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어른을 위한 동화보다는 어린이를 위한 동화가 더 맞는 듯.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아무튼, 예능 - 많이 웃었지만, 그만큼 울고 싶었다 아무튼 시리즈 23
복길 지음 / 코난북스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제부터인가 드라마나 영화를 잘 보지 않게 되었다. 내게 드라마나 영화는 그저 머리를 비우고 보는 휴식의 의미일 뿐이었는데, 어느 순간(아마 아이를 키우면서) 등장인물의 상황에 과하게 몰입하게 되면서 그 감정들을 지켜보기가 버거웠다. 또 나는 멍 때리며 보고 나면 내용을 까먹는데, 남들이 주인공의 심리를 분석하고 복선을 찾고 개연성을 따지는 걸 보고 있자니 내가 학습부진아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예능만 보게 되었다. 몰입하지 않아도, 잠깐 놓쳐도 이해하는 데 아무 지장 없는. 아무 때고 나를 웃게 해줄 수 있는. (<무한도전>의 특집기획들은 예외였지만)

남의 약점을 공격하고 희화하며 웃음을 끌어내던 프로그램들은 이제 그래서는 안 되는 시절이 되자 웃기지 못하게 되었다. 점점 이게 예능인지 다큐인지 모르겠는 프로그램들이 많아졌다. 그냥 연예인의 일상, 연예인의 여행, 연예인의 놀이를 보면서 웃음 포인트를 찾아야 했다. 혹여나 웃음을 놓칠까 봐 모든 대화와 상황을 자막으로 처리해주는 친절도 베풀어준다.

이제 예능이 갖춰야 할 기본 미덕은 ‘웃음과 감동‘이 된 듯하다. 하나 더하자면 힐링까지. 그래서인지 전처럼 예능이 재밌진 않다. 어쩌면 요즘 재밌는 일이 하나도 없는 나의 상태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라디오를 켜듯 예능 프로그램을 틀어놓는다. 없으면 조금 허전하지만, 있어도 딱히 집중하지 않는. 그냥, 그렇다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홉 살 독서 수업 - 부모가 알아야 할 초등 저학년 독서의 모든 것
한미화 지음 / 어크로스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초등학생 아이랑 책 읽기 때문에 늘 기싸움하는데, 엄마가 읽히고 싶은 대로 아이에게 강요했구나 싶어 반성하게 됩니다. 글도 잘 읽히고 많이 생각하게 하는 책입니다. 유치원생이나 초등 자녀 있는 분들 꼭 읽어보세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는 안아주는 사람일 뿐 - 1녀 1견과 살며 배운 것들
김상아 지음 / 푸른숲 / 2018년 11월
평점 :
품절


나는 아이와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운다. 아이는 이제 제법 컸고 고양이는 흔히들 ‘모신다’고 하니 키운다는 말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보호자 역할을 한다.
보호자는 지켜주는 사람이다. 신체를 위협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아이와 고양이를 지켜내는 것이 내 역할이다. 먹을 것과 잠잘 곳을 제공하고 아프지 않게 돌봐주는.
.
그런데 보호자는 가끔 잊을 때가 있다. 마음이 다치지 않게 돌보는 것도 보호자의 역할이라는 것을. 물리적 편의를 제공한 것으로 할일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걸 언제 깨닫느냐 하면, 보호자의 마음이 다쳤을 때다. 내 마음을 돌봐주는 사람이 없어서 힘들 때, 아이는, 개는, 고양이는 그냥 바라보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기도 한다. 말랑말랑한 볼을 만지면, 복실복실한 털을 쓰다듬으면 금세 기분이 좋아진다.
.
이 책의 저자도 한 명의 아기와 한 마리 개의 보호자이고 주인이다. 아기는 이렇게 말한다.
.
-엄마, 나는 우리 개 주인이야.
-너, 주인이 뭔지 알아?
-응, 안아주는 사람이지.
-엄마, 엄마는 내 주인이야.
-왜?
-나를 매일 안아주잖아.
.
먹을 것을 주고 잠자리를 마련해주는 것으로 주인의 역할을 다했으니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다는 논리는 이 책을 읽는 순간 통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건 안아주는 일, 마음을 다하는 일이다. 개와 다섯 해를 함께 산 아기는 누가 일러주지 않아도 그걸 안다.
.
아기는 점점 자라고, 개는 점점 늙어간다. 이제 개는 잘 알아듣지도 못하고, 행동도 굼뜨고, 실수도 잦아졌다. 냄새 나고 귀찮아진대도 아기가 계속 개를 안아주었으면 좋겠다. 어쩌면 그건 내 아이가 더 큰 다음에도 나를 안아주었으면 하는 욕심의 투사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하는 마음 - 나를 키우며 일하는 법
제현주 지음 / 어크로스 / 201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언제나 일을 잘하고 싶었다. 늘 모범생의 테두리 안에 있었던 탓에 그럴지도 모른다. 그리고 좀 느리고, 남들과 일을 나눠서 하는 요령도 없었고, 아이디어가 반짝이는 스타일도 아니다 보니 다른 사람들보다 진득하게 책상 앞에 앉아 있어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지기 일쑤였다. 사람들은 그것을 ‘성실함’이라고 이야기해주었다. 그렇지만 내게는 그것마저 컴플렉스였다. 일을 제때 끝내지 못해 혼자 아등바등 해야만 겨우겨우 남들 발꿈치를 따라갈 수 있다는.
이전 회사를 그만둔 건 회사의 여러 사정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이상 내가 일을 잘하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좀 더 버티다가는 내 바닥이 다 드러나고 말겠다는 생각. 자신 있는 일도 없었고 재미난 일도 없었고 내 무언가를 쏟아붓고 싶은 일도 없었다. 매너리즘이란 게 그런 건가 싶었다.
5년을 쉬고 다시 회사생활을 시작하면서 일을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좀 더 간절해졌다. 예전과 조금 달라진 점이 있다면, 남의 일은 남의 일로 보고 내 일은 오롯이 내 일로 보려 한다는 거다. 전에는 후배들의 일을 내 기준에서 판단해서 그들이 가진 장점을 다 묻어버리기 일쑤였다. 그리고 내 일은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느라 언제나 불만이 가득했다.
지금은 그저 내 일은 내가 만족할 만큼 되어 있는지를 기준으로 삼으려 한다. 물론 일을 하다 보면 클라이언트의 요구도 만족시켜야 하고 함께 일하는 사람의 마음도 잘 파악해야 하는데, 그게 예전에는 외적인 요인이었다면 이제는 모두 내 기준 안에 들어놓으려 노력 중이다.
_
그래서인지 제현주 대표의 <일하는 마음>을 읽으면서 가장 눈이 간 대목은 이거였다. 스키를 좋아하는 저자가 처음으로 중급자 슬로프를 내려오는 데 성공한 후의 기분.
“보는 사람도 없었고 칭찬해준 사람도 없었지만, 스스로 뿌듯했던 그 마음,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는, 온전하고 뚜렷한 나의 성취.”
_
그러한 성취가 홀로 되지 않는다는 것 역시 이제는 안다. 유연하게 다른 사람의 안목을 빌릴 줄 알고, 그가 나의 무언가를 필요로 할 때는 기꺼이 내어줄 줄 아는 것도 일을 잘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라는 것. 언젠가 나는 지금의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도 있지만, 그때에도 지금의 생각들을 잊지 않게 위해 노력해야지. 그럴 때 이 책을 문득문득 펼쳐봐야지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