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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하는 인간 호모 루두스 - 존 내시의 게임이론으로 살펴본 인간 본성의 비밀
톰 지그프리드 지음, 이정국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표지만 보면, 인생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 별의별 짓을 다하는 인간본성을 낱낱이 파헤쳐 줄 것 같은 기대가, 그래서 꽤나 흥미진진할 것 같은 기대가 생긴다.
그러나 첫 페이지를 읽다가 눈과 머리가 팽팽 돌 지경이다. 웬 과학 전문용어가 줄줄이 등장을 하는지... 그래도 다행인 건 한 장 한 장 읽어나가면서 읽는 속도도 붙고 문맥도 따라갈 수 있더라는 것...
이 책의 주된 이론은 게임이론이지만, 게임이론은 이 세상의 온갖 학문과 이론을 연결할 수 있는 고리인 것 같다. 물리학, 철학, 경제학, 수학, 통계학, 화학 등을 비롯하여 한 학문과 다른 한 학문을 섞어놓은 것 같은 이름인 진화생물학, 신경경제학, 통계물리학, 사회물리학, 행동경제학, 네트워크 과학 등 별의별 학문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그 가운데 게임이론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게임이론이란 무엇이냐. 음... (궁금하신 분은 책을 읽어보시오, 라고 하면 우습겠지...) 정의를 내리기는 너무 힘드니까 책에 나와 있는 게임 하나를 소개하는 것으로 만족해야겠다.(실제로 2차대전시 있었던 일로 게임이라고 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지만...)
2차대전, 연합군 조지 케니 장군은 일본군이 뉴기니로 군수품 함대를 보낼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했다. 연합군은 이 함대를 폭격해서 일본군의 보급로를 끊고 싶었다. 일본군이 선택할 수 있는 경로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뉴브리튼 섬 북쪽으로 돌아가는 경로, 또 하나는 섬 남쪽으로 돌아가는 경로였다. 두 경로 모두 걸리는 시간은 총 3일로 똑같았다. 그런데 북쪽 경로에는 3일 중 하루 비가 올 것이라서, 비가 오면 폭격을 못하기 때문에, 북쪽 경로를 폭격할 수 있는 날은 2일로 줄어들게 된다. 한편 남쪽 경로는 3일 내내 맑을 것이라서 3일 내내 폭격할 수 있는 셈이다. 여기서 케니 장군은 폭격기를 어느 쪽으로 보낼지 결정해야 했다. 폭격기를 남쪽으로 보냈는데 일본군은 북쪽으로 갔다면 하루를 까먹게 되는데, 비 때문에 이틀을 까먹을 수도 있다. 반대로 폭격기를 북쪽으로 보냈는데 일본군이 남쪽으로 간다면 하루를 까먹지만 2일 동안은 폭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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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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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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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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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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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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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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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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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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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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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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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는 폭격 가능한 날짜)
고민이 되지만 일본군 입장에서 보면, 확실히 북쪽을 선택하는 게 나아 보인다. 남쪽을 택하면 2일 동안 폭격을 받거나 최악의 경우 3일 동안 폭격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북쪽을 택하면 많아봐야 2일(운 좋으면 하루) 동안 폭격을 받게 된다. 어떤 경우든 남쪽보다 낫다. 케니 장군은 일본군이 북쪽 경로를 택하리라 확신하여 폭격기를 북쪽으로 보냈고 실제로 성공했다.
게임이론이란 이런 것이다...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최대의 효과를 얻게 되는가 하는 것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어떻게 행동할까 하는 것까지 예측할 수 있다. 인생은 너무나도 많은 삶의 게임들이 중복되고 연속되어 일어나고 있어서, 그리고 사람은 이익 하나를 위해서만 행동하는 존재가 아니고 감정, 동정, 의리 등으로도 움직이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 이 사람은 이렇게 행동할 거야 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인간행동의 보편적인 법칙”을 찾아내려는 욕망을 가지고 있고(왜? 미래를 예측하고 싶어서) 게임이론을 실마리로 하여 그 법칙에 나날이 근접하고 있는 것 같다. 박수! 짝! 짝! 짝!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책을 쓴 톰 지그프리드에게 찬사를 보낸다. 이 사람은 대중에게 과학이론을 알리는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한다. 과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과학에 무지한 사람도 이 사람의 글을 읽으면 관심도 생기고 지식도 생길 것 같다.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풀어내고 종종 유머도 날리는 과학이야기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