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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빈손과 위험한 기생충 연구소 ㅣ 노빈손이 알려 주는 전문가의 세계 1
서민 지음, 이우일 그림 / 뜨인돌 / 2015년 6월
평점 :
J는 책을, 특히 과학책을 좋아하는 10세남이다. 키가 작고 눈이 똘망똘망한데 얼마 전엔 안경까지 쓰기 시작해 손색없는 똘똘이 스머프가 되었다. 어지간한 과학책을 권해서는 "아 저 그거 알아요"로 시작해 대화가 어디로 흐를지 모른다. 잡지 과학쟁이를 정기구독해서 마르고 닳도록 보고 나에게 빌려주기도 한다. 꼬질꼬질한 잡지를. 난 괜찮은데.
기생충에 별로 관심이 없는 내가 이 책을 구입한 이유의 3분의 1은 J다. (나머지 3분의 1은 물론 마태우스님에 대한 신뢰의 의리, 나머지 3분의 1은 이 글 끝에 밝히겠다.) 아무튼 이런 책을 갖고 있고 빌려주는 나를 얼마나 (더) 좋아하게 될까, 흐흐. 그런데 막상 책을 본 J는 약간 심드렁하다. "저 기생충 다 알아요." 참, J는 아는 것을 아는 대로만 말해도 친구들에게 잘난척한다는 핀잔을 듣는다. 내가 핀잔을 했단 건 아니다. 아무튼 그래서 이 책은 기생충 박사님이 쓰신 건데, 하고 운을 떼니까 눈이 왕방울만해져서는 "앗, 서민 선생님요???" 한다. 띠지를 빼 놓아서 작가를 금방 못 알아보았나 보다. 과학쟁이의 연재 때문에 "서민 선생님"을 알고 있었고 기생충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나.
"응, 근데 선생님도 아직 절반밖에 못 읽었으니까 다 읽고 빌려줄게."
"........(나라 잃은 얼굴로)..... 네....."
이날 J는 나와 만나는 내내 한 손을 이 책 위에 올려두고 있었다. 나를 보고 있지만 나를 보는 게 아니었다. 뒷부분 독서를 다음으로 미루고 J에게 먼저 빌려줄 수밖에 없었다. 한 주 뒤 J가 책을 돌려주면서 "아주 재미있었어요. 제가 아는 내용도 많았지만." 한다. 특히 책 뒤의 정보들이 좋았단다. 그게 더 길었으면 좋겠다고.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서민 박사님 입에서 기생충이 나오는 첫 장면은 괴로웠지만 다음부터는 이야기가 술술 읽혔다. 짓궂은 농담과 비유, (쥬라기월드를 의식하신 건가) 기생충 공원인 파라지파크까지! 그런데 본문 아래 말풍선으로 서민 박사님이 알려주시는 기생충 정보들이 더 잘 보이게 편집되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유용하고 흥미로운 정보들인데 읽기가 어려워서 아쉽다.
나중에 J가 나에게 뒷부분을 다 읽었느냐며 내 감상도 궁금해했다.
"재미있었지. 그런데 좀 징그러운 것도 많더라."
"기생충이 좀 징그러운 거 모르셨어요?"
"(이 녀석이..) 알았지, 나도 당연히!"
"그러면서 왜 사셨어요?"
".... 네가 좋아할 것 같고, 작가 선생님을 나도 좋아하고..."
나머지 3분의 1 이유를 나는 차마 J에게 말하지 못했다.
"기생충을 닮은 왕꿈틀이 젤리를 드립니다" 이 광고의 패기에 넘어갔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