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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Nightwatch
실예 네가드 (Silje Nergaard) 노래 / 유니버설(Universal) / 2003년 7월
평점 :
품절
나는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으면 음악을 듣지 못한다. 나중에 그 음악을 들었을 때 속상할까 봐 그렇다. 그러니까 나한테 위로를 주는 음악이란 건 없다. 슬픈 일이 있을 때 나는 진공 속에 있다.
그녀는 나를 위로하기 위해 이 앨범을 주었다. 그런데 나는 오래도록 듣지 못했다. 그리고 얼마 전 이 앨범을 걸어 두고 무심히 집안일을 했다. 책을 읽었고, 신문을 보고, 발톱을 깎았다. 남편이 문득, "이게 무슨 씨디예요?"라고 물었을 때 갑자기 알게 되었다. 그래, 그녀는 언제나 좋은 사람이었어. 괴로울 때도 그렇지 않을 때도 기쁠 때도 그렇지 않을 때도 그녀는 늘 음악을 들었어. 장르도 가리지 않았고 (레게는 안 들었지만) 남녀를 가리지도 않았고 (때로 어떤 남자는 유독 좋아하긴 했지만) 외모를... 가렸다(..응.). 중요한 건 그녀가 언제나 음악을 들었다는 것이다. 그녀는 용감한 사람이고, 좋은 사람인 것이다. 나는 이따금 음악을 듣고 좋은 사람이 되지만, 그녀는 언제나.
이 앨범은 그런 그녀가 좋아하는 것이고, 그럴 만한 앨범이다. 나는 겨우 그녀를 따라 이 음악을 듣는 것만도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생각한다. 늦는 남편을 기다리는 밤에, 거실을 이 따뜻한 음악으로 채운다. 공기가 내게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