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폰스 무하 나만의 걸작을 만드는 컬러링북
데이비드 존스.데이지 실 지음, 경규림 옮김 / 씨네21북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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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링북이라는 책은 나에게 좀 생소하다. 옛날 생각하면 색칠하기 책인데 말이다. 요즘은 컬러링북이라고 한다. 알폰스 무하라는 체코 태생의 작가는 이 분야에서는 상당히 유명한 화가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현대 일러스트 미술의 선구자라는 칭호로 불리운다. 그렇다면 이 컬러링북은 애호가들에는 단순한 그림 색칠책이 아니라 소장하고 싶은 책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아트 테라피는 미술치료의 한 영역이라고 한다. 미술을 통해 심리적인 치유 효과를 얻는 것이 아트 테라피의 목적인 것 같다. 결국 아트 테라피가 심리학의 한 종류로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심리학의 범주 안에 미술 치료가 포함되고 미술 치료의 범주 안에 아트 테라피가 있는 셈이다.

 

컬러링 아트 테라피는 색을 색칠하면서 색이 가지고 있는 치유 효과를 경험하는 치료법이다. 색상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특성을 개개인이 직접 색칠하면서 가랑비에 옷이 젖듯 심리적인 치유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어른들 사이에서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컬러링 아트 테라피는 알폰스 무하와 같은 유명한 화가의 그림을 자신만의 감각으로 색칠을 입히면서 심리적인 안정을 취하는 방법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미술 분야에는 문외한인 나에게 있어 주변 사람들이 색칠하기라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대화를 이끌어내고 자신의 감정을 돌아보게 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음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면서도 그 효과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특히 어린이들에게도 컬러링 아트 테라피라는 용어를 쓰지 않더라도 최근에 만다라북을 직접 만들어보면서 상담을 전개해 가는 방법들을 지켜보면서 미술 치료의 한 영역을 새롭게 보게 된다. 

 

알폰스 무하의 컬러잉 북을 직접 그려보면서 소장하기도 하고 선물의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선물을 받는 입장에서 오랜 정성과 땀으로 색칠된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색으로 이루어진 무늬를 보며 어떤 느낌을 갖게 될 지 궁금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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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밝은 검정으로 - 타투로 새긴 삶의 빛과 그림자
류한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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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투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반영구적인 잉크를 몸에 새긴다면 추후에 생각이 바뀌었을 경우 후회되지 않을까, 남들이 바라보는 시선이 따가로울텐데 그것을 참고 이겨낼 수 있을까. 젊은 날 한 때의 치기로 보기에는 너무 과격한 결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몸에 타투를 새기는 젊은이들은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있다. 주류에 대해 저항하고 다양한 세계를 이해하고자 하는 철학들을 타투로 표현하고 있다. 단순히 장난스러운 선택이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건 처벌한 몸부림의 표현이다. 문양 하나 하나에도 자신의 고민과 앞으로의 진로에 대한 생각들이 담겨 있고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기 위한 도구로 평생 간직하고 싶은 그들의 인생 표현이다.

 

그렇다면 나와 같은 기성 세대들은 타투로 자신을 표현하는 젊은 세대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젊은 세대들이 패션의 한 분야로 몸에 반영구적으로 새기는 것이 기성 세대들이 옷이나 악세사리로 자신의 기호를 표현하는 것과 같다고 보아야할까? 

 

직업군에 따라 타투에 대한 생각도 다르다. 젊은 세대 중에도 타투에 대해 상대방의 표현에 대해서는 존중은 하나 본인은 하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을 하는 이들도 있다. 기성 세대도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타투를 대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생각은 존중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타투도 소위 말해서 귀엽게 살짝 하는 것은 좋지만 과도하게 드러나는 문양은 보기에 좋지 않다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다만 이런 인식들이 사회적 소리에 대한 무의식적 규정에 갇혀진 생각이 아닌가라는 타투이스트의 반론에 우리는 어떻게 응답해야 할까?

 

타투에 관해서는 우리나라가 앞서가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많은 해외의 사람들이 타투를 받기 위해 찾아오는 추세다. 국회에서도 타투업 법제화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활의 시위는 당겨지고 있다. 타투의 의미 속에 담겨진 정체성의 문제를 들여다 보아야 할 것 같다. 다른 사람이 강요하는 정체성이 아닌 자신이 스스로 찾아낸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해 갈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할 것 같다. 

 

예전보다 잘 살게 되고 풍요해졌지만 상대적으로 정신적 빈곤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들은 다양해졌지만 정체성의 빈곤이 깊어지고 있다. 타투에 가려진 사람들의 정체성 발견과 회복에 귀를 기울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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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사람 - 뒤흔들거나 균열을 내거나
김도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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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잘 안다고 생각하는 인물도 의외로 사람들은 잘 모른다" (211쪽)

 

저자가 말하는 '낯선 사람'의 정의다. 어떤 사람에게는 유명한 사람도 어떤 이에게는 생소하고 처음 들어보는 경우가 있다. 책에서는 저자의 기준으로는 낯설지 않지만 독자들 기준으로는 아마도 처음 접해 보는 사람들을 낯선 사람으로 소환하고 있다. 분야는 다양하다. 가수, 디자이너, 과학자, 작곡가, 사업가 등. 저자가 소환한 이유를 읽어보면 저절로 고개로 끄덕여진다. 나만 몰랐었지 사실 그 분야에서 꽤 유명한 사람들이었다. 

 

침팬지 연구가인 제인 구달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고릴라 연구가 다이앤 포시에 대해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디자이너 가브리엘 샤넬은 유명 인사이지만 샤넬 No.5 라는 향수를 만든 에르네스트 보에 대해 들어본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다. 고양이를 집에서 키울 수 있게 된 것은 벤토나이트 모래의 발명이다. 그것을 발명한 에드워드 로라는 발명가를 아는 사람은 과연 몇 명일까?  제인 구달, 샤넬 No.5, 벤토나이트 모래에 비해 다이앤 포시, 에르네스트 보, 에드워드 로는 낯선 사람이다. 

 

한 인간의 삶은 단순하게 이어지는 직선이 아니다. 위아래로 오르내리며 복잡하게 이어지는 곡선이다. _106쪽.

 

일본 아이돌의 효시 곤도 마사히코, 글래머스한 모델 사이에서 짧은 머리에 소년 같은 몸매로 모델의 개념을 전환시킨 스텔라 테넌트, 애플 디자인에 영감을 준 미니멀리즘 제품 디자인의 대가 디터 람스도 낯선 사람으로 소개하고 있다. 

 

특히 디터 람스의 좋은 디자인 십계명이 인상적이다.(215쪽)

 

1. 좋은 디자인은 혁신적이다.

2. 좋은 디자인은 제품을 유용하게 만든다.

3. 좋은 디자인은 심미적이다.

4. 좋은 디자인은 제품을 잘 이해할 수 있게 한다.

5. 좋은 디자인은 장식적이지 않다.

6. 좋은 디자인은 정직하다.

7. 좋은 디자인은 영속적이다.

8. 좋은 디자인은 마지막 디테일까지 철저하다.

9. 좋은 디자인은 환경친화적이다.

10. 좋은 디자인은 최소한의 디자인이다.

 

1960년대에 그가 디자인한 제품이 아직까지도 먹히고 있고 앞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줄 것이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좋은 디자인은 최소한의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디자인은 기본이다. 기본은 영원히 살아남는다" (217쪽)

 

결국 모든 것은 기본으로 돌아온다! _2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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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미술관 - 이유리의 그림 속 권력 이야기
이유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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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작가의 철학과 시대상을 표현하기도 하지만 후원자 또는 권력자의 선전 도구로 활용되기도 한다!

 

종교가 권력의 정점에 있던 시기가 있었다. 당연히 당시의 그림에는 종교의 가치관을 드러내기 위한 도구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종교의 수장이었던 교황은 자신의 뜻을 그림을 통해 사람들에게 알리기 원했다. 천재 화가이자 건축가, 조각가였던 미켈란젤로도 교황의 권력 아래 소위 당대의 스타로 떠올랐다. 그림의 이면에는 돈이 뒷받침되어 따라오기 마련이다. 그림을 그리기 위한 재료들은 값비싼 경우가 많았기에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훌륭한 화가라도 자신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없었다. 든든한 재정적 후원은 재력가에 의해 진행되었고 후원을 받은 화가들은 재력가가 원하는 방향을 무시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많이 알려져 왔던 서양 그림들의 대부분들이 화가의 철학과 소신으로 그려진 작품들보다 권력자들의 뜻에 따라 그려진 경우가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책 표지에 나와 있는 그림은 좀 특이하다. 화가의 시대 저항이 담겨져 있는 그림이기 때문이다. '하트의 여왕'이라는 그림은 실제 인물을 소재로 다루었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눈치 차렸겠지만 여장을 하고 있는 남자임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당시 성 소수자들은 숨어야 살아야 했던 이들이다. 이 그림을 그린 화가는 당시 시대에서 버린 바가 된 이들을 작품의 소재로 등장시켰다. 여성의 성을 갖춘 이가 남성으로 살아야했던 실제 인물은 과감히 자신의 성을 드러내며 그림을 통해 자신을 알리기 시작했다. 

 

『기울어진 미술관』에서 저자 이유리는 무심코 지나 보았던 그림 속에서 그림의 이면에 숨겨진 아픔과 편견, 불평등한 요소들을 끄집어 내어 독자들에게 환기시키고 있다. 미술 에세이스트인 저자는 '기울어진 미술관'이라는 독특한 주제아래 독자들에게 그림에 담긴 숨겨진 이야기들을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다. 당시 사람들의 기구한 운명도 담겨져 있다. 선천적으로 왜소증으로 태어난 이들이 귀족들의 장난감으로 살아야했던 그림도 소개하고 있고, 멕시코인으로 태어나면서 털 복숭이로 태어난 소녀는 세계 각지로 옮겨다니며 전시장 안의 동물처럼 볼거리로 취급당해야 했던 그림도 소개하고 있다. 

 

"어머니는 오직 아이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서만 자신의 욕구도 충족되고 그녀는 아이와 나누는 것보다 더 풍성한 교우 관계를 찾으려 하지 않을 것이며 매일같이 자녀를 세심하게 돌보는 것에만 진지하게 관심을 쏟게 된다" 정신분석학자 테레즈 베네텍의 말이다. (108쪽)

 

여자에 대해, 어머니에 대해, 모성에 대해 오랫동안 사회가 요구해 온 지배적인 생각이 있었다. 어머니, 여자에 대해 고유한 존재에 대해 깊이 생각하기 보다 아이를 위한 어머니, 가정을 위한 여자 등 필요성에 따른 존재를 부각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오늘날에도 마찬가지다. 시대가 변했다고 하지만 가부장적 요소는 아직까지 무섭게 똬리를 틀고 견고하게 버티고 있다. 최근 인터넷 서점 '아마존'에서 히트 상품으로 떠오른 『배러티』에서도 자녀를 돌보는 엄마는 이래야 하고, 자신의 일보다도 자녀를 돌보는 일이 우선이며 자녀가 죽게 된 이유도 엄마에게 있다라는 전제로 사건의 중심에 여자를 두고 있다는 것이 소설의 전체적인 분위기이다. 

 

"선거철만 되면 돈을 쥔 자들은 출마를 준비하며 굳이 낙후된 재래시장과 쪽방촌을 찾는다" (181쪽)

 

요한 밥티스트 슈미트의 <플로트베크의 인간 조각상>을 해설하며 저자는 돈 있는 자들이, 권력을 쥐고 있는 자들이 자신의 대리 만족을 위하여 사람조차도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고 한낱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도구로 활용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추석 명절 전 각종 지방신문을 보면 기초의원, 광역의원, 자치단체장들이 약속이라도 한듯이 장바구를 들고 재래 시장에서 장을 보는 장면들이 실린다. 왜 그럴까? 정말 서민을 위한 행보일까? 그렇지 않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지만 언론에 실린 그 장면의 효과는 홍보 뿐만 아니라 이미지를 선하게 보이게 한다. 형식적인 모습, 일시적인 모습, 광고성 모습임에도 사람들의 인식에는 무의식적으로 선하게 각인된다. 가난한 자들의 모습을 화가에게 그려달라고 했던 당시 재력가의 요청은 바로 자신의 이미지를 세탁하기 위한 의도였음을 알 수 있다. 

 

『기울어진 미술관』을 통해 그림을 바라보는 안목의 깊이가 조금 깊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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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화 도슨트 - 청소년을 위한 동양 미술 수업
장인용 지음 / 다른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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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고 있는 동양화가에는 누가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김홍도, 신윤복, 정선, 김정희 이 정도다. 서양 화가도 손에 꼽힐 정도다. 빈 센트 반 고흐, 마네, 모네... 고등학교 미술 시간에 많이 외웠던 이름들이다. 기억에 남는 화가들은 아마도 알게 모르게 대표작들을 종종 책을 통해 봐 왔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특별히 미술에 대해 큰 관심이 없는 나에게 동양화는 더더욱 관심을 끌 만한 분야가 아니다. 그럼에도 오랫동안 책장에 놓여진 『동양화 도슨트』 라는 책이 보이길래 하루 왠 종일 책장을 펼치며 한 권을 다 읽고야 말았다. 곳곳에 인쇄된 동양화들을 보며 제법 익숙한 그림도 보였지만 처음보는 그림도 많았다. 친절한 동양화 도슨트 저자의 설명을 따라 그림과 대조하면서 읽는 재미도 쏠쏠했다. 이 책을 통해 내가 기존에 알고 있었던 개념과 상반되는 내용도 있었고 새롭게 알게 된 내용들이 참 많았다. 

 

1. 동양화의 개념부터 살펴보자. 서양화의 반대가 동양화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동양권에 있는 중동, 동남아시아의 작품들을 동양화라고 부르지 않는다. 예술 분야에서 동양화로 분류할 때에는 중국, 한국, 일본 이렇게 세 나라의 그림을 동양화라고 부른다. 저자는 중국미술사를 공부한 전문가다. 우리나라가 예로부터 중국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문화예술에 있어 독자적인 면을 갖춘 부분도 있지만 지대한 영향을 받은 부분도 없지 않아 많다. 동양화도 마찬가지다. 동양화 안에서도 학자들은 세부적으로 산수화, 인물화, 화조화, 문인화, 사군자, 풍속화, 민화 등으로 나눈다. 특히 민화는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발전시켜 나간 분야라고 본다. 

 

2. 동양화와 서양화의 차이점을 살펴보자. 서양화는 색감이 다양화다. 물감을 기름과 섞어 사용한 회화가 대부분이다. 반면 동양화의 그림 재료는 물감 대신에 먹을 사용했고 그리는 도구로 붓을 주로 사용했다는 점이 큰 차이점이다. 먹과 붓이 가지고 고유한 특성은 동양화를 서양화와 뚜렷하게 구분하는 기준점이 되었고 동양화는 역사적 흐름과 괘를 같이 하면서 동양화 그림 곳곳에 서양화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특징점들이 담겨 있다. 첫째 낙관이 찍혀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한 두개가 아니라 어떤 동양화에는 수십개가 찍혀 있다. 서양화도 화가의 이름이나 이니셜을 그려 넣거나 살짝 숨겨 놓는 기법들이 있는데 동양화는 노골적으로 화가의 이름을 도장으로 찍거나 그림을 소유하거나 소장한 사람들이 낙관을 군데 군데 찍었다. 둘째, 서양화는 그림이 대부분 화폭의 분량을 차지하는 반면에 동양화는 그림과 글이 균형잡게 놓여져 있고 심지어 여백을 강조하여 빈 부분이 화폭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그림도 있다는 점이다. 동양화에 그림과 글이 함께 놓인 이유는 역사적 배경에서 찾을 수 있다. 

 

"몽골인은 50여 년 동안 전쟁한 끝에 비로소 송나라를 멸망시킬 수 있었습니다. 몽골인이 세운 원나라가 서로 다른 여러 민족을 통치한 방법은 쉽게 항복한 나라는 우대하고, 끝까지 버티고 싸운 나라는 박대하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마지막까지 저항했던 송나라 사람들은 몽골의 지배 아래 있는 여러 민족 가운데 가장 천대 받는 사람들이 되었습니다" (154쪽)

 

즉 무슨 말인고 하니 송나라 사람들은 몽골의 지배하에 관료 생활을 하지 못했다는 뜻이며 그림을 전문으로 하는 화가들도 관료 생활에서 쫓겨나야 했다는 뜻이다. 따라서 그림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이 점점 사라지고 대신 관료에서 쫓겨난 이들이 산 속, 고향 곳곳으로 흩어져 글과 그림을 취미삼아 한 평생을 살아가야 했던 시대적 상황이 문인화로 자리잡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나라도 송나라처럼 도화원, 도화서라는 국가에서 인정해 주는 전문적인 화가 관료 집단이 있었지만 그 외에도 순수한 학자 출신이지만 그림에 뛰어난 기량을 가진 이들을 통해 문인화로 발전된 경우가 많았다. 김홍도의 스승이었던 강세황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낙향하여 고향 안산에 내려온 강세황이 어린 김홍도를 발굴해 냈던 시대적 정치적 상황이 있었다. 문인들은 그림도 중요했지만 그림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학풍을 담아내야 했기에 그림 속에 시를 포함시켰고 문인화들의 고고한 자신의 사상을 담아내기 위한 대상인 사군자가 그림의 대상이 되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3. 중국의 동양화를 앞선 우리만의 진경 산수화를 살펴 보자. 정치적 박해를 피해 고향으로 내려온 수 많은 문인들이 산천을 배경으로 많은 그림을 그려냈던 것이 중국의 산수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단, 그들이 그려낸 산수화는 머릿 속에 머물려 있던 상상의 산수화가 대부분이었던 반면에 우리나라로 건너온 산수화는 직접 두루 다니면서 관찰하고 느낀 점을 화폭에 담아낸 점이 중국의 동양화와 구별되는 점이다. 

 

"정선은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일을 즐겼습니다. 금강산, 관동팔경, 영남팔경, 단양팔경 등 경치가 좋기로 이름난 곳을 두루 다녔다. 그 열성이 그림으로 나타나 진경산수화가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191쪽)

 

4.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었던 동양화의 진짜 화가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교과서나 책들을 통해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었던 풍속화 <씨름>을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씨름>이 김홍도의 작품인가는 시간이 흐를수록 고개를 젓개 한다. 그 이유를 살펴볼까? 

 

"<씨름>을 자세히 보면 여러 곳에서 한 사람의 화가가 그린 게 맞나 싶은 의심도 듭니다. 단원풍속도첩이란 화첩은 좋은 그림이지만, 김호도가 그린 그림이 아닌 위작일 수 있다는 것이죠. 김홍도의 그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학자들은 후대의 도화서 화가들이 김홍도의 그림을 비롯한 풍속화의 여러 소재를 이용해 다시 그린 그림이라고 봅니다. " (275쪽)

 

5. 마지막으로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었던 '민화'에 대한 정의다. 민화하면 주로 백성의 그림이라고 생각해 왔고 그린 사람도 일반 서민이며 그 그림을 즐겨 했던 이들도 서민이었을 것으로 생각해 왔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면 과연 일반 서민들이 일월오봉도, 책가도, 모란도, 호도와 같은 그림을 그릴 수 있었냐하면 이것 또한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일월오봉도는 오직 왕을 위한 그림이었고 책가도는 책을 숭상했던 정조대왕이 즐겨 했던 그림이었다. 부귀 영화의 상징인 모란 꽃이 그려진 모란도, 호랑이를 익살스럽게 그린 그림도 살기가 빠뜨하게 힘든 서민들이 그린 또는 즐겼던 그림이 아니라 누가 생각해 보더라도 귀족층, 살만한 계층들 사이에서 거래되었던 그림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따라서 민화를 정의할 때 이렇게 수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민화는 도화서의 화가들이 오랫동안 그려왔던 여러 상징적인 그림을 바탕으로 태어난 그림" (304쪽)

 

분량이 제법 되고 청소년을 위한 동양화 안내서라고 하지만 어른들도 읽어야 하는 교양서가 아닐까 싶다. 한 편의 동양화 강의를 진뜩하게 든 기분이다. 어렵지 않게 청소년들도 알아 듣기 쉽게 풀어낸 저자의 필력에는 아마도 미술사를 전공한 내공이 한 몫을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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