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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자본주의 - 현대 세계의 거대한 전환과 사회적 삶의 재구성 아우또노미아총서 27
조정환 지음 / 갈무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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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축적은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현실 유토피아에 다가가기 위한 과정이자 최종 목적이기도 하다.

부의 축적이 인생사의 궁극의 목표가 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만, 물질만능의 세상임을 부정하기 쉽지 않은 세상이다.  하지만 부의 축적을 과정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최종 목적이라는 말에는 수긍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맞다. 위의 도발적 명제는 염세적 시각의 내 말일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물질 만능을 꿈꾸며 생을 소비하며 살아간다 하더라도, 세상 만인이 한마음일리 없고 사람마다의 뜻과 목적도 다름이 틀림 없으니 첫 줄의 단정적 명제는 틀린 말이다.

그러나 정말 틀린 말일까?  
수많은 사람들의 각각의 생각이라고는 하나 우리는 자본주의 세상이라는 하나의 공간에 살고 커다란 벽에 갇혀 있다. 같은 이야기를 듣고 벽 너머의 세상을 볼 수 없는 공통 운명임을 전제한다면 과히 틀린 명제도 아닐 것이다.
소트라테스는, 대중은 벽속에 갇혀서 들려주고 보여주는 것밖에 인식할 수 없으며 벽 너머의 세상을 볼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고 했다. 대중에게는 벽 너머의 세상에 대해 전해 줄 철학자가 필요하다고 한 소크라테스의 말은 내 인식의 한계를 느끼게 한다. <인지자본주의>는 대중에게 철학자와 같은 책이다. 내게는 소크라테스와 같은 철학자가 없으니 <인지자본주의>와 같은 책을 통해 벽 너머의 세상을 알아간다.

 
자본주의 세상에서 우리는 자본이라는 보이지 않는 설계자에 의해 계획, 운영된다. 나는 '1노동력'의 가치로 표현되는 인간이라는 도구이다. 인간이라는 도구는 다른 모든 상품들과 다르지 않다. '1노동력'의 인간은 스스로가 자본 시장에서 상품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조차 자유롭지 않으며, 영과 육의 에너지를 팔아 생존에 급급할 뿐이다.
노동력은 인간이 팔 수 있는 유일한 상품인데 교환 대상자인 자본가(자본)는 그 노동력에 상응하는 가치를 지불하지도 합당한 가치를 인정하지도 않는다. 자본가는 잉여라는 이윤을 얻는 것이 목적이므로 노동가치를 폄하해야만 잉여라는 목적을 이룰 수 있다. 노동자는 착취당하고 있음에도 그저 밥벌이를 할 수 있음에 감사할 뿐이다. 자본이 생장하고 번성하는 근원적 에너지 잉여가치. 
인간의 존재가치가 생산을 의한 도구로 전락하는 자본의 세상. 

자본주의라 하여 인간이 만들어 내고 필요에 의해 사회구조적 도구로 쓰는 가치라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자본에 의해 인간이 쓰여지고 있는 세상이다.
생체력을 이용한 육체 노동자, 인지력을 이용한 정신노동자, 그리고 자본에 결탁한 자본가와 정치인까지 모든 인간들은 자유 사고를 하며 노동력을 자유의지로 팔고 있지만 자본세상에서 진정한 자유란 존재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것을 인정하는 순간에야만 자본에의 구속으로 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독립적 인지상태를 획득하는 것은 아닐까. 

인간의 자유 의지로 인한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적 사고를 하는 인간과 대중.
여러 개층의(마르크스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같은 노동자라고 말하고 있다. )  노동자들이 스스로 착취의 대상임을 깨닫고 연합하여 자본에게 대항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조성환님은<인지자본주의>라는 책을 썼다고 생각한다. 자본의 벽 너머에 대한 상상력을 일깨우고 우리가 착취의 대상임을 알려주는 우리 시대의 철학자가 또 한 명 나타났다.
(아쉽게도 대중은 돈 벌고 쓰기 바뻐 철학자의 외침을 새겨 들을 여유가 없다. 또 인간은 그것으로 어느 정도 만족한다)

 

마르크스의 <자본>을 통해 본 노동자.
그들은 팔 수 있는 노동력 그 이상을 팔았고 그 초과 노동력은 자본가의 초과이익 즉 잉여가치였다. 자본이 잉여가치를  만들어 내는 과정은 악랄하기를 넘어 경이적이기까지 했다. 분업과 협업을 통해 창출된 잉여가치는 노동자들이 이뤄낸 것임에도 노동자들에게는 아무런 배당이 없었고, 기계의 도입으로 부녀자와 아이들이 싼값에 노동 현장에 투입되고, 일터를 뺏긴 건장한 노동자들은 하릴 없이 거리를 배회하는 모습은 세기와 대륙을 뛰어 넘어 아직도 진행형이다. 
    
거리로 내몰린 노동자들은 자본에 맞서 싸우게 된다. 거대 자본에 맞서 싸우는 노동자들은 힘은 미약하기만 하다. 하지만 응집된 노동자들의 힘은 자본도 당해 낼 수가 없었음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배웠다. 자본이 스스로 진화하여 인간의 인지력조차 통제하고 착취하고 있음을 인간이 깨달아야 하는 시기가 지금이 아닐까?   

인간의 노동력을 생산의 수단으로 사용하던 과거의 자본가과 달리 지금은 인간의 인지력을 이용해 생산이 이루어지는 세상이다. 지적 창작활동, 교육, 서비스 등등.. 산업 전반이 인지와 지적 작업에 의지하고 자본가는 지적 결과물을 교환, 생산가치로 인정되는 세상이 도래하였다. 인지 노동의 세상은 저자가 밝히듯 마르크스도 인식하는 부분이었으나 마르크스 조차 주요하게는 다루지 않았던 영역이다. 정신노동의 가치가 측량되고 그로부터의 잉여가 육체 노동의 잉여보다 커진 시점에서 저자는 사회적 삶의 재구성을 촉구하고 있다. 방대한 양의 자료와 수많은 철학자의 말을 빌어 작가는 인지적 삶에 대해 자각하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자본의 탄생과 도래과정, 농경, 상업자본주의, 산업 자본주의를 잇는 전환기적 자본주의의 실체까지 폭넓은 사유와 정보가 담겨 있는 <인지 자본주의>.
시공을 초월하여 세계적으로 사고하는 저자의 시선을 쫓아가다 보면 어느새 눈 앞에는 우리의 현실문제가 나타난다. 세계적으로 사고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는 자크 웰릘이 떠오르기도 하였다.


사실 수월히 읽을만한 책은 아니다. 주제도 그렇거니와, 학술서 관념적 분위기와 저자의 개인적 관조가 뒤섞여 대중에게 전하는 이야기임에도 전혀 대중적이지 못하다. 독자를 배려를 안 한고 자기 할 말만 싣컷 했다는 인상이지만, 뭐 진심은 충분히 전달 될 수 있다고 본다. 
책 속 중간중간 저자는 우리 현실속 자본의 문제와 노동현장의 실태를 언급한다. 용산 참사와 촛불집회도 이미 역사가 되어 현재 사는 우리에게 교훈이 된다.
2011년 지금은 한진중공업 사태가 있다. 노동과 자본의 대립은 현재진행형이다. 그 승패는 잘 모르겠으나, 지금 이 순간에도 인격화된 자본과 착취당하는 노동자들의 대립, 아직 먹고 살 만한 노동자들의 관망은 또 다른 역사로 기억될 것이다.

저자는 노동 역사의 진화에 이성의 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인간 이성의 힘이야말로 거대한 자본에 맞서 자본에 길들여지지 않는 방법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이성, 곧 인지적 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한다. 지배 권력을 정복하고 그것의 부패한 제도를 해체하려는 물리적, 정치적 행동이 동시에 필요하다. 고 저자는 책을 맺는다.

자유주의가 회의적인 시기이기는 하지만 미약한 부분을 보완해서 자본은 앞으로 나아갈 것이 분명하다. 자본은 항상 그래왔다. 노동자들의 혁명이 있을 때 무너지는 듯하지만, 한걸음 물러나서 전열을 정비한 자본은 더욱 막강해져 다시 돌아온다.  

조정환 선생의 <인지자본주의>를 읽으며 또 한 번 경각심이 생긴다. 하지만 어떤 실천을 해야 할지 ,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나는 자본의 족쇄를 스스로 끊을 용기가 있는가? 답은 '아니다' 이다. 무엇이 문제인지를 알았다고 해서 문제를 풀기가 쉬운 일은 아닌 것처럼... 
고백하건데, 나는 자본의 품이 자연스럽고 자본에 의한 착취도 버틸 만하다. '나만 아니면 돼'라는 모 연예 프로그램의 말이 생존언어인 양 자연스러운 시대. 내가 그렇다. 고개를 숙이고 나는 안전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자본과의 공생을 시도한다. 궁긍적으는 자본에의 권력을 나눠가지길 희망하는지도 모르겠다. 

약인지 독인지 모를 진실의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책을 통해 또 다시 혼란스러워지지만 내일의 내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지는 바 어떤 것을 중요한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입발린 말도 못하겠다. 저자 말대로 인지만으로 세상이 변하는 것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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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1-07-16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좋아님 제가 쉬는 동안 이렇게 많은 글을 올리시다니 -.- 너무 좋아용~~

이 책은 저도 사기 위해 장바구니에 담아 놓은 책입니다. 차좋아님의 솔직한 리뷰를 보며 많이 느껴요. 저 역시 똑같아요. 나만 아니면 된다는, 전 그래서 지금 공부를 하고 있어요. 조금이라도 자본의 족쇄에서 노동이라는 단어가 풀려나기를 바라며 말이죠.

현실은 참 지겹고 무서워요. 버릴 수도 없고 말이죠. 자본에 의해 매일 매일 지배 당하고 사니 말이에요. 한 사람이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그래도 뭔가를 할 수 있는 희망은 반드시 있다고 저는 믿는 사람입니다. 우리 힘 내요. 차좋아!

전 솔직히 요즘 아파트에서 근무하며 그런 생각을 많이 합니다. 지겨운 민원들 그리고 자신들의 권리만을 주장하는 사람 들속에 숨 죽이고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도 그 수와 반대로 많다는 것을 느끼거든요. 부족하지만 그런 분들의 평화를 위해 나름대로 불량 학생들에 대한 선도도 하고 있고, 위험 상황은 없는가, 또 어떻하면 좀 더 친절하게 해 줄 수 있는지를 사색하고 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미약하다고 해도 해 볼려구요. ^^ 자본주의의 이 시대의 흐름에 기별도 안 가겠지만요.

차좋아 2011-07-18 12:51   좋아요 0 | URL
쉬시는 동안 논문을 하나 쓰셨더군요 ㅋㅋㅋ 저는 시간을 두고 읽어볼 참입니다. ㅎㅎ

아랫입술 깨무는 일이 많아졌어요. 자국이 깊이 날 정도로 깨물고는 화를 참고는 그 뿐이에요. 내가 뭘 해야 어떻게 해야하는지 분명히 아는 사람들이 부렁루 때도 있지만, 저는 그러 입술만 꽉 깨물고는 눈을 감아버립니다.
그저 잊고자 달리고 달려요.
자본의 세상이든 흉포한 마음이 뻔히 드러나는 사람이든 그저 무서우니 혼자 있곤 해요.
속 편하니까....

저는 아무것도 안 믿어요. 저는 저만 믿는데 제가 너무 약해서 문제입니다.

esmeral 2011-08-31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저는 웹진 <자율평론>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정연이라고 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차좋아 님이 작성하신 <인지자본주의>에 대한 서평글을 오는 9월 초 발행 예정인 <자율평론> 36호 게재할 수 있을지 문의를 드립니다.

<자율평론>은 2002년부터 지금까지 총 35호의 웹진을 발행한 계간 정치철학 웹진이며, 누구나 인터넷을 통해 자유로이 접근할 수 있는 copyleft 웹진입니다. 그간 <자율평론>에 게재되었던 모든 원고들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waam.net/xe/autonomous_review

<자율평론>은 인문학 강좌 공간인 다중지성의 정원, 독립 출판 활동을 하는 갈무리 출판사, 세미나 공간 다중지성 연구정원의 마디 단위로, 위 공간들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지적 활동들의 성과들을 모아내고, 우리들의 생각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매체가 아니기 때문에 원고료를 드리기는 어렵지만, 게재를 허락해 주신다면 웹진이 발행되는 대로 PDF 파일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모쪼록 긍정적인 검토를 부탁드리며, 더 궁금하신 사항이 있으시다면 아래 연락처로 언제든지 연락을 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자율평론> 편집위원회 김정연 드림
daziwon@waam.net / 02-325-2102

차좋아 2011-09-01 09:05   좋아요 0 | URL
네 안녕하세요.
가져가셔도 됩니다. 도움이 된다면 저로서도 기쁜일이지요. ^^

자율평론 2011-09-01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게재 허락 감사드립니다. ^^
PDF 파일을 보내드릴 이메일 주소를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자율평론} 36호가 발행되는 대로 메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차좋아 2011-09-01 11:34   좋아요 0 | URL
chajoa79@naver.com
 
[국가란 무엇인가]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국가란 무엇인가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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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정치인 유시민의 저서를  순수하게 학문적 관점에서 읽을 수 없는 시절이다. 그 대중의 견해로 이 책을 처음 접했던 나는 <국가란 무엇인가> 라는 거창한 제목이 마치  제갈량의 출사표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전직 대통령들과 수 많은 정치인들이 자전 에세이 형식 책을 펴내고, 정치적 포부와 나 이렇게 훌륭하게 살았다 등등을 강조하는 책을 펴내는데 유시민이라고 그러면 안 되는 이유는 없는 거다. 좋아하는 정치인이니 매우 호의적으로 생각하고 읽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아주 매끄럽게 포장된 학문적 연구와 개인적 포부가 적절히 버무려진 출사표 였다. 초반부에 벤담, 홉스, 마키아벨리.... 사회 철학자들의 견해와 시대적 상황을 순차적으로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잠시 '내가 오해했었구나'하고 생각할 뻔했지만 결론에서 유시민의 정치적 입장과 포부를 보면서 내 생각이 처음 그 편견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뭐... 나쁘다는 건 아니다.   이 책 전반의 구구절절 옳은 견해와 그의 정치적 입장은 그를 지지하는 한 명의 독자에게 충분한 확신을 주었고, 정치적 글이 아닐까 했던 목적의식의 혐의를 벗기고 본다면 이 책의 국가에 대한 여러 시대적 고찰은 매우 유익했기 때문이다. 
 

자유주의자와 진보주의자가 연합해야 한다는 당위를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작금의 상황을 미리 예건이라도 한 거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었고, '단일화를 하더라도 선거 도중에 하면 어렵다'라는 이야기는 지난 두 번의 유시민의 선거 패배를 떠올리게 하였다. 쓰여진 시점이 궁금하였지만 그게 뭐 중요하겠는가, 이미 지난 일.
정치인 유시민의 포부와 꿈이 크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고, 책을 통해 엿본 유시민의 정치 철학이 매우 건강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정치인 유시민이 성공하길 바라는 사람이다. 그가 현실 정치에서도 자신의 철학을 굽히지 않고 펼칠 수 있는 그런 사회가 오길 진심으로 바라는 바이다. 

*다분히 정치인 유시민의 입장에서 읽었고 현실 정치를 고려하며 이 책에 대한 후기를 올렸다. 읽는 이에 따라 여러 각도로 읽힐 만한 책이다. 단순한 정치 평전이 결코 아님을 밝힌다. 오히려 사회 철학서에 가깝다.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내게 그렇게 읽혔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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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1-06-16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워낙 이런 책들은 읽지 않는 스타일이어서요. 투표는 꼬박꼬박하지만 정당에 적극적 참여하고 또 좋아하는 정치인이 없는 정치의 테러리스트라서 -.-
제가 생각해도 좀 굉장히 무관심한 인간이기는 해요. 유시민에 대해서는 예전 강준만 교수님과 굉장히 많이 논쟁을 벌인 인물로만 기억을 하고 있어요. 그래도 제가 보는 입장에서는 뭔가 자기 소신은 강한 정치인으로 보이기는 하더라구요.
근데 정치는 제게는 너무 어려워요. 저 사람이 도대체 잘하고 있는건지, 무엇으로 지지를 해야 하는지..하나에서 둘까지 너무 어려워요. T.T

차좋아 2011-06-17 00:02   좋아요 0 | URL
적극적 참여는 저도 안해요. 정치에 관심은 많지만 현실 참여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관심 없느니만 못하겠죠. 제가 그래요.
저는 유관심한 인간이라 세상만사 다 구경하고 그래요. 무관심한 사람이 부러워요^^
좀 거창하네요 정치 운운하고 있으니 ㅋㅋㅋ 아~ 어느새 정치 얘기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네요. 아저씨가 됐어요 ㅜㅜ

치니 2011-06-16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감!

차좋아 2011-06-17 00:03   좋아요 0 | URL
감사^^ 아니 감동~(치니님이 동감하니 기분이 좋아요^^)

자하(紫霞) 2011-06-16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사서 한 번 읽어봐 말어 하고 고민하고 있었는데 후기를 올려주셨네요.
근데 차좋아님의 후기를 읽고 나서도 이거 사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네요.
도서관에다 사달라고 신청해야 할려나봐요~ㅋ

차좋아 2011-06-17 00:10   좋아요 0 | URL
제 후기 말인데요.. 좀 지엽적인 부분에 치중한 면이있어요. 정치적 입장을 노골적으로 표명한 책은 아니거든요. 표면적으로는요....ㅋ
국가론의 변천사와 발전을 훑어보기에 괜찮은 책 같아요.

동우 2011-06-25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몇십년전 그가 쓴 교양도서 '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인상적으로 읽은바 있지만 나는 인상학적(?)으로 유시민씨를 우와! 할만큼은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정치인의 현실이야 어쩌겠습니까.
곳곳 소구하는 바에 맞추어 화장도 해야하고 과장도 있어야 하고 아부도 지극해야 하지요. 하하

차좋아 2011-06-30 00:27   좋아요 0 | URL
필요 없는 변명이지만 저도 열렿히 좋아하는 정치인은 아니에요 ㅋ 그런 정치인도 없지만서도.....
뭐랄까 선의가 묻어나서 아직은 인간적으로 좋아해요. 그런 선의는 권력을 획득하기 전에는 많은 정치안들에게서 보이긴 하지만요.ㅋㅋ

조르바는 오늘 받았어요. 집에 있는줄 알고 있었는데 없더라구요, 곰방 읽을 것 같아요 ㅎㅎㅎ
 
고리오 영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박영근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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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쓸개 다 빼주고 자식에게 버림 받는 부모의 안타까운 이야기일 줄이야. 
사람 사는 모습, 어느 시절 어느 나라나 매한가지이겠지만 고전 <고리오 영감>이 그런 이야기일 줄은 생각도 못했다.

고통 속에 죽어가며 절규하는 고리오 영감의 한서린 원망은 이기적이고 철없는 딸 자식들에 대한 원망이며 동시에 자책이었다.
귀한 자식 거칠게 키우라는(대강 그런 옛말이 있지요?) 말을 고리오 영감을 통해 생생히 지켜볼 수 있었다. 주변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귀하다고 오냐오냐 버릇없이 키워봐야 고마움 모르는 게 자식이라지, 그걸 몰라서 세상 부모들이 부질없는 사랑을 쏟는 게 아닐 것이다.
사랑은 계획하고 통제해서 나눠주고 베푸는 그런 것이 아니니까...
어리석은 고리오 영감은 평생 모은 전재산을 딸들에게 나눠주고 스스로는 허름한 여인숙에서 쓸쓸히 살아가는데 그 처량함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인지라, 작가는 이야기 서두에 고리오 영감이 묵는 여인숙에 대해 장황하게도 얼마나 누추하고 보잘것없는 곳인지를 설명하는데 많은 공력을 들이고 있다. 그  장황한 서문 때문에 처음 책 읽기가 얼마나 힘들었던지...  

고리오 영감의 자식애는 유별난 데가 없지 않지만 세상 어버이들, 고리오 영감과 대동소이한 마음일 테고 사랑도 욕심인지라 잘못된  자식 사랑은 결국 자식에게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설정은 다소 식상하기도 하지만, 마지막 부분에 반전 하나가 충격이었는데 자식애라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불가항력이 될 수도 있는 거구나. 

희곡조의 대사와 석연찮은 전개는 소설을 읽는 데 많은 어려움이었다. 예를 들어 으젠은 야심에 불타는 젋은 학생이었는데 어느 순간 전혀 다른 면모의 인간이 되었고 (내가 제대로 못 읽었을 가능성이 크지만,) 악명 높은 악당이 으젠에게 호의를 베푸는 이유도 나는 알 수 없었음이다.
관심있게 읽은 내용은 의로운(?) 청년 으젠의 정서, 그것이었다
고리오 영감의 바보 같은 헌신적 자식애가 헌신짝처럼 버려지는 과정. 지고지순한 부성에 대한 일말의 경외감, 배은망덕한 딸들의 이기적 행태에 대한 분개... 등등.

내 주변에도 고리오 영감이 있다. 고리오 영감의 자식들도 있는 것 같다. 나도 책을 보면서 혀를 끌끌 찼지만 나도 제 어미의 살을 파먹는 거미 새끼마냥 살아왔는지 되돌아 생각해 볼일이다.
자식교육방법에 자신없는 부모, 본 적이 없는데 나 역시 나름의 방식에 만족하고 있었다.
다들 최선을 다해 형편과 가정문화에 맞춰 좋은 교육을 하고 있겠지만, 그 교욱이란 게 과연 최선일지, 자신의 교육관이 자신할 만한 것인지, 고집할 일은 아닌 것 같았다.

고리오 영감이 지나친 사랑도 사랑은 사랑이었음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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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1-06-15 0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리오 영감은 말만 들어봤을 뿐 저도 읽어 보지를 못했네요. 자식에 대한 지나친 사랑, 저는 아직 아이들은 없지만 저도 고리오 영감 같은 자식에 대한 애착을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 근데 차좋아님의 교육 방법은 서재에 올라온 것만 봐도 좋은 교육이라는 걸 느끼고 있는데요. 자신감을 가지시기를 ㅋ

차좋아 2011-06-16 00:25   좋아요 0 | URL
추천하고 싶은 책은 아닙니다.ㅋㅋㅋㅋ 뭐랄까...꾸질꾸질해요 ^^
개인적으로 제가 아이들에게 교육하는 게 없어서...ㅋ 아빠가 놀고 자고 일하는 모습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배우는 것도 교육이라면 모를까.
교육. 가르치는게 딱히 없으니 그건 모르겠고 보육은 많이 신경 쓰고 있어요. 아이들을 보호해 주려고 모기장도 잘 때 설치하고, 차가 오면 막아주고 배고프면 먹여주고 ^^

루쉰P 2011-06-16 11:41   좋아요 0 | URL
저 역시 발자크는 평전만 읽었을 뿐 작품은 하나도 읽지 않은 날라리 독자여서 말이죠. 헤헤헤
흠..교육보다도 보육이야 말로 아버지의 임무이죠. 저 역시 이곳 아파트에서 보육의 임무를 맡아 주민들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아파트 주민들은 나이가 좀 많아서 보육하는데 칭얼거려서 좀 고민이기는 하지만요.
그래도 차좋아님은 좋은 아빠에용!!!

후니마미 2011-06-15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 소설이 쓰여진 시기가 시기이니만큼
소설을 이끌어가는 능력이, 그때로서는 획기적이었고, 또 내용도 남들이 안 건드리는 부분을 건드려 주었다는 것에서,
즉 처음으로 그렇게 해 보였다는 데서 발자크는 명성을 얻었지요
하지만 그 후에 발자크 따라 하는 소설가가 많았고
요새야 발자크 정도야 가볍게 발로 차 버릴 수 있는 소설쓰기 능력의 소유자들이
많은지라

독서력 많은 차좋아님의 마음에 들 수가 없는 소설이었어요
하숙집 장면 묘사, 이런 것도 소설의 기술쯤에 해당되지만

이런 식으로 장면 묘사 할 꺼면 소설가 나도 하겠다
하는 마음이 들만큼이었어요

ㅎㅎㅎ

찝찝한 것이
이제는 더욱더 돈이 사람을 만드는 세대가 되어놔서
고리오 영감 같은 아버지와
고리오 영감 딸들 같은 자식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

뜨끔하는 것은

우ㅠ리 아버지도 나에게는 고리오 영감 같아 주었으면
좋을텐데 좋았을 텐데

하는 마음이 없지 않았던 것 ㅎㅎㅎ

늦은 독후감이지만
잘 읽었어요
독후감 썼다고 다른 분들 독후감 읽고 댓글쓰시면서
직접 이야기 하세요 ^^

차좋아 2011-06-16 00:36   좋아요 0 | URL
획기적인 전환기의 소설이라는 이야기 때문에 많이 참고 읽었어요 그쵸^^

독후감이 자연스레 두 주 정도 딜레이 되어가는 형국입니다. (옳지 않아~)

너무 획획 전환돼느 ㄴ느낌이 들어서 몰입 이 안되더라고요. 장문의 소설을 읽는데 막이 바뀌는 연극을 보는 느낌이 종종들었어요. 전화기의 소설이라 그런건가? 맥이 끊기고 다시 몰입하고 반복되다보니 읽는 데 시간이 많이 들었어요.
꽤나 집중한다고 읽어서 그런지 이야기 자체는 매우 흥미로웠어요. 하숙집을 중신으로 여럿의 인물들이 부챗살처럼 펼쳐져 여러 이야기를 구성하는 모습에서 시트콤이 떠올랐거든요. 시트콤의 단점이 개연성 부족인걸 생각한다면 제가 아쉬워했던 부분들도 어느정도 이해할 수있는 부분이구요. 저는 그렇게 읽었어요.ㅎㅎ
서사 구조가 취약하지만 다양한 인물과 상황묘사는 인상적이었어요.


동우 2011-06-16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향편님.
향편님과 내가 이 소설을 읽은 기본적인 느낌은 동일합니다.
사실주의의 정수라는 소설에서 접하는 지극히 연극적인 요소들, 나는 심지어 무대에서 벌어지는 몰리에르의 어떤 희곡(왕년의 연극경험으로 몰리에르를 좀 압니다)을 연상하기도 하였답니다.
윗글에서 향편님은 헌신하는 아비와 그를 배신하는 딸들의 작금 우리의 현실성을 말씀했지만, 나는 그것까지 좀 작위적으로 느꼈지요.
그렇게 딸에 헌신하는 아비와 그런 아비를 냉대하는 딸의 구도...
나는 그런 헌신의 아비는 도저히 될수 없을 것이고, 딸들의 그런 냉대를 견뎌낼수 없을겁니다.

그러나 향편님.
추장님의 본글과 예제 답글 읽어보면 사실주의의 창시자라는 발자크, 이냥반의 19세기 당시의 그 참신성.
그 또한 부정할수 없겠지요.
문학사적.....

로댕, 그 위대한 예술가가 조각한 발자크(호호야님 댁의 그림).
무언가 프랑스인에게는 절절한 발자크일진대, 극동의 우리에게는 이리도 멉니다그려.ㅎㅎㅎ



몸짓은 어느 정도 짐작할수 있겠습디다그려. ㅎㅎㅎ

차좋아 2011-06-17 00:40   좋아요 0 | URL
몰리에르 엄청 웃기다며 꼭 읽어봐, 추천하던 친구가 있었어요. 찌질한 군상들을이 실감나게 다뤄진다고 그 찌질한 인생들을 아주 웃기게 이야기하는 작가라면서요.
고리오 영감에서도 몰리에르가 언급되었지요. 저도 몰리에르가 생각나더라고요. 몰리에으 희극처럼 생생하면서도 생경한 일상의 모습들이요.
낮선 환경의 사람들, 하지만 너무나 익숙한 사람 삶의 모습들을 보았습니다. 고리오 영감보다는 몰리에르 희곡이 더 재밌는거 같아요.

네. 작위적이에요. 아주 많이요. 작위적이지만 의젠이 느낀 감동을 조금은 느꼈던 것 같아요. 그 감동의 순간이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깊이 집중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어느 부분이냐면, 고리오 영감이 병상에 누워 아이들을 찾으면서 횡설수설 할때 진심이면서도 거짓으로 아이들에 대한 원망을 내 비칠 때 그 부분에서 마음이 좀 움직였어요. 안타까웠어요.
긔 외에는 대부분 의무적으로 읽었습니다.ㅎㅎㅎㅎ

좋은 경험이었어요.

도치님 2011-06-27 0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뭐 그냥 한편의 아침 막장드라마였죠? ^^;

이번에도 번역에 대해서 매우 실망했어요.

잘 지내시죠? 오랜만에 인사하네요. ^^

차좋아 2011-06-30 00:2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그렇네요. 아침 막장드라마 안 본지 오래되서 저는 그런 생각 못했는데... 요즘 아침 드라마 보시는군요?ㅋㅋㅋ
민음사 세계문학은 번역이 아쉽다는 얘기를 많이들어서 그런지 저도 계속 걸리더라고요. 선입견 같기도 하고.. 도치님도 그러셨다니 다행스러운 기분이들어요.^^
 
26년 3 - 완결
강도영 지음 / 문학세계사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별 감흥이 없다. 이런 이야기도 새삼스럽지 않다는 현실이 맘 아플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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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5-20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줄거리보다는 그림 기법을 따라갔었던 것 같아요.
역대 대통령 얼굴을 점점이 찍어 그린 그 기법을 보면서 대단하다 했었어요.
펜이 아니라, 핀이나 송곳으로 찌르고 싶었었다죠~

차좋아 2011-05-20 12:35   좋아요 0 | URL
강풀식의 이야기 구조가 너무 익숙해서 좀 아쉬웠어요.
하지만 구매하길 잘한 거 같아요. 만화책은 꽃아두면 식두들이 다 보니까...놀러온 친구들도 보고요.
오히려 저런 이야기들이 상식이 되어야 하는게 맞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 기법은 집에가서 저도 자세히 볼게요~ 궁금하다^^

pjy 2011-05-20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철댁님이 언급하신 송곳으로 찍어주는 점묘법이 땡깁니다^^;
아주 유용할거 같습니다..이거참, 나름 애증이 있어야되는 인물묘사군요ㅋ
이상한 방향으로 생각이 이어지는데, 왜 여류작가분들있잖아요~
60쯤 화려하게 개인전 하시면서 내가 예술혼을 불태운 건 평소 황금보기를 돌같이 하고, 주색잡기에 올인한 남푠 덕분이라고 인사하는...ㅋㅋㅋㅋㅋ

차좋아 2011-05-20 16:3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과거 한국 여류작가들의 비상에 외조가 한 몫 단단히했군요. 몰랐어요^^&
저도 집에가서 강풀의 점묘법 확인해볼라구요^^

루쉰P 2011-05-22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화라는 형식으로 이렇게 그려 놓는 것도 시간이 지나면 복잡한 역사서보다 사람들에게 더 뭔가를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많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저 책을 읽다보면 분명 현실에 존재하는 악마에 대해 파헤쳐서 알아보고 싶다고 생각할 테니까요.
물론 형식이나 스토리는 진부하겠지만 세상이 다 지들 맘대로 된다고 생각하고 정의의 이름으로 단죄되지 못하는 그런 놈들에게는 저렇게 평생 없어지지 않게 형상화 시켜 만들어 버리는 것도 저주의 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흐흐흐 -.-
나중에 전씨 가족 중 한 사람이 강풀 만화가 재밌어서 읽다가 우연히 저 작품을 보고 식은땀을 흘리며 자신의 핏줄을 저주하며 혹독한 후회를 할 수 도 있을지 모르죠. 한 2백년 후에 말이죠. ^^

차좋아 2011-05-24 12:45   좋아요 0 | URL
루쉰님, 루쉰님이 말씀하신 그 이유 때문에 제가 샀지요 ㅋㅋㅋㅋㅋㅋ
기대 만큼은 아니지만, 잘 산 거 같아요 ㅎㅎㅎ

루쉰P 2011-05-25 13:08   좋아요 0 | URL
헤헤헤 전 이름 모를 직감이 있어요. 잘 사셨어요. ㅋㅋ
 
불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43
밀란 쿤데라 지음, 김병욱 옮김 / 민음사 / 2010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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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이었다.
20일을 들고 다니면서 다 못 읽은 밀란 쿤데라의 <불멸>. 어디를 가든 손에서 놓지 않았으나 아직 다 못 읽은 소설. 손의 짐이 마음의 짐이 되었다.

화장실에서 읽기 좋은 책이었다.
한 권의 책을 해결 못한 20여 일 동안 화장실도 20여 번(책 들고 가는 화장실 용무는 하루에 한 번), 20여 개의 챕터. 고도의 정신력을 쏟은 화장실에서의 독서 부분들... 그 외 많은 부분은 두 번 이상 되읽기를 무수히 반복했다. 하지만 불멸을 읽기 위해 변기 위에 머무를 수는 없는 일...

애써 읽기를 실천해야만 겨우 이해가 되었다. 읽고 또 읽어 밀란 쿤데라의 문장이 내게 쏙 들어왔을 때, 그 때가 <불멸>을 읽는 큰 즐거움의 순간이었으나 집중력이 흐트러져 독서의 끊김이 연속되었다. 
냉정히 말해, 밀란 쿤데라의 기가 막힌 문장들과 (여러 종류의)불멸에 대한 단상을 읽는 재미는 세상 재미난 것들에 비해서는 지루할 뿐이었다. 곱씹을수록 맛이 나는 밀란 쿤데라의 문장은 가만히 되새김해야만 내 것이 될 수 있었다. 마음은 그 수고로움을 기꺼이 감수하려 했지만 시청각을 자극하는 세상 현란한 이야기들에 자꾸만 책이 뒷전으로 밀쳐진다. 눈 안에 담으면 씹고 다지는 수고 없이도 사르르 녹는 흥미로운 이야기와 현란하고 자극적인 드라마, 노래에 빠져 책은 그저 손안의 이야기, 손안의 짐일 뿐이었다. 
아무것도 나를 유혹하지 않는 나만의 장소가 필요했다. 세상 근심을 해결하는 화장실에서 나는 불멸의 문장에 빠져 들었고, 화장실을 나서는 순간 불멸의 문장은 내게 근심이 되었다.  
친구를 만나러 가는 지하철에서 나는 다시 불멸의 세상을 만나지만 친구를 만나는 순간 세상은 유한한 실존의 공간이 되었다. 불멸의 이야기는 그렇게 세상에서 소멸하고 말았다.  
 

숙제로 남은 밀란 쿤데라의 <불멸>.
미완의 독서, 하지만 순간 순간 깊은 독서를 했었던 강렬한 기억이 인상적이었던 책.  

 

어쩌면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나이 없이 살면서, 어떤 이례적인 순간들에만 나이를 의식하는 것이리라.-p10-  
은희경의 <새의 선물>의 주인공 진희는 두 개의 자아를 구분하여 말하는데 '보여지는 나'와 '바라보는 나'가 그것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자아란 '바라보는 나'로서의 '나' 일 텐데, 실제로 우리는 세상에  '보여지는 나'가 곧 자아의 '나' 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건 아닐까?  
33살이라는 나이와 남자라는 성별은 너무도 분명한 사실. 내 안의 또 어떤 자아가 있어서 진실의 '나'가 사실은 여자, 혹은 인간 이외의 것이라 믿는다 해도 달라지지 않는 불변의 것.
그 불변의 사실이라는 게 어찌 생각해본다면 세상에 '보여지는 나' 인 것은 아닌 건가... 
자아니 정체정이니 ... 찾으려고 애쓴다만 결국 세상에서 '바라보는 나'를 '나'로 알고 있을 뿐이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내가 결국은 타인의 시선에 의한 모습이라 생가하니 섬득할 뿐이다.
세상이 원하는 방향으로 최선을 향해 내닫으면, '내가 원해서..'라  믿고 그게 내 정체성을 찾는 것이란 믿음이 굳어지고... 힘겹게 나를 소진해서 내 자아를 찾아간 곳에 다른 모든 사람이 모여든다.
나는 자유의지로 행동하나 결국은 상식적인 수준의 행동을 한다.
자유로운 내 사고의 결과가 결국은 상식이라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아녜스가 괴로워하는 이유를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모두 같은 양식의 삶과 상식적 수준의 사고를 한다. <불멸>165페이지에서 이를 이렇게 이야기한다.-사람은 많되 몸짓은 별로 없다.- 
그야말로 나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아닐 수 없다. 

또 다른 문장

"우리 이미지란 단순한 겉모습일 뿐이고, 그 뒤에 세상 시선과는 무관한 우리 자아의 실체가 숨어 있을 거라고 믿는 건 천진한 환상이야.~...."-p195-, 3부 -투쟁-
어쩐 일인지 이 이율배반적인 이야기들에 나는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존재의 가벼움에 의한 야녜스의 슬픔도 유일한 실재는 바로 타인의 눈에 포착된 나의 이미지라 하는 이야기도 모두 수긍할 수 밖에 없는 나는 또 어떤 존재인걸까. 그럴 듯한 이야기에 매번 휘딱 넘어가서 좌절하고 기뻐하는 나란 존재에 대해 생각하는 순간, 나는 나의 실재를 느낄 수가 있었다. 슬프고 외롭더라도 나를 마주하게 되는 순간이있어서 나를 느낀다. 하지만 나를 덜 느끼더라도 나는 좀 더 따뜻하고 즐거웠으면 좋겠어... 돼지처럼 인형처럼...
 

결국엔 그 둘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사는 게 인생일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새의 선물>의 주인공 '진희'는 여섯 살에 어떻게 그런 이치를 깨달았는지.... 부러울 따름이다.
'바라보는 나'가 '바로 나'라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만, "보여지는 나'를 무시할 수도 없겠지. 나는 불멸에 대한 의지가 부족한 인간이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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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1-05-11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여지는 나'와 '바라보는 나'의 끊임 없는 투쟁이 '진정한 나'를 만들지는 않을까 생각해요. 무엇 하나만 가지고는 온건한 내가 될 수는 없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요. '보여지는 나'만 추구하면 속은 없는 겉 껍데기의 인간이 되고, '바라보는 나'만 추구하면 다른 사람들과는 살 수 없는 독선적인 인간이 되지 않을까 하고 혼자 고민을 합니다. ㅋㅋ

근데 화장실에서 오래 앉아 계시면 변비 걸려요.

차좋아 2011-05-12 18:11   좋아요 0 | URL
같은 고민을 하고 있어서 반갑네요. 저도 혼자 그런 생각 많이 해요.

변비는 심하지 않은데(치질이 있어요ㅜㅡ).... 맞아요 조심해야 합니다. 동감

루쉰P 2011-05-13 09:53   좋아요 0 | URL
역시나 차좋아님은 뭔가 통해요. 근데 전 치질도 변비도 없는 쾌변의 소유자라 왠지 죄송하네요. 푸훗.

차좋아 2011-05-13 18:08   좋아요 0 | URL
제가 좀 독하게 많이 먹어서 장이 고생이에요 ㅎㅎㅎ

루쉰P 2011-05-15 08:18   좋아요 0 | URL
어디 놀러가신다고 댓글 다신 거 봤는데 거기서는 독하게 드시지 마세요. ㅋ

내 몸은 내 몸이 압니다. 특히나 가족이 있으면 가족들의 몸이죠. 건강하셔야 해요. ^^ 아버지는 가족의 구세주지 않습니까!! ㅋ

차좋아 2011-05-16 16:08   좋아요 0 | URL
지리산에 갔다 왔어요^^. 茶 만들고 왔습니다.
지리산 참 좋더라구요^^ 차밭 가운데서 한참을 깊은 숨을 마시고 뱉었어요.(흐~음/ 하~~).
차향이 폐속 가득 찼더랬지요~ 지금은 다시 오염됐지만 가만히 생각하면 그 향이 기억이 나요. 기쁜 시간이었어요^^
독한 거 안 먹고 왔다구요~

양철나무꾼 2011-05-11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금전 쓴 페이퍼가 생각나요.
자기 얼굴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자기 자신의 얼굴을 직접 본 사람은 없다...
거울을 통하여 보는 나는 과연 참 모습인가?

처음 그렇게 의지를 불사르시더니요~
책에 화장실 냄새 뱄겠어요,ㅋ~.


차좋아 2011-05-12 18:1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맞아요 처음에 그랬었어요 막 이벤트도하고 ㅋㅋㅋㅋㅋㅋ
<불멸>을 주는이벤트를 하면 아무도 참가 안 하겠죠?ㅋㅋㅋ

대부분의 시간을 관찰자로서 살고있는데 어느 순간, 계기가 있어서 '나도 피사체구나,' 라는 생각을 퍼특 해보곤 해요. 불멸을 읽으며 그랬고 방금 전 양철댁님 글 보고 다시 생각했어요.
내 시선에 대한 확신을 버려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되더라고요.

동우 2011-05-12 0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향편님.
그 근심이 완결된 독후감에 대한 부담때문이라면 접어 두시기를.
완벽한 독후감이올시다.
밀란 쿤데라가 차려놓은 만찬, 맛있는 요리만 골라 드셨고, 그 맛 또한 깊이 음미하셨다는 걸 충분히 알수 있습니다.

화장실에서 빠져드는 '불멸'읽기. 화장실 밖은 시글벅쩍 재미로운 것들 널려있는데..
누구나 그렇지요, 나 또한 수월하게 읽히지 않는 이 소설 덕에 변기위에 머무는 모 부위가 많이 더워졌답니다.

오히려 향편님은 내게 또 하나 숙제를 던지셨어요.
아직 읽지 못한 유명짜한 '새의 선물' ㅎㅎㅎ

차좋아 2011-05-12 18:23   좋아요 0 | URL
완료 못한 독서에 대한 아쉬움은 정말 아쉬움으로 남았어요. 부담은 아니고요.ㅎ 근심이라 함은 어떤 자각이 있어서 인데 그게 또 가물하네요 ㅋㅋ
힘들었지만 , 힘든 만큼 재밌게 읽었어요. 아쉬움 뒤로하고 일단은 덮었습니다. 화장실 냄새 빠지면 그때 다시 ㅋㅋㅋㅋ

은희경의 새의 선물은 동우님에게 또 어떤 이야기일까? 저도 궁금해집니다. 사실 제가 좋아하는 소설이 아니거든요. 은희경의 이야기는 제게 그닥입니다만 동우님께는 어떨지..ㅎ

후니마미 2011-05-12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독후감을 통해, 같이 고민했던 부분을(밑줄긋기 같은 부분)을 바라보는 건
매우 큰 즐거움입니다
아녜스의 고민, 세상의 소란스러움에 대한 아녜스의 고민은
향편님이 눈여겨 본 부분을 저도 눈여겨 보고 고민해 봤지만
그 부분을 유독 독후감으로 써내진 못했지요
그런데 향편님이 감상을 적어 주시니까, 저를 대신한 문장을 보는 것 같아
만족이 큽니다.

그리고 새의 선물은 읽었으되 기억나지 않는 소설이 되고 말았는데
다시 읽도록 해 수십니다
동우님의 숙제와 저의 숙제가 같스니다

아주 훌륭한 독후감 옮겨갑니다

차좋아 2011-05-12 18:30   좋아요 0 | URL
밑줄만 옮겨볼까 생각도 했지만 무리더라고요. 일단 컴퓨터 앞의 시간이 너무 부족하고 앉더라도 다른 일(네이버 뉴스..)밀리고 ㅋㅋㅋㅋ

괴테의 이야기도 참 인상적이었어요. 에커만의 괴테와의 대화도 생각나고 어디가지가 사실적 기술인지도 궁금해지고.. 독서로 인한 관심이 사방으로 뻗치더라고요. 야녜스 이야기를 하려 계획한 게 아니었는데 그래도 야녜스가 인상적이었나 봅니다.
후니마미님 독후감은 아직 진행형이지요?^^ 생각꺼리 많은 후니마미님 이야기 때문에 한참 시간을 흘려 보냈어요~ㅎㅎ



토깽이민정 2011-05-17 0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멸하고 싶은 욕망은 젊을 수록 강한걸까
나이가 들면서 강해지는 걸까.

만일 죽음에 가까워 오면서 불멸을 꿈꾸는 것이라면
젊어서부터 '불멸'을 위해서 부지런히 작업하는 베티나 같은 캐릭터는 진짜 흥미로운 캐릭터같기는 하더라고 (그래도 싫기는 싫어! ㅎㅎ)

그리고
있지, 한국에서 떠나오기 전에는
'보여지는 나'를 좀 무시하고 살았었는데,
여기 오고나니까 보여지는 나의 영향이 얼마나 강한지 알겠더라.

독후감에 적지는 않았지만 그런 작은 것들도
내가 책을 읽기 싫다고 생각했던 이유인지 몰라.

나중에 불멸 다시 읽고 싶을때 말해
나도 그때 다시 읽어보자. ^^

나는 이제사 간신히 책도 읽고 독후감도 끝냈어.
4월 독후감을 끝내니 5월의 중순도 지나버렸다니,
이런 허무시리즈가 또 없다.


차좋아 2011-05-17 09:17   좋아요 0 | URL
나는 말야... 자존감이 별로 없는건지, 시선에 매우 민감하거든, 그래서 좀 의연한 사람들을 좋아하는 거 같아. 민정이 너도 그런 사람이고 ㅎㅎ

불멸 다시 읽어보자는 말 매우 반가운데, 그래!

그래도 너는 다 읽었구나~ 나는 나는... 흙ㅜㅜ
5월의 고리오 영감을 빨리 읽어야 하는데 아직 책도 못 샀다.ㅋ 고리오 영감이라니, 고리타분한 느낌의 제목이지만 의외로 재밌을 거 같아ㅋㅋ

참 베티나는 좀 부담스러운 캐릭터야. 나에겐 말이지... 그래도 그런 여자가 실제로 있었다면 야녜스 보다 훨신 매력적이었을 거 같기는 해.
훨신 매력적이라고 해서 야녜스보다 보다 좋다는 건 아니야. 사실은 어떤 면으로 내가 야녜스 같기도 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