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사람, 남자 사람에 대한 오래된 질문, 새로운 대답!

혐오의 시대를 사는 청소년을 위한 젠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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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에서 내 몸을 지켜 줘!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진행한 ‘2010년 청소년 건강 실태 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정상 체중인 중학생 2,566명 중에 남학생의 55%와 여학생의 53%가 자신의 몸무게가 비정상 상태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자신의 체형에 대해 “전혀 만족하지 못한다.”와 “만족하지 못하는 편이다.”를 고른 학생들의 수를 합해 보면, 초중고 전체 남학생의 50%, 여학생의 66%였어요. 여학생은 세 명 중 두 명, 남학생은 두 명 중 한 명이 체형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남학생과 여학생의 스트레스에는 차이가 있었어요. 자신의 몸무게가 정상보다 적게 나간다고 생각한 남학생은 전체의 28%였지만 여학생은 11%에 불과했어요. 반대로 자신의 몸무게가 정상보다 많이 나간다고 생각한 남학생은 27%였지만, 여학생은 42%로 훨씬 많았답니다. 여학생 두 명 중 한 명은 자기가 뚱뚱하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어쩌면 여러분은 이 통계마저 틀렸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네요. “우리 반 여자애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자기가 뚱뚱하다고 생각하는데?” 하고 말이에요.



문제는 자신이 몸무게가 많이 나간다고 생각하는 남학생과 여학생 모두 자기 존중감이 낮았다는 거예요. 청소년 시절은 몸에 갑작스럽게 여러 가지 변화가 일어나면서 이런 변화에 민감해지고, 또 자신의 외모에 많은 관심을 가지는 시기잖아요. 자신의 가치를 쌓아 가는 시기이기도 하고요. 그런 중요한 시기에 외모나 신체에 자신감을 잃고 자기 존중감마저 낮아지는 건 정말 위험한 일이에요. 자칫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자신감을 잃고 소극적인 성격으로 변해 가지는 않을지 걱정이 됩니다.


그런데 앞의 조사에서 여학생과 남학생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체형에는 차이가 있었어요. 여학생들은 가능한 한 마른 몸을 원하지만, 남학생들은 무조건 마른 몸보다는 정상 체중이면서 적당히 튼튼한 몸을 원하는 것 같아요. 남학생들은 너무 말라도 싫은가 봐요. 위 조사에서 자신이 몸무게가 적게 나간다고 생각하는 경우 남학생은 자기 존중감이 낮았지만 여학생은 오히려 높았어요.


몸에 대한 불만은 다이어트로 이어질 거예요. 보건복지부가 2014년에 전국 중·고등학생 7만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보니, 체중 감량을 시도한 사람이 남학생의 23%, 여학생의 45%였답니다. 어쩐지 이 조사 결과에도 의문을 표하는 여학생들이 있을 것 같아요. “절반도 안 된다고? 어느 동네에서 조사한 거야? 우리 반 여자애들은 지금 모두 다이어트 중이라고!” 하면서요. 아마 여러분이 피부로 느끼는 스트레스는 통계보다 훨씬 클 거예요.


여학생들은 마른 몸, 남학생들은 근육이 적당히 있는 몸이라는 목표가 다를 뿐 지금 모두가 살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요즘의 ‘외모 지상주의’는 누구에게나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어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제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남성이든 여성이든 다들 외모로 평가받는 세상, 끊임없이 외모를 관리해야 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고 느끼고 있어요.



얼마나 말라야 마른 거지?


그런데 어느 정도 말라야 마른 몸이고, 얼마나 근육이 있어야 근육질 몸이 되는 걸까요? 그에 대해 정확한 기준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아마 없을 테니, 힌트가 될 만한 것을 하나 살펴보기로 해요. 여자아이들이 많이 가지고 노는 인형 중에 바비 인형이 있어요. 바비 인형은 백인 일색이라는 것이 큰 문제지만, 그 문제는 일단 치워 놓고 몸의 문제만 볼까요?


바비 인형의 몸은 정말 비현실적인데, 이게 얼마나 비현실적인 것인지 구체적으로 연구한 결과가 있어요. 바비 인형의 신체 치수를 실제 사람 몸에 맞춰 환산해 본 것이에요. 그랬더니 허리둘레는 16인치여서 그 안에는 간 반쪽과 창자가 조금 들어갈 수 있을 정도래요. 목은 너무 가늘어서 머리를 지탱할 수 없고 발목도 너무 가늘어서 기어 다녀야 하고요. 제대로 서서 걸어 다닐 수도 없는 사람이라니, 갑자기 바비 인형이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나요?


이러한 신체 왜곡은 남자아이들이 주로 가지고 노는 인형도 예외가 아니에요. 데버러 로드라는 법학자는 2011년에 미국의 남자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인형 중 하나인 지아이조(G. I. Joe) 인형의 몸매를 살펴보았어요. 해즈브로라는 회사에서 만든 지아이조 인형은 건장한 남자 군인을 표현한 것인데 갈수록 근육질 몸으로 변하고 있어요. 그중 하나를 일반적인 키의 남자로 만들어 보면 가슴둘레 55인치, 이두박근 27인치, 허리 29인치가 될 지경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이런 사람이 있다면 멋있다기보다 이상하겠지요?



서양 사람 중에는 덩치가 꽤 큰 사람이 많으니 서양 사람 체형과는 조금 비슷할 수도 있을까요? 그렇지도 않아요. 2004년에 미국에서 실시된 조사에 따르면 18세에서 25세 백인 남성의 평균 가슴둘레는 41인치, 허리둘레는 35인치라고 합니다. 서양 남자 기준으로 보아도 지아이조 인형의 몸은 전혀 현실적이지 않지요. 우리가 이상적이다,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미의 기준이 너무 터무니없는 것은 아닌지, 실현 불가능한 목표 때문에 너무 고통받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외모에 신경 쓰는 사람이 많아지다 보니, 이 현상이 이제 진지한 연구의 대상이 되었어요. 혹시 루키즘(lookism)이라는 말을 들어 봤나요? 루키즘은 외모가 개인의 우열뿐 아니라 인생의 성패까지 좌우한다고 믿어, 외모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경향을 말해요. 외모 지상주의와 비슷한 말이지요. 윌리엄 새파이어라는 언론인이 2000년 8월에 『뉴욕타임스』에 쓴 칼럼에서 루키즘을 다루면서 이 단어가 세상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어요. 새파이어는 외모가 인종, 성별, 종교, 이념 등에 이어 새롭게 등장한 차별 요소라고 지목했어요. 그전까지 사람들이 인종이나 성별, 종교에 따라 차별받았다면, 이제는 외모로 차별을 받는다는 것이지요. 루키즘이 만연한 사회에서는 외모가 연애, 결혼 등과 같은 사생활은 물론, 취업, 승진 등 사회생활 전반까지 좌우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외모를 가꾸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게 됩니다.


실제로 비만 때문에 차별받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어요. 데버러 로드에 따르면 미국에서 실시한 한 설문 조사에서 “비만인 사람들이 직장에서 차별 대우를 받는다.”라는 항목에, 설문에 참여한 사람의 절반 이상이 그렇다고 답했대요. “여성과 소수 민족이 차별받는다.”라는 항목보다 더 많은 사람에게 표를 받았다고 하지요. 이제는 여성이라서, 소수 민족이라서 차별받는 사람보다 비만이라서 차별받는 사람이 더 많은 사회가 되어 가는 걸까요?


- 출간 전 연재 3회에서 계속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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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by 2017-11-07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중고등학교 독서실에 한 학급이 볼 수 있을정도의 책이 들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내용인거 같아요. 젠더에 대해 생각하고 배울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내용을 다룬 책인거 같아서 기대 됩니다😊

시소 2017-11-08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정된 성관념에서 벗어나려면 한참 남은 것 같지만, 젠더 수업을 통해 청소년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나 자신을 그대로 이해하고 표현하고 서로 수용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앞으로의 연재도 기대됩니다!

조유빈 2017-11-11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에게 꼭 필요한 책이네요 언제나 세상의 고정관념에 맞추어 살아가던 저는 어떤 계기를 통해 제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책이 저의 첫 시작이 될 수 있을 것 같네요

스탯 2017-11-12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모가 새롭게 등장한 차별요소라는 말이 너무나 와닿습니다. 읽다보니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그것도 20대에서 60대까지 폭 넓게-도 공감하고 깨달으면서 읽을 수 있는 책이네요.
2화도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3화가 궁금해져서 얼른 달려갑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