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의 심리학 / 꿈꾸는 20대, 史記에 길을 묻다>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우울의 심리학 -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우울증에 관한 심리 치유 보고서
수 앳킨슨 지음, 김상문 옮김 / 소울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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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하다.

그래서 수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잠이 많아지고(혹은 적어지고) 청소도 못하고 밥도 못먹고 운동은커녕 우유 사러 가게에 나가지도 못하고 폭식을 하고(혹은 못 먹고) 뚱뚱해지고(혹은 마르고) 직장에서 성과도 못 내고- 그리고 다시 이 모양 이 꼴의 자신이 싫어지고 다른 사람들도 나를 싫어할 거라 생각하고 이 세상에 혼자밖에 없다 생각하고 죽으면 좋을 것 같고.
그래서 또 우울하고.
악순환이다.

주위 사람들은 도와주고 싶지만 이해할 수 없으므로 도와줄 수 없다.
우울한 환자(!! 우울은 감기같은 병이다, 그러나 좀더 지독한 병이다)에게는 수백만의 시간과 수백만 번의 포옹과 수백만 번의 위로가 필요하다.
그런데 배우자도 친구도 선생님도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으므로 수백만의 시간과 수백만 번의 포옹과 수백만 번의 위로를 제공할 수 없다. 이해하기는커녕 왜 그 모양으로 사냐고 비난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때론 그 비난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세상 무슨 일이든 그렇지만...
악순환의 고리는 우울한 환자 자신이 끊을 수밖에 없다.
주위 사람들이 이해하고 도와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니가 우울을 알아??!!(우울한 사람들의 한마음 같은 목소리)

덧붙임. 내가 부모로서 이 책에 밑줄친 부분 세 곳.

의도적이지 않게 부모가 자녀에게 인간으로서 가치가 없다는 메시지를 줄 수도 있다. “만약 네가 옆집에 사는 톰처럼 좋은 아이라면...”, “우리는 네가 이러이러한 아이일 때만 사랑하겠다”, “모든 수업에서 A를 맞아야만 너를 인정하고 사랑하겠다”라는 조건부적인 사랑을 제공할 때 자녀들은 자기 가치에 의심을 품게 된다.(낮은 자존감은 우울을 부른다.)

아이들은 사소한 일을 아주 중요한 사건으로 오해할 수 있다. “아빠는 나를 사랑하지 않아. 책을 읽어주시겠다고 전화가 오니까 다른 방으로 가버렸어.” 전화벨 소리만도 못하다고 느끼게 된다면, 그 아이는 스스로 전혀 가치가 없다고 믿을 수도 있다.(아동기의 경험은 인생을 좌우한다.)

“울지 마!” 다섯 살 된 아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하는 엄마를 본 적이 있다. 그 아이는 그의 진짜 감정을 숨긴다. 그리고 상처받은 그 아이는 어딘가로 도피한다. 그 아이가 나중에 불량배가 된다 해도 전혀 놀랍지 않은 일이다. 그 아이에게 소리 내어 울게 해주는 게 좋은 방법이었을지도 모른다. 진정한 감정이 느껴지는 바로 그 순간에 이를 표출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억눌린 감정은 어느 순간 폭발하는데 그 원인을 알 수 없어 부모를 황당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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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니아 2010-05-29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제가 우울할 때는 누군가 와서 위로해 줘도 소용이 없었고
원인을 생각해도 스스로 나오기 전까지 그 굴레는 앞 뒤가 다 막힌 곳 같더라구요
숨이 막혀서 우울에 관한 변명, 우울에 대해서 위로하는 글들이 보이면
그걸 다른 사람들이 읽고, 저를 아주 더 많이 이해해 준다면
우울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도 해 보았답니다

그런데 우울한 사람을 옆에서 지켜보다가 적재적소에 잘 도와 주었다고 생각했는데
표정 밝아졌던 사람이 다시 또 반복을 하니까 말이에요

완전 정떨어져 버리는거에요. 먼저 지쳐서 상대하기 싫어지더군요

그래서 생각했죠. 우울증을 남이 도와줄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러니 내가 우울할 때 남의 도움을 바라지도 말자

우울이 아니라 우울증이라는 큰 병에 걸렸다 하면
그 큰 병으로 갈 곳이 죽음 밖에 없다는 것을 안다면
선택을 자기 스스로 해라. 그랬더니 우울증으로 자살하는 사람에 대한
반응이요, 저 스스로 만든 운명이다 그러니, 어쩔 수 없다는 쪽으로 가 버리더군요.

이처럼, 우울증 환자의 밖에 있는 사람은 냉정하게 생각하니
우울증, 스스로 이겨나가야 하는 게 맞아요
스스로 돕지 않으면 주위 사람도 돕지 못한다는 게 제 생각.

차좋아 2010-05-30 20:12   좋아요 0 | URL
우울의 원인은 멀리 있지 않더라구요. 내 안의 문제지요. 문제가 내 안의 것이니 책임도 내가 져야 하고요. 맞는 말 입니다. 가만보면 저도, 사람들도 원인을 바깥으로 돌리는 것 같아요. 누구 누구 때문에, 돈이 없어서, 세상이 이러 저러해서... 다 핑계지요. 외부의 문제들은 우울을 합리화 시키는 고마운 도구들일지 모르겠습니다.

제 우울상태의 자가처방은 '무료(한 상태)'입니다.
심심하게 조용히 혼자 있는거지요. 그러기 전에 이미 사고는 충분히 저질러서 접시에 물 받고 싶은 심정일 때. 그 때 가서야 혼자 들어 않곤해요.
우울이 날 약하게 만들면 마음이 헤퍼져서 바보가 되더라고요.
바보 짓 하다가 멜라니아 님 말대로 친구들이 지치거든요.

그 혼자의 시간이 참 아파요.
아플 때 뒤를 돌아보게 되면, 왜 아픈지경에 이르렀는지가 보이는데 아쉬운 순간들이 그제야 보이고 그제야 미안해지고 그래서 더 아프고 하더라고요.

그러니 내가 우울할 때 남의 도움을 바라지도 말자.
정말 그런거 같아요.



 
<한국영화 최고의 10경>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한국영화 최고의 10경 - 영화평론가 김소영이 발견한
김소영 지음 / 현실문화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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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영화가 이래!

상영하는 영화는 모조리 봐치워야 하던 때가 있었다. 그때 내 마음에 드는 영화는 재미있거나 쉽거나 둘 중 하나여야 했다. 재미없거나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난해하거나 하면 무슨 영화가 이래! 툴툴대곤 했다.

그러다가 “씨네21”이라는 얄팍한 잡지가 혜성처럼 나타나 어리석은 씨네 키드야, 너를 진정한 영화의 세계로 데려다 주마, 하고 유혹했다. 그리고 내가 재미없다고 한 영화들에 별들을 너덧 개씩 팍팍 매겼고,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영화들에 이러저러한 심오한 뜻이 있다고 깨우침을 주었다. 나는 아하 그렇구나, 그런 뜻이 숨어 있었구나 깨달아가면서 영화의 참뜻을 알아가고 있다고 스스로 뿌듯했다.

그런데 씨네21(속 수많은 영화평론들)이 나를 내리깔아보고 있는 게 아닌가, 내가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다른 의견들은 엉터리다 외치면서... 그러면 내 생각과 내 감정도 엉터리란 거야? (실은 내 분석이 그 평론가들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 그래서 씨네21이란 혜성에서 내렸다. 그리고 다시 재미없거나 난해한 영화들에게 무슨 영화가 이래! 툴툴대기 시작했다. 

 
우스운 기억이다.

“한국영화 최고의 10경”은 내가 한창 타고 다녔던 혜성과 비슷하다.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혜성이다. 분량도 용어도 영화 두세 편을 복합 분석한 것도 주장하는 힘도 월등히 업그레이드되어 있다. (10경 중 상당수가 씨네21에 실렸던 글이니 이렇게 느껴도 되겠지?) 

영화를 이렇게 어렵고 복잡하게 봐야 해? 그래도 이 책, 재미는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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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책 부족민 속사정 알아보기 질문지
    from 바느질하는 오후 2010-05-14 22:31 
    책 부족민 속사정 알아보기 질문지.hwp 책 부족민 속사정 알아보기 질문지 1. (진부하지만) 무엇에 마음에 끌려 책 읽는 부족에 가입하겠다는 어려운 결심을 선뜻 하셨는지? 2. 책모임을 소개 받은 사람과는 어..
 
 
웽스북스 2010-05-11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때도 있었군요. ㅎㅎ

차좋아 2010-05-11 18:23   좋아요 0 | URL
놀랍죠?ㅎㅎ

후애(厚愛) 2010-05-12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리뷰가 재밌습니다. ㅋㅋ

차좋아 2010-05-13 12:00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내 하는 말을 들어주는 이가 있다는 게 참 감사한 일이라는걸 새삼 느끼는 요즘입니다.ㅎㅎ
 
<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1권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1 - 진시황과 이사 - 고독한 권력 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1
김태권 글.그림 / 비아북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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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를 펼쳐보고 입가에 미소가 씨익~ '만화책이다!'
그렇게 반갑게 펼쳤고 만화책이니 당연히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고 읽다보니 사마천의 史記를 바탕으로 한 지라 내가 알고 있는 내용과 비교해 가면서 <김태권의 한나라 이아기>1권을 읽었다.

이 책 후기를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했다. 책을 읽은 지 한 달이 지나도록 리뷰를 쓰지 못한 이유는, 아니 쓰다가 포기한 이유는 리뷰라기보다는 독설이었기 때문이었다. 
(또 이렇게 나가는구나~ 에휴......)
은근슬쩍 던져 놓고  그때 무슨 비평을 했는지 말 안 하기도 뭐하니 간략하게 복기하자면,
 
만화는 실망스럽다.  아무리 김태권의 이야기라지만 그래도 만화책이라는 형식을 선택했으면 그림의 완성도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서투른 석고상 데생 같은 인물들은 생기가 없고, 그나마 인물 외의 주변 그림은 전혀 볼 게 없다.(여백의 미인가?)   
또 , 여불위가 진시왕의 생부가 아니라고? 오~ 충분히 독창적이긴 한데 고작 근거가 '누구누구가 그러더라~' 란 말인가? 여불위가 진시왕의 생부인지 아닌지는 저가가 이야기한 대로 역사서에 따라 내용이 다르게 기록되어 있다. 저자가 근거로 삼은 진시황제본기에서는 아니라고 하고 있고 이 책의 베이스로 삼고 있는 사마천의 사기에서는 여불위를 생부라 하고 있다. 진시황제본기는 진시황제의 입장에서 기록된 정사이니 진시황이 죽인 여불위를 생부라 하지 않는 게 당연할 것이다. 내가 문제 삼는 것은 여불위가 진시황의 생부가 아니라고 했다는 데 있는 게 아니다.
다만, 저자는 거의 전적인 내용을 사마천의 사기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이야기의 성격이 전혀 다른 진시황제본기의 기록을 끌어다 역사를 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에 손을 댔으면 책임감 있게 형식에 맞는 근거를 제시했어야 한다는 말이다.   
분서의 해석에서도 저자는 진시황본기의 입장을 반영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니까 진시황제를 재 조명하고 바른 평가를 하고자 하는 저자의 욕구가 이야기의 구성은 대중적인 사마천의 사기를, 결론은 진시황제본기를 반영하고 있지는 않나 하는 의심이 들었다.
 
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학습만화가 아닌 개인적 평가와 해석이 담겨진 역사 이야기일 뿐이다. 하지만 만화책의 특성상 개인 의견과 역사적 기록의 차이를 분명히 기술할 공간과 바른 이야기 흐름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분명한 차이들을 부연하기 어렵다.

사실 나도 조심스러운 게 나는 사기(열전)와  사기를 바탕으로 쓴 고우영의 십팔사략을 읽었을 뿐이라 다 안다고 할 수가 없다. 도대체 누가 진시황제본기를 볼 수 있겠는가?
다만 사기를 읽은 사람 입장에서는 <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가 이렇게 읽힐 수도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의욕적으로 시작한 작품에 초를 치는 게 부담스러웠다. 그리고 아직 1권만 읽은 것뿐이니 섣부른 평이 조심스럽기도 했다. 뭐 내가 평한 게 별 영향이 있겠냐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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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0-05-10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은 보다보면 쫌 귀엽지 않나요? ㅋㅋㅋ
저는 이 책 챙겨만 놓고 아직 못읽었는데, 김태권의 십자군전쟁은 꽤 재밌게 읽었지요. ㅎ

차좋아 2010-05-11 09:02   좋아요 0 | URL
보다보면이라는 단서는 웬디양님도 처음에는 별로였다는 고백?ㅋㅋㅋ
사실 그림이야 개인적인 취향이니 그림 가지고 좋네마네 하는 건 좀 그렇기도 해요~(뭐야 소신 없이...)
나만 몰랐나? 꽤 유명한 사람인가 보지요?
먼저 쓴 리뷰 안 올리기 정말 잘한거 같아요.ㅎㅎ

웽스북스 2010-05-11 11:12   좋아요 0 | URL
뭐 김태권 만화를 그림 때문에 보지는 않으니까. ㅋㅋㅋㅋ
십자군 전쟁에 부시 패러디한 당나귀가 있는데 완전 웃겨요. ㅋㅋㅋ

뭐, 암튼간에요.
멜라니아님 블로그 가보시면 숙제 있으니,
하시옵소서.

차좋아 2010-05-11 13:21   좋아요 0 | URL
숙제 확인했습니다. 어려운데요^^

후애(厚愛) 2010-05-11 0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만화책이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만화책이였군요. ㅎㅎㅎ

차좋아 2010-05-11 09:05   좋아요 0 | URL
그죠~ 저도 깜작 놀랐어요. 만화책 많이 좋아하는건 아닌데 그래도 막 신나더라고요^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데이비드 실즈 지음, 김명남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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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아니라고 할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머리로만 그렇다고 하지, ‘나를 제외한’ 우리만 그렇다고 하는 것입니다. 지은이와 다른 많은 사람들이 말하듯 죽음은 현실이 아니라 먼 미래, 다가오지 않을 것 같은 먼 미래라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나에게 지은이는 지금 이 책을 읽는 순간만이라도 “죽음을 몸으로 느껴보라고, 죽음을 현재로서 인정해보라”고 끊임없이 말하고 있습니다.

리뷰를 쓰기 전 다른 사람들은 이 책을 어떻게 읽었을까 궁금해서 여러 편의 리뷰를 찾아보았습니다. 암담한 죽음을 재미있게 이야기했다, 유명 인사들의 죽음에 대한 명언이 촌철살인으로 다가왔다, 죽음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삶에 대한 애정도 느껴진다, 몸에 대한 과학적 에세이로 데이빗 실즈의 가족사가 어우러져 독특하다 등등. 저도 공감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들의 리뷰에 “몸을 사랑해야지!”하는 원초적인 다짐을 덧붙이기로 했습니다.

제 아들 녀석은 최대 4만 회/초까지 높은 주파수의 소리를 잘 듣기 때문에, 2만 회/초까지만 감지하는 제가 알아채지 못하는 개 조련용 호각 소리에도 움찔합니다. 그래도 아들 녀석이 사춘기에 접어들면 털 세포들이 사라지기 시작해서 특정 주파수대를 듣는 능력이 떨어지겠지요. 나는 30대이니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높은 주파수의 소리를 듣는 능력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평균적으로 하루에 첫돌 된 아기는 13시간, 10대는 9시간, 40대는 7시간을 잡니다. 아들 녀석 산이는 6세인데 낮잠시간까지 합쳐서 9시간을 자니 잠이 없는 편인 것 같습니다. 밤 11시, 12시가 되어도 잘 생각도 안 하고 아내가 자라고 하면 더 놀아~! 하면서 우는데, 아내가 산이만할 때 밤이 없었으면 좋겠어, 밤이 없으면 안 자도 되잖아~! 했다는데 이런 것도 닮나봅니다. 나는 퇴근하고 바로 집에 들어오건 회식하고 늦게 들어오건 차를 밤 2시, 3시까지 마시기 때문에 평일에는 서너 시간밖에 안 자는데 휴일에 하루종일 잠만 잘 때도 있으니까 내게 필요한 수면시간이 몇 시간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기는 생후 1년이 지나면 젖니가 나기 시작해서 학교에 입학할 때 젖니를 온전하게 갖추고 그 젖니는 12세가 되기 전에 죄다 빠지며 13세가 되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사랑니를 제외한 영구치가 다 납니다. 산이는 첫니가 빨리 난 편인데 6개월에 났습니다. 그러면 6세쯤 젖니가 빠진다는데 올해에 빼게 될까 모르겠습니다. 이 아빠의 손으로 산이의 흔들리는 이에 실을 걸어 매고 탁~! 이마를 치며 빼주고 싶지만, 아기 때 밤중수유로 치아우식증에 걸려 앞니 네 개가 뿌리밖에 안 남아 있어서 아무래도 치과에 가서 빼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를 빼도 웃는 모양이 지금과 마찬가지라 별 감흥이 없을 것 같습니다. 이는 하루에 한 번만 닦는 거야, 라는 나의 생활신조에 아내가 기겁을 했었는데 그런 아내보다 내 이가 더 튼튼한 걸 보니 역시 치아도 산이는 아내를 닮았나봅니다. 그래도 나도 나이가 들면 치태가 쌓이고, 잇몸이 줄어들고, 이빨이 마모되고, 충치와 치주 질환을 자주 겪게 될 것입니다.

35세이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소나마 노화의 증상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머리가 세고, 주름이 지고, 힘이 떨어지고, 민첩성이 떨어지고, 대동맥 벽이 굳고, 심장혈관이 퇴화하고, 뇌로 가는 혈액 공급이 줄고, 혈압이 상승합니다. 나도, 아직 그 나이는 되지 않았지만, 가족만 느낄 수 있을 만큼 머리숱도 없어지고 백설공주 같다던(아내가 맨처음 나를 봤을 때 그렇게 생각했다고 합니다) 피부도 칙칙해지고 뛰다가 넘어지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걷기 시작한 역사가 5년밖에 안 된 산이가 마구 뛰다가 와장창 넘어지는 것과 좀 다른 모습이기는 합니다만.

내 몸도 사랑하고 아들 몸도 사랑하리라 다짐을 하다 보니 주절주절 길어졌습니다. 어쨌든. 현인들이 아무리 소리쳐도 어리석은 범인들이 알아듣지 못하는 것처럼 책을 읽고서 며칠 지나지도 않았건만 그새 죽음은 나와 별개로 또 멀리 가버렸습니다. 나는 죽어가고 있어 라고 아무리 생각해보려고 해도 안 되는 걸 어쩌겠습니까. 다만 죽어가고 있는 것이 살아가고 있는 것과 같다고 스스로 정의내리고 즐겁게 살아가렵니다. 그러면 나의 아들이 “우리 아버지는 잘 사셨다고 혹은 잘 돌아가셨다”고 인정해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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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IN 2010-05-05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글이 아주 매끄럽군요. 마치, 옆에서 글을 읽어주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백설공주 같은' 차좋아님의 얼굴이 갑자기 궁금해지는...기분은.(웃음)

차좋아 2010-05-05 13:03   좋아요 0 | URL
엘신님이 북돋아 주셔서 어제 오늘 힘 한번 내봤다는...(야야 서평단책이자너~~)
백설공주... 기가차시겠지만, 얼굴을 알면 더 기가 차겠지만, 그랬던걸 뭐 어쩌겠어요^^


L.SHIN 2010-05-05 21:23   좋아요 0 | URL
난 '기가차'라는 건 몰라요. 녹차, 둥글레차, 메밀차..이런 건 알아도.힛.

그러니까, 앞으로도 차님의 글을 또 볼 수 있다는 얘기..죠? ㅎㅎㅎ

차좋아 2010-05-05 22:00   좋아요 0 | URL
ㅋㅋㅋ 저도 아직 기가차는 접하질 못했어요. 웬지 중국 호남성쪽에 있을 듯한데 찾으면 꼭 연락 드리겠습니다.ㅋ
물론이죠~ 이거 햇볕정책인가요^^ 오늘 햇살은 아주 따숩습니다.

웽스북스 2010-05-09 02:50   좋아요 0 | URL
기가 차는 용량이 많은가봐요?

차좋아 2010-05-10 00:42   좋아요 0 | URL
웬디양님 댓글 접수 못했어요.흑....
하지만 기가차를 대신하여 거대 용량의 호남성 흑차를 해인사에서 긴급 공수해왔습니다 짝짝짝. 언제 마실까요?

웽스북스 2010-05-10 18:45   좋아요 0 | URL
아. 접수를 못하시다니. ㅜㅜ 유머를 제 입으로 설명하기는 민망하잖아요. (힌트, 외장하드?) 뭐, 암튼, 차는 저 복귀후 니나와 향편님 생일모임에서 마시죠. ㅎㅎ

향편 2010-05-10 19:11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으...그렇구나 ㅎㅎ
그런 기가급 유머는 사람 봐가면서 해야죠~ 저는 아시다시피 메가급이라ㅜㅜㅜ
*^^* 생일생일 5월 2일날 사기쳐서 축하받았는데 또? ㅎㅎ

후애(厚愛) 2010-05-06 0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가 참 좋아요.^^ 종종 놀러 올테니 글 많이 보여 주세요~ ^0^

처음에 전 차좋아님이 여자분인 줄 알았어요.^^;;
제 서재에 다녀가시는 알라디너 분들 중에 제가 남자분이라고 생각하면 여자분이고 또 여자분이라고 생각하면 남자분이고..ㅎㅎㅎ

오늘도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세요~

차좋아 2010-05-06 08:30   좋아요 0 | URL
저는 후애님이 참 좋은 분 같아요.
감사해요. 읽어주시는 것 만으로 고마운 일인데 칭찬까지...^^
칭찬에 익숙하지 않아서 막 부끄럽고 ㅎㅎ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될 것 같습니다.

후애(厚愛) 2010-05-08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좋아님 가족들과 함께 행복한 주말 되세요~ ^^

차좋아 2010-05-10 00:43   좋아요 0 | URL
주말 잘 지내고 오랫만에 블러그에 들어왔습니다.ㅎㅎ 해인사 갔다왔어요.
 
어느 운 나쁜 해의 일기
존 쿳시 지음, 왕은철 옮김 / 민음사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야만인을 기다리며>, <철의 시대>를 미리 보지 않았어도 <어느 운 나쁜 해의 일기>를 재밌게 봤었을까? 아닐거라 생각한다. 모를일이지만 그럴거라 생각한다.
책은 분량에 비해 읽히는 속도가 더뎠다. 각 페이지에는 (거의)같은 시점의 세가지 이야기가 나오는데, 때론 같은 지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때론 그렇지 않다.

책 표지에 삼 층집은 이 책의 구성을 암시하고 있다.
윗 단락은 세뇨르 라는 노 작가의 사회비평글.(책 속에서는 청탁을 받아서 쓴다고 설정이된다.)
중간 단락은  세뇨르의 시점
아랫 단락은  세뇨르의 타이피스트 엘르의 시점.
(세뇨르, 엘르... 책 속 인물들의 이름은 분명치 않다. 지금 입에 붙는 대로 내뱉고 있다.)

작품 속 노작가는 존 쿳시 본인이다. 아프리카에서 태어난 이주백인 3세. 그의 고향이면서 이방인 일 수 밖에 없는. 지식인으로서 옳고 그름에 대한 적당한 주장을 하는 세뇨르는 존 쿳시 같은 지식인이 취해야 할 적당한 포지션을 말해주고 있다.
중간 단락의 세뇨르는 좀 더 솔직한 존 쿳시다. 본능적인 인간으로서의 시선... 매력적인 타이피스트를 사랑하는 늙은 남자. 노추한 모습을 두려워하는 그러나 솔직한 늙은 신사.
아랫 단락의 매력적인 혼혈 타이피스트의 시선도 존 쿳시의 모습.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에 대해서 조차 확신하지 못하는 회의주의자 존 쿳시의 모습을...

세 줄기의 다른 시선의 이야기는 모두 입장이 다르지만 분명 화자는 존 쿳시가 분명하다. 셋 다.
스스로 정신분열의 경지에 오른 존 쿳시
정신분열의 초극상태. 각 분열 된 자아의 이야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존 쿳시를 이해할 수있게되었다.(더잘 이해할수있게되었다.) 
아! 왕은철님은 번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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