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나는 어린 왕자 - 생텍쥐페리의 삶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38
피터 시스 글.그림, 김명남 옮김 / 시공주니어 / 201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긴장을 해야 되는 정도는 아니지만, 피터 시스의 그림책은 읽기에 앞서 어떤 결심을 해야 한다. 글자뿐 아니라 그림도 읽겠다는 결심. 책장을 성급히 넘기지 않겠다는 결심. 때때로 그림보다 섬세한 깨알같은 글자들도 최선을 다해 읽겠다는 결심. 이렇게 말하는 나 역시 (당연히) 그림책 한 권 읽는 데 무슨 그런 노력이 다 필요한가 싶어 부담을 느낄 때가 있지만, 그만한 결심과 노력으로 책을 읽으면 언제나 그에 값하는 감동을 주는 것이 또 피터 시스의 그림책이다. 『마들렌카』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그랬듯이, 『하늘을 나는 어린 왕자 』도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책이다.

 

'생택쥐페리의 삶'이라는 부제 그대로, 이 책은 생택쥐페리의 탄생부터 실종..(또는 사라짐)까지 일을 그린 작품이다. 첫 장에서 피터 시스는 생택쥐페리를 '모험가'라고 칭한다. 작가이자 비행사였던 생택쥐페리가 글을 쓰고 하늘을 난 원동력을 세상에 대한 영감, 모험심이라고 본 것이다. 그래서인지 생택쥐페리가 작가로서의 이력보다는 비행사로서의 삶에 더 무게를 두어 소개된다. 앞서 썼듯 작은 글자가 많아도 포기하지 않고 읽으면 이런 문장을 만나게 된다.

 

"(초기 비행기의) 프로펠러는 나무였고, 몸체는 천으로 덮여 있었다. 브레이크는 없었고, 무선통신 기기도 없었다. 자주 세워서 연료를 보충해야 했다. 게다가 툭하면 고장이 났지만, 고치기는 쉬웠다. 초기에는 외딴 곳에 떨어져서 도움을 요청해야 할 경우를 대비하여 전령 비둘기를 싣고 다녔다."

 

아름다운 그림에 대한 이야기는 생략. 그리고 나는 이런 대목에서 『어린 왕자』를 쓴 생택쥐페리의 마음을 짐작해 본다.

 

"항공사들은 앙투안(생택쥐페리)에게 캅 쥐비에 있는 비행장을 돌보는 일을 맡겼습니다. 앙투안은 허름한 오두막집에 살았어요. 살림살이는 얼마 없었고, 손님은 더 없었지요. 한쪽은 바다고, 다른 쪽은 전부 사막이었으니,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장소인 듯 보였어요. 그러나 앙투안은 고독을 좋아했고, 수많은 별 아래에서 사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이때 그가 좋아한 고독은 분명, 반복되는 전쟁 속에 국가와 친구를 잃으면서 느낀 외로움과는 다른 것이겠지. 끝내 돌아오지 않은 마지막 비행을 그린 장면에서 피터 시스는 비행기 아래에 슬쩍 자전거 타는 아이를 달아 놓았다. 그것은 생택쥐페리가 어린 시절 만든 날개 달린 비행기와 연결된다. 그래서 생택쥐페리 뿐 아니라 피터 시스에 대해서도 다시금 사랑을 품게 된다. 혼자 있기 좋아하는 아이들이라면 더욱 사랑할, 영감으로 가득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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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4-09-02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이쁘기도 하지. 이쁜 리뷰에요, 네꼬님.
네꼬님이 지금보다 더 자주, 훨씬 자주, 이런 리뷰를 올려줘야 한다고 저는 주장하는 바입니다!

네꼬 2014-09-03 11:20   좋아요 0 | URL
어디가 이쁩니까? 눈? 코? 입? ㅎㅎ 다락님은 술꾼. 취중고백(방백이었지만) 잊지 않으리히히히.


마노아 2014-09-02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택쥐페리와 어린왕자, 그리고 네꼬님과 고양이가 모두 느껴지는 리뷰인 걸요! 아 조으다~

네꼬 2014-09-03 11:36   좋아요 0 | URL
끄아 마노아님. 제가 또 보기와 달리 옛날에 고독을 좋아해서 한때 "어린왕자" 팬이었지 말입니다? -_-a

Alicia 2014-09-03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리뷰 제목을 보고 가슴이 쿵 했어요. 혼자 있기 좋아하는 어른이 읽어도 좋은 책 맞지요? :)

네꼬 2014-09-03 11:37   좋아요 0 | URL
아아 고독을 좋아하지 않는 어른도 잠시 고독을 즐기고 싶어지는 책입니다. 알리샤님, 기회 되면 한번 읽어보셔요.

아무개 2014-09-03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은 이렇게 읽는건데...그게 맞는데 저는 참 뭔가 많이 잘못 읽고 있는거 같아요.

다락방님 댓글처럼 자주 훨씬 더 자주 뵐수 있기를 ^^


네꼬 2014-09-03 11:38   좋아요 0 | URL
아무개님, 저 사실 평소에는 덤벙덤벙 읽어요. 두 번 세 번 읽으면 더 좋은 책이니, 언제 기회 되시면 꼭 들추어 보시길요! (잘못이라도 좋으니 전 좀 읽어야 될 텐데... 먼 산.)

섬사이 2014-09-04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터시스, 그림을 그리는 관점이랄까?? 하는 것도 참 독특해 보여서 한 번 보면 좀처럼 그 그림이 잊혀지지 않아요. 도서관에 선정도서목록에 올려두고 기다리고 있던 책이었는데 네꼬님 리뷰로 먼저 만나서 더 좋아요. 반가워요, 네꼬님. 보고싶었어요. ^^

네꼬 2014-09-11 11:50   좋아요 0 | URL
맞아요 섬사이님. 보고 싶었어요. (응?) 히히. 피터 시스 그림은 일부러 찾아 보게 되진 않는데, 보면 참 안 잊혀요. 오래간만에 보니 좋아서, 다른 그림책도 찾아 보게 되었어요.
 
[달걀 하나로]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달걀 하나로 - 국민 재료 달걀의 무한변신 달걀 요리 67
손성희 지음 / 리스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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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는 달걀을 참 못 다룬다. 언젠가도 말했듯이, 된장찌개보다 달걀 후라이가 훨씬 어렵다. 날달걀은 깰 때 (언제나!) 조마조마하고, 삶은 달걀은 껍질을 매끈하게 벗기지 못한다. 후라이로 말할 것 같으면 뒤집기가 무서워 완숙은 애초에 시도를 못하고 반숙은 늘 흰자가 타거나 덜 익은 채로 실망 속에 마무리된다. 그리고 왜 그렇게 흐르는 건지, 흰자 추스르다 보면 후라이의 아우트라인은 늘 너덜너덜해진다. 얼마 전 피곤한 네꼬남을 위해 저녁에 달걀말이를 시도했는데 그것만으로도 내 사랑이 증명되었다. 물론 그 달걀말이는 밥 위에서 돗자리처럼 풀어지는 처참한....  그렇다. 그런데도 나는 달걀을 포기하지 않는다. 한번에 깨지 못해 늘 껍질을 건져 내고 흰자가 멀건 후라이를 먹으면서도 오늘도 달걀을 깬다. 맛있으니까!

 

『달걀 하나로』는 흔한 식재료, 그러나 완전식품인(여기서 '완전'에는 흔하다는 사실도 포함되는 걸까?) 달걀을 주제로 한 요리를 소개하는 책이다. 제목 그대로 달걀 하나만 갖고 하는 요리는 아니다. 프롤로그에서는 '3분이면 충분하다'고 했지만 사실 그것도 과장이다. 그렇지만 소금과 후추, 올리브유만 있으면 되는 스크램들드 에그부터 바닐라 크림까지 만들어야 하는 일 플로당트(프랑스 디저트)까지 달걀로 할 수 있는 다양한 요리로 한 권의 책을 만든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고 실용성도 있다.

 

요리를 소개하기에 앞서 달걀에 대한 기초 지식을 알려주는 부분이 있는데 도움이 될 정보가 많다. 달걀을 고를 때는 유정란보다는 사육환경을 봐야 한다는 것, 냄새를 잘 흡수하므로 냄새가 강한 음식과 가까이 두면 안 된다는 것도 배웠다. 친환경 복지 농장 탐방기는 읽다 보면 사실 광고.. 뒤에 아예 광고 페이지도 있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이 기획 자체가 달걀에 대한 사랑이니까(주관적). 역시 요리 소개에 앞서 달걀 삶는 법부터 차근차근 알려주는데 7분, 9분, 13분, 16분 삶았을 때 달걀의 성상(!)이 어떻게 다른지 보여주는 사진이 나는 왠지 너무 좋았다(이상한 데 꽂혀요). 달걀을 이렇게 저렇게 삶아 보는 이런 마음.

 

요리마다 난이도가 다르기 때문에 요리책에서 소개하는 요리법이 어렵다 쉽다 말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그보다 중요한 건 소개하는 방식일 텐데, 이 책은 그게 잘 돼 있다. 한쪽에는 요리 방법, 한쪽에는 완성 사진. 요리 방법은 대강 흐름을 잡아볼 수 있도록 순서만 굵은 글씨로 해 상세 설명과 구분했다. 과정 사진을 일일이 담지 않고 중요한 부분만 3컷 내외로 정리해 실었다. 완성 사진 한쪽 달걀 그림 안에 소개한 'egg tip' 외에는 특별한 장치도 없다. 옛날식 요리책 편집에 가까운데 오히려 이게 더 눈에 잘 들어온다. 표지와 본문 디자인이 전체적으로 침착해서 책 보기가 좋다. 그래서인지 페이지 표시를 달걀후라이 그림에 넣은 것이 귀엽다. 

 

한동안 요리책들에 질렸는데, 오래간만에 마음에 드는 것을 손에 넣었도다. 나는 신간평가단이라 이 책을 거저 받았지만, 기쁜 마음으로 달걀 마니아 클레어 씨에게 한 권 사서 보냈다. "꺅꺅! 완전 맘에 듦! 오늘부터 계란요리 하나씩 정복!" 하는 답장이 왔다. 문득 오래전 이 친구와 나눈 메신저 대화를 서재에 소개했던 게 생각나서 찾아 보았다. (신간평가단 리뷰인데 이렇게 사적으로 마무리해서 미안합니다.)

 

 

*

클레어: 계란아 계란아 넌 뭘 해도 예쁘구나
네꼬: 하하하하하.
네꼬: 말이도 예쁘고 찜도 예쁘고
클레어: 우리 식품 동시와 동화의 세계를 열어보자

네꼬: 후라이도 보기에 참 좋구나
네꼬: (운율이 중요해)
클레어: 어멋 재치 만점
네꼬: 먹을거리는 온국민의 초미의 관심사.
클레어: 냉면에 들어간 너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어
네꼬: 정말 절절하다.
클레어: 에이아이도 무섭지 않아__시국도 반영하는.
네꼬: 그래. 꼭 클레어씨가 낭독해야 됨.
클레어: 응. 눈물 그렁그렁해서.
네꼬: 닭들아 고맙다, 로 마무리 어때?
클레어: 닭들아, 사... 사... 좋아합니다

 

 

 

고마운 닭들, 고마운 달걀. 잘 먹겠습니다.

 

 

 

 

 

 

* (믿어지지 않으시겠지만)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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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4-02-24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를 어쩌나 사랑스러운 네꼬님 >.<
클레어님과의 대화에 함빡웃음을 짓게 됩니다. 진짜 귀여우세요!!!!!
보관함에 냉큼 넣었어요. 네꼬님이 신간평가단이라 너무 좋아요!!!! ^^

네꼬 2014-02-24 13:14   좋아요 0 | URL
문나잇님 안녕하세요? 으아 저 너무 오래간만에 서재 왔어요. 신간평가단 마감 날짜도 하루 넘기고 막.. ㅠㅠ 그래도 이 환영 감사. ㅠㅠ

꿀꿀페파 2014-02-24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보고가요~
그동안 수고 많으셨어요~

네꼬 2014-02-24 21:47   좋아요 0 | URL
네 감사합니다. 꿀꿀페파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우리 땅 기차여행]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우리 땅 기차 여행 - 입체 지도로 보는 우리나라 지식곰곰 1
조지욱 지음, 한태희 그림, 김성은 / 책읽는곰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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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로 우리나라를 여행하는 지도 그림책이라니, 여간한 담력(!)이 아니고서는 이런 기획에 덤벼들지 못했을 것이다. 결과로 드러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다루어야 하고, 취재에 드는 발품도 엄청날 것이고, 독자의 관심을 끌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한 장치를 고안하는 것도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우리 땅 기차 여행』이 고만고만한 기획서들 사이에서 일단 돋보이는 것은 그런 이유다. 게다가 책을 읽어 보니 소기의 목적도 잘 이룬 것 같다.

 

먼저 여행을 기차로 한다는 점이 좋다. 승용차나 버스처럼 '몇 시간 거리'라는 익숙한 개념이 떠오르지는 않지만, 대신 '우리 땅'을 아울러 돌아보는 재미가 있다. 서울에서 출발하기는 하지만 수도 중심이 아니다. 기차가 지나가는 길을 따라 지도가 펼쳐지듯 풍경이 드러난다. 서울을 벗어나도 한참 빌딩이 가득하지만, 충청도쯤 이르면 풍경이 꽤 달라진다. 지역마다 이름난 산과 유적지 등이 표시되어 있고, 김제의 지평선 축제처럼 간간이 작은 정보들도 들어가 있다.

 

용산-광주송정 구간은 가비와 다비 형제가, 광주송정-부전 구간은 홍이 가족이, 부전-정동진 구간은 우리 땅 탐방 동아리가 나누어 여행하도록 구성해 하루 여정으로 전국을 둘러보는 이야기를 완성한 것도 재치있다. (우리나라는 기차로 하루 코스라는 시공감각까지 덤으로...) 책 속의 계절은 가을이다. 여름이면 초록색이 많아서 예쁠 텐데 왜 가을로 했을까? 평야의 느낌을 살리려고 그랬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읽다가 순천에 이르러 깨달았다. 이분들 순천만 갈대밭 그리고 싶어서 가을로 한 거였어! ㅎㅎ

 

지도 그림과 글(지문)을 구분해 배치하고, 글 부분에는 기차 여행의 소소한 재미를 보여주는 그림을 그려 넣은 것도 재밌다. 본문 뒤에는 기차로 갈 수 없는 제주도와 울릉도, 독도에 대한 정보를 실었고, 북쪽 땅(ㅜㅜ) 정보도 간단히 실었다. 지구에서의 위치, 우리 산과 강의 특징 등 지리적 정보도 알차게 담겨 있어서 공부가 된다. 끝까지 참 잘 만든 책이다.

 

맨뒤에는 기차 여행 코스가 노선도처럼 간략히 정리되어 있는데, 이 그림이 맨앞에 실렸다면 워밍업도 되고 차례 역할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또 지도에서 기차가 (아주 조금만) 과장되게 그려졌다면 지금 어디쯤 지나고 있는지 더 직관적으로 알 수 있었을 것 같다. 이러나 저러나 초등학교 들어가는 조카들에게 사주고 싶은 책이다. 판형도 시원하고 지도 그림 자체가 아름답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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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꿀페파 2014-02-24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봤습니다.
그동안 수고 많으셨어요 네꼬님!

네꼬 2014-02-25 20:2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moonnight 2014-02-24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전에 네꼬님 소개해 주셨을 때 (땡투하고^^) 샀어요. 이 책 너무 사랑스러워요. >.<
조카에게 읽어주기도 하지만(조카도 물론 좋아해요. 기차에 버닝 ^^) 저도 가끔 꺼내서 들여다봐요. 집귀신(-_-)인 저로서는 대리만족도도 높아요. 헤헤 ^^

네꼬 2014-02-24 21:48   좋아요 0 | URL
이 책 좋죠. 다행이네요! 그림이 좀 심심한데 어쩌겠어요, 우리나라 풍경이 좀 심심한 편이라.. 두고두고 공부도 될 겁니다. (응?)

moonnight 2014-02-24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그런데 이제 신간평가단 안 하세요? 그동안 수고 많으셨다니. 글썽 ㅠ_ㅠ;

네꼬 2014-02-24 21:50   좋아요 0 | URL
아 신간평가단이 이번 책까지예요. 지금 또 새로 뽑는다고 공지하셨더라고요. (저는 안 할 생각.. 게으르고 둔해서.. ㅠㅠ 대신 다른 거 열심히 써서 올릴게요. 가만히 약속해 봅니다.. 왜 말끝을 흐리게 되는 걸까요.... )
 
[엄마 손맛이 그립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엄마 손맛이 그립다 - 사시사철 따스한 정성 담아 차려주던
김경남.김상영 지음 / 스타일북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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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셉

 

요리 선생님이 엄마와 함께 쓴 요리책. 그런데 나는 삐딱한 사람일까? '엄마 손맛'을 재현한다는 이 책의 컨셉에서 일단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표지에 "세상 모든 딸들은 친정엄마 손맛 담긴 밥 한끼가 매일매일 그립다"라고 쓰여 있는데, 엄마의 밥상이 그리운 사람이 많긴 하겠지만 그런 사람들이 '세상 모든 딸'이라고 할 정도로 많진 않을 것 같고, 또 그런 아들도 있을 텐데 꼭 이렇게 썼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나도 모르게 들었다. 점점 화려한 요리책이 쏟아지지만 소박한 밥상 차리기를 추구하겠다, 하는 의지에서 시작됐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걸 '엄마 손맛'에서 찾는 것도 좀 옛날 식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자 내가 삐딱한 건가 하는 의심이 모락모락 올라왔다. 그리고 또. '엄마 손맛'을 요리책으로, 레시피로 객관화할 수 있나? 세상 모든 엄마가 똑같은 레시피를 쓰진 않을 텐데. 엄마 손맛의 대표가 이 저자의 엄마? 나는 삐딱선을 타 버린 것이다. (털썩.)  

 

 

편집과 구성

 

마음을 다잡고 책을 펼쳐 읽기 시작했는데, 프롤로그를 보니 또 불안하다. 엄마와 딸이 서로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는데, 나는 그 사랑을 엿볼 준비가 안 된 독자. 이어서 요즘 요리책의 트랜드, 기본 양념 페이지를 보는데 또 한번 놀랐다. (미리보기로 '친정 엄마의 양념' 장까지는 볼 수 있으니 사진은 생략한다) 다른 것은 둘째 치고.... 글자 읽기가 힘들어. 요리책은 요리 하다 말고 들여다볼 때도 많은데, 이건 정색하고 앉아 읽어야 하는 편집. 특별히 복잡한 레시피들도 아닌데, 이렇게 긴 글줄로 정리해야 했을까? 요리를 소개하는 방식이 (요즘 책답지 않게) 좀 어수선한데, 크게는 1) 왼쪽 면에 요리 사진 둘을 넣고 오른쪽 면에 두 요리의 레시피를 넣은 경우, 2) 한 페이지 안에 요리 사진과 레시피를 넣은 경우가 있다. 어느 경우나 글자가 읽기 어렵게 쓰여 있다(역시 옛날식). 재료나 음식에 따라 저자의 에세이 같은 글이 들어가 있는데, 차라리 그걸 빼고 요리를 충실하게 알려줬으면 좋지 않았을까? 반찬 / 멸칫국물을 베이스로 한 음식 / 일요일 특별식 / 계절별 '감성 요리'로 챕터를 구분한 것도 좀 어수선하게 보였다.

 

 

사진

 

그러니까... 사진이. 어쩌면 사진 때문에 내가 이 책을 맘에 들어하지 않은 것일지 모른다. 요리책인데! 사진이 아름답지 않아! 음식이 맛있어 보이지 않아! (그런데 저자는 '광고주들에게 많은 러브콜을 받는' 푸드스타일리스트!) 그리고 요리 과정은 불친절하게 실려 있다. 과정 사진을 세세하게 싣는 것은 다른 요리책에서 다 하는 방식이라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었던 걸까? 잡채처럼 복잡한 요리에서조차?

 

(왼쪽 페이지에는 잡채 사진이 실려 있고, 요리 과정 사진과 레시피는 이렇게 한 쪽에.)

 

*

선입견 때문에 놓친 좋은 점도 있을 텐데, 그것을 찾기 위해 다시 책을 보니 또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이 자꾸 보여서 더 보진 않기로 했다. 좋은 점은 다른 리뷰들에서 많이 봐 주시고 격려해주셨으니, 나 하나 정도는 볼멘소리를 해도 되지 않을까 하고 솔직하게 써봤다... 저는.... 죄송해요. ㅠㅠ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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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꿀페파 2014-01-22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잘보고 갑니다~

네꼬 2014-01-28 22:5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높은 곳으로 달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높은 곳으로 달려! - 쓰나미에서 살아남은 아이들, 2014 SK 사랑의책나눔, 아침독서신문 선정, KBS 책과함께, 우수환경도서 선정, 2013 고래가숨쉬는도서관 겨울방학 추천도서 바람그림책 17
사시다 가즈 글, 이토 히데오 그림, 김소연 옮김 / 천개의바람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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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한국의 방송에서도 연일 관련 뉴스를 내보냈다. 여러 각도에서 찍힌 화면이 속속 확보되면서 한동안 충격의 강도도 점점 세졌다. 쓰나미가 집과 건물을 무너뜨리며 마을을 집어삼키는 화면에서 사람은 아예 보이지도 않았다. 나는 그게 더 무서웠다. 어떤 사람들은 저런 뉴스를 아이들이 봐도 될까 걱정했다. 저항할 방법이 없는 자연재해의 공포는 어린이들에게 더 큰 충격을 주었을 것이다. 일본의 아이들, 거기서 살아 남은 아이들의 충격은 나로서는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높은 곳으로 달려!』는 그날 그곳에서 살아 남은 아이들에 대한 기록일뿐 아니라, 두렵고도 고마운 자연을 겸허하게 이해하도록 하는 이야기, 그리고 거대한 슬픔을 이겨내는 힘에 대한 이야기다.

 

책 뒤의 자료에 의하면 이 지역 아이들은 지진과 쓰나미에 대비해 늘 훈련을 해왔다고 한다. 재해란 언제나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그런 상황이 되면 모두가 최선을 다해 자기 목숨을 구해야 한다는 것이 훈련의 핵심이었다고 한다. 이 결연하고 절박한 교육 덕분에 많은 아이들이 목숨을 건졌다는 것은 책에도 잘 나와 있다. "학교가 갈라지고 있어!" 하는 고함을 들으면서 아이들은 바삐 산으로 달린다. 다리가 덜덜 떨리고 허둥대다 신발이 벗겨졌지만 친구들과 서로 의지하며 몸을 움직인다. 중학생은 초등학생 손을 잡고 뛴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읽었지만 이 대목부터는 눈물이 솟는 것을 어쩌지 못했다. "자기 목숨은 스스로 지켜!" 서로 격려하고 자극하면서 아이들은 뛴다. 살기 위해서. 펼쳐진 네 면 가득 높은 곳을 향해 뛰는 아이들 그림에서는  쓰나미만큼 강력하고 거대한 삶의 물결을 보았다. 눈물 때문에 풍경이 번져 보이듯, 아이들의 동작과 표정은 세밀하지 않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분명했다. 울거나 넘어질지언정 모두가 달리고 있다. 살기 위해서.

 

살아 남은 아이들은 '입을 다물고 있으면 나쁜 생각만 떠오를 것 같아서' 어울려 이야기를 나누고 가위바위보를 하고 작은 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다시 학교로 돌아왔을 때는 모두 지쳐 있었다. 책에 나오진 않았지만 아마 아이들은 짐작했을 것이다. 앞으로 더 오랫동안 더 깊은 절망과 싸워야 한다는 것을. 그렇지만 마을 할머니의 "아이들이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걸 보고 나도 따라서 달렸지. 늙은이들밖에 없었다면 포기했을지도 몰라." 하는 말씀에서 알 수 있듯이 절망을 이기는 제일 큰 힘은 역시 사람들 안에 있다. 작가들도 그런 마음으로 이 책을 만들었을 것이다. 독자인 나는 작은 의무를 다하는 마음으로 그림으로 그려진 아이들의 소원 쪽지를 꼼꼼하게 읽었다. "우리 집이 빨리 고쳐지게 해주세요." "아빠가 돌아오게 해주세요." "찾아주세요." 그리고 "보고 싶어요." "보고 싶어요." 울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마지막 장면은 첫 장면처럼 아이와 할아버지가 바다를 바라보는 그림이다. 바다가 무서워진 아이에게 할아버지는 말한다. "바다가 잘못한 게 아니란다. 자연은 원래 그런 거야. 지금까지 우리가 먹고살게 해주었으니 고마운 바다기도 해." 첫 장면에서 바다는 그냥 바다였지만, 마지막 장면의 바다에는 다양한 물고기들이 그려져 있다. 마치 쓰나미를 겪고서 자연을 다시 보는 것 같다. 온힘을 다해 살아남은 사람들이 그 힘으로 계속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감동이 오래, 오래 남을 책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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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꿀페파 2013-12-22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보고 갑니다.

네꼬 2013-12-23 18:15   좋아요 0 | URL
부지런한 파트장님 ^^

moonnight 2013-12-23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ㅠ_ㅠ
필사적으로 높은 곳을 향해 달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져요. 수고했다고, 정말 잘 해냈다고 꼭 안아주고 싶어요. 얼마나 무서웠을까. 장해라. ㅠ_ㅠ
잘난 척 하며 살아도 자연앞에선 나약하기 짝이 없는 인간이지만, 맞아요. 아이들이, 사람들이 바로 희망이네요. ㅠ_ㅠ (계속 눈물 ㅠ_ㅠ;;;)

네꼬 2014-01-05 22:00   좋아요 0 | URL
문나잇님, 제가 답이 너무 늦었지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상하게 이 책 리뷰 올리면서 문나잇님처럼 맘 약한 사람은 보시면 단 될 것 같단 생각을 했어요.... ㅠㅠ 저 같은 사람도 진짜 울었거든요. 으허허헝

서니데이 2013-12-24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다가 그런 무서운 일을 겪게 했는데도 할아버지의 말을 들은 아이가 미워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건 착한 것도 나쁜 것도 아닌 바다겠지만, 무서웠던 경험과 잊기 힘든 기억을 주었으니까요.
이런 이야기 들으면, 하루하루 그냥 별 일 없이 사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해야한다는, 그런 마음 가져야할 것만 같은데 (절대 쉽진 않지만^^: 그리고 돌아서면 곧 잊어버릴지도 모르지만 ^^;) 그렇게도 보고 싶어하는 것들이 가족, 집, 전에 살던 곳에서의 생활일 것만 같아서...


오늘 크리스마스 이브예요. 산타의 선물은 없지만, 네꼬님, 메리크리스마스.

네꼬 2014-01-05 21:59   좋아요 0 | URL
서니데이님, 제가 뭐 한다고 그렇게 바빴는지, 바쁜지, 요새 영 정신이 없었네요. 새해 맞아서 좀더 정신 차리고 살겠습니다. 크리스마스 인사에 이렇게 싱겁게 답해 드려서 죄송해요.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올해도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