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ckleton's Journey (Hardcover)
William Grill / Consortium Book Sales & Dist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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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이 자자해서 기대는 했지만 기대보다도 아름답다. 케이트 그리너웨이 상 2015년 수상작. 남극 종단을 시도해 실패했지만 극한의 상황에서도 대원을 모두 살려낸 어니스트 섀클턴의 이야기다. 탐험 준비부터 출발, 난파, 고립, 구출, 마무리까지 제목 그대로 섀클턴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객관적인 정보를 그렸다. 서술은 간단명료하고 그림은 따뜻해서 아주 사랑스러운 책이 되었다. 섀클턴뿐 아니라 대원들의 캐릭터도 살아있고, 눈 위에서 지내야 하는 혹독한 상황에서도 방 이름을 "리츠(호텔)"로 짓고 축구를 하는 등 낙천적인 마음을 잃지 않았던 용감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감동적이다. 아아 이렇게 아름다운 책에 감명받기가 얼마만이냐! 그런데 미리보기가 안 되다니!

 

*

 

번역본에는 미리보기가 있으니 참고는 하면 좋겠지만, 어린이가 본다면 아무래도 번역본을 보는 게 좋겠지만, 어른이 볼 거라면 꼭 원서로 사기를 권한다.

번역본은 표지도 바뀌었고(ㅠㅠ), 제목 역시 "20세기 최고의 탐험가 어니스트 섀클턴-남극 탐험을 향한 멈추지 않는 도전"으로 "섀클턴의 여정"과는 거리가 있다. 이 책을 인물에 초점을 두어 소개하려는 시도였겠지만 원래 책의 의도와 많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각 장의 제목도 원래 책은 간결한데 의미를 부여해 풀어 썼는데 제목이 길어져서 그림을 방해하는 데다 감흥도 달라진다. 원래 책의 "THE DOGS"를 "탐험대와 함께한 개들"이라고 한 것은 그렇다 치고, "ISOLATI0N"인데, 번역본에는 "드넓은 얼음 바다"라고 한 것은 어딘가 다르지 않은가? 특히 마지막 장면 "HOME AT LAST"는 "고향으로 돌아온 스물 여덟 명의 영웅들"이라고 번역한 것은 원래 의미가 왜곡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정적으로 이 장면은 번역이 잘못되었다. 돌아온 대원들이 모여 있는 그림에 대한 글이다.

 

In memory of all brave men and dogs who ventured south on Shackleton's journey.

 

함께 떠났지만 친구처럼 지내던 개들은 돌아오지 못했기 때문에 그림에는 없지만 글 속에서는 그 명예를 살려준 것이다. 그런데 번역본의 글은 이렇다.

 

"섀클턴과 함께 남극 탐험에 도전했던 스물여덟 명의 영웅들을 기념하며."

 

이건 심각한 오역이다. 꼭 고쳤으면 좋겠다.

 

 

 

+

 

(추가하는 말)

 

번역본의 마지막 부분은 아무래도 마음에 걸려서 출판사로 메일을 보내고야 말았어요.

(알고 보니 알라딘이 응원하는 작은 출판사더라고요.)

잘못된 번역은 고치도록 하겠다는 답신을 받았습니다. (빨랐어요!)

다행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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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1 2015-07-13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꺅! 이 책 정말 아름다워요! 작가도 아름다움(?) ㅋㅋㅋㅋ

네꼬 2015-07-15 11:41   좋아요 0 | URL
역시 외모가 중요. (응?)

반가워요! 팬이에요!

붉은돼지 2015-07-13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각한 오역이라는데 심각하게 동의합니다

네꼬 2015-07-15 11:41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붉은돼지님! 이 심각한 오역은 고쳐질 것 같네요. 심각하게 다행이에요.
 
고래가 뛰는 이유 창비아동문고 277
최나미 지음, 신지수 그림 / 창비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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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공원에서 열살 안팎 소년들이 노는 것을 보았다. 둘은 자전거를 타고, 셋은 걷고 뛰어서 우르르 어딘가로 몰려 가고 있었다. 덩치도 각각, 옷 입은 것도 각각인데 누가 봐도 한 패다. 그런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난다. 뭐 한다고 저렇게 몰려서 갈까? 집 앞에서도, 도서관 앞에서도, 심지어 여행지에서도 소년들이 노는 걸 보면 기분이 좋다. 내가 이 책을 좋아하는 것도 그런 이유일까? 소년들이 우르르 나와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부딪히고 넘어지고 주먹질하고 부둥켜 안는다. 고래가 뛰는 이유는 모르지만 아이들이 뛰는 모습을 보는 것부터 우선 기운이 난다.

 

원섭이와 도영이는 철천지 원수이지만, 뜻밖의 사건 때문에 성질 고약한 할아버지네 책방에서 같이 일하는 벌을 받는다. 이 둘이 투닥거리면서 서로 가까워진다는 건 쉽게 예상할 수 있으니 대체 어떻게 화해하게 될지 궁금하게 만드는 게 관건일 텐데, 다행히도 우리의 작가는 인간 관계 묘사 전문가다. 맛보기로 둘의 대립을 그 흔한 대사 없이 그린 장면.

 

원섭이와 도영이는 책방 앞에 올 때까지는 서로 모르는 척하다가 문 앞에서부터 서로 먼저 들어가려고 싸웠다. 청소하려고 원섭이가 빗자루를 잡으면 도영이도 비질을 하겠다고 덤볐고, 도영이가 먼저 걸레를 잡으면 그것 갖고 주먹을 휘둘렀다. 할아버지가 버럭 소리를 지르면 그것으로 1차전은 끝이었다.

2차전은 트집을 잡는 것으로 시작했다. 원섭이가 비질을 하고 나면 먼지가 그대로라서 걸레질하기가 힘들다고 도영이가 불평했다. 도영이가 책 먼지를 닦아 내면 바닥 청소를 끝냈는데 도로 더러워졌다고 원섭이가 화를 냈다. 그것마저 시들해지면 상대방이 편하게 일하지 못하도록 최선을 다해 방해하는 게 3차전이었다.

원섭이가 비질을 하고 있으면 도영이는 걸레를 빠는 척하다가 일부러 물을 쏟았다. 원섭이가 달려와 멱살을 잡으면 실수였다고 히죽거렸다. 그렇다고 원섭이가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하는 것도 아니었다. 도영이가 잠깐 방심하고 걸레라도 달라고 하면 원섭이는 기다렸다는 듯 도영이 얼굴을 향해 던졌다. 명중! (76-77쪽)

 

둘이 이런 앙숙이 된 것은 전학 간 푸름이 때문이다. 푸름이와 절친이었던 원섭이는 푸름이를 못살게 굴고 자신마저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한 도영이를 미워하는데, 푸름이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아이들 관계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원섭이는 도영이와 친해져서만이 아니라 푸름이와 잘 이별하면서 성장한다. 탁월한 포착이라고 생각한다.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에 아무 생각이 없어서 그저 발랄한 봉우(너무 좋다), 노년의 우정을 보여주는 대마왕 할아버지와 이발킴 할아버지, 넉살 좋게 원섭이네 식구인 양 굴지만 속이 여린 명은이 등 조연들의 캐릭터도 눈으로 보는 듯 선명하게 그려졌다. 원섭이가 엄마한테 야단맞을 때 식탁 모서리를 매만지는 장면, 자기 목에 팔을 두른 명은이 누나를 못마땅해 하다가도 막상 팔을 풀자 목덜미가 서늘하다고 하는 느끼는 장면처럼 행동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대목들이 은연중에 더욱 이야기에 빠져들게 한다. 아빠와 단둘이 사는 명은이가 원섭이네 가족 사진에 끼지 못하고 셔터만 누르는 장면에서 나는 울고 말았다.

 

얼마 전 '소년들이 달리는 모습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는 어떤 책을 읽었다. 그런데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렇다면 역시나 소년들이 달리는 <<고래가 뛰는 이유>>는 내가 왜 좋아하는지 궁금해서 다시 읽고 이 리뷰를 썼다. 쓰다 보니 이 책이 더 좋아졌다.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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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17 1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17 16: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17 2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21 15: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난 커서 바다표범이 될 거야 풀빛 그림 아이 50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 글.그림, 김경연 옮김 / 풀빛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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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커서 바다표범이 될 거야>>는 신비로운 그림책이다.  제목만 보았을 때는 무슨 이런 귀여운 상상이 다 있나 싶지만, 다 읽고 나면 '그러게, 얘 바다표범 될 수도 있겠네.' 싶다. 주인공은 어부의 아들. 배운 적도 없는데 수영을 잘하는 이 소년은, 엄마가 들려주는 바닷속 이야기에 넋을 잃곤 한다. 소년이 상상하는 바닷속은 인어, 바다 트롤, 정어리 거인 등 온갖 신비로운 것으로 가득하다. 그것을 표현한 그림은 보는 사람에 따라 아름다울 수도 있고 우스울 수도 있고 이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반전이 포함된 이야기의 후반부에서 느끼는 슬픔과 외로움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앞선 환상이 아름다워서 이 감상이 더 깊고 따뜻하다.

 

그런데 한 가지. '한국어판에만' 아이의 상상 속 풍경이 본문 뒤 8쪽 펼침면으로 다시 실려 있다. 당연히 제작비와 시간이 더 걸렸을 것이다. 좋아하는 분들도 많을 테니 나는 다른 의견을 하나 적어 본다. 이 장면의 아름다움은 본문에서 역할을 다 했다. 엄마에게 이야기를 듣는 동안 시작된 상상이 꼬리를 물고 여섯 페이지에 이어지다가 일곱번 째 페이지에서 아이의 잠자리와 연결된다. 독자도 글자 없이 그림만을 한참 감상하다가 아이와 함께 꿈에서 깬다. 이야기가 다 끝난 다음에 굳이 이 꿈을 반복해서 보여주니 본문에서 느낀 즐거움이 오히려 반감된다. '놓칠까 봐 다시 보여주는 건데, 이게 감동 포인트야' 하는 것 같아서. (손으로 펼쳐서 그 장면들이 하나로 이어지는 거라는 걸 확인하는 즐거움이, 또 있는 걸까?)

 

기승전결이 분명한 그림책, 화사하고 따뜻한 그림책, 웃기는 그림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다지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 그림책 한 권을 읽는 동안은 세상사 잊고(...) 알 듯 모를 듯한 세계에 발을 담가도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권하고 싶은 책이다. 처음 읽을 때는 그저 그랬는데 어쩐지 자꾸 생각이 나서 여러 번 펼쳐 보았다. 

 

 

 

 

 

 

 

 

 

* 스파이더맨 선풍기가 받고 싶어요.  스파이더맨 선풍기 받고 싶습니다. 스파이더맨 선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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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5-06-29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스파이더맨 선풍기는 왜 자꾸? ㅎㅎㅎ 뭐지? 어디에 있는거지? ㅋㅋㅋㅋㅋ

네꼬 2015-06-29 11:11   좋아요 0 | URL
응 나 페이퍼 썼어요. ㅜㅜ 갖고 싶어요. 아른거려....

moonnight 2015-06-29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파이더맨선풍기를 네꼬님 품속으로!!!♥♥♥ 책도 보관함에 넣었어요. 조카들이랑 함께 읽고 싶어요.@_@; 그런데 왠지 좀 슬플 것같아서 무섭ㅠㅠ;

2015-06-29 1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29 13: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히카의 꿈 -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구사바 요시미 엮음, 나카가와 가쿠 그림 / 봄나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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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무히카 대통령의 일상 또는 인생을 이야기로 엮은 그림책이었다면 접근하기도 쉽고 소개하기도 쉬웠을 것이다. 인물 그림책이 대개 그렇다. 그런데 이 책은 다른 길을 갔다. 대통령 궁을 마다하고 직접 농장을 돌보며 가난하게 사는 우루과이 대통령 무히카는 이미 유명하니까 그냥 앞부분에 간단히 넣고 그가 그렇게 사는 이유에 집중했다. 이런 영리한 기획이 나는 좋다. 

 

이 책의 원래 제목은 "세계에서 제일 가난한 대통령의 연설"이다. 무하카 대통령이 2012년 6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유엔 지속가능발전 정상회의에서 한 연설을 다듬어 그림책으로 만든 것이다. 그는 각국 정상들에게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사는 것' '세계에서 가난을 없애는 것'에 대해 의논하면서도 머릿속으로는 사실 더 풍족한 사회를 꿈꾸고 있지 않나 묻는다. 구체적으로 인도 사람들이 독일 사람과 같은 비율로 차를 갖는다면 어떻게 되겠나, 전세계 인구가 서구사회가 누려온 호사를 같은 수준으로 누리면서 살 수 있겠나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회의장의 분위기가 짐작이 좀 간다.)

 

과소비의 틀에서 벗어나 진정한 발전의 길을 찾자는 것이 무히카 대통령 연설의 요지다. 그의 주장은 급진적으로 발전을 거부하자 또는 발전을 자제하자가 아니라, 발전의 방향을 새롭게 설정하는 것이다.

 

"사회가 발전하는 일이 사람의 행복을 해쳐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발전은 인간의 행복과 같은 편이어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이 행복한 관계를 맺는 것, 아이를 키우는 것, 친구를 갖는 것, 지구상에 사랑이 있는 것, 이것들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양보할 수 없는 바탕입니다. 발전은 이것들을 만드는 데 같은 편이어야 합니다."(본문)

 

이런 주장은 새로운 것이 아닐 수 있다. 그런데 자신의 삶을 통해 그 주장의 가치를 증명하는 이가 있다는 것은 언제나 새롭고 언제나 소중하다. 이런 목소리가 여러 곳에서 자주 다양한 방식으로 들려올 때 세상 역시 같은 방식으로 변화하지 않을까? 초등학생부터 청소년까지, 여러 단계에서 이야기 나누며 읽으면 좋겠다.

 

 

 

 

 

 

* 스파이더맨 선풍기 갖고 싶어요. 스파이더맨 선풍기요. 스파이더맨 선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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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5-06-29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 저도 읽어볼게요, 네꼬님.

네꼬 2015-06-29 11:05   좋아요 0 | URL
스파이더맨 선풍기, 추첨에 뽑힐까요? 나 너무 갖고 싶어요. ㅠㅠ

moonnight 2015-06-29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꿈에 스파이더맨선풍기 나올 것 같아요^^; 꼭 받으셔야해요! 불끈!

네꼬 2015-06-30 15:30   좋아요 0 | URL
무히카의 꿈은 좋은 발전. 제 꿈은 스파이더맨 선풍기. (하아.. 하도 써서 이젠 제 것 같아요..)
 
노빈손과 위험한 기생충 연구소 노빈손이 알려 주는 전문가의 세계 1
서민 지음, 이우일 그림 / 뜨인돌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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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는 책을, 특히 과학책을 좋아하는 10세남이다. 키가 작고 눈이 똘망똘망한데 얼마 전엔 안경까지 쓰기 시작해 손색없는 똘똘이 스머프가 되었다. 어지간한 과학책을 권해서는 "아 저 그거 알아요"로 시작해 대화가 어디로 흐를지 모른다. 잡지 과학쟁이를 정기구독해서 마르고 닳도록 보고 나에게 빌려주기도 한다. 꼬질꼬질한 잡지를. 난 괜찮은데.

 

기생충에 별로 관심이 없는 내가 이 책을 구입한 이유의 3분의 1은 J다. (나머지 3분의 1은 물론 마태우스님에 대한 신뢰의 의리, 나머지 3분의 1은 이 글 끝에 밝히겠다.) 아무튼 이런 책을 갖고 있고 빌려주는 나를 얼마나 (더) 좋아하게 될까, 흐흐. 그런데 막상 책을 본 J는 약간 심드렁하다. "저 기생충 다 알아요." 참, J는 아는 것을 아는 대로만 말해도 친구들에게 잘난척한다는 핀잔을 듣는다. 내가 핀잔을 했단 건 아니다. 아무튼 그래서 이 책은 기생충 박사님이 쓰신 건데, 하고 운을 떼니까 눈이 왕방울만해져서는 "앗, 서민 선생님요???" 한다. 띠지를 빼 놓아서 작가를 금방 못 알아보았나 보다. 과학쟁이의 연재 때문에 "서민 선생님"을 알고 있었고 기생충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나.

 

"응, 근데 선생님도 아직 절반밖에 못 읽었으니까 다 읽고 빌려줄게."

"........(나라 잃은 얼굴로)..... 네....."

 

이날 J는 나와 만나는 내내 한 손을 이 책 위에 올려두고 있었다. 나를 보고 있지만 나를 보는 게 아니었다. 뒷부분 독서를 다음으로 미루고 J에게 먼저 빌려줄 수밖에 없었다. 한 주 뒤 J가 책을 돌려주면서 "아주 재미있었어요. 제가 아는 내용도 많았지만." 한다. 특히 책 뒤의 정보들이 좋았단다. 그게 더 길었으면 좋겠다고.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서민 박사님 입에서 기생충이 나오는 첫 장면은 괴로웠지만 다음부터는 이야기가 술술 읽혔다. 짓궂은 농담과 비유, (쥬라기월드를 의식하신 건가) 기생충 공원인 파라지파크까지! 그런데 본문 아래 말풍선으로 서민 박사님이 알려주시는 기생충 정보들이 더 잘 보이게 편집되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유용하고 흥미로운 정보들인데 읽기가 어려워서 아쉽다.

 

나중에 J가 나에게 뒷부분을 다 읽었느냐며 내 감상도 궁금해했다.

"재미있었지. 그런데 좀 징그러운 것도 많더라."

"기생충이 좀 징그러운 거 모르셨어요?"

"(이 녀석이..) 알았지, 나도 당연히!"

"그러면서 왜 사셨어요?"

".... 네가 좋아할 것 같고, 작가 선생님을 나도 좋아하고..."

 

나머지 3분의 1 이유를 나는 차마 J에게 말하지 못했다.

"기생충을 닮은 왕꿈틀이 젤리를 드립니다" 이 광고의 패기에 넘어갔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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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5-06-25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구 좋아라. 네꼬님 글봐서 좋고, 글이 재미있어서 좋네요. 왕꿈틀이라니, 왕꿈틀이 젤리라니. 네꼬남이 하리보 좋아한다는 걸 예전에 봤는데, 왕꿈틀이 젤리도 사이좋게 나누어 드셨습니까?!

네꼬 2015-06-26 10:20   좋아요 0 | URL
다락님이 좋다니 아이구 영광. (기생충을 닮은) 왕꿈틀이는 남편과 사이 좋게 나누어 먹었습니다. 저는 두 마리만 먹었어요... 통통한 걸로... -_-

마태우스 2015-06-29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흑흑. 이런 멋진 리뷰 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일상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책얘기를 하는 이런 리뷰 전 정말 좋아하는데요, 그 대상이 제 책이라니 가슴이 뭉클합니다. J가 장차 큰 인물이 될 것이라고 꼭 좀 전해주십시오 ㅠㅠ 네꼬님, 이 은혜 꼭 갚겠습니다!

네꼬 2015-06-30 15:32   좋아요 0 | URL
앗 이런 영광이 있나요! 나는 막 저자 방문 받는다. 와. (J에겐 꼭 전하겠습니다.) 좋은 책 내주셔서 감사해요! (^^) 또 기다릴게요, 어린이책!

순오기 2015-07-10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산 이유 중 3분의 1이 왕꿈틀이 젤리~ 대박!! 이렇게 솔직한 네꼬님이 좋아요~~ㅋㅋㅋ

네꼬 2015-07-15 12:29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댓글을 이제 봤네요. 어휴 뭘요 저 뻥도 잘 치는데!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