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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에서 하늘 보기 - 황현산의 시 이야기
황현산 지음 / 삼인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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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글 좀 쓴다하는 사람들은 sns에 짧은 글을 올려놓고 자기가 마냥 시인인척 으시대곤 하는 사람들이 많다. 짧은 글이라고 해서 다 시!라고 할 수 없는데.. 말장난을 시라고 말하는 그런 사람들말이다. 물론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일으킨다라는 점에선 마냥 아니다~라고 할 수는 없지만 요즘 유향하는 시들은 내가 생각하는 시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쉬운 듯 어렵게 읽히는 글 . 바로 시 라는 장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떠한 글을 읽을 때, 그 이야기가 가진 주제?!라든지 독자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를 찾게 된다. 소설이나 에세이와 같은 글들은 읽으면 그 작가가 의도하는 바를 깨닫기 쉬운데 시라는 장르는 문학적인 지식이 조금 부족한 탓일까.. 시인이 의도하고자 하는 바를 미처 깨닫지 못하고 그냥 그 시 그대로만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일까.. 읽기에는 참 짧고 쉬운 글이지만 손이 가지 않는 장르 중 하나였다.

시 라는 장르가 마냥 어렵게만 느껴지는 나에게 이 책은 순전히 작가의 명성 때문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던 책이기도 하다. 칠순의 나이에도 트위터를 시작하며 독자들과 소통을 시작한 것으로도 유명하고, 문학평론가 겸 불문학자이신 황현산 씨. 처음엔 책 제목이 특이하다라고만 생각했는데 읽고나선 그 의미를 조금이긴하지만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우물 속에서만 하늘을 바라보듯이 편협한 시선으로 시를 읽는다면 그 정서와 감성을 다 느낄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시에 함축적으로 담겨있던 의미를 깨닫기 위해선 더 넓고 또 자유롭게 글을 이해하고 바라봐야 한다라고 말하는게 아닐까 싶다.

사실 이 책을 읽는데 다른 책들보다는 좀 더 오랜 시간을 투자했던 것 같다. 읽기 힘들 정도로 글이 어려웠다라던가 재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분명히 내가 잘 아는 시임에도 불구하고 잘 알지 못했던.. 깨닫지 못했던 부분들을 생각하면서 읽다보니 조금 더 시간을 들였던 것 같다. 물론 많은 부분에서 좋았던 책이긴 하지만.. 아직까진 시가 어려운건 어쩔 수 없는 듯 하다.

" 책 한 줄 읽지 않고도 모든 것을 다 아는 우리들은 '산다는 게 이런 것이지'같은 말을 가장 지혜로운 말로 여기며 살았다. 죄악을 다른 죄악으로 덮으며 산 셈이다. 숨 쉴 때마다 들여다보는 핸드폰이 우리를 연결해주지 않으면, 힐링이 우리의 골병까지 치요해줄 수 없으며, 품팔이 인문학도 막장드라마도 우리의 죄를 씻어주지 않는다. 실천은 지금 이 자리의 실천일 때만 실천이다. 진정한 삶이 이곳에 없다는 말은 이 삶을 포기하자는 말이 아니라, 이 삶을 지금 이 모양으로 놓아둘 수 없다는 말이다." _ 9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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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내 영혼에 바람이 분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페루, 내 영혼에 바람이 분다 - 그리움을 안고 떠난 손미나의 페루 이야기
손미나 지음 / 예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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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 당시 솔직한 심정은 그랬다. '이렇게까지 해가면서 꼭 페루에 가야하나...'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 준비 과정이 제아무리 험난하다 할지라도 일생에 한 번쯤은 페루 땅에 발을 딛고 쿠스코(Cuzco)의 파란 하늘을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그 푸르름을 다시 한 번 내 두눈에 담을 수만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몇 번이고 그 과정을 기꺼이 반복할 것이다."_ 17p.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 여행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시점이 있다. 지친 회사생활과 반복되는 일상에 뭔가 변화를 주고 싶을때 마다 그러한 생각이 드는것 같다. 하지만 현실은 내가 떠나고 싶다고 해서 마구 떠날 수 있는 건 아니다. 또한 여행을 떠나기 위해서 준비해야 될 것들. 또 버려야 할 것들... 참 많은 문제에 부딪히기도 한다. 물론 떠나려고 진짜 마음 먹었다면 아무 미련 없이 떠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여행이라는 단어는 떠올릴때마다 뭔가 두려우면서도 설레임을 동시에 주는 그러한 단어이다. 현실에선 바로 떠날 수 없지만, 그럴때마다 찾는게 바로 이러한 맘에 활력을 대신 불어일으킬 수 있는 여행서적들이 아닐까 싶다. 내가 지금 당장 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해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뭐.. 그런..

"페루 여행은 인간으로서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확인할 수 있어 더욱 감사한 시간이었다. 자연이 허락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들을 마주하면서 한없이 낮아지던 경험. 때로는 그저 겸허하게 받아들이거나 포기하는 것이 인간의 숙명이라는 깨달음. 인간 능력의 유한함을 인정하고 교만함을 버릴수록 영혼이 자유롭고 평화로운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소중한 진리. 이것이 바로 페루 여행에서 얻은 첫 번째 가르침이었다._   115p.
 
이제는 아나운서, 방송인 이라는 타이틀보다는 여행작가라는 이름이 더 익숙한 손미나 씨. 그녀가 3년만에 선보인 여행 에세이는 안데스의 신비라고도 불리고 낯설기도 하지만 또 세계 불가사의 중 하나로 손꼽히는 마추픽추가 있어 익숙한 듯한 나라 페루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일생에 한번쯤은 가보고 싶은 곳으로, 열대 우림과 사막, 고산 등 모든 자연환경을 느낄 수 있는 뭔가 특별한 장소인듯한 곳이기도 한 나라이기에 더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고, 전작들도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읽기전부터 기대가 컸다.
 
준비에서부터 쉽지 않았던 페루. 멀기도 멀었고..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맞는 주사만 해도 진을 빼놓을 정도로 아프고... 또 여행하는 동안 괴롭게 만들었던 고산병 까지. 그 외에도 많은 힘든 요소들이 많았던..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인..페루에서 꼭 보고싶었던..아니 봐야했던 콘도르 때문에 그녀는 이 모든 힘든 역경들을 다 이겨내고 페루를 가야했던게 아닐까 싶다. 은색 무늬에 검정 날개, 단단한 부리와 매서운 눈매를 가진 영적인 동물이라고도 하는 콘도르. 그녀는 인간 세상과 신의 세계를 잇는 신비로운 동물이라 믿었고, 그렇기에 콘도르로 인해 아버지를 다시 한번 가까이서 느끼고 싶었던 것이다.

"긴 여행의 끝을 코앞에 두고 있던 그때, 우리로서는 그레고리가 어떤 놀라운 선물들을 안겨줄 사람인지 제대로 짐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 와 생각해보면 그를 만난 것은 정말로 우연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래, 그럴 것이다. 우리는 운명적인 여행 친구와 함께 떠나는 또 다른 여행을 위해 다시 한 번 짐을 꾸렸다."  _248p.
 
사실 예전에는 어딘가를 여행할 땐 꼭 유명한 곳에 가서 인증샷을 찍고, 관광지를 둘러보는게 여행의 목적이었다면 지금은 다른 목적에서 여행을 떠난다. 손미나 작가 역시 3년 전 아버지를 잃고 마음을 치유하고 힐링이 필요했기 때문에 페루로 떠났듯이 이제는 여유를 가지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데 더 치중하는 여행을 하는 편이다. 사진으로만 봐도 멋진 페루라는 나라를 여행하는 재미에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거.. 물론 양이냐 알파카냐 하는 문제때문에 약간의?! 사소한 트러블도 있긴 했지만.. 또 새로운 인연들을 만나는거.. 그것이야 말로 아픈 마음이나 지친 몸을 위로해주는 진정한 여행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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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서점 주인이 되었습니다 - 빈의 동네 책방 이야기
페트라 하르틀리프 지음, 류동수 옮김 / 솔빛길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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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을 하나 인수했다.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서점이다. 얼마 전 우리는 숫자가 적힌 메

일 한통을 써 보냈다. 응찰 가격이었다. 물론 그 금액은 우리 수중에 없었다. 그리고 몇 주 뒤 답신이 왔다.

 

귀하가 서점을 인수하셨습니다!

 

「어느 날 서점 주인이 되었습니다」中 5p.

 

초등학교를 다닐 적엔 동네에 가끔씩 보였던 작은 서점. 요즘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시내를 나가면 온갖 종류의 책들로 가득찬 대형 서점들도 있고, 한번의 클릭으로 원하는 도서를 집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도 있기에 점차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요즘엔 동네의 작은 서점들이 사라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도 모르겠다. 사실 동네에 서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찾지 않는 이유가 대형서점을 가선 책을 사지 않더라도 몇시간씩 시간을 떼우며 읽고, 책구경을 해도 아무도 뭐라하지 않기에 가끔 찾는 경우도 있지만, 다양한 책보다는 문제집이나 수험서를 더 많이 보유하고 있는 동네 서점엔 책구경을 갈리는 없지 않겠는가.. 물론 제주도의 책밭서점이나 소심한 책방, 진주의 소소책방과 같은 일부의 서점들이 새로운 시도를 하며 동네서점 살리기에 앞장서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힘든게 현실이라고 한다.

 

집세를 낼 정도는 될까? 월급 줄 돈은 마련할 수 있을까? 당장 수중에 없는 돈을 한 해 내내 지출할 수 있을까? 빚은 갚을 수 있을까? 한번은 남편에게 물어보았다. 그는 언제나 모든 것을 통계로 포장하고 엑셀 도표와 무슨 리비도적인 관계를 갖고 있는 대형 컴퓨터 같은 남자다.

"우리가 도대체 가난한 거야, 부자야? 말 좀 해 봐."  그는 나를 의심스럽다는 듯 쳐다보더니 천천히 말했다.

"나도 정확히는 몰라. 하지만 부자는 아니야."

 

「어느 날 서점 주인이 되었습니다」中 85p.

 

이렇게 동네 서점이 망해가는 현실을 보고 느끼는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이.. 어느 날 운명처럼 서점 주인이 된 사람이 있다. 독일 함부르크에 살던 저자는 오스트리아 빈에 사는 친구집에 놀러갔다가 유서 깊은 서점이 폐업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그로 인해 모든 일상이 바뀌게 된다. 직접 서점을 보고나서 꼭 그곳을 인수하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되고, 수중에 돈도 없으면서 덜컥 낙찰을 받게 된다. 익숙하고 안정적이던 현재의 일상들을 모두 버리고 온 가족이 오스트리아 빈으로 가서 새로운 일상을 맞이하게 된다.

 

어떻게 본다면 엄청 무모한 시작이 아니었나 싶다. 입찰로 서점을 낙찰받게 되었으나 돈이 없어서 친구나 은행에 꿔서 인수를 하게 되었고, 서점의 리모델링이나 대출, 법적 자문을 다양한 분야의 모든 친구들을 총 동원해 그들의 협력을 통해 서점을 꾸려나가게 된다. 심지어는 어린 딸의 양육까지도 주변인들의 도움을 받고 혹은 딸 혼자서 스스로 컸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걸로 봐선 무모한 부부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 무모한 시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서점은 처음부터 성공의 가능성을 보였다. 일도 너무 많고 손님도 줄을 이었기에 직원을 더 많이 채용하고, 사무실을 넓히고, 온라인 서비스도 진행하고 또다른 서점까지 운영하게 되면서 폐점 위기에 있었던 빈의 작은 서점이 부활하여 10년 째 굳건하게 운영 되고 있다.

 

"300부 주세요."

영업사원이 깜짝 놀라 나를 쳐다보았다. 미친 게 아닌가 하는 눈길로 말이다. 하지만 300부는 시작에 불과했다.

 

「어느 날 서점 주인이 되었습니다」中 167p.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본다면 서점에 사람이 들끓는다는 사실이 다소 놀라울 뿐이다. 과연 무엇이 빈의 작은 서점을 사람들로 하여금 자꾸만 찾게 만드는 것일까? 술술 읽히는 책만 봐도 저자가 놀라운 입담을 가지고 있는것을 알수 있을터.. 물론 그 입담 하나만으로 서점을 운영한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또 아니라고는 못할 요소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운영하는 서점은 단지 책만 사고파는 동네 서점이 아닌 그 지역 주민들 모두가 쉽게 찾을 수 있는 소통의 장이 되었기에 성공의 궤도를 달리는게 아닐까?! 낭독회를 열기도 하고 열정적인 직원들로 가득차 책을 추천해주고기도 하고, 온라인 서점도 운영해 편의성도 더하고.. 자꾸만 찾고싶은 서점으로 자리잡았기에 굳이 이 서점을 찾는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동네의 서점들을 자꾸만 떠올리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동네 서점에서도 이처럼 원하는 책들을 구해줄 수도 있을것이다. 단지 우리가 편리함에 익숙해져서 이러한 사실을 잊고 있는 건지도 모르지... 물론 굳이 책을 읽지 않아도 할 것도 많고 바쁜 것도 많은 요즘 사람들이 책의 중요성을 깨닫고 재미를 알게된다면 사정이 달라질 지도 모른다. 하지만 책을 읽지 않는 독자들만 나무랄게 아니라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서점들도 새로운 시도들을 통해 소통을 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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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요일의 기록 - 10년차 카피라이터가 붙잡은 삶의 순간들
김민철 지음 / 북라이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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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해 여러 시절을 살아 온 지금, 나는 더 이상 책을 정갈하게 보는 것에 관심이 없다. 줄을 긋고, 생각을 메모하며 책을 못살게 굴고 싶다. 그렇게 못살게 굴어도 나는 그 책에 대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어쩌면 그 책을 읽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해야 할지도 모를 수준이니까.

 

「모든 요일의 기록」中 32p.

 

요즘들어 자꾸만 깜빡깜빡한다. 어제 일도 기억이 잘 안나는데... 심지어는 검색창을 띄워놓고 '나 뭐 검색할려고 했지?'하면서 멍~하게 있던 적도 있다. 그래서 책을 읽고 나서는 서평을 남기려고 하고, 맛있는 곳이나 여행을 다녀온 이후엔 꼭 짧은 글이나 블로그에 써서 기록으로 꼭 남길려고 한다. 하지만.. 남긴 글들을 다시 접했을 땐, 내가 그랬어?! 이 책이 그런 내용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있긴 하지만.. 

 

어쩌면 내 상황과 비슷한 제목때문에 더 이 책이 끌렸는지도 모르겠다. 같은 구절을 수백 번 읽어도 고스란히 잊어버리는 특별한 능력을 갖춘 10년차 카피라이터 김민철 작가.. 흔히들 생각하길.. 남자라 생각하기 쉬운 이름이지만 사실은 여자!!!라는 사실ㅋ어쨌든 평범한 일상일 수도 있는 그녀가 읽고, 보고, 듣고, 느낀 경험들을 머리가 아닌 기록으로 써내려간 한권의 책이다.

 

여행은 감각을 왜곡한다. 귀뿐만 아니라 눈과 입과 모든 감각을 왜곡한다. 그리고 우리는 기꺼이 그 왜곡에 열광한다. 그 왜곡을 찾아 더 새로운 곳으로, 누구도 못 가본 곳으로, 나만 알고 싶은 곳으로 끊임없이 떠난다. 그렇게 떠난 그곳에선 골목마다 프리마돈나가 노래를 한다. 이름 모를 클럽마다 라디오헤드가 연주를 한다. 나뭇잎까지도 사각사각 잊지 못할 소리를 들려준다. 햇빛은 또 어떻고, 들어본 적 없는 음악들로 세상이 넘쳐난다.

그 왜곡의 음악을 듣기 위해 오늘도 여행 계획을 세운다. 그 미세한 음악까지 놓치지 않을 정도로 귀가 열린, 마음이 열린 나를 만나기 위해 오늘도 어쩔 수 없이 여행을 꿈꾼다.

 

「모든 요일의 기록」中 130~131p.

 

처음 책을 읽을 땐, 평범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누구나 쓸수 있는 그런 평범한 일상들의 기록들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저자의 화려한 이력?들을 알고 나면 이 평범한 기록들이 있기에 그녀가 카피라이터로써 인상적인 아이디어들을 쓸 수 있지 않았나 싶다. 화려한 이력이라고 한다면야 '여덟단어', '책은 도끼다'라는 책으로 인문학에 대한 접근을 좀 더 쉽게 했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광고인이  박웅현 씨와 11년동안 함께 일하는 동료라는 사실과 우리도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네이버의 '세상의 모든 지식', e 편한세상의 '진심이 짓는다' 와 같이 유명한 광고문구들을 모두 그녀가 썼다는 점이다.

 

카피라이터라고 한다면 뭔가 창조적이고 반짝반짝한 아이디어들이 샘솟는 사람들이 하는 매력적인 직업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작가 본인은 스스로를 평범하다고 말한다. 특히 '기억'과 관련된 머리는 평균 이하임이 틀림없다고 스스로를 평가한다. 그렇다면 그 유명한 광고 문구들은 어떻게 나온 아이디어일까? 기억의 순간들을 글로 남겼다고 해서 모든게 다 기억되는 건 아닐텐데 말이다. 어쩌면 책이나 음악등을 통해서 그 감정을 배웠고 기억은 나지 않겠지만 그때의 어떤 감정이나 그 기억들은 몸 어딘가에 남아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60살의 나를 모른다. 짐작조차 할 수 없다. 그렇기에 그 모든 세월을 통과한 노인들을 볼 때면 늘 뛰어가서 사진을 찍는 걸지도 모른다. 그들 각각의 시간을 사진으로 찍으며 막연하게 나의 사간을 상상해보는 걸지도 모른다. 60이 되었을 때 나의 색깔, 그 상상만으로도 마음은 이미 핑크빛으로 두근거린다.

 

「모든 요일의 기록」中 190p.

 

10년차 카피라이터가 쓴 글이라고 해서 엄청 재미난 글들을 상상했었다. 하지만 막상 책을 펼쳐들고 덮을 때까지 재밌었다 라거나 웃겼다, 감동적이었다 하는 느낌은 아니었다. 뭐 딱히 대단한 의미가 있는 글도 아니었으니까.. 단지 이 책이 어떤 면에서는 공감적이었다라고 할 수는 있을 것 같다. 무언가 경험해본다~라고 해서 그 경험들이 오롯이 내것이 되는 것도 아닐테고, 기록한다~라고 해서 모든 기록들을 다 기억할 수는 없다. 하지만 경험을 할때, 또 기억을 할때 뭐든 열심히 배우려하고 최선을 다하면 언젠간 그게 밑바탕이 되어 온다라는 걸 작가가 말할려고 했던 건 이런게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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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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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줄 알았다. 지금껏 우리 가족 이외의 다른 가족들이 어떻게 사는지, 상상도 안 해봤던 것이다.

 

「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中 39p.

 

뭔가 굵은 주제가 아닌,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내는 일본의 대표작가 에쿠니 가오리. 소설에서 부터 에세이까지 폭넓은 작품을 써냈고, 특히 감각적인 문체로 써내려가는 연애 소설은 독보적이라 할만큼 두터운 팬층을 가지고 있는 작가라 할 수 있다. 공백없이 꾸준히 작품활동을 하는지라 아직 읽지 않은 책들도 수두룩 하다. 사실 읽지 않았다고 하는게 더 맞는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단편집들을 읽었을 때 종종 독특하다~!! 하는 느낌을 넘어서서 특이하다? 이상하다?!라는 생각이 들때가 있어서 잘 읽지 않았던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오랜만에 다시 읽게 된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이라 반갑기도 했고, 제목에서부터 풍기는 호기심에 책을 선택하게 된 것 같다.

 

그날 밤, 나는 욕조 안에서 난생처음 우리 집을 조금 걱정했다. 언니와 우즈키를. 우즈키에게는 아사미 씨라는 또 한 사람의 엄마가 있고, 언니에게는 기시베 씨라는 또 한사람의 아빠가 있다. 그것이 만약 흔한 일이 아니라면, 우즈키나 언니에게는 앞으로 뭔가 안 좋은 일, 곤란한 일이 생기진 않을까? 막연히 그런 생각이 들었다.

 

「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中 52~53p.

 

3대에 걸친, 약 100년 동안이라는 긴 시간 동안의 평범한 대가족들의 이야기를 600페이지에 달하는 한권의 책 속에 담아놓았다. 지은 지 70년 가까이 되는 서양식 대저택에 살고 있는 언뜻 보면 평범하고 아주 행복해 보이는 야나기시마 일가는 겉으로 봤을 때는 아무 문제 없는 그런 흔한 대가족처럼 보인다. 할아버지와 러시아인 할머니에 이모와 외삼촌이 함께 살고 있고, 아이 넷 가운데 둘은 아버지 혹은 어머니가 다른... 그렇기에 가족 개개인의 사연을 들어보면 기구하면서도 아주 특이한 그런 가족의 일대기라고 할 수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다른 형제들은 미화시키기는 했지만, 사실 엄밀히 말한다면 불륜으로 태어난 아이들이라 할 수 있고, 이 아이들은, 그 전 세대인 이모와 외삼촌 엄마도 포함해서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는 학교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공부를 시킨다는 독특한 교육 방침 아래서 성장한다. 선을 보고 결혼 한 남자와 6개월만에 파경을 맞은 유리 이모,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외삼촌 기리노스케, 권위적인 할아버지까지.. 독특한 생활방식에 걸맞게 가친관 또한 독특한 각각의 구성원들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살아가게 된다.

 

"소금도 같이 가져다주시는 거 잊지 마시고요." 내 말에 여느 때처럼 기리노스케는 웃었다.

"라이스에는 소금을." 암호를 중얼거린다. 그래서 나도 말했다.

"그래, 유리. 라이스에는 소금을!"

이건 우리 세 사람에게만 통하는 표현으로 굳이 번역하자면 '자유 만세!'다. 공기에 든 흰쌀밥은 그대로도 맛있어 보이는데 접시에 담긴 밥에는 왜 그런지 소금을 치고 싶어진다. 우리 셋 다 그렇다. 하지만 예의 없어 보이고 소금을 과잉 섭취하게 된다는 이유로 어릴 적에는 할 수 없었다. 따라서 '성인이 되어 다행이다, 자유 만세'라는 의미다.

 

「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中 290~291p.

 

소설은 각 장이 바뀔 때마다 화자가 바껴서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시대와 장소를 바꿔가며 하고 또 그 속에서 자신의 삶 속에서 만날 수 있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80년대 였다가 2000년대로 또 70년대의 어느날로.. 독특한 구성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기에 처음에는 약간 혼란스럽기도 하고 누구의 이야기인가 하고선 막 유심히 읽었다가 뒤로 갈 수록 몇 줄만 읽으면 아~ 누구의 이야기구나 하고 알 수 있었다. 뭔가 특별할 것 같은 가족이야기 이지만 작가 특유의 담담함으로 그려냈기에 그리고 사실 처음엔 막 몰입?!까지는 아니더라도 술술 잘 읽히기에 열심히 읽었다면 후반부로 갈 수록 조금 지루해지는 느낌은 없지 않았다.

 

가족이라고 하면 늘 함께 생활하기에 서로를 다 아는 사이라고 쉽게 말하기 쉬운데, 이 책에서 느낀 가족들처럼 사실은 아주 가까이 있는 가족이라고 해도 또 평생을 함께 한다고 해도 서로를 알지 못하는 각자의 시간이 존재할 것이다. 책을 읽고 나서 나는 과연 우리 가족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고 또 내가 알고 있는 사실만으로 다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엄청 근사한 집이었어요, 그렇죠?" 다카오가 뭔가 작은 소리로 말을 걸어왔지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무언가 따뜻한 기분이 들고, 거기에 내 스스로 당황하고 있었다. 미혼인 채 아이를 낳는 데에는 적지 않은 각오가 필요했을 테고, 더구나 본부인이나 그 가족들에게 환영받았을 리 없다. 하지만 한곳에 모여 손을 흔들고 있던 그들은 행복한 대가족처럼 보였다.

 

「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中 41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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