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얕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으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물만 건너면 나를 돌아보지도 않고 가십니다 그려.

그러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 줄만은 알아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날마다 낡아갑니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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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저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서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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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할꺼나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남 몰래 혼자서 사랑을 가졌어라

 

천지엔 이미 꽃잎이 지고

새로운 녹음이 다시 돋아나

또 한번 날 에워싸는데

 

못견디게 서러운 몸짓을 하며

붉은 꽃잎은 떨어져 내려

펄펄펄 펄펄펄 떨어져 내려

 

신라 가시내의 숨결과 같은

신라 가시내의 숨결과 같은

 

풀밭에 바람 속에 떨어져 내려

올해도 내 앞에 흩날리는데

부르르 떨며 흩날리는데...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꾀꼬리처럼 울지도 못할

기찬 사랑을 혼자서 가졌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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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1-26 18: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eylontea 2004-01-27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사랑을 가졌어라... 란 표현이 너무 마음에 들어 좋아하게 된 시랍니다.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꾀꼬리처럼 울지도 못할 기찬 사랑을 혼자서 가졌어라
너무 아름답지요.... 올해는 젊은 느티나무님 가슴에... 사랑이 살포시 내려와 앉으면 좋겠네요.
 

사람들이 방안에 모여 별에 대한 토론을 하고 있을때

나는 문밖으로 나와서 풀줄기를 흔들며 지나가는

벌레 한 마리를 구경했다

까만 벌레의 눈에 별들이 비치고 있었다

그것을 사람들에게 보여 주기 위해 나는

벌레를 방안으로 데리고 갔다

그러나 어느새 별들은 사라지고

벌레의 눈에 방안의 전등불만 비치고 있었다

나는 다시 벌레를 풀섶으로 데려다 주었다

별들이 일제히 벌레의 몸 안에서 반짝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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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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