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설계
변영계 외 지음 / 학지사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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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이란, 학습이 촉진되도록 학습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든 일련의 의도된 사건들을 말한다. 수업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의도적으로 계획된 활동이라는 점이다. 교육이 학습을 가능하게 하는 모든 경험이라면 다시 말하면 계획되지 않은 교육까지 포함하는 것이라면 수업은 학습목표 달성을 위한 계획된 경험이다. 즉 의도되지 않은 교수 활동은 수업에 포함될 수 없다.

교육이 가장 큰 개념이고, 교수는 계획되지 않은 교사의 가르치는 행위, 학습은 가르치는 행위 없이도 일어날 수 있는 영역이다.

체제적 접근의 수업 설계 연구 방법을 논한 책이다. 수업의 절차, 학습자의 집단 구성, 수업 장소, 공간 계획, 수업 매체의 활용 등에 대한 계획과 준비를 통한 수업 실행의 전반적인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똑같은 학습자라도 수업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수업의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수업 설계의 가장 중요한 방향점은 '학습자는 무엇을 학습해야 하는지에 대한 수업 목표 설정'이다. 학습목표와 학습내용의 결정, 수업목표 달성을 위한 다양한 방법과 다양한 교수학습자료 선정, 평가 도구 결정은 수업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전제조건들이다.

수업 설계는 수업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가장 최적의 방법을 고안하는 것이다!

수업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최적의 수업 환경을 찾아내는 것이 수업 설계다. 객관주의적 입장과 달리 구성주의적 입장에서는 수업 목적이나 목표조차도 학습자에게 일반적으로 부과되는 것이 아니라 협상의 대상으로 말하고 있다. 그렇기에 순서나 간격을 의미하는 체계적 수업 설계 접근보다 학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고려하는 체제적 접근 수업 설계를 강조한다.

수업설계모형의 첫 번째 단계는 목표설정이다. 수업이 끝난 후 학습자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규정하는 것이다. 수업 목표를 진술할 때에는 학습자가 수업을 받은 증거로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진술해야 한다. 구성주의에 따르면 수업목표가 너무 구체적일 필요는 없다. 수업목표와 학습목표를 구분하고 학습자들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학습목표가 더 중요하다. 수업목표는 학습자의 변화를 규정한 것이다.

수업목표들 속에는 여러 시간의 학습을 착실하게 끝낸 후에야 그 학습의 결과로써 획득할 수 있는 목표가 있는가 하면, 한 시간의 학습 결과로써 획득될 수 있는 목표가 있다.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평가 활동의 큰 문제점 중 하나는 교육과정과 평가 활동을 서로 떼어서 생각하는 이원론적 사고와 실천이다.

두 번째 단계는 학습과제를 분석하고 선수학습능력을 진단하는 일, 특히 수업 계열을 결정할 때에는 학습의 전이를 고려해야 한다. 세 번째 단계는 학습자와 학습환경을 분석한다.

20년도 더 된 오래된 책이지만 수업에 대한 깊은 이론과 통찰을 주는 책이다. 수업 설계에 관한 큰 방향을 잡는데 손색이 없을 정도로 탄탄한 철학이 내재되어 있고 이후에 나온 수업 설계에 관한 연구도 이 책을 바탕으로 좀 더 발전시킨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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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를 삭제할까요? 도넛문고 10
김지숙 지음 / 다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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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아이를 삭제할까요?"

도넛 문고 홍보용 가제본을 두 번 읽었다. 제목도 스크린 되어 있고 이야기의 결말도 제공되지 않았다. 독자의 시각으로 제목과 뒷이야기를 맞춰가야 하는 입장이다. 제대로 잘 읽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짐작하는 작가의 의도는 이런 것 같다.

작가는 온실 속에 키우는 현재 부모의 양육 태도를 비판하고 있지 않나 싶다. 부모라면 누구나 내 자녀만큼은 잘 키우길 원한다. 여기서 잘 키운다는 말에는 부모의 양육관에 따라 다를 수 있겠다. 모험을 통해 스스로 자기의 문제를 해결할 줄 아는 아이로 키우길 원하는 부모라면 친구 간의 사소한 다툼 정도는 대수롭지 않게 넘길 것이지만 반면에 안전하고 좋은 친구들만 사귀기를 원하는 부모라면 분명히 내 자녀를 괴롭히는 친구를 그 공동체에서 '삭제' 하고 싶지 않을까 싶다.

작가는 내 자녀를 잘 키우길 원하는 부모들이 함께 모여사는 마을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마을의 이름은 '온새미로'이다. 하지만 이 마을의 아이들과 사람들이 부르는 마을 이름이 따로 있다. '파란 나라'.

모두가 자신이 원해서 이 마을에 들어왔고 마을의 규칙에 따라 생활한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도 만들고 아이들이 꼭 읽어야 하는 책들만 구성되어 있는 도서관도 꾸민다. 순전히 어른의 시각에서 구성된 마을이다. 그러다 보니 하나둘씩 눈엣가시처럼 보이는 이웃들이 생긴다. 내 자녀에게 나쁜 영향력을 미칠 이웃들이라고 생각된 나머지 마을 밖으로 쫓아내기로 한다. 이 마을에서는 '삭제' 시킨다는 말을 사용한다.

하루아침에 친한 친구를 잃은 아이들은 불합리한 마을의 규칙과 어른들의 행동을 못마땅해한다. 결국 뜻있는 몇몇 친구들이 사라진 친구를 찾기 위해,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이야기의 결말은 확실하게 알 수 없지만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을까. 어른들의 시각으로 꾸며진 마을이 아니라 아이들이 모험하며 즐겁게 자랄 수 있는 '파란 나라'를 자연스럽게 만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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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창으로 세상을 바라본 광주교육시민협치진흥원 김진구 원장님의 칼럼 모음집이다. 그는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화순 탄광지대에서 보았던 '흰눈세탁소'의 간판 이름처럼 명확하게 의미를 전달하는 문구를 본 적이 없다고 한다. 교육자의 길을 걸어가면서 교육에 관한 글을 쓰면서 전달력이 뛰어나고 호소력 있는 문장을 정선해서 썼지만 '흰눈세탁소'만큼 뛰어난 어휘를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겸손한 말씀이다.

그의 칼럼 하나하나는 분량은 짧지만 칼럼에 담긴 목소리는 그 어느 연설가보다도 명쾌하고 그 어느 지식인보다도 지성의 깊이가 느껴진다. 긴 장문의 무늬만 그럴듯한 글보다 '흰눈세탁소'처럼 짧지만 의미를 잘 담아낸 글이 정직하고 오래 감동을 준다고 강조한다. 이 시대에 진정한 어른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단언컨대 그의 칼럼집을 펴서 읽는 순간 나이 듦어감의 경외감, 성숙한 시민의 삶의 안목, 끊임없이 도전하고 노력하는 자세. 나이가 들어서 어른이 아니라 그의 삶이 어른이요 선생이다.

칼럼에 쓴 문장 하나하나를 놓치고 싶지 않다. 밑줄을 긋고 색깔을 입힌다. 되새김질하듯이 잘근잘근 오랫동안 입안에 넣어 두고 싶다. 필요할 때 요긴하게 쓰고 싶은 욕심이 든다. 그러나 흉내는 낼 수 있어도 삶의 깊이는 결코 따라갈 수 없으리라.

3평 남짓 한 집을 손수 지어 노후의 검소한 삶을 지향하며 지금도 어르신을 만나기 위해 요양원을 찾아가서 그동안 갈고닦았던 하모니카 연주와 아코디언 연주를 위해 아낌없이 시간을 드리고 마음을 선물하고 계신다. 노년일수록 예체능에 시간을 쏟아야 한다고 삶의 지혜를 알려주신다. 승마도 수준급이다. 마치 사극 드라마 주인공을 보는 듯하다.

가끔 강연 요청을 받아 타 기관에 가게 되는 경우가 있다. 기관을 대표하는 기관장님께서 인사말을 하시고 대부분 강연장을 떠나신다. 아무래도 여러 개의 일정이 놓여 있기 때문일 거다. 그런데 오늘 나의 강연 시간 내내 맨 앞에서 자리를 뜨지도 않고 경청해 주시는 것도 모자라 강의 후에는 먼 길 가기 전에 차 한 잔 드시고 가라면서 원장실로 직접 안내해 주셨다. 더 놀라운 사실은 불편한 정장 차림을 벗고 가벼운 차림으로 환복하기 위해 화장실에 가는 나를 붙잡고 원장실에서 갈아입으라고 본인은 바깥에 나가 계셨다. 그리고 버스 정류장까지 손수 운전해서 태워주셨다. 감히 그의 발자취를 흉내 내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오늘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았다.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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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세대를 위한 평화통일 이야기 미래 세대를 위한 인문 교양 3
정주진 지음 / 철수와영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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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학을 전공했고 국내 1호 평화학 정주진 박사의 평화의 관점으로 본 통일 이야기다. 남북한 관계를 풀어가는 일은 정답이 없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북 정책도 그렇다.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통일에 관한 의식 조사도 상당히 많이 바뀌고 있다. 과연 통일이 필요한가에 대한 생각도 젊은 층에서부터 생각이 달라지고 있다고 한다.

남한과 북한 사람들은 하나의 민족이라는 생각이 짙었던 시대에는 당연히 통일이 우리의 소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이미 다문화 다인종 국가로 접어든 지금의 우리나라 사람들은 남북한이 한민족이라는 생각부터 달리 생각해야 할 때라고 이야기한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통일에 대한 생각이 다양한 것이 틀림이 없다. 이제는 현실적인 문제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분단 상태에서 지출되는 국방비 예산, 통일이 되었을 경우 국제적 위상의 상승과 경제적 효과, 전쟁 이후에 나타날 국가적 손실을 생각하며 남북한 모두 평화적 관계로 지내야 한다는 측면이 우세하다.

다만 북한을 보는 시각이 논리적이기보다 감정적인 면이 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미사일 실험 소식을 들을 때마다 인도주의적인 지원을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는 통계 수치가 높아지고 북한은 늘 약속을 지키지 않는 국가라는 국민적 인식은 맞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감정적으로 접근한 측면이 더 높다.

미래 세대를 위해 평화 통일을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는 당연히 평화적 관계가 여러모로 보나 이익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기 위해 대화의 채널을 열어 놓고 인내심을 가지고 접근해야 하는 이유도 평화를 위한 것이다.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힘으로 제압해야 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우리가 잘 알듯이 강대강 대립은 불안만 가속화시키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저자가 말하는 평화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대화의 필요성에 동의한다. 무슨 수가 있어도 전쟁은 일어나서는 안 된다. 전쟁을 종식하고 영원한 평화가 자리 잡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은 북한과의 대화이며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때로는 작은 손해라도 감수해야 한다. 폭력은 피해를 낳을 수밖에 없다.

저자는 차분하게 양쪽에서 주장하는 내용들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평화적 통일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논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안내해 주고 있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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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개정 교육과정 평가, AI로 날개를 달다 : 개념기반 교육과정 - 백워드 설계, 루브릭, 성장중심평가, AI코스웨어, 사회정서학습, IB교육, 평가와 피드백 지원 플랫폼
지미정 외 지음 / 앤써북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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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정은 교사에게 있어서는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하는 배낭과 같다. 먼 길을 떠나는 여행객에게는 배낭 싸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먹을 식량은 충분히 챙겼는지, 비상 약품과 갈아입을 옷, 필수품 등을 빠짐없이 챙기는 일은 여행의 질을 좌우할 만큼 신경 써야 하는 일이다.

교육과정은 교사에게 있어 나침반이다. 짧게는 한 해 동안 맡겨진 아이들을 어떻게 이끌어 나가야 할지 지도를 그려내는 일이 교육과정을 만드는 일이다. 길게는 교직 생활 내내 교육과정이라는 맵에 자신만의 길들을 창의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교육과정으로 교사들은 수업과 생활교육, 학교 내 크고 작은 교육 활동 등을 설계하고 추진한다. 교육과정은 넓은 바다와도 같다. 망망한 바다를 항해할 때 방향을 잡아가는 일은 목숨을 담보하는 일이기도 하다. 교육과정을 운영할 때 수업에서 방향을 잃는 일이 종종 있다. 방향성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 주는 것이 교육과정 총론과 같은 법적 문서들이다.

이번 2022 개정 교육과정은 미래교육, 맞춤형 교육이 핵심 키워드다. 교육과정의 근간을 이루는 철학은 개념을 기반으로 하는 깊이 있는 학습이다. 개념적 이해를 강조하며 탐구 중심 수업을 통해 학생들의 능동적인 참여를 유도한다. 그뿐만 아니라 백워드 설계를 통해 진정한 이해와 전이를 끌어내는 수업과 평가 방법을 강조한다.

현장에 있는 교사들이라면 대부분 느끼는 것은 평가에 대한 어려움이었다. 다인수 학급에서는 교사 혼자만으로 힘으로 질적인 평가를 이뤄내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이 불편한 진실이었다. 이론과 실제와 괴리된 부분이다. 평가의 효율성을 높이고 의미 있는 피드백을 위해서는 모종의 혁신적인 방법을 도입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인 것은 디지털 도구의 발전으로 2022 개정 교육과정의 평가 방향인 과정 중심 평가, 역량 중심 평가, 수행평가, 형성평가, 개별화된 평가, 통합적 평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평가, 평가의 신뢰성과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는 점이다.

이 책의 제목처럼 이제는 평가가 곤혹스러운 짐이 아니라 AI 기술 덕분에 날개를 달 수 있는 홀가분한 영역이 되었다는 점이다. 일장일단이 있지만 디지털 교과서의 개발로 수학과 같은 과목에서는 AI 기술 덕분에 학습자는 자신의 속도로 학습할 수 있으며 필요한 부분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게 되었다. 실시간으로 자신의 학습 진행 상황과 성취도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교사는 더는 채점과 점수 기록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

기술은 도구이지 목적이 아니다. 도구를 목적에 맞게 활용할 몫은 사용자에게 달려 있다. 교육과정이라는 틀 안에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교사가 시간적 안배와 물리적인 범위 안에서 기술을 잘만 활용하면 교사나 학생 모두에게 좀 나은 교육적 성취를 경험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깨알처럼 꼼꼼하게 교육과정에 대해 연구한 기록물과 같은 이 책을 곁에 두고 틈틈이 읽어보면 교육적 방향을 잡아가는데 활용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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