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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안아주는 사람일 뿐 - 1녀 1견과 살며 배운 것들
김상아 지음 / 푸른숲 / 2018년 11월
평점 :
품절
나는 아이와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운다. 아이는 이제 제법 컸고 고양이는 흔히들 ‘모신다’고 하니 키운다는 말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보호자 역할을 한다.
보호자는 지켜주는 사람이다. 신체를 위협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아이와 고양이를 지켜내는 것이 내 역할이다. 먹을 것과 잠잘 곳을 제공하고 아프지 않게 돌봐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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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보호자는 가끔 잊을 때가 있다. 마음이 다치지 않게 돌보는 것도 보호자의 역할이라는 것을. 물리적 편의를 제공한 것으로 할일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걸 언제 깨닫느냐 하면, 보호자의 마음이 다쳤을 때다. 내 마음을 돌봐주는 사람이 없어서 힘들 때, 아이는, 개는, 고양이는 그냥 바라보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기도 한다. 말랑말랑한 볼을 만지면, 복실복실한 털을 쓰다듬으면 금세 기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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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도 한 명의 아기와 한 마리 개의 보호자이고 주인이다. 아기는 이렇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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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는 우리 개 주인이야.
-너, 주인이 뭔지 알아?
-응, 안아주는 사람이지.
-엄마, 엄마는 내 주인이야.
-왜?
-나를 매일 안아주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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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것을 주고 잠자리를 마련해주는 것으로 주인의 역할을 다했으니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다는 논리는 이 책을 읽는 순간 통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건 안아주는 일, 마음을 다하는 일이다. 개와 다섯 해를 함께 산 아기는 누가 일러주지 않아도 그걸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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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는 점점 자라고, 개는 점점 늙어간다. 이제 개는 잘 알아듣지도 못하고, 행동도 굼뜨고, 실수도 잦아졌다. 냄새 나고 귀찮아진대도 아기가 계속 개를 안아주었으면 좋겠다. 어쩌면 그건 내 아이가 더 큰 다음에도 나를 안아주었으면 하는 욕심의 투사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