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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 1
한수산 지음 / 창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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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센진. 이제 알겠구나. 나라가 없으면 사람도 아니구나.

 

「군함도 1」中 25p.

 

일본의 군함도, 하시마 섬을 아시나요?! 어떤 이들에게는 올해 기대작으로 뽑히는 개봉 예정 영화 중 하나인 '군함도'로 혹은 예전에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하시마 섬을 찾아갔던 방송을 본 이들이라면 이 섬이 어떤 곳이라는 것에 대해 어렴풋 알고 있을 것이다.  당시 방송을 보고 "그런 아픈 역사가 있는지 몰랐구나~!"하는 탄식과 안타까움에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었다. 그래서인지 영화에도 책에도 자연스레 관심이 생기게 되었다. 사실 생각보다 책이 쉽게 술술 읽히진 않았지만 다시 한번 아픈 슬픈 역사에 대해 일깨울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이것이었구나. 나라가 없다는 것이 이런 거였구나. 지상은 처음으로 나라라는 말을 생각했다. 내놓으라면 그게 어디 곡식만이었나. 조상님 제사 모시던 유기그릇까지 다 꺼내주어야 했다. 가자고 하니까 여기까지 끌려왔다. 그러고도 이제 또 서라면 서고, 때리면 맞아야 한다. 왜 우리가 이래야 하는가. 우리는 그 무엇에서도 주인이 아니다. 이제야 알겠다, 나라가 없다는 게 무엇인가를.

 

「군함도 1」中 118~119p.

 

한수산 작가의 30년에 걸친 취재와 집필로 탄생한 소설 군함도도는 강제 징용과 원폭을 소재로 이야기하고 있다. 누군가의 아들이자 남편이고 아버지였던 이들이 일본으로 징용을 끌려가게 된다. 그중 친일파의 둘째아들 지성도 임신한 아내를 두고 일본 내에서도 죽음과 같은 노동으로 악명 높았던 군함도로 가게 되었고, 석탄을 캐기 위해 끌려간 수많은 조선인들과 함께 처참한 생활을 하게 된다. 그러한 고난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고, 군함도를 탈출하려고 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남자들이 떠나가고 죽어가는데, 그래도 남겨놓고 간 그들의 자식을 지키고 길러내야 하는 여자의 처지가 서럽고도 절절하게 가슴을 적셔왔다. 그러리라. 살아서 견디고 이겨내야 하리다. 그래서 어느날 시퍼렇게 자라날 그 아이들에게 억장이 무너지건 이 한스런 세월을 말해야 하리라. 잊지 않고 전해서 알게 하리라. 못난 조상은 이렇게 살았다만 너희들만은 달라야 한다고, 저마다 시퍼렇게 제 뜻 펵 ㅗ살아가는 그런 세상을 만들어 이 한을 풀어줘야 한다고, 그렇게 말이다.

 

「군함도 2」中 101~102p.

 

 좋은 조건으로 큰 돈을 벌 수 있다라는 달콤한 말에 속아 수많은 조선인들이 살아서는 나올 수 없는 곳 군함도에서 인간이하 동물보다도 못한 대접을 받았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들을 알면 알수록 씁쓸함과 함께 더 화가나는 이유는 일본 정부는 이러한 사실을 숨긴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를 시키고 관광상품으로 개발하여 홍보하고 있다라는 점과 역사교과서에도 싣지 않아 자국민들조차도 잘 알지 못한다라는 이유 때문이지 않을까..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 조차도 이러한 역사에 대해 모르는 이들이 많다. 나역시도 그랬으니까.. 어쩌면 모른다는 것 보다 무관심.. 알려고 하지 않았다라고 하는게 더 맞지 않을까. 과거사라고 해서 잊어야 할 역사가 아니라 현재도 미래에도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왜 이렇게 되었나. 자유다. 자유를 잃어버려서다. 이런저런 자유는 많고도 많다. 나라를 잃어버리면서 우리가 잃어버린 자유 가운데 가장 큰 것이 무엇인가. 선태의 자유다. 우리는 모든 선택권을 잃었다. 그것보다 더 큰 자유가 어디 있을것인가. 선택을 할 수 없다는 것. 벌레도 못되는, 짐승만도 못한, 그게 우리들이다.

 

 「군함도 2」中 20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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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은 없다 - 응급의학과 의사가 쓴 죽음과 삶, 그 경계의 기록
남궁인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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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응급실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의사다. 밤새고 일하는 고생은 크게 인정받지 못하고, 이를 알아주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나는 외진 응급실에서 조용히 일할 뿐이다. 큰 신념이나 의지가 있어 사회나 시스템을 개혁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하지만 인간으로서 내 환자가 눈 앞에서 죽어가면 식은땀이 나고 온몸이 떨린다. 생각 없는 나도 며칠 동안을 자책하고 후회도 한다.

 

「만약은 없다」中 172~173 p.

 

죽음. 막연한 것 같은 말이지만 늘 죽음은 바로 우리 곁에 존재하고 미리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것들 중 하나로 또 언제 닥칠지 모르는 것 중 하나다. 그런 죽음을 바로 가까이에서 늘 일상적으로 마주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일하는 사람들. 바로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이들이다. "만약은 없다"는 의사라는 직업 중 죽음과 가장 가까이에 있다고 할 수 있는 응급의학과 의사가 쓴 기록의 책이다. 실제로 자신이 목격한 사실도 있고, 또 그 사실을 극적으로 구성하거나 가공한 글들. 그래서 사실인듯 아닌듯 한 글들을 기반으로 써내려간 책이다.

 

병원에서도 늘 다른 병동에 비해 긴박하게 돌아가는 곳 응급실. 의학 드라마에서만 봐도 그렇다. 끊임없이 환자들이 실려오고 또 오고, 여기저기에서 울리는 경보음에 심정지에.. 정신이 하나도 없는 곳. 그곳이 바로 죽음과 삶의 경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죽음이 늘 주위에 있다라고는 하지만 살아가면서 그런 극단적인 상황과 마주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살시도를 하고, 교통사고나 다른 사고로 인해 목숨을 잃고, 병에 걸리곤 한다. 그러한 이들을 매번 마주해야하는 그들은 육체적으로 고되고 정신적으로도 피폐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다량의 수면제를 복용하고 실려 온 남성을 면담과 협진을 통해 다시 돌려보내고, 몇시간 뒤 싸늘한 시체로 그 남성을 다시 마주하게 되고, 교통사고로 온 여성에겐 손조차 써볼 틈 없이 급사한 이야기. 지하철에 뛰어내려 하반신이 으스러진 할아버지 등등 너무도 잔인한 죽음에 관한 이야기들을 마치 내가 응급실 현장에 있는 것 처럼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다시 기억하기 조차 힘든 비극적이고 잔인한 죽음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본다는 건 참 끔찍한 일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잊지않고 기억하고 싶어서 글을 써내려 갔다고 한다.

 

이러한 저자가 이렇게 책으로 나마 전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진부한 말이라고 할 수 있지만... 어쩌면 일상 속에서 죽음을 느끼는 경우는 거의 없을 테지만, 언제 닥쳐올지 모르니까 오늘 하루도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라는 말을 전하고 싶었던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삶에서 만약이란 없다. 늘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살아가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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