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 스님의 행복 - 행복해지고 싶지만 길을 몰라 헤매는 당신에게
법륜 지음, 최승미 그림 / 나무의마음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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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손에서 왼손으로 옮기는 것은 그저 하나의 임시처방일 뿐 입니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뜨거운 줄 알면 그냥 놓아버려야 합니다. 물론 이런 이치를 깨달았다 하더라도 그동안 살아온 습관이 남아 있기 때문에 순간순간 움켜쥐고 괴로워할 수는 있어요. 그러나 내려놓으면 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의 괴로움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집착할 때만 잠시 괴로울 뿐 그 괴로움이 지속되지 않아요. 그는 이미 이전과는 다른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법륜 스님의 행복 」中 43p. 

 

진정한 행복이란??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직장에서 일하며 남들보다 많은 월급을 받는 것. 그 누구보다 돈 많이 버는 것. 과연 그것이 과연 진짜 진정한 행복일까?? 만약 모든 것을 다 이룬 현재 많은 돈도 벌고,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지위에 있는 자신이 어느날 갑자기 급격히 건강이 나빠졌다면 그땐 스스로가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 늘 고민하게 되고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단어 행복. 어쩌면 행복이란 그 무엇보다 단순한 이치지만, 우리는 행복으로 가는 길이라고 믿고 있는 고정관념들 때문에 온전한 행복을 알지 못하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이렇게 행복해지고는 싶은데 그 행복으로 가는 길을 몰라 헤매고 있는 이들에게 즉문즉설로 쉽고 명쾌하게 지혜를 전해주던 법륜 스님이 행복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를 한권의 책으로 담았다. 

 

우리 마음은 한번 일어나면 잠시 머물렀다가 흩어져서 사라집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마찬가지예요. 마음이라는게 이렇듯 시시때때로 바뀌기 때문에 믿을 게 못 되는데, 문제는 변하는 것을 변하지 않는다고 잘못 알고 있는 데서 괴로움이 생기는 겁니다. 이런 마음의 작용을 알면 상대를 고치겠다고 부질없이 노력하거나, 고쳐지지 않는다고 상대를 미워하는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법륜 스님의 행복 」中 107p. 

 

책의 첫장을 펼치면 법구경의 말을 인용한 구절이 있는데 이 책의 모든 글을 한줄로 요약해 놓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행복도 내가 만드는 것이네 불행도 내가 만드는 것이네 진실로 그 행복과 불행 다른 사람이 만드는 것이 아니네' . 말 그대로 행복도 불행도 스스로 선택한다는 말.. 늘 행복을 찾아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들인데 왜 행복하지 못하는 것일까? 법륜 스님이 말하길 우리가 행복하지 못하는 수많은 이유들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이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나에게 욕을 했을 때, 그 사람은 나에게 쓰레기 봉지를 건넨 것과 같은 이치라고 본다면 우리는 쓰레기는 들고 있는게 아니라 버려야 한다는 단순한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고 계속해서 움켜쥐고선 평생 그 쓰레기를 뒤지고 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절대 나는 행복할 수가 없는 것이다. 쓰레기 봉지를 건네 받았다면 금방 버리면 될 것을 그러지 못하고 내내 그 생각에 사로잡혀 괴로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말 단순한 이치가 아닌가. 

 

내 삶의 주인은 늘 나 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되고 자기자신의 행복은 스스로가 만들어나가는 것이라는 생각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고 해서 남의 불행 위에 내 행복을 쌓으려고 해서는 안될 것이다. 혼자만의 성공으로 행복해지자 하는 마음 보다는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도 함께, 어제보다는 오늘이 더 행복해지자라는 생각을 가져야 할 것이다. 

 

만약 지금 내 주변에 고통받는 사람이 있는데도 내가 남들보다 권력과 재물, 명예와 인기를 더 많이 가졌다면 그것으로 누리는 내 기쁨은 그들의 희생으로 얻어진 것입니다. 그러니 내가 힘들게 일하지 않고 편히 살 수 있는 것은 나보다 힘들게 일하면서도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임을 알아야 합니다.

 

 

「법륜 스님의 행복 」中 189p. 

 

사실 책의 제목보다는 부제가 더 끌렸다. "행복해지고 싶지만 길을 몰라 헤매는 당신에게"  어쩌면 이 책으로 하여금 나를 행복의 길로 인도해줄지도 모른다는 얼토당토않은 생각에?! 하지만 지금 당장 눈앞의 행복을 찾으려는 사람들에게는 이 책 역시 다른 책들에게서 언제나 느끼는 단순한 좋은 말들로만 가득찬 책일지도 모른다. 스님이 전하려고 했던 뜻은 언젠가 찾아올 행복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나 현재 자신에게 와있는 행복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는 이들에게 더 와닿지 않을까 싶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지나고 곱씹어 보면 긴 여운이 남는 글이기에.. 

 

늘 그러하듯이 행복은 멀리있는게 아니다. 행복해지자. 지금 당신은 행복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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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 시드니 걸어본다 7
박연준.장석주 지음 / 난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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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1955년생인 시인 장석주. 아내는 1980년생인 시인 박연준. 두 사람의 나이 차이는 무려 스물 다섯. 십 년을 연애했고, 작년 초 혼인 신고를 했다고 한다. 따로 결혼식을 올린것도 아니기에 문단 내에서도 이들의 결혼과 연애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라한다. 결혼식 대신 그들응 독특한 방법으로 서로가 부부가 됐음을 알렸는데.. 한 달 동안 호주 시드니에서 머물렀던 이야기를 담아낸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라는 책을 크리스마스 이브에 출간하게 되었고, 이날이 두 사람의 결혼기념일로 삼게 되었다고 한다.  함께 시드니로 떠나 한달간 머물렀고, 돌아와서는 각자 글을 쓰고.. 책이 출간 되고나서야 서로의 글을 읽어봤다고 한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있었던 두 사람이지만 이 둘의 글은 닮은듯 또 많이 달랐다.

처음엔 앤 패디먼의 '서재 결혼 시키기'를 떠올리게도 했고 , 남들과는 다른 참 많이 독특한 신혼부부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결혼식을 대신해서 책이라니?! 어쩌면 25살 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차이 때문에 쉽게 말할 수 없었기에 책 출간이라는 방법으로 알리려고 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두사람에게 결혼이라는 의미와 서로가 서로의 책에 첫 독자라는 점에서를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

흔히들 아는 사실이지만 남자와 여자. 참 많이도 다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더 그렇다라고 느낄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함께 경험했던 시드니에서의 시간, 그 공간, 그리고 경험이지만 자신들만의 시각으로 바라보았기에 같은 주제를 이야기하고 있는듯 보이지만 너무나도 다른 시각을 알 수 있었다. 감성적인 듯한 느낌의 아내의 글은 붉은 글씨로, 이성적인 남편의 글은 파란 글씨로 쓰여진 것 처럼 말이다. 나는 여자의 시선이었던 탓일까.. 박연준 시인의 글은 여행 에세이를 읽는 듯 자연스럽게 잘 읽혔다면, 장석주 시인의 글은 좀 더 인문학적인 요소들을 담고 있다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고 조금은 어렵고 지루하다는 느낌도 없진 않았다.
  
남녀의 시각차이이듯 서로 다른 시각을 가졌지만, 서로에 대한 애틋함은 글 여기저기에서 묻어난다. 남편을 JJ라고 부르며 “우리는 새벽의 나무 둘처럼 행복합니다. 잉걸불 속으로 걸어가는 한쌍의 단도처럼 용감합니다"라고 사랑을 알리는 아내. 또 아내를 P라고 지칭한 남편은 과거 1인분의 고독에 웅크려 앉아 그게 깨질까 두려워했으나 이제 2인분의 고독을 덥썩 품어 안는다고 털어 놓는다라는 글만봐도 알 수 있을듯 싶다. 이들이 서로에게 더 애틋하고 사랑할 수 있었던건 아마도 서로 다른 성격 그리고 나이 차이가 난다 하더라도 남녀가 서로를 어떻게 이해하려고 했고 서로 극복하려고 했기 때문이 아닐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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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살아보기 - 한껏 게으르게, 온전히 쉬고 싶은 이들을 위한 체류 여행
김남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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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변함없이 추운 겨울이다. 매서운 칼바람에  꽁꽁 싸매고 다녀도 덜덜 떨림은 어쩔 수 없는. 계속되는 추위에 겨울이 얼른 지나가버렸으면, 혹은 이 겨울을 피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그나마 덜 추운 따뜻한 남쪽 지방이나 해외로 훅~ 떠나고픈 마음이 굴뚝같다. 여름에 더위를 피해 시원한 곳으로 떠나는 걸 피서라고 한다면 추위를 피해서 따뜻한 곳으로 옮긴다는 뜻을 가진 피한. 몸은 이불 속이겠지만.. 책으로나마 따뜻한 남쪽 나라로 피한을 떠나봐야 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펼쳐들었다.

 

너무 익숙해서 특별하지 않고, 아무렇지도 않아 내게는 일상 같았던 엄마. 그런 엄마와 처음으로 둘만의 여행을 떠나왔다. 이 첫 여행에서 낯설고 새로워, 나를 설레게 하는 엄마를 만나고 싶다. 엄마라는 익숙한 존재를 한 사람으로 발견해가는 시간이 될 수 있을까. _ 26p.

 

피한을 떠날 수 있는 여행지는 여러 곳 있겠지만, 작가가 떠난 후 소개한 피한지는 주로 우리나라와는 계절이 달라 추운 계절에 떠나 여름을 즐길 수 있는곳, 발리, 치앙마이, 스리랑카 그리고 라오스 총 4곳에 대해 쓰고 있다. 모두 가본 적은 없지만.. 언젠가 꼭 가보고 싶었던 여행지였기에 더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흔해빠진 관광지 소개가 아닌 12년 동안 80개국을 홀로 다닌 작가의 따뜻한 남쪽 나라 체류여행기라고 해야할까?! 여행지에서 즐길 수 있는 산책과 독서, 휴식, 자연과의 만남과 같은 남들과는 조금 다르기도 하고 느린듯한 체류 여행기 덕택에 잠시나마 추운 겨울이라는 사실을 잊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많은 부분이 부러웠지만.. 가장 부러웠던게 엄마와 함께한 발리에서의 시간이 아닐까 싶다. 물론 더 다정하게 못하고 짜증도 내고 후회도 했다고 하지만 엄마와의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시간이었기에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나도 올해는 엄마와 함게 추억만들기 여행을 꼭 떠나보리라는 야심찬 계획도 세우게 만들고..

 

혼자 여행을 다니면 당연히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내게 된다. 그러니 혼자서도 잘 노는 기술은 필수다. 혼자서 고깃집에 들어가 삼겹살 2인분을 주문해 먹을 배짱까지는 없어도 적어도 혼자 밥 먹는 일이 아무렇지 않아야 한다. 무엇보다 여행지에서 시간이 흐르는 걸 잊어버릴 정도로 몰두할 수 있는 취미가 하나는 있어야 한다. 책 읽기를 좋아하든가, 그림을 그린다든가, 뜨개질을 한다든가, 산책을 즐긴다든가 등등. '멍 때리기'의 대가여도 괜찮다. _56p.

 

한창 추운 시기인지라 제목이 더 끌렸고, 처음 접한 김남희 작가의 책이기도 한 에세이. 여행에세이 쪽에서는 꽤나 유명한 작가인 듯 하다. 많은 독자들을 가지고 있는 걸 보면. 단순 여행기가 아닌 체류기?!에 가까운 글들이었기에 늘 로망으로 꿈꾸던 생활을 대신 이뤄졌던 작가 덕택에 어쩌면 더 공감하고 또  부러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아직 혼자만의 여행을 즐기기엔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하는 나.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아주 느긋하고 여유롭게  또 평화로운 시간을 즐기고 있는 나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나처럼 혼자 즐기기엔 아직 부족한 사람들은 여행사를 통해 딱딱 정해진 코스별로 여행이라는 의미가 단순 쇼핑이나 먹방 여행으로, 또 남들이 소개해 준 여행 코스를 다니는 그런 여행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제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고, 한번도 마주해 본적 없는 새로운 세상으로의 도전적인 여행을 해보고 싶다라는 강렬한 생각이 들었다. 아~ 떠나고 싶다..

 

여행은 더 이상 두려움과 긴장을 안고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모험이 아니다. 클릭 몇 번으로 저렴한 항공권을 끊고, 숙소 예약을 마치고, 블로그에서 필요한 정보를 다 얻은 후에 여행을 떠난다. 갈 곳도 정하고, 볼 것도 정하고, 먹을 것도 정해놓고 친구 혹은 연인과 모든 일정을 함께한다. 뜻밖의 만남이나 발견이 찾아올 여백 자체가 사라진 여행. 단 한 번의 사건이나 사고도 없이 안락하게 머물다 돌아오는 여행. 그런 여행이 대세가 된 시대지만 어쩌다 한 번쯤, '올드 패션'의 여행을 해본다면 어떨까. _ 21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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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선물 - 제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은희경 장편소설 문학동네 한국문학 전집 15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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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우리나라 베스트셀러 작가 중 한명으로 꼽히는 은희경 작가. 가장 자기세계를 이루고 있다고도 하고 특유의 냉소적인 시각으로 삶과 사랑에 대해 그려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작가 중 한명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와는 인연이 닿지 않았던 탓이었던가.. 이제껏 그 유명한 작품들을 한번도 읽은 적이 없었다. 그러다 뒤늦게 접하게 된 '새의 선물' 이 한권으로 화려한 수식이 붙는 작가소개에 그 찬사가 아깝지 않음을 깨달으며 책의 마지막장을 넘길땐 진한 아쉬움을 느끼며 그녀의 다른 작품들을 찾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별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는것도 아니지만 오랫동안 내 기억속에 남을 책이 될 듯 싶다.

 

고달픈 삶을 벗어난들 더 나은 삶이 있다는 확신은 누구에게도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떠난다. 더 나은 삶을 위해서라기보다 지금의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아무 확식도 없지만 더이상 지금 삶에 머물러 있지 않아도 되다는 것 때문에 떠나는 이의 발걸음은 가볍다. 그런 떠남을 생각하며 아줌마는 사라진 버스 쪽을 그렇게 오래도록 바라보고 있는 것이리라.

 

「새의 선물」中 164p.

 

외할머니 손에서 자라는, 일찍 어른이 되어 버린, 그래서 더더욱 어른인 척하는 12살 소녀 진희. 주인공 진희의 시선으로 바라본 우물을 중심으로 살림집과 가겟집으로 나뉜 서흥동 감나무집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초등학생 진희보다도 생각이 어린 철없는 이모, 남편이 죽은 뒤 외아들만 바라보고 사는 장군이 엄마와 장군이, 바람둥이인 광진테라아저씨와 그 모든걸 참고 살아가는 그의 부인, 신분상승이라는 야망을 품은 미스리 언니, 세들어사는  최 선생님 등등 이들의 말과 행동을 진희는 관찰하고 그 내면까지 꿰뚫어본다.

 

누구나 가지고있을 법한 감나무집 사람들의 비밀을 가지고 있는 진희는 어른들이 자신에게 친절한 이유를 자신이 알고 있는 그 비밀을 지키기위해서라는 맹랑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물론 맹랑한 12살 소녀라고 하지만, 그 맹랑함이 영악함은 아니다. 영악하다기 보다는 오히려 너무 일찍 성장해버려서.. 몸은 아직 어린 소녀지만 마음은 다 커버렸기에 영민하고 모든 일에 현명하게 대처하고 있는 듯 하다. 순수함을 가지기엔 자신이 선택하지 않았던 자신의 삶에 의해 너무도 많은 걸 알아버렸고, 그녀의 눈을 통해 본 어른들의 삶 또한 그리 멋지지만은 않다. 그렇기에 상처받지 않기 위해 누구에게든 자신의 본심을 드러내지 않고 빈틈없이 닫고 있는 듯 하다.

 

슬픔. 그렇다. 내 마음속에 들어차고 있는 것은 명백한 슬픔이다. 그러나 나는 자아 속에서 천천히 나를 분리시키고 있다. 나는 두 개로 나누어진다. 슬픔을 느끼는 나와 그것을 바라보는 나. 극기훈련이 시작된다. '바라보는 나'는 일부러 슬픔을 느끼는 나를 뜷어져라 오랫동안 쳐다본다. 찬물을 조금씩 끼얹다보면 얼마 안가 물이 차갑다는 걸 모르게 된다. 그러면 양동이째 끼얹어도 차갑지 않다. 슬픔을 느끼자, 그리고 그것을 똑똑히 집요하게 바라보자.

 

「새의 선물」中 229p.

 

내가 태어나기도 한참 전인 60~70년대의 한국 사회를 생생하게 그려놓은 ... 물론 이 시기를 겪어보지는 않았지만 늘 이시대 배경의 소설들을 읽으면 왠지모를 뭉클함?!같은 그런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렇기에 진희의 이야기가 더 공감되면서도 안타까우면서도 무언간 특별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어찌보면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담담하게 써내려가는 진희였기에 더 많이 와닿았다.

 

나이가 어리면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해버리기 일쑤다. 하지만 사실은, 나 역시도 겪어봤지만 삶을 안다는 건 나이와는 상관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삶이라는 것에 대해 너무 일찍 깨달아 버려서 안타깝기도 했지만, 그렇다고해서 나쁜 삶이라고는 할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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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에서 하늘 보기 - 황현산의 시 이야기
황현산 지음 / 삼인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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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글 좀 쓴다하는 사람들은 sns에 짧은 글을 올려놓고 자기가 마냥 시인인척 으시대곤 하는 사람들이 많다. 짧은 글이라고 해서 다 시!라고 할 수 없는데.. 말장난을 시라고 말하는 그런 사람들말이다. 물론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일으킨다라는 점에선 마냥 아니다~라고 할 수는 없지만 요즘 유향하는 시들은 내가 생각하는 시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쉬운 듯 어렵게 읽히는 글 . 바로 시 라는 장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떠한 글을 읽을 때, 그 이야기가 가진 주제?!라든지 독자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를 찾게 된다. 소설이나 에세이와 같은 글들은 읽으면 그 작가가 의도하는 바를 깨닫기 쉬운데 시라는 장르는 문학적인 지식이 조금 부족한 탓일까.. 시인이 의도하고자 하는 바를 미처 깨닫지 못하고 그냥 그 시 그대로만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일까.. 읽기에는 참 짧고 쉬운 글이지만 손이 가지 않는 장르 중 하나였다.

시 라는 장르가 마냥 어렵게만 느껴지는 나에게 이 책은 순전히 작가의 명성 때문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던 책이기도 하다. 칠순의 나이에도 트위터를 시작하며 독자들과 소통을 시작한 것으로도 유명하고, 문학평론가 겸 불문학자이신 황현산 씨. 처음엔 책 제목이 특이하다라고만 생각했는데 읽고나선 그 의미를 조금이긴하지만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우물 속에서만 하늘을 바라보듯이 편협한 시선으로 시를 읽는다면 그 정서와 감성을 다 느낄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시에 함축적으로 담겨있던 의미를 깨닫기 위해선 더 넓고 또 자유롭게 글을 이해하고 바라봐야 한다라고 말하는게 아닐까 싶다.

사실 이 책을 읽는데 다른 책들보다는 좀 더 오랜 시간을 투자했던 것 같다. 읽기 힘들 정도로 글이 어려웠다라던가 재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분명히 내가 잘 아는 시임에도 불구하고 잘 알지 못했던.. 깨닫지 못했던 부분들을 생각하면서 읽다보니 조금 더 시간을 들였던 것 같다. 물론 많은 부분에서 좋았던 책이긴 하지만.. 아직까진 시가 어려운건 어쩔 수 없는 듯 하다.

" 책 한 줄 읽지 않고도 모든 것을 다 아는 우리들은 '산다는 게 이런 것이지'같은 말을 가장 지혜로운 말로 여기며 살았다. 죄악을 다른 죄악으로 덮으며 산 셈이다. 숨 쉴 때마다 들여다보는 핸드폰이 우리를 연결해주지 않으면, 힐링이 우리의 골병까지 치요해줄 수 없으며, 품팔이 인문학도 막장드라마도 우리의 죄를 씻어주지 않는다. 실천은 지금 이 자리의 실천일 때만 실천이다. 진정한 삶이 이곳에 없다는 말은 이 삶을 포기하자는 말이 아니라, 이 삶을 지금 이 모양으로 놓아둘 수 없다는 말이다." _ 9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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