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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은 팀워크가 필요해


가부장제가 굳건한 사회에서는 아버지의 어깨에 가족의 생계를 홀로 도맡아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이 얹히게 됩니다. 가부장제의 남성들은 ‘직장과 결혼’할 수밖에 없지요. 아버지들은 바깥에서 돈을 버느라 가족들과 친밀한 시간을 갖기가 어려워요. 새벽같이 출근해서 한밤중에 퇴근하니, 아이들과 대화하기는커녕 얼굴 보기도 힘들지요. 자식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적으니 아이들도 아버지에게 거리감을 느끼게 되고요. 대화가 적다는 건 누구보다 아버지들이 가장 안타까워하는 부분이랍니다.


게다가 가장으로서 열심히 돈을 벌 때는 괜찮지만, 은퇴한 후에는 가족과의 사이에서 갈등을 빚기가 쉬워요. 아버지들로서는 한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했는데 정작 가족 안에서 자신의 자리를 잃어버리는 셈이지요.


여러분의 아버지는 어떠한가요? 여러분은 하루에 아버지와 얼마나 대화하나요? 국립국어원이 2015년에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361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더니 하루 평균 아버지와의 대화 시간은 1시간 27분, 어머니와의 대화 시간은 2시간 9분이었어요. 어머니가 훨씬 길죠? 시간만 다른 것이 아니라, 대화 내용도 달랐습니다.


어머니와의 대화 내용은 ‘주변 사람에 대한 생각과 감정’이 약 40%, ‘공부와 학업’이 약 31%, ‘취향과 관심사’가 약 16%였어요. 하지만 아버지와의 대화 내용은 순서가 좀 바뀌었지요. 아버지와는 ‘공부와 학업’에 대해서는 34%, ‘취향과 관심사’는 24%, ‘주변 사람에 대한 생각과 감정’에 대해서는 18% 정도로 대화한다고 해요. 어머니와 가장 많이 대화하는 주제인 생각과 감정을 아버지와는 별로 얘기하지 않고 있군요. 생각과 감정이라고 하니 뭔가 거창해 보이지만, 내 속마음을 아버지에게는 잘 보여 주지 않는다는 뜻으로 이해해도 틀리지 않을 거예요.



게다가 아버지와의 대화에서 공부, 학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커지고 있었어요. 초등학교 6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는 줄곧 공부, 학업이 대화의 최우선 주제였습니다. 공부 이야기를 주로 하게 된다면 아버지와의 대화가 별로 즐겁지 않을 것 같아요. 반면 어머니와는 중 2 때까지 ‘주변 사람에 대한 생각과 감정’이 40%가 넘었고, 중 3 때 잠시 26%로 떨어지지만, 고 1 때 다시 40%로 늘어났어요. 아빠보다는 엄마에게 속을 터놓는 친구들이 많네요.


아이들은 또 “누구와의 대화가 중요한가?”를 묻는 질문에 어머니, 친한 친구, 아버지, 친하지 않은 친구의 순서로 답했다고 해요. “누구와의 대화가 즐거운가?”를 묻는 질문에는 친한 친구, 어머니, 아버지, 친하지 않은 친구의 순서였고요. 아버지는 친하지 않은 친구보다는 낫지만 어머니, 친한 친구에는 못 미치네요.


가족과 좀 더 친밀한 시간을 갖지 못하는 것은 가부장제 속에서 사는 남자들의 고충입니다. 여러분의 마음속에서 아버지는 몇 번째 순서에 자리하고 있나요?


엄마가 힘센 자궁 가족


아빠와 대화하기가 부담스러운 친구들 중에는 엄마에게 ‘중간 전달자’ 역할을 부탁하는 경우가 있을 거예요. 아빠에게 직접 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엄마에게 털어놓으면 엄마가 아빠에게 나 대신 전해 주지요. 같은 이야기인데도, 엄마한테는 편하게 말할 수 있지만 아빠한테는 말을 꺼내기 어려울 때가 있잖아요. 또 엄마는 여러분의 말을 찰떡같이 알아들을 뿐 아니라 아빠에게 좀 더 손쉽게 허락을 받아 내곤 하지요.


그런데 이것이 정말 엄마가 나보다 협상하는 능력이 탁월해서 그런 것일까요? 그렇기도 하지만, 사실 아빠 입장에서는 자녀들의 상황을 잘 모르다 보니 웬만하면 엄마의 생각에 따라 줄 때가 많을 거예요. 여러분도 그 점을 살짝 눈치챌 때도 있지요? 그런 일이 잦으면 ‘아빠가 정말 우리 집 대장이 맞나?’ 싶을 때도 있고요. 아빠의 허락과 동의를 받아야 되긴 하지만, 어쩐지 아빠의 허락은 형식적이고 엄마가 실질적인 대장인 것 같아요.



학자들은 이런 현상에도 이름을 붙였어요. 가부장제 안에서 여성이 자식들과의 친밀한 관계를 통해 자신의 세력을 만들어 나가는 가정을 두고 미국의 인류학자 마저리 울프는 1972년에 ‘자궁 가족’이라고 불렀지요. 표현이 무척 흥미롭지요?


우리나라에도 이런 자궁 가족이 많아요.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예부터 효를 무척 중요시해 왔기 때문에 자녀들이 장성해서 효를 다하려 할수록 어머니, 할머니의 권위가 더욱 높아지지요.


그러니 가부장제 사회라고 해서 여성들이 늘 약자의 자리에만 있는 것은 아니에요. 가족들에게 헌신한 만큼 시간이 지나면서 친밀감, 유대감, 존경이라는 보상을 받게 되니까요. 어머니나 할머니를 애틋하게 생각하는 마음, 더 친하게 여기는 마음, 존경하는 마음이 모이면 아버지나 할아버지의 권위와는 다른, 어머니만의 고유한 자리가 생겨나지요.


하지만 자궁 가족은 가부장제 가족 안에서 여성이 살아남는 하나의 방식일 뿐이라는 한계가 있어요. 여성이 여성 자체로 존중받는 가족, 가족 구성원 모두가 고르게 평등한 가족의 모습이라고 보기는 어렵지요.


가부장제와 자궁 가족을 살펴보다 보면 이런 의문이 들 거예요. 

“꼭 남자, 여자 둘 중에 한 명이 가족의 대장이 되어야 할까?”



아빠는 힘이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은근한 왕따’인 경우가 많고, 엄마는 자식들에게 영향력이 있다고 하지만 자식을 앞세워 만드는 자리이니 상당히 불안정해요.


그래서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가부장제를 벗어나서 새로운 가족을 만들려는 변화를 꾀하고 있답니다. 일본은 ‘일터와 가정의 균형 잡기’(work-home balance)를 정책으로 내세우면서 변화하려 하고 있고, 싱가포르도 ‘가족은 팀워크’(family as a teamwork)라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요. 이 정책들의 핵심은 남편, 아내, 아이 등 가족 구성원 각각이 팀원처럼 가족 안의 일을 분담해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유럽의 대표적인 복지 국가 노르웨이는 ‘노동자와 돌봄자(worker-carer) 모델’을 실험 중에 있어요. 이름은 다르지만 내용은 비슷해요. 남녀 모두가 생계를 위해 밖에서 일을 하고, 또 모두가 가족 안에서 자녀나 부모를 돌볼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거예요. 바깥일과 집안일을 성별에 따라 나누지 않고 모두가 함께하는 것이지요. 집안의 대장도 따로 있지 않아요. 그랬더니 일터에서도 훨씬 더 생산성이 높아지고, 삶도 더 행복해졌다고 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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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맘 2017-11-11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버지가 은근한 왕따라는 문장이 정말 현실적이고 와닿네요. 많은 가정에서 아버지는 집에서의 돌봄노동을 하지 않는 시스템에 길들여져 있고, 밖에서 얻는 사회적 인정을 집에서도 바라죠. 이 점에 대해서 아이들와 이야기해 보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네요.

스탯 2017-11-12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부장제와 자궁가족에 대한 통찰력 있는 해석만으로도 좋았는데, 팀워크가족같은 해결책까지 알려주시니 더욱 좋네요! 가족은 팀워크! 정말 멋진 말이예요. 싱가폴도, 일본도 하고 있다면 우리나라도 할 수 있을거라고 봅니다.ㅎㅎ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많이 전할게요.

cocoa 2017-11-14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근들어서 페미니즘에 관심이가게 되어 이 책 저 책 찾아보고있습니다. 짧게짧게 올려주신 책 내용에서도 요목조목 잘 따져서 생각지 못한 부분을 짚어 주시는 것 같습니다:) 자궁가족이라는 비유에서 저 역시도 공감이갑니다. 기대됩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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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왜, 무슨 일을 해야 할까?


요즘엔 기계가 발달해서 집안일은 별로 할 게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어요.


“예전에는 빨래도 시냇가에 가서 방망이로 두들겨 빨았고, 밥도 장작불을 지펴서 가마솥에 했고, 옷도 누에에서 실을 뽑아 천을 짜서 손바느질로 지었으니 힘들었다지만 요즘엔 대체 뭐가 힘들어? 빨래는 세탁기가 하고, 밥은 전기밥솥이 하고, 청소는 청소기가 다 하잖아.”


나이가 지긋한 어른 중에는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지금은 다양한 가전제품이 발명되었으니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편해졌다는 생각이지요. 정말 그럴까요? 빨래를 예로 들어 볼게요. 빨래는 세탁기가 다 한다고들 하지만 실제로 해 보면 사람이 하는 일이 여전히 많아요. 옷이 제 발로 걸어서 세탁기에 들어가던가요? 또 모든 옷을 세탁기에 그냥 던져 넣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와이셔츠는 세탁기에 넣기 전에 손으로 애벌빨래를 해야 하고, 속옷과 수건은 이따금 삶아야 해요. 세탁이 끝난 다음엔 물을 먹어서 무거워진 옷들을 빨랫줄로 옮겨서 널었다가 다 마른 다음에 개어야 하지요. 주름진 옷은 빳빳하게 다림질해서 종류별로, 또 주인별로 분류해서 옷장에 넣어야 합니다. 집에서 물빨래를 할 수 없는 옷은 세탁소에 맡겼다가 찾아와야 하고요. 옷마다 세제도 다른 것을 써야 하고, 세탁기도 때가 되면 청소를 해야 해요.



어쨌든 세탁기가 없던 시절보다는 나아진 것 아니냐고요? 연구에 따르면, 가전제품의 발명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의 가사 노동 시간은 전혀 줄지 않았습니다. 사회학자 윤정로에 따르면 과거에 비해 각자가 가진 옷가지가 점점 늘어나고, 세탁 기술이 크게 발전한 데다,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청결과 옷매무새에 대한 기준이 높아졌어요. 그래서 훨씬 자주 빨래를 하고 다림질도 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답니다. 요리도 손쉬운 조리 기구가 발전하고 슈퍼마켓이 확산되면서 매끼 식탁에 오르는 음식의 가짓수가 늘어나고 조리 기법이 더 복잡해졌고요. 스팀 청소기를 쓰는 가정에서는 청소하는 횟수가 증가했어요. 그뿐만이 아니라 과거에는 없던 쇼핑, 운전, 공과금 처리, 은행 업무 같은 새로운 가사 노동이 계속 출현하고 있지요. ‘이상적’인 아내와 엄마에게 요구되는 가사 노동의 질적 수준이 전보다 훨씬 높아졌습니다.


윤정로는 이 연구에서 가전제품의 발전은 역설적이게도 ‘어머니들에게 더 많은 일’을 만들어 주었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정말 반전에 가까운 사실이지요? 그러니 가사 노동을 허투루 보아서는 안 돼요. 과거에도 현재에도 가사 노동이 많고 힘든 일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여자도 아내가 필요해


가사 노동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노동이에요. 그러니 누구나 스스로 해야 합니다. 자기가 먹을 음식을 만들고, 자기가 입은 옷을 빨고, 자기가 지내는 공간을 청소하는 것은 기본적이고도 당연한 일이지요. 하지만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한 명이 도맡아 하고 있어요. 전업주부이든 ‘워킹 맘’이든 가리지 않고 주로 여성이, 즉 엄마가 그 일을 하지요.


많은 여성이 사회에서 일하고 있지만, 가정이 여성의 공간이고 사회는 남성의 공간이라는 생각은 쉽게 변하지 않아요. 이를 학자들은 어려운 말로 ‘남성 생계 부양자 모델’이라고 부릅니다. 말 그대로 남성은 돈을 벌어서 나머지 가족들의 생계를 부양하고, 여성은 남성이 돈을 잘 벌어 올 수 있도록 지원하는 모델입니다. 성별에 따라 역할과 공간을 분담한 것이죠. 얼핏 공평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그렇지 않아요. 남성은 중요하고 가치 있는 ‘바깥일’을, 여성은 사소하고 가치 없는 ‘집안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거든요.



흔히 사람들은 역사적으로 아주 오랫동안 남성 생계 부양자 모델로 살아왔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사실 이 모델은 생겨난 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가족 중 단 한 명이 나머지 가족 모두를 부양할 수 있을 만큼의 돈을 안정적으로 버는 것은 쉽지 않거든요. 서양에서는 20세기 중반에나 가능해졌고, 우리나라도 1970년대에 겨우 일부 중산층에서 가능해졌어요.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여성들이 부업을 해서 생계비를 보탰어요. 게다가 점점 고용이 불안정해지는 반면 필요한 생활비는 늘어나서 한 명의 수입으로는 도저히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워졌어요. 동시에 교육을 받은 여성들이 증가하면서 이 모델은 깨어지고 있지요.


문제는 이런 남성 생계 부양자 모델이 오늘날에도 사람들 머릿속에 너무 뿌리 깊게 남아 있다는 거예요. 오스트레일리아의 정치 평론가 애너벨 크랩은 『아내 가뭄』이라는 책에서 여성들은 맞벌이를 하지만 남성들은 ‘맞살림’을 하지 않는 현실을 다루었어요. ‘남자는 직장, 여자는 가정’이라는 생각이 여전한 강한 탓에 남성은 오롯이 직장 일에 몰두할 수 있지만, 여성은 똑같이 밖에서 일을 하면서도 자녀 양육부터 여러 집안일을 다 떠안고 있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크랩은 이 상황을 이런 말로 표현했어요.


“(일하는 여성들은) 마치 직업이 없는 사람처럼 아이를 기르면서, 아이가 없는 사람처럼 일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린다.”



크랩은 또 하나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보여 주었어요. 가사 노동은 여성이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성차별적인 생각을 지니고 있다는 거예요. 2012년에 미국 학자들이 232명의 남성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이런 연구를 했어요. 실험 참가자 절반에게는 다이앤 블레이크라는 여자 이름의 이력서를, 나머지 절반에게는 데이비드 블레이크라는 남자 이름의 이력서를 보여 주었답니다. 이름만 다를 뿐 이력서의 내용은 똑같았어요. 하지만 남자 관리자 중 ‘전통적’인 결혼 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은 다이앤 블레이크에 대해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라고 평가했답니다.


이 연구를 두고 크랩은 ‘이 남자들, 참 고약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이들이 모두 악의로 가득 차서 여자들을 일부러 차별한 것은 아닐 테니까요. 다만 자신이 살아온 방식이나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모습이 있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편견을 갖게 되었고 그 때문에 판단을 그르친 것이지요. 가사 노동이 여성만의 일이라는 생각은 여러모로 방해가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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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탯 2017-11-12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사 노동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노동이에요. 그러니 누구나 스스로 해야 합니다.

이 말이 너무나 속 시원합니다! 제가 항상 말 하는 내용인데, 저 간단한 논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모릅니다. 험한 말 없이도 논리적으로 바람직한 결론을 딱 내어놓는 글솜씨에 감탄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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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은 위대하다, 우리 엄마만 빼고?


어떤 사람들은 모성이 본능이라는 근거로 호르몬을 들기도 해요.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에 대해 들어 보았나요? 옥시토신은 출산과 모유 수유를 돕기 때문에 ‘모성애를 관장하는 호르몬’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호르몬은 만삭의 산모가 아기를 낳기 직전에 산모의 자궁에서 분비돼요. 자궁의 수축 정도를 조절해서 아기가 안전하게 세상 밖으로 나오도록 돕지요. 출산 후에는 모유가 잘 나오도록 촉진하고요. 


옥시토신의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쥐를 대상으로 실시된 실험이 있어요. 쥐의 뇌에 옥시토신을 주입하자, 출산 경험이 없어서 새끼 쥐들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던 쥐가 새끼 쥐들을 돌보았지요. 이 실험을 보아도 옥시토신은 모성과 깊은 관련이 있어 보여요. 게다가 여성의 자궁과 가슴에는 옥시토신 수용체가 있다고 해요. 옥시토신은 확실히 여성에게 더욱 특별한 호르몬인 것 같아요.



그럼 옥시토신은 일종의 ‘여성 호르몬’일까요? 그렇게 단정할 수는 없어요. 옥시토신은 남성의 뇌에서도 여성과 비슷한 양이 분비되거든요. 옥시토신은 남성과 여성의 몸 모두에서 혈중 염분의 농도를 조절하고, 중추 신경계에서는 사랑, 학습 및 기억과 같은 정신적인 행위에도 관여해요. 모성애를 관장하는 것은 옥시토신의 유일한 기능이 아니라 여러 기능 중 하나인 셈입니다. 그러니 옥시토신만으로 모성애를 다 설명할 수는 없어요. 게다가 모든 엄마에게 옥시토신이 분비되기는 하지만 사람마다 모성의 정도나 표현 방식이 다르잖아요.


옥시토신이 나온다고 해서 한순간에 슈퍼우먼처럼 엄마 역할을 척척 해낼 수는 없어요. 엄마 역할을 온전히 해내려면 호르몬의 도움뿐만 아니라 경험하고 학습하는 것이 필요하지요. 갓 낳은 아기를 품에 안는다고 해서 아기를 어떻게 먹이고, 재우고, 기저귀를 갈아야 하는지까지 한 번에 꿰뚫어지는 건 아니거든요. 누구든 하나하나 배워서 할 수밖에 없지요.


그래도 엄마만 할 수 있는 임신, 출산, 수유가 엄마와 자식을 특별한 관계로 만드는 것 아니냐고요? 맞아요. 힘들고 아프고 위험하지만,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여자와 남자의 큰 차이예요.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있어요. 남자도 아내가 임신을 하면 몸에 변화가 생긴다는 거예요! 남자도 입덧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 있나요? 아내가 임신을 하면 아내를 따라 임신부처럼 체중 증가, 입덧, 음식 섭취 증가, 불면증 등의 증상을 보이는 남편들이 있어요. 이를 ‘쿠바드 증후군’이라고 해요. 임신도 하지 않은 남편이 입덧이라니! 정말 신기하지요.


더 신기한 것도 있어요. 꼭 쿠바드 증후군에 걸리지 않은 남자라도, 임신한 아내를 따라 몸에 변화가 생기는 경우가 많아요. 최근 연구에 따르면 보통 남자들도 예비 아빠가 되면 체중이 증가하고 코르티솔과 프로락틴이라는 호르몬 수치가 높아진대요. 이 호르몬들은 엄마와 아빠에게 아기의 울음에 더 잘 반응하고, 자신의 아기 냄새를 구별할 수 있게 한답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걸까요? 이에 대해 정신과 의사 정성훈은 2011년에 재미있는 해석을 내놓았어요. 남성들이 여성의 재생산 능력을 부러워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정성훈은 남성이 생명을 탄생시키는 여성의 마력에 매혹되어 왔으며 동시에 지독히 질투해 왔다고 보았어요. 여성이 피를 흘리며 낳은 아이는 평생 동안 어머니와 이어져 있지만 아버지는 그런 생명의 신비에 동참하지 못하니까요. 정성훈은 아버지와 아이의 관계는 사회적 제도로만 보장받을 뿐, 언제 부인될지 모르는 위태로운 관계라고 보았습니다. 요즘에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누가 아버지인지 명확히 알 수 있긴 하지만 그래도 직접 아기를 낳은 어머니만큼 확실할 수는 없지요. 조금 과감한 해석이기는 하지만, 이런 생각도 어딘가 일리 있어 보이지요?


어쩌면 남학생들을 좌절하게 만드는 분석일지도 모르겠네요. 힘이 되는 연구 결과도 하나 있으니 너무 슬퍼하지는 마세요. 이스라엘의 심리학 교수 루스 펠드먼은 대리모의 도움을 받아 자녀를 출산한 남자 동성애자 부부의 뇌와, 아이를 출산한 이성애자 부부의 뇌를 비교해 보았어요. 동성애자 부부와 이성애자 엄마는 모두 동일한 양상으로 뇌의 양육 네트워크가 활성화되었답니다. 반면에 아기가 있어도 육아에 별로 참여하지 않은 이성애자 아빠의 뇌는 달랐대요. 그러니까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남자는 엄마와 동일한 방식으로 뇌가 활성화된다는 것이지요. 꼭 여자처럼 임신과 출산을 하지 않아도 육아 경험이 있다면, 아빠의 뇌도 엄마의 뇌와 비슷해질 수 있어요.



이러한 연구들이 가리키는 것은 하나예요. 모성애나 부성애는 아기를 낳기만 하면 호르몬이 펑펑 나와서 자동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아기를 키우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아빠가 엄마를 질투할 필요도 없을뿐더러 엄마만 육아를 할 필요도 없겠지요? 모성이 본능이라는 믿음도 다시 생각해 봐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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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탯 2017-11-12 12: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성도, 부성도 아기를 키우는 ‘과정‘에 핵심이 있다니! 모성애에 대한 환상, 성화로 고통받을 일도, 부성애는 있냐없냐 따질 일도 없는 확실한 결론이네요. 육아에 동참할 때 비로소 진짜 부모로서의 자격을 가질 수 있는게 아닌가싶습니다. 육아는 어머니, 아버지 모두가 책임져야 할 몫이니까요. 멋진 글 감사합니다!

나유타 2017-12-18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연히 필수적으로 딸려오는 것이라는 보편적인 생각을 깨우쳐주네요. 함께 키워나가는 과정에서 정이 샘솟듯 사랑이 솟아나는것 같아요. 혼자 감당하기 보다 함께 해야 더 돈독해지는거겠죠.

비로그인 2017-12-28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성애 신성화를 제대로 뒤집어 주셨네요. 읽으면서 무척 통쾌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글을 접하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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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언제나 낭만적일까?


연애의 자유는 새로운 고민을 가져왔어요.

‘어떻게 하면 상대방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이런 내 모습을 그 사람이 좋아할까?’

‘어떻게 해야 사랑이 변치 않고 지속될 수 있을까?’


연애라는 개념도 없었고, 부모가 시키는 대로 결혼을 하던 시절에는 할 필요가 없었던 고민이지요.


사랑에 빠진 사람들, 낭만적인 사랑을 꿈꾸는 사람들은 상대방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기를 바라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면 상대방이 실망하고 사랑이 식을까 봐 두려워하지요. 한마디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됩니다.


이럴 때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해결책이 있어요. 바로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 하는 거예요. 남자가 좋아하는 여자의 행동, 여자가 좋아하는 남자의 매너 등을 인터넷으로 찾아보거나, 연애 좀 해 봤다 하는 친구들에게 조언을 들으면 대충 남들이 어떻게 연애하는지 알 수 있어요. 또 혈액형이나 별자리를 가지고 상대의 성향과 취향을 짐작해 보기도 하지요.



아마 여러분도 데이트에서 여자와 남자의 역할이 무엇이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어느 만큼 알고 있을 거예요. 지금 연애를 하고 있다면 그 틀대로 여자 친구, 남자 친구와 데이트를 하고 있을 테고요. 혹시라도 ‘나는 왜 이렇게 창의력이 부족하지?’라고 자책할 필요는 없어요. 여러분은 단지 ‘문법’에 충실할 뿐이니까요.


이성애 연애에는 문화적 문법이라는 것이 있어요. 미국의 사회학자 로스와 슈워츠는 이성애 연애의 문화적 문법을 ‘연애 각본’이라는 용어로 설명했어요. 배우들이 각본에 따라 대사와 행동을 연기하듯이, 연인들도 연애 각본을 행동 지침으로 삼아 따른다는 뜻이에요. 또 미국의 심리학자인 로즈와 프리즈도 이를 연구하고는 명확하고 공식적인 데이트 문법이 존재할 뿐 아니라 심지어 1950년대 이후로 별로 변하지도 않았다고 결론 내렸어요. 대체 어떤 각본인지 한번 살펴볼까요?


이 각본에서는 남자와 여자의 역할이 다른데 남자는 대체로 적극적인 행동을, 여자는 소극적인 행동을 하기로 되어 있어요. 예를 들어 남자는 데이트를 제안하고, 계획을 세우고, 여자를 데리러 가고, 운전을 하고, 돈을 내고, 문을 열어 주고, 집에 데려다주지요. 반면에 여자는 남자가 주도하기를 기다리고, 남자의 제안을 받아들일지 아니면 거절할지 결정해요.



연구에 따르면 남녀평등을 중시하는 사람들도 연애를 처음 시작할 때는 이 각본에 따른다고 해요. 아마도 처음 만나는 사람을 상대로, 모두에게 익숙한 전통적인 성 역할을 따르지 않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일 거예요. 또한 모두에게 익숙한 행동을 하면 낯선 사람과의 만남에서 느껴지는 어색함을 줄일 수도 있겠지요. 상대방이 어떻게 행동할지, 자신이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으면 긴장감도 많이 줄어들겠지요?


미국 학자들이 연구한 연애 각본인데, 우리나라의 각본과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우리나라에서도 대체로 남자가 먼저 데이트를 제안하고, 함께 음식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눈 뒤에는 남자가 여자를 집에 데려다주고, 만남이 즐거웠다고 말하며 다음 만남을 제안하지요. 남자의 제안을 받은 여자는 이 사람을 한 번 더 만날지 고민하고요.

 

도대체 사람들은 이런 연애 각본을 어떻게 알게 되는 걸까요? 교과서에 나오는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교과서는 없지만, 알고 보면 참고서 비슷한 것은 무수히 많답니다. 동화, 드라마, 영화 등의 매체에서 그려지는 여성과 남성의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지요.


이 연애 각본, 이대로 계속 따라가도 괜찮을까요? 우리의 ‘참고서’를 계속 믿어도 좋을지 한번 살펴볼게요.


신데렐라는 왜 기다리기만 할까?


『신데렐라』를 볼까요? 신데렐라와 비슷한 이야기, 즉 가난한 여성이 부자 남성을 만나 결혼하는 이야기는 전 세계에 약 1,000여 종이나 있대요. 정말 많지요. 신데렐라가 왕자와 만나 행복해지는 결말을 읽었을 때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혹시 능력 있고 부자인 남성과 결혼하는 것이 여성의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라는 생각이 무심코 들지는 않았나요? 가난부터 새어머니의 구박까지, 신데렐라가 처한 여러 곤란이 왕자를 만나자마자 한번에 말끔히 해결되는 것을 보면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지요.


또 『신데렐라』뿐만 아니라 많은 동화에서는 희고 고운 살결, 연약하고 가냘픈 몸, 우수에 젖은 눈 등을 아름다움의 기준으로 꼽고 있어요. 이러한 기준에 모두 들어맞는 미인이 멋진 남성의 선택을 받곤 하지요. 혹시 『인어 공주』에서 왕자가 인어 공주가 아닌 다른 여성과 결혼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기억나나요? 바로 그 여성의 외모 때문이었어요. 왕자는 ‘비단결처럼 곱고 하얀 피부, 길고 검은 속눈썹, 미소 띤 두 눈’을 한 아름다운 공주에게 반해 인어 공주의 존재를 잊고 말아요. 그런데도 인어 공주는 왕자를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자기 목숨마저 기꺼이 버리지요. 서로 열렬히 사랑했던 것도 아니고 그저 짝사랑일 뿐이었는데도, 인어 공주에게는 왕자가 자신의 목숨보다 더 중요했나 봐요.



『잠자는 숲속의 공주』, 『백설 공주』, 『라푼젤』 등 다른 동화들도 큰 틀에서 보면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어요. 남자 주인공의 신분은 대체로 높고 귀한 왕자이고, 왕자는 미녀에게 첫눈에 반해요. 왕자가 위기에 처한 미녀를 구해 주면, 미녀도 왕자를 사랑하게 되지요. 즉 남자는 어려움을 극복해 사랑을 쟁취하고, 미모가 빼어난 여자는 그런 남자에게 선택받는 구도입니다.


동화 속의 여자들은 탑에 갇혀 있거나, 오랫동안 잠들어 있거나, 고된 집안일에 시달리지만 스스로 거기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어 보여요. ‘진실한 사랑’이 유일한 해결책이기 때문에 자신을 사랑해 줄 남자를 기다리는 수밖에요. 잠자는 숲속의 공주는 무려 100년 동안이나 기다렸잖아요! 남자도 여자를 위기에서 구해 주려면 목숨을 걸어야 해요. 진실한 사랑은 그만큼 하기 힘들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처럼 그려져요. 일단 사랑을 하게 되면 영원한 행복과 안녕을 누릴 수 있으니까요.


이러한 이야기들은 오늘날까지도 드라마나 영화에서 반복되며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낳기도 했어요.


- 출간 전 연재 4회에서 계속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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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탯 2017-11-12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삶 속에 너무나 깊숙하게 들어와있는 ‘연애각본‘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네요. 어렴풋이 느끼고 있던 것들인데 말로 정리해내기는 힘들었거든요. 책을 통해 읽으니 ‘아, 이거였어!, 내가 느꼈던 찝찝함이!‘하고 외치게 됩니다.
그래도 최근의 겨울왕국, 모아나같은 동화(애니메이션)은 진일보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을까요. 여전히 문제점은 많지만 작가님처럼 짚어내시는 분들이 있어 사회가 바뀌고는 있는 것 같아요.

Peacefultime 2017-11-12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데렐라, 백설공주, 인어공주 따위의 동화는 결국 남자작가들이 쓴 것이고, 남성들이 생각하는 그시대의 이상적인 여성상을 투영한 것이겠지요. 현재는 AV배우같은 여성들이 그 위치를 차지하는듯 하구요. 그러한 허상에 실재하는 여성을 끼워맞추려는 사회가, 특히 여성들 자신이 크게 각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뀨뀨 2017-12-12 09:23   좋아요 1 | 수정 | 삭제 | URL
아니;;; 공주들이 그시대 이상적 여성상일 가능성은 높지만 현대에선 AV배우가 그 위치라니 그건 아닌것같은데요;;;; AV는 그냥 욕구해소를 위한거고 신데렐라 시절에도 창녀는 있었는데 창녀를 이상적인 여성상이라곤 생각하지 않죠;;; 몸매나 얼굴을 말하는 거라도 마찬가지로 AV배우보단 연예인이 영향이 훨~~씬 크다고 생각해요. AV배우는 살집있는사람도 많죠. 현실 여성들은 마르려고만 하는게 문제인데. 이 댓글은 그냥 남혐을 가진 의견으로 밖에 안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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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에서 내 몸을 지켜 줘!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진행한 ‘2010년 청소년 건강 실태 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정상 체중인 중학생 2,566명 중에 남학생의 55%와 여학생의 53%가 자신의 몸무게가 비정상 상태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자신의 체형에 대해 “전혀 만족하지 못한다.”와 “만족하지 못하는 편이다.”를 고른 학생들의 수를 합해 보면, 초중고 전체 남학생의 50%, 여학생의 66%였어요. 여학생은 세 명 중 두 명, 남학생은 두 명 중 한 명이 체형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남학생과 여학생의 스트레스에는 차이가 있었어요. 자신의 몸무게가 정상보다 적게 나간다고 생각한 남학생은 전체의 28%였지만 여학생은 11%에 불과했어요. 반대로 자신의 몸무게가 정상보다 많이 나간다고 생각한 남학생은 27%였지만, 여학생은 42%로 훨씬 많았답니다. 여학생 두 명 중 한 명은 자기가 뚱뚱하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어쩌면 여러분은 이 통계마저 틀렸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네요. “우리 반 여자애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자기가 뚱뚱하다고 생각하는데?” 하고 말이에요.



문제는 자신이 몸무게가 많이 나간다고 생각하는 남학생과 여학생 모두 자기 존중감이 낮았다는 거예요. 청소년 시절은 몸에 갑작스럽게 여러 가지 변화가 일어나면서 이런 변화에 민감해지고, 또 자신의 외모에 많은 관심을 가지는 시기잖아요. 자신의 가치를 쌓아 가는 시기이기도 하고요. 그런 중요한 시기에 외모나 신체에 자신감을 잃고 자기 존중감마저 낮아지는 건 정말 위험한 일이에요. 자칫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자신감을 잃고 소극적인 성격으로 변해 가지는 않을지 걱정이 됩니다.


그런데 앞의 조사에서 여학생과 남학생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체형에는 차이가 있었어요. 여학생들은 가능한 한 마른 몸을 원하지만, 남학생들은 무조건 마른 몸보다는 정상 체중이면서 적당히 튼튼한 몸을 원하는 것 같아요. 남학생들은 너무 말라도 싫은가 봐요. 위 조사에서 자신이 몸무게가 적게 나간다고 생각하는 경우 남학생은 자기 존중감이 낮았지만 여학생은 오히려 높았어요.


몸에 대한 불만은 다이어트로 이어질 거예요. 보건복지부가 2014년에 전국 중·고등학생 7만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보니, 체중 감량을 시도한 사람이 남학생의 23%, 여학생의 45%였답니다. 어쩐지 이 조사 결과에도 의문을 표하는 여학생들이 있을 것 같아요. “절반도 안 된다고? 어느 동네에서 조사한 거야? 우리 반 여자애들은 지금 모두 다이어트 중이라고!” 하면서요. 아마 여러분이 피부로 느끼는 스트레스는 통계보다 훨씬 클 거예요.


여학생들은 마른 몸, 남학생들은 근육이 적당히 있는 몸이라는 목표가 다를 뿐 지금 모두가 살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요즘의 ‘외모 지상주의’는 누구에게나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어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제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남성이든 여성이든 다들 외모로 평가받는 세상, 끊임없이 외모를 관리해야 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고 느끼고 있어요.



얼마나 말라야 마른 거지?


그런데 어느 정도 말라야 마른 몸이고, 얼마나 근육이 있어야 근육질 몸이 되는 걸까요? 그에 대해 정확한 기준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아마 없을 테니, 힌트가 될 만한 것을 하나 살펴보기로 해요. 여자아이들이 많이 가지고 노는 인형 중에 바비 인형이 있어요. 바비 인형은 백인 일색이라는 것이 큰 문제지만, 그 문제는 일단 치워 놓고 몸의 문제만 볼까요?


바비 인형의 몸은 정말 비현실적인데, 이게 얼마나 비현실적인 것인지 구체적으로 연구한 결과가 있어요. 바비 인형의 신체 치수를 실제 사람 몸에 맞춰 환산해 본 것이에요. 그랬더니 허리둘레는 16인치여서 그 안에는 간 반쪽과 창자가 조금 들어갈 수 있을 정도래요. 목은 너무 가늘어서 머리를 지탱할 수 없고 발목도 너무 가늘어서 기어 다녀야 하고요. 제대로 서서 걸어 다닐 수도 없는 사람이라니, 갑자기 바비 인형이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나요?


이러한 신체 왜곡은 남자아이들이 주로 가지고 노는 인형도 예외가 아니에요. 데버러 로드라는 법학자는 2011년에 미국의 남자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인형 중 하나인 지아이조(G. I. Joe) 인형의 몸매를 살펴보았어요. 해즈브로라는 회사에서 만든 지아이조 인형은 건장한 남자 군인을 표현한 것인데 갈수록 근육질 몸으로 변하고 있어요. 그중 하나를 일반적인 키의 남자로 만들어 보면 가슴둘레 55인치, 이두박근 27인치, 허리 29인치가 될 지경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이런 사람이 있다면 멋있다기보다 이상하겠지요?



서양 사람 중에는 덩치가 꽤 큰 사람이 많으니 서양 사람 체형과는 조금 비슷할 수도 있을까요? 그렇지도 않아요. 2004년에 미국에서 실시된 조사에 따르면 18세에서 25세 백인 남성의 평균 가슴둘레는 41인치, 허리둘레는 35인치라고 합니다. 서양 남자 기준으로 보아도 지아이조 인형의 몸은 전혀 현실적이지 않지요. 우리가 이상적이다,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미의 기준이 너무 터무니없는 것은 아닌지, 실현 불가능한 목표 때문에 너무 고통받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외모에 신경 쓰는 사람이 많아지다 보니, 이 현상이 이제 진지한 연구의 대상이 되었어요. 혹시 루키즘(lookism)이라는 말을 들어 봤나요? 루키즘은 외모가 개인의 우열뿐 아니라 인생의 성패까지 좌우한다고 믿어, 외모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경향을 말해요. 외모 지상주의와 비슷한 말이지요. 윌리엄 새파이어라는 언론인이 2000년 8월에 『뉴욕타임스』에 쓴 칼럼에서 루키즘을 다루면서 이 단어가 세상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어요. 새파이어는 외모가 인종, 성별, 종교, 이념 등에 이어 새롭게 등장한 차별 요소라고 지목했어요. 그전까지 사람들이 인종이나 성별, 종교에 따라 차별받았다면, 이제는 외모로 차별을 받는다는 것이지요. 루키즘이 만연한 사회에서는 외모가 연애, 결혼 등과 같은 사생활은 물론, 취업, 승진 등 사회생활 전반까지 좌우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외모를 가꾸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게 됩니다.


실제로 비만 때문에 차별받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어요. 데버러 로드에 따르면 미국에서 실시한 한 설문 조사에서 “비만인 사람들이 직장에서 차별 대우를 받는다.”라는 항목에, 설문에 참여한 사람의 절반 이상이 그렇다고 답했대요. “여성과 소수 민족이 차별받는다.”라는 항목보다 더 많은 사람에게 표를 받았다고 하지요. 이제는 여성이라서, 소수 민족이라서 차별받는 사람보다 비만이라서 차별받는 사람이 더 많은 사회가 되어 가는 걸까요?


- 출간 전 연재 3회에서 계속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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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by 2017-11-07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중고등학교 독서실에 한 학급이 볼 수 있을정도의 책이 들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내용인거 같아요. 젠더에 대해 생각하고 배울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내용을 다룬 책인거 같아서 기대 됩니다😊

시소 2017-11-08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정된 성관념에서 벗어나려면 한참 남은 것 같지만, 젠더 수업을 통해 청소년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나 자신을 그대로 이해하고 표현하고 서로 수용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앞으로의 연재도 기대됩니다!

조유빈 2017-11-11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에게 꼭 필요한 책이네요 언제나 세상의 고정관념에 맞추어 살아가던 저는 어떤 계기를 통해 제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책이 저의 첫 시작이 될 수 있을 것 같네요

스탯 2017-11-12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모가 새롭게 등장한 차별요소라는 말이 너무나 와닿습니다. 읽다보니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그것도 20대에서 60대까지 폭 넓게-도 공감하고 깨달으면서 읽을 수 있는 책이네요.
2화도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3화가 궁금해져서 얼른 달려갑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