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안녕 - 박준 시 그림책
박준 지음, 김한나 그림 / 난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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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온도를 가진 말, 안녕.
이 짧은 말 안녕에는 꿈,행복,설렘,아쉬움..
따뜻하고 때론 차가운 감정을 가진 안녕, 오늘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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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맥주 한 잔 퇴근 후 시리즈 8
조호철 지음 / 리얼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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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이 더운 날 퇴근 후 말끔하게 샤워하고 난 뒤, 시원하게 마시는 한 잔의 맥주는 하루의 피로감과 갈증을 떨칠 수 있는 최고의 청량감을 선사해 준다. 친구들과 함께여도 혼자여도, 마시기 편하고 간단히 딱 한잔만 하기 좋은 맥주! 그 한모금의 행복이란 마셔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과거엔 비싼 수입 맥주 대신 국산 맥주만 마셨다면 지금은 너무도 다양한 맥주들을 손쉽게 구할 수 있기에 맛도 잘 모르면서 수입맥주를 즐겨 마시는 편이다. 맥주에도 발효맥주인 라거 부터 단맛과 과일, 꽃향기를 느낄 수 있는 에일 맥주, 이색적인 맛의 다양한 수제맥주가 있는데 사실 뭐가 뭔지도 모르면서 마시는 맥주가 대부분이다. 그냥 입에 잘 맞은거 같으면 다음번에도 선택하는 그런?!맥주 유목민과도 같은 사람이기에 국세청주류면허지원센터에서 20년 간 술을 연구하고 평가했던 찐 술 박사가 들려주는 맥주의 모든 것을 알려주는 이 책 한권으로 이제는 좀 더 만족스러운 맥주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맥주는 평범한 듯하면서도 느껴지는 깊은 맛과 종류에 따른 미묘한 차이가 매력적이다.

기원전 부터 시작된 맥주의 역사는 전세계적으로 퍼졌고, 대량생산 라거 맥주가 맥주시장을 점령해 나갔다. 이처럼 라거 맥주가 흔하던 때, 미국에서는 집에서 직접 맥주를 만드는 홈 브루밍이 유행했고, 최미삼아 빚던 특별한 맥주를 작은 양조장을 설립해 이웃에게 조금씩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크래프트 맥주' 또는 '수제 맥주'라 불린다고 한다. 대형 양조장에서 이제는 비슷비슷한 맛과 향기로 획일화 된 라거 맥주만 마셨던 사람들이 깊고 진한 크래프트 맥주의 맛에 열광했고, 그 수요가 점차 증가해 새로운 맥주 시장이 열리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1984년 처음 맥주 수입이 개방화되었고,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의 시행으로 현지 맥주를 접할 기회가 늘어났다. 국내에서는 맛보지 못한 새로운 맥주를 경험해 본 젊은 층들은 다양한 맥주를 찾았고, 획일화 된 국내 맥주 대신 수입 맥주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점차 수입 맥주의 관세 철폐가 이루어지면서 편의점에는 4캔 만 원이라는 파격적인 상품이 등장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튀지 않는 몰트 향, 쌉싸름한 홉의 풍미, 풍부한 청량감, 부드러운 목 넘김이 매력적인 맥주.

체코의 자존심이라 할 수있는 쌉싸름한 맛이 강한 필스너 우르켈, 약간의 달콤한 맛을 느낄 수 있는 파울라너 맥주, 청량감이 뛰어난 하이네켄, 버드와이저 등 흔히 우리가 아는 다양한 수입 맥주부터 처음 들어본 맥주들의 몰랐던 배경, 맛, 향 들을 안내해주고 있어 내 취향과 내 입맛에 적절한 맥주를 고르는 팁을 알 수 있었다. 또, 더 맛있는 맥주를 즐길 수 있는 맥주의 보관법이라든지 맥주잔 고르는 법, 어울리는 안주까지 소개해 주고 있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별생각없이 읽기 시작한 책이지만 술술 읽히는 만큼 아는 것도 많아졌기에, 맥주 유목민에서 이제는 맥주에 대한 약간의 지식을 갖춘 이로써, 좀더 다양하고 맛있게 "퇴근 후, 맥주 한 잔"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퇴근 후 마실 맥주 한잔을 생각하며 오늘도 힘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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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사람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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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안에 있던 여자 하나가 권총을 보고 "어머,어떡해. 강도가 들었어요!"라고 외쳤고, (......) "아뇨......! 아뇨, 강도가 아니라..... 나는 그냥......."이라고 외쳤다가 생각을 바꿔서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음, 어쩌면 강도일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여러분이 타깃은 아니에요! 어쩌면 지금 이건 인질극에 가까울지 몰라요! 그 점에 대해서는 매우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오늘 하루가 참 복잡하게 꼬였네요!"

새해 이틀 전 날, 현금이 없는 은행을 털려했던 강도가 있었다. 정확히 6천 5백 크로나를 요구하던 그는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고 빈 손으로 경찰을 피해 도망갔고, 우연히 고개를 돌렸다. 그러다 어느 아파트 문이 열린 것을 보았고, 그곳은 마침 매물로 나온 아파트라 구경하는 잠재 고객들로 버글거리는 곳이었다. 그렇게 얼떨결에 인질극이 벌어졌고, 몇시간 뒤 별다른 대안없던 은행강도는 항복했다. 인질 여덟 명, 잠재 고객 일곱명과 부동산 중개업자 한 명이 무사히 풀려났고, 이후 아파트를 습격한 경찰들은 그곳에서 아무도 찾을 수 없었다. 인질극을 벌이던 은행강도는 대체 어디로 사라진걸까?

현관홀에 혼자 남겨진 은행 강도는 권총을 움켜쥔 채 조용히 중얼거렸다.

"최악의 인질이야. 당신들은 역대 최악의 인질이야."

데뷔작 '오베라는 남자'로 대성공을 거둔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의 신작 소설이다. 전작들에서 매력적인 주인공과 탄탄한 스토리로 따듯한 감성을 더해주고 위트있는 문체로 읽는 재미를 준 작가이기에 이번 책도 무척 기대가 컸다. 단순 은행강도의 인질극 같지만 사실 그보다 바보들의 이야기라 할 수 있겠다. 그의 작품에는 늘 하나의 강렬한 캐릭터가 주도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갔다면, 이번 소설에서는 개성 강한 제각각의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떨리는 손으로 권총을 든 채 인질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하는 은행강도의 웃픈 인질극에는 그보다 더 바보같은 인질들이 있다. 인질이 된 상태에서도 은행 강도에게 한마디도 지지 않고, 자기 입맛에 맞는 다양한 피자를 요구하고, 남은 피자를 랩으로 잘싸서 냉장고에 넣을 정도로 대단한 이들이라 할 수 있다. 퇴 후 아파트를 사서 리모델링해서 되파는 부부, 출산을 앞둔 신혼부부, 콧대 높은 은행 고위 간부, 겁 많고 시끄러운 부동산 중개업자 그리고 아흔살의 노파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거기에 2대에 걸친 경찰 부자까지 합세해 끊임없는 바보 같은 모습으로 상황을 악화시킨다.

"우리 걱정은 하지 마요." 율리아가 구슬렸다.

"사실 우리는 거짓말할 필요가 없어요." 로게르가 말했다. "그냥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인 척하면 돼요."

안나레나는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은행 강도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로게르 말이 맞아요. 그냥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인 척하면 돼요. 당신이 복면을 계속 쓰고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른다고 할게요."

막힘 없이 술술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참 매력적인 작가다. 그만큼 스토리가 재미있고 유쾌하다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10년 전 다리 위에서 뛰어 내린 남자, 인질들, 경찰 부자 그리고 은행강도까지 전혀 연결점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하나의 사건으로 엮이고, 다양한 매력을 뽐내는 인물들은 저마다의 불안함과 고독, 외로움을 가지고 있다. 한치앞을 내다 볼 수 없기에 많은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함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인생은 계획 한 대로만 흘러가지 않으니 말이다. 위태롭고 불안하고 고독하고 외롭고.. 어쨌든 이 불안함 속에서도 오합지졸 같은 인질들의 바보같은 행동으로 해피엔딩으로 결말을 맞을 수 있었기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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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인 러브
마르크 레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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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 살고 있는 피아니스트 토마 앞에 세상을 떠난 지 5년이 지난, 아버지 레몽이 유령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의사였던 아버지는 늘 바빴고 서로 그리 각별한 사이는 아니었기에 토마는 너무도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그동안 제대로 알지 못했고 이해하지 못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다소 황당스러운 아버지의 부탁을 받게 된다. 그건 바로, 자신의 엄마가 아닌 다른 여자와의 못다 이룬 사랑을 이루게 해달라는 부탁이었다. 다소 허무맹랑한 유령의 소원이고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어느새 말 많고 까탈스러운 아버지의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토마는 아버지 유령과 함께 이상한 여행을 하게 된다.

나는 멋진 인생을 보냈고, 네 인생은 훨씬 근사할 거야. 너를 기다리는 모든 걸 기억해. 너의 연주회, 사랑, 아름다운 아침, 살아 있는 기쁨. 네가 아직 경험하지 못한 모든 것들을. 살아볼 만한 멋진 인생이잖아.

죽은지 5년 만에 아들의 눈앞에 나타난 아버지 레몽의 소원이 불편하긴 했다. 본인들은 죽어서까지 함께 하고 싶었던 사랑이었을지 몰라도, 현실은 외도가 아니었나 싶다. 어이없는 상황이 분명하지만, 작가의 위트있고 유머러스한 문체로 인해 토마와 레몽의 대화가 유쾌하고 미소짓게 만든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죽은 영혼이 내 눈앞에 나타난다면. 무섭기도 하고, 보고 싶었던 사람이라면 반가울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영화의 한장면과도 같은 이야기다.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이 되어버린 유령 아버지와의 만남이라니. 토마는 아버지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생전 애틋한 관계가 아니었던 아버지와 아들이었지만, 다시금 인간적 유대감을 느끼게 되고, 새삼 많은 것을 깨닫게 된다. 지금은 생각조차 하고 싶진 않지만, 언젠가는 누구나 겪어야 할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있을 때 잘하자라는 말이 있듯이 지금 사랑하는 사람이 가장 소중한 사람임을 기억해야 할 것 같다.

내가 꼭 천국으로 갈게, 너를 사랑하니까. 아들아, 아버지라는 건 그런 거였어. 그리고 영원토록 네 아버지로 있을께.

가끔 잊고 지내던 작가의 신작을 접할 때면 예전에 느꼈던 감동과 반가움이 함께 밀려온다. 출간 되기도 전에 판권이 사들여져 영화로 제작 되기도 했던 '저스트 라이크 헤븐'의 작가인 마르크 레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힌 프랑스 작가'로도 손꼽힌다. 지금은 베르나르베르베르가 더 유명한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며.. 마르크 레비의 전작들이 대부분 품절되거나 절판인 상태여서 못읽은 책들도 있기에 아쉬움도 있지만, 그동안 잊고 지냈던 작가임이 안타까울 정도로 신작으로 다시 접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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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장면 소설, 향
김엄지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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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은 사라지지 못한다.

R은 눈을 질끈 감았다 뜬다.

어두움이 눈앞에 있었다.

8개월 전 미끄러져 5미터 바닥으로 추락한 R은 기억을 잃었다. 아니 완전히 잊은게 아니니 흐릿해졌다라고 하는편이 맞을 것 같다. 그 이후 R은 기억과 망각의 사이를 오가며 조각조각 깨져버린 기억들을 떠올려본다. 시간의 연속성도 없이 R이 떠올리는 기억들은 뒤죽박죽 상태고, 어떤 것이 진실이고 거짓인지도 알 수 없다. 어쩌면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채 망각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왜곡된 기억을 만들어 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8개월 전 자신이 어떻게 추락했는지를 잊었고, 직장 동료L의 장례식과 그곳에서 마주친 직장 상사의 성이 무엇인지, 자신의 아내 목 뒤에 점이 있었는지, 함께 떠난 아내의 고향 해변에서 언제부터 사라진건지 알 수 없는 아내까지 어떤 기억이 잃어버린 것인지 모르고 점점 더 혼란스러워 질 뿐이다.

R은 눈을 감고, 감은 눈 안에 자기를 떠올린다.

그는 R과 같은 수많은 R을 상상한다.

그는 그와 아주 똑같은 R을 상상할 수는 없다.

언제나 R은 R에게서 이미 지나쳐 너무나 먼 것이었다.

책을 읽고 나서 대체 이 책은 어떤 스토리였는지,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에 대해 몹시 혼란스러웠다. 뭔가 건조하면서 단조롭게 쓰여진 문체에 그리 어렵지 않게 술술 읽어지는 반면에, 어떤 부분이든 명확하게 설명해주지 않기에 약간은 난해하고 해소되지 않는 의문들에 생각할 거리만 많아진 느낌이다. 다만, 두서없이 진행되는 장면들, 기억의 단편, 자신 조차도 자신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R을 보면서, 누군가와 소통을 하고 싶지만 잘 이뤄지지 않고, 그때문에 오해가 생기게 되는 그런 사람들에 대해 말하고자 한게 아닐까 짐작해본다.

<겨울장면>의 소설이 끝난 뒤, 책의 뒤쪽에 수록되어 있는 몇 편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이전엔 접해보지 않은 작가만의 스타일과 문체가 새롭다고 느껴졌고, 그 새로움이 한편으로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정말로 쓰고 싶은 말들은 단 한 글자도 쓰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하는 작가의 독특한 세계관 때문에 그의 다른 작품들도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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