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 사람 공감 안가는 사람이 없다. <나는 여기가 좋다>는 섬 사람들의 이야기다. 제주도에 인접한 어떤 섬. 사람 사는 모습을 어느 한편 치우치지 않게 잘 그려낸 소설집이다. 읽는 중간 중간 작가가 보고 싶어 책 표지 뒤 사진을 여러 번 봤다. 이 사람은 누굴까? 이런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생각했다. 오랜만에 책을 편히 읽었다. 이야기 속 갈등마저 따뜻했다. 나는 따뜻한 이야기 읽으면 따뜻해 할 줄 아는 사람이구나 생각했다. 나는 이야기 들으며 따뜻해 할 줄 아는 사람이다. 이야기 들으며 들으면 들을 땐 내 이야기 속에서 내가 따뜻한 사람인지는 모르겠다. 내 이웃들과의 관계에선 잘 모르겠다. 이야기 읽을땐 꽤 괜찮은 심성을 지닌 것 같았는데...
은퇴하신 노교수님의 서재에 초대받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어서 오게, 공부는 여전히 열심히 하고 있는가? 무릎 꿇고 앉으니 녹차 한 잔을 우려주시며, 내가 어렸을 때 말이야... 라는 말씀으로 시작된 강의실 밖의 강의는 참으로 교수님 한평생의 공부를 농축해 놓은 것이었으며 아울러 무지하게 지루하고 고리타분하였습니다. 열정에 찬 말씀 도중 언제 차를 마셔야 할지 몰라 식어버린 녹차... 그래도 쥐가 난 발을 문지르며 끝까지 들은 내 인내심이 기특합니다. 음... 더 무슨 말을 해야 할까요... 여름에 비 오듯 쏟아지는 땀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공부하다가 잠시 일어나려는데 땀 때문에 허벅지가 의자에 딱 붙어 떨어지지 않더라는 이야기, 공부하다 너무 피곤하여 책상 위에 엎드려 잠깐 잔 잠이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잠이라는 이야기 들은 공부하는 마음가짐을 새삼 바로잡게 해줍니다. 학력(學歷) 만큼 인력(人歷- 사람으로부터 배운 이력)도 중요하다는 말씀과 인류가 호모 사피엔스에서 호모 핑거(homo finger- 정보를 터치하는 인간)까지 진화하였으니 학교를 졸업하였다고 해서 공부도 졸업하면 안 된다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모두가 실천할 수 없는 말씀은 교훈으로 가슴에 깊이 새기게 됩니다. ≪공부≫, 이 책은, 책 속의 지식보다, 공부에 탐닉(어떤 일을 몹시 즐겨서 거기에 빠짐)하는 한 사람의 모습을 배우게 되는 책입니다. (글읽기와 글쓰기에 대한 공부를 하고 싶은 젊은이는 다른 책을 찾아보시기를...)
멍청한 테스. 라고 기억하고 있었다. 다시 읽은 테스는 순수한 여인. 토마스 하디가 순수한 여인이라 함에 동의한다. 간통을 하고 미혼모였고 나중에는 살인까지 저질렀지만 테스는 순수한 여인이다. 테스를 읽으면서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도대체 왜 그러고 살아?' 맞는 말이다. 도대체 테스의 희생 봉사가 그녀의 가족들에게 어떤 도움이 되었는가? 테스가 없으면 당장 죽기라도 할 것처럼 테스를 닦달하고 보채는 허풍.허영의 아버지, 무능.의지박약의 어머니, 테스의 짐을 나누어 질 힘도 의지도 없는 동생들... 순수한 여인 테스의 가정은 지옥이었다. 가족에 대한 테스의 봉사와 희생은 그것에 대한 응분의 보상을 가족으로 부터 받았어야 했다. 그렇지 못한 불가피한 상황이었더라면 테스는 그들에게 자신의 전심을 다해 희생하는 바보짓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테스에게도 앞으로 펼쳐질 인생이 있기에 그것을 준비했어야 한다는 말이다. 테스는 자신을 더 사랑했어야 했다. 아! 역시 테스는 멍청했다. 테스의 희생을 담보한 일시적 가정의 평화... 착한 딸 컴플렉스. 도대체 에인절 너마저 왜 그러는 거야? 에인절마저 테스를 버리다니... 테스가 순결한 여인이 아니어서 실망한 에인절의 즉흥적인 행동으로 테스가 이르게 되는 결말은 살인이었다. 정말로 사랑했고 테스의 어떤 흠결도 이해할 수 있는 포용력의 에인절 마저도 순결은 질책의 사유가 되었고 그 순간의 질책이 낳은 결과는 에인절에게도 지울수 없는 상처로 남게 된다. '에인절 왜 그렇게 경솔했어?' 독자의 아쉬움은 이 시대의 자유분방한 성 풍속에 젖은 나에게 이해 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에인절 마저도 순결에 대한 책임을 테스에게 묻는 모습에서 '권위적 남성성은 어떤 남자도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인가?' 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매 시대의 어른들이 개탄하는 성 문란은 어쩌면 발전되어가는 평등한 의식의 기표가 아닐런지... 공평하지 않은가? 개탄하는 어른남자들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성적 풍요와 선택의 자유를 누려 왔으니 말이다. 그렇게 본다면 기득권 상실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 '장고 끝에 악수'라 했던가... 가련한 여인 테스의 선택은 항상 한 박자 씩 늦었고 매번 최악이 결과를 낳았다. 테스는 왜 최악의 선택을 했어야 했는가? 그놈의 가족, 가족.... 테스는 자신이 원하는게 뭔지 알면서도 가족을 의해 에인절을 위해 고통을 혼자 감내했고 그 결과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도 상처로 돌아갔다. 궁지에 몰려야만 행동을 했던 테스의 가장 능동적 행동이 살인이라니... 자기욕구를 참아온 테스의 유일한 적극적 자기 표현이 살인이라니... 억눌린 자아의 폭발은 예측이 불가능하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박원순의 희망 찾기 2, 함께 돌보고 배우는 교육공동체 “마을이 학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