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서점 주인이 되었습니다 - 빈의 동네 책방 이야기
페트라 하르틀리프 지음, 류동수 옮김 / 솔빛길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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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동네 책방 이야기다. 저자는 독일 출신의 남편과 함께 경매 매물로 나온 허름한 책방을 낙찰받는다. 치밀한 계획 없이 마음이 끌리는 대로 일단 저지른 일이 그만 덜컥 되고 말았다. 돈도 준비해야 되고 무엇보다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었던 서점도 다시 깔끔하게 정리해야 된다. 아는 사람 없는 동네에서 서점을 인수하고 당장 은행 빚을 갚기 위해서는 서둘러서 영업을 시작해야 했다. 아직 유럽은 크리스마스 기간이 대목인가 보다. 그 기간이 1년 동안 중 제일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간이라고 한다. 나머지 열한 달 수익보다 크기 때문이다.

"너희들 미쳤구나" _ 14쪽

독일에서 멀쩡하게 안정된 직장인을 관두고 이웃나라 오스트리아로 가서 책방을 시작하겠다고 하는 아들 며느리의 이야기를 듣고 어른들의 반응은 당연했다. 너희들 미쳤구나.

'서점 사업이 비록 수십 년은 아니라고 해도 수년째 죽은 분야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오스트리아 빈에 동네 책방을 연다. '잘 되어야 한다', '우리에겐 다른 선택지가 없다'라는 막다른 골목에 처한 절박한 심정으로 올인하고 만다.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것은 다시 돌아갈 곳이 없다는 뜻이다. 절박하면 지푸라기라도 잡는 법이다. 이웃들을 알아가며 꾸역꾸역 책방의 틀을 만들어간다.

정리가 안 된 책방, 수북이 쌓여만 가는 책들을 보며 아침마다 책방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을 '저 아래 갱도로 내려간다'라고 고백한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갱도로 내려가는 심정이었을까. 책들 사이를 찾아다니며 찾아온 손님들에게 책을 건네줄 때 힘들었던 순간은 금방 잊는다고 한다. '일종의 중독'인 셈이다. 동네 책방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가야 한다. '사람들은 여전히 책을 돈 주고 사야 한다는 데 대해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심지어 책 위에 포도주 잔을 올려놓기도 한다.

서점 일에 능숙해지기 위해 시간이 약이다. 저녁이 되면 두 다리가 묵직해지는 기간을 넘어야 한다. 모든 시간을 가게에서 보내지만 절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상대방을 속상하게 하지 않으면서도 거절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서점 주인 역할도 만만치 않다. 다양한 손님들을 상대하고 기호에 맞게 맞춘다는 일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특진 환자'라고 불리는 특별한 손님도 맞이해야 한다. 서점 주인에게 있어 서점 판매대는 공연을 펼치는 무대와도 같다. 집이 창고처럼 변해도 투덜거리지 않아야 한다. 책을 쌓아 둘 곳이 없으면 집에라도 가지고 와야 한다.

오스트리아에서 어느 날 서점 주인이 된 저자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작은 서점 주인들은 책으로 부자가 될 수 없음을 처음부터 알고 있다. 다만 책을 파는 사람은 어쨌든 성장 지상주의와 이익 중독으로 대변되는 우리 시대에 결코 부합하지 않는 존재임에는 틀림이 없다. 서점에 종사하는 모든 분들은 기운을 내고 날마다 문을 열고 책을 권한다. 서점 주인은 업무 분장에도 신경 써야 한다. '각자 자기가 잘하는 것을 하도록' 직원들의 업무 분장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서점은 사람들로 꽉 차야 한다. 책으로, 사람으로, 그리고 열정적인 직원들로 꽉!" _247쪽

비록 버는 돈은 적어도 동네 서점이 살아남는 법은 사람들로 북적거려야 한다. 사람들이 있어야 재미있다. 서점이 아름다워진다. 텅 빈 곳은 죽은 곳과 같다. 서점만 그럴까. 무엇보다 열정적인 직원들로 꽉 차야 한다. '사람은 백사장에서 모래 구하듯 그리 쉽게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열정적인 직원들은 더.

동네 서점이 살아남아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정교하게 짠 계획 덕분이다.

"우리의 성공 비결은 우리 서점에서는 모든 게 옛날과 똑같다는 것을 손님들에게 보여주는 것에 있다. 좁은 공간에 있는 수많은 책들, 천장 아래까지 서가가 꽉 차 있는 책, 쉬는 시간에도 책 읽기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열정적인 직원들" _272쪽

서점뿐만 아니라 어떤 조직이나 공동체도 '본질'이 탄탄할 때 지속 가능하다. 서점은 옛날처럼 책으로 승부할 때 손님들이 다시 찾는다. 책이 없는 서점은 상상할 수 없다. 서점에 종사하는 직원들의 보이지 않는 열정이 서점을 더 찾게 만든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옛날처럼 교육으로 승부할 때 학부모님들이 다시 찾는다. 선생님과 교직원들의 열정적인 모습을 보고 학교를 찾는다. 다시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교학상장. 가르침과 배움에서 스승과 제자가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학교가 보일 때 학교는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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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작 할 걸 그랬어
김소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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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일을 즐겁게 하면 된다" _ 305쪽

전직 MBC 아나운서 및 앵커이자 지금은 방송인, 책방지기로 살아가는 김소영 님의 에세이다. 가장 힘들고 어려울 때 책을 의지했던 그가 도쿄 책방 여행을 통해 즐거운 일을 찾아내고 자신에게 가장 행복한 일인 책방지기로 살아가는 모습을 그려낸 일상의 삶을 담아낸 책이다.

우리는 가장 어려울 때 무엇을 의지하는가?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 자신이 원하고 갈망했던 일들을 하기 위해 애쓰고 노력한 결과가 결실을 맺을 때 어떤 느낌일까? 이제 평탄한 길만 걸어가겠지라는 부푼 꿈을 꾸며 지내지 않을까. 인생이라는 것이 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오랜 세월을 살아본 사람이라면 직감적으로 안다. 저자도 자신의 삶 앞에 생각지도 못한 억울한 일이 생길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오직 기다리는 일뿐. 사내 도서관에서 읽고, 읽어내고, 읽어야만 했던 시간들. 더 책으로 파고들 수밖에 없었던 그때. 그 속에서 떠난 여행길에서 자신도 모르게 책방을 둘러보게 되고 제2의 인생을 책방과 함께 살아가게 될 줄이야 예상이라도 했겠는가.

『진작 할 걸 그랬어』를 통해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서성거리고 싶고 만나고 싶은 도쿄 서점가를 저자를 통해 만날 수 있다. 아직도 일본이 저력이 있는 것은 서점을 사랑하고 오랜 서점들이 자리를 지키며 책을 매개로 다양한 문화와 산업들이 건재하는 사실이다. 도쿄에만 300여 곳의 고서점이 모여 있다. 그래서 일본이 두렵다. 저자가 소개하는 도쿄 책방들에는 하나하나 개성을 넘어 책의 힘이 녹아있다.

책방 여행가였던 그의 발걸음을 쫓아 일본의 숨은 저력들을 탐방해 보면 어느새 도쿄 구석구석을 둘러본 간섭 여행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더불어 저자가 소개해 주는 맛집도 빼놓을 수 없는 이 책의 장점이다. 일본만의 카레 맛집, 샌드위치, 가정식 백반, 말차 전문점 등을 잘 메모해 두었다가 도쿄 여행에 참고하면 후회 없으리.

현재(2018년 오픈) 그는 책방 '당안리 책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진작 할 걸 그랬어』에 의하면 일본은 독서와 즐거움을 결합한 '리딩 엔터테인먼트'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다양한 서점이 등장하고 문화 산업이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 동네 서점의 특징은 간판이 없거나 있어도 매우 작다. 극도의 미니멀리즘을 콘셉트로 '하나의 방, 한 권의 책'만 전시하는 모리오카 서점은 오직 한 종의 책만 파는 서점이며 술 파는 책방 '비앤비', 점심 식사하기 좋은 서점 '브루클린 팔러 신주쿠', 130년 역사를 자랑하는 '산요도 서점', 고객에게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긴자 츠타야 서점', 가정식 백반 식당이면서 한쪽 벽을 가득 채운 책장이 있는 밥 짓는 식당 '사진집 식당 메구타마', 은행 안 도서관 '디라보', 한국 도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서점 '책거리' 외에도 많은 곳을 소개하고 있다.

세계 제4대 책방 거리인 뉴욕 스트랜드 서점, 파리의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런던 채링크로스 로드, 도쿄 진보초를 목적지로 다녀보는 책방 여행도 좋을 듯싶다. 방송인이자 책방지기로 책방을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더 나은 북큐레이터로 살아가고자 애쓰는 모습이 참 인간적이고 정겹게 느껴진다.

'타인의 값진 생각을 다른 사람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북큐레이터의 역할이라고 하는데 일상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의 태도가 그러해야 하지 않을까.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으로 살아간다면 욕 얻어먹을 일이 없을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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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었다는 착각 - 어른들을 위한 문해력 수업
조병영 외 지음 / EBS BOOKS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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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읽는 것이 왜 중요할까?

주위에서 '낚였다'라는 말을 종종 들어본 적이 있었을 것이다. 낚였다는 말은 과장된 광고 글 또는 기사형 광고에 사람들이 현혹되었을 때 사용하는 말이다. 홍수 때 마실 물이 없는 것처럼 하루에도 엄청난 양의 글들이 유통되지만 그 많은 글 중에 과연 내게 쓸모가 있는 글은 얼마나 될까?

정보의 바닷속에서 텍스트를 맥락과 상황에 맞게 잘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을 문해력이라고 한다. 특히 "공동체를 이끄는 리더들에게는 창의적이고 복합적인 문해 역량이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이야기한다. 직장 안에서 업무적으로 소통하는 데에 쓰이는 업무 메일만 보더라도 문해력이 얼마나 중요한 지 가름할 수 있다.

『읽었다는 착각』에서는 이 시대의 어른들이 갖춰야 할 능력 중에 하나가 문해력임을 강조한다. 통계적 수치에서 숫자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숫자 이면에 보이지 않는 의미와 맥락을 읽어낼 수 있어야 복잡한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 소비자에게 접근하는 광고 글만 보더라도 자칫 비판적 문해력 없이 곧이곧대로 쓰인 글을 믿는다면 손해는 불 보듯 뻔할 것이다.

글쓴이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분명한 근거를 제시하고 있는지 찾아내는 것도 독자가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할 부분이다. 글 속에 제시된 주장이 과연 합리적인 내용인지 여러 자료를 비교 검토해야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다. 문해력은 수험생이나 자격증을 준비하는 데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을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 될 능력이다. 특히 기계가 읽고 쓰는 시대에는 더더욱 자신만의 문해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소통의 기본은 업무가 아니라 사람이다'라는 명제에 공감이 간다. 소통의 도구로 쓰이는 업무 메일만 보더라도 업무가 주가 될 때 사람은 그저 도구가 될 수 있다. 업무 메일이 일을 촉진하는 도구가 아니라 소통의 고통만을 불러올 수 있다.

'업무 메일 쓰기에서 가장 기본은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이다' _78쪽

메일을 쓰는 이유는 업무를 전달하기 위함이다. 효율적인 지시를 위해 쓰는 메일이 하급자의 입장에서는 불편한 것이 될 수 있다. 상급자가 여과 없이 감정을 드러내거나 목적 없는 무분별한 메일 발송은 내용과 상관없이 부담으로 작용된다. 소통 대신 불통의 시작이 메일 쓰기에서 시작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착각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메일 쓰기가 될 수 있을까?

『읽었다는 착각』에서 제시하는 원칙을 알아두면 비대면 대화의 질을 높일 수 있고 수신자들에게 고통을 안기지 않을 수 있다. 가장 큰 원칙은 "우리가 보내는 메일은 고통이 아니라 배려가 되어야 한다"라는 철학이다.

얼굴을 보지 않고 주고받는 메일에서는 글 속에서 묻어 나오는 글쓴이의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글만 보더라도 글쓴이의 감정을 읽어낼 수 있다. 업무 메일도 대화의 일종이다. '대화의 기본은 상대방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라고 할 때 메일 쓰기도 일방적이어서는 안 된다.

글을 쓰고 보내기 전에 퇴고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수신자가 받을 시간이 과연 적절한 지도 확인해 보고 발송해야 한다. 퇴근 직전이라든지 기한이 임박해서 보내는 업무 메일은 상대방을 고려하지 않는 태도다. 자신이 쓴 글을 '소리 내어 읽어보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수정할 수 있다. 업무 메일은 짧을수록 좋다. 핵심적인 내용 전달이 목적이라면 개조식으로 쓰면 좋겠다.

두 번째 중요한 원칙으로는 "바로 아무 때나 메일을 쓰지 말라"는 것이다. 리더라면 꼭 새겨야 할 원칙이다. 진심은 통하는 법이다. 신뢰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도록 해야 한다. 아무 때나 메일을 남발하면 신뢰와 담을 쌓게 된다.

문명이 발달하더라도 '읽기'와 동떨어진 삶을 살 수 없다. 모두가 읽고는 읽지만 생각하며 읽지 않는다면 '읽었다는 착각'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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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사람 만드는 사람 파는 사람 - 영국의 책사랑은 어떻게 문화가 되었나
권신영 지음 / 틈새의시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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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을 왜 책의 나라라고 할까?

영국의 책 사랑은 어떻게 문화가 되었을까?

독일의 인쇄기술자 구텐베르크에 의해 책의 보급이 이전보다 원활해졌지만 실질적으로 책이 일반 시민들에게 보급되고 일상의 문화가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독일이 아닌 영국이 어떻게 책을 중심으로 문화를 만들었는지의 과정을 역사를 전공한 저자의 발품을 판 생생한 영국 이야기를 들어보면 고개를 저절로 끄덕이게 될 것이다.

역사를 살펴보는 일에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다. 문헌을 통한 조사도 있겠지만 저자처럼 책을 매개로 하되 직접 현장을 방문하여 역사적 유래를 살펴보는 일은 구체적이면서 살아 있는 이야기가 된다. 영국은 책과 관련하여 진심인 나라다. 단지 산업혁명의 발상지며 대영제국을 이끌었던 측면만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선진 문물이 발달하기까지 그 이면에는 소프트파워가 내재되어 있어야 한다. 영국은 수많은 베스트셀러 작가를 배출시킨 이야기의 나라다. 문학, 철학, 역사를 포함하여 과학, 수학, 천문학 등 인류의 역사를 변화시킨 획을 그은 인물들이 주로 영국을 배경으로 자신의 지적 영역을 넓혔다.

케임브리지 대학 자체가 그 증거다. 현존하는 최고령 책 터의 주인이 바로 케임브리지 대학 출판부다.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출판사다. 1584년 첫 책을 출판하고 지금까지 이어온다. 그다음으로 유명한 출판사는 알렉산더 맥밀런이 세운 맥밀런 출판사다. 과학 잡지 네이처를 발간한 출판사다. 현존하는 최고령 시사잡지 스펙테이터도 영국에서 시작되었다. 헤퍼스 서점, 펭귄 출판사 모두 영국에 위치하고 있다.

영국의 이야기 능력은 책에서 비롯된다. 이야기 문화는 토론 문화를 꽃피운다. 비판과 비난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반지성적 흐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책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무엇으로 공간을 채워야 할지 답은 자명하다. 오늘날 클라우드 펀딩의 원조 격인 책 구독 제도 영국에서 시작되었다. 대략 17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책에 대한 애착이 강한 영국 사회였기에 구독 문화가 발달할 수 있었다. 당시 구독권은 매력적인 선물 아이템이었다고 한다.

헌 책방 거리로 유명한 영국 런던의 채링크로스는 책 경매를 통해 성장한 대표 기업인 소더비를 탄생시켰다. 쇼핑센터 안에 있는 케임브리지 공공도서관이 있다. 공공도서관의 시작은 1855년에 시작되었다. 쇼핑과 책을 결합한 문화다. 커피 하우스 안에 도서관을 만든 것도 영국에서 시작되었다. 북 카페의 효시다. 스코틀랜드의 한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는 미국에만 약 1,700여 개의 공공도서관을 세웠다.

책의 나라 영국은 지금도 공립학교에서 책 읽기 교육을 강조한다. 책의 날이 되면 학교는 동화 속 인물로 변장한다. 교장 선생님도 소설 속 인물들로 변장해서 다 같이 하루를 보낸다. 영국 사회는 어떤 인간상을 꿈꾸길래 책을 꾸준히 상기시키기 위해 온갖 노력을 쏟아붓는 것일까?

아동 문학의 아버지 존 뉴베리(1713~1767), 그림책의 아버지 랜돌프 칼데콧(1846~1886)을 통해 아동 문학의 시대가 열렸다. 생계를 위해 서평 작가로 시작한 조지 오웰의 이야기를 저자의 시각에서 읽어보는 것도 이 책의 묘미다.

현대로 넘어오면 잉글랜드 축구 대표팀 출신이자 프로 축구 선수 겸 작가인 마커스 래시퍼드가 시작한 아동복지 차원의 북클럽은 다양한 환경과 인종, 종교를 대표할 수 있는 작가들이 쓴 책들을 무상으로 보급하는 일을 왕성하게 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북클럽인 돌턴 북클럽은 250년 이상 유지되어 무형 문화재로 지정되었다. "북클럽은 변화에 쉽게 반응하지 않는 관습의 영역이요 일상 문화"라고 영국 사람들은 생각하고 있다.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_ 235쪽

지금도 유럽의 하원 의회 때에는 정부의 재무 장관이 그 해의 재정 보고를 연설하는데 관련 서류를 '빨간 가방'에 넣어 가지고 다니는 전통을 지키고 있다고 한다. 이것은 특정 사물에 이야기를 만들어 문화적 가치를 창조하는 영국 문화의 전형적인 사례다. 케임브리지 도시도 전통이라는 그릇에 근대적 가치를 담아낸 도시다. 영국은 작은 흔적에라도 기대어 무언가를 기억하려는 속성이 강하다. 1863년 하원 의원 에드워드 이워트(1798~1869)가 제안한 '파란 명판' 달기 사업은 1867년부터 시작되었다. 평범한 길(도로)에 스토리를 담는 '파란 명판'은 우리나라의 동상 세우기 사업과 비슷하다. 뛰어난 인물들과 관련 있는 특정 장소에 간략한 설명을 명판에 새겨 놓은 후 건물 밖에 넣어 두는 제도다.

이야기의 나라 영국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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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뇌 - 독서와 뇌, 난독증과 창조성의 은밀한 동거에 관한 이야기
매리언 울프 지음, 이희수 옮김 / 살림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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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뇌가 따로 있다!

뇌는 가소성이 있다. 고정적이지 않다. 불변한다는 말은 거짓이다. 유전적이고 선천적이라는 말도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뇌는 사용 여부에 따라 발달하기도 하고 퇴보하기도 한다. 세상은 공평하다. 노력 여하에 따라 뇌의 능력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책 읽는 뇌』 부제는 독서와 뇌, 난독증과 창조성의 은밀한 동거에 관한 이야기다. 저자 매리언 울프는 이 분야에 있어 독보적인 존재다. 기초학력에 대해 공부하시는 선생님에게 물어보았더니 매리언 울프라는 학자를 넘지 않고서는 이 분야를 접근할 수 없다고 한다. 대단하신 분이다. 용기를 내어 읽어 보았지만 초반부부터 쩔쩔 맺다. 독서와 뇌의 관계를 풀어놓은 부분에서는 생소한 용어, 접해 보지 않는 부분이라서 한 자 한 자 떠듬 떠듬 읽다시피 하면서 더디게 읽어나갔다.

도서관(강릉교육문화관)에서 대출받은 책인데 대출 기간을 한 달로 늘려 났지만 역시나 내 수준에서는 소화하기 어려운 책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천천히 천천히 공부하듯이 읽어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등산도 8부 능선을 넘으면 고지가 보이고 내리막길이 있듯이 이 책도 그러하다. 책 절반을 넘기면 조금씩 속도가 난다. 다시 한번 깨닫는 것이지만 책은 정말 천천히 읽어야 내 것이 된다.

『책 읽는 뇌』에 의하면 독서가 이루어진다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변화가 일어났다는 뜻이다. 사람은 그가 읽은 것을 반영한다. 변화된 뇌로 옮겨갈 수 있는 최고의 매개체가 바로 독서다. 소리에 관한 한 아이들은 이미 선이 연결된 상태다. 문자(print)는 고생스럽게 추가 조립해야 하는 옵션 액세서리다. 뇌 안에 독서에 필요한 추가 회로부가 있다. 독서의 이야기는 인지적, 언어적 대발견의 총합이다.

쐐기문자를 발명한 수메르인의 독서하는 뇌의 회로는 뇌의 우반구가 상당히 많이 개입되어 있다. 독서하는 뇌가 사고방식을 바꾼다. 문화가 소멸하면 언어도 함께 소멸한다. 어떤 언어로든 독서를 하면 뇌의 길이와 너비가 재편성된다. 다른 뇌를 형성한다. 지적 사고의 발달을 촉진한 원동력은 문자 그 자체다. 독서는 뇌와 씨름하는 역동적 과정이다.

독서는 인지적 유연성과 추론 능력을 필요로 한다. 통사론, 의미론, 형태론, 화용론적 언어 발달을 가져온다. 책의 언어는 어휘 습득은 물론이거니와 복잡한 유추도 가능하게 하며 독해 수준을 향상한다. 독서는 단어에 대한 지식을 향상하며 의미를 알면 독서의 질도 향상된다. 아이의 뇌에서 제일 먼저 활성화되는 것은 후두엽이다. 측두엽의 베르니케 영역도 활성화시키며 좌뇌의 브로카 영역도 영향을 준다. 독서의 발달은 어휘력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마태효과처럼 명시적인 어휘 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유창성은 속도의 문제가 아니다. 충분히 생각하고 이해하는 능력이다.

부모의 역할, 교사의 역할은 아이들의 뇌를 책 읽는 뇌로 활성화시켜야 한다. 매리언 울프의 독서와 뇌의 관계를 과학적으로 증명한 『책 읽는 뇌』를 읽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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