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 마시자고 들른 던킨 도너츠에서 커피포함 도너츠를 12100원 결제한 건 순전히 다이어리 때문이었는데 그래 나 끄적이는 거 좋아했었지,... 받아들고는 가죽 커버 두껍한 다이어리에 마땅한 용건도 없이 새 년도 새 책에 허튼 말 지껄리기가 아까워 이 밤에 만지작거리다 노트에 못한 허튼 말 내쳐 하고싶어 서재를 찾았다. 이럴 때 백만년이라 하던가...
좋네...
인정머리 없는 새, (이제 내 다이어리라 하겠다) 내 다이어리는 출신 성분을 망각하고 쿠폰 한 장이 없다. 나는 12100원 어치의 도너츠를 먹었다. 가격 맞춘다고 진열대 앞에서 손까락 동원해 구질구질 계산도 오래했다. 사실 친구와 나는 밥을 먹고 시간을 때울 겸 들어간 터라 배가 하나도 고프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싸오는 방법도 있었겠지만 이맛저맛이 궁금해서 귀퉁이를 뜯다보니, 결국 다 먹었다.
그리 얻은 내 다이어리(^^)는 꽤나 묵직하다, 여간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들고다닐리가 없을 듯하지만 노트공간이 여유있어 가게부나 일기장으로는 마침하지 싶다. (나는 들고 다니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12월을 목전에 두고 가벼운 일기나 써볼까 들쳐 본 다이어리는 인정머리 없게도 첫 장이 2014년 1월이었다. 보통 전년 12월부터 시작하지 않나? 뭐 이래, 한 달 더 기다려야지......
"좋은 일은 내가 좋은 사람일 때만 일어난다는 거예요. 좋은 사람? 단순히 정직하다는 뜻이 아니에요. 법을 잘 지킨다는 뜻의 정직도 아니고. 나 그날 재미있기만 하다면 무덤도 털 수 있어요. 죽은 사람 눈에 놓인 25센트 동전도 훔칠 수 있다고. 그런 것 말고, 너 자신에게 충실하라는 식의 정직 말이에요. 뭐든 되어도 좋지만, 겁쟁이, 위선자, 감정적 사기꾼, 매춘부는 아니죠. 난 부정직한 마음으로 사느니 차라리 암에 걸리겠어. 착한 척하는 건 아니에요. 그저 현실적인 거지. 암에 걸리면 죽을지고 모르지. 하지만 다르게 살면 확실히 죽어버릴거야. 아 그만해요, 기타 좀 갖다줘요. 완벽한 포르투칼어로 파두 한 곡 불러줄테니."
첫 메모로 삼기에 좋다고 생각했었다. 연말에 좋은 책 읽어서 가만히 앉아있는데도 엉덩이가 들썩거렸다. 무거운 엉덩이를 들썩이게 한 건 내 심장이었고, 심장을 일상적이지 않게 만든 건 주인공홀리의 한 마디 한 마디... 아니 트루먼 커포티의 군더더기 없는 문장들이었다.
타이핑처럼 반듯한 글자를 쓸 수 있다면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