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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데이비드 실즈 지음, 김명남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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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아니라고 할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머리로만 그렇다고 하지, ‘나를 제외한’ 우리만 그렇다고 하는 것입니다. 지은이와 다른 많은 사람들이 말하듯 죽음은 현실이 아니라 먼 미래, 다가오지 않을 것 같은 먼 미래라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나에게 지은이는 지금 이 책을 읽는 순간만이라도 “죽음을 몸으로 느껴보라고, 죽음을 현재로서 인정해보라”고 끊임없이 말하고 있습니다.

리뷰를 쓰기 전 다른 사람들은 이 책을 어떻게 읽었을까 궁금해서 여러 편의 리뷰를 찾아보았습니다. 암담한 죽음을 재미있게 이야기했다, 유명 인사들의 죽음에 대한 명언이 촌철살인으로 다가왔다, 죽음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삶에 대한 애정도 느껴진다, 몸에 대한 과학적 에세이로 데이빗 실즈의 가족사가 어우러져 독특하다 등등. 저도 공감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들의 리뷰에 “몸을 사랑해야지!”하는 원초적인 다짐을 덧붙이기로 했습니다.

제 아들 녀석은 최대 4만 회/초까지 높은 주파수의 소리를 잘 듣기 때문에, 2만 회/초까지만 감지하는 제가 알아채지 못하는 개 조련용 호각 소리에도 움찔합니다. 그래도 아들 녀석이 사춘기에 접어들면 털 세포들이 사라지기 시작해서 특정 주파수대를 듣는 능력이 떨어지겠지요. 나는 30대이니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높은 주파수의 소리를 듣는 능력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평균적으로 하루에 첫돌 된 아기는 13시간, 10대는 9시간, 40대는 7시간을 잡니다. 아들 녀석 산이는 6세인데 낮잠시간까지 합쳐서 9시간을 자니 잠이 없는 편인 것 같습니다. 밤 11시, 12시가 되어도 잘 생각도 안 하고 아내가 자라고 하면 더 놀아~! 하면서 우는데, 아내가 산이만할 때 밤이 없었으면 좋겠어, 밤이 없으면 안 자도 되잖아~! 했다는데 이런 것도 닮나봅니다. 나는 퇴근하고 바로 집에 들어오건 회식하고 늦게 들어오건 차를 밤 2시, 3시까지 마시기 때문에 평일에는 서너 시간밖에 안 자는데 휴일에 하루종일 잠만 잘 때도 있으니까 내게 필요한 수면시간이 몇 시간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기는 생후 1년이 지나면 젖니가 나기 시작해서 학교에 입학할 때 젖니를 온전하게 갖추고 그 젖니는 12세가 되기 전에 죄다 빠지며 13세가 되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사랑니를 제외한 영구치가 다 납니다. 산이는 첫니가 빨리 난 편인데 6개월에 났습니다. 그러면 6세쯤 젖니가 빠진다는데 올해에 빼게 될까 모르겠습니다. 이 아빠의 손으로 산이의 흔들리는 이에 실을 걸어 매고 탁~! 이마를 치며 빼주고 싶지만, 아기 때 밤중수유로 치아우식증에 걸려 앞니 네 개가 뿌리밖에 안 남아 있어서 아무래도 치과에 가서 빼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를 빼도 웃는 모양이 지금과 마찬가지라 별 감흥이 없을 것 같습니다. 이는 하루에 한 번만 닦는 거야, 라는 나의 생활신조에 아내가 기겁을 했었는데 그런 아내보다 내 이가 더 튼튼한 걸 보니 역시 치아도 산이는 아내를 닮았나봅니다. 그래도 나도 나이가 들면 치태가 쌓이고, 잇몸이 줄어들고, 이빨이 마모되고, 충치와 치주 질환을 자주 겪게 될 것입니다.

35세이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소나마 노화의 증상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머리가 세고, 주름이 지고, 힘이 떨어지고, 민첩성이 떨어지고, 대동맥 벽이 굳고, 심장혈관이 퇴화하고, 뇌로 가는 혈액 공급이 줄고, 혈압이 상승합니다. 나도, 아직 그 나이는 되지 않았지만, 가족만 느낄 수 있을 만큼 머리숱도 없어지고 백설공주 같다던(아내가 맨처음 나를 봤을 때 그렇게 생각했다고 합니다) 피부도 칙칙해지고 뛰다가 넘어지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걷기 시작한 역사가 5년밖에 안 된 산이가 마구 뛰다가 와장창 넘어지는 것과 좀 다른 모습이기는 합니다만.

내 몸도 사랑하고 아들 몸도 사랑하리라 다짐을 하다 보니 주절주절 길어졌습니다. 어쨌든. 현인들이 아무리 소리쳐도 어리석은 범인들이 알아듣지 못하는 것처럼 책을 읽고서 며칠 지나지도 않았건만 그새 죽음은 나와 별개로 또 멀리 가버렸습니다. 나는 죽어가고 있어 라고 아무리 생각해보려고 해도 안 되는 걸 어쩌겠습니까. 다만 죽어가고 있는 것이 살아가고 있는 것과 같다고 스스로 정의내리고 즐겁게 살아가렵니다. 그러면 나의 아들이 “우리 아버지는 잘 사셨다고 혹은 잘 돌아가셨다”고 인정해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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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IN 2010-05-05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글이 아주 매끄럽군요. 마치, 옆에서 글을 읽어주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백설공주 같은' 차좋아님의 얼굴이 갑자기 궁금해지는...기분은.(웃음)

차좋아 2010-05-05 13:03   좋아요 0 | URL
엘신님이 북돋아 주셔서 어제 오늘 힘 한번 내봤다는...(야야 서평단책이자너~~)
백설공주... 기가차시겠지만, 얼굴을 알면 더 기가 차겠지만, 그랬던걸 뭐 어쩌겠어요^^


L.SHIN 2010-05-05 21:23   좋아요 0 | URL
난 '기가차'라는 건 몰라요. 녹차, 둥글레차, 메밀차..이런 건 알아도.힛.

그러니까, 앞으로도 차님의 글을 또 볼 수 있다는 얘기..죠? ㅎㅎㅎ

차좋아 2010-05-05 22:00   좋아요 0 | URL
ㅋㅋㅋ 저도 아직 기가차는 접하질 못했어요. 웬지 중국 호남성쪽에 있을 듯한데 찾으면 꼭 연락 드리겠습니다.ㅋ
물론이죠~ 이거 햇볕정책인가요^^ 오늘 햇살은 아주 따숩습니다.

웽스북스 2010-05-09 02:50   좋아요 0 | URL
기가 차는 용량이 많은가봐요?

차좋아 2010-05-10 00:42   좋아요 0 | URL
웬디양님 댓글 접수 못했어요.흑....
하지만 기가차를 대신하여 거대 용량의 호남성 흑차를 해인사에서 긴급 공수해왔습니다 짝짝짝. 언제 마실까요?

웽스북스 2010-05-10 18:45   좋아요 0 | URL
아. 접수를 못하시다니. ㅜㅜ 유머를 제 입으로 설명하기는 민망하잖아요. (힌트, 외장하드?) 뭐, 암튼, 차는 저 복귀후 니나와 향편님 생일모임에서 마시죠. ㅎㅎ

향편 2010-05-10 19:11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으...그렇구나 ㅎㅎ
그런 기가급 유머는 사람 봐가면서 해야죠~ 저는 아시다시피 메가급이라ㅜㅜㅜ
*^^* 생일생일 5월 2일날 사기쳐서 축하받았는데 또? ㅎㅎ

후애(厚愛) 2010-05-06 0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가 참 좋아요.^^ 종종 놀러 올테니 글 많이 보여 주세요~ ^0^

처음에 전 차좋아님이 여자분인 줄 알았어요.^^;;
제 서재에 다녀가시는 알라디너 분들 중에 제가 남자분이라고 생각하면 여자분이고 또 여자분이라고 생각하면 남자분이고..ㅎㅎㅎ

오늘도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세요~

차좋아 2010-05-06 08:30   좋아요 0 | URL
저는 후애님이 참 좋은 분 같아요.
감사해요. 읽어주시는 것 만으로 고마운 일인데 칭찬까지...^^
칭찬에 익숙하지 않아서 막 부끄럽고 ㅎㅎ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될 것 같습니다.

후애(厚愛) 2010-05-08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좋아님 가족들과 함께 행복한 주말 되세요~ ^^

차좋아 2010-05-10 00:43   좋아요 0 | URL
주말 잘 지내고 오랫만에 블러그에 들어왔습니다.ㅎㅎ 해인사 갔다왔어요.
 
어느 운 나쁜 해의 일기
존 쿳시 지음, 왕은철 옮김 / 민음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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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야만인을 기다리며>, <철의 시대>를 미리 보지 않았어도 <어느 운 나쁜 해의 일기>를 재밌게 봤었을까? 아닐거라 생각한다. 모를일이지만 그럴거라 생각한다.
책은 분량에 비해 읽히는 속도가 더뎠다. 각 페이지에는 (거의)같은 시점의 세가지 이야기가 나오는데, 때론 같은 지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때론 그렇지 않다.

책 표지에 삼 층집은 이 책의 구성을 암시하고 있다.
윗 단락은 세뇨르 라는 노 작가의 사회비평글.(책 속에서는 청탁을 받아서 쓴다고 설정이된다.)
중간 단락은  세뇨르의 시점
아랫 단락은  세뇨르의 타이피스트 엘르의 시점.
(세뇨르, 엘르... 책 속 인물들의 이름은 분명치 않다. 지금 입에 붙는 대로 내뱉고 있다.)

작품 속 노작가는 존 쿳시 본인이다. 아프리카에서 태어난 이주백인 3세. 그의 고향이면서 이방인 일 수 밖에 없는. 지식인으로서 옳고 그름에 대한 적당한 주장을 하는 세뇨르는 존 쿳시 같은 지식인이 취해야 할 적당한 포지션을 말해주고 있다.
중간 단락의 세뇨르는 좀 더 솔직한 존 쿳시다. 본능적인 인간으로서의 시선... 매력적인 타이피스트를 사랑하는 늙은 남자. 노추한 모습을 두려워하는 그러나 솔직한 늙은 신사.
아랫 단락의 매력적인 혼혈 타이피스트의 시선도 존 쿳시의 모습.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에 대해서 조차 확신하지 못하는 회의주의자 존 쿳시의 모습을...

세 줄기의 다른 시선의 이야기는 모두 입장이 다르지만 분명 화자는 존 쿳시가 분명하다. 셋 다.
스스로 정신분열의 경지에 오른 존 쿳시
정신분열의 초극상태. 각 분열 된 자아의 이야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존 쿳시를 이해할 수있게되었다.(더잘 이해할수있게되었다.) 
아! 왕은철님은 번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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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에서 춤추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경계에서 춤추다 - 서울-베를린, 언어의 집을 부수고 떠난 유랑자들
서경식 & 타와다 요오꼬 지음. 서은혜 옮김 / 창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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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에서 춤추다

“디아스포라가 뭐야?”
“유태인 집단 거주지.”
몇 달 후
“디아스포라가 뭐야?”
“유태인 집단 거주지.”

잊어버리고 자꾸 묻는 아내나
그것도 모르고 구박 않고 꼬박꼬박 대답하는 저나
디아스포라가 아니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경계에서 춤추다> 읽어봐.”
“산이 아빠도 읽었어? 서문에 본인들이 디아스포라라고 썼어. 유태인 집단 거주지 말고 다른 뜻은? 이방인, 다른 민족, 별난 사람, 뭘까?”
“서경식 님 본인이 디아스포라에 거주한다고 비유하는 거야, 재일교포니까. 이방인이라는 뜻이지, 어디에도 속할 수 없는. 아마 그럴 거야.”
설마... 이번에는 잊어버리지 않겠지요.

지난 주말 현대무용을 봤습니다. 홍대입구에 있는 포스트 극장이었는데, 신인무용인을 발굴하고 격려하고 널리 알리기 위한 무대인 것 같았습니다. 제목도 모르고 내용도 모르고 시작하기만을 기다리며 앉아 있으려니 머리가 긴 여자 무용수가 나와 준비운동을 하더군요. 관객 중 지인들이 있는지, 일찍 오셨네요, 인사도 하고 방긋방긋 웃기도 하면서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도 다 극의 한 부분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아무튼 머리가 긴 무용수는 은박종이를 군데군데 펼쳐 놓고 그 위에서 춤을 춥니다. 잠시 후 머리가 짧은 여자 무용수가 나와 하얀 종이를 펼쳐 놓고 그 위에다 무언가를 씁니다. 머리가 긴 무용수가 관심을 가지고 보려 하지만, 머리가 짧은 무용수는 쓰다가 마음에 2들지 않는지 찢어 구겨서 던져 버리고 또 쓰고 또 찢어 구겨서 던져 버리고... 머리가 긴 무용수는 버려진 종이들을 주워서 펼쳐 조각을 맞춰 읽어보려 하지만 잘 되지 않는지 그냥 내버려두고, 다시 자기가 깔아 놓은 은박종이 위를 돌아다니며 춤을 춥니다. 머리가 짧은 무용수는 머리가 긴 무용수를 노려보며 그 무용수에게 종이 뭉치들을 집어던집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하얀 종이들을 군데군데 깔더니 춤을 춥니다. 그러고 보니 종이들은 모두 한쪽은 은박 다른 한쪽은 흰색이었네요. 머리가 긴 무용수는 종이들을 모두 은박으로 해 놓으며 춤추고, 머리가 짧은 무용수는 그 뒤를 쫓아다니면서 종이들을 모두 흰색으로 뒤집느라 춤출 여유도 없습니다. 급기야 적대시하는 듯한 춤사위가 벌어지는데... 마지막에는 뭐... 화해하는 것 같기도 하고...

같이 보았던 친구가 무슨 내용이야, 라고 묻는데 현대무용을 처음 접한 저로서는 무엇을 표현하려는 것인지 자신 있게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저 입속으로만 의사소통의 부재, 의사소통의 돌파구를 찾으려고 애쓰는 몸짓들 아니야 웅얼거렸습니다.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시도는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라 금방 포기하고 내것만 옳다 우기고 나와 같지 않다고 미워하고 상대방을 내 식으로 바꾸려 하고... 그러한 춤 동작 하나하나가 의미하는 것이(순전히 저 혼자 의미부여한 것입니다만) 다 우리네 삶 같아서 가슴이 아리기도 했습니다. 함께 살고는 있지만 아내와 아이들과 얼마나 깊이 마음과 생각을 주고받고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 함께 일하고 함께 노는 동료들과 친구들이지만 얼마만큼 행복과 아픔을 나누고 도닥여주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디아스포라이건 아니건, 각 사람은 홀로 떨어져 있는 존재일 수밖에 없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태어나서 가족 속에서 살아가고 커갈수록 마을과 보다 더 큰 지역들 속에서 친구로 스승과 제자로 이웃으로 무리짓고 살아가지만, 문득문득 홀로라는 느낌이 서늘하게 가슴을 훑고 지나갈 때가 있어서 말입니다. 그래서 더욱더 관계를 맺어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더욱더 내 마음이 이렇게 생겼거든요, 당신의 마음은 어떻게 생겼나요 하면서 발버둥을 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야기를 많이 하면 할수록 어라, 이 이야기를 하려던 게 아닌데, 할 때도 생겨서 그 발버둥이 무모하고 허무할 때도 있지만요.

추사도 김정희도 벗 이재 권돈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또다른 벗 황산 김유근의 죽음을 애도하며 이와 비슷한 말씀을 하셨더라구요. <주역>에 글로는 하고픈 말을 다 표현할 수 없고, 말로는 마음속 깊은 뜻을 모두 다 표현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글은 말을 표현하는 수단이 아니고, 말은 마음속의 뜻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도구가 아닐 것입니다. 하물며 말로는 마음속의 뜻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고, 글로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두 표현할 수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면서 한 마디 덧붙이신 말씀이 외람되지만 잘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자신들의 우정을 석교(石交)라고 할 만큼, 그리고 하루라도 보지 않으면 문득 슬퍼하며 실성한 듯하였다고 할 만큼, 또한 옛 그림 하나를 구하면 오른쪽 왼쪽 여백에 모두 두 사람(황산 김유근의 글- 추사와 이재를 말합니다)의 도장을 찍어 얼굴을 대신하여 만나지 않는 날이 하루도 없다고 할 만큼 끈끈한 관계를 갖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글과 말로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충분치 못하다고 했으니 다른 관계들이야 어떠하겠습니까.

<경계에서 춤추다>에서 편지를 주고받으며 의사소통하던 서경식 님과 타와다 요오꼬 님도 같은 고민을 나누셨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저는 그 책을 읽으면서 두 분의 “편지극”에서는 의사소통이 잘 되어 즐거웠습니다. 서경식 님이 서문에서 밝혔듯이 타와다 요오꼬 님과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재일조선인과 일본인. 남자와 여자. 일본(과 한국을 오고가며)에서 살고 독일에서 살고. 교수와 작가 등등. 서경식 님이 “서로의 대화는 정해진 목적지에 안전하게 도착하기보다는, 오히려 서로의 관심이나 감각의 미묘한 어긋남을 도드라지게 만들리라 짐작할 수 있었다.”라고 했는데, 오히려 저는 그러한 어긋남의 도드라짐이 이 편지극의 재미라고 생각합니다. 서경식 님의 글사위는 좀 강인하고 투박하고 활기찬 느낌이 있고 타와다 요오꼬 님의 글사위는 부드럽고 섬세하고 오밀조밀한 느낌입니다. 지명에 매혹되신 일이 없으셨나요, 하고 말을 던지면 집은 역사를 조망하는 전망대 같아요, 하고 집에 대해 한바탕 글춤을 추고, 어쩌면 저는 개일지도 몰라요, 하면 모차르트는 예민한 귀로 인해 고생했을 겁니다, 하며 목소리에 대해 또 한바탕 노는 두 사람의 편지극. 이 신명나는 열 마당의 놀이극들은 제가 어렸을 적 연애편지나 대필해주고 친구들과 편지지에 신변잡기로 떠들던 것들과 참 많이 달라 보입니다. 은근히 지식인들의 대화들은 이런 거야, 부럽기도 하고 나도 이렇게 해봐야지 쓸데없는 계획도 세워보고 그렇습니다. 제가 이렇게 던져드리는 글을 잘 받아주셔서 다시 제게 던져주시면 우리도 나름대로의 놀이극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욕심을 부려봅니다. 겨울도 아니고 봄도 아닌 날씨들 속에서 강건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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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5 17: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15 17: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 제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김중혁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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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작가상. 등단한지 10년 내의 신인(?) 작가에게 주는 상.  대상은 10년 신인 김중혁의 <1F/B1>.
지상일층/ 지하일층이라고 읽으면 된다는 김중혁의 수상소감을 먼저 보고 읽은 소설.
1F/B1을 보며 FBI라 읽어내는 김중혁. 1F/B1에서 슬러쉬를 읽어내는 김중혁. 
공간과 공간사이. 그 곳의 이야기.  

"소감이랄 게 없는데.  솔직히 아직도 이 상의 정체를 잘 모르겠어요. 저는 올해로 등단 십일 년째거든요.(후략)" -김중혁 수상인터뷰 중에서-

일곱명의 신인 작가들의 작품을 모두 읽어보진 않았지만 김중혁의 <1F/B1>을 즐겁게 읽은 기념으로 메모남긴다. 나머지 작품들도 기대 가득...
별이 세 개인 건, 각 작품 뒤에 혹 처럼 달린 해설 때문이다. 젊은 소설가 뿐만 아니라 젋은 평론가들에게도 기회가 될 좋은 기획임에는 분명하지만 해설이 원치 않는 사람에겐...

기획은 좋으나 계획대로  될 지는 의문. 어쨌든 신선한 기획에 (조용한) 응원을 보내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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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30 13: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30 16: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블리 2010-03-30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다 읽고나서 빌려줘~^^

차좋아 2010-03-31 12:17   좋아요 0 | URL
응~ 그때 차나 한잔 하자구^^
 
<쉘위토크>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쉘 위 토크 Shall We Talk - 대립과 갈등에 빠진 한국사회를 향한 고언
인터뷰 지승호& 김미화.김어준.김영희.김혜남.우석훈.장하준.조한혜정.진중권 지음 / 시대의창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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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김어준, 김미화, 김영희, 김혜남, 우석훈, 장하준, 조한혜정, 진중권.
한데 모아 놓으니 막강한 진보진영, 최강의 전투력을 지닌 소대가 꾸려진 듯하다. 
 
이 시대의 워리어들...... 그리고 우리 시대의 종군기자 지승호.
 

<부록>
-차좋아와 지승호의 가상 대화-
(질문은 <쉘 위 토크>에서 지승호가 각 인터뷰이에게 한 질문 중 차좋아가 임의로 선정했다.)
(김어준과 지승호의 대화는  두 사람의 개인적 친분관계로 존대를 하지 않았다. 나도 김어준편의 질문에 답할 땐 편하게 대답함)

지승호(이하 지): 본인이 진보적이라는 생각은 안 하세요?(김미화편30p)
차좋아(이하 차): 가끔 그런 생각을 하기는 하는데 제가 진보적이라고 하면 웃을 사람이 꽤 많아서...... 자신있게 말하고 다니진 않아요. 기준을 어디에 놓느냐가 중요하겠지요. 결론만 말씀드리면 마음은 진보, 행동은 보수 되겠네요. 행동이 보수적이니 부끄러워 말로 옳은 소리 못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지: 진중권 선생은 욕설 전화가 왔는데, 발신번호가 찍혀 있으면 그 번호로 다시 하더라고. 그러고 받을 때까지 전화하는데, 대부분 그쪽에서 먼저 끊는다고 하던데.(김어준편103p)
차: 진중권 선생답네~ 지 선생은 어떻게 해? 내가 한통 걸어줄까? 농담이고(ㅋㅋ) 김어준과 지선생과 토크에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없어서 이거 골랐어. 내가 장난전화를 최근에 받아서 마침 할 얘기도 있거든. 점심 시간이었을 거야. 전화가 걸려왔는데 화상전화로 걸려온거야. 핸드폰을 바꾸고 처음 받게 된 화상 전화였지. 사람들 시선도 부담스럽고, 부끄럽기도하고 해서 창고로 달려갔어(끊기면 안 되잖아). 처음 보는 번호라 누군진 몰랐지만 화상전화를 받는다고 생각하니 얼마나 떨리던지...... 그 땐  그 전화가 장난전화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지.  전화를 받았는데, 화면에 아무도 없는 거야~ 그래서 내가 가만히 (화면을)쳐다보면서 착한 목소리로 "누구세요? 여보세요~ "하고 있는데 갑자기 나타난 가운뎃손가락! 순간 놀랐지만 누군지 짐작이 가서 같이 빡큐를 날려줬지 근데 그 쪽 손가락이 당황하더니 끊어버리는 거 있지. 지선생 손가락이 당황하는 모습 본 적 있어?춤추는 가운뎃손가락이 당황하는 모습말이야.(웃음)  잠시 후 다시 전화가 걸려 왔는데 이번엔 떼로 나타난 가운데 손가락들이 날 놀려대더라고 그제서야 신종 장난전화인 걸 알았지 뭐야~ 지 선생도 처음 듣지? 화상 장난전화.
알고 보니 도서실에서 공부 중이던 고삐리가 심심해서 장난전화를 한거였어. 그 고삐리가 예상치 못한 반격에 친구들을 모아 복수를 한 거고ㅋㅋㅋ.  내 핸드폰에 '고삐리들'이라고 저장해 놨는데 가끔 전화해서 '빡큐' 날려주고 '엿' 받아가더니 요즘은 뜸하네...... 공부하나? 아저씨 체면에 먼저 할 수도 없고 ...

지: 얼굴 본 사람한테 모질게 못 대하는 면이 있죠.(김영희편 146p)
차: 맞아요. . 예를 들어 길 가다가 명박씨를 만난다고 쳐요. 가식이겠지만 웃으면서 악수하자고 하면, 뭐~ 어쩌겠어요 악수해야죠. 또 거기서 인상 쓴들 무슨 의미가 있나 싶구요. 처세의 의미에서 그러는 건 아닌데 일단은 웃는 낯에 침 못 뱉는 성격이에요. 싫어하는 그 사람에 대한 정보가 진실이라는 확신도 없구요. 결국은 개인적 감정에 따라 행동하는 거잖아요? (아닌가요?)  많은 분들이(?) 이성적이라 착각하고 있지만 말이에요. 아! 나한테 '터치'가 들어오면 그 땐 달라집니다. 그러면 전적으로 감정적 대응을 하죠(미성숙의 증거지만 어쩌겠어요.) 하여튼 얼굴 보면 마음 약해지고, 일단 반갑고 그래요~

지: 독자들의 반응을 보면서 가장 보람 있다고 생각하신 부분은 어떤 겁니까?(김혜남편 172p) 
차: (*^^*) 아 독자들~~ 항상 고맙죠. 즐찾이 6명인데 그 분들이 누군지는 잘 모르지만(대강은 알아요) 제 이야기 들어주시는 분들이라 생각하면 고맙죠. 여섯 명의 즐찾분들에게 이 기회를 빌어 인사를 드리고 싶네요.
"응..... 외로운 공간이 될 뻔한 알라딘 서재에 여러분들이 있어서 참 기쁩니다. 고마워용~ 나중에 차라도 한 잔~"
참 반응에 대한 질문이었죠? 반응은 거의 없는데...... 반응이 없다고 슬퍼 않으니 이 글을 보시고 반응을 하시는 분은 없길 바래요~ㅋㅋㅋ (부끄럽잖아요~)
그러니까....즐찾 6을 생각하면 가장 보람이 있습니다. 답변이 되었나요.

지: 두 전직 대통령이 올해 돌아가셨는데요.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우석훈편 202p)
차: 노무현 대통령은 인간적으로 흠모하던 분이라 많이 슬펐어요. 김대중 대통령은 뭐 그냥.....
그 분들은 절 모르지만, 나는 잘 알고 있는 분들이니까 슬퍼 했었던 거 같아요.   
이건 좀 다른 얘긴데요, 죽으면 그만이지(제가 막말을 잘해요) 사후에 추종하던 사람들이 모여 당을 짓고 그러는 거는 좀... 살아있을 때나 미워하지 말지. 추종세력간의 적자논쟁도 웃겼고요.  
정치적인 관점에서 이야기하려던 건 아닌데, 아... 이 문제는 더 이상 얘기 말아야겠습니다.

지: 역설적인 얘긴데, 한미 FTA 같은 것도 우파 정부가 추진했으면 훨씬 더 저항이 컸을 텐데요. 노무현 정부가 추진하니까 반대할 만한 사람들조차 '뭔가 이유가 있겠지'라고 생각했던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우석훈편 255p)
차: (뜨끔!) 아...네... 제가 그랬는데....근데 그 땐 정말 믿었어요. 좋은 분이니까. 분명 이유가 있을거라고. 사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 때도, 지금도 변하지 않은 생각은 불가항력이라는 생각이에요. 노무현 대통령이 최선의 판단을 했다는 믿음엔 의심이 없습니다. 다만 최선의 결과가 아닌 건 알고 있습니다. 그 때도 지금도...

지: 옛날 같으면 부잣집 애가 가난한 집 아이의 친구들이 될 수도 있고, 밥도 사줄 수도 있는데요. 요즘은 애들이나 부모나 평수에 따라서 '넌 이렇게 못사는 애랑 놀지 마' 이런 식의 분위기가 되는 것 같은데요.(우석훈편 286p)
차: 예나 지금이나 똑같지 않을까요? 이런 질문과 시선이 작금의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역시 지금이 최악이야'라고 판단을 하게끔 돕는 거 같아요. 어느 시절, 어느 세계에 부잣집 애가 가난한 집 아이의 친구가 될 수 있었습니까? 하지만, 그런 관계를 넘어선 우정을 만들어 가는 건 각 세대의 아이들 아니었던가요? 희망은 항상 아이들에게 있었지 어른들과 세태는 뭐... 항상 똑같았다고 보는데요. 치사한 질문입니다만, 지승호씨도 자녀분이 생활보호대상자의 자녀와 교제한다면 말리고 싶으실 걸요? 저 같아도 그럴 거고요. 하지만 우리 아이가 그런 아이로 자라길 바라지는 않아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부모 마음이 그렇죠. 부자 마음도 그럴 것이고. 하지만 아이 마음은?... 
그러니까 질문이 맘에 안들었다고요. 몰아가지 맙시다.

지: 국가에서 다시 마을로 돌아와야 한다고 말씀하고 계신데요. 이미 국가주의적 사고가 몸에 배어 있는 것 같기도 한데요. 국가주의적 사고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게 우선일 텐데요.(조한혜정편 327p)
차: 우앗! 멋진 질문이에요, 아니 멋진 생각이에요.'마을로 돌아와야 한다.' 그 말 조한혜정씨가 한 말인가 보죠? 제가 꿈꾸는 유토피아가 있다면 바로 마을 공동체의 부활이에요. 지역사회에서 잘 먹고 잘 사는 것 그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할 수 있는 역할도 보이구요. 말씀하신 것처럼 일단 국가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나는 게 선결 과제입니다. 동의해요. 그 방법은 모르겠지만 말이에요. 하지만, 우리 모두 국가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나는 게 가능할까요.  저는 당장이라도 지역 사회공동체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보는데.....그래서 하는 말인데 이웃하고 친하게 지내는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결국 우선순위에서 저랑 의견이 갈린다고 볼 수 있네요. 일단 이웃하고 잘 지내는 게 먼저고, 사고의 전환은 되면 좋고 안 돼도 어쩔 수 없고... 제 생각입니다.

지: 너무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져서 불편한 부분도 있으실 것 같은데요.(진중권편 376p)
차: 여섯 명인데요 뭘... 열 명까지는 그리 불편하지 않을 듯해요. 뭐 아직 괜찮습니다. 자상하시네요.

지: 정리하는 차원에서 한 말씀해 주십시요.(진중권편 391p)
차: 네. 이번에 <쉘 위 토크> 정말 즐겁게 읽었습니다. 좋은 분들과의 대화 옮겨 주셔서 감사드려요. 저 같은 사람이 그 분들과 대화를 할 기회가 거의 없을 텐데 말입니다. 정말이지 제가 대화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었다니까요. 김미화, 김영희, 장하준, 진중권씨와의 대화는 정말 즐거웠어요. 너무나 인간적인 김미화씨와의 대화에선 가슴이 따듯해졌었고요. 정말 진솔하다는 느낌의 장하준씨도 참 좋더라구요. 진중권씨야 오래 전부터 팬이었으니, 그 분의 대화를 듣는것 자체가 즐거움이었구요. 그리고 김영희 PD와의 대화는 그의 프로그램만큼이나 훈훈하고 재밌었습니다.  
반면 김어준씨, 우석훈씨는 좀 불쾌했어요. 전투 자체가 목적인 분들 같다고 할까요? 시대를 잘 만나 적당한 포지션 잡아 활약하는 쌈닭이라고 표현하겠어요. (흥)



-이상 가상 인터뷰 끝- 

우하하~ 지승호랑 인터뷰 했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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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0-03-19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종종 놀러올께요~

차좋아 2010-03-19 18:10   좋아요 0 | URL
네 놀러오세요 ^^ 후애님 레미제라블 읽으실 때 저도 같이 읽으려고요. 같이 읽어요.ㅋㅋ

후애(厚愛) 2010-03-20 0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해 주신 <레미제라블> 전6권세트를 보관함에 담아 두었어요.
그리고 다음주에 구매할거에요.^^
그런데 동서출판사에서 나온 <레미제라블> 전6권세트가 맞지요?
금방 페이퍼에 올렸는데 확인 좀 해 주세요.^^

즐겁고 행복한 주말 되세요~ ^0^

차좋아 2010-03-20 10:49   좋아요 0 | URL
왠지~ 즐거운 주말이 될 것 같습니다. ㅎㅎ

차오메이 2010-07-25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 이 인터뷰..꽤나 맘에 드는걸요??

차좋아 2010-07-25 15:50   좋아요 0 | URL
와!!! 차오메이님이다^^ 차오메이님 안녕!!
이 긴 걸 읽으셨군요 ㅋㅋㅋ 사실 저도 이거 쓸 때 상당히 재밌게 쓴 글이었어요. 혼자 낄낄대면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