거렸는데... 네꼬님 댓글땜에 분위기가 이상해져버렸다...T_T;; 어흐흐

무해한모리군 2009-04-06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작가의 말만 봐도 동화책이 사랑스럽게 보이는군요.

네꼬 2009-04-06 16:22   좋아요 0 | URL
덤덤한 듯하면서도 읽고 나면 뭉클해지는 책이에요. 저는 이런 고전적인 동화가 좋더라고요.

코코죠 2009-04-06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이란 참 근사하죠. 그 중에서도 동화는 정말 멋져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네꼬 2009-04-06 16:23   좋아요 0 | URL
반가운 오즈마님. 동화도 멋지고 오즈마님의 페이퍼와 리뷰들도 멋져요. 그 사진 참 멋졌어요. :)

순오기 2009-04-06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삶의 진실이란 국경 따위는 가볍게 뛰어 넘는다~~ 멋진 말씀이네요.
'거짓말을 하면 얼굴이 빨개진다'에서 님이 서두에 한 말과 같은 질문이 나와요.
어제 앞부분만 다시 봐서 생생하게 기억하거든요.^^


네꼬 2009-04-06 21:49   좋아요 0 | URL
아 그런 말이 나오는 책이 있었군요. 저도 읽어볼게요. 순오기님은 꼭 어제 다시 보셔서가 아니더라도 그런 것 참 잘 기억하시는 것 같아서 부러워요. @_@ 이 책도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어요. :)

마노아 2009-04-06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인용문은 하이타니 겐지로 책에서도 비슷하게 본 것 같아요. 진심이 전해지는 리뷰였어요. 아, 난 얄미운 친구의 돌잔치에 가서 축하한다, 네 딸 이쁘다~라는 하얀 거짓말을 해야 해요...(>_<)

다락방 2009-04-06 18:13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축하는 하되 네 딸 이쁘다, 이건 하지 마세요 -_-

마노아 2009-04-06 20:32   좋아요 0 | URL
음, 지금 생각해 보니 인물은 별로였던 것 같네요. 다락방님, 연습할게요. 자신은 없어요ㅠ.ㅠ

네꼬 2009-04-06 21:50   좋아요 0 | URL
응 나도 네 딸 이쁘다, 는 반댈세. 사실 저는 '축하한다'도 잘 못할 것 같아요. 가서 그냥 한번 웃어주고 와요. 가는 게 어디야! (근데 우리 착한 마노아님은 네 딸 이쁘다까지 하고 올 것 같아.)

도넛공주 2009-04-06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무조건 거짓말은 싫어요! ........그래서 말인데 나 예뻐요?

네꼬 2009-04-06 23:55   좋아요 0 | URL
도넛공주님, 예쁘시죠! 제 말, 믿으시는 거죠? (자자, 이것이 바로 심리전? ㅋㅋ)

치니 2009-04-07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이쿠, 저 오늘 거짓말 100개 정도 한 거 같은데요.
지금 6시 1분전이에요 지금부터 말 할 일은 거의 없으니 거짓말 안하기 다짐 중.

네꼬 2009-04-14 22:56   좋아요 0 | URL
치니님, 아이고 제가 답이 늦었어요. 저 미워하고 계신 거 아니죠? (거짓말로라도 그렇다고 해주세요. 헤헤.) 근데 '말 할 일은 거의 없으니 거짓말 안 하기 다짐' 좋네요. 나도 써먹어야지. 하린 군은 잘 있죠?
 
그랜 토리노 - Gran Torino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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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에 차곡차곡 쌓인 주름, 허리를 펴고 서면 오히려 살짝 틀어지는 자세, 이따금 알아듣기 어려운 발음(참, 영어지), 기침의 깊이, 걸음의 속도와 폭은 극 안팎의 그의 나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는 여든을 바라보는 할아버지다. 누구에게 허리는커녕 목도 굽혀본 적 없을 할아버지. 늘 미간에 힘을 주고 있어서 그의 눈은 얼마나 깊은지 짐작할 수 없지만, 그가 지금 누구를 노려보고 있는지는 분명히 알 수 있다. 그가 손가락으로 총질 시늉을 하면 손가락에서 연기라도 나는 것만 같다.

그는 아내의 장례식장에 배꼽티를 입고 나타난 손녀를 보면서 나직이 그르렁거리고, 뭐 건질 것 없나 주위를 어슬렁대는 자식들에게 침을 뱉으며, 그 자신이 폴란드에서 온 미국인이면서도 동네를 채워가는 동양계 이웃들에게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는 지난날 한국전에서 용감히 싸워 훈장까지 받았고, 늙을 때까지 포드 자동차 공장에서 몸으로 일했으며 반세기에 걸쳐 용도와 크기가 모두 다른 공구를 모았고, 자신이 조립한 72년형 '그랜 토리노'를 보물로 여긴다. 

집 앞에 의자를 내놓고 앉아 맥주를 마시며 세상을 개탄하는 날들을 보내고 있지만, 젊은 깡패들에게 "너희가 절대로 마주쳐선 안 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바로 나다"라고 을러대고, 갱 한 명 정도는 완력으로 제압할 수 있을 만큼은 근육에 힘이 있다. 제일 친한 친구와는 만나서 헤어지는 순간까지 각자 보유하고 있는 욕의 마지막 하나까지 꺼내 보이는 것으로 우정을 확인한다. 그는 "여자와 차와 직업이 없다는 사실을 절대 입 밖에 내지 않아야 한다"고 믿으며 그 인생의 진리를 어린 남자에게 전수한다. 그렇다. 그는 늙은 마초였다.

그는 제 몸과 가족을 건사하는 마초다. 동양인이라면 질색하고 경찰을 무시하며 신을 믿지 않고 이웃을 성가셔하지만, 결정적으로 제 힘으로 자신과 가족, 필요하다면 이웃을 지킨다. 여성주의라면 콧방귀도 아까워하겠지만 자기 여자를 위해서는 목숨을 내놓고 싸우는 그런 종류의 남자일 것이다. 그는 잠깐 기대 선 옆집 탈수기가 균형을 잡지 못해 흔들리자 그 자리에서 고쳐놓고 수도와 선풍기를 손봐준다. 이래서 집엔 남자가 필요한 거라는 듯이.

그리고 그는 반성과 괴로움을 아는 마초다. 참전의 기억은 그의 자존심을 지탱하는 버팀목이지만 사람을 죽인 일, "명령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유의지로" 사람을 죽인 일을 괴로워한다. 그가 타오에게 "지금 너처럼 겁에 질린 소년병의 가슴에 총을 겨누고 받은 훈장"에 대해 고백할 때 그는 진정 고독한 마초였다.

지금 그가 지키고자 하는 것은 일본차를 세일즈하는 아들녀석도, 할아버지의 소파를 제 기숙사에 갖다 놓으려는 손녀딸도 아니다. '그랜 토리노'를 훔치려고 했던 옆집의 동양 아이 타오(누나가 시키는 대로 설거지나 하고 있으니 저래서 남자 구실하겠냐고 집안의 걱정을 듣던)와 그의 누나 수가 지금은 그의 가족이다. 그 아이들이 그에게 찾아왔고, 그에게 사람들과 통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었기 때문이다. 아니 사실 그가 '타오'를 돌보겠다고 마음 먹은 것은 타오가 착했기 때문이다. 미국적 가치를 실현할 준비가 된 예비 미국인이어서가 아니라, 난처한 이웃집 아주머니를 스스럼없이 도와준 소년이기 때문이다. 그는 타오로 하여금 맞은편 낡은 집을 고치게 함으로써 노동의 가치를 알게 한다. 그는 지시로써 아이가 일을 '익히게' 한다. (아이와 함께 일을 한다거나 일하는 아이에게 격려를 주거나 하지 않는다!) 아이가 대학에 갈 자금을 마련하도록 일자리를 알아봐주고 면접을 준비시키며(앞에서 말한 '욕' 전수), 첫 출근에 필요한 기본적인 도구를 준비해준다. 그리고 아이가 데이트를 나갈 때, 그랜 토리노를 빌려주겠노라 한다.  

타오가 자라는 걸 깊은 눈으로 지켜봐주고, 이 남매를 위협하는 갱단을 (아이들 모르게) 손봐주고 마당에서 함께 고기를 구워먹으면서 그에게 평온한 날들이 계속되는가 했으나 타오가 갱단에게 린치를 당하고 수가 끔찍한 폭행과 강간을 당하면서 그는 일생일대의 마지막 전투를 준비한다. "갱단이 있는 한 절대로 행복할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한 복수. '놈들이 예상하지 못한 방식'의 복수.  



언젠가 김어준은 "인문학적으로 각성한 마초, 그거 가능하다"고 했는데, 그 말은 마치 "우주의 어느 별에도 알고 보니 물이 있어서 생명체가 살더라"는 말처럼 그럴 듯하면서 아득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 나니 그 별에 가는 방법이 발표된 것처럼 희망이 구체화되었다. 즉, 다음과 같은 것들이 사실은 가능한 것이었다: 영리하고 세련된 희생. 인종차별주의자의 휴머니즘. 보수주의를 담아내는 총명한 노(老)감독. 섹시한 노(老)배우. 「그랜 토리노」는 이런 어불성설로 만들어진 영화다. 어불성설로 만들어진, 최고의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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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9-03-24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아아 볼래볼래볼래요 볼래요. ㅎㅎㅎ 다시 봐야할 영화들이 죽죽죽 늘어나고 있어요. 흐흐.

네꼬 2009-03-24 15:49   좋아요 0 | URL
봐요 봐. 난 안 그래도 이 마초 할아버지를 사랑하는데 얼마나 좋았는지 집에 와서 쓰러졌다오. ㅠㅠ

Mephistopheles 2009-03-24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는 말이죠. 감독 크린트 이스트우드 뿐만이 아니라 배우, 그리고 인간 크린트 이스트우드의 모든 것이 담겨진 영화에요..^^

네꼬 2009-03-24 14:29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그의 모든것이 담겨있는 듯해요. [밀리언달러 베이비] 때보다 목의 주름이 더 ㅠㅠ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어쩜 그리 멋질까요?

Mephistopheles 2009-03-24 21:10   좋아요 0 | URL
멋지게 지조있게 살아와서가 아닐까요. 물론 이런 그도 굴곡이 있었데요. 카멜시 시장으로 있을 때였나. 혼외정사로 자식이 하나 있었다는게 밝혀졌었죠. 그런데 비난을 할 건덕지가 없었던게. 생활비부터 학비 모든 것을 지원해줬었다나봐요. 그리고 공식적으로 그 아이도 자신의 자식이라고 분명하게 인정하기까지 했고요..^^

네꼬 2009-03-25 09:55   좋아요 0 | URL
역시 보수주의의 핵심은 책임감 -_- 할배 좀 짱인듯 :)

urblue 2009-03-24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말씀대로, 월트 코왈스키는 딱 클린트 이스트우드 자신인 듯 싶어요. 저렇게 늙어가는 마초 할아버지라면, 나름 귀엽잖아요? ^^
마지막 "그랜 토리노"를 부르는 할아버지 목소리가 특히 멋지더라구요.

네꼬 2009-03-24 14:30   좋아요 0 | URL
나름 귀여운 정도가 아니라 초섹시하더라고요. '나도 남은 생애 착하게 살면 다음 생에는 그의 아내로 태어날 수 있을까?' 그게 영화를 본 저의 소감. ㅠㅠ

Mephistopheles 2009-03-24 21:10   좋아요 0 | URL
워낙 재즈에 조예가 깊고....피아노도 잘치는 멋쟁이 할부지라서..^^ 노래쯤이야..

네꼬 2009-03-25 09:56   좋아요 0 | URL
(기절)

치니 2009-03-24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추천 우선 꾹 누르고,
볼래요볼래요볼래요! 안 그래도 찍어놓았던 영화인데 네꼬님이 이렇게 적어주시면 아이고 봐야죠 봐야죠.

네꼬 2009-03-24 14:32   좋아요 0 | URL
의외로 관객이 꽤 되더라고요. 근데 영화가 내내 심각하거나 하지 않고 온화하고 심지어 이따금 웃기기도 했어요. 저는 한번 더 볼까 하고 있어요. ㅠㅠ 저는 이런 마초 할아버지한테 한없이 약해요. ㅠㅠ

다락방 2009-03-24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지난 일요일,
화장도 하지 않고, 머리도 감지 않고 모자를 푹 눌러쓰고 가서(연예인인듯!) 혼자 보았어요. 손수건도, 휴지도 없이 들어가 앉았다가 맨손으로 맨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냈죠.

아, 그의 복수, 그의 선택!!


화제의 서재글로 가기 위한 다섯번째 추천은, 당연히, 저여요!!

네꼬 2009-03-25 09:59   좋아요 0 | URL
다락님 홈페이지에서도 이 영화 리뷰를 보았어요. 리뷰를 보면서 또 눈물이 핑. 맞아요. 나도 '그건 안 돼요, 그건 안 돼' 하면서 보았는데 그의 선택은 정말....연륜이 묻어나는 결말 참 좋았어요. 추천 안 해 줘도 되니까 만나줘요 만나줘. (^^)

Arch 2009-03-24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안녕하세요. 히^^
화제의 서재글에 벌써 올랐지만, 그래도 추천 꾹 눌렀구요.
요즘 마초에 관해 관심이 생기고 있는데 마침 제대로 된 영화, 아니 네꼬님 영화평이란 생각에 반가운 맘이 생겨납니다.
저라도 이런 마초라면 한없이 약해질 것 같아요.

네꼬 2009-03-25 09:49   좋아요 0 | URL
아치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싱글벙글). 관심 고맙습니다.
저는 안 그래도 마초를 사랑하는 마음을 숨기고 살아왔는데, 클린트 이스트우드 할아버지를 보니 이젠 커밍아웃해도 될 것 같아 안심이에요. 착하게 살아서 다음 생에 이분의 아내로 태어나고 싶어요(다시 강조). ㅎㅎ

프레이야 2009-03-24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영화 정말 감동이더군요.
엔딩이 올라가며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으며 하염없이 앉아있었어요.
여운이 어찌 묵직하고도 날렵하던지요.
네꼬님 리뷰가 참 좋아요.^^

네꼬 2009-03-25 09:50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저도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노래를 들으면서, 어쩔 수 없이 울고 말았어요. 그런데 여운이 묵직하고 날렵하다니 으와, 바로 그거였어요! (칭찬 고맙습니다. 언제나 다정한 혜경님 헤헤--좋댄다)

무스탕 2009-03-24 2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네꼬님♡
저도 이 영화 보고싶어요. 솔직히 요즘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고 살고 있는데 네꼬님이 저를 달궈주셨어요.
알았어요. 이 영화 꼭 볼께요!!
저도 클린트 아저씨 좋아해요 :D

네꼬 2009-03-25 09:53   좋아요 0 | URL
앗 무스탕님 ♥
저는 지금 보고 싶은 영화를 몇 편 꼽아두었어요. <그랜 토리노>는 벼르던 영화인데 혹시 금방 내려갈까봐 부랴부랴 서둘렀어요. 이 영화는 정말 추천추천.'더티 해리'의 퇴직 후를 볼 수 있어요 :)

마노아 2009-03-25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피가 막 끓어올라요. 저도 꼭 볼게요. 같이 초 섹시 클린트 할아버지에게 푹 빠질래요!!!

네꼬 2009-03-25 09:53   좋아요 0 | URL
음, 마노아님은 보시면 아마.. 꼭 휴지 가지고 가세요. (넉넉히) 다락님처럼 낭패 보실라. ㅎㅎ 자자 우리 알라딘 안에 팬클럽 만들까요?

라로 2009-03-25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가 끝나고도 한참동안(지금까지) 가슴이 먹먹했더랬어요,,,,
네꼬님은 정말 따뜻한 시선을 갖고 계신분인가봐요~. 마초 할배에 대한 표현이 넘 다정해요~.^^

네꼬 2009-03-25 09:54   좋아요 0 | URL
맞아요 맞아요 나비님. 저도 일요일에 보고 오늘까지도 자꾸만 생각이 나요. '사는 문제'에 대해 자꾸 생각하게 되지요. 마초도 좋고 할아버지도 좋은데 마초 할아버지라니, 저는 그저 눈이 어질어질 할 뿐입니다요. @_@

2009-03-25 1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꼬 2009-04-01 09:58   좋아요 0 | URL
엣 그런 게 어딨어요! 흥. 그럼 제가 새치기. 히히히.

2009-03-25 1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4-01 1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리스 2009-03-26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상태로 관람해야 해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데 네꼬님이 초강력 뽐뿌질을 하시네요. ㅎㅎㅎ 빨리 보고 싶어졌어요. :)

네꼬 2009-04-01 10:01   좋아요 0 | URL
이리스님. 제 '줄거리 요약 서비스' 맘에 드셨어요? ^^ 이런 영화는 꼭 일찍 극장에서 내려오기 마련이니 어서 가 보시어요. 어서요 어서~ (채근채근)

이런생각 2009-03-26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랜토리노 마지막에 엔딩곡 올라올 때 정말 울컥 했다구요..
노장의 사회를 향한 유언 같은 작품이었습니다.

굳이 작가나 감독이 아니라도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살아온 궤적이나
산물을 통해 사회에 바래지 않을 뜻을 남길 수 있다면 그것이
아름다운 삶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 영화였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이 시대의 아름다운 사람 중 하나이지 않을까요?
요즘 우리나라는 보수와 진보가 서로 헐뜯기에 바쁜 것 같아 보이는데..
그들이 정치적 입장이야 어떻든 진정 그들의 목적이 사람의 사람됨을 지키기 위해
그토록 열을 올리는 것이라면 모든 이들이 서로를 응원해 줄텐데..하는 아쉬움이
절로 나왔습니다.
그들에게 이 영화를 권하고 싶네요.

네꼬 2009-04-01 10:06   좋아요 0 | URL
책상머리엔님 안녕하세요? (책상머리라... 저는 주로 밥상머리...)
한겨레에서도 이 영화를 유언에 빗대었더랬죠. 영화를 보니 정말 그 표현이 맞구나 싶더라고요. 이렇게 살아왔고, 그래서 떳떳하고, 노년에야 알게 된 부끄러움도 있지만 그런 것 역시 솔직히 고백하니 문제를 푸는 일은 후대에 남기겠다, 하는 것 같았어요. 저는 정말이지 이런 노인 너무 좋아요. (응?)

가만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에 보수나 진보라고 이름 붙일 만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어요. '이익' 말고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 보고 싶어요. 음, 그래야 제가 본받을 텐데.. 여태 본보기가 없어서 이러고 있다는... (퍽!)

마노아 2009-03-26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네꼬님, 영화 리뷰 당선 축하해요~ 뭔가 한 건 할 줄 알았다니까요.^^

마노아 2009-03-29 16:59   좋아요 0 | URL
어제 이 영화 보고 왔어요. 네꼬님 생각이 났어요. 네꼬님 리뷰를 다시 읽으니 영화의 감동이 또또 밀려와요.(>_<)

네꼬 2009-04-01 10:08   좋아요 0 | URL
이상한 일이에요. 역시 아직 영화 리뷰들을 안 쓰고 계신걸까요? 이렇게 줄거리 요약 서비스를 제공한 리뷰를 뽑아주시다니.. (아마도 고르신 분이 이 영화 팬인가봐요!) 영화 보고 왔어요? 그렇지 그렇지 좋지 좋지? (바짝 붙었음)

순오기 2009-03-27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영화 리뷰 당선 축하해요~ 이 영화 우리 동네선 아직 안해요.ㅜㅜ
어쩌면 아주 안 할지도 몰라요, 대중적이지 않은 건 잘 안 걸어요.엉엉~~

네꼬 2009-04-01 10:09   좋아요 0 | URL
엄마야 '아주 안 하'지는 않기를! 이 영화는 미쿡에서는 흥행 대성공했다던데, 우리는 미쿡이 아니니 그정도는 아니겠지만 누구나 보고 공감할 영화라구요. 게다가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그렇게 박대하면 안되죠. ㅠㅠ

2009-04-02 21: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4-06 13: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09-04-06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할아버지 넘 멋져요~
나도 저렇게 멋지게 늙어야징..

네꼬 2009-04-06 17:25   좋아요 0 | URL
크핫 맞아요 맞아. 일명 '클간지' (^^)

고라니 2009-04-27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섹시한 노老배우'에 세 표.

ㅎㅎ 정말로 오랜만이지요? 네꼬님. ^ ^
영화평론가 이동진씨는 저 노배우에게 (작품성을 따지기에 앞서)
'그저 만수무강만 하시길..' 이라는 강한 염원성 발언을 하던데요.
제 생각에도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정말 멋진 배우-감독인것 같아요.

아, 네꼬님- <맑은 날엔 도서관에 가자> 라는 동화 읽어보셨나요?
오늘 방송에서 책 소개를 들었는데 오랜만에 가슴이 두근두근 한던데요..
네꼬님이 동화를 사랑하는 듯하고 또 좋은 책인 것도 같아 말씀드려봅니다. ^ ^

 
교양 있는 고양이 많이있어와 루돌프 한림 고학년문고 9
사이토 히로시 글, 스기우라 한모 그림, 고향옥 옮김 / 한림출판사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우동'이었다. うどん. 식당 이름은 잊었지만, 간판 한쪽에 조그맣게 쓰여 있던 うどん이 내가 교재 밖에서 처음으로 읽은 일본어였다. 한겨울 종로바닥에서 우. 동. 이라고 소리 내는 순간, 그 소리가 어떤 사물을 가리키는지 내가 안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따끈한 국물을 마신 것처럼 몸이 갑자기 따뜻해졌다. 가벼워졌다. 그 정도가 아니었다. 날아갈 것 같았다. 그래, 이제 일본어를 읽을 수 있어! 그 일 년 전 선배들을 따라 아무 생각 없이 일본 여행을 갔을 때, 말을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히라가나 가타가나를 한 글자도 읽을 수 없다는 사실에 뒤늦게 얼굴이 하얘져서 일본어를 할 줄 아는 선배에게서 10쎈티도 안 떨어지려고 징징 울며 쫓아다녔던 나다. 일본어 학원에 등록을 해놓고 먼저 히라가나라도 외우기로 결심했는데 그게 쉬울 리 없었다. 나는 조그만 카드에 히라가나를 한 글자씩 쓰고 뒷면에 "카" "키" "쿠" 등 발음을 적었다. 그러곤 (무작위로) 카드를 뒤집으면서 내가 읽은 게 맞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카드를 다 뒤집은 다음에는 "카"라고 쓰인 카드를 보고 연습장에 'か'라고 써본 다음 카드를 뒤집어 그게 맞는지 확인했다. 이 단순한 암기를 위해 이 나쁜 머리를 얼마나 굴리고 이 둔한 손을 얼마나 고생시켰던가. 그랬던 내가 드디어 "우동"을 읽은 것이다. 이제 됐다. 당장 일본으로 뛰어갈 테다. 맨 처음 눈에 보이는 식당에 들어가 우동을 주문해야지. 이제부터 나는 우동을 제일 좋아할 테다. 불끈.

그랬던 나이기 때문에, 『교양 있는 고양이 많이있어와 루돌프』에서 루돌프를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자부한다. (물론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인간의 글자를 익히고 있을 고양이들은 빼고.) 루돌프는 고양이다. 생선가게 주인에게 쫓겨 도망가다가 도쿄로 가는 트럭에 올라타는 바람에 떠돌이 신세가 되기 전까지는, 사람의 집에서 사람과 함께 사는 고양이였다. 낯선 곳에서, 그것도 완전히 집 밖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해야 하는 막막한 처지이지만 루돌프는 기죽지 않는다. 뒤에서 날아드는 돌멩이가 얼마큼 멀리 가는지 만으로도 던지는 사람의 상태를 짐작해 뛰면서도 전략을 짜고, 음식을 먹기 전 안전한 장소인지 먼저 살피는 것이 몸에 배어 있을 정도로 제 몸 하나 건사할 능력이 되는 '고양이'인데다가 도쿄에 정착한 첫 날 알게 된 고양이 '많이있어'가 든든한 형님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이 이상한 이름에 나는 사실 불만이 좀 있다. "나는 루돌프다. 넌?" "나 말이냐? 내 이름은 말야, 많이 있어." "뭐? 이름이 '많이있어'야?" 이런 대화 끝에 루돌프가 많이있어를 많이있어라고 부르게 된 것인데, 아무래도 좀 어색하다. 아마도 작가는 무언가 사연이 많은 고양이라는 의미로 이런 이름을 붙였을 테니, 누구 말대로 '파란만장'이나 '잔뜩이' 같은 이름으로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하지만 다른 대목에서는 모두 번역이 아주 재미나므로 통과.)

많이있어는 다른 고양이들보다 덩치가 큰데다가 싸움을 아주 잘해서 근방의 고양이들이 벌벌 떤다. 그런 많이있어의 카리스마를 완성하는 것은 바로 그가 글자를 읽을 줄 안다는 것. 전 주인이 그를 두고 외국으로 떠나기 전에 글자를 가르친 것이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고양이가 글자를 익혔는지 안 익혔는지 주인이 정확히 알 수는 없었겠지만 어쨌든 끈기 있는 반복 학습 끝에 많이있어는 '신문 정도'는 읽을 수 있게 되었는데, 이게 그의 길고양이 생활에 많은 도움을 준단다. 루돌프는 많이있어에게 글자를 배우기로 하고 날마다 모래밭에 글자 쓰는 연습을 한다. '앞발이 먹먹'해지도록. 카드를 뒤집으면서 히라가나를 외웠던 내가 그 위로 겹쳐지는 게 당연하지 않겠느냔 말이다. 참, 머리말에서 루돌프가 말하길, "인간이 인간의 글을 배우는 데도 고생고생하는데, 하물며 고양이가 인간의 글을 배우는 건 더 힘들지 않겠니?" 네에.

그런데 고양이가 글자를 알아서 좋은 게 뭐가 있을까? 두 고양이가 들락거리는 초등학교의 급식실 메뉴판을 읽어서 스튜가 언제 나오는지 알아두는 것도 물론 아주 중요한 일이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바람에 날려 온 포스터를 읽어 집으로 돌아갈 단서를 얻는 것처럼 중차대한 일에도 쓸모가 있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그건 바로 '교양'을 쌓는다는 것이다. 많이있어와 루돌프가 말하는 교양은 책에 나와 있으니 내가 말하지 않겠다. 다만 이 두 고양이조차 모르는 사실이 있으니, 그것은 이들이 글자를 알게 되면서 생각과 생활과 모험의 범위가 넓어지고 더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게 되고 끝내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 데 성공한다는 것이다. (이건 한 편의 좋은 동화가 한 사람에게 끼치는 영향과 일치한다.) 물론, 인간의 글자 따위를 모른다고 해서 고양이들이 생활하는 데 큰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분명히 드러난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긴 하지만.


그런데 '글자를 배우는 고양이'라는 건 이 책에 들어있는 촘촘한 모험담의 일부에 불과하다. 고양이 눈에 비친 인간 군상, 많이있어의 숨은 상처, 그를 견제하는 무서운 개 데블, 그 둘 사이의 다툼이 가져온 뜻밖의 결과, '미련한 자는 절망을 안고 사는 법', 루돌프의 마지막 결정, 그리고 다음과 같은 중요한 대목이 결말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나는 말할 수 없다.


   
 

"야! 비둘기 너! 한입 거리도 안 되는 자식이 까불고 있어. 한 번만 더 이 부근을 얼쩡거려 봐라. 그땐 두 귀때기를 싹둑 잘라 도라에몽 얼굴로 만들어 주겠다, 알았냐!"
그렇게 말하고 비둘기를 노려보니, 비둘기는 귓불이 없어서 원래부터 도라에몽 얼굴을 하고 있었다. 비둘기는 "꾸우." 하고 한 번 울고는 날아가 버렸다. 나는 좀 머쓱해서 부끄러움을 감추려고
"야, 이 멍청아, 꼴좋게 됐다!"
하고 누가 멍청인지 뻔히 알면서도 그렇게 소리쳐 보았다.

 
   

마지막 한 페이지까지 손을 떼지 못하게 이어지는 사건들이 얼마나 개연성 있는지, 잊을 만하면 한번 씩 나오는 유머가 얼마나 귀여운지 나는 글로 설명을 할 재간이 없다. 다만 이 책이 (필시 사연이 있을 것이나 납득하기가 어려운 표지에도 불구하고) 바로 네꼬 씨가 뽑은 '올해의 책'이라는 것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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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08-11-30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글 안 써주신다고 징징 댄 보람이 있군요. 역시 네꼬님은 최고.

네꼬 2008-12-02 22:01   좋아요 0 | URL
하하 어디서 징징 소리가 들린다 했더니 치니님이었군요. 으하하. 좋아라. 고맙습니다. (쓰다듬을 강요하며 머리를 들이밀고 있음.)

도넛공주 2008-11-30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네꼬님 리뷰 중에서 상당히 어려운 축에 속하는 듯...그래도 책은 웃긴다 이 말이지요?

네꼬 2008-12-02 22:02   좋아요 0 | URL
ㅠㅠ 어려운 리뷰로 보였다면 (역시) 제가 막 어수선하게 써서 그런 거예요. 이 책은 아주 단순하며 가지런하면서도 개성이 있고 꽉 짜였으면서 유머가 있어요. 그러니까... 제 리뷰하고는 정반대. (왜 이리 슬플까요.)

하이드 2008-12-01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의 고양이는 네꼬님과 닮았...
재미있을 것 같아요. 보관함으로 슝-

네꼬 2008-12-02 22:03   좋아요 0 | URL
아니아니 하이드님 저 고양이와 제가 어딜 봐서 닮...
보관함으로 슝-보다 어째 하이드님이 슝-하고 도망가시는 것 같은데요. 어딜!

L.SHIN 2008-12-01 0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 먼저 인사부터 하고, "나의 네팡, 안녕! 오랜만입니다! 웡웡~!! ^^"

제가 처음에 히라가나를 배울 때는, 가르치는 사람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50분 주겠다. 외워"
그 선생이 조금 무서웠기 때문에 저는 미친듯이 그 시간 안에 외웠습니다만은,
도무지 가타가나는 안되더군요.ㅡ.,ㅡ (지금도 가타가나는 싫다눈..)

그런데, 이 리뷰, 참 마음에 드는군요.(웃음)

한,두 달 전이었던가.
밤에, 짚 앞에서 길 잃은 새끼 고양이를 보았습니다.
처음 봤는데도 저를 무척 따르더군요. 솔직히 말해 키우고 싶었습니다만은..
같이 사는 S의 반대로..너무 가슴 아파 하며 집 앞에 우유만 놓고 복도에 숨었습니다.
그렇게 수십 분, 고양이가 저를 찾아 우는데도 저는 조용히 창문에서 처다만 보았는데,
지금도 생각이 나서 가슴이 아프군요.
그냥 내가 좀 강하게 키우자고 우길걸..하는 후회도 해봅니다.(씁...)

네꼬 2008-12-02 22:05   좋아요 0 | URL
왈왈왈! 아니아니 쿠션님. 우리 너무 오래간만이잖아요. (나도 쿠션님도 우리가 함께도!) 저도 왕왕왕이에요.

아니 히라가나를 어떻게 50분만에 외우셨어요. 강하게 배우셔서 일본어에 강하시구나. 저는 더듬더듬 배운 덕에 여전히 더듬더듬 하고 있어요. (핑계는!) 그 고양이도 꼭 자길 데려다 길러달라기보다 알아봐줘서 고맙다는 뜻으로 그렇게 야옹거렸을 거예요. 음... 그런 의미에서 아쉬운 대로 저를 데려다 기르시는 건 어때요?

L.SHIN 2008-12-03 07:18   좋아요 0 | URL
좋죠.
'아쉬운대로'가 아니라 '기쁘게도' 데려다 기르겠습니다. ㅡ_ㅡ (훗)
그 전에..방 청소 좀 하고요..ㅋㅋㅋ

네꼬 2008-12-03 08:39   좋아요 0 | URL
하핫. 이 쿠션 저 쿠션 먼지 나게 뛰어다녀야지. ㅋㅋ

보석 2008-12-01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필시 사연이 있을 것이나 납득하기가 어려운 표지에도 불구하고" 낄낄. 뭐..디자이너에게도 일러스트레이터에게도 사연은 있겠지요. 재미있을 것 같아요.

네꼬 2008-12-02 22:07   좋아요 0 | URL
낄낄. 하핫. (디자이너에게 미안한 마음.) 본문의 일러스트는 좀 예스럽긴 해도 귀엽고 좋아요. (해석이 좋아요 해석이.) 찾아본 건 아닌데 아마 저 표지가 일본 원서의 표지 그림을 그대로 가져온 게 아닌가 싶어요. 그게 계약 조건이었을 수도 있고... 그래도 이건 뭔가 아닌 것 같은. (책은 정말 재밌다고요.)

다락방 2008-12-01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게 바로 네꼬님의 올해의 책이로구나! 으응. 기다렸어요, 올해의 책 발표를. 이것이었군요, 이것이었어.


그나저나 나는 글로 설명을 할 재간이 없다, 니. 벌써 이렇게 글로 다 설명해놓고! 아주 맛있게 써놓고서는. 네꼬님은 겸손쟁이. 내가 좋아하는 겸손쟁이.
:D

네꼬 2008-12-02 22:09   좋아요 0 | URL
겨울이에요, 다락님. "다락방"이라는 이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이 계절, 따뜻하고 아늑한 다락방에서 뒹굴뒹굴 노는 노란 줄무늬 고양이가 되고 싶사와요.

(생각만으로 몽롱)

올해의 책들이라면 여러 권이 있겠지만 올해의 "책"은 바로 이거예요. 아주 동화다운 동화를 만났어요. 아주 좋은 동화를. 사람으로 치자면 다락님만큼이나 좋은 동화를. (아흣. 간만에 느끼한 말 하니까 속 시원하고 좋다.)

웽스북스 2008-12-03 02:58   좋아요 0 | URL
느끼하면서 속시원하기로는
소고기 무국만한게 없지요. ㅎㅎ

다락방 2008-12-03 08:34   좋아요 0 | URL
버섯전골이 먹고 싶어졌어요. 뜨거운 소주와 함께. 므흣 :)

네꼬 2008-12-03 08:39   좋아요 0 | URL
좋은 코스가 생각났어요. 우리 셋이 만난다면 홍대 앞에서 맛있는 버섯 매운탕과 소주를 마시고 1) 맥주를 마시거나 2) 더 맛있는 안주가 나오는 술집에 가는 거예요. 와, 생각만 해도 흐믓한 풍경. (송년신년 모임으로 어때요?)

코코죠 2008-12-01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나의 네꼬님 글을 읽으니 오즈마의 마음이 그만. 아직 한번도 후후 불지 않은 몹시 뜨거운 우동국물같아졌어요. 저는 네꼬님 글을 너무 너무나 좋아하는 것 같애요. 서둘러 읽을까봐 스크롤을 함부로 내리지 못하고 아주 천천히 움직였어요. 아아, 나는 네꼬님 글을 너무 너무나 좋아해요 정말.

네꼬 2008-12-02 22:11   좋아요 0 | URL
오즈마님이 "마음이 그만... 뜨거운 우동국물같아졌어요"라고 하면 정말 얼마나 귀엽고 웃긴지 몰라요. 하하하. 오즈마님은 어쩐지 우동을 좋아하실 것 같아요. 통통 쫄깃 탱탱한 면발과 멸치다시마 진한 국물, 신선한 쑥갓. 아아. 저는 우동을 아주 좋아해요. 하지만 오즈만님만큼 좋아하진 않아요. 오즈마님이 저한테 이렇게 하트를 쏘아주시는 것 때문에 막 기분이 좋은 것 만큼, 그렇게 좋진 않아요, 우동 정도는!!!

웽스북스 2008-12-03 0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올해의 책. 우와 우와, 뽑혔구나.
나도나도 읽어봐야지. ㅎㅎ

나는 '많이있어'의 누나 '많이먹어'에요 ㅎㅎㅎ

다락방 2008-12-03 08:34   좋아요 0 | URL
저는 '많이먹어'의 언니 '더많이먹어' 에요 ㅎㅎㅎ

네꼬 2008-12-04 09:07   좋아요 0 | URL
으하하. 많이먹어와 더많이먹어 너무 맘에 든다. (내가 먼저 말할걸! 배가 아플 정도예요.) ㅋㅋ

다락방 2008-12-04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오늘 이 책 배송되요. ㅎㅎ
땡스투는 물론 하고 구입했어요. 그러니 나의 땡스투가 적립되거든, 근사한 책도 좀 사고, 화장품도 좀 사고, 음반도 좀 사고 해요. ㅎㅎㅎ

네꼬 2008-12-04 09:07   좋아요 0 | URL
지금 제가 다락님이 주신 땡스투로 읽고 바르고 듣고 난리잖아요. 아이고 그러고도 돈이 남네. 이건 저금해야지.
:)

2009-04-07 16: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우리 모두를 위한 비폭력 교과서
아키 유키오 지음, 하시모토 마사루 그림, 김원식 옮김 / 부키 / 2005년 5월
절판


법률을 만드는 것은 신이 아니라 일정한 이해관계를 갖는 인간이다. 그들은 법률을 만들어 강요하고 그것이 바이블인 것처럼 휘둘러 댄다. 따라서 법을 어기는 것은 그다지 두려운 일이 아니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인류의 역사에서 법을 따르는 사람들이 법을 어기는 사람들보다 더, 인간의 생명에 대해 더없이 잔혹한 짓을 했다. 인류에 대한 최대의 파괴 행위는 법에 따라서, 포고령이나 정부 명령에 의해 이루어져 왔다. 최대의 폭력은 권력의 폭력이며, 일반 시민의 폭력이 아니다. (하워드 진, 다큐멘터리 영화 『몬타규 마을의 핵전쟁』에서)-33쪽

비폭력은, 폭력을 행사하는 적(敵)까지도 똑같은 인간으로 본다. 다시 말해서 적도 그들 자신을 예속시킨 폭력에서 해방될 수 있도록 투쟁 방법을 모색한다. (중략) 말하자면 적에게는, 생각을 바꾸고 자기의 행동을 변혁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그리고 그때 비판받아야 할 것은 폭력을 수반하는 그의 역할이지, 인간으로서의 그가 아니라는 사실을 가르치지 않으면 안 된다. (페트라 켈리, 『희망을 위해 싸운다』에서) -43쪽

((일본 오키나와 미군기지 반대운동을 전개한 농민, 아와곤 쇼코가 농민들의 비폭력 행동 중 참을성을 유지하기기 위해 만든 ‘진정(陳情)규칙’ 일부)) 1. 귀보다 위로 손을 올리지 않을 것. (미군은 우리가 손을 들면 폭력을 쓴다고 여겨서 사진을 찍는다.) 1. 군대를 두려워하지 말 것. 1. 생산자인 우리 농민이 인간적으로 군인보다 우위에 있다는 자각을 굳게 갖고, 파괴자인 군대를 가르치고 이끌어 가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51-52쪽

((미국 동부의 작은 어촌 시브룩에 원자력 발전소 건설이 강행될 때)) 1976년 8월 1일, 18명의 남녀가 원자력 발전소 부지에 들어가 꽃씨와 묘목을 심고 나서 연좌하던 중 모두 체포되었다. 3주일 후인 8월 22일, 이번에는 180명이 원자력 발전소 부지를 비폭력으로 점거하여 모두 체포되었다. 1977년 4월 30일, 미국 각지에서 2000명이 반원전 집회를 열었다. 대학생, 가정주부, 공장 노동자, 교사, 빵집 주인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집회에 참가했다. 또한 1414명이 원자력 발전소 부지를 비폭력으로 점거하고 <단결된 인민은 백전불패다>라는 노래를 부르며 저항하여 모두 체포되었다. 1978년 6월 24일-26일, 1만 5000명이 원자력 발전소 부지를 비폭력으로 점거했다. 대량 체포가 어렵다고 판단한 주 정부와 경찰은 3일 동안 원자력 발전소 부지 내의 연좌시위를 합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1987년 1월 현재, 히브룩 원자력 발전소 건설은 중단된 채로 있으며, 건설이 재개될 전망은 없다.
-108쪽

전단을 배포하는데 경찰관이 와서 제지하면: ① "조금도 교통에 방해를 하고 있지 않다" "교통에 큰 지장을 주는 것은 아니다" "곧 끝난다"라고 주장하면서 끝날 때까지 경찰의 개입을 막는다. 이들이 교섭하는 동안 다른 사람들이 계속해서 전단을 배포한다. ② 이동하면서도 계속해서 전단을 배포한다. ③ 그만둔 것처럼 잠자코 있다가 다시 시작한다. 페인트 작업을 할 때에도 이 방법을 취한다. -146쪽

스티커, 포스터, 전단을 붙이는 방법: ① 몇 사람이 한 조가 되어 붙이러 간다. ②현장에서는 전후좌우에서 망을 본다 ③경찰관이 오고 있으면 중지한다. 풀통이나 전단은 감추거나 버리고, 재빠르게 달아나거나 숨는다. ④ 경찰관의 검문을 받았을 때에는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표현의 자유를 주장한다. ⑤ 경찰관이 지나간 후야말로 전단을 붙이기에 절호의 기회이다. -1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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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꼬 2008-10-09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 씨에게 일어난 올해의 사건 베스트 5 안에 반드시 들어갈 일이 있으니, 촛불집회에 내 발로 찾아간 일이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여럿이 한 군데서 동시에 하는 일"은 무조건 싫어하는 네꼬 씨를 움직인 것은 바로, 그 사람들의 구호("온수줘!" "노래해!" "개인기!" 등)였다. 도대체 그들의 힘은 어디서 나왔단 말인가. 내가 "비폭력주의"에 찬성을 하고 안 하고를 떠나서 하여간 그들을 이해하고 싶어서 이 책을 읽었다. 그랬더니 생각보다 많은 걸 가르쳐준다. (부록 "경찰과 친해지는 법"에는 주옥같은 정보들이 가득!!!) 실제로 밑줄을 쳐가면서 읽었다.

"생산자인 우리 농민이 인간적으로 군인보다 우위에 있다는 자각을 굳게 갖고, 파괴자인 군대를 가르치고 이끌어 가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올해에 읽은 가장 감동적인 문장이다.

에디 2008-10-10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8년10월10일 오후 5시25분에 네꼬님의 이 페이퍼는 제 마음을 움직였어요. 볼께요. 가능한 빨리.

2008-10-18 22: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0-20 09:3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